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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일에 입춘이 겹치다 계미년(1943) 元日兼立春【癸未】 마침 원일에 또 입춘이 겹친 걸 보니 適見元朝又立春하늘이 역수를 교묘하게 서로 이어 놓았네 天將曆步巧相因도부139)는 예전 풍속 전해져 여전히 보는데 桃符尙看傳風舊백주140)는 누가 새로운 맛을 보내 올거나 柏酒誰能送味新삼양개태(三陽開泰)의 이날이 돌아왔는데 泰慶三陽回此日천년에 한번 맑아진다는 황화의 성세 아득하네 河淸千載渺昌辰무슨 이유인지 한량 없는 비통한 뜻이 底由無限悲歎意빈산의 쓸모없는 한 사람에게 모여들었네 偏萃空山一畸人 適見元朝又立春, 天將曆步巧相因.桃符尙看傳風舊, 柏酒誰能送味新.泰慶三陽回此日, 河淸千載渺昌辰.底由無限悲歎意, 偏萃空山一畸人. 도부(桃符) 옛 풍속에 신년(新年) 초하루가 되면 복숭아나무 판자[桃木板] 두 개에다 신도(神荼), 울루(鬱壘)라는 두 신의 이름을 써서 문 양쪽 옆에 걸어 사귀(邪鬼)를 물리쳤다고 한다. 백주(柏酒) 측백나무 잎을 담가서 빚은 술을 말하는데, 옛날 풍속에 흔히 정월 초하룻날이면 사기(邪氣)를 물리치기 위하여 이 술을 마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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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의 '스스로 해명하다' 시에 차운하다 次敬山自解韻 나는 경산의 마음을 잘 알고 있으니 後滄識得敬山心의술에 몸 의탁해 문을 깊이 닫았지 托跡軒岐閉戶深마저216)에서 바람 불어 세상 번뇌 맑게 하고 馬渚風來淸世惱오산217)에서 달 떠올라 쌓인 먼지 쓸어버리네 鼇岑月上掃塵侵말 조심하면 어찌 삼인성호를 믿겠는가 愼言豈信三傳虎기운 연마하면 응당 백련금218)과 같으리라 磨氣當如百鍊金시를 지어 번거롭게 해명할 필요 없으니 無用賦詩煩自解다시 모쪼록 조심하고 또 조심하게 更須氷履與淵臨 後滄識得敬山心, 托跡軒岐閉戶深.馬渚風來淸世惱, 鼇岑月上掃塵侵.愼言豈信三傳虎? 磨氣當如百鍊金.無用賦詩煩自解, 更須氷履與淵臨. 마저(馬渚) 전라북도 익산(益山)의 옛 이름으로, 금마저(金馬渚)라고도 한다. 오산(鼇山)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 오산리(鼇山里)를 말하는 듯하다. 백련금(百鍊金) 백 번 단련한 정금(精金)이라는 뜻으로, 의지가 견고함을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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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의 '9월 뜰의 매화' 시에 차운하다 次敬山九月庭梅韻 9월인데 뜰의 매화가 문득 꽃을 피우니 庭梅九月忽逢春굴신하는 음양의 이치를 누가 알겠는가 誰識陰陽理屈伸색깔 변한 서리 단풍엔 채색과 윤택 생기고 分色霜楓生彩澤이웃한 늦은 국화는 정신을 함께 하누나 接隣晩菊共精神날 따뜻해 꽃을 다시 본 것이라 말하지 말라 莫言天暖看花再집안 번창해 운명이 새로워짐을 보았다 미루어 말하네 推說家昌見命新어찌 알겠는가 이 꽃이 훗날에 此物安知在他日왕씨가 심은 삼괴219)가 되지 않을 줄 不爲王氏三槐身 庭梅九月忽逢春, 誰識陰陽理屈伸?分色霜楓生彩澤, 接隣晩菊共精神.莫言天暖看花再, 推說家昌見命新.此物安知在他日? 不爲王氏三槐身? 왕씨(王氏)가 심은 삼괴(三槐) 자신이 받지 못한 보답을 후대에 받아 자손이 번성함을 말한다. 송(宋)나라 태종(太宗) 때 병부 시랑을 지낸 왕우(王祐)가 자기 집 뜰에 홰나무[槐] 세 그루를 심고, 자기 자손 중에 반드시 삼공(三公)에 오를 자가 있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뒤에 그의 아들 왕단(王旦)이 진종(眞宗) 때 정승이 되었다. 《古文眞寶後集 卷8 三槐堂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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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에 두 망제378)를 그리워하다 月夜思二亡弟 한밤에 홀로 산재에서 밝은 달을 보노라니 獨夜山齋見月明두 아우 생각나서 슬픈지라 이 심정을 어찌할꼬 感傷二弟若爲情아 자네들은 어디로 갔기에 아무 흔적도 없는가 嗟君何往無痕跡늙은 나도 아직 살아 있어 성명을 남기는데 老我尙存留姓名꿈속에서 얼굴 대하니 외려 갑절로 애통해하고 夢裡對顔還倍痛귓가에 말이 들리니 문득 살아 있는가 의심한다오 耳邊有語却疑生집안에 다소나마 마음 돌릴 데를 얻었으니 家中稍得回心處난초 싹 같은379) 자손들이 영령을 위로할 만하네 蘭茁兒孫可慰靈 獨夜山齋見月明, 感傷二弟若爲情?嗟君何往無痕跡? 老我尙存留姓名.夢裡對顔還倍痛, 耳邊有語却疑生.家中稍得回心處, 蘭茁兒孫可慰靈. 두 망제(亡弟) 후창은 장남으로 세 아우를 두었는데, 그중에 1946년에 죽은 첫째 아우 김봉술(金鳳述), 둘째 아우 김만술(金萬述)을 가리킨다. 난초 싹 같은 훌륭한 자손을 비유한 말로, 당나라 한유(韓愈)의 〈전중소감마군묘명(殿中少監馬君墓銘)〉에 "어린 아들은 아름답고 예쁘며 조용하고 빼어나서 옥가락지나 옥귀고리 같고 난초의 싹이 돋아난 것과 같으니, 그 집안의 아들에 걸맞았다.[幼子娟好靜秀, 瑤環瑜珥, 蘭茁其芽, 稱其家兒也.]"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古文眞寶後集 卷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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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재의 시에 화운하다 和念齋 경편546)이 홀연히 사립문 앞에 떨어지니 瓊篇忽墜蓽門前구천에서 불어온 맑은 바람인가 했다오 疑是淸風自九天배우지 못해 늙음을 몹시 미워하는 나를 탄식하고 嗟吾不學偏憎老산에 살아 선계에 가까운 그대를 부러워한다오 羡子棲山近接仙병중에 마음으로 달려간 게 이제 몇 번이런가 病裡馳情今幾度꿈속에 예를 강론한 것도 여러 해가 되었도다 夢中講禮亦多年고령에도 오히려 선후를 다툴 만하니 耋耆猶可爭先後남은 날의 광휘를 전해 주기를 청하노라 餘日光暉請借傳 瓊篇忽墜蓽門前, 疑是淸風自九天.嗟吾不學偏憎老, 羡子棲山近接仙.病裡馳情今幾度? 夢中講禮亦多年.耋耆猶可爭先後, 餘日光暉請借傳. 경편(瓊篇) 상대방이 보내준 아름다운 시를 뜻한다. 《시경》 〈위풍(衛風) 목과(木瓜)〉에 "나에게 모과를 던져 주기에, 아름다운 옥으로써 갚는다.[投我以木瓜, 報之以瓊琚.]"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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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리를 추억하여 그의 손자 현기 에게 주다 憶李素履, 贈其孫【鉉基】 내 이소리를 생각하니 我思李素履깨끗하여 속된 몰골이 아니었네 修潔匪塵容일천 권의 시서를 업으로 일삼고 千卷詩書業온 집안에는 효우의 풍도가 넘쳤다오 一家孝友風일찍이 시 친구의 말석에 끼였더니 曾忝詩朋末갑자기 중도에서 이별하고 말았네 遽分半道中어진 손자를 이제 처음 만나보니 賢孫今始見그 전형이 할아버지를 빼닮았도다 典型乃祖同 我思李素履, 修潔匪塵容.千卷詩書業, 一家孝友風.曾忝詩朋末, 遽分半道中.賢孫今始見, 典型乃祖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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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양절 전날 밤에 국화와 달을 읊다 重陽前夜 詠菊月 나는 서리 맞기 전 국화가 我愛霜前菊꽃술 머금고 아직 피지 않는 모습을 사랑하니 留芳不吐花마치 군자의 학문이 有如君子學마음으로 고요히 공부하는 것과 같아서라네 心上靜功加나는 보름 전날의 달이 我愛望前月점차 둥글게 보이는 모습을 사랑하니 漸看圓作輪마치 군자의 덕이 有如君子德나날이 새로워짐을 깨닫는 것과 같아서라네 日日覺新新 我愛霜前菊, 留芳不吐花.有如君子學, 心上靜功加.我愛望前月, 漸看圓作輪.有如君子德, 日日覺新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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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이 보내준 시에 화답하다 和友人寄示韻 멀리 부친 주옥같은 시로 만남을 대신하니 遠寄瓊篇替面逢그지없이 놀랍고 기뻐서 바삐 봉투를 뜯었네 不勝驚喜忙開封진심을 함께 비추니 원래 소원하지 않았으나 丹心共照元非闊〈백설가〉515) 화답키 어려워 게으르다 잘못 말했네 白雪難酬錯道慵깊은 상자에 또 새로 다듬은 옥을 보관하고 深櫝且藏新琢玉높은 산에 정녕 늦게 시드는 소나무 되었네 高峯定作後凋松맑은 밤에 다시 강가에 뜬 달을 구경하며 淸宵更見江頭月그대의 초탈한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네 想得之君脫灑容 遠寄瓊篇替面逢, 不勝驚喜忙開封.丹心共照元非闊, 〈白雪〉難酬錯道慵.深櫝且藏新琢玉, 高峯定作後凋松.淸宵更見江頭月, 想得之君脫灑容. 백설가(白雪歌) 〈양춘곡(陽春曲)〉과 함께 전국 시대 초(楚)나라의 2대 명곡으로, 격조가 너무 높아 예로부터 창화(唱和)하기 어려운 곡으로 일컬어졌다. 여기서는 상대방의 시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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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을 걱정하며 憂學 병과 근심이 서로 앞 다투어 핍박해 오니 病憂見逼互爭先틈 내어 공부해도 너무나 전일하지 못하네 隨隙施工苦未全겪어온 과정이 후회할 일들 아님이 없기에 經歷莫非追悔事전전긍긍하며 오로지 노년에 이르렀다네 戰兢亶在到衰年정밀히 관찰하여 여지가 없게 하였다면 如令精察無餘地하늘처럼 높고 심오한 경지는 걱정치 않으리 不患高玄若上天산창에 눈비 내리는 데다가 한해도 저무는데 雨雪山牕兼歲暮금단의 소식520)을 누가 전할 수 있을까 金丹消息孰能傳 病憂見逼互爭先, 隨隙施工苦未全.經歷莫非追悔事, 戰兢亶在到衰年.如令精祭無餘地, 不患高玄若上天.雨雪山牕兼歲暮, 金丹消息孰能傳? 금단(金丹)의 소식 금단은 도가(道家)에서 제조하는 장생불사약을 말한 것으로, 환단(還丹) 또는 구전환단(九轉還丹)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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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암155)에서 大學巖 강가에 있는 한 조각의 돌 一片江干石대학암이라 부르며 앞다투어 전했네 爭傳號大學하서와 송강의 자취가 없었다면 不有河松跡지나가는 사람도 눈길을 주지 않았으리 過者曾不目참으로 알겠네 현인이 지나가면 信知賢人過그 정채가 풀과 나무에 남는다는 것을 精彩留草木그대에게 권하노니 반드시 분발하여 勸君須奮發천년토록 향기로운 자취 따를지어다 千載追芳躅 一片江干石, 爭傳號大學.不有河、松跡, 過者曾不目.信知賢人過, 精彩留草木.勸君須奮發, 千載追芳躅. 대학암(大學巖) 순창 훈몽재 앞 강가에 있는 바위이다. 하서(河西) 선생이 송강(松江) 정철(鄭澈)에게 대학(大學)을 가르쳤다고 전해지는 바위로, 정철의 '대학암'이라는 글씨가 암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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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래정156)에서 송운 강공의 시에 차운하다 歸來亭次松雲姜公韻 정자 지어 돌아가 노년을 보내려는 뜻은 作亭歸老意전원이 황폐해졌기 때문이 아니라네 不爲田園荒누추한 시골은 참으로 편안한 땅이고 陋巷眞安土많은 녹봉은 분수에 지나친 것이네 萬鍾是濫觴옥천157)에선 물고기를 낚을 수 있고 玉川魚可釣아곡엔 고사리 얼마나 향기로운지 峨谷蕨何香세상에 드문 감회가 오늘 많아져서 曠感多今日정자에 올라서 나의 옷깃을 바로잡네 登臨整我裳 作亭歸老意, 不爲田園荒.陋巷眞安土, 萬鍾是濫觴.玉川魚可釣, 峨谷蕨何香?曠感多今日, 登臨整我裳. 귀래정(歸來亭) 전라북도 순창군에 있는 정자로, 조선 세조 2년(1456) 신숙주의 아우인 신말주가 자신의 호를 따서 지은 정자이다. 옥천(玉川) 순창의 옛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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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졸과 함께 정토사281)에 오르다 同百拙 上凈土寺 인연은 상황에 따라 달이 차고 기울 듯 달라 分緣隨處異圓虧이별한 지 삼 년 만에 여기 더디 왔다오 一別三年此到遲큰 혼란이 앞에 있으니 비바람 부는 날인 듯 大亂當前風雨日아주 쇠한 망칠의 나이이니 석양이 지는 때인 듯 積衰望七夕陽時되려 무릉도원에 다시 온 것과 같고 還同桃樹重來跡문득 운당포에 옛날 쓰여진 시에 느낌 이누나 却感篔簹舊寫詩백일홍 일천 꽃은 어찌 그리도 선명한가 千朶赬桐何的歷다시 이곳에서 머물기로 한 약속 기억할까 可能記取更留期 分緣隨處異圓虧, 一別三年此到遲.大亂當前風雨日, 積衰望七夕陽時.還同桃樹重來跡, 却感篔簹舊寫詩.千朶赬桐何的歷? 可能記取更留期? 정토사(凈土寺) 지금의 전라북도 정읍시 정우면 대사리와 산북리에 소재한 정토산(淨土山)에 있는 사찰로, 1229년(고려 충렬왕 25)에 창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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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현재357)를 지나며 자유358)를 생각하다 2수 過慕賢齋憶子由【二首】 생각건대 옛날 이곳에서 겨울 석 달 머물렀으니 憶昔此地住三冬자유가 부지런히 배우는 풍모가 있어서였지 爲有子由勤學風어느덧 십 년이 지나 그 사람 보이지 않는데 忽忽十年人不見청산은 말이 없고 석양만 붉구나 靑山無語夕陽紅서리 밟고 문득 보니 이미 한 겨울이라 履霜忽見已氷冬예전의 풍모를 한 점도 보기 어렵구나 一點難看曩昔風만약 구원에서 다시 일으킬 수 있다면 如使九原能復作뜨거운 피가 갑절로 더해져 가슴 가득 붉으리라 倍增熱血滿腔紅 憶昔此地住三冬, 爲有子由勤學風.忽忽十年人不見, 靑山無語夕陽紅.履霜忽見已氷冬, 一點難看曩昔風.如使九原能復作, 倍增熱血滿腔紅. 모현재(慕賢齋) 전라북도 정읍시 북면 남산리에 있는 사우(祠宇)이다. 자유(子由) 김택술의 종친 아우인 김인술(金仁述, ?~1934)로, 김택술의 제자이기도 하다. 그에게 자(字)를 지어주었고, 그가 죽자 제문을 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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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리359)에 도착하여 두 명의 유씨 벗과 이야기하다 到承富里 話二柳友 옛날 함께 어울렸던 사십 년 전을 생각하니 念昔遊從四十秋진세의 인간사가 참으로 유유하구나 塵寰人事儘悠悠처음 만났을 때 기쁘게 성명을 들었건만 始逢縱喜聞名姓이제 마주하니 면목을 알아보기 어렵구나 相對難能識面眸한나절 서쪽 바람은 영해의 객에게 불어오고 半日西風瀛海客밤새도록 밝은 달은 초산의 누대에 비추네 終宵明月楚山樓근심이 눈에 가득해 마음 상한 날이라 憂虞滿目傷心日이별 뒤 한 시름만 되려 더해지누나 別後還添一種愁 念昔遊從四十秋, 塵寰人事儘悠悠.始逢縱喜聞名姓, 相對難能識面眸.半日西風瀛海客, 終宵明月楚山樓.憂虞滿目傷心日, 別後還添一種愁. 승부리(承富里) 전라북도 정읍시 북면에 있는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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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옹34)의 〈예순두 살에 읊다〉 시에 차운하다 次放翁六十二歲吟 삼천리 나라 형세가 크게 격변하고 있으니 三千里國滄桑天예순 둘 늙은 몸이 배 타고 떠 있는 듯하네 六二翁身泛似般길손처럼 돌아갈 곳 없는 신세가 한스러우니 自恨無歸如逆旅그 누가 속세 떠나 신선이 될 수 있으리오 誰能度世作神仙무정한 세월은 기다린 적이 있었던가 無情歲月何曾待눈에 가득한 풍광은 가련할 것 없어라 滿目風煙不足憐오직 한 가지 여사가 남아 있으니 惟有一般餘事在경전을 가지고 창 앞에서 읽으리라 且將經傳讀牕前 三千里國滄桑天, 六二翁身泛似般.自恨無歸如逆旅, 誰能度世作神仙?無情歲月何曾待, 滿目風煙不足憐.惟有一般餘事在, 且將經傳讀牕前. 방옹(放翁) 남송(南宋)의 시인 육유(陸游, 1125~1210)로, 그의 자는 무관(務觀), 호는 방옹이다. 진사시에 실패하고 지방관과 말직을 전전하는 등 불우한 일생을 보냈으며, 일생 동안 1만 수(首)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시를 남겼다. 특히 금(金)나라의 금(金)나라에 대한 항전(抗戰)을 통한 실지(失地)의 회복을 바라는 애국적인 시를 쓴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에 《검남시고(劍南詩稿)》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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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정350)에서 원운에 차운하다 松江亭次原韻 평소 정자가 한 무더기 황폐한 땅에 서 있어 尋常亭住一堆荒무등산 남쪽에 명성이 자자하게 전해졌네 藉藉傳名等嶽陽선현은 있지 않고 유적만 남아 있는데 不有前修遺蹟在무엇 때문에 나그네는 다투어 바삐 오르는가 那緣客子競登忙소나무 그늘이 땅에 가득하니 씻은 듯이 맑고 松陰滿地淸如洗강바람이 주렴을 통하니 서리가 내릴 듯 차갑네 江氣通簾冷欲霜세대 멀어지고 나라 망하여 오늘의 한이 되니 世遠國亡今日恨난간에 기대어 옛날 풍광만 바라볼 뿐이네 憑欄但見舊風光 尋常亭住一堆荒, 藉藉傳名等嶽陽.不有前修遺蹟在, 那緣客子競登忙?松陰滿地淸如洗, 江氣通簾冷欲霜.世遠國亡今日恨, 憑欄但見舊風光. 송강정(松江亭) 조선 영조(英祖) 때 정철(鄭澈)의 후손들이 전라도 창평(昌平)에 건립한 정자이다. 원래는 정철이 낙향한 후 은거하며 〈사미인곡(思美人曲)〉ㆍ〈속미인곡(續美人曲)〉 등을 집필했던 초막이 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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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있어서 有思 고상한 사람은 아득히 세속에서 떠나가고 高人縹緲出塵滓달은 차는 구슬이 되고 바람은 치마가 되네 月作佩珩風作裳기러기는 어느 하늘로 날아 기로220)가 되었나 鴻擧何天歸綺老봉황이 날던 그날엔 증광221)이 있었네 鳳翔當日有曾狂신령한 경지인 삼청222)의 경계에서 산다면 若居靈境三淸界만호 고을에 봉해진 제후와 바꾸지 않으리라 不換封侯萬戶鄕서글피 산하 바라보아도 눈길은 닿지 않으나 悵望海山皆不及개골산223)의 동쪽이요 한라산의 남쪽이라네 皆骨之東漢拏陽 高人縹緲出塵滓, 月作珮珩風作裳.鴻擧何天歸綺老? 鳳翔當日有曾狂.若居靈境三淸界, 不換封侯萬戶鄕.悵望海山皆不及, 皆骨之東漢拏陽. 기로(綺老) 상산사호(商山四皓) 중의 한 사람인 기리계(綺里季)를 가리킨다. 증광(曾狂) 광은 곧 뜻은 성인(聖人)과 같이 크면서도 행실이 뜻을 따르지 못하는 것을 이르는데, 바로 증자(曾子)의 아버지인 증점(曾點)이 광이란 호칭을 받았으므로, 증광이라 한 것이다. 삼청(三淸) 신선이 사는 옥청(玉淸)ㆍ상청(上淸)ㆍ태청(太淸)이다. 개골산(皆骨山) 금강산의 겨울철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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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으로 나와 出門 문밖을 나와도 갈 만한 곳이 없고 出門無可往문안을 들어와도 함께 말할 이 없네 入門無與語모두가 다 형제280)라 누가 말했던가 誰云皆弟兄이 몸만 홀로 짝이 없거늘 此身獨無侶문밖을 나와도 그림자만 따르고 出門影相隨문안을 들어와도 마음으로 말하네 入門心與語이 몸이 외롭다 누가 말했던가 誰云此身孤자신이 스스로 벗이 되거늘 自身自爲侶 出門無可往, 入門無與語.誰云皆弟兄? 此身獨無侶.出門影相隨, 入門心與語.誰云此身孤? 自身自爲侶. 모두가 다 형제 공자(孔子)의 제자인 사마우(司馬牛)가 일찍이 불량한 자기 형 환퇴(桓魋)를 걱정하여 말하기를 "남들은 다 형제가 있는데, 나만 형제가 없구나.[人皆有兄弟, 我獨亡.]"라고 하자, 자공(子貢)이 말하기를 "나는 들어 보니, 죽고 사는 것은 천명이 있고, 부귀는 하늘에 달렸다고 하더라. 군자가 몸가짐을 공경히 하여 실수하지 않고, 남을 대해서도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한다면 사해의 안에 있는 사람이 다 형제처럼 되리니, 군자가 어찌 형제가 없다고 걱정할 것 있겠는가.[商聞之矣 死生有命 富貴在天 君子敬而無失 與人恭而有禮 四海之內皆兄弟也 君子何患乎無兄弟也]"라고 하였다. 《論語 顔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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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적다 自題 장성할 때 학문하여 앞날을 믿었는데 壯年爲學恃前頭백발이 가을 될 줄 어찌 생각이나 했으랴 豈意無成鬢髮秋재주와 국량은 본래 도량을 채우기 어려우나 材器難能充本量마음밭은 정녕 그 밭두둑을 다스릴 만하네 心田正可易其疇굶주림을 참으면 오히려 글 읽는 즐거움 있고 忍飢猶有看書樂법도를 고치면 어찌 저자에서 매 맞는 게 부끄러우리 改度那堪撻281)市羞이 밖에 남아있는 다른 일은 전혀 없고 此外了無他事在맑은 밤에 밝은 달빛이 주렴에 가득하네 淸宵明月滿簾鉤 壯年爲學恃前頭, 豈意無成鬢髮秋?材器難能充本量, 心田正可易其疇.忍飢猶有看書樂, 改度那堪撻3)市羞.此外了無他事在, 淸宵明月滿簾鉤. 撻 底本에는 "橽". 문맥을 살펴 수정. 撻 底本에는 "橽". 문맥을 살펴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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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재 태용에 대한 만사 挽申敬齋【泰庸】 남쪽 고을 고아한 명망의 먼 곳의 문인 南州雅望遠門人자리 위 보배로 손에 꼽는 사람이었네 席上之珍屈指人향기로운 명성은 좌중을 압도하였고 馨馥聲名傾一座정결한 문장은 사람들보다 뛰어났네 潔精詞筆出千人자고로 공자(孔子) 주자(朱子)는 모두 아들을 잃었고273) 孔朱從古皆喪子훗날 후파(侯芭) 이한(李漢) 같은 훌륭한 제자 있겠지274) 芭漢他時自有人40년간 서로 정의가 좋았는데 四十年間相好誼제문 지어 곡함이 남보다 늦어 매우 부끄럽네 多慙誄哭後夫人 南州雅望遠門人, 席上之珍屈指人.馨馥聲名傾一座, 潔精詞筆出千人.孔朱從古皆喪子, 芭漢他時自有人.四十年間相好誼, 多慙誄哭後夫人. 자고로……잃었고 공자의 아들 공리(孔鯉)는 공자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고, 주자의 아들 주숙(朱塾)도 주자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훗날……있겠지 후파(侯芭)는 한(漢)나라 양웅(揚雄)의 문인으로, 그에게 《태현경(太玄經)》과 《법언(法言)》을 배웠으며, 양웅이 죽자 그의 무덤을 만들고 3년 동안 거상(居喪)하였다. 이한(李漢)은 당(唐)나라 한유(韓愈)의 제자이자 사위로서 그의 유문을 수집해 문집을 발간하여 한유의 명성을 후세에 떨치는 데 일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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