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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함294)이 추향 후에 봉은사에서 노닐려고 배로 오가며 지은 시에 차운하다 4수 次李汝涵秋享後遊奉恩寺舟行往還韻【四首】 진세의 일이 사람을 얽어매어 한가롭지 못해 괴로우니근심을 견디지 못하고 추향의 반열을 바라보노라두 왕릉에 제 올리고서 절을 찾으니삼복의 찌는 더위에 억지로 성문 나서네-원문 1자 결락- 은 온통 흰 돌인 낮은 여울을 내달리고강기슭은 길게 펼쳐진 갯벌을 끼고서 반쯤은 높다란 산이어라오늘은 물길 거슬러 -원문 1자 결락- 저어 나가고내일은 물살 타고서 노 젓지 않고 돌아오리라백 길 높이로 배를 끌어올려도 나는 절로 한가로우니강기슭에 누워서 울긋불긋한 화초를 바라보노라진세 벗어나니 바야흐로 탕 임금 그물 벗어난 듯295) 상쾌하고벼슬의 굴레는 무관에 갇힌 듯296) 근심스럽구나어젯밤 가을바람 하늘에서 불기 시작하더니옅은 가을색이 숲속에 나타나기 시작하였어라밝은 달이 이지러지기 시작함을 싫어하지 말라인간 세상에서 임술년297)을 다시 만나기 어려우니성을 나왔다고 어찌 이 몸이 한가로울까시구는 마음을 억눌러 머리카락 새려 하네선유(船遊)는 끝이 없으니 읊조림도 멈추지 않고모래톱 새 쌍쌍이 나니 〈관저〉편298)을 읊조리누나가까운 방초, 먼 숲이 어여쁘며맑을 제 고운 모래밭 비 올 제 숲이 사랑스러워라경치는 사람을 홀려 수응을 다하지 못하니이곳에 와서 노닐어 돌아갈 줄 모르누나태평시대 무능하여 절로 한가로우니어찌 노심초사하며 억지로 반열을 넘겨볼까벼슬길은 나에게서 삼천 리 떨어져 있고세상길은 백이관299)보다 어렵구나좋은 벗과 만나 승경을 찾아가니파란 강, 푸른 산 대단히 아름다워라소선의 적벽이 이와 어떠한가일엽편주 띄워 한번 오가는구나 塵事牽人苦未閒不禁愁鬢望秋班二陵灑掃仍尋寺三伏炎蒸強出關【缺】走淺灘渾白石岸臨長浦半危巒今辰逆浪撑【缺】去明日乘流弭棹還百丈拖船我自閒臥看江岸草花班出塵方快開湯網羈宦曾愁閉武關昨夜商颷動閶闔一分秋色在林巒莫嫌明月初生魄人世難逢壬戌還出城那得此身閒詩句關心鬢欲班不盡江流吟滾滾作雙洲鳥詠關關近憐芳草遙憐樹晴愛明沙雨愛巒物色惱人酬未了來遊此地不知還昭代無能也自閒肯勞心目強窺班名場遠我三千里世路難於百二關良友相逢仍勝地碧江殊好又蒼巒蘇仙赤壁何如此欲駕偏舟一往還 이여함 이정(李瀞, 1541~1613)의 자로 그의 본관은 재령(載寧)이다.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함안군수 유숭인(柳崇仁)의 휘하에서 소모관(召募官)으로 활약하였다. 의병을 모아 진해, 창원 등지에서 왜군을 격파하였다. 1597년(선조 30) 정유재란에서는 의령현감으로서 경상우도병마절도사 김응서(金應瑞)와 함께 왜군을 격파하였다. 탕……듯 옛날에 탕 임금이 밖에 나가다 보니, 어떤 사람이 들판에다 사면으로 그물을 쳐 놓고 축원하기를 "하늘로부터 사방에 이르기까지 모두 내 그물 안으로 들어오라."라고 하였다. 탕 임금이 "세상이 다 되었구나."라고 하고 삼면의 그물을 제거하고 나서 축원하기를 "왼쪽으로 가고 싶으면 왼쪽으로 가고 오른쪽으로 가고 싶으면 오른쪽으로 가되, 나의 명을 따르지 않는 것만 나의 그물로 들어오라."라고 하였는데, 제후들이 이 말을 듣고 "탕의 덕이 지극하여 금수에까지 미쳤다."라고 하였다. 《史記 殷本紀》 진 소왕(秦昭王)이 초 회왕에게 국서를 보내어 말하기를, "진나라와 초나라가 화합하지 않으면 제후를 호령할 수 없으니, 무관(武關)에서 만나 맹약을 체결하였으면 합니다."라고 하니, 초 회왕이 사기를 당할까 봐 망설였다. 초 회왕의 아들 자란(子蘭)이 말하기를, "왜 진나라의 환심을 잃으려고 합니까?"라고 하자, 초 회왕이 무관에 가서 회합하기로 하였다. 진 소왕이 장수 한 명을 무관에 매복시켰다가 초 회왕이 도착하자, 체포하여 함양(咸陽)으로 데리고 갔다. 초 회왕이 장대(章臺)에서 진 소왕을 알현하니, 번신(蕃臣)으로 대하고 대등한 예로 예우하지 않자 초 회왕이 크게 노하였다. 진나라가 초 회왕을 억류해 놓고 무(巫)ㆍ검(黔) 땅을 떼어 달라고 요구하자, 초 회왕이 맹약부터 체결하자고 하였다. 진나라가 먼저 땅을 떼어 달라고 요구하자 초 회왕이 노하여 말하기를, "진나라가 나에게 사기를 치고, 또 나에게 땅을 떼어 달라고 강요한단 말인가?"라고 하고, 다시금 허락하지 않았다. 그 뒤에 초 회왕이 돌아가려고 도망쳤으나 실패하자 병이 나서 죽었다. 《史記 卷40 楚世家》 임술년 소식(蘇軾)이 〈적벽부(赤壁賦)〉를 지은 것은 임술년 7월 기망(旣望)이다. 관저편 《시경》 〈국풍(國風) 주남(周南)〉의 첫 번째 편인 〈관저(關雎)〉에 "관관히 우는 저구새, 하수의 모래섬에 있도다. 요조한 숙녀, 군자의 좋은 짝이로다.[關關雎鳩, 在河之洲. 窈窕淑女, 君子好逑.]"라고 하였다. 경치를 보면서 여러 시를 읊었다는 의미이다. 백이관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지를 말한다. 옛날 진(秦)나라 땅이 험고(險固)하여 2만 인으로 제후의 백만 군대를 막을 수 있다[秦得百二焉]는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史記 卷8 高祖本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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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을 감상하다 2수 賞蓮【二首】 여러 사물 가운데 식물이 가장 하찮지만연꽃은 군자310)와 비교하여 어긋남이 없어라모란의 부귀를 어찌 내 바라리오제철 향기의 국화 너와 함께 돌아가리라연잎 위의 노니는 거북 헤엄치기 좋고연꽃 사이 희롱하는 나비 아니 날쏘냐다만 가을 강에 자라난 이유로봄빛의 요염함은 본성에 맞지 않구나연꽃은 가인 같아 운명이 기박하니한 해 봄소식과는 참으로 서로 어긋나네푸른 잎 물에 뜨기 전에 꾀꼬리 먼저 날아오고붉은 꽃잎 토하자마자 제비가 물으려 찾아오누나청향에 이슬이 맺힌 모습 대단히 사랑스러운데가을의 자태에 서리 날릴까 문득 근심스럽도다바람 맞으며 염계의 〈애련설〉을 읊조리나니다른 사람들 연꽃 비평 태반은 그르구나 凡物之中植物微蓮於君子却無違牧丹富貴寧吾願時菊馨香與爾歸葉上遊龜宜泛泛花間戲蝶莫飛飛秪緣生在秋江水春色嬌夭素性非蓮似佳人命道微一年春信苦相違未浮靑葉鶯先至纔吐朱華鷰欲歸最愛淸香疑2)露氣却愁秋色逼霜飛臨風爲誦濂溪說餘外評花太半非 연꽃은 군자 송나라 주돈이(周敦頤)의 〈애련설(愛蓮說)〉에 "연꽃은 꽃 가운데 군자이다.[蓮花中之君子也]"라고 하였다. '疑'자는 '凝'의 오자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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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석 七夕 선인 배필 해마다 때를 맞춰 만나니영원무궁토록 아름다운 기약 바라노라짧은 시간 만나 곧바로 헤어지나니한번의 기쁨 많지 않은데 슬픔은 배가 되누나근심의 기색 어두워져 먹물 베어나는 구름을 따르고눈물의 흔적 흩어져 베틀의 실에 떨어지는 비가 되었어라머리 돌려 섬궁의 항아를 문득 부러워하니이별의 근심 홀로 알지 못함에 비교하면 어떠한가 仙匹年年會有時天長地久望佳期相逢未久還相別一喜無多倍一悲愁色暗隨雲潑墨啼痕散作雨連絲回頭却羨蟾宮女如許離憂獨不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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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을 몰래 캐서 돌아오다 偸採白蓮回 백련이 제아무리 홍련에 비해 낫다지만어찌 오나라 미녀의 옥설 같은 자태만 하랴298)훔쳐 온 한 송이 다 구경하기도 전에육랑299)이 괜스럽게 또 엿보는구나 白蓮已較紅蓮勝何似吳娃玉雪姿偸得一葩看未了六郞多事又相窺 어찌……하랴 당나라 백거이의 〈억강남(憶江南)〉 시 3수 중 제3수에 "오나라 미인이 쌍쌍이 춤추니 매혹적인 부용이로다.[吳娃雙舞醉芙蓉]"라는 한 것을 인용한 것이다. 육랑(六郞) 당나라 측천무후(則天武后) 때 장창종(張昌宗)이라는 인물로, 육랑은 장씨(張氏)의 형제 중 여섯 번째라서 붙여진 별명이다. 연꽃같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용모가 매우 아름다웠다. 《新唐書 卷109 楊再思列傳》 여기서는 문틈으로 보이는 다른 연꽃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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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집에서 밤에 술을 마시며 지은 연구 子新宅夜飮聯句 주인은 성의 늘 가득하니손님이 술 가득한 잔 몇천 번이나 들었나향 사르고 촛불 켜고서 술동이는 바다 같으니새벽까지 이 단란한 자리 갖는 것을 아끼지 마오 主人誠意尋常萬客子深杯第幾千焚香秉燭尊如海莫惜團欒到曉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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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신날의 옥마가 壽辰玉馬歌 남전364)의 백옥으로 조각하여 말을 만들고무한히 흐르는 맑은 상강에 씻었네창오의 향긋한 풀을 다 먹일 테니해마다 오늘 되면 봄놀이 하자꾸나 藍田白玉琢爲馬洗出淸湘無限流喫得蒼梧芳草盡年年今日作春遊 남전 중국의 섬서성(陝西省)에 있는 현으로, 아름다운 옥이 생산되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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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숭인의 〈원일의 아침 조회〉 시42)에 차운하다 次李崇仁元日早朝韻 옥 처럼 핀 궁궐 매화 궐 담장을 비추고옥 계단의 방초는 봄빛을 누설하네누대의 경치 방장산43)과 같고의관 갖춘 문무백관이 미앙궁44)에 모였네절역에서 산 넘고 물 건너 와서 공물을 바치고강구에서 밭 갈고 샘을 파며 도당을 송축하네45)태평성대의 문물 지금 한창 전성기이니이 좋은 날 축수하는 잔 올리기에 알맞구나 玉坼宮梅照禁墻瑤階芳草漏春光樓臺物色依方丈文武衣冠集未央絶域梯航歸禹貢康衢畊鑿頌陶唐太平文物方全盛令節端宜稱壽觴 이숭인의……시 이숭인의 〈원일에 봉천전의 새벽 조회에 참석하다[元日, 奉天殿早朝]〉 시를 가리킨다. 이 시는 《도은집(陶隱集)》 권2와 《동문선(東文選)》 권16에 수록되어 있다. 방장산 방장산(方丈山)은 전설에 전해 오는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이다. 미앙궁 미앙궁(未央宮)은 한 고조(漢高祖)가 건립한 궁전으로, 여기서는 임금이 신하들의 조회(朝會)를 받는 곳을 의미한다. 강구에서……송축하네 태평성대에 살면서 성군을 송축한다는 의미이다. 강구(康衢)는 사통팔달(四通八達)로 뚫린 큰 거리를 말하고, 도당(陶唐)은 요 임금을 가리킨다. 요 임금이 천하를 다스린 지 50년 만에 미복(微服) 차림으로 강구에 나가니 아이들이 태평가를 불렀으며, 한 노인은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리며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노라.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밭 갈아서 먹고사니[鑿井而飮, 耕田而食], 임금의 힘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고 노래했다. 《十八史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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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언고시 五言古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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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에 오르니 감회가 있어 上丘墓有懷 왕성했던 모습 다시 볼 수 없지만 豊容不更覩혼백은 여전히 여기에 남았네 體魄猶在玆묵은 풀65)은 내 집이 아니거늘 宿草非吾家비와 이슬까지 적시네 況復雨露滋통곡하며 아침저녁으로 절을 하고 痛哭拜晨夕훌륭한 말씀66) 듣기를 원하지만 警咳願聞之고요히 끝내 말이 없으시니 閴閴竟無語아버지께서는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爺乎知不知태어나기 전에 하늘을 저버렸으니 生前負昊天이날이 되면 장차 어찌 할까 此日將何爲허둥지둥해도 미칠 수 없으니 遑遑不能及애통하며 〈육아〉67)의 시 읊네 慟切蓼莪詩그런 까닭에 옛 사람은 所以古之人무덤 아래에서 영원히 함께 했네 墓下長相隨이곳에 여막을 지으니 結構於此地이 마음 진실로 비통하구나 此意良以悲강산은 참으로 아름답지만 湖山雖信美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네 亦足添漣洏아침마다 선영에 올랐다가 朝朝上丘塚돌아갈 때면 다시 주저하게 되네 欲去還躕踟온화하게 받들어 모시며 庶幾侍誾誾한번이라도 평소의 모습 보고 싶은데 一見平生儀나의 정성이 지극하지 못하니 伊我誠未至어찌 감응할 수 있겠는가 何能有格思홀로 남겨준 몸 이끌고 돌아가는데 獨將遺體歸석양이 초가집에 저무네 落日下茅茨 豊容不更覩, 體魄猶在玆.宿草非吾家, 況復雨露滋.痛哭拜晨夕, 警咳願聞之.閴閴竟無語, 爺乎知不知.生前負昊天, 此日將何爲.遑遑不能及, 慟切蓼莪詩.所以古之人, 墓下長相隨.結構於此地, 此意良以悲.湖山雖信美, 亦足添漣洏.朝朝上丘塚, 欲去還躕踟.庶幾侍誾誾, 一見平生儀.伊我誠未至, 何能有格思.獨將遺體歸, 落日下茅茨. 묵은 풀 원문의 '숙초(宿草])'는 해를 넘긴 풀로, 무덤을 가리킨다. 《예기》 〈단궁 상(檀弓上)〉에 "붕우의 무덤에 묵은 풀이 있으면 곡을 하지 않는다.[朋友之墓, 有宿草而不哭焉.]" 하였다. 훌륭한 말씀 원문의 '경해(警咳)'는 기침소리라는 말이지만 남의 말이나 시문(詩文)의 미칭(美稱)으로 사용된다. 〈육아〉 낳아 주고 길러 준 부모의 은덕을 말한다. 《시경》 〈육아(蓼莪)〉에 "슬프고 슬프도다, 부모님 생각. 낳고 길러 주시느라 얼마나 고생하셨던가.[哀哀父母 生我劬勞]"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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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중의 심회 病懷 병중이라 찬바람 두려워 문을 열지 않으니옷깃 풀고 머리 헝클어진 채로 들풀 위에 누워 있네처마 옆에서 우는 새 절로 봄기운 품었고고요함 속의 마음 하나 마치 식은 재227)와 같네본디 한가한 사람은 사귐이 물과 같으니228)창밖에 이미 이끼 자라남을 분명히 알겠네229)뜨락의 매화 연전(年前)의 우호 저버리지 않았으니바람이 이끈 은은한 향기 침상 위로 올라오네 病㥘風寒門不開披衣亂髮臥蒿萊簷邊啼鳥自春意靜裏一心如死灰固是閒人交若水明知窓外已生苔庭梅不負年前好風引微香枕上來 식은 재 원문은 '사회(死灰)'다. 마음이 외물(外物)에 전혀 동요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장자》 〈제물론(齊物論)〉에, "형체를 진실로 말라 죽은 나무처럼 할 수 있으며, 마음을 진실로 불 꺼진 재처럼 할 수 있겠는가?[形固可使如槁木 而心固可使如死灰乎]"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 사귐이 물과 같으니 물처럼 담박한 사귐을 말한다. 《장자》 〈산목(山木)〉에, "군자의 사귐은 담담하기가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기가 단술과 같다.[君子之交淡若水 小人之交甘若醴]"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 창밖에……알겠네 병중에 벗을 그리워하는 심사를 읊은 것으로 보인다. 두보의 〈추술(秋述)〉에, "가을에 내가 병이 들어 장안의 여관에 머물고 있었는데 비가 많이 내려 물고기가 생겨나고 푸른 이끼가 자리에까지 미쳤다. 평상시에 오가던 객들이, 예전에는 비가 내리는 날도 찾아왔는데 요즘은 비가 내리면 찾아오지 않는다.[秋杜子臥病長安旅次 多雨生魚 靑苔及榻 常時車馬之客 舊雨來 今雨不來]"라 한 대목이 보인다. 《杜詩詳注 卷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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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又 눈물 떨어지는 소리 잦아들고 새벽달은 지는데 玉淚聲殘曉月低객창의 차가운 꿈은 곱절이나 쓸쓸하구나 客窓寒夢倍悽悽삼 년 서울 삶이 그대와 마음 같았으니 三年京國同襟抱어느 날 강촌에서 기장 쫓던 닭과 함께 할까나70) 何日江村共黍鷄 玉淚聲殘曉月低, 客窓寒夢倍悽悽.三年京國同襟抱, 何日江村共黍鷄. 어느 …… 할까나 계서는 닭 잡고 기장밥 지어 손님을 접대하는 것인데, 먼 곳에 사는 벗을 찾아가겠다는 약속이다. 한(漢)나라 범식(范式)은 자가 거경(巨卿)으로 산양(山陽) 금현(金縣) 사람이고, 장소(張邵)는 자가 원백(元伯)으로 여남(汝南) 사람인데, 평소 태학(太學)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우정이 매우 두터웠다. 두 사람이 이별할 때 범식이 장소에게 "2년 뒤 돌아올 때 그대의 집에 들르겠다."라고 하였다. 꼭 2년째가 되는 날인 9월 15일에 장소가 닭을 잡고 기장밥을 짓고 범식을 기다리자 그 부모가 웃으며 "산양은 여기서 천 리나 멀리 떨어진 곳인데, 그가 어찌 꼭 올 수 있겠느냐."라고 하였다. 이에 장소가 "범식은 신의 있는 선비이니, 약속 기한을 어기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날이 되자 범식이 과연 왔다고 한다. 《後漢書 卷81 獨行列傳 范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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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상 절구 세 수는 달을 보며 산보하면서 지은 것이다.】 又 【以上三絶步月】 늦은 봄 비단 같은 물은 시름을 삭일만하니 春深錦水可消憂밝은 달 아래 누가 이응과 곽태의 배를 탈까71) 明月誰乘李郭舟하루빨리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제일로 알았거늘 早識歸田爲第一세월은 무슨 일로 유유히 지나가나 年光何事度悠悠 春深錦水可消憂, 明月誰乘李郭舟.早識歸田爲第一, 年光何事度悠悠. 이응과 …… 탈까 원문 '이곽(李郭)'은 동한(東漢)시대의 이응(李膺)과 곽태(郭泰)를 말한다. 이응이 낙양(洛陽)에서 고향으로 떠나는 곽태를 전송하면서 둘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갔는데, 이 광경을 보고서 사람들이 신선과 같다고 찬탄하며 부러워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後漢書 卷68 郭泰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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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又 어지러운 세상 고생고생 오랜 시간 치달리며 風塵役役長馳鶩이 한 몸 스스로 보살피지 못했다네 身是吾身不自頤밤새 낭랑한 소리 내며 창밖엔 비가 내리는데 一夜浪浪窓外雨몇 오라기 수염만 공연히 희어지네 謾敎添白數莖髭 風塵役役長馳鶩, 身是吾身不自頤.一夜浪浪窓外雨, 謾敎添白數莖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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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일(重九日)에 홀로 술을 마시다 감회가 있어 九日獨酌有感 중구일에 향기로운 술 단지 홀로 여니몇 뿌리의 쇠잔한 국화 심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고개 돌려 천지 바라보니 남은 인생 늙어가고눈 들어 마루 기둥 바라보니 술거품213) 올라오네사람들은 취하면 장대한 뜻 많아진다 하는데나는 술잔 속에 슬픈 감회 있음을 알겠네근심 잊고서 도 정절(陶靖節)을 배우고자 하니억지로 두건 가져와 익은 술을 거르네214)【'정절(靖節)'은 어떤 본에는 '원량(元亮)'으로 되어 있다.】 九日芳樽獨自開數根殘菊近怵栽回頭天地殘生老擧眼軒楹酒蟻來人道醉中多壯志我知盃裏有悲懷忘憂欲學陶靖節強引頭巾向醱醅【靖節一作元亮】 술거품 원문은 '주의(酒蟻)'다. 술이 익을 무렵 쌀알만한 녹색 기포가 생기는데 그 모양이 마치 개미가 기어가는 것 같아 이를 '술개미'라 하고, 그러한 술을 '부의주(浮蟻酒)' 또는 '녹의주(綠蟻酒)'라 한다. 근심……거르네 '도 정절(陶靖節)'은 진(晉)나라 때 은사(隱士) 도연명(陶淵明)을 가리키는 말이다. 도연명은 술을 매우 좋아하여 매양 술이 익으면 머리에 쓴 갈건(葛巾)을 벗어서 술을 걸러 마시고는 다시 갈건을 머리에 쓰곤 하였다고 한다. 《晉書 卷94 陶潛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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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돌 옆 푸른 잣나무 아래 해당화(海棠花)가 있어 붉고 푸른빛이 서로 비쳤다. 이에 감회가 일어 제하다 階邊翠栢下有海棠。紅綠相暎。仍起感而題。 푸른 잣나무 섬돌 옆에 해당화 심어져 있으니선명한 붉고 푸른빛 몹시 빼어나네이슬 같은 볼과 붉은 뺨 바람 앞에 곱고눈 견디는 자태215)와 푸른 수염216) 비 온 뒤에 자라나네금수(錦水)의 와룡(臥龍)217) 마치 접할 수 있을 듯혜주(惠州)의 선인(仙人)218) 마치 서로 바라보는 듯두 공의 기개 지금 천년이나 되었으니그대들 대하며 나직이 읊조림에 상심 어린 흥이 이네 翠栢階邊樹海棠分明紅綠出尋常露腮丹臉風前嫰雪態蒼髥雨後長錦水臥龍如可接惠州仙子若相望二公氣槩今千載對爾沉吟興有傷 눈 견디는 자태 원문은 '설태(雪態)'다. 잣나무는 눈 내리는 겨울에도 시들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논어》 〈자한(子罕)〉에, "한 해가 다하여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라 하였다. 푸른 수염 원문은 '창염(蒼髥)'이다. 잣잎을 노인의 수염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소식(蘇軾)의 시 〈불일산영장로방장(佛日山榮長老方丈)〉에, "산중에는 단지 푸른 수염 늙은이 있어, 쓸쓸한 몇 리 길에서 사람을 맞이하고 보낸다.[山中只有蒼髥叟 數里蕭蕭管送迎]"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 금수(錦水)의 와룡(臥龍) '와룡(臥龍)'은 촉한(蜀漢)의 승상 제갈량(諸葛亮)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천성(四川省) 금관성(錦官城)에 제갈량의 사당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으로 보인다. 두보(杜甫)의 〈촉상(蜀相)〉에, "승상의 사당을 어느 곳에서 찾을꼬, 금관성 밖에 잣나무가 늘어선 곳이로다.[丞相祠堂何處尋 錦官城外栢森森]"라 하여 제갈량 사당에 심어진 잣나무를 읊은 대목이 보인다. 혜주(惠州)의 선인(仙人) '혜주(惠州)'는 중국 광동성(廣東省) 혜양현(惠陽縣) 서쪽에 있는 지명이다. 송나라의 소식(蘇軾)이 이곳으로 유배된 일이 있었으므로, 여기서의 선인은 곧 그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은 일찍이 〈우거정혜원지동잡화만산유해당일주토인부지귀야(寓居定惠院之東雜花滿山有海棠一株土人不知貴也)〉라는 시를 지어 해당화에 대해 읊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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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길이 눈을 읊은 시에 차운하다 次朴季吉詠雪韻 동틀 때부터 일어나 오시까지 앉아 있으니산 앞에 눈이 한 자 쌓이고 산 뒤에도 가득하여라사객들 양원에서 노닌 것 빼어난 일로 전해지고142)장군은 채주를 평정하여 영웅의 명성 떨쳤지143)사라지는 건 겨우내 흰 눈이 다 똑같지만교결함은 오히려 만고의 명성을 빛내지모두 덧없는 삶이요 잠깐의 일이니또 따뜻한 술을 그대와 마주해 기울이리 午時起坐自天明尺雪山前山後盈詞客遊梁傳勝事將軍平蔡振英聲消磨同盡三冬白皎潔猶光萬古名等是浮生片時事且將溫酒對君傾 사객들……전해지고 양원(梁園)은 서한(西漢)의 양효왕(梁孝王)이 세운 동원(東園)이다. 양효왕이 이곳에 사마상여(司馬相如), 매승(枚乘), 추양(鄒陽) 등의 명사를 불러 술자리를 베풀고 사부(辭賦)를 읊곤 했는데, 어느 날 눈이 오자 양 효왕이 흥에 겨워 먼저 시를 짓고는 간찰을 주면서 사마상여에게 시를 짓게 하였다고 한다. 《史記 梁孝王世家》 장군은……떨쳤지 당 헌종(唐憲宗) 때 오원제(吳元濟)가 채주(蔡州)에서 반란을 일으켰는데, 장군 이소(李愬)가 마침 큰 눈이 내리던 밤에 채주(蔡州)로 오원제를 사로잡고 반란을 평정했다. 《新唐書 李愬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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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판교에서 쉬다 午憩板橋 우는 새로운 기러기 남쪽 누대로 날아가고계주(薊州) 숲에 바람 거세 잎은 떨어지려 하네천지에서 오랜 세월 항상 나그네 신세 되었으니고국이 만리 멀리 있어 유독 가을을 슬퍼하네이에 알겠어라, 약 먹어도 병 고치기 어려우니단지 술잔 들어 시름을 풀어낼 뿐이라누가 알랴, 상자 속에 보검 감춰져 있어도오히려 밤마다 기운이 우성까지 뻗치는 줄을220) 一聲新鴈度南樓薊樹風高葉欲流宇宙百年常作客江山萬里獨悲秋從知服藥難醫病只有啣杯可寫憂誰識匣中雄釰在猶能夜夜氣干牛 상자……줄을 보검은 감추어줘 있어도 그 빛을 숨길 수 없다는 말로, 주로 인재가 그 재능을 숨겨도 절로 드러남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다. 진(晉)나라 때 장화(張華)가 일찍이 두성(斗星)과 우성(牛星) 사이에 자기(紫氣)가 감도는 것을 보고 점성가 뇌환(雷煥)에게 물었더니, 뇌한이 이는 보검의 빛이라 하였다. 이에 장화가 풍성(豐城) 감옥 터의 땅속에서 춘추 시대에 만들어진 전설적인 보검인 용천검(龍泉劍)과 태아검(太阿劍)을 발굴했다. 《晉書 張華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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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문221)으로 가는 길에 薊門道中 반년 동안 서쪽으로 길 떠났다 아직 돌아가지 못하니계문으로 돌아가는 길 매우 아득하구나가을에 기러기는 고향 그리는 마음 품고 날아 가고초저녁에 구름은 비 올 기미 띠고 오네휘파람 불고 노래하며 때때로 스스로 마음 달래고지친 말과 노복이 날마다 서로를 재촉하네시름 속에 밝은 거울 보지 않노니귀밑의 검은 털이 반쯤 희어졌어라 半歲西遊且未回薊門歸路劇悠哉高秋鴈帶鄕心去薄晩雲將雨意來嘯志歌懷時自遣羸驂倦僕日相催愁中莫用看明鏡鬢上靑絲一半皚 계문(薊門) 북경의 덕승문(德勝門) 밖의 지역으로, 북경으로 들어가는 관문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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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풍루기 春風樓記 천지는 만물을 생육하는 것으로 마음을 삼는 자이니 물(物)에서 생(生)하는 것은 원(元)보다 앞선 것이 없다. 원이란 천지의 대용(大用)이면서 사람에게는 인(仁)이 되고, 때[時]에는 봄[春]이 된다. 춘(春)은 사시(四時)의 원(元)이요, 원은 사덕(四德)125)의 수(首)이다. 인仁)이란 오상(五常)126)의 원이요, 원은 사덕(四德)의 수(首)가 되어 형(亨)·이(利)·정(貞)에 또한 각각 왕성하다. 춘은 사시의 시작이고, 하(夏)·추(秋)·동(冬)에 토(土)와 더불어 같은 덕으로 사계절에 왕성하니, 춘원(春元)의 쓰임[用]이 어찌 크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자라게 하고 길러주는 춘원(春元)의 바람이 만물을 고동(鼓動)하여 만물을 양생한다. 그렇다면 춘(春)이란 사시의 전체이고 풍(風)이란 춘원의 대용(大用)으로 만물을 생육하니 군자의 풍(風)도 또한 이와 같고 군자의 인(仁)도 또한 이에 근본 한다. 옛사람이 춘·풍으로써 그 누정을 명명(命名)하는 이가 있었으니, 대개 여기에서 뜻을 취한 것이다.이 누정을 지음에 천근(天根)으로 들보 삼고 월굴(月窟)로 기둥 삼으며127) 간석(艮石)128)으로 대를 삼고 건곤(乾坤)으로 문을 삼도다. 인온(氤氳)한 기운은 창문에서 교감하고 염염(苒苒)한 햇살은 방문에서 화순(和順)하도다. 양곡(暘谷)129)에 해 돋으니 자시자생(資始資生)의 숙기 융융하고 동방에 훈풍 부니 구십춘광(九十春光)의 풍물 곳곳에 있도다.130) 상하의 산광 서로 푸르고 앞뒤의 물색 널리 푸르니 참 근원의 일맥 기묘하여 기록할 수 없도다. 당에 오르니 자홍색 봄빛 한창이고 방에 들어가니 난초 향기 진하도다. 팔방의 창문 사방으로 열리고 꽃과 버들은 사심이 없도다. 대나무 창은 양지를 향하고 뜰의 풀은 싱그러움 띠도다. 앞내에 비 지나가니 청산은 의구하고 후원에 바람 살랑대니 봄새가 지저귀도다. 누항(陋巷)131)으로 우이(嵎夷)132)를 삼고 궐리(闕里)133)로 양곡(暘谷)을 삼아 선천후천(先天後天)134)이 모두 가운데에 부쳐 삼십육궁(三十六宮)135)이 사이에 열 이루도다. 난간 밖 복숭아·자두는 동군(東君)136)의 고운 햇볕 자랑하고 창문 앞 매화·소나무는 건원(乾元)137)의 화창한 기운 알리도다. 누정 위 하늘 아득한 곳에 솔개 높이 날고 누정 아래 연못 만경(萬頃)에 물고기 뛰도다.138)문 닫고 바라보면 마음[天君]139)이 태평하여 사단(四端)140)이 온화하고 문 열고 살펴보면 맑은 봄날 경치 좋아 온갖 이치 함께 밝도다. 삼지일(三之日)·사지일(四之日)141)에 봄옷 만들어지거든 목욕하고 바람 쐬고 노래하며 돌아오는 흥을 미루어,142) 덕에 배부른 정신 깨끗하고 술병의 상쾌한 기운 투철하도다. 이에 훈증(薰蒸)하고 이에 도야(陶冶)한 즉 하남(河南)143)의 당상 좌중에 춘풍의 조화 이어가리라. 화려한 집과 금 구슬은 주옹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요, 인의 넓은 거처와 편안한 집144)은 이것이 주인이 즐기는 것이로다. 그러한 즉 하형(夏亨)의 장(長)은 이 누정이 밑천이요, 추리(秋利)의 성(成)도 이 누정이 밑천이요, 동정(冬貞)의 수(遂)도 이 누정이 밑천이니 만물의 자시자생(資始資生)이 어찌 이것에서 벗어나겠는가?누의 동쪽으로 치자면 인목(仁木)이 울창하여 동풍이 살랑살랑 천만 가지 꽃들 희디희고 붉디붉도다. 모두 봄철의 한 기운을 얻어 화평하고 아름다우니 윤택한 원시(元始)의 인택(仁澤) 같고, 크고 작고 높고 낮은 종류와 하늘을 날고 물에 잠기는 동물·식물이 제자리를 얻지 아니함이 없도다. 누의 서쪽으로 치자면 정로(正路)가 숫돌처럼 탄탄하여 하나의 티끌도 없으며 광풍이 쇄락하여 비 갠 뒤의 청명함이로다.145) 누의 남쪽으로 치자면 드높이 우뚝 솟은 하나의 예문 위로 달 오르자 거문고 타니 청허함[虛白]146) 일도다. 이에 공자·맹자와 이에 안자·증자의 문물이 여기에 있고 예악(禮樂)이 여기에 있도다. 누의 북쪽으로 치자면 지수(智水)는 천 길을 주야로 쉬지 않고 혼혼(混混)히 흘러 웅덩이 채우고 목표에 도달하여 문채 이루니147) 물고기가 파도를 희롱하고 백조는 깨끗하도다.148) 그렇다면 이 누를 세움에 실로 군자 이후에 이를 즐길 수 있다 하리라.149)이에 주인옹이 소요(逍遙)하고 서성이며 인을 구해 인을 얻어 상제(上帝)를 마주하여 집구석에 부끄럼 없고150) 일거일동에 부끄럼 없어 천지가 자리 잡고 만물이 생육됨에 이르도다. 이로 말미암아 원형이정(元亨利貞)151)의 천도(天道)와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유행과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인도가 이에 빈빈(彬彬)하고, 삼강오상의 인륜과 이오(二五) 사팔(四八)의 문채가 이에 혁혁(爀爀)하도다. 아! 지극하도다. 모든 군자가 이어서 수리해가면 이 누는 영원하리로다. 주관하는 자 누구인가? 송나라 선비 장남헌(張南軒)152)이요, 기록하는 자 누구인가? 해동(海東)의 사람이로다. 天地以生物爲心者也。 生乎物者。 莫先乎元。 元者天地之大用。 而於人爲仁。 於時爲春。 春者四時之元。 元者四德之首。 仁者五常之元。 元爲四德之首而於亨於利於貞。 亦各旺焉。 春爲四時之始而於夏於秋於冬。 與土同德而旺於四季。 春元之用。 豈不大哉。 故春元長養之風。 鼔動萬物而萬物養生。 然則春者四時之全體。 風者春元之大用而生育萬物。 則君子之風。 亦猶乎是。 君子之仁。 亦本於是。 古之人有以是名其樓者。 盖取於此也。 斯樓之作。 以天根爲樑。 以月窟爲棟。 艮石爲臺。 乾坤爲門。 氤氳之氣。 交感於軒窓。 苒苒之光。 和順於房櫳。 東暘載陽。 資始資生之淑氣融融。 長男薰風。 九十春光之景物在在。 上下山光交翠。 前後水色漾綠。 眞源一脉。 妙難勝記。 至於升堂則紫紅之韶光濃郁。 入室則芝蘭之香氣芬芳。 八窓四闢。 花柳無私。 竹牖向陽。 庭草含滋。 前川雨過。 靑山依舊。 後園風微。 春鳥嚶嚶。 以陋巷爲嵎夷。 以闕里爲暘谷。 先天後天。 都付其中。 三十六宮。 成列其間。 檻外桃李。 矜東君之艶陽。 窓前梅松。 稟乾元之和氣。 樓之上玉宇寥廓。 鳶飛戾矣。 樓之下銀塘萬頃。 魚物躍矣。 闔戶而觀之。 天君泰靜。 四端藹然。 開門而察之。 春晴物佳。 萬理俱明。 三之日四之日。 春服旣成則浴風咏歸之興可推而飽德之精神淸越。 玉壺之爽氣透澈。 薰蒸於此 鎔陶於此 則河南堂上。 座中春風之化可承焉。 玉戶金壁。 非主翁之所喜。 廣居安宅。 是主人之所樂。 然則夏亨之長。 此樓之所以資。 秋利之成。 此樓之所以資。 冬貞之遂。 亦此樓之所以資。 則稟物之所以資始資生者。 豈有外於此哉? 至如樓之東。 仁木蔥鬱。 東風習習。 千蘂萬葩。 白白紅紅。 咸得靑陽之一氣。 熙皡賁若。 潤元始之仁澤。 而洪纖高下之類。 飛潛動植之物。 無不得所焉。 樓之西。 有正路坦坦如砥。 無一塵垢。 光風灑落。 霽月淸明焉。 樓之南。 有一禮門。 巍然屹立。 月出淸琴。 虛白乃生。 孔孟於是。 顔曾於是。 文物在玆。 禮樂在玆焉。 樓之北。 智水千仞。 混混源源。 不舍晝夜。 進以盈科。 達以成章。 遊魚弄波。 白鳥鶴鶴焉。 然則此樓之作。 眞可謂君子而後樂此者也。 於是主人翁。 逍遙焉徜徉焉。 求仁得仁。 對越上帝。 不愧屋漏。 俯仰無怍。 以至於天地位萬物育焉。 由是而元亨利貞之天道。 春夏秋冬之流行。 仁義禮智之人道。 彬彬於玆。 三綱五常之倫。 二五四八之文。 爀爀於玆。 猗歟至哉! 凡百君子。 踵武而葺之。 則庶斯樓之不朽也。 主之者誰? 宋朝名儒張南軒也。 記之者誰? 海東人也。 사덕(四德) 《주역(周易)》에서 말하는 천지자연의 네 가지 덕인 원(元)·형(亨)·이(利)·정(貞)을 말한다. 오상(五常)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의 다섯 가지 덕을 말한다. 천근(天根)으로 …… 삼으며 천근은 《주역》의 복괘(復卦)를, 월굴(月窟)은 구괘(姤卦)를 가리키는데, 각각 양(陽)과 음(陰)을 비유한 것으로서 천지 음양의 이치를 말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 두 말은 송(宋)나라 소옹(邵雍)의 〈관물(觀物)〉에 "이목 총명한 남자의 몸으로 태어나니 하늘이 부여한 것 빈약하지 않네. 월굴을 탐구하여야만 물건을 알 수 있고 천근을 밟지 않으면 사람을 어찌 알겠느냐? 건괘가 손괘를 만난 때에 월굴이 되고 지괘가 뇌괘를 만난 곳에 천근을 보도다. 천근과 월굴이 한가히 왕래하니 삼십육궁이 모두 봄이라오.[耳目聰明男子身, 洪鈞賦與不爲貧. 須探月窟方知物, 未躡天根豈識人. 乾遇巽時爲月窟, 地逢雷處見天根. 天根月窟閒往來, 三十六宮都是春.]"라고 읊은 시에 함께 보인다. 간석(艮石) 간괘(艮卦)가 물상(物象)에 있어 산이 되고 작은 길이 되고 돌[石]이 된다고 하였다. 《周易 說卦傳》 양곡(暘谷) 해가 나오는 곳을 말한다. 《서경》 〈요전(堯典)〉에 "희중(羲仲)에게 나누어 명하여 우이(嵎夷)에 머물게 하시니 양곡이라고 한다."라고 하였는데, 공안국(孔安國)의 전(傳)에 "양(暘)은 밝음이니 해가 그 곡(谷)에서 나와 천하가 밝아지기 때문에 양곡이라 한다."라고 하였다. 구십춘광(九十春光) 봄의 석 달 90일 동안을 말한다. 누항(陋巷) 공자의 제자 안회(顔回)의 안빈낙도(安貧樂道)를 뜻한다. 공자가 안회를 칭찬하기를, "한 그릇의 밥과 한 바가지의 물로 누추한 거리에 사는 것을 사람들은 그 근심을 견뎌 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을 바꾸지 아니하니, 어질구나 안회여.[一簞食一瓢飮, 在陋巷, 人不敢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回也.]"라고 하였다. 《論語 雍也》 우이(嵎夷) 해가 떠오르는 곳이다. 《서경(書經)》 〈요전(堯典)〉에 "희중(羲仲)에게 따로 명하여 우이(嵎夷)에 살게 하였으니 그곳이 바로 양곡(暘谷)이다. 떠오르는 해를 공손히 맞이하여 봄 농사를 고르게 다스리도록 하였다.[分命羲仲, 宅嵎夷曰'暘谷', 寅賓出日, 平秩東作.]"라는 말이 나온다. 궐리(闕里) 중국 산동성(山東省) 곡부(曲阜)에 있는 마을로 공자의 고향이다. 선천후천(先天後天) 우주의 본체와 만물의 본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송나라 소강절(邵康節)이 주역(周易)의 괘도(卦圖)를 해설하고 선천도(先天圖)와 후천도(後天圖)를 구분하여, "복희씨(伏羲氏)의 팔괘(八卦)는 선천(先天)이요, 주문왕(周文王)의 팔괘는 후천(後天)이다."라고 하였다. 삼십육궁(三十六宮) 삼십육궁은 64괘(卦)와 같은 것으로서 64괘 모두가 하나의 봄기운의 연속이라는 뜻이다. 성호(星湖) 이익(李瀷)은 삼십육궁과 관련하여, "64괘 중에 변역(變易)하는 괘가 8이니, 건괘(乾卦)·곤괘(坤卦)·감괘(坎卦)·이괘(離卦)·이괘(頥卦)·대과괘(大過卦)·중부괘(中孚卦)·소과괘(小過卦)이고, 교역(交易)하는 괘가 56이니, 둔괘(屯卦)·몽괘(蒙卦) 이하가 그것이다. 변역은 8괘가 각각 한 궁이 되고, 교역은 2괘가 합하여 한 궁이 된다."라고 하였다. 《星湖僿說 권20 經史門 三十六宮》 동군(東君) 봄을 맡은 신 이름이다. 봄은 동방(東方)과 청색(靑色)으로 대표되기 때문에 동제(東帝)· 동황(東皇)·청황(靑皇)·청제(靑帝) 등으로 불렸다. 건원(乾元) 《주역》 〈건괘(乾卦) 단(彖)〉에 이르기를, "위대하도다! 건원이여. 만물이 이를 힘입어 비롯하나니, 이에 하늘을 총괄하였도다.[大哉!乾,元 萬物資始, 乃統天.]"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주희(朱熹)의 《본의(本義)》에 의하면, "건원은 하늘의 덕의 큰 처음이므로, 만물이 생겨남에 있어 모두가 그것을 힘입어 시작으로 삼는 것이다.[乾元天德之大始, 故萬物之生, 皆資之以爲始也.]"라고 하였다. 누정 …… 뛰도다 연비어약(鳶飛魚躍)으로,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뛴다는 뜻으로, 만물이 각기 제자리를 얻어 이치가 환히 드러남을 형용한 말이다. 《중용장구》 제12장에 "《시경》에 이르기를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논다.' 하였으니, 상하에 이치가 밝게 드러남을 말한 것이다.[詩云, 鳶飛戾天, 魚躍于淵, 言其上下察也.]"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노는 현상은 다르지만, 그 이치는 같다는 뜻으로 쓰였다. 천군(天君) 사람의 마음을 의인화(擬人化)하여 일컫는 말이다. 《순자(荀子)》 〈천론(天論)〉에 "이목구비와 형체는 각각 접촉하는 것이 있어서 다른 것은 할 수 없으니, 대개 이를 천관이라 한다. 마음은 가운데 빈 곳에 있으면서 오관을 다스리니, 이를 천군이라 한다.[耳目鼻口形, 能各有接而不相能也, 夫是之謂天官, 心居中虛, 以治五官, 夫是之謂天君.]"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사단(四端)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측은히 여기는 마음은 인(仁)의 단서이고, 자신의 불선(不善)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불선을 미워하는 마음은 의(義)의 단서이고, 사양하는 마음은 예(禮)의 단서이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은 지(智)의 단서이다. 사람에게 이 네 가지 단서가 있는 것은 마치 사람의 몸에 사지가 있는 것과 같다.[惻隱之心, 仁之端也. 羞惡之心, 義之端也. 辭讓之心, 禮之端也. 是非之心, 智之端也. 人之有是四端也, 猶其有四體也.]"라고 하였다. 삼지일(三之日)·사지일(四之日) 3월·4월을 가리키는 말로, 《시경》 〈빈풍(豳風) 칠월(七月)〉에 "삼월에는 나가서 쟁기를 수리하고, 사월에는 뒤축 들고 밭갈이한다.[三之日于耟, 四之日擧趾.]" 에서 온 말이다. 봄옷 …… 미루어 공자의 제자 증점(曾點)이 "늦은 봄에 봄옷이 만들어지면 관을 쓴 벗 대여섯 명과 아이들 예닐곱 명을 데리고 기수에 가서 목욕을 하고 기우제 드리는 무우에서 바람을 쏘인 뒤에 노래하며 돌아오겠다.[暮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라고 자신의 뜻을 밝히자, 공자가 그가 유연(悠然)하고 쇄락(灑落)한 기상이 있는 것에 대해 깊이 감탄하며 허여한 내용이 《논어》 선진(先進)에 나온다. 하남(河南) 하남 출신인 북송(北宋) 때 성리학자 정이(程頥, 1033~1107)로, 자는 정숙(正叔), 시호는 정공(正公)이다. 하남(河南) 낙양(洛陽) 사람으로, 이천백(伊川伯)에 봉해져서 이천 선생이라 불린다. 정호(程顥)의 아우이며, 주돈이(周敦頥)의 문인으로, 이기(理氣) 철학을 제창하여 유학을 부흥시켰다. 저서에 《역전(易傳)》·《춘추전(春秋傳)》·《이정유서(二程遺書)》 등이 있다. 넓은 …… 편안한 집 광거안택(廣居安宅)으로 인(仁)을 뜻하는 말이다. 맹자(孟子)가 인을 '천하의 넓은 집[天下之廣居]'과 '사람의 편안한 집[人之安宅]'이라는 말로 표현한 데서 나온 것이다. 《孟子 滕文公下 公孫丑上》 광풍이 …… 청명함이로다 광풍제월(光風霽月)로, 인품이 고결하고 마음이 탁 트인 사람을 비유한다. 허백(虛白)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의 "빈방 안에는 흰빛이 생기고 거기에는 좋은 징조가 깃든다.[虛室生白, 吉祥止止.]"라는 말에서 유래하여, 마음이 청허(淸虛)하여 욕심이 없으면 도심(道心)이 절로 생겨나는 것을 의미한다. 지수(智水)는 …… 이루니 이 내용은 《맹자》 〈이루 하(離婁下)〉의 "근원이 좋은 물이 계속 흘러서 밤낮을 그치지 아니하여 구덩이가 가득 찬 뒤에 나아가 사해(四海)에 이른다.[原泉混混, 不舍晝夜, 盈科而後進, 放乎四海.]"라고 보이는데, 이는 사람의 학문이 끊임없이 진전하여 높은 경지에 이름을 비유한 것이다. 백조는 깨끗하도다 백조학학(白鳥鶴鶴)을 이르는 말로, 《시경》 대아(大雅) 영대편(靈臺篇)에, "왕이 영유에 계시니 거기 있도다. 우록은 탁탁하거늘 백조는 학학하도다. 왕이 영소에 계시니 아! 그득하게 고기가 뛰논다.[王有靈囿, 麀鹿攸伏, 麀鹿濯濯, 白鳥鶴鶴, 王在靈沼, 於牣魚躍.]"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 하리라 맹자가 양 혜왕을 보았을 때에 왕이 못 가에 있다가, 기러기와 사슴을 돌아보고 말하기를, "어진 사람도 이러한 것을 즐거워합니까?"라고 물었다. 맹자가 대답하기를, "어진 사람인 뒤에야 이러한 것을 즐거워할 수 있으니, 어질지 못한 사람은 비록 이를 갖고 있더라도 즐거워하지 못합니다.[孟子見梁惠王, 王立於沼上, 顧鴻鷹麋鹿曰: "賢者亦樂此乎?" 孟子對曰: "賢者而後, 樂此, 不賢者, 雖有此, 不樂也."]"라고 하였다. 《孟子 梁惠王上》 집구석에 …… 없고 불괴옥루(不愧屋漏)는 방안 깊숙한 곳에 있을 때에도 부끄럽지 않다는 뜻으로, 마음이 밝아서 혼자 있을 때에도 사심이 일어나지 않음을 말한다. 《시경》 〈억(抑)〉에 "네가 방에 있음을 보건대 옥루에 부끄럽지 않게 해야 한다.[相在爾室, 尙不愧于屋漏.]"라고 하였다. 원형이정(元亨利貞) 《주역》 〈건괘(乾卦)〉에 "건은 원하고 형하고 이하고 정하다.[乾, 元亨利貞.]"라고 하였다. 곧, 원형이정은 사물의 근본 원리라는 말인데, 원은 만물의 시(始)로 봄에 속하고 인(仁)이며, 형은 만물의 장(長)으로 하(夏)에 속하고 예(禮)이며, 이는 만물의 수(遂)로 추(秋)에 속하고 의(義)이며, 정은 만물의 성(成)으로 동(冬)에 속하고 지(智)가 된다. 장남헌(張南軒) 남송(南宋)의 성리학자 장식(張栻, 1133~1180)으로, 자는 경부(敬夫)·흠부(欽夫)·낙재(樂齋), 호는 남헌이다. 면죽(綿竹) 출신으로, 호굉(胡宏)에게 정자(程子)의 학문을 전수받았으며, 주희(朱熹)와 절친한 벗이기도 하다. 학자들이 그를 존경하여 남헌선생(南軒先生)이라 불렀으며, 주희·여조겸(呂祖謙)과 더불어 '동남(東南)의 삼현(三賢)'이라 불렸다. 저서에 《논어해(論語解)》, 《맹자설(孟子說)》, 《남헌역설(南軒易說)》, 《남헌집(南軒集)》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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