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담승경(龜潭勝景) 10영 龜潭勝景十詠 산세가 물가의 돈대를 평탄히 이루니시원스레 세속의 풍진 위로 높이 솟았네창으로 커다란 천지 곧바로 받아들이니대장부의 마음 절로 열릴 만 하네【위는 호연정(浩然亭)이다.】작은 정자 높이 자리하고 큰 강 잔잔하니강에 뜬 달과 바위에 부는 바람 세상 일 다투지 않네우스워라 영천(穎川)에서 번거로이 귀 씻은 일103)한가로이 누워 마음 씻는 것만 못하다네【위는 침벽정(枕碧亭)이다.】갠 하늘의 기상 강가에 가득하니해 따뜻하고 바람 온화하여 만물에 봄기운이네만약 행단(杏壇)104)에 단비 내린 뒤를 본다면한 곡조 옥 비파 가락에 노래 읊으며 돌아가는 사람 있을 것이네105)【위는 영고정(詠高亭)이다.】정자 아래 맑은 물결 거울과 같이 밝고물가의 모래와 돌 온통 얼음처럼 맑네초췌한 강가의 객이 될 필요는 없으니106)함부로 먼지 쌓인 갓끈 씻어 맑은 물을 더럽힌다네107)【위는 탁청정(濯淸亭)이다.】바위로 이루어진 평평한 돈대에서 푸른 못을 굽어보니은빛 상자에서 꺼낸 새로운 거울처럼 밝네허명(虛明)하여 본래부터 티 없이 맑으니하늘의 빛 비추어 구름 그림자 적실 수 있네【위는 광영대(光影臺)다.】어느 해에 조화옹이 쇠를 정밀하게 단련하였는가벽돌 두른 못 속에 만고(萬古)의 정 품고 있네맑고 탁함과 얕고 깊음 때에 따라 숨었다 드러나니옥은 천질(天質)과 같아 더욱 굳세고 곧네【위는 은현암(隱見巖)이다.】여섯 마리 자라 그 당시 삼신산(三神山)을 잃었으니108)한 점 서쪽으로 흘러 이곳에 떨어졌네봉우리 가득한 옥 나무 겹겹이 푸른빛 짙으니이슬이 바윗가의 향초 자란 물굽이에 떨어지네【위는 적취봉(滴翠峯)이다.】학 기르는 고고한 사람 이미 선골(仙骨)을 이루었으니서호(西湖)의 풍물(風物) 달이 천년 동안 비추네109)이곳을 서호라 명명한 것 어찌 뜻이 없겠는가매화 핀 정자 저녁 안개에 잠겨 있음을 길이 아쉬워하네【위는 서호다.】평평한 들판 일대의 작은 시냇가정자 앞에 이르자마자 곧장 합류하네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깊은 밤 밝은 달 아래여울물 굽이굽이 옥경(玉磬)110) 소리 내는 것이라네【위는 동계(東溪)다.】맑은 강 남쪽 두둑 작은 물가의 모래붉은 여뀌와 푸른 잔디 그 사이엔 들꽃 피었네언덕 위 몇 집에서 연기 가늘게 피어나니한 가닥 고르게 펼쳐 푸른 노을을 두르네【위는 남주(南洲)다.】 山勢平成水上臺廓然高出世風埃軒窓直納乾坤大大丈夫心自可開【右浩然亭】小亭高壓大江平水月巖風世不爭堪笑穎川煩洗耳不如閒臥洗心情【右枕碧亭】晴天氣象藹江濱日暖風和萬物春若見杏壇時雨後一聲瑤瑟咏歸人【右詠高亭】亭下澄瀾似鏡明水邊沙石盡冰淸不須憔悴江潭客慢濯塵纓汚淨泓【右濯淸亭】石作平臺俯碧潭瑩如新鑑啓銀函虗明本自澄無累能照天光雲影涵【右光影臺】何年造化鍊金精盤磚潭心萬古情淸濁淺深隨隱見玉如天質更堅貞【右隱見巖】六鰲當日失三山一點西流落此間滿峯瓊樹濃層翠露滴巖邊芳草灣【右滴翠峯】養鶴高人骨已仙西湖風物月千年此中名命寧無意長恨梅亭鎖暮烟【右西湖】平郊一帶小溪頭纔到亭前便合流最愛夜深明月下灘聲曲曲玉鳴球【右東溪】淸江南畔小汀沙紅蓼靑莎間野花岸上幾家烟細起平鋪一抹帶靑霞【右南洲】 영천(穎川)에서……일 요(堯)임금 때의 은사(隱士)인 허유(許由)가 일찍이 기산(箕山) 아래 영천(穎川)에 은거하였는데, 요임금이 제위를 맡기려 하자 이를 거절하면서 귀를 씻었다는 고사가 전한다. 행단(杏壇) 공자가 학문을 강론하던 곳이다. 《장자(莊子)》 〈어부(漁父)〉에, "공자가 치유의 숲에 노닐고 행단의 위에 앉아 쉴 적에 제자들은 글을 읽고 공자는 노래하며 거문고를 탔다.[孔子遊於緇帷之林 休坐乎杏壇之上 弟子讀書 孔子絃歌鼓琴]"라 하였다. 한……것이네 '노래 읊으며 돌아간다'는 것은 한가로이 자연을 노니는 것을 말한다. 《논어》 〈선진(先進)〉에, 공자가 증점(曾點)에게 장래 포부를 물어보자 그가 타고 있던 비파를 내려놓으며 말하기를 "늦은 봄에 봄옷이 만들어지면 관을 쓴 벗 대여섯 명과 아이들 예닐곱 명을 데리고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을 쐰 뒤 시를 읊으면서 돌아오겠습니다."[暮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라 하였다는 고사가 전한다. 초췌한……없으니 초나라 굴원(屈原)을 가리키는 말이다. 굴원의 〈어부사(漁父辭)〉에, "굴원이 쫓겨나 강담에서 노닐고 못가를 거닐면서 시를 읊조리매 안색이 초췌하고 행색에 생기가 없었다.[屈原旣放 游於江潭 行吟澤畔 顔色憔悴 形容枯槁]"라 하였다. 함부로……더럽힌다네 '갓끈을 씻는다'는 것은 진속(塵俗)을 초탈하여 자신의 고결한 신념을 지키는 것을 뜻하는 행위다. 굴원의 〈어부사(漁父辭)〉에,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我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我足]"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 여섯……잃었으니 '삼신산(三神山)'은 봉래(蓬萊)‧방호(方壺)‧영주(瀛洲) 세 신산(神山)을 가리킨다.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의하면, 발해(渤海)의 동쪽에는 대여(岱輿), 원교(員嶠), 방호(方壺), 영주(瀛洲), 봉래(蓬萊)라는 다섯 신산(神山)이 있는데, 이 산들이 조수(潮水)에 밀려 표류(漂流)하여 정착하지 못하므로, 천제(天帝)가 이 산들이 서극(西極)으로 흘러가 버릴까 염려하여 큰 자라 열다섯 마리로 하여금 이 산들을 머리에 이고 있게 하였다. 이에 비로소 정착하게 되었는데, 뒤에 용백국(龍伯國)의 거인(巨人)이 단번에 자라 여섯 마리를 낚아감으로 인하여 대여, 원교 두 산은 서극으로 표류해 버리고, 방호, 영주, 봉래 세 산만 남았다고 한다. 학……비추네 '서호(西湖)'는 중국 절강성(浙江省) 항주(杭州)의 서쪽 고산(孤山) 옆에 있는 호수다. 송(宋)나라 때의 처사 임포(林逋)가 이곳에 은거하여 20년 동안 성시(城市)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채 처자 없이 매화를 심고 학을 기르며 사니, 당시 사람들이 그를 매처학자(梅妻鶴子)라 일컬었다. 《宋史 卷457 林逋列傳》 옥경(玉磬) 원문은 '명구(鳴球)'로, 곧 옥경을 가리킨다. 《서경》 〈익직(益稷)〉에, "명구를 치고 거문고와 비파를 타며 노래를 읊으니, 조고가 오시어 우빈의 자리에서 제후들과 덕으로 사양한다.[戞擊鳴球 搏拊琴瑟 以詠 祖考來格 虞賓在位 群后德讓]"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