이륜153)재기 彝倫齋記 아! 사람이 사람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의관(衣冠)을 입고 하늘과 땅이라는 둘 사이에 서서 천지와 함께 삼재(三才)로 칭해지는데 금수와 다른 것은 어떤 점인가? '삼강(三綱)154)·오상(五常)'155)이라고 말할 뿐이다. 삼강이란 천서(天叙)의 대경(大經)이요, 오상이란 천부(天賦)의 지리(至理)이다. 삼강과 오상이 이미 하늘에 근본하고 있는데 사람이 잘 행한다면 사람이 하늘·땅과 셋으로 나누어졌다 하더라도 그 체(體)는 하나가 될 것이다. 미미한 한 몸이 천지에 참여하여 셋이 되고, 합하여 하나 된다면 사람이라는 이름은 아마도 지극히 큰 것이 아니겠는가?비록 그렇지만 형기(形氣)가 이미 완성되면 외물이 형기에 접촉하고 마음 가운데에 감화되니 칠정(七情)156)이 생겨나고 사욕(私慾)이 타게[乘] 된다. 사욕이 이미 이기면 삼강·오상의 천(天)이 매몰되고 상실되어 금수에 빠지게 되어 천지와 등져서 둘이 되고 천지 사이에 한 마리 해충이 되면 사람이라는 이름이라고 부를 수 없으니 심히 두려워할 만하다.옛날 성인이 이것을 매우 두려워해서 이에 사람을 가르치는 법을 세웠으니 상서학교(庠序學校)157)가 설립되었고, 사서(四書)158)·육경(六經)159)의 서적이 만들어졌다. 대개 사서·육경이란 삼강·오상을 밝히는 책이고 상서학교란 삼강·오상을 행하던 곳이다. 이 때문에 옛사람은 국가의 학교뿐만 아니라 향촌(鄕村)·향사(巷社)에 모두 학사를 세워서 15세에 들어갔으니, 소학(小學)·대학(大學)의 절목(節目)이 차례가 상세하고 강목이 엄정하였다. 사람이 천지 사이에 태어나서 말을 할 때부터 늙어 죽을 때까지 하루도 익히고 배우지 않은 때가 없었으니 순박하고 선한 풍속이 어찌 일어나지 않았으며, 효제충신(孝悌忠信)이 어찌 독실하지 않았으며, 지치(至治)160)의 큰 교화가 어찌 행해지지 않았겠는가? 이 삼대(三代)161)의 세상에 사람이 모두 예로 사양하여 집마다 봉할 만하였는데[比屋可封]162) 후세에는 학교의 이름이 있어도 학교의 실이 없었고 향촌의 학교는 명(名)과 실(實)이 둘 다 없어진 것이 오래되었다. 천 리의 나라를 지나가도 거리에 글방이 있는 것을 아직 한둘 보지 못했으니 옛것을 배운 유식한 선비가 누가 옛것을 어루만지면서 마음 아파하지 않겠는가?우리 고을의 남쪽에 '덕곡(德谷)'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한두 학문을 좋아하는 선비가 향당에서 뜻이 있는 사람과 마을 어귀 오른쪽에 서재를 세웠다. 삭망(朔望)으로 동관(童冠)을 모아놓고 강학하였는데 책에 그 이름을 적어놓고 책머리에 나의 뜻 한마디를 청하였다. 내가 옛것을 회복하여 선을 행하는 것을 공경히 여겨 삼가 사람의 사람됨이 삼강·오상에서 벗어나지 않고, 옛사람이 학문을 가르치는 것 또한 삼강·오상의 도(道)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 책의 머리말로 하고, 그 서재를 이름 붙여 '이륜(彝倫)'이라고 하였다. 대략 그 뜻을 펼쳐서 고하기를 "들어가서는 효도하고 나가서는 공손하며 노인을 노인으로 여기고 어른을 어른으로 여기며163) 말은 충신하고 행동은 독경하며 어버이를 친히 여기고 어진 이를 높이며 때때로 경을 익히고 예를 익히는 여가에 겸하여 정식(程式)의 문장164)을 통하고, 유사(有司)의 일에 응하여 입신양명하여 그 부모를 드러내는 것 또한 효제의 도이다. 이 서재에 들어가는 자가 혹시 이것에 위반하여 더러운 분쟁이 있고 말이 겸손하고 공경하지 못하여 서재를 세운 뜻을 처음부터 끝까지 어긴다면 서재 이름의 뜻에서 죄를 얻어 깊게 사람의 이름에 부끄러움이 있게 될 것이니 힘쓰지 않겠는가?"라고 하였다, 모두 "네"라고 대답하였다. 그 말을 기록해서 경계의 법도로 삼는다. 嗚呼! 人之得名爲人。 衣服冠而立天地兩間。 與天地幷稱爲三才。 而禽獸異塗者何耶? 曰'三綱五常'而已。 三綱者。 天叙之大經也。 五常者。 天賦之至理也。 三與五旣本於天而人能行之。 則人與天地分雖三。 其體則一也。 以藐然之一身。 與天地參而爲三。 合而爲一。 則人之爲名。 其至大矣哉? 雖然形氣旣成。 外物觸於形而感於中。 則七情生而私慾乘之。 私慾旣勝則三綱五常之天。 汨喪而淪於禽獸。 與天地背而爲二。 爲天地間一賊蠹則不可以人名之也。 甚可懼也。 古之聖人深懼於此。 於是立敎人之法。 則庠序學校之設起焉。 四書六經之籍作焉。 夫四書六經者。 明三綱五常之書也。 庠序學校者。 行三綱五常之地也。 是以古之人。 非獨邦國之學也。 鄕村巷社皆得以立學舍。 入歲十五。 小學大學之節次第詳盡。 綱目嚴明。 人之生於兩間者。 自能言至于老死。 無一日非講學之時。 則淳風善俗。 安得不興。 孝悌忠信。 安得不篤。 而至治大化。 安得不行哉? 此三代之世。 人皆禮讓而比屋可封者然也。 後世有學校之名。 無學校之實。 而鄕村之學則名與實兩亡者久矣。 歷千里之邦而巷有塾者未見一二。 則學古有識之士。 孰不撫古而感傷也哉? 吾鄕之南。 有村曰'德谷'。 一二好學之士。 與鄕黨有志之人。 創立齋舍于里門之右。 朔望會童冠講學。 書其名于卷。 請余志一言于卷首。 余欽其能復古而行善。 謹以人之能爲人。 不出於三綱五常。 而古之所以敎所以學者之亦不出三綱五常之道。 弁其卷而名其齋曰'彝倫'。 略申其意而告之曰: "入則孝出則悌。 老老而長長。 言忠信行篤敬。 親親而尊賢。 時以講經習禮之暇。 兼通程式之文。 應有司之擧。 立身揚名。 顯其父母。 亦孝悌之道也。 入是齋者。 倘違於此而在醜紛爭。 言不謙恭。 使立齋之意。 始終參差。 則得罪於齋號之義。 而甚有愧於爲人之名矣。 可不勖哉?" 咸曰: "諾。" 記其說以爲警式。 이륜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이다.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은(殷)나라를 정벌한 뒤 기자를 방문하여 이륜(彛倫)을 펴는 이치에 대해 물었는데, 이에 기자가 대답한 것이 홍범구주이다. 《書經 洪範》 삼강(三綱) 유교 윤리의 근본인 세 가지의 기본 강령을 말한다. 즉 임금은 신하의 벼리가 되고[君爲臣綱], 아비는 아들의 벼리가 되고[父爲子綱], 남편은 아내의 벼리가 됨[夫爲婦綱]이다. 오상(五常) 보통은 오륜(五倫) 즉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을 가리킨다. 칠정(七情) 인간의 7가지 감정인 희(喜)·노(怒)·우(憂)·사(思)·비(悲)·공(恐)·경(驚)을 가리키기도 하고, 희(喜)·노(怒)·애(哀)·구(懼)·애(愛)·오(惡)·욕(欲)을 말하기도 한다. 상서학교(庠序學校) 맹자(孟子)가 설명한 중국 고대의 교육기관으로, "상·서·학·교를 설치하여 백성들을 가르쳤으니, 상은 봉양한다는 뜻이고, 교는 가르친다는 뜻이며, 서는 활쏘기를 익힌다는 뜻이다. 하나라에서는 '교'라 하였고, 은나라에서는 '서'라 하였고, 주나라에서는 '상'이라 하였으며, 학은 삼대가 공통으로 두었으니, 이는 모두 인륜을 밝히는 것이었다.[設爲庠序學校, 以敎之, 庠者, 養也, 校者, 敎也, 序者, 射也. 夏曰'校', 殷曰'序', 周曰'庠', 學則三代共之, 皆所以明人倫也.]"라고 하였다. 《孟子 滕文公上》 사서(四書) 사서는 《대학》·《논어》·《맹자》·《중용》을 가리키는데 《대학》과 《중용》에 각각 《장구(章句)》와 《혹문(或問)》이 있으며, 사서에 모두 주희의 《집주(集註)》가 있다. 육경(六經) 육경은 《시경》·《서경》·《주역》·《예경》·《춘추》·《악경(樂經)》을 가리키는데 《악경》은 없어졌고 그 이론만이 《예기》 〈악기(樂記)〉에 수록되어 있다. 지치(至治) 안정되어 번영하고 교화가 널리 행해지는 정치적 국면이다. 《서경》 〈군진(君陳)〉에 "지극한 다스림은 향내가 풍기는 것 같아서 신명을 감동시키니, 제수가 향기로운 것이 아니요, 밝은 덕이 오직 향기로운 것이다.[至治馨香, 感于神明, 黍稷非香, 明德惟香.]"라고 하였다. 삼대(三代) 중국 고대의 요순(堯舜) 시대와 하(夏)나라, 은(殷)나라, 주(周)나라 시대의 태평성대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비옥가봉(比屋可封) 요순시대에는 교화가 사해에 두루 미쳐 집집마다 모두 봉(封)을 받을 만큼 덕행이 뛰어난 인물이 많았다는 뜻이다. 곧 천하가 잘 다스려져 백성의 풍속이 순후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서(漢書)》 〈왕망전(王莽傳)〉에 "요순시대에는 집집마다 다 봉하여도 되었다."라고 하였으며, 《신어(新語)》 〈무위(無爲)〉에 "요순의 백성이 집집마다 봉할 만하고 걸주의 백성이 집집마다 주벌할 만한 것은 교화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堯舜之民, 可比屋而封, 桀紂之民, 加比屋而誅者, 敎化使然也.]"라고 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노인을 …… 여기며 《대학장구(大學章句)》 전10장에 "이른바 평천하가 치국에 달려 있다는 것은, 윗사람이 노인을 노인으로 봉양하면 백성들이 효행을 일으키고, 윗사람이 어른을 어른으로 대우하면 백성들이 공손한 마음을 일으키며, 윗사람이 고아를 돌보아 주면 백성들이 서로 저버리지 않나니, 이 때문에 군자는 혈구의 도가 있는 것이다.[所謂平天下在治其國者. 上老老而民興孝. 上長長而民興弟. 上恤孤而民不倍. 是以君子有絜矩之道也.]"라는 말이 나온다. 정식(程式)의 문장 일정한 격식을 갖춘 글로, 여기에서는 과거 시험에 적합한 형식의 글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