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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배운【계상】에게 답함 答魏拜雲【啓尙】 산과 물이 굽이도는 외진 땅에 있는 데다 세상의 많은 어려움까지 겹쳐 우리가 적막하게 지낸 것이 몇 해던가요. 남쪽으로 붉게 물든 산을 바라볼 때마다 서글픈 마음이 깊어집니다. 뜻하지 않게 영함(令咸 상대방의 조카)이 와서 보내신 편지를 받들었습니다. 어루만지며 읽어보니 완연히 10년 전 얼굴이 다시 떠오릅니다. 흡족한 위안을 주는 일로 말하자면 또 무엇이 이와 같겠습니까. 소식을 전한 뒤로 부모님을 모시고 지내는 안부는 계절에 잘 맞추어 더욱 편안하신지 다시 여쭙습니다. 양친이 다 계시고 형제들이 탈이 없는 것이 이 세상의 첫 번째 즐거움이니, 이치상 응당 신명이 위로하여 화락하게 지내실 것입니다. 매번 우러러 흠모할 때마다 부럽기가 그지없습니다. 의림(義林)은 변변하지 못하고 마음이 혼잡스러워 알려드릴 만한 좋은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식량과 의복이나 축내고 있는 버려진 물건일 뿐입니다. 게다가 세상일이 여러 갈래로 뒤얽히고 복잡하여 앞날을 형언하기 어려우니 장초(萇楚)의 시28)를 읽고 상침(尙寢)의 말29)을 생각하면 서글픈 마음을 견딜 수 없습니다. 어느 때라야 함께 두 손을 잡고 다소간의 쌓인 회포를 펼쳐볼까요. 盩厔厓角。兼以時象多難。致得吾儕離索。爲幾年矣。南望丹獄。每切消魂。謂外令咸來。得拜尊函。挲摩繙閱。完然復致十年前顔面。慰浣津津。何又如之。信後更請侍體事。對時增迪。俱存無故。天下一樂。神勞愷悌。理應如是。每念瞻際。不勝艶仰。義林陸陸憒憒。無一善狀可以奉提者。只是蝗栗蠹衣。一箇棄物而已。加以世故多端。前程難狀。讀萇楚之詩。念尙寢之語。不勝浥浥之懷。何時一握。以展多小積蘊耶。 장초(萇楚)의 시 《시경》 〈습유장초(隰有萇楚)〉에 "진펄에 보리수나무가 있으니, 야들야들한 그 가지로다. 어리고 곱고 반들거리니 너의 집 없음을 즐거워하노라. …… 너의 가정 없음을 즐거워하노라."라는 말이 나온다. 상침(尙寢)의 말 《시경》 〈왕풍(王風) 토원(兔爰)〉에 "온갖 근심 모여드니, 차라리 잠이 들어 깨어나지 말았으면.【逢此百罹, 尙寐無吪.】"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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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삼【기박】에게 보냄 與李華三【基璞】 지난번 답장을 받고 벌써 석 달이 지났습니다. 여행은 무사하고 건강하셨으며 월파(月波)는 근래 화목하게 잘 지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운 마음이 실로 괴로울 지경입니다. 아우는 일전에 4살짜리 손자 아이를 잃어 견디기 어려운 심정입니다. 근래 문아(文雅), 계원(啓元 문송규(文頌奎))과 인설(仁說)을 논하느라 꽤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당장은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습니다만, 대의(大意)를 들자면 문아(文雅)는 인(仁)하기 때문에 천지 만물이 일체(一體)가 된다고 하고, 아우는 천지 만물이 일체이기 때문에 인(仁)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둘의 논의가 최근에 자못 정도(正道)로 돌아왔습니다만, 형과 월파(月波)가 우리를 위해 일전어(一轉語)32)를 내려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주자어류(朱子語類)》는 근래 몇 편이나 보셨는지요. 새로운 지취(志趣)가 많아졌으리라고 생각되니 적어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頃承辱復。月已三弦。未審旅節淸適。月波近得團聚。溯仰實勞。弟日前失四歲孫兒。情私難支。近與文雅啓元論仁說。頗費往復。其詳姑不可枚。擧大意。則文雅以爲惟仁。故天地萬物爲一體。弟以爲天地萬物一體。故能爲仁。兩論近頗歸正。然兄與月波。爲下一轉語如何。語類近看得幾篇。想多新趣。幸爲錄示也。 일전어(一轉語) 원래는 불교에서 참선할 때 참선자가 미혹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하는 말을 이르는 것으로, 사람들을 대오각성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말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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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옥【기현】에게 보냄 與朴奇玉【琦鉉】 봄부터 가을까지 소식이 아득했던 것은 오랜 벗인 저의 인정이 평소에도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벗이 한 해가 지나도록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건만 소식이 없었으니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의원을 찾고 약방을 수소문하지는 못할지라도 계절에 따라 문후를 여쭙는 일까지 잊고 있었으니 이것이 무슨 인정이고 도리이겠습니까. 매양 부끄럽습니다. 뜻밖에 현종(賢從 상대방의 사촌 형제)이 찾아와 이로 인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지내는 분의 병환이 근래 천화(天和)를 입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명이 덕을 지닌 군자를 위로하는 것은 진실로 이와 같아야 합니다. 저에게 위안이 됩니다. 의림(義林)은 예전과 같이 보잘것없으니 번거롭게 말씀드릴 만한 것이 없습니다. 영랑(令郞)은 아침, 저녁 부모님을 모시는 여가에 날마다 과정(課程)을 따르고 있는지요? 이번 강회(講會)에 혹시 보낼 수 있다면, 완계(莞溪)도 역시 찾아오리라고 생각되니 모시고 오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인편이 있으니 서한을 보내지 않을 수도 없지만, 인편이 바빠 또 오래도록 붙잡지 못합니다. 自春迄秋。信徽漠然。此知舊之情。在平時猶然。況古人告病者。經年彌久乎。縱不能尋醫問藥。而至於時節問候。如付忘域。此何情理。每庸愧悵。謂外賢從來。因審侍旁愼節。近見天和。神勞愷弟。固應如是。慰仰區區。義林碌碌如昔。無足仰煩。令郞晨昏之餘。日趲課程否。今番講會。或可命送。莞溪想亦見顧。使之陪行如何。有便不可無書而便忙又不能托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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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함【재원】에게 답함 答梁子涵【在源】 얼마 전 몸소 찾아오시고 또 이렇게 서한을 보내셨습니다. 오랜 벗의 후의(厚意)가 줄곧 이 정도에 이르렀습니까. 서한을 통해서 요즈음 부모님을 모시고 다복하게 지내신다는 것을 알았으니 실로 듣고 싶었던 말입니다. 독서(讀書)와 궁리(窮理), 근신(謹身)과 칙행(勅行)은 사군자(士君子)가 평소에 먹고 마시는 차나 밥과 같습니다. 이를 도외시하고 달리 법문(法門)을 구한다면 이른바 나귀를 타고 나귀를 찾는 격82)입니다. 그러나 우리 벗께서는 자질이 신중하고 돈후함이 넉넉하지만 활달한 기상은 부족하십니다. 벗의 형편을 고려하여 이를 바로잡자면 독서와 궁리가 오늘의 급선무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부모님을 모시는 여가에 종종 책을 펼쳐보아 몸에 배어들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의림(義林)은 근래 몸이 병들어 오관(五官)이 망가졌으니 양기(陽氣)가 회복될 기약이 없습니다. 걱정입니다. 日者枉顧。又有此書。故人厚意。一至於是耶。因審比來省歡多福。實副願聞。讀書窮理。謹身勑行。是士若子平日茶飯。若外此而別求法門。則所謂騎驢覓驢也。然吾友姿質。優於謹厚。而欠於開暢。因其勢而矯捄之。則讀書窮理爲今日之急務也。晨昏餘力。種種披閱。俾有浹洽如何。義近患身故。五官失守。陽復無期悶事悶事。 나귀를……격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지공화상대승찬(志公和尙大乘贊)〉에 "마음이 바로 부처라는 것을 알지 못하면 진실로 나귀를 타고 나귀를 찾는 것과 같다.【不解卽心卽佛, 眞似騎驢覓驢.】"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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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흥서【재덕】에게 답함 答文興瑞【載德】 새봄이 광채를 발하니 맴도는 뭉게구름99)을 문득 상상하고 선견(先見)을 지닌 말씀이 그리워 아침저녁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건만 고맙게도 영랑(令郞)이 저를 찾아와 안부 인사를 겸하여,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니 적막함을 물리치고 나른함을 벗어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어떤 감격이 이와 같겠습니까. 다만 처지와 형편이 험난하여 여러 해 동안 발길이 묶여 고헌(高軒)에 한 번 나아가 후의(厚意)에 감사를 드리지 못하였습니다. 노형(老兄)께서 인자한 도량으로 혹시 용서하시더라도 아우 처지에서야 어찌 감히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하물며 세월은 견디기 어렵고 늘그막에 접어든 처지라서 세상의 기운과 시대의 상황이 매우 적절하지 못하여 두문불출하고 있음에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온갖 생각은 불 꺼진 재처럼 식어 버렸고 오직 오랜 벗들에 대한 그리움만 떨쳐내기 어려울 뿐입니다. 新春布輝。停雲動想。遐矯瞻言。日夕憧憧。非意令郞惠然垂訪。兼以存訊。傾倒開豁。足以破苦寂而起萎苶。何感如之。但身事險戱。積年絆縶。未得一晉高軒。以謝厚意。此在老兄含洪之量。雖或諒恕而在弟豈敢安心乎。況叵耐歲月。坐在夕陽景色。而世氛時象。甚不宜人。杜門淹伏。萬念灰冷。惟有知舊之思。爲難排遣耳。 맴도는 뭉게구름 도연명(陶淵明)이 친우를 생각하며 지은 〈정운(停雲)〉이라는 제목의 사언시에 "뭉게뭉게 제자리에 서 있는 구름, 부슬부슬 제때 내리는 비.【靄靄停雲, 濛濛時雨.】"라고 하였다. 《陶淵明集 卷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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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남 이공에게 답함【지호】 答芝南李公【贄鎬】 헤어진 지 며칠 되었는데 사모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합니다. 뜻밖에 편지를 보내주셨기에 받아서 서너 번 읽고서는 마치 보배로운 구슬을 얻은 것처럼 기뻤습니다. 아, 세상에 모종의 나약하고 십분 용렬한 것이 누가 저와 같은 자가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정성스럽게 돌보아 주고 버리지 않으신 것이 이와 같은 데 이르렀단 말입니까. 너무나 부끄럽고 송구합니다. 《정암집(靜庵集)》을 간행하는 일은 사방에서 뜻을 모아 차근차근 체제가 잡혀 간다고 하니, 듣고서 매우 위로되고 다행스러웠습니다. 이는 사문(斯文)의 큰일이니, 지남(芝南)이 담당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근년에 우리 고을에 현송(絃誦)하는 풍습이 차츰 진작되니, 계획하여 경영한 것도 지남의 힘이 아님이 없습니다. 천하가 요동치니 세도의 근심스러움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어찌 가난하고 힘이 없는 유자(儒者)가 만회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처하고 만나는 곳에 따라 이를테면 향당에서 교유하는 곳에서 후진을 이끌고 일깨워 악의 구렁에 빠져드는 지경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이 또한 하나의 일입니다. 부디 유념해 주십시오. 離違有日。懸仰彌切。謂外翰命。受言三復。如得拱璧。嗚呼。世間一種懦散。十分醜劣。孰有如義林者。而爲之眷眷不棄。至於如是耶。愧悚萬萬靜庵集刊役四方同聲次第就緒。聞極慰幸。此是斯文大事。非芝南爲之擔當。則何以到此。近年吾鄕絃誦之風。稍稍振起。其設始條畫。亦莫非芝南之力也。寰字滔滔。世道之憂。有不可勝言。然此豈窮儒殘力所可挽回者乎。只因其所居所接。如鄕黨遊從之地。而爲之提撕警覺。不至胥溺。亦是一事也。惟千萬在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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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중【경환】에게 답함 答金美中【絅煥】 편지 가득 장황하게 말한 것은 오직 말과 뜻이 모두 지극히 아름답고 좋을 뿐만이 아니고, 마음을 세운 원대함과 도를 구하는 절실함이 뚜렷하여 가릴 수 없는 점이 있었으니, 매우 대단하였네. "구야(九野)의 한위(寒威)……"라고 한 것은 읽음에 나도 모르게 탄식을 더하게 하였네. 좋은 소식을 생각하고 더불어 함께 돌아가는 것은 그대에게 달린 것이 아니겠는가? 묘년(妙年)의 나이에 처음 착수함에 기대가 이와 같으니, 가만히 후생을 두려워 할 만 하다는 '후생가외(後生可畏)' 네 글자로 미루어 드리네. 일언(一言)을 부탁한 것은 실로 나는 적임자가 아니니, 평소 능히 스스로를 도모하지 못한 사람이 어찌 능히 남을 위해 도모하겠는가? '용력불용(用力不勇)' 한 구절은 이미 학문에 있어 가장 필요한 말이네. 주자 이후로 학문하는 방법이 소상할 뿐만이 아닌데, 부족한 점은 단지 나의 용맹함에 있을 뿐이네. 진실로 능히 여기에서 보는 것이 투철하고 지키는 것이 안정되게 한다면, 고인이 이른바 "생각이 절반은 넘었다."라고 하는 것에 가까울 것이니, 어떻게 생각하는가? 滿紙張皇。不惟辭意俱極美腴。而其立心之遠。求道之切瞭然有不可掩者。甚盛甚盛。九野寒威云云。讀之不覺增唏。懷之好音。與之同歸。其不在於座下乎。妙年初着。期許如此。竊以後生可畏四字。推以獻之。一言之請。實非其人。平生不能自爲謀者。安能爲人謀。用力不勇一句。已是學問第一語。朱子以後。蹊逕不啻消詳。而所不足。只是在我之勇耳。苟能於此看得透。守得定。古人所謂思過半者。幾矣。如何如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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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자인【광수】에게 보냄 與宋子仁【光壽】 근래 조절(調節)하시는 근황은 어떠하십니까? 조금 나아졌다고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되니, 더욱 잘 조섭(調攝)하는 방책에 힘써야 합니다. 병중에는 일이 없어 책을 보기에 가장 좋은데, 모르겠습니다만 게으름에 지쳐 떨어져 낮잠을 자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는지요? 듣자하니 모레 과거에 응시하러 나아갈 계획이라고 하던데 정말 그러합니까? 뇌물로 청탁하는 것은 선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이를 버리고서는 또한 벼슬을 얻을 길이 없으니, 이는 근래에 뜻을 품은 선비들이 출세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까닭입니다. 진실로 도의(道義)를 탐하고 이록(利祿)을 탐하지 않으며,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귀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이 있다면, 비록 구하지 않아도 절로 이르는 것일지라도 오히려 그 가부를 살펴서 취하거나 버려야 할 것인데, 하물며 벼슬을 구해서는 안 되는 시기에 병든 몸을 무릅쓰고 벼슬을 찾는 것에 있어서는 어떠하겠습니까? 옛 사람들은 삼공(三公)의 작위로도 그 절개를 바꾸지 않았습니다.6) 지금 자인(子仁)은 자신의 몸을 잊고 반드시 얻을 수도 없는 초시(初試)를 구해야 하겠습니까?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日來調節何如。勿以少愈而輕犯忌戒。益加攝理之方也。病中無事。最好看書。未知不至怠惰困頹。打睡打話耶。聞以再明日。將營赴擧。果然否。請託關節。非士者可爲之事。捨此則又無可得之路。此近來有志之士所以不屑屑於進取也。苟有貪道義而不貪利祿。要作好人而不要作貴人之心。則雖不求而自至者。猶當審其可否而取舍之。況曳病冒求於不可求之日乎。古人不以三公易其介。今子仁忘其身。而求不可必得底初試耶。切宜戒之。 옛 사람들은 삼공(三公)의 …… 바꾸지 않았습니다 《맹자(孟子)》 「만장 하(萬章下)」에서, 맹자가 이르기를, "유하혜는 삼공의 작위를 얻기 위하여 절개를 바꾸지 않았다.【柳下惠不以三公易其介.】"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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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빈에게 보냄 與李光彬 기(氣)는 이(理)의 바탕이고 이는 기의 소이연(所以然)입니다. 이에 분수(分數)가 없는데 기가 어디에서 분수를 지니겠습니까. 그러나 이른바 분수는 본연인 것도 있고 본연이 아닌 것도 있습니다. 본연이 아닌 것은 기에서 나오며 이의 작용이 아닙니다. 여기에 대해서 분별이 없다면 성악(性惡)으로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절단(折斷), 착락(着落)이라는 말이 있는 까닭입니다. 또 본연(本然)의 이(理)와 기질(氣質)의 이는 말이 되지 않는 듯합니다. 성(性)은 사물을 감싸 안기 때문에 본연의 성과 기질의 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공공의 말이고 그 뜻이 비교적 넓고 광범위하니 어찌 반드시 기질의 이로 분류를 달리하겠습니까. 악(惡) 또한 성(性)이라고 이르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로 악도 귀속되는 곳이 있다고 한다면 또한 잘못입니다. 비유하자면 흐린 것도 물이지만 무엇이 이렇게 흐리게 만들었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귀속입니다. 만약 형의 말씀대로라면 악 또한 성이라는 이유로 악이 성에 근본을 두었다고 이르겠습니까. 다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氣是理之質。理是氣之所以然也。理無分數。氣何自而有分數。但所謂分數。有本然焉。有非本然焉。非本然者。是出於氣而非理之爲也。於此無分。則其不歸於性惡乎。此所以有折斷着落之語也。且本然之理氣質之理恐不成說。性是結裹物事。故有本然性氣質性之說。理是公共說。而其義較闊較泛。何必以氣質之理。偏立門類耶。以惡亦不可不謂之性。謂惡有歸屬則亦過矣。比如濁亦水也。而其所以致此濁者。何事。了此便是歸屬也。若如兄說。則以惡亦性也。而謂惡根於性乎。更思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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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숙【증한】에게 답함 答梁允淑【曾瀚】 얼마 전 보내주신 서한이 이르렀을 때는 마침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라서 황망하여 답장을 못 하였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니 잊히지 않아 아쉽기만 합니다. 게다가 정초에 춘부장(春府丈)께서 저의 집으로 엄숙한 모습으로 왕림하셨건만 서로 길이 어긋나 인사를 여쭙지 못하였습니다. 지난번에는 좌우(左右)께서 또 외람되게도 저를 찾아와 위로하시고 이어서 편지로 안부를 물어주셨습니다. 간절한 뜻이 앞뒤로 빈번하게 이어지니 사사로운 마음에 고마움이 절실하고도 지극합니다. 다만 이렇게 칩거하는 처지가 마치 바늘에 걸려있는 물고기와 같아 한번 상하(床下)에 나아가서 사례를 표하는 의절(儀節)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부끄러워 몸 둘 곳이 없습니다. 서신 끝에 보내신 율시 한 수는 저를 멀리하지 않는 뜻이 더욱 드러나기에 가까이 두고 끊임없이 읽고 있습니다. 부모를 모시고 지내는 안부는 더욱 장중하시고 때때로 대략 서책을 보면서 의리를 깊이 탐색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간혹 정신을 기르면서 마음을 안정하고 오직 한 곳에만 집중하는 것이 병을 다스리는 계책일 뿐만 아니라 또한 마음을 함양하고 덕을 닦는 요체입니다. 보잘것없는 제가 아껴주시는 마음을 본받고자 간절히 바라지만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日者。惠書之來。方作還巢之行。忙未修謝。追念耿缺。況歲初春府丈儼臨鄙室。交違未候。向也左右。又賜枉慰。繼以書存。旨意懇惻。前後頻仍。私心感祝。非不切至。而顧此寄蟄身勢。如魚掛鉤未得一晉床下。以修回謝之儀。愧愧無地。尾示一律。尤見不遐。愛玩無已。未審侍候增莊。時時略綽看書。沈索義理。間間愛養精神。寧靜專一。不惟爲養病之話。計亦爲養心進德之要。區區跂顒。敢效相愛之意。未知何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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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형【영환】에게 보냄 與金贊炯【永煥】 갈대가 흰 이슬에 젖고 추수(秋水)가 때맞춰 이르니 바로 현인(賢人)을 우러러 흠모하는 시기입니다. 다만 그리운 마음을 실행에 옮길 방도가 없어 그저 길이 험하고 거리가 멀다는 탄식만 절실할 뿐입니다. 서늘한 초가을 기운이 바야흐로 한창인데 부모를 모시면서 경서(經書)를 익히는 안부가 계속해서 신의 보위(保衛)를 입어 편안하신지 모르겠습니다. 현인을 향해 치닫는 그리움을 견딜 수 없습니다. 의림(義林)은 갯버들 같은 쇠잔한 몸이라 죽어가는 목숨 지탱하고 있는데 근래 가을을 알리는 바람 소리가 나무에 깃드니 아득하여 끝없는 감회가 더욱 절실합니다. 영랑(令郞)이 이제 막 하직하고 떠나서 그리움이 배가 되어 괴롭습니다. 또 그 아이가 저를 따른 날이 오래되었건만 배운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만약 성인(聖人)께서 보신다면 남의 자식을 망쳐놓았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부끄럽고 송구스러워 저도 모르게 등에 땀이 배어 발꿈치까지 흘러내립니다. 그러나 그 아이는 타고난 자질이 차분하여 아낄만하니 현인을 뒤따를 희망이 없지 않습니다. 모쪼록 집안에서 가르치는 여가에 더욱 깨우쳐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蒹葭白露。秋水時至。正是懷仰賢人之時。但溯從無路。只切阻長之歎而已。未審新凉方高。侍旁經體。連衛崇謐。馳溯不任。義林蒲柳殘質。㱡㱡捱過。近得秋聲入樹。益切悠悠無窮之感。令郞今方告行。懷思一倍作惡。且渠相從日久。所學何事。若使聖人見之。其不曰賊夫人之子乎。愧愧悚悚。不覺背汗流蹠。然渠姿質安詳可愛。不無步趨之望。須於過庭之餘。極加提省如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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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인사가 효열부 김씨를 천양한 시에 차운하다 次淸州人士闡揚孝烈婦金氏韻 꽃다운 나이의 효열은 타고난 천성이니 孝烈芳年已出天한나라의 진씨176)가 어찌 어짊을 독차지하랴 漢朝陳氏豈專賢시아버지가 뜻밖의 재앙에 걸린 데177) 크게 놀라고 驚心尊舅罹鴻網참된 정성이 상제의 연석에 이르도록 축원하였네 祝斗眞誠達帝筵한밤중에도 어찌 구들을 따뜻하게 하였는가 中夜安能溫突處삼시 세끼에 모두 좋은 음식을 장만해 올렸다오 三時幷却美餐傳후세 사람들이 만약 명륜 권178)을 이어 낸다면 後人如續明倫卷응당 이 효열부를 말단에 수록하지 않으리라 應不收編在末邊 孝烈芳年已出天, 漢朝陳氏豈專賢?驚心尊舅罹鴻網, 祝斗眞誠達帝筵.中夜安能溫突處? 三時幷却美餐傳.後人如續明倫卷, 應不收編在末邊. 한(漢)나라의 진씨(陳氏) 전한(前漢) 문제(文帝) 때의 진효부(陳孝婦)를 가리킨다. 진효부는 나이 16세에 시집와 아직 자식을 두지 않았을 때, 변방(邊方) 수비군(守備軍)으로 떠난 남편이 죽자, 친정 부모는 자식도 없이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딸을 가엾게 여겨 개가(改嫁)시키려 하였으나, 그녀는 남편이 떠날 때 노모(老母)를 잘 모시겠다고 승락한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고 하여 듣지 않고 끝까지 시어머니를 잘 모셨다. 《小學 善行》 뜻밖의……데 원문의 이홍망(罹鴻綱)은 《시경》 〈패풍(邶風) 신대(新臺)〉에 "물고기 그물을 설치했는데, 기러기가 걸렸도다.[魚網之設, 鴻則離之.]"라고 한 데서 온 말로, 뜻밖의 재앙에 걸렸다는 뜻이다. 명륜(明倫) 권(卷) 《소학(小學)》의 명륜편(明倫篇) 따위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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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군 기용이 방문해줌을 기뻐하며 喜李君【起容】見訪 어느 해였던가 우리의 벽운 난간에서 何年雨里碧芸欄그대와 한참 동안 회포를 풀었던 것이 與子多時敍抱寬가는 것이 이와 같다고 하니329) 초수330)를 살펴보았고 逝者如斯觀楚水우뚝한 저 산을 우러러본다고 하니331) 남산을 마주하였지 仰之節彼對南山시가 공교하니 열렬한 초심에 걸맞거니와 詩工能副初心熱재주가 졸렬하니 빈한한 옛 선비에게 무슨 말을 하랴 才拙何辭舊士寒오늘 아침 깊은 우의 넘치는 게 더욱 기쁘니 更喜今朝餘誼重험난한 노정에 싸락눈을 무릅쓰고 돌아가누나 間關行旆觸霏還 何年雨里碧芸欄, 與子多時敍抱寬?逝者如斯觀楚水, 仰之節彼對南山.詩工能副初心熱, 才拙何辭舊士寒?更喜今朝餘誼重, 間關行旆觸霏還. 가는……하니 공자(孔子)가 일찍이 냇가에서 흐르는 물을 보고 이르기를 "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을 쉬지 않는도다.[逝者如斯夫! 不舍晝夜.]"라고 한 데서 보인다. 《論語 子罕》 초수(楚水) 대개 초나라 굴원(屈原)의 《초사(楚辭)》에 나오는 강호(江湖)를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우리나라 남쪽 지방의 강호를 가리킨다. 우뚝한……하니 《시경》 〈소아(小雅) 절남산(節南山)〉에 "우뚝한 저 남산이여, 바위가 높고 높도다. 혁혁한 태사 윤씨여, 백성들이 모두 너를 우러러보도다.[節彼南山, 維石巖巖. 赫赫師尹, 民具爾瞻.]"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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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문19) 【준규】에게 답함 答朴景文【準奎】 한 통의 편지에서 회오(悔悟)가 깊고 절실함을 볼 수 있었고, 또 갈고 닦은 것이 더욱 진보함을 볼 수 있었으니, 나의 위로되고 감사한 마음이 어찌 다만 안부를 물어준 고마움 때문이겠는가? 대저 경문(景文)은 자질이 순수하고 뜻이 아름다우며 재능 또한 자못 개오(開悟)한데, 다만 부모상[大故]을 당한 이후로 매번 학업에 능히 전일하지 못함을 보고는 능히 나의 염려되는 마음이 없을 수 없었네. 지금 이미 이와 같이 발분하여 독실하게 하니, 이로부터 진보는 헤아릴 수 없는 것이 있을 것이네. 정자(程子)가 말하기를 "내면이 진중하면 외물의 가벼움을 이길 수 있고, 체득한 것이 깊으면 유혹이 작음을 볼 수 있다."라고 하였으니,20) 원컨대 여기에 다시 더욱 유의하게. 온 세상이 도도하게 허위가 풍조를 이루어 실심으로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하는 이는 몇 사람 없으니, 어찌 돌이켜 몸을 편안히 하고 명을 바르게 확립[安身立命]할 바탕으로 삼을 바를 생각하지 않겠는가? 이것을 우리 경문의 형제에게 바라지 않을 수 없네. 一紙心畫。可見悔悟之深切。又可見刮劘之益進。區區慰感。豈但以問訊之惠而已哉。大抵景文質淳意美。才性亦頗開悟。但大故以後。每見其執業之不能專一。而不能無區區爲慮之私.今旣如此發憤慥慥。從此進就有不可量。程子曰。內重則可以勝外之輕。得深則可以見誘之小。願於此更加留意也。渾宇滔滔。虛僞成風。而實心爲己者.無幾人焉。豈不思所以反之而爲安身立命之地哉。此不能無望於我景文伯仲之間也。 박경문(朴景文) 박준규(朴準奎, 1875~?)를 말한다. 자는 경문, 본관은 밀양(密陽)이다. 정자(程子)가……하였으니 《근사록》 〈위학(爲學)〉에 나오는 정이(程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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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회【상복】에게 답함 答沈景晦【相福】 이별한 뒤 한 통의 편지를 받았는데 대단히 깊은 정에서 나왔으니, 헤아릴 수 없는 고마움을 어찌 말로 다하겠는가. 만약 이번에 왔다면 그대의 청범(淸範)126)을 보고서 마음속에 쌓였던 이야기를 펼쳐 내리라 생각했는데, 끝내 기대하던 바를 저버리니 더욱 매우 울적해졌네. 잘 모르겠네만 서늘한 가을에 부모를 모시면서 경전 공부하는데 절서에 따라 건강한지 매우 걱정하네. 나는 얼마 전에 여러 어른을 모시고 고요한 절간에서 노닐었는데, 나의 분수로 헤아려보면 매우 다행한 일이네. 다만 그대 집에 찾아가서 한 자리에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매우 한스럽네. 지난번 편지에서 말한 것들에 대해 조목에 따라 대답해주고 싶었는데, 객지에 책이 없어서 참고할 수 없었네. 이에 다만 그 대략만 대충 이해하고 있었네. 대저 미발(未發)의 경계는 말로 표현하기 지극히 어려우니, 움켜잡는다고 안정시킬 수 없는 것이 아니며 찾는다고 보이는 것이 아니네. 움켜잡으려고 하면 더욱 안정시키지 못하며 찾으려고 하면 더욱 보이지 않네. 다만 마음을 엄숙하고 공경하게 지녀 함양하려는 생각과 이치를 연구하여 자신을 다스리는 공을 지녀 오래오래 쉬지 않는다면 절로 이르게 될 것이네. 이 때문에 성인이 사람을 가르칠 때 근거를 두어 지킬 수 있는 곳인 형적(形迹)으로부터 붙들어 세우게 한 것을 볼 수 있네. 고루하여 들은 것이 부족한 내가 감히 그대 질문에 대답할 수 없지만 멀리 있는 벗이 물어보니 답을 하지 않을 수 없네. 이에 대략 대답하면서 그 뜻을 전하니 바라건대 너그러이 이해해주는 것이 어떻겠는가. 別後一書。儘出情眷。感感沒量。如何可喩。今此之來。意謂得承清範。以展積藴。竟孤所望。旋切悵鬱。未審秋涼侍餘經履。對時衛重。懸溯冞至。義林日間隌從諸長。無於蕭寺閒寂之地。揆以私分。爲幸大矣。但不能前進仙庄。與有一席之穩。是爲悢悢。向書云云。竊欲逐節奉答。而容地無書。不能檢考。而但其大略。則略可領會耳。夫未發境界。極難言。非把捉可定。非尋覓可見。愈把捉愈不定。愈尋覓愈不見。只有莊敬涵養之意。硏究克治之功。久久不息。則自有所到矣。是以聖人敎人。無不自有形迹可遽守處。扶竪出來。此可見矣。固陋無聞。有所不敢。而遠朋惠問。不容無答。玆以略致意焉。幸俯恕。如何如何。 청범(淸範) 상대의 용모와 행동을 높여서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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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행【윤수】에게 답함 答金士行【潤洙】 생각지도 못하게 애존(哀存 상중에 있는 사람의 편지)을 받들고 여러 차례 어루만지자니 감격스러움이 멈추지 않습니다. 편지에서 하신 말씀은 감히 스스로 외면하지 못하고 삼가 소견을 올립니다. 출계자(出繼者 양자로 간 사람)는 본생 부모에 대해 연제(練祭 소상제(小祥祭))를 지낸 후에 치립(緇笠)과 치대(緇帶)를 하여 27개월을 마쳐야 하니 그 사이에는 결코 상복을 바꾸어 입는 절차가 없습니다. 부장기(不杖期)를 하면 담제(禫祭)를 지내지 않으므로 본생 부모에 대해서는 담제가 없고 담제가 없으므로 연제 때 곧바로 치대를 합니다. 또한 지팡이라는 것은, 상인(喪人)이 몸을 극도로 상하여 힘이 없기 때문에 짚고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출입할 때와 곡읍을 할 때는 모두 지팡이를 사용해야 하지만 우제(虞祭)를 거행한 뒤에는 지팡이를 가지고 실(室)에 들어가지 않고 부제(祔祭)를 거행한 뒤에는 지팡이를 가지고 당(堂)에 오르지 않으니33) 이것이 애통함을 조금씩 줄이는 것입니다.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謂外拜承哀存。靡挲數迴。感感無已。示意不敢目外。謹貢愚見。出繼子於本生父母。練後當緇笠緇帶。以終二十七月之數。則其間絶無變服之節。夫不杖則不禫。故於生親無禫。無禫故練祭卽爲緇帶矣。且杖者。喪人致毁無力。故扶杖而起者也。然則出入時。哭泣時。皆所當杖。然虞杖不入於室。祔杖不升於堂。此其殺哀者也。諒之爲望。 우제(虞祭)를……않으니 《예기(禮記)》 〈상복소기(喪服小記)〉에 보인다. 해당 경문에 대해 진호(陳澔)는 "우제(虞祭)는 정침(正寢)에서 거행하고, 제사를 지낸 뒤에는 지팡이를 가지고 실(室)에 들어가지 않는다. 부제(祔祭)는 조묘(祖廟)에서 거행하고 제사를 지낸 뒤에는 지팡이를 가지고 당(堂)에 오르지 않는다. 모두 슬픔이 줄어든 것을 나타내는 절도이다.【虞祭在寢, 祭後不以杖入室. 祔祭在祖廟, 祭後不以杖升堂. 皆殺哀之節也.】"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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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권【승규】에게 보냄 與李乃權【承奎】 이전에 덕수(德受)가 귀댁(貴宅) 쪽에서 저에게 와서 앓고 계신 병이 더욱 심해진 상황을 말해주었습니다. 듣고서 놀랍고 염려가 되어 곧장 달려가 안부를 살피고 싶었지만, 저도 건강하지 못하여 신음하면서 오한을 겪느라 자력(自力)으로 움직이기 어려워 그저 탄식만 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뜻밖으로 영윤(令胤)이 저를 찾아와 조금 나아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위안을 받았습니다. 좌우(左右)께서 재력이 텅 빈 뒤 끝에 또 이렇게 더욱 오래도록 편안하지 못한 것을 생각할 때마다 어떻게 지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면서도 도울 길이 없어 아무 보탬 없는 염려만 간절할 뿐입니다. 난계(蘭溪)의 종씨(從氏 상대방의 사촌 형제)는 근래 교촌(校村)에 머물고 있습니까? 달포 전의 머리 아픈 일도 안정이 되었습니까? 지나간 일이라 뒤미처 얘기할 필요가 없지만, 종씨가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위로는 연세 많으신 부모님이 계시고 아래로는 어린 자식이 있으니 눈앞에 닥친 형편이 참으로 형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구구한 벗의 심정으로 또한 어찌 근심스럽고 답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것도 운수에 관계되니 오직 마음을 편히 먹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면서 뒤처리를 잘하는 방도나 도모해야 할 따름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曩日。德受自貴邊來。爲道美痾添劇之狀。聞之驚慮。卽欲趨省。而賤身亦且不健沈吟卷婁。難以自力。只庸歎恨。謂外令胤見過。得聞差可之報。慰慰。每念左右事力獲落之餘。而又有此彌久不安之節。未知何以經過耶。愛莫爲助。只切無益之慮而已。蘭溪從氏。近住校村否。月前橫撓。亦爲帖然耶。事屬過境。不須追提。而但從氏以望六之年。上有隆耋下有稚孩。而目前情景。極爲難狀。區區知舊之心。亦安得不悶鬱也。然此亦數運所關。惟有安心坦懷。而圖善後之方而已。如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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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뢰【치만】에게 답함 答宋聖賚【致萬】 병으로 고요히 지내는 가운데 어떤 소년이 사뿐사뿐 문으로 들어왔으니, 그 아름다운 용모와 단아한 위의는 묻지 않아도 법도가 있는 집안의 자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어보니 과연 노형의 손자였습니다. 사랑스러운 마음 그지없었습니다. 이윽고 또 보내준 한 폭의 심화(心畫 편지)를 받아서 여러 번 완상하니 감격스러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고 고마움을 말로 형용할 수 없었습니다. 이 천루함을 돌아보면 얼마나 형편없습니까. 그런데도 그 뜻을 보인 진중함과 마음을 전한 친밀함이 이처럼 지극하단 말입니까. 근래 보양하는 데 신명의 도움이 있으며 기력은 강건하십니까. 사모하여 우러러(르)는 마음 너무나 지극합니다. 저는 앓고 있는 한 가지 질병이 물러나지 않고 있으니 괴롭습니다. 이는 목숨이 다하려는 만년의 상황인데 어찌 오래 살 이치가 있겠습니까. 다만 죽음을 기다릴 따름입니다. 붕우들이 죽고 나서 속마음을 말할 곳이 없으니, 아침저녁으로 대나무 아래 안석 사이에 끊임없이 찾아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저의 질병이 조금 나으면 마땅히 지팡이를 짚고 가서 두 사람이 서로 만나 기쁘게 한번 악수하고 싶은데 병마가 나에게 허락해 줄지 모르겠습니다. 病榻涔寂。有一少年。翩然入門。其婉孌之容。端詳之儀。不問可知爲法家子弟。問之果是老兄抱孫也。心乎愛矣。不能已也。旣而又進一幅心畫。奉玩數周。感不容喩。謝不容喩。顧此淺陋。何等無狀。而其遣意之重。致情之密。若是其至耶。不審日間頤養有相。氣力康適。懸仰冞至。弟一疾沈綿。五朔不退。苦事。此是濛汜殘景。豈有悠久之理。只當待之耳。但朋知彫落。無可話心此。晨夕一念未嘗不憧憧往來於竹下几屛之間也。賤疾稍可。第當傴僂扶曳。兩衰相對。懽然一握。而未知二竪子爲之假我否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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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화【태영】에게 답함 與朴達華【泰榮】 지난번 일찍이 선향(仙鄕)으로 가는 인편에 서신 1통을 부쳐 올렸는데 과연 받아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세밑에 상중(喪中)에 계신 안부와 동정(動靜)은 건강을 해치는 데 이르지는 않으셨습니까. 지난 일이야 말해서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우선 제쳐두느니만 못합니다. 오직 이치에 따라 마음을 너그럽게 가져서 늘그막에 몸을 아끼고 보호하시기만 바랍니다. 저는 위안이 되고 그리운 마음이 간절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아우는 재앙이 연이어 닥친 뒤라서 신병(身疾)이 이로 인하여 매우 위중해져서 문을 걸어 닫고 고통에 신음하고 있으니 그 정경이 형용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한 번 직접 가서 위문을 올리는 의절(儀節)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이것이 어찌 일상적인 인정과 도리이겠습니까. 비통하고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상황이 이와 같고 이 몸의 처지가 또 이와 같건만 평소에 끊임없이 교유하던 친구들이 아득하여 천애지각(天涯地角)에서 서로를 잊고 있는 듯하니 실의에 빠져 크게 탄식하느라 어떻게 마음을 정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頃嘗付上一書於仙鄕便矣。未知果得關聽耶。未審歲暮服體動止。不至有損節否。往事言之何益。不如且除之。惟望遣理坦懷。珍嗇晩景也。慰溯區區。不任懇情。弟禍故荐仍之餘。身疾因以沈劇。杜門叫苦。情景難狀。玆未能一者躬造。以供慰問之儀。此豈平日之情理耶。悲愧萬萬。時象如此。身事又如此。而源源知舊之平日遊從。漠然如厓角之想忘。憮然浩歎。不知所以爲心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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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여37)【광선】에게 답함 答高元汝【光善】 외지고 누추한 곳에 사는 벗을 잊지 않고 외람되게도 현덕(賢德 상대방)께서 안부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형의 고매한 풍의(風儀)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감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소식을 들은 뒤 벌써 석 달이 지났는데 부모를 모시고 지내는 체후는 학문에 정진하면서 더욱 편안하신지 모르겠습니다. 멀리서 형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아우는 온갖 어려움을 겪느라 학업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머리에 가을빛이 들은 것이 지난 몇 해의 소득일 뿐입니다. 친구들과 진력(盡力)하기로 약속했던 뜻을 생각할 때마다 터럭만큼도 보답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에 땀이 옷을 적실 뿐입니다. 문형(文兄)38)께서는 명문가의 뛰어난 후손이고 사문(斯文)의 석유(碩儒)로서 원근 지역에서 성대한 명망을 입은 지 이미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바라건대 더욱 정진하고 더욱 삼가서 만년을 보중(保重)하고 마무리를 잘하여 보잘것없는 제가 믿고 의지하도록 하십시오. 不忘僻陋一友生。至屈賢德。惠以存訊。非兄風儀之高。何以有之。鳴感僕僕。未審信後月已三弦。侍旁體候。味道增適。遠溯懸懸。弟身嬰百艱。業沒一進。惟鬢畔秋色。是年來所得耳。每念知舊期勉之意。無絲毫可以承答者。只有愧汗沾衣也。惟文兄以名家賢裔。斯文碩儒。已負遠近藹蔚之望。爲多少年所矣。願益情益謹。以爲保晩敦終。使此區區。亦有所毗賴也。 고원여(高元汝) 1855∼1934. 본관은 장택(長澤), 자는 원여(元汝), 호는 현와(弦窩)ㆍ복헌(復軒)으로 고정헌(高廷憲)의 후손이다. 덕암(德巖) 나도규(羅燾圭, 1826~1885)와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 1798~1879)의 문하에서 수업하였다. 저서로 《현와유고(弦窩遺稿)》 16권 8책이 있다. 문형(文兄) 글을 논할 수 있는 벗에게 격식을 갖추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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