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양일 하루 전에 정북창484)의 시에 차운하다 2수 重陽前一日 次鄭北窓韻【二首】 구월 구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절기라 未當九九猶佳節내일 아침엔 흥취 끄는 게 많을 뿐 아니리 不獨明朝引興長뜨락에 국화 더디 피어 동이에 술이 없으니 庭菊遲開樽酒盡다시 중양일을 즐길 수 없을까 한탄한다네 更歎無以樂重陽상현485)의 밝은 달이 뜬 늦가을 밤에 上弦素月晩秋夜옛 친구와 담론하니 감회가 많아지네 舊契談論感思長국화를 따면 도잠의 뜻이 있는 듯하니486) 採菊如存陶子意일 년 중 어느 날이 중양이 아니겠는가 一年何日不重陽 未當九九猶佳節, 不獨明朝引興長.庭菊遲開樽酒盡, 更歎無以樂重陽.上弦素月晩秋夜, 舊契談論感思長.採菊如存陶子意, 一年何日不重陽? 정북창(鄭北窓) 북창은 정렴(鄭?, 1506~1549)의 호로, 자는 사결(士潔), 본관은 온양(溫陽)이다. 1537년(중종32) 진사시에 합격하고 포천 현감(抱川縣監)을 지냈다. 1545년(명종 원년) 아버지 정순붕(鄭順朋)이 윤원형(尹元衡)ㆍ이기(李芑) 등과 함께 을사사화를 일으켜 많은 선비를 죽이고 귀양 보내자, 벼슬을 그만두고 은거하였다. 성리학뿐만 아니라 천문ㆍ지리ㆍ의학ㆍ복서(卜筮)와 불교ㆍ도교에도 정통했고 그림과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 토정(土亭) 이지함(李之菡)과 더불어 조선의 3대 기인으로 꼽힌다. 상현(上弦) 음력 7~8일 경을 말한다. 국화(菊花)를……듯하니 국화는 도잠(陶潛)은 가장 좋아했던 꽃이다. 도잠은 전원생활을 하면서 술 마시는 것을 몹시 좋아하였는데, 일찍이 9월 9일 중양절에 술이 떨어졌다. 이에 집 동쪽의 울타리로 나가서 국화(菊花) 속에 앉아 국화꽃을 한 움큼 따 들고 먼 곳을 바라다보니, 석양빛 속에 흰옷을 입은 사람이 오고 있었는데, 바로 자사(刺史)로 있는 왕홍(王弘)이 보낸 술을 가지고 오는 심부름꾼이었다. 얼마 뒤에 도잠이 그 술을 마시고는 취한 다음에 돌아갔다는 고사가 있다. 《南史 卷75 隱逸列傳 陶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