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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에 살다 棲碧 청산에 살며 자취 감추고 세상을 잊으니 棲碧藏蹤忘世情그 누가 나를 모욕하거나 영화롭게 할 수 있으랴 孰能使辱孰能榮끝없는 풍월은 모두 주인 되어 소유하고 無邊風月都爲主빼어난 강산은 공경 자리와도 바꾸지 않으리 絶勝江山不換卿문호가 길이 적막하다고 말하지 마소 門戶休言長寂寞마음이 절로 청명해지는 게 기쁘다오 心胸惟喜自淸明일상생활에 귀착할 곳을 찾아야 하니 要須日用尋歸宿성경 두 자를 평생 마음에 간직하리라 二字生平有敬誠 棲碧藏蹤忘世情, 孰能使辱孰能榮?無邊風月都爲主, 絶勝江山不換卿.門戶休言長寂寞, 心胸惟喜自淸明.要須日用尋歸宿, 二字生平有敬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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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뜬 밤에 벗 문계원77)【송규】을 만나다 月夕逢文友啓元【頌奎】 하늘에 달 뜬 밤 벗이 산당에 도착하니 (友到山堂月到天)옷깃을 부여잡고 악수한 뒤에 서연에 함께 앉았네 (携襟握手共書筵)진실된 공부 마음에 보존하지 못하였고 (實功未得存心上)학문의 힘은 극기 공부를 온전히 하기 어렵네 (學力難全克己邊)생애는 번화한 속진에서 허비하지 말고 (生涯莫促繁華界)사업은 건장한 나이에 용감하게 도모하게 (事業勇圖強壯年)더구나 부모님 살아계시고 형제 무고한 날 (況在俱存無故日)인생의 운수 십분 온전한 데이랴 (人生氣數十分全) 友到山堂月到天。携襟握手共書筵。實功未得存心上。學力難全克已邊。生涯莫促繁華界。事業勇圖強壯年。況在俱存無故日。人生氣數十分全。 문계원(文啓元) 문송규(文頌奎, 1859~1888)이다. 자는 계원, 호는 귀암(龜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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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견이 잡초 우거진 뜰을 소제하는 것을 보고 정애산과 함께 짓다 見安舜見掃除庭穢與鄭艾山同題 구주134)에 나쁜 기운이 가려 밝지 않은데 (九有氛塵蔽不明)구구하게 어찌 한 뜰만 깨끗하게 하는가135) (區區安事一庭淸)앞으로 이 빗자루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 (將來此箒休輕用)다만 마음이 전일하여야 절로 깨우치리라 (只合靈臺自喚惺) 九有氛塵蔽不明。區區安事一庭清。將來此箒休輕用。只合靈臺自喚惺。 구주(九州) 중국 전체를 뜻하는 말로, 여기서는 천하의 의미이다. 한……하겠는가 후한(後漢) 진번(陳蕃)이 어렸을 적에 설근(薛勤)이 "아동은 어찌하여 소제를 하고서 빈객을 맞지 않는가."라고 묻자, 진번이 "대장부가 세상에 처하여 응당 천하를 소제해야지, 어찌 하나의 집을 일삼겠습니까.[大丈夫處世當掃除天下, 安事一室乎?]"라고 한 고사가 있다. 『後漢書 陳蕃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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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삼136)【경진】의 시에 화운하다 和朴孝三【璟鎭】 객지에서 봄 세 달 동안 뜰을 나가지 않고 (爲客三春不出庭)뜰 앞 풀빛이 푸른 것만 보네 (庭前草色只看靑)자주 단란하게 모여 즐기는 것 아끼지 말라 (莫惜頻頻團聚好)새벽별과 같은 노년의 나이 탄식할 만하네 (堪嗟年輩若晨星) 爲客三春不出庭。庭前草色只看青。莫惜頻頻團聚好。堪嗟年輩若晨星。 박효삼(朴孝三) 박경진(朴璟鎭, 1897~?)이다. 본관은 밀양(密陽), 자는 효삼, 호는 묵헌(默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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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오【규환】의 시에 화운하다【2수】 和梁文五【奎煥二首】 이내 몸이 우연히 천태산에 머무르니 (此身偶爾住天台)신선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다는 말을 들었네 (聞有仙蹤處處開)십 년 동안 속진의 상념 떨쳐 버리지 못했는데 (十年塵想消難遣)더구나 금단의 소식222) 오기를 바라랴 (况望金丹消息來)그대와 헤어져 무슨 일로 천태산에 들어왔나 (離君何事入天台)쓸쓸한 회포 펼치기 어렵네 (襟抱涼涼苦未開)동풍이 사물의 변화를 재촉하니 (寄語東風催物候)꽃을 보러 찾아오는 벗이 있겠지 (看花將有故人來) 此身偶爾住天台。聞有仙蹤處處開。十年塵想消難遣。况望金丹消息來。離君何事入天台。襟抱凉凉苦未開。寄語東風催物候。看花將有故人來。 금단(金丹)의 소식 학문의 경지가 매우 높아짐을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금단은 신선이 만든다고 하는 장생불사(長生不死)의 영약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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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삼【동섭】에게 주다 與趙應三【東攝】 남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소식을 전할 길이 없으니, 평소의 우울한 감정이 어찌 그칠 수가 있었겠습니까? 뜻밖에도 형의 사촌 인편을 통해서 형의 체후가 연래에 평안하다는 것을 들었으니, 참으로 바라던 마음과 부합했습니다. 저는 여름 초기에 젊은 손녀 며느리의 죽음을 맞이했으니, 노년의 상황을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항상 한번 성묘를 가서, 그대 집안의 여러 형과 노년의 정겨운 자리를 만들고자 계획해보지만, 세상의 일이 짓궂고 근력이 마음을 따르지 못하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리 산소에 몰래 쓴 무덤을, 정말로 이번에 정한 달에 옮겨간다고 합니까? 모름지기 그것을 위해 종종 언급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8월간에 몸소 찾아갈 계획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을 보내서 그 동정을 살펴보게 하려고 합니다. 南北涯角。音聞無梯。尋常紆菀。曷有其己。謂外貴從便仍聞兄體年來晏重。實協懸情。義林夏初遭孫婦夭慘老境情況。有難爲狀。每擬一造省楸。因與貴中僉兄爲老年一場之穩。而世故揶揄。力不從心。奈何。鄙山所偸塚。果以此限月爲移去云耶。須爲之種種言及。似好耳。八月間爲躬造計。不然則遺兒少輩。以觀其動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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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화115) 【노삼】에게 답함 答朴文華【魯三】 헤어진 지 오랜 뒤에 편지를 받았으니 위로되는 마음 어찌 한량이 있겠는가? 더구나 경서를 공부하는 기거가 때에 따라 좋은 줄 알았으니, 더욱 듣고 싶은 마음에 흡족하였네. 편지에 뉘우쳐 경계하며 반성하는 말이 아닌 것이 없으니, 읽어봄에 나로 하여금 절로 감발하는 곳이 있게 하였네. 무릇 독학(獨學)하면서 벗이 적은 것은 실로 고루한 폐단이 없지 않네. 그러나 성인과 현인의 사우(師友)가 책 속에 우뚝하게 있고 학문하는 지름길이 지남(指南) 같이 밝으니, 진실로 능히 실심(實心)으로 실제의 공부를 한다면 어찌 독학을 족히 근심하겠는가? 그대 4촌이 특별히 와서 배우고 있는데, 그 뜻이 감사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뜻에 부응하지 못하니, 매우 불안하네. 離違之久。得奉華函慰沃何量矧審經體動止循時衛迪尤恊願聞。示中無非悔悟警省語。讀之。令人不覺有感發處。大抵獨學寡朋。固不無固陋之敝。然聖師賢友。立立黃券。而爲學蹊逕。昭然如指南。苟能以實心下實功。則何獨學之足患哉。令從專來相從。其意非不感荷。而未副其意。不安不安。 박문화(朴文華) 박노삼(朴魯三, 1867~?)을 말한다. 자는 문화, 본관은 밀양(密陽)이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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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리서사155)에서 병중에 심회를 쓰다 澗里書社病中書懷 병마가 찾아와 오래도록 움직이지 못하니 (一病侵尋久不移)더 이상 소년 시절의 풍류가 없네 (風流非復少年時)꽃은 사람이 지금 벌써 늙었는지 모르고 (花不知人今已老)봄이 되자 작년 가지에서 또 꽃을 피우네 (春來又發去年枝) 一病侵尋久不移。風流非復少年時。花不知人今已老。春來又發去年枝。 간리서사(澗里書社) 전라남도 화순군 춘양면에 산간리(山簡里)가 있는데, 간리서사는 이곳에 있던 서당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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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산을 유람하다가 도중에 박대규156)【규진】을 만나 기뻐하다 遊天台山中路喜逢朴大圭【奎鎭】 나는 영귀정에서 그대는 벽지에서 (我自詠亭君碧池)천태산 유람 때를 놓치지 않았네 (天台遊賞不違時)만일 성기가 자연히 통하지 않았다면 (如非聲氣自然應)어찌 이처럼 신기하게 만날 수 있었겠는가 (邂逅那能若是奇) 我自詠亭君碧池。天台遊賞不違時。如非聲氣自然應。邂逅那能若是奇。 박대규(朴大圭) 박규진(朴奎鎭, 1858~1934)이다. 본관은 밀양(密陽), 자는 대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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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한당을 새로 짓고 지은 시에 뒤미처 차운하다 追次容閒堂創修韻 작은 서재를 새로 지어 용한당 편액을 거니 (小齋新創揭容閒)오늘 황홀하게 마치 옛 모습을 보는 듯하네 (今日怳若瞻舊顔)인한 마을을 택하여 후손에게 계책을 남김 원대하고 (擇玆仁里貽謨遠)어진 후손이 있어 온 힘을 쏟았네 (有是賢孫設力艱)사람의 사업은 이것이 아름다우니 (人家事業斯爲美)천석의 풍류 누가 다시 비난하랴 (泉石風流誰復訕)내 한 자 거문고 가지고 어느 곳으로 가랴 (抱我尺桐何處去)흰 구름 사이로 달빛 비치는 오봉 사이라네 (白雲明月五峯間) 小齋新創揭容閒。今日怳若瞻舊顔。擇玆仁里貽謨遠。有是賢孫設力艱。人家事業斯爲美。泉石風流誰復訕。抱我尺桐何處去。白雲明月五輋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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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압록진208)을 출발하다 早發鴨綠 두 물이 나누어진 명사십리에서 (二水中分十里沙)언덕 위 세 번째 집에서 묵었네 (宿來岸上第三家)남은 추위 다하지 않았는데 봄이 일찍 찾아오니 (餘寒未盡春猶早)산으로 돌아가 응당 꽃을 볼 날 손꼽아 기다리네 (屈指還山應見花) 二木中分十里沙。宿來岸上第三家。餘寒未盡春猶早。屈指還山應見花。 압록진(鴨綠津)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梧谷面) 압록리(鴨綠里)에 있었던 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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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후정254)에 적다 題寒後亭 평소 환난에도 지조 지키려는 뜻 있었는데 (平生寒後意)오늘 정자가 비로소 완성되었네 (今日亭初成)읊조리니 온 산에 어둠 드리우고 (嘯詠一山晩)서성이니 세 길이 맑네 (盤桓三經淸)시작이 없으니 어찌 끝이 있으랴 (始無終豈有)안이 무거우니 외면 더욱 가볍네 (內重外愈輕)노나라 늙은이255) 어찌 도를 일컬었는가 (魯叟奚稱道)천추에 의리 다시 밝아지네 (千秋義復明) 平生寒後意。今日亭初成。嘯詠一山晩。盤桓三徑淸。始無終豈有。內重外愈輕。魯叟奚稱道。千秋義復明。 한후정(寒後亭) 전라남도 화순군 이양면 쌍봉리에 있는 정자이다. 희암(希菴) 양재경(梁在慶, 1859~1918)이 1905년에 만든 정자로, 『논어』「자한(子罕)」에 "한 해가 다하여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에 시드는 것을 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라고 한 구절을 인용하여 편액한 것이다. 노(魯)나라 늙은이 공자(孔子)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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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몸을 끌고 산당의 국화와 대나무를 보러 가다 扶病往見山堂菊竹 산당의 금빛 떨기 국화는 金朶山堂菊사람도 없는데 홀로 피어 있구나 無人獨自開아아 내가 돌아간 뒤에도 嗟吾歸去後틀림없이 해마다 피겠지 應亦年年開산당의 옥 같은 대나무는 玉立山堂竹서리와 눈 속에도 평안하기도 하여라 平安霜雪中아아 내가 만절에 임하여 嗟吾臨晩節마음속에 벗으로 의탁했다오 託友在心中 金朶山堂菊, 無人獨自開.嗟吾歸去後, 應亦年年開玉立山堂竹, 平安霜雪中.嗟吾臨晩節, 託友在心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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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산397)에 오르다 2수 上天台山【二首】 좋은 때라 흥이 나서 기약을 미루지 않았는데 芳辰謾興不留期등림하노라니 해 그림자 옮겨감을 알지 못하누나 登臨不覺日影移노년에 행락을 일삼는 것은 아니니 不是老年行樂者문을 나가 발길 닿는 대로 소요하노라 出門杖屨任所之거문고는 반드시 종자기를 기다릴 것 없으니398) 有琴不必待鍾期물은 절로 길이 흐르고 산은 옮겨가지 않누나 水自長流山不移산수가 만약 변화하는 모습이 많았다면 山水如令多變態옛사람들이 연주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으리 古人應不愛彈之 芳辰謾興不留期, 登臨不覺日影移.不是老年行樂者, 出門杖屨任所之.有琴不必待鍾期, 水自長流山不移.山水如令多變態, 古人應不愛彈之. 천태산(天台山) 전라북도 정읍 이평면 창동리에 있는 산이다. 거문고는……없으니 춘추 시대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그의 벗 종자기(鍾子期)는 그 소리를 잘 알아들어, 백아가 산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가 "좋구나. 우뚝 솟은 것이 태산 같도다."라고 하고, 백아가 물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가 "좋구나. 물이 넘실넘실하는 것이 강하 같도다."라고 하였는데,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어 버려 죽을 때까지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는 고사가 있다. 《列子 湯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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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중에 2수 病中【二首】 내 육십칠 년이나 오래 살았는데 吾壽六旬七오늘 아침 또 시월 십일이 되었네 今朝十月十저승사자가 언제나 찾아오려나 符來知幾日염라대왕이 완급을 조절하리라 閻老操寬急죽음 슬퍼하는 다른 사람들을 비웃고 怛化笑餘輩생명 해치는 예전 버릇을 후회한다오 戕生悔舊習한 가닥 목숨이 아직 붙어 있는 때라도 尙存一息時이전 예법 받드는 걸 게을리 하지 않으리 不懈奉前法 吾壽六旬七, 今朝十月十.符來知幾日? 閻老操寬急.怛化笑餘輩, 戕生悔舊習.尙存一息時, 不懈奉前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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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러운 마음이 일어 有恨 평생 성인을 배웠지만 하나도 이룬 게 없으니 生平學聖一無成어찌 잗단 기예에 밝은 공인만 하겠는가 豈若工人曲藝明일상생활에서 어찌 실지를 구한 적이 있으랴 日用何曾求實地월단평560)은 완전히 헛된 명성을 퍼뜨린 것일세 月評全是播虛聲자주 굶주리고 병드니 그 누가 구제하리오 數飢數病誰能恤속인도 유자도 아니니 뭐라 이름할 수 없다오 非俗非儒未可名노년의 끝없는 한만 일어날 뿐이니 惟有臨年無盡恨부질없이 칠언시를 짓게 하는구나 惹來空作七言城 生平學聖一無成, 豈若工人曲藝明?日用何曾求實地? 月評全是播虛聲.數飢數病誰能恤? 非俗非儒未可名.惟有臨年無盡恨, 惹來空作七言城. 월단평(月旦評) 인물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한나라 때 허소(許劭)가 향당(鄕黨)의 인물을 논핵하기를 좋아하여 매월 초에 인물을 다시 품평하였으므로, 여남(汝南) 사람들이 이를 두고 월단평이라고 하였다. 《後漢書 卷68 許劭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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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우 【규석】에게 답함 答安景禹【圭錫】 종종 방문해 주어 이미 매우 감사한데, 더구나 안부를 묻는 편지가 계속 이어지니 어떠하겠는가? 나로 하여금 감탄하게 하네. 다만 노쇠하고 용렬한 나는 만 분의 일의 책임도 부응할 수 없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네. 편지를 받은 지 며칠이 지났는데, 어버이를 모시는 절도가 더욱 더 좋으며 밝은 창가 책상에서 침잠하여 연구하여 조리와 과정은 날마다 진보하고 있는가? 부형에 대해 자제는 계술할 책임이 있으니 부디 힘쓰고 노력하여 이 뜻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의림(義林)은 나이가 들수록 지업은 쇠퇴하여 신세가 가련한데, 단지 구구한 나의 일념은 벗들과 종유하는 사이에서 마칠 수 있는 것에 있지 않은 적이 없네. 그렇다면 여광(餘光)을 입어 만년에 회포를 부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 또한 두텁지 않겠는가? 원컨대 그대는 힘쓰시게. 種種經過。已極感惻。況有書尺存訊。從以繼之乎。令人感歎。但衰索淺劣。無以副萬一之責。爲可愧耳。書後有日。侍旁節宣。益復勝迪。明窓棐几。況潛硏究。條緖程曆。日就長長否。父兄子弟。繼述有責。千萬勉力。勿孤此意。如何如何。義林年邁業退身事可憐只有區區一念未嘗不在於朋友遊從之間。爲可以了了耳。然則其所以得被餘光。而爲晩年寄懷之地者。不亦厚乎。願君勉之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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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선【청묵】에게 주다 贈梁子善【淸默】 육십삼 년의 세월 물처럼 흐르니 (七九光陰逝水如)내 재주 없이 책만 보다 늙은 것 부끄럽네 (愧吾無術老於書)지금 돌아가 학문 연구에 매진하라 (今歸莫墜鑽研力)그대 앞길이 만 리 남은 것 아끼네 (愛爾前程萬里餘) 七九光陰逝水如。愧吾無術老於書。今歸莫墜鑽研力。愛爾前程萬里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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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여【형주】에게 보냄 與洪章汝【馨周】 영종씨(令從氏 상대방의 사촌 형제)께서 왕림하시어 삼가 편지를 받들었습니다. 삼가 체후는 더욱 잘 보중하시며 두루 평안하신지요. 그리운 마음 간절합니다. 아우는 그럭저럭 지낼 뿐이니 나머지야 어찌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부탁하신 선고(先考)의 행장은 참으로 식견이 천박한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근실한 성의에 감격하여 굳이 사양하기 어렵기에 감히 붓을 들었습니다. 만약 온당치 못한 부분이 있다면 수식(修飾)과 윤색(潤色)을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영종(令從)이 지난번에 이르기를, 오는 15일경에 제게 들르신다고 했는데 문득 생각하니 그때는 아마도 아우가 잠시 출타를 할 것 같습니다. 또 마침 믿을 만한 인편이 있어서 이렇게 편지를 올립니다. 今從氏左顧。謹承信徽。恭問體節增重。渾引均宜。溯仰區區。弟粗遣而已。餘何可提。先狀之托。固非膚淺所可承堪。而感感勤意。有難牢讓。敢爾沘筆。如有未穩。爲加修潤如何。令從向云。以今十五日間歷過。而旋念其時。恐弟有小出。且適有信便。故玆以付上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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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서【용혁】에게 주다 與閔邦瑞【用爀】 저번에 만났을 때는 매우 급하고 바빴으므로, 마음속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로 만나 남은 회포를 풀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사이 이별의 슬픔이 가슴에서 가끔 일어나서, 단성(丹城)과 진주(晉州)에서부터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20여 일이 지나서 그대의 별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외출할 때를 만나, 이렇게 한 번의 마주 손을 잡는 일이 어긋나게 되었습니다. 저번에 다 정리하지 못한 감회는 언제 다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슬퍼하며 돌아오니, 마음은 마치 잃어버린 것이 있는 듯 허전합니다. 다만 부모님을 모시며 온갖 복을 누리고, 남은 힘으로 예전에 배운 것을 익히고 힘써 연구해서 높아지고 깊어지기를 기원합니다. 向拜悤劇。意謂回程相奉。以整餘蘊。其間離悵。種種于懷。自丹晉諸處。逶迤二十許日而到貴庄。適値駕言。違此一番對握。向日未整之懷。未知何時可罄耶。悵然而歸。心焉如失。只祝侍省百福。餘力溫理。勉究崇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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