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삼근에게 주다 贈上人三勤 병서이다. 지리산의 승려 삼근이라는 자가 와서 시축을 보여주고는 나에게 속초7)하여 줄 것을 청하였다. 원운은 바로 백헌(白軒) 상공8)이 지은 것인데, 백강(白江)과 잠곡(潛谷)9) 등 여러 재상 및 당시의 이름난 이들이 모두 이에 화답하였다. 나는 평소에 영동10)의 산수로 아주 들어가는 것을 꿈에 그렸으나, 병들어 아직까지 유람도 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삼근이 여러 공의 시에 화답할 것을 청함을 인하여 붓을 끌어다 시구를 완성하여 그 영동의 산수에 대해 적노니, 나의 시의 뜻을 보는 자는 혹 나를 불러서 전원으로 돌아가려는 흥취가 있을 것이다.대관령 너머 신선 세상을평생을 병들어 유람하지 못하였네승려를 만남에 그곳 뛰어난 경치를 말하니시골 초막에 누워있는 내 신세 부끄러워라구름과 노을의 말에 귀를 씻고산과 물의 이야기에 마음을 깨우치리라어느 해에나 대지팡이 한 자루 짚고바다 동남쪽 땅 마음껏 구경할거나 【幷序。 智異山僧三勤者。 來示詩軸。 請余續貂。 原韻乃白軒相公作。 白江潛谷諸相曁一時名流皆和之。 余平生夢想長入嶺東山水而病未得遊者。 仍三勤而請和諸公詩。 援筆成句。 以書其東嶺之山水。 覽余詩意。 或有招我歸來之興否耶。】嶺外神仙界平生病未探逢僧說勝地愧我臥郊菴洗耳雲霞語醒心山水談何年一竹杖遊盡海東南 속초(續貂) '구미속초(狗尾續貂)'의 준말로, 졸렬한 시(詩)로 뛰어난 시를 이어 짓는다는 뜻의 겸사(謙辭)이다. 이는 고대에 임금을 가까이서 보필하는 높은 관리들은 담비의 꼬리로 관의 장식을 썼는데, 진(晉)나라 때 조왕(趙王) 사마륜(司馬倫)이 조정의 정사를 전단하면서 봉작(封爵)을 너무 많이 내린 나머지 담비 꼬리가 부족하여 개 꼬리로 보충하였던 데서 유래하였다. 《晉書 卷59 趙王倫列傳》 백헌(白軒) 상공 이경석(李景奭, 1595~1671)으로, 백헌은 그의 호이다.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상보(尙輔)이다. 김장생(金長生)의 문인으로, 양관(兩館) 대제학 등을 거쳐 인조 말년에 영의정을 역임하였고, 1659년(현종 즉위년) 영돈녕부사(領敦寧府事)로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갔다. 저서로는 《백헌집(白軒集)》이 있다. 백강(白江)과 잠곡(潛谷) 이경여(李敬輿, 1585~1657)와 김육(金堉, 1580~1658)으로, 백강은 이경여의 호이고, 잠곡은 김육의 호이다. 이경여는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직부(直夫),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세종(世宗)의 7대손으로, 1609년(광해군1)에 문과에 급제하였고, 전라도와 경상도 관찰사, 형조 판서, 우의정, 영의정을 역임하였다. 김육은 본관은 청풍(淸風), 자는 백후(伯厚)이다. 1605년(선조38) 진사시에 급제하였고, 1624년(인조2)에 문과에 급제하였다. 이후 대사헌, 우의정, 좌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하였다. 저서로는 《구황벽온방(救荒辟瘟方)》이 있다. 영동(嶺東) 강원도 대관령 동쪽 지역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