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록【당시 선생이 《심경(心經)》에 대해 질문한 내용을 덧붙임】 別錄【附時先生以心經質問】 전에 여쭌 몇 가지 조목에 대해서는 곡진하게 내려주신 정성스러운 가르침을 삼가 받들었습니다.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신 것이 마치 나침반이 남쪽을 가리키는 것과 같이 정확하였으니, 감사드리는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다만 그 사이에 한두 가지 다시 여쭐 것이 있어 감히 번거롭게 해 드립니다.내려주신 성대한 가르침에서 '경(經) 1장은 비록 성현(聖賢)의 지극한 논의와 격언을 말하였으나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서는 별도의 요지가 없다.'라 하셨으니, 이 부분은 참으로 그러합니다. 그러나 후학들이 융통성 있게 보지 못하여 혹 격치(格致)와 성정(誠正) 밖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요지를 별도로 구할까 두려우니, 이는 작은 병통이 아닙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그 깊은 부분에 나아가 논하자면, '명덕(明德)'이라는 것은 곧 《중용(中庸)》에서의 '하늘이 명한 성(性)'126)이요, '명명덕(明明德)'이라는 것은 곧 '성을 따르는 것'127)을 말함이며, '신민(新民)'은 곧 '도(道)를 품절(品節)해 놓은 가르침'128)의 효험이고, '격치'라는 것은 곧 성찰(省察)하는 일로서 순(舜) 임금이 말한 '유정(惟精)'이요, '성정'이라는 것은 곧 존양(存養)하는 공부로서 순 임금이 말한 '유일(惟一)'입니다.129) 또 《중용》의 '중(中)과 화(和)의 지극한 경지를 이루면 천지가 제자리를 찾고 만물이 제대로 길러진다.'는 것130)은 곧 《대학(大學)》의 '평천하(平天下)'의 지극한 공입니다. 그러니 경 1장의 마음을 다스리는 요지가 《중용》 첫 장과 일체 차이가 없어 위로 요순(堯舜)의 뜻에 부합하는 것을 이와 같이 분명히 볼 수 있습니다. 서산(西山)131)이 취사한 뜻에 우연히 의문 나는 점이 있었으므로 지난번에 우러러 여쭈었던 것인데 내려주신 성대한 가르침에 "별도의 요지가 없다."고 말씀하셨으니, 저의 의혹이 한층 깊어짐을 더욱 면치 못하겠습니다. 이는 자신에게 있는 큰 근본이 밝지 못하여 이치를 살필 때에 보는 것이 투철하지 못하므로 이와 같이 의아해 하는 병통이 있게 된 것에 불과합니다. 삼가 바라건대 가르침을 내려 저의 어리석은 의혹을 해소해 주심이 어떻겠습니까?내려주신 성대한 가르침에, "순 임금은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이치를 아셨기 때문에132) '집중(執中)'이라는 두 글자를 가지고 전하셨으나, 우(禹) 임금은 배워서 이치를 아신 성인(聖人)133)이기 때문에 공력(功力)을 쓰는 차례를 가지고 전하신 것이다.134)"라 하신 말씀은 참으로 이전 사람들이 밝히지 못하였던 바이니, 몹시도 흠앙하고 탄복합니다. 다만 '집중'이라고 한 것이 또한 '선(善)을 택하여 굳게 지킨다.'는 말 뒤에 있으니,135) 요 임금이 순 임금에게 고하신 것136)은 유독 공력을 쓰고 힘써 행하는 일이 아닙니까?근래 생각을 거듭하여 또 하나의 설을 얻었으니,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천도(天道)의 지극히 정성스러움은 곧 성(性)의 큰 근본이요 전체입니다. 이른바 미발(未發)하였을 때의 혼연한 하나의 이치는 실로 힘쓰기를 생각하고 공력을 쓴다고 해도 미칠 수 없는 곳이므로 성인께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막 발(發)한 뒤에 이르러 인심(人心)과 도심(道心)의 기미가 이에 나누어지니, 이른바 '정일(精一)'과 '집중(執中)'의 공력이 여기에 이르러 베풀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요순이 발하여 움직이는 때의 공력을 쓰는 처음을 따라 말씀하신 것입니다. 대저 성인이 학문을 말씀하실 적에 발하여 움직이는 곳을 따라 공력을 더한 부분이 많으니, 공자(孔子)가 안자(顔子)에게 '극기복례(克己復禮)'로 고해 주신 부분137)이 또한 그 증거입니다. 깊이 생각하여 이와 같은 견해에 이를 수 있었는데, 이러한 설에 과연 병통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그 본뜻에 가깝겠습니까?또 생각건대, 주자(朱子)께서는 "《대학》의 도는 비록 태어나면서부터 이치를 아신 옛날 대성인(大聖人)이라도 또한 여기에서 배우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요순이 제위를 서로 주고받을 적에 '정밀하고 전일해야 진실로 그 중도를 잡을 것이다.[惟精惟一允執厥中]'라고 한 것이 이것이다."라 하셨습니다.138) 이를 통해 미루어보건대, 비록 태어나면서부터 이치를 알아 편안히 행하는139) 성인이라 하더라도 또한 일찍이 선(善)을 택하여 굳게 지키는 학문에 마음을 쓰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입니까?내려주신 성대한 가르침에, "애공(哀公)이 정사(政事)를 물은 것은 대개 치도(治道)가 어떠해야 하는지 물은 것이었고 공자의 대답 또한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방법을 가지고 말한 것이니,140) 어찌 안연(顔淵)이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을 물은 것141)을 보지 않는가?"라 하셨으니, 이는 참으로 그러합니다. 다만 안자의 물음에 대해서는 다스림의 대개가 이와 같음을 범범하게 논하셨을 뿐이니, 군신(君臣) 간의 정사에 대한 문답의 경우에는 이와 같이 범범하게 논해서는 안 될 듯합니다. "과인(寡人)은 실로 고루하여 이것을 행하기에 부족합니다."142)는 등의 말뜻을 통해 보건대 당시에 행할 만한 일로 고하였음을 더욱 알 수 있습니다. 알지 못하겠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前者所稟數條。謹承曲加勤誨。開發聾瞽。的若盤鍼之指南。感佩何量。但其間有一二更稟者。敢瀆焉。盛敎曰經一章雖云聖賢至論格言。而於治心之法。別無要旨云云。此一欵固然矣。然後學不能活看。恐或於格致誠正之外。別求治心之要旨則不是細病。未知如何。盖卽其奧而論之。其曰明德。卽中庸天命之性也。其曰明明德。卽率性之謂也。新民卽修道之敎之效也。其曰格致。卽省察之事而舜之所謂惟精也。其曰誠正。卽存養之功而舜之所謂惟一也。中庸之致中和位育。卽大學平天下之極功。則經一章治心要旨。與中庸首章。一體無間。上而合乎堯舜之旨者。明的可見如此。而西山取舍之意。偶有所疑。故頃發仰稟之端。而盛敎以別無要旨爲喩。則尤未免賤惑之愈深焉。此不過在我之大本未明。見理之際。看得不透。故有如此疑訝之病。伏惟垂敎。以破愚惑如何。盛敎曰舜旣生知。故以執中二字傳之。而禹乃學而知之聖。故以用工次第傳之云者。實前人之所未發。欽服欽服。但執中云者。亦在擇善固執之後。則堯之告舜。獨非用工勉行底事歟。近者思索。又得一說。以爲天道之至誠者。乃性之大本也全軆也。所謂未發之前。渾然一理。固思勉用工之所不及處也。故聖人不言之。及其纔發之後。人心道心之幾。於是焉分。則所謂精一執中之工。至此可施。故堯舜從其發動之際用工之始以言之矣。大抵聖人言學。多從發動處加工。孔子之告顔子以克己復禮。亦其驗也。竆思得到如此見解。未知此說果無病。而或庶幾於其本旨歟。又按朱子曰大學之道。雖古之大聖人生而知之者。亦未有不學乎此者。堯舜相授。惟精惟一。允執厥中者此也云云。以此推之。雖生知安行之聖。亦未嘗不用意於擇善固執之學歟。盛敎曰哀公之問政。槩問治道之如何。孔子之對。亦以治天下國家答之。胡不看顔淵之問爲邦云云。是固然矣。但顔子之問。是泛論爲治之大槩如斯而已。至於君臣爲政問答。恐不可如是之泛論。以寡人實固。不足以行之等語意見之。尤可見其以當日可行之事告之矣。未審如何。 《중용(中庸)》에서의……성(性) 《중용장구》 제1장에 "하늘이 명한 것을 성(性)이라 한다.[天命之謂性]"라 하였다. 성을 따르는 것 《중용장구》 제1장에 "성(性)을 따름을 도(道)라 이른다.[率性之謂道]"라 하였다. 도(道)를……가르침 《중용장구》 제1장에 "도(道)를 품절(品節)해 놓음을 교(敎)라 이른다.[修道之謂敎]"라 하였다. 격치라는……'유일(惟一)'입니다 '성찰(省察)'은 자신의 사욕을 살펴 이를 막는 것을 이르며, '존양(存養)'은 마음을 보존하여 성을 기르는 것[存心養性]을 이른다. 《중용장구》 제1장에, "군자는 보지 않는 데에도 삼가며, 듣지 않는 데에 두려워한다.[君子 戒愼乎其所不睹 恐懼乎其所不聞]"라 하였는데 이는 정(靜)할 때의 존양공부를 말한 것이며, "숨겨진 것보다 드러남이 없으며 작은 일보다 나타남이 없으니, 그러므로 군자는 혼자만 아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삼가는 것이다.[莫見乎隱 莫顯乎微 故君子愼其獨也]"라 하였는데 이는 동(動)할 때의 성찰공부를 말한 것이다. 주희(朱熹)는 이 부분을 "존양성찰의 요점[存養省察之要]"이라 해석하였다. 또 '유정(惟精)'과 '유일(惟一)'은 정밀하게 살피고 전일하게 행해야 한다는 뜻으로, 순 임금이 우(禹)에게 제위를 선양하며 "인심은 위태하고 도심은 은미하니, 정밀하고 전일해야 진실로 그 중도를 잡을 것이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 《書經 大禹謨》 《중용》의……것 《중용장구》 제1장에 "중과 화의 지극한 경지를 이루면 천지가 제자리를 찾아 편안하고 만물이 제대로 길러질 것이다.[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焉]"라 하였다. 서산(西山) 송나라 학자 진덕수(眞德秀, 1178~1235)를 말한다. 서산(西山)은 그의 호. 자는 경원(景元),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심학(心學)의 요지가 되는 성현의 격언을 모아 《심경(心經)》을 편찬하였다. 태어나면서부터……때문에 원문은 '생지(生知)'다. 태어나면서부터 이치를 아는 성인(聖人)의 자질을 말한다. 《중용장구》 제20장에, "어떤 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이치를 알고, 어떤 이는 배워서 알고, 또 어떤 이는 많은 노력을 한 뒤에야 안다.[或生而知之 或學而知之 或困而知之]"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 배워서……성인(聖人) 원문은 '학이지지성(學而知之聖)'이다. 배움을 통해 이치를 깨달아 성인(聖人)의 경지에 오른 인물을 말한다. 순 임금은……것이다 '집중(執中)'은 중도(中道)를 행하는 것을 말한다. 순 임금은 태어나면서부터 이치를 안 성인이기 때문에 요(堯) 임금이 그에게 제위를 선양하면서 '집중(執中)'이라는 말만을 전수하였고, 우 임금은 배워서 이치를 안 성인이기 때문에 순 임금이 그에게 제위를 선양하면서 공력을 쓰는 차례를 가지고 전수한 것이라 말한 것이다. 《중용장구》 서문에, "경(經)에 보이는 말 중에 '진실로 그 중(中)을 잡으라.'라 한 것은 요 임금이 순 임금에게 전수(傳授)해 주신 것이요, '인심(人心)은 위태롭고 도심(道心)은 은미(隱微)하니, 정밀하게 하고 한결같이 하여야 진실로 그 중을 잡을 수 있다.'라 한 것은 순 임금이 우 임금에게 전수해 주신 것이다. 요 임금의 한 마디가 지극하고 극진한데 순 임금이 다시 세 마디를 보탠 것은, 요 임금의 한 마디는 반드시 이와 같이 한 뒤에야 실천할 수 있음을 밝히기 위함이다.[其見於經 則允執厥中者 堯之所以授舜也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者 舜之所以授禹也 堯之一言 至矣盡矣 而舜復益之以三言者 則所以明夫堯之一言 必如是而後可庶幾也]"라 한 대목이 보인다. 집중이라고……있으니 《중용장구》 서문에, "천명(天命)‧솔성(率性)이라 말씀하신 것은 도심(道心)을 이름이요, 택선(擇善)‧고집(固執)이라 말씀하신 것은 정일(精一)을 이름이요, 군자(君子)‧시중(時中)이라 말씀하신 것은 집중(執中)을 이른다.[其曰天命率性 則道心之謂也 其曰擇善固執 則精一之謂也 其曰君子時中 則執中之謂也]"라 하여, '집중'을 '선(善)을 택하여 굳게 지킨다[擇善固執]'는 말 뒤에 둔 것을 말한다. 요 임금이……것 요 임금이 순에게 제위를 선양하며, "아, 너 순아, 하늘의 역수(曆數)가 너의 몸에 있다. 진실로 중(中)을 잡을지어다. 사해가 곤궁하면 하늘의 복록이 영원히 끊어질 것이다.[咨爾舜 天之曆數在爾躬 允執其中 四海困窮 天祿永終]"라 한 것을 말한다. 《論語 堯曰》 공자(孔子)가……부분 안연(顔淵)이 인(仁)에 대하여 묻자, 공자가 이르기를 사욕을 극복하여 예로 회복하는 것이 인을 행함이니, 하루라도 사욕을 극복하여 예로 회복한다면 천하가 그 인을 허여할 것이다.[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라 한 것을 말한다. 《論語 顔淵》 주자(朱子)께서는……하셨습니다 《회암집(晦庵集)》 권13 〈계미수공주차 일(癸未垂拱奏劄一)〉에 나오는 대목이다. 편안히 행하는 원문은 '안행(安行)'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이치를 알아 편안한 마음으로 행하는 성인(聖人)의 자질을 말한다. 《중용장구》 제20장에, "어떤 이는 편안히 행하고, 어떤 이는 이롭게 여겨서 행하며, 어떤 이는 억지로 행하지만, 공을 이루는 점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이다.[或安而行之 或利而行之 或勉强而行之 及其成功 一也]"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 애공(哀公)이……것이니 《중용장구》 제20장에 노(魯)나라 애공(哀公)이 정사(政事)에 대해 묻자 공자가 대답한 내용이 보인다. 안연(顔淵)이……것 《논어》 〈위령공(衛靈公)〉에, "안연(顔淵)이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을 물었는데, 공자께서 말씀하기를 '하나라의 달력을 사용하며 은나라의 수레를 타며 주나라의 면류관을 쓴다.' 하였다.[顔淵問爲邦 子曰 行夏之時 乘殷之輅 服周之冕]"라 한 부분을 말한다. 과인(寡人)은……부족합니다 《중용장구》 제20장 주석에, 《공자가어(孔子家語)》의 "애공(哀公)이 말하기를 '선생의 말씀이 아름답고 지극하나, 과인은 실로 고루하여 이것을 이루기에 부족합니다.' 하였다.[公曰 子之言 美矣至矣 寡人實固 不足以成之也]"라는 부분이 인용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