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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은【수근】에게 보냄 與李明恩【守桹】 전일에 돌아오는 행차는 편안하였는지요? 이어서 겨울이 장차 끝나가니, 경체(經體)의 기거하심에 큰 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몹시 그리워하는 심정을 멀리서 가눌 길이 없습니다. 여러 번 돌보아주심이, 어찌 이리도 친절하고 은근하십니까. 그러나 기구하고 험난한 상황에서 온갖 사정에 묶여 있기에, 사례하는 뜻을 표하기 위해 한 번도 가지 못하였습니다. 감사하기도 하고 또 죄송한 마음이 간절합니다. 생각건대 남파선생(南坡先生)게서 후학들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신 뒤로 세월이 이미 많이 흘렀는데, 유고(遺稿)가 다소 있으나 아직도 간행하지 못하였으니, 이는 실로 유림(儒林)들의 잘못이니 개탄스러운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듣자하니 존문(尊門)의 여러 군자들이 성대하게 생각을 말하여 미처 마치지 못한 일을 맡아주었다니, 참으로 문헌(文獻)의 고가(古家)에서 일을 처리하고 의(義)를 지키는 방법이 과연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사문(斯文)을 지키고 후학에게 은혜를 끼치는 일은 어떠합니까? 이미 일을 시작하였고, 권질(卷帙)이 많으니, 널리 전파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일을 할 만한 능력이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염려되는 마음이 절실할 따름입니다. 의림(義林)은 이른 봄 즈음에 한 번 직접 판각하는 곳을 찾아가서 하루 정도 연참(鉛槧)4)의 일을 돕고자 합니다만 이 몸의 상황을 말씀드리기 어려우니, 끝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曩也返次無撓。繼而冬令將暮。經體動止。茂納崇祉。馳溯耿耿。不任遠情累荷枉顧。何等鄭重。而惟此崎嶇險戲。局束百故。未得有一者回謝之行。感戢之餘。旋切主臣。伏惟南坡先生棄後學。日月已多。而多少遺稿。尙稽刊行。此實儒林之責。而不能無慨歎之私。仄聞尊門諸君子。蔚然發慮。營此未遑之擧。信知文獻古家。處事制義之方。果有以異於人也。其所以衛斯文惠後學爲何如耶。旣爲設始。則多其秩。可以廣其布。但未知事力爲何如耶。只切馳慮而已。義林第擬以開春。一番躬造於剞劂之所。以相一日鉛槧之役。但身故難狀。未知竟作如何也。 연참(鉛槧) 참(槧)은 목판이요, 연(鉛)은 연분필을 말한다. 《서경잡기(西京雜記)》에, "양자운(揚子雲)이 항상 연필을 품고 목판을 들고 다녔다." 하였다. 여기에서는 목판에 문집을 새기는 작업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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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백150)【창섭】이 관례를 행하는 날 적어서 주다 安慶伯【昌燮】加冠日題贈 안씨의 아들 태어나 십오 세가 되었으니 (安氏子生十五年)풍모는 속유의 모습에서 멀리 벗어났네 (風儀逈出俗儒邊)총각 머리 사랑스러움 가문으로 말미암고 (丱髦婉變由房戶)별 고깔 높게 쓰고 객연에서 술 따르네 (星弁頍峨醮客筵)간곡하게 네 가지 행실을 요구함은151) 그 덕을 이루기 위함이고 (責四諄諄成厥德)정연하게 세 가지 절차를 행함은152) 하늘에 근본한 것이네 (加三秩秩本於天)이름이 창섭이고 자가 경백인 것 무슨 뜻인가 (名昌字慶知何意)심은 것 북돋아 주는 이치 실로 당연히 이치라네 (栽者培之理固然) 安氏子生十五年。風儀逈出俗儒邊。卯髦婉變由房戶。星弁頍峨醮客筵。責四諄諄成厥德。加三秩秩本於天。名昌字慶知何意。栽者培之理固然。 안경백(安慶伯) 안창섭(安昌燮, 1874~?)이다. 본관은 죽산(竹山), 자는 경백이다. 네……요구함은 『소학』「가언(嘉言)」에 "성인이란 장차 아들이 되며 동생이 되며 신하가 되며 젊은이가 된 자의 행실을 요구하는 것이다. 네 가지의 행실을 사람에게 요구하려 하니, 그 예를 중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成人者, 將責爲人子, 爲人弟, 爲人臣, 爲人少者之行也. 將責四者之行於人, 其禮可不重與?]"라고 하였다. 세……행함은 관례에서 행하는, 관을 세 차례 갈아 씌우는 의식을 말한다. 맨 처음에는 치포관(緇布冠)을 씌우고 다음에는 피변(皮弁)을 씌우고 마지막에는 작변(爵弁)을 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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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치도【종국】에게 답함 答邊致道【鎭國】 그대가 날 찾아온 이후로 세월이 벌써 많이 흘렀는데, 벗의 우아한 몸가짐이 항상 마음속에 떠오르지 않음이 없으니, 어찌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그리는 마음이 이처럼 지극함에 이르게 하는가. 한 마디 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는데, 다만 이별한 이후로 병도 많고 일도 많아 조금도편안한 시절이 없어서 벗의 근후한 뜻을 저버린 것이 많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니, 많은 책과 많은 경전의 천 마디 만 마디 말은 도를 밝히는 요점과 덕에 들어가는 문이 되지 않음이 없으니, 어찌 침상 위에 침상을 놓고 지붕 위에 지붕을 이는 것처럼 이를 버리고 다른 방법을 구하려고 하는가. 대저 학문은 뜻을 세우는 것을 우선해야 하니, 이른바 뜻을 세운다는 것은 반드시 성인이 되는 것으로 기대해야 하며 조금이라도 자신을 작다고 여기거나 물러나 핑계를 대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되네. 대저 그러한 연후에 큰일을 담당하여 용감하게 곧장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 이른바 경(敬)을 주장하여 근본을 세우는 것이나 이치를 궁구하여 선을 밝히는 것 등은 모두 그 다음의 일이네. 뜻이 참으로 서지 않으면 비록 성인의 훌륭한 말씀이라도 오히려 어찌 내치지 않겠는가. 더구나 나처럼 어리석고 비루한 자의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나 쓸 데 없이 덧붙인 말임에랴. 무거운 병을 앓고 난 뒤라 정신이 몽롱하여 붓 가는 대로 대충 쓰다 보니 글이 뜻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였네. 깊이 헤아려주기 바라네. 自蒙枉願。日月非不久矣。而故人雅儀。未嘗不常常往來於心目之間。何令人致思一至於是耶。旦有一言之託。而別離以來。多病多故。無霎時妥帖時節。以負故人勤厚之意多矣。然旋念群書群經。千言萬言。無非明道之要。入德之門。何必舍此而別求方法。如床上之床屋上之屋乎。大抵學問。以立志爲先。所謂立志者。必以聖人期待。不可有一毫自小退托之念。夫然後可以擔當大任。勇往直前。所謂主敬而立本。窮理而明善。皆其次第事。志苟不立。雖聖人格言。尙且奈何不下。況如愚陋者瞽說贅言乎。重病之餘。精神矇矇。信筆胡草。言不達意。惟諒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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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중추부사 박공【재원】에게 답함 答同樞朴公【在源】 책상 아래에서 인사드린 지 이미 한 해가 지난 듯하니, 늘 마음에 잊혀지지 않습니다. 뜻밖에 공의 손자께서 상중에 찾아와 주시고, 공의 편지를 또 소매에서 내어 전해 주었으니 너무나 감사하고 또 너무나 송구하였습니다. 많은 연세에 절선(節宣)하고 부지하는 모든 일이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어긋나고 형편없는 사람을 잊지 않고 굽어살펴 주심이 이처럼 정성스럽단 말입니까. 성대한 도량으로 감싸 주시는 것이 과연 상정으로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하여 수체(壽體)를 보양하여 신상(神相)이 편안하시다고 하니, 너무나 듣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저는 작년 가을부터 기침하는 증상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심해지기만 하고 차도가 없으니, 죽을 날이 필시 멀지 않았을 것이기에 다만 조용히 기다릴 따름입니다. 아, 가슴에 가득 쌓인 회포를 하소연할 곳이 없었는데 하소연할 수 있는 대상이 어른이 아니면 누구이겠습니까. 그런데도 정신은 혼미하고 숨은 가빠 한 자를 적는 것이 바둑알을 아홉 개 쌓는 것보다 어려우니 어찌합니까. 우선 남겨 두었다가 후일을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또 남은 날이 다시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로 보나 저로 보나 정신이 손상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저는 어른에 비해 나이가 비록 적지만 노년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마땅히 많이 드시고 잘 조섭하여 영위(營爲)함이 없이 행동을 살펴보아 길흉을 상고하는 터전으로 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도 궁극적으로는 또한 여기에 마음을 써야 하지만 박복한 천한 소생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拜違床下。洽已周歲。懷仰耿耿。昕宵無間。謂外賢抱棘人。委辱枉顧。尊函又自其袖中出。感感之至。旋切悚悚。大耋之年。節宣扶持。凡百爲難。而何以不忘醜差無狀之物。爲垂俯存。若是懇惻耶。盛度所包。果非常情可涯也。因審頤養壽體。神相康謐。尤協願聞之至。生自去秋。得咳喘之證。至于今日。有加無減。其爲溘然。必無多日。只當待之而已。嗚乎。滿腔積懷。無可告訴。而所可告訴者。非丈氏而誰耶。然而神昏氣促。作一字。艱於累九棊。奈何。姑且留之以待後日耶。又未知後日能復幾何。以彼以此。無非傷神處也。生之於丈氏。年紀雖不同。而其爲晩景則一也。只宜加餐善攝。無營無爲。以爲視履考祥之地。如何。生之究竟。亦未始不在於此。而賤生薄命。未知果爾否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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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윤에게 답함 答鄭周允 10년이 지나도록 서로를 보지 못하였으니 이것이 활별(濶別 오랫동안 만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활별이 이와 같다면 거의 서로를 잊었으련만 잊지 못하고 떠오르는 생각이 하루라도 형 옆에 있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이것은 인정이 본래 그러한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늘그막에 남겨진 시간이 거의 없건마는 앞으로의 활별은 더 심할 듯합니다. 우리 둘이 다시는 살아 있는 세상에서는 서로 볼 수 없겠지요. 형이 말씀하시는 "흙이 아니고 나무가 아니니 어떻게 마음을 가누겠는가."라는 것은 애초에 아우에게 해당하는 말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지난가을에 송사(松沙 기우만(奇宇萬)의 호)가 형의 편지를 보내주어 인하여 형이 근래 머리 아픈 일 없이 지내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험난한 세상에 어찌 이것보다 좋은 소식이 있겠습니까. 다만 그 당시에 앓았던 병환은 과연 일찌감치 일상을 회복하여 줄곧 평안하신지요? 형제가 책상을 마주하고 노년에 덕을 닦아나가는 것이 더욱 정밀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우는 노쇠한 징후가 갑자기 이르고 기침이 잦고 숨이 가쁜 증상이 날이 갈수록 심해져 베개에 엎드려 신음하고 있으니 단지 아직 식지 않은 시체일 뿐입니다. 보내신 편지에 자세하게 의리(義理)를 죄다 말씀하셨는데 아주 명명백백하여 덕으로 사람을 아끼는 군자의 지극한 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유종(儒宗)의 말에 관해서는 이보다 앞서 참으로 이미 들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이 옳은 듯하지만 그릇된 것입니다. 옳은 듯하기 때문에 사람을 미혹하기가 쉽습니다. 하물며 한 시대의 명망을 짊어진 입장에서 옳은 듯한 말을 하여 이익을 좋아하는 마음에 호응해준다면 어느 누가 그를 흠모하면서 기꺼이 따르지 않겠습니까? 혀를 찰 괴이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十年不相見。此非濶別耶。濶別如此。幾乎相忘。而心心念念。無一日不在於兄邊。此人情之所固然耶。葉楡殘景。所餘無幾。而前頭之濶似復甚焉。吾兩人。其不得復以陽界相見耶。兄所謂非土非木。何以爲心者。未始非弟之語也。前秋松沙送兄書。因審兄近來經過無撓。險世好消息。何踰於此。但其是有所愼之節。果能趁早復常。一味泰平否。聯棣對床。老年進德。想益邃密也。弟衰徵驟至。咳嗽喘促。日甚一日。伏枕叫囈。特一未冷尸耳示喩縷縷。說盡義理。十分明白。可見君子愛人以德之至意也。所謂儒宗之言。前此固己聞之矣。天下最可畏者。似是之非。似是故惑人易。況以一時負望之地。而持似是之說。以中其嗜利之心。則孰不欣慕而樂從之哉。可謂咄咄怪事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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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여주에게 답함 答吳汝周 보내주신 편지에 운운하였는데, 사람이 타고난 자품(姿稟)은 대개 온전히 갖추기가 어렵습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이니, 마치 강경(强勁)한 사람은 너그러움이 부족하고 온화(溫和)한 사람은 엄숙하고 굳센 의지가 부족하고, 박실(朴實)한 사람은 총기와 민첩함이 부족한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중지(中智) 이하는 면할 수 없는 것이니, 이 때문에 성현(聖賢)이 지은 여러 책과 경전이 모두 기질(氣質)을 바로잡는 방책이 아님이 없는 까닭입니다. 하늘과 사람은 한 가지이니, 그 체(體)는 본래 한량이 없고, 그 용(用)은 본래 쉼이 없는데, 다만 사람은 형질(形質)에 국한되고 물욕(物欲)에 구애됩니다. 지극히 커지게 되면 작아지고 지극한 건도(乾道)에 이르면 쉬게 됩니다. 작아지기 때문에 사물과 내가 가로막혀서 극벌원욕(克伐怨慾)81)의 사사로움이 있고, 쉬게 되기 때문에 도(道)와 기(器)가 서로 어긋나서 나태하고 방만하게 되는 잘못이 있게 됩니다. 무지몽매하여 마치 취한 듯, 꿈꾸는 듯 합니다. 그러나 반성하는 방법을 구하여 본다면 과연 '관(寬)'과 '경(敬)' 두 글자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거듭 상세하게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示喩云云。人生姿稟。蓋難全備。有所長則必有所短。如强勁者欠寬裕。溫和者欠嚴毅。朴實者欠警敏。此中智以下所不免。是以聖賢所著羣書羣經。無非所以矯捄氣質之方也。天與人一也。其體本無限量其用。本無停息。但人爲形質所局。物欲所拘。至大者小。至乾者息。小故物我橫隔。而有克伐怨欲之私。息故道器相悖。而有怠惰放慢之失。貿貿蚩蚩。如醉如夢。然求其所以反省之方。則果不外乎寬敬二字矣。更爲詳之。 극벌원욕(克伐怨慾) 《논어》 〈헌문(憲問)〉에 나오는 말로, 각각 호승심(好勝心)과 자긍심(自矜心)과 원망하는 마음과 욕심내는 마음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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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중숙71) 【시묵】에게 답함 答梁仲淑【時默】 금옥같은 형제가 말채찍을 나란히 하여 방문해 주어 누추한 방에서 촛불을 밝힌 것이 많았을 뿐만이 아니었네. 스스로 생각건대 비천하고 용렬한 내가 조금 떨어진 곳에 살면서도 능히 자주 그대 집안의 여러 장덕(長德)에게 달려가 안부를 묻지도 못했는데, 도리어 그대 형제가 배척하여 버리지 않는 대우를 받음이 이와 같으니, 매우 두렵고 부끄럽네. 뜻밖에 거듭 보내준 편지를 받고 이에 조모와 모친께서 강녕하신 줄 알았으나 다만 백씨(伯氏)의 오랜 병이 근래 다시 심해졌으니, 매우 염려가 된다네. 화락한 군자를 신명이 위로하여 온갖 상서가 모일 것이니, 어찌 별것도 아닌 병마가 감히 스스로 그 기량을 부리기를 이 같이 지루하게 함이 있겠는가? 가만히 보건대, 자질이 아름답고 뜻이 두터워, 삼가고 신칙함은 넉넉하고 학문하여 강론한 공은 더욱 계속 진보할 것인데, 무단히 잘못 없이 생긴 병으로 고뇌하게 되어 시일을 허비한 것이 적지 않으니 매우 애석하고 애석하네. 오직 바라건대 심기를 평안히 하여 때에 맞게 약을 먹으면서 해로운 것은 통렬히 끊고 빠른 효험을 바라지 않되, 시일이 지나면 절로 온전해 질 날이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의리상 마땅히 몸소 나아가 조리하는 절도를 살펴보아야 하지만 한결같이 골몰하여 떨쳐 일어날 길이 없으니, 평소 서로 향하는 정의가 아닌 것을 어찌하고 어찌하겠는가? 金昆玉季。聯鞭左顧。陋室燭跋。不啻多矣。自惟淺劣居在數喚地。未能種種趨省於尊門長德諸位之下。而反蒙賢昆季所以不相擯棄者如此。悚慙萬萬。謂外荐承惠幅。仍審雙幃康寧。而但伯氏美痾。近復添劇。奉慮奉慮。愷悌神勞。百祥攸集。而豈有幺麽竪子。敢自騁其伎倆。若是支離耶。竊覸質美意厚。謹勅有餘。而學問講修之功。益進進無端爲無妄所惱。曠廢時日不少。可惜可惜。惟願安心平氣。時進藥餌痛絶忌害勿求速效而時去日來自當有全勝之日矣。如何。理合躬造。省視調劑之節。而一味滾汨。末由振作。其非平日相向之誼。奈何奈何。 양중숙(梁仲淑) 양시묵(梁時默, 1869~?)을 말한다. 자는 중숙, 본관은 제주(濟州)이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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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와38) 민 어른【삼현】에게 올림 上謙窩閔丈【三顯】 봄 초에 나아가 인사드린 것은 실로 수년 간 앙모하던 나머지에서 나온 것이었는데 일정이 너무 촉박하여 평온하게 가르침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물러나고서 섭섭한 마음이 지금까지 그치지 않습니다. 한가로이 수양하시며 덕을 닦는 체후는 시절 따라 강녕하시며, 자제분의 제절(諸節)은 두루 편안하십니까? 앙모하는 구구한 마음 가눌 수 없습니다. 소생은 객지에서 칩거하느라 다른 곳에는 또한 조금도 힘을 기울이는 곳이 없고 오직 떠도는 객지 신세는 사람으로 하여금 견디기 어렵게 합니다. 아, 덕망 있는 선배는 지금 모두 세상을 떠나고 오직 존장(尊丈)만 도를 가정에서 전수받아 연세와 덕망이 매우 높아 후생이 덕을 상고할 곳이 아직 있습니다. 소생은 세파에 시달려 비록 스스로 힘쓰기 어렵지만 마땅히 종전에 앙모하는 정성을 애써 펴서 이로부터 의지할 계책을 삼고자 하는데, 받아주시겠습니까. 다시 바라건대 도를 위해 더욱 건강하시어 구구한 이를 위로해 주십시오. 春初晉拜。實出數年慕仰之餘。而行期甚促。未得穩承薰陶。退而悵歎迄今亡已。未審燕養德體對時康寧子舍諸節均安溯仰區區不任生旅蟄他所。亦且未見其毫分進力處。而惟有離旅之懷。令人難遣。嗚呼。先輩宿德。今皆云亡。而惟尊丈道傳家庭。年德方高。後生考德。尙有所在。小生困於世故雖難自力。然當有以勉圖其從前慕仰之誠。以爲自此依賴之計。幸有以受之否。更乞爲道增康。以慰區區。 겸와(謙窩) 민삼현(閔三顯, 1815~?)으로, 본관은 여흥(驪興), 자는 중덕(仲德), 호는 겸와이다. 기정진의 문인이다. 민백우의 둘째 아들이며, 전라도 화순 사평에서 살았다. 학행으로 사헌부 지평에 증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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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에서 벗과 모여서 향음례를 행하다 松廣寺會諸友 行鄉飲禮 하늘가에서 헤어진 것 어느 때였나 (涯角分張問幾時)옛 벗을 만난 곳에서 또 새로 벗을 사귀네 (舊知逢處又新知)온 골짜기 단풍든 숲에 가을바람 소슬하게 불고 (一洞楓林秋瑟瑟)암자에 내리는 꽃비에 밤은 길기만 하네 (諸天花雨夜遲遲)호계에서 담소 나는 것78) 무슨 의미이랴 (虎溪談笑曾何意)흥국사에서 강론한 것79) 지금도 기이하네 (興國講磨今亦奇)갈림길에서 다음에 만날 약속을 하니 (臨歧爲說來頭約)쌍계사의 복사꽃 봄 되어 만발할 때라오 (雙寺碧桃春滿枝) 涯角分張問幾時。舊知逢處又新知。一洞楓林秋瑟瑟。諸天花雨夜遲遲。虎溪談笑曾何意。興國講磨今亦奇。臨歧爲說來頭約。雙寺碧桃春滿枝。 호계(虎溪)에서……것 호계는 중국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 앞에 있는 시내인데, 이 시내를 넘어가면 범이 울었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하였다. 진(晉)나라 고승 혜원 법사(慧遠法師)가 손님을 전송할 때에 이 시내를 넘지 않았다. 뒷날 도잠(陶潛), 육수정(陸修靜)과 뜻이 맞아 자신도 모르게 넘어가자 범이 갑자기 우니, 세 사람이 놀라 크게 웃고는 헤어졌다고 한다. 『山堂肆考 卷24 虎號』 흥국사(興國寺)에서 강론한 것 흥국사는 중국 호북성(湖北省) 한양현(漢陽縣) 북쪽에 있는 절인데, 본래 이름은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이다. 정호(程顥)가 장재(張載)와 함께 흥국사에서 종일 강론하고서 "옛날에도 어떤 사람이 이 자리에서 이런 강론을 한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不知舊日曾有甚人, 於此處講此事.]"라고 하였다 한다.『近思錄 卷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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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재풍】에게 보냄 與文武一【載豊】 붓을 움직이고 먹을 가는 것도 늘그막에는 힘든 일이건만 인편을 두고 그때마다 서찰을 보내 물으시는 일이 앞뒤로 끊이지 않고 갈수록 더욱 정성스러우십니다. 돌아보건대 누가 이런 일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아, 아우는 젊은 시절부터 사방(四方)의 사람들과 교유(交遊)한 것이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머리가 흰 노년이 되고 새벽 별처럼 쓸쓸한 처지가 되어서는 오직 노형(老兄)만이 저를 버리지 않고 늙어서도 더욱 친밀하게 대하시니 풍의(風儀)에 감격하는 마음이 어떠하겠습니까. 만년의 쇠잔한 처지라 모든 생각이 멈춰버렸지만, 사소한 구업(舊業)에 대해서 얼마간이라도 도움을 주고받고자 하는 바람은 지금껏 한 번도 덕문(德門)의 형제 사이에 있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가난과 질병에 시달려 두 발이 문을 나서지 못하고 안부를 묻는 편지조차도 때를 맞추지 못하였습니다. 노형께 연치(年齒)와 덕망(德望)을 무릅쓰고 문득 이렇게 먼저 은혜를 베푸시게 하였으니 감격스럽고 감격스러운 나머지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함께 합니다. 따뜻한 봄날이 한창인데 형의 체후(體候)도 계절과 더불어 편안하신지 모르겠습니다. 기침 증세는 본래 으레 나타나는 증상이고 공도(公道)이니 편작(扁鵲)이나 화타(華佗)도 손을 대지 못하고 인삼(人蔘)과 백출(白朮)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공자(孔子)가 말한 "늙은이가 편안하게 여긴다."라는 말이 가장 좋은 약방문(藥方文)입니다. 아우는 타고난 기운이 허약하여 미처 늙기도 전부터 쇠약해진 지 오래입니다. 하물며 공도(公道)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다만 당장 온 집안 식구의 생계를 꾸려 갈 수 없으니 청산(靑山)에 누운 뒤에야 가능할 것입니다. 우스운 일입니다. 運管行墨。亦老境勞事。而有便輒致書問。前後源源。愈益懇至。顧惟何人。可以當此。嗚乎。弟自少年以來。交遊四方。非不久矣。而白首頹齡。落落如晨星。惟老兄不棄不遺。老而愈密。感感風義。何以爲心。桑楡殘景。萬念休歇。而一分舊業。多少相資之望。未嘗不在於德門伯仲之間。然而貧病淟涊。脚不出門。至於書尺寒暄。亦不以時而至。使老兄降屈年德。輒此先施。感感之餘。愧悚倂之。春令方殷。未審只體候。與時偕適。喘證此固例證也。公道也。扁華所不能容手蔘朮所不能奏效。只有夫子所謂老者安之四字。是其第一方文。弟受氣偏薄。未老而衰久矣。況於公道乎。但目前百口之計。寄着不得。惟一臥靑山然後。可也。好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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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고39) 조 어른【성가】께 올림 上月皐趙丈【性家】 지난봄에 송사(松沙) 편에 한 통의 편지를 써서 올렸는데 잘 전달되었는지요? 적벽(赤壁)에서 어긋난 연유는 모두 이전 편지에 적어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전 편지를 보지 못하셨다면 어떻게 홀로 갔다가 만나지 못한 사정을 알겠습니까. 그러나 이미 지난 일이기에 굳이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습니다. 삼가 화창한 봄날 덕을 닦으시는 체후는 건강하고 편안하십니까? 멀리서 사모하는 마음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소생은 가난과 병든 몸으로 세상일에 골몰한데다 노쇠함까지 겹쳐 모든 정상이 날로 더욱 힘들어지고, 게다가 시상이 날로 그릇되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놀라우니, 구구한 이의 괴롭고 한스러운 마음은 하소연할 곳이 없기에 밤낮으로 향해 가는 마음은 동문 가운데 덕망이 높은 우리 월고(月皐) 선생과 같은 이에게 있지 않겠습니까. 부디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치지 마시고 인편을 통해 깨우쳐 주십시오. 去春松沙便。修上一書。不至喬沈否。赤壁相違之由。具在前書。而若不見前書。則何以知獨行不遇之狀乎。然已屬過境。不必更提也。伏未審春和德候康適。遠慕不任。生貧病汨沒。加以衰相侵尋。凡百見狀。日益頹落。加以時衆日非。滿目駭然。區區苦恨。無可告訴。而所以日夜懸往。其不在於同門宿德如我月皐先生乎。幸不以違慢見誅。因風有以提誨之也。 월고(月皐) 조성가(趙性家, 1824~1904)로, 본관은 함안(咸安), 자는 직교(直敎), 호는 월고이다. 어계(漁溪) 조려(趙旅)의 후손이다. 진주(晋州)에 거주하였으며 기정진의 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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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방【병해】에게 답함 答朴源方【炳海】 가을도 저물어 가는데 그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참으로 깊네. 뜻밖에 김아(金雅)가 나를 찾아왔는데 그대의 편지도 함께 이르렀네. 봉투를 열고 읽어보니 고마운 마음은 마치 구슬을 받든 것 같네. 더구나 조부모, 부모를 즐겁고 기쁘게 모시면서 건강이 매우 좋다고 하니, 더욱 내가 듣기 원하는 마음을 흡족하게 하네. 나는 가을에 서당을 그만 둔 뒤에 집으로 돌아와 병을 조리하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네. 그러나 병은 낫지를 않는데도 마을의 수재들이 줄을 서서 모여들어 또한 한바탕 어지러이 떠들썩한 장소가 되고 말았네. 이전 달에 한번 그대가 사는 지역에 찾아가 벽산(碧山)과 경립(景立)의 병에 대해 위문하고서 이윽고 그대 조부모와 부모에게 인사를 드리고서 오랫동안 격조했던 정을 풀어보려고 하였는데, 개인적인 일로 얽매어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였네. 항상 바람을 향해 그리워하는 마음만 내달릴 뿐이네. 가을도 깊고 밤도 기니 참으로 독서하는 사람이 휘장을 드리우고 등불을 가까이 할 때이네 .잘 모르겠네만 우리 벗은 과연 일념으로 긴요하게 힘을 써서 끊임없이 나아가 멈추지 않는가? 부형이 기대하는 것도 이 일이요, 붕우들이 서로 종유하는 것도 또한 이 일이네. 평범하지 않은 성취는 반드시 평범하지 않은 공을 필요로 하니 대단히 힘써 노력하게나. 秋令垂晩。懷想政勤。料襮金雅見訪。惠翰伴至。披玩感戢。如得拱璧。矧審重省歎慶。體節百福。尤愜區區願聞之情。義林秋間罷齋歸家。爲養病自遣計。然病未見蘇。而村秀坌聚。又成一場紛叢之區耳。前月間。擬爲一造貴中。問碧山景立之病。因拜候重庭。爲敍積久之情。私故牽引。迄未遂矣。每向風馳瞻而已。秋深夜長。正是讀書人下帷親燈之時。未知吾友果能一味喫緊。進進不住否。父兄所以期望者。此事也。朋友所以遊從者。亦此事也。非常之業。必待非常之功。千萬勉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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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행【경인】에게 답함 答白子行【景寅】 조아(趙雅)가 와서 인하여 보내준 편지를 받고 당상의 체후가 강녕하며 모든 절도가 마땅한 줄 알았으니, 몇 개월 동안 곁을 떠난 지 오랜 뒤라 기쁨과 다행함, 환희와 경사가 어떠하겠는가? 여로의 피곤함은 실로 염려가 되지만 조섭하여 화평해 지는 것은 생각건대 또한 멀지 않을 것이니, 다시 모름지기 정신을 수습하여 옛 학업에 더욱 힘쓰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스승을 곡할 때에 설위(設位)하는 것은 반드시 묘문(廟門) 밖에 할 것은 없고 자신이 머무는 곳에 따라 실(室)이나 당(堂)에 하는 것이 불가하지는 않네. 3년 복과 1년 복을 입는 경우는 응당 또한 연쇄(練殺)의 절도가 없지 않고, 만약 장례에 참석하지 못하였다면 하루 전부터 조석으로 망곡(望哭)105)해야 하고 설위는 탁자에 명수(明水)106)만 갖출 뿐, 포물(脯物)은 사용할 필요가 없네. 매달 초하루에 친우들과 함께 곡하는 것 또한 무방하네. 망건(綱巾)은 흰 베로 선을 두르고 흰 끈을 묶는 것 또한 가하네. 趙雅來。因承惠翰。以審堂候康寧。渾節均宜。數月離側之久。喜幸歡慶。爲何如哉。路憊餘苦。固爲關慮。而攝理見和。想亦不遠。更須收拾精神。益勉舊業如何。哭師設位。不必廟門之外。隨其身之所住。而於室於堂。未爲不可。若服三年。期年。則應亦不無練殺之節。若未會葬則。自前一日不可無朝夕望哭。而所設之位。則以卓子具明水而已。脯物不必用也。每月朔與親友同哭。亦無妨也。綱巾之素紕素繫。亦可。 망곡(望哭) 곡을 하는 장소에 직접 참석하지 못할 경우에 그곳을 향하여 곡하는 것을 말한다. 명수(明水) 현주(玄酒)라고도 한다. 옛날에 제사 지낼 때는 깨끗한 물을 항아리에 담아서 현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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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경【의동】에게 답함 答朴允敬【義東】 새봄이 되어 그리는 마음 전보다 곱절이나 애가 타네. 이런 때 편지를 받으니 더욱 고맙네. 인하여 부모를 모시면서 건강이 근래 더욱 좋아지고 책을 읽으며 학문도 크게 발전함을 알게 되니 매우 듣고 싶었던 바이네. 나에 대해 '지극한 가르침…'이라 하였는데, 나의 학문은 공소하고 지리멸렬하니 어찌 조금이나마 그대의 부지런한 뜻을 감당하겠는가. 더구나 그대 집에는 어진 부형이 있으니 인도하고 가르침에 그대에게 준 계책이 있지 않겠는가. 다만 나의 뜻을 세우고 나의 마음을 보존하여 가르침을 받을 터전으로 삼아야 하네. 그렇지 않는다면 채색할 흰 바탕이 없고 맛을 조화할 단맛이 없을 것이니,71) 장차 무엇을 베풀겠는가. 힘쓰고 또 힘써야 하네. 新春懷想。一倍憧憧。際玆惠音。尤切感沃。因審侍餘動止。近益靖適。居業佔畢。亦且長進。尤協願聞。至誨云云。空疎綻裂。安有一分可以稱塞勤意哉。況家有賢父兄。而所以誘掖指引。靡有遺策者乎。但立吾志存吾心。以爲受敎之地。不然。無自之采。無甘之和。將安所施乎。勉旃勉旃。 채색할……것이니 《예기(禮記)》 〈예기편(禮器篇)〉에 "감미는 모든 맛의 근본이라서 백미(百味)를 조화시키고, 흰색은 모든 색의 근본이라서 어떤 채색이나 받아들인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직 충실하고 신실한 사람이라야만이 예를 배울 수가 있는 것이다.[甘受和 白受采 忠信之人 可以學禮]"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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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립【준기】에게 보냄 與朴景立【準基】 나그네가 된 지 몇 개월이 되었는데 우리 벗의 소식을 듣지 못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동안 조부모와 부모님을 모시는 상황은 어떠하며, 형제간의 거처하는 정황은 어떠합니까? 어떤 글을 읽고 있으며 무슨 공부를 하고 있습니까? 어느 곳에 거처하며 어떤 사람들을 종유(從遊)하고 있습니까? 동재(洞齋)는 요란스러운 곳과 가깝고 산당(山堂)은 직분을 유기하기 쉬우니 오직 집안의 깨끗한 방이 가장 온당하고 편리할 뿐입니다. 반드시 일정한 과정을 세워서 몸과 마음, 그리고 사물에 대하여 날마다 쓰는 가장 긴절하고 가까운 곳에 나아가 한두 건씩 궁구하여 얻고 한두 건씩 정돈하되 날마다 이와 같이 하여 끊어지지 않게 한다면 오랜 뒤에 스스로 도달하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경립(景立)은 근래에 몸을 조리(調理)하느라 허비한 세월이 적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대의 건강과 집안에 아무 문제가 없으니 이런 날들을 아깝게 여겨야 합니다. 주자(朱子)께서 말씀하시기를, "천하의 일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일 하나를 돌아보면 여전히 자기에게 속하였으니, 만일 또다시 그럭저럭 지내면서 세월을 낭비한다면 참으로 아까울 것입니다. 오직 경립은 힘써주십시오. 의림(義林)은 다른 곳으로 이사하여 살고 있는데 마음이 울적하여 안정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한두 명의 사우(士友)가 아침저녁으로 따르고 있으니 큰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爲客數月。不聞我故人信息久矣。邇來重省何如。棣節何如。讀何文字。作何功夫。居處何所。從遊何人。洞齋近熱鬧。山堂曠職分。惟家間淨室。最爲穩便耳。切須立得一定課格。就身心事物日用切近處。窮索得一二件。整頓得一二件。逐日似此不容間斷。久自有所到矣。景立近來。緣於調理費了日月爲不少矣。今則身家無事。此日可惜。朱子曰。天下事。旣有所不得爲。顧此一事。尙屬自己。若又因循。放棄日月。眞可惜也。惟景立勉之。義林住接他所。懷屑莫定。但有一二士友。晨夕相從。頗以爲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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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이원【병희】에게 답함 答洪彛元【秉憙】 지척이나 애각(涯角)103)이라도 그리워하는 마음은 간절합니다. 편지가 오고서야 조부모와 어버이를 모시는 정황이 몹시 평안함을 알게 되었으니 실로 간절하게 바라던 바와 맞아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다만 발꿈치에 종기가 있다는 소식은 비록 작은 증세라고는 하지만 매우 염려됩니다. 빨리 잘 치료하여 빨리 낫기를 바랍니다. 보내주신 편지에서 절실하고 중요한 말에서 이 일에 마음을 두어 알려고 분발하고104) 고심하면서도 지적하여 말하지 못하는 뜻을 볼 수 있습니다. 오직 바라건대 그대는 한번 스스로 마음속으로 어떤 것이 절실하고 중요한 것인지 생각하여 이를 터득하면 또 지켜야 하고, 지키면 또 행해야 할 것이니 그제야 비로소 도움이 있을 것입니다. 남의 입이나 혀만 쳐다보아서는 일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어떠하겠습니까. 咫尺涯角。懷想政勤。書來仍審重省萬安。實協企顒。但跟瘇之報。此雖微症。爲慮則切。汲汲迎合。趁早見愈也。示中切要之語。可見留心此事。憤悱不指之意也。惟願彛元試自思省於心。何者是切要。得之又要守之。守之又要行之。方有益。仰人頰舌。不濟得事。如何如何。 애각(涯角) 천애지각(天涯地角)의 준말. 하늘가와 땅 모퉁이가 동떨어져 있다는 말이다. 알려고 분발하고 원문은 '분비(憤悱)'인데 공부하려는 열정이 표정과 말에 나타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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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유【기덕】에게 답함 答金泰輶【箕德】 새봄을 맞이한 지 오래되었으나, 내 생각은 끝내 신선해지지 않으니, 매우 쇠약해졌나 봅니다. 한 장의 편지는 참으로 귀중한 보배【百朋】와 같아서, 그것을 받아 여러 번 읊조리니,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도 마치 어느 정도 깨쳐주는 뜻이 있는 듯합니다. 감사한 마음을 어찌 말로 하겠습니까? 편지를 통해 몸 건강히 잘 계신 줄 알게 되었으니, 더욱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부합합니다. 집안일을 주관하는 여가에 어떤 책을 보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날마다 높고 깊은 경지에 나아갈 수 있도록 부지런히 힘써야 할 것입니다. 저는 어떤 병에 걸려 3달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노쇠한 지경의 일이 본래 이와 같으니 어찌 염려할 것이 되겠습니까? 오직 조만간에 저승의 명부가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지만, 뜻을 둔 학업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처럼 노쇠했으니, 이것이 미칠 수 없는 무궁한 한이 될 따름입니다. 바라건대 그대는 이를 거울삼아서 우리 당(黨)을 빛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見新春久矣。而自家意思。終不新鮮。甚矣衰也。一書眞百朋也。得之而諷詠數回。不覺怳然有多少喚醒之意。感感何言。因審體事珍謐。尤協懸祝。未知幹蠱之餘。所看閱在何書耶。計應慥慥日就崇深也。義林一疾三朔尙不見退。衰境事固如是。何足爲慮。惟俟早晏冥符之至而已。但志業未就。而枯落如此。此爲靡逮無窮之恨也。願吾友視爲車鑑。以光吾黨。如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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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술46)에게 보냄【각】 興閔子述【㙾】 노쇠한 나이에 왕래하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고 애써 찾아주시어 저를 위로하고 저를 살펴 줌이 전후로 계속 이어지니, 스스로 생각건대, 형편없는 사람이 어떻게 이러한 은혜를 입는단 말입니까. 감사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교차하여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봄이 찾아왔으니 편안히 지내시는 중에 신의 가호로 기체후는 편안하십니까. 문을 닫고 세상일을 물리쳐 안정되고 편안함은 입정(入定)한 승려와 같으니, 이는 노년의 훌륭한 계책입니다. 더구나 물이 정지하면 맑고 시초(蓍草)가 오래되면 신묘해지는 법이니, 만년의 진덕(進德)이 이로 말미암아 전보다 더 나아지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하겠습니까. 평상시 사모하는 마음 자못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화고(禍故)가 그치지 않아 남은 재앙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고, 몸이 병마에 시달린 지 지금 벌써 네 달이 되었습니다. 병세가 수시로 달라져 나았다 심해졌다 하니, 조물주가 나를 희롱하는 것이 한결같이 이러한 지경에 이른단 말입니까.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 외에는 더 이상 별다른 대책이 없습니다. 부탁하신 글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통스러워 아직 착수하지 못했으니, 다만 병이 조금 낫기를 기다릴 따름입니다. 인사의 쇠락함이 이와 같고 시상의 헤아리기 어려움이 또 이와 같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 앞으로 상종할 날이 또 얼마나 되겠습니까. 바람을 맞으며 그리워하니, 비록 슬퍼하지 않고자 하지만 그렇게 되겠습니까. 隆耋衰境。不吝杖屨之勞。艱關相尋。慰我存我。前後源源自惟無狀。何以得此。感與愧倂。不知爲喩。春令方申。未審燕晦有相。氣候萬適。杜門謝事。安靜妥帖。如入定之僧。此是老年勝算。況水止則淸。蓍久則神。安知晩年進德。不由此而爲勝似於前乎。尋常馳仰。殊不勝情。弟年歲以來。禍故震疊。而餘殃猶且未艾。身爲二竪所苦。今且四朔矣。進退非一。歇劇無常。造物之戲我。一至是乎。任他之外。更無別策。所托文字。見苦如右。尙未下手。第俟病情稍間耳。人事之衰落如此。時衆之叵測又如此。吾兩人前頭相從。爲復幾許也。臨風相望。雖欲不悲得乎。 민자술(閔子述) 민각(閔㙾, 1836-1914)으로, 자는 자술, 호는 토암(土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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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군 익삼【순흠】의 시에 화운하여 주다 和贈鄭君益三【舜欽】 나의 벗 도윤(道允)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병이 오래 낫지 않아 비록 달려가 조문하지 못하였지만 더욱 외로워진 탄식이 항상 마음에 간절하였다. 어느 날 그의 종제 정순흠이 내가 앓고 있는 가천(佳川)으로 찾아왔으니, 그 슬픈 마음이 어찌 아끼는 친구를 만난 것과 같을 뿐이겠는가.239) 인하여 그가 보내준 절구 두 수에 화운하여 만분의 일이나마 마음을 서술한다.고운 총각이었는데 벌써 관을 썼으니 (婉兮丱已弁)그대 형의 풍모를 생각나게 하네 (追想乃兄風)아, 지난날 서로 기약한 사업 (嗟昔相期業)그 공을 잇기를 그대에게 바라네 (期君續厥功)노인의 모자람이 어찌 소년의 모자람과 같으랴 (老空何似少年空)그 부끄러움 응당 나와 같지 않을 것이네 (其愧吾應不我同)더구나 일찍부터 부끄러워할 줄 아니 (況於早早能知愧)끝내 어찌 수립하는 공이 없으랴 (究竟那無樹立功) 余友道允甫。就幽已三年矣。一病彌留。雖違奔哭。而益孤之歎恒切于中一日其從父弟舜欽過我於佳川病廬其悲愴之心豈惟如見元賓而巳也因歩其所示二絶詩以敘萬一之意云爾婉兮丱已弁。追想乃兄風。嗟昔相期業。期君續厥功。老空何似少年空。其愧吾應不我同。況於早早能知愧。究竟那無樹立功。 아끼는……뿐이겠는가 한유(韓愈)가 제자인 이관(李觀)을 각별히 사랑하였는데, 이관이 죽은 뒤 한유는 "원빈이 그리워도 만나지 못하니, 원빈과 어울리던 사람을 만나면 마치 원빈을 보는 것 같다.[思元賓而不見, 見元賓之所與者, 則如元賓焉.]" 하였다. 『韓昌黎集 卷16 答李秀才书』원빈(元賓)은 이관의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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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덕유【인식】에게 답함 答宋德裕【演植】 봄철 내내 계획하여 겨우 반나절 간 작약산(芍藥山)에서 노닐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세상을 살면서 반나절의 유람을 누리는 자 또한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풍진(風塵)이 그득한 세상에서 말이 달리듯 바삐 지내자니 참으로 슬프기만 합니다. 천태산(天台山)과 작약산(芍藥山)은 남쪽 지방의 명승지입니다. 세상이 열린 이래 곧 이 산들이 있었고 오고 가는 천년만년의 시간 속에서 몇 사람이나 이곳을 지났는지 알지 못하고 연기가 사라지고 구름이 다하는 것도 아득하여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오늘 유람한 것 또한 어찌 이와 같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저 후세 사람으로 하여금 오늘 사람이 옛날 사람을 슬퍼하는 것과 같게 만들 뿐입니다.82) 생각에 빠지고 감회에 젖는 것 또한 하나의 전환점입니다. 하물며 인생에 뿌리도 없고 꼭지도 없으니 우리 두 사람이 내년 봄에 꽃을 구경하는 짝이 되어 또다시 올해처럼 꽃구경을 할 수 있을지 어찌 알겠습니까. 그저 한 조각 청산이 작년 사람을 보내고 올해 사람을 맞이할 뿐입니다. 형의 편지를 대하고 우연히 시 한 편을 지어 졸렬함을 잊고 추한 모습을 보입니다. 한차례 웃음거리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全春經營。乃得芍藥山上半日之遊。然居今之世而得半日之遊者。亦幾人哉。塵臼滔滔。如馳如驅良可悲矣。天台芍藥。南方勝區自開闢以來。便有此山。來來去去。千萬年不知幾人經過。而烟消雲空。漠然而不可知矣。吾輩今日之遊。亦安得不如此。徒使後人亦如今日之悲昔日也。撫念曠感。亦一副節拍處也。況人生無根蔕。安知吾兩人明春看花伴。亦復不失鳥今年人否耶。只有一片靑山。送迎去年人今年人而已。對兄書。偶成一首詩。忘拙露醜。幸以爲一笑之資也。 후세……뿐입니다 왕희지(王羲之)의 「난정기(蘭亨記)」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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