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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에서 감흥이 있어 짓다 山齋有感 아, 나는 백발의 늙은 서생이니 (嗟余白髮老書生)구구하게 한 기예도 이름이 난 것이 없네 (未有區區一藝名)산재의 병상에서 신음하며 괴로우니 (山齋病榻呻吟苦)누가 무궁하여 미치지 못하는 마음을 알리오 (誰識無窮靡逮情) 嗟余白髮老書生。未有區區一藝名。山齋病榻呻吟苦。誰識無窮靡逮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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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범【계호】에 대한 만사 挽閔仲範【啓鎬】 향당에는 옛 친구들 점점 줄어드니 (鄕黨舊交漸覺稀)오늘 우리 공 저승으로 갈 줄 누가 알았으랴 (誰知今日我公歸)이른 나이에 경영하여 집이 윤기가 났고 (早年經紀屋生潤)만년에 높이 올라 이름이 더욱 빛났네 (晩際騰揚名益輝)양대에 걸친 끈끈한 정 잊을 수 없고 (兩世綢繆難可忘)함께 늙다 이별하니 다시 누구를 의지하랴 (同衰分散更誰依)오봉의 경치를 함께 유람하였으니 (五峯水石徑行處)보는 것마다 상심하여 눈물이 옷깃을 적시네 (觸目傷心淚滿衣) 鄕黨舊交漸覺稀。誰知今日我公歸。早年經紀屋生潤。晩際騰揚名益輝。兩世綢繆難可忘。同衰分散更誰依。五峯水石徑行處。觸目傷心淚滿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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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에 즉흥으로 읊다 初冬卽事 썰렁한 산재에 거처하기 어려우니 冷落山齋不可居절서가 삼여327)를 만난 것에 깜짝 놀라네 飜驚歲序値三餘나무숲이 모두 낙엽 지니 산 모습이 깨끗하고 樹林盡脫山容淨눈과 달이 서로 비추니 밤경치가 환하구나 雪月交輝夜色虛노년에 비단옷과 고기의 봉양을 어찌 바라랴328) 那望老年供帛肉외려 낡은 책을 가져다가 좀벌레를 제거한다오 猶將敗冊掃蟫魚새벽에 일어나 앉으매 맑고 한가로우니 曉頭起坐淸無事몸과 마음이 본성을 회복함을 거의 보겠노라 庶見身心復性初 冷落山齋不可居, 飜驚歲序値三餘.樹林盡脫山容淨, 雪月交輝夜色虛.那望老年供帛肉? 猶將敗冊掃蟫魚.曉頭起坐淸無事, 庶見身心復性初. 삼여(三餘) 학문하거나 독서하는 데 가장 좋은 세 가지 여가(餘暇)로, 본디 한 해의 여가인 겨울, 하루의 여가인 밤, 한 철의 여가인 장마철을 이르는데, 여기서는 겨울을 두고 말한 것이다. 노년에……바라랴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나이 오십에는 비단이 아니면 따뜻하지 않고, 나이 칠십에는 고기가 아니면 배부르지 않다. 따뜻하지 못하고 배부르지 못한 것을 소위 춥고 배고프다고 하는데, 옛날 문왕의 백성 중에는 춥고 배고픈 늙은이가 없었다.[五十非帛不煖, 七十非肉不飽. 不煖不飽, 謂之凍餒, 文王之民無凍餒之老者.]"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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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하중에게 보이다 示孫兒夏重 원기는 바로 태화이니 元氣是太和봄바람이 온갖 화기를 편다오 春風暢萬和마음의 화기와 기운의 화기 心和與氣和이것은 한 몸의 화기로세 是則一身和이를 미루어 집안과 나라의 화기를 이루니 推致家國和오만 상서가 한 화기에 달려 있다네 萬祥在一和 元氣是太和, 春風暢萬和.心和與氣和, 是則一身和.推致家國和, 萬祥在一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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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형 백언84)이 방문하다 族兄伯彥見訪 이별한 뒤에 아득히 세월이 흘러 (別後茫茫歲月深)오산으로 가는 길에 다시 왕림하였네 (鰲山歸路更光臨)맑은 바람 부는 탁자에 진면목이 열리고 (淸風一榻開眞面)찬 달빛 비치는 밤에 고인의 마음을 강론하네 (寒月中宵講古心)사업하는 것 예전처럼 하지 말고 (克將事業休依舊)용맹하게 공부하는 것 결단코 지금부터 하세 (勇下功夫斷自今)내일 아침 다시 강남의 약속 잡을 것이니 (明朝復有江南約)국화 피고 단풍 드는 팔월 숲에서 만나세 (黃菊丹楓八月林) 別後茫茫歲月深。鰲山歸路更光臨。清風一榻開眞面。寒月中宵講古心。克將事業休依舊。勇下功夫斷自今。明朝復有江南約。黃菊丹楓八月林。 백언(伯彥) 정시림(鄭時林)의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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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서 김 선생의 경석정85)에 올라 원운에 삼가 차운하다 登河西金先生竟夕亭。謹次原韻 선정이 어느 때 이 강단을 세웠는가 (先正何時築此壇)필암서원 위 난봉이 높이 솟았네 (筆巖之上卵峯端)오랜 세월을 겪은 산천의 정기가 예스럽고 (山川閱劫精輝古)서리 맞은 송죽은 절조가 굳세네 (松竹經霜節操寒)해는 충심을 비춰 집 모서리에 걸렸고 (日照丹衷懸屋角)비는 맑은 눈물에 더해져 정자 난간에 뿌리네 (雨添淸淚灑亭欄)가을 못 같은 맑은 도맥 천년에 흐르니 (秋潭道脈流千載)사숙한 여생은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 (私淑餘生不亦歡) 先正何時築此壇。筆巖之上卵峯端。山川閱劫精輝古。松竹經霜節操寒。日照丹衷懸屋角。雨添清淚灑亭欄。秋潭道脈流千載。私淑餘生不亦歡。 경석정(竟夕亭) 1590년(선조23) 호남 유림들이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1510~1560)의 도학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필암서원(筆巖書院)에 있는 정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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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천으로 가는 도중에 박생 경립140)의 시에 화운하다 福川途中和朴生景立 어느새 나이가 노년이 되었으니 (冉冉時華際暮年)무단히 나그네 되어 또 즐겁게 노니네 (無端爲客且留連)지팡이 짚고 함께 묵으니 유봉에 달이 떴고 (一筇伴宿酉峯月)손을 잡고 돌아가니 서석산엔 안개가 끼었네 (雙袖携歸瑞石煙)쓸데없는 생각은 노쇠하여도 그치지 않고 (浮想不隨衰境歇)빈궁한 생활 속에서 어지러운 세상일에 이끌림이 많네 (窮途多被世紛牽)평소의 회포 누구에게 말하랴 (平生襟抱向誰語)술잔 기울이며 몇 곡조 호탕한 노래 부르네 (數曲浩歌樽酒邊) 冉冉時華際暮年。無端爲客且留連。一笻伴宿酉峯月。雙袖携歸瑞石烟。浮想不隨衰境歇。窮途多被世紛牽。平生襟抱向誰語。數曲浩歌樽酒邊。 박생 경립(朴生景立) 박준기(朴準基, 1864~1940)이다. 본관은 밀양(密陽), 자는 경립, 호는 겸산(謙山)이다. 저서에 『겸산유고(謙山遺稿)』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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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생의 운에 화운하다 和諸生韻 붉은색 푸른색 짙게 물들어 수놓은 옷과 같으니 (稠紅積翠繡如衣)여기에서 춘심이 다 드러나네 (到此春心盡發揮)양자강141) 가에 아침 비가 그치고 (楊子江頭朝雨歇)구지산 위에 저녁 구름 얕게 끼었네 (九芝山上暮煙微)노쇠한 나이에 병이 많아 늘 병상에 누웠고 (衰年多病常支枕)궁벽한 곳 사람이 없어 늘 사립문을 닫았네 (僻地少人長掩扉)육십의 나이 되돌릴 수 없으니 (六十光陰追不得)세간에서 아주 못난 사람이 된 것 부끄럽네 (世間愧作下愚歸) 稠紅積翠繡如衣。到此春心盡發揮。楊子江頭朝雨歇。九芝山上暮烟微。衰年多病常支枕。僻地少人長掩扉。六十光陰追不得。世間愧作下愚歸。 양자강(楊子江) 능주천이 화순군 이양면 강서리 예성산 아래 송석정에 이르면 양자강 또는 용강(龍江)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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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사6)에서 돌아오며 自下沙歸 함연7)에서 강론 파하고 돌아가고픈 마음 일어 (函筵講罷動歸心)다시 황룡강8)을 건너니 강물이 깊네 (回渡黃龍江水深)백발이 성성한 부모님은 사립문 아래에서 (白髮吾親蓬蓽下)저녁이면 애타게 기다린 날 많았으리 (應多暮暮倚閭尋) 函筵講罷動歸心。回渡黃龍江水深。白髮吾親蓬蓽下。應多暮暮倚閭尋。 하사(下沙) 기정진이 거처하며 강학하던 곳으로, 노산(蘆山) 아래에 있다. 정의림은 당시에 기정진의 문하에서 수업하였다. 함연(函筵) 선생(先生)이나 장자(長者)가 앉는 자리로, 함장(函丈)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황룡강(黃龍江) 전라남도 장성군, 나주시, 광주광역시 광산구를 흐르는 하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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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에 한식을 만나다 途中寒食 도중에 한식을 만나니 (行路逢寒食)집집마다 다투어 묘소에 가네 (家家競上墳)우리 가야동을 생각하니 (想我伽倻洞)사람은 없고 풀만 절로 향기로우리 (無人草自薰) 行路逢寒食。家家競上墳。想我伽倻洞。無人草自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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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봉【재한】에게 보냄 與鄭玖鳳【在翰】 지난번 왕림해주셔서 매우 고마웠습니다. 뜻하지 않게 인편을 통해 일간 형의 체후가 평안하시다고 들었으니 더욱 듣고자 했던 바입니다. 아우는 평범하고 보잘것없이 예전처럼 지내고 있으니 얘기할 만한 일이 있겠습니까. 존선(尊先)에 관한 글은 형께서 이미 명을 내리셨으니 감히 적절한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양할 수 없어 이렇게 지어 올립니다. 만약 자세히 말씀해 주실 것이 있다면 다시 보여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재기(齋記)는 감히 망령되이 함부로 짓지 못하겠기에 아직 붓을 들지 못하였습니다. 남겨두고 훗날의 인편을 기다릴 생각입니다. 向承枉屈。何等感祝。謂外便頭得聞日間兄體衛重。尤副願聞。弟碌碌依遺。有何可提。尊先文字。兄旣有命。不敢以非其人辭。玆以書呈。如有示備。更以下示如何。齋記不敢妄焉。而姑未下筆。留俟後便爲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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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경방의 회갑에 병으로 가지 못하고 뒤미처 화답하다 敬方弟回甲日有病未往追後賡韻 아득한 인간사 허송세월 보내기 쉬우니 (悠悠人事易蹉跎)그대의 머리 나처럼 벌써 백발이 성성하네 (若髮如吾白已多)안색을 뵐 길이 없으니 바람과 빗소리에도 놀라고 (承顔無路驚風水)회갑이 되니 부모님 생각에 눈물이 나겠지 (降甲回辰泣蔚莪)남극성의 새 그림191)에는 상서로운 빛이 발하고 (南極新圖呈瑞彩)한담의 축수 잔에는 맑은 물결이 일렁이네 (寒潭壽酒動淸波)내 병이 들어 직접 가지 못하니 (我有沈痾躬未造)애써 운자를 따라 괴롭게 읊조리네 (强占續韻苦吟哦) 悠悠人事易蹉跎。君髮如吾白已多。承顔無路驚風水。降甲回辰泣蔚莪。南極新圖呈瑞彩。寒潭壽酒動清波。我有沈痾躬未造。强占續韻苦吟哦。 남극성의 새 그림 남극성(南極星)은 일명 노인성(老人星)이라고도 하는데, 이 별은 인간의 수명을 관장한다고 한다. 남극성의 신선을 그린 그림으로 장수를 축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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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휴192) 대인의 회갑시에 화운하다 和李基休大人回甲韻 이전 갑자가 다시 돌아온 을사년(1905, 고종42) 가을 (舊甲再廻乙巳秋)떠들썩한 하객이 산 누대에 가득하네 (譁然賀客滿山樓)생일에 멀리 가신 부모님 생각 더욱 간절하고 (桑弧追切音容遠)풍수의 감회193)에 지나간 세월 문득 놀라리 (風樹翻驚歲月流)늘그막에 근심이 없는 것 효자 때문이고 (老境無憂由子孝)덕문에서 복을 누리는 것 수신 덕분이네 (德門享福賴身修)누가 알았으랴 우리들 오늘날에 남아 (誰知吾輩在今日)태평시대에 장수하여 이런 놀이 함께 할 줄을 (壽域升平共此遊) 舊甲再廻乙巳秋。譁然賀客滿山樓。桑弧追切音容遠。風樹翻驚歲月流。老境無憂由子孝。德門享福賴身修。誰知吾輩在今日。壽域升平共此遊。 이기휴(李基休) 1868~?. 자는 사온(士溫), 본관은 광산(光山)이다. 풍수의 감회 어버이가 세상을 떠나 다시는 봉양할 수 없는 자식의 슬픔을 말한다. 공자가 주(周)나라 우구에게 슬피 통곡하는 이유를 물으니,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가 기다려 주시지 않는다.[夫樹欲靜而風不停, 子欲養而親不待.]"라고 대답했다고 하며, 이를 풍수지탄이라 한다. 『孔子家語 致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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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집【재성】에게 답함 答梁大集【在成】 영계(令季 상대방의 막내아우)가 산으로 돌아가서 흔들리는 일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다행입니다. 다만 부모님의 체후가 좋지 않은 일이 매우 놀랍고 염려스럽습니다. 그러나 신이 정성과 효심을 살펴주어 반드시 앞으로 오래지 않아 일상을 회복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선부인(先夫人 상대방의 어머니)의 묘지명(墓誌銘)은, 제가 이미 대군자(大君子 상대방의 아버지)의 문하에서 은혜를 입었으니, 어버이를 빛나고 영예롭게 하는 효성이 어찌 중대하지 않겠습니까. 아우 같은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천한 존재이니 어찌 인가(人家)에서 영원히 전해질 문장에 손을 댈 수 있겠습니까. 다만 서로 친한 정의(情誼) 때문에 감히 굳이 사양하지 못하고 마침내 붓에 먹을 적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쓸모없는 원고로 던져 버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令季還山。聞無所撓。爲幸爲幸。但庭候欠和之節。極爲驚慮。然神相誠孝。必將不久復常。以是爲望。先夫人誌銘。旣已受賜於大君子之門。其所以爲顯親之孝。豈不大哉。如弟者埋沒賤生。何可犯手於人家不朽之文也。特以相親之誼。不敢牢讓。果至泚筆。然投諸散墨。如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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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 김문현98)【규원】과 노닐다 與金友文現【奎源】遊 강남의 아침 비에 나그네는 옷을 추어올리고 (江南朝雨客褰衣)이끼 낀 뜰을 소제하려 사립문을 여네 (爲掃苔庭闢草扉)생애는 분수에 따르니 마음은 외물과 다툼이 없고 (生涯隨分心無競)학업은 과정이 있으니 지의는 돌아갈 곳이 있네 (學業登程志有歸)태곳적 정신은 바람과 달 속에서 좋고 (太古精神風月好)석양녘 경치는 이내와 구름 속에서 희미하네 (夕陽景色靄雲微)부춘산99)은 어디인가, 내 은거하려 하니 (富春何處吾將隱)그대 가서 한번 옛 낚시터를 보라 (君去試看古釣磯) 江南朝雨客褰衣。爲掃苔庭闢草扉。生涯隨分心無競。學業登程志有歸。太古精神風月好。夕陽景色靄雲微。富春何處吾將隱。君去試看古釣磯。 김문현(金文現) 문현은 김규원(金奎源, 1852∼1895)의 자이다. 부춘산(富春山) 후한(後漢) 때 은사(隱士)인 엄광(嚴光)이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의 부름을 완곡하게 거절하고 부춘산에 들어가 은거하며 동강에서 낚시로 소일하였다. 8구에 낚시터가 있으므로 낚시한 이야기가 주석에 보여야 할 듯합니다.) 『後漢書 卷83 逸民列傳 嚴光』예로부터 고사(高士)가 은거하는 곳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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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빙치를 출발하다 早發冰峙 오늘 아침 또 서석산으로 향하니 (今朝又向瑞山行)구름과 안개 걷히고 해가 또 밝게 비추네 (雲捲煙消日復明)길이 더욱 깊어져 명승지로 가까워지니 (一路轉深佳境近)숲의 벌레와 들의 새가 가을 소리를 내누나 (林蟲野鳥動秋聲) 今朝又向瑞山行。雲捲烟消日復明。一路轉深佳境近。林虫野鳥動秋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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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생 낙경의 시에 화운하다【안상】 和朴生樂卿【顔相】 그대 나를 따라 매일 노니는 것 고마우니 (感君從我每留連)자질이 휼륭한 묘령의 소년일세 (玉樹瓊叢妙少年)우리들 기대하고 면려하는 건 다른 일이 아니라 (吾儕期勉無他事)사람과 하늘에 부끄럽지 않는 것이라네 (不愧於人不愧天) 感君從我每留連。玉樹瓊叢妙少年。吾儕期勉無他事。不愧於人不愧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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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생 사증148)과 함께 칠송의 강회에 참석하다 偕洪生士拯赴七松講會 금릉에는 아침 비가 지나가고 (金陵朝雨過)입암149)의 들판에는 춘풍이 많이 부네 (笠野春風多)좋은 벗과 지팡이를 나란히 하여 가니 (好友連筇去)옷깃에 화평한 기운 가득하네 (滿襟是太和) 金陵朝雨過。笠野春風多。好友連笻去。滿襟是太和。 홍생 사증(洪生士拯) 홍승환(洪承渙, 1870~?)이다. 본관은 풍산(豐山), 자는 사증이다. 입암(笠巖) 전라남도 장성(長城)과 전라북도 정읍(井邑) 사이에 있는 입암산성을 가리킨다. 입암은 산봉우리에 삿갓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가 얹혀 있어 비롯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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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생 경함이 봄을 전별하는 날에 시를 지어주니 사례하지 않겠는가 黃生景涵餞春日有贈可無謝 이날 봄을 전별함이 배로 슬프니 (此日餞春倍悵然)백발 나이에 떨어지는 꽃 앞에 앉아 있네 (白頭坐對落花前)몇 통의 정중한 편지 마음이 얼마나 지극한가 (數書珍重情何極)지척에 떨어져 있으니 마음은 절로 가련하네 (咫尺離違意自憐)늘그막에 부지함은 누구에게 의지하랴 (衰境扶持賴誰在)소년의 영특함은 어진 그대에게서 보겠네 (少年英秀見君賢)때를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연마한다면 (及時好着磨礱力)하자가 없이 정채가 온전하리라 (無玷無瑕精釆全) 此日餞春倍悵然。白頭坐對落花前。數書珍重情何極。 咫尺離違意自憐。衰境扶持賴誰在。少年英秀見君賢。及時好着磨礱力。無玷無瑕精釆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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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화일【원식】에게 답함 答范華一【瑗植】 아름다운 복장과 얼굴에 좋은 풍모와 거동이 마음과 눈에 그윽하니, 어느 날인들 잊을 수 있겠는가? 한 폭의 편지를 뜻밖에 받았으니, 위로되고 후련한 마음 한자리에서 정답게 이야기 나누는 것과 다르지 않았네. 인하여 어버이 곁에서 화락하게 모시는 체후와 절도가 모두 복된 줄 알았으니, 벗이 듣고 싶은 것이 어찌 이것보다 더한 것이 있겠는가? 그대의 공부 또한 길이 진보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네. 편지에서 이른바 퇴보만 있고 진보는 없다고 한 것은 분비(憤悱)97)하여 반성하고 점검해야 할 곳이 아니겠는가? 의사를 너그럽게 가지고 과정을 엄격하게 세워 오래 되면 절로 도달하는 곳이 있을 것이니, 절대로 미적거리며 예전처럼 시간만 보내서는 불가할 것이네. 蘭衿芝宇。婉孌風儀。黯黯心目。何日可忘。一幅心畫。獲之不意。慰豁無異盍席款洽也。因審侍旁雍容。候節百福。知舊願聞。曷以愈此。盛課想亦長進。來喩所謂有退無進。非憤悱省檢處乎。寬着意思。嚴立課程。久之自有所到。切不可因循依樣以過時也。 분비(憤悱) 몰라서 분하게 여기고 표현을 못해서 답답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논어》 〈술이(述而)〉에 "분하게 여기지 않으면 내가 알려 주지를 않고, 답답하게 여기지 않으면 내가 틔워 주지를 않는다.〔不憤不啓, 不悱不發.〕"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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