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렬사 사액 치제문 彰烈祠賜額致祭文 知製敎李 지제교 이갑이 짓다유세차 정미년 초하루가 임신인 10월 6일 정축일에 국왕은 신 함경도 도사(咸鏡道都事) 정화재(鄭華齊)를 보내어 졸(卒)한 증좌찬성(左贊成) 정문부(鄭文孚)의 영전에 유제11)한다.생각건대 영령은충성을 다하여 적을 막아내니신하의 절조에 마땅한 바로다.의를 포상하고 어짊을 드러냄은왕의 교화 이룰 기틀이라.역대로 서로 따랐으니법으로 삼아 본받아야 하네.나라의 운이 예전 막혔을 때병들어 난리가 일어났네.오랑캐12)들이 날뛰어전쟁이 북방에 연달았어라.삼령의 요새를 잃으니큰 길 들어오듯 쉬었네.흉도의 칼날이 닿는 곳에흙이 무너지듯 지탱하기 어려웠어라.전투에 대적할 보루가 없었고방비에 올라갈 성가퀴도 없었네.반민들이 난을 틈 타역적을 따르니 인륜이 무너졌어라.수령을 포박하고성과 해자를 점령하였네.왜적과 결탁하여 원군이 되니형세는 암컷, 수컷 같아라.왕자를 포로로 잡아적에게 주어 인질로 삼았네.두려움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니백성들은 서로 불안에 떨었어라.십 수 일 성을 포위하니남아는 한 사람도 없네.새와 쥐처럼 숨어 목숨을 아끼니의를 취한 자13)가 누구인가.경은 당시 좌막으로서죽어 편안하기로 마음먹었네.몸을 탈출하여 걸식하다가비분강개하다가 계책을 내었어라.문무의 재략을 갖췄으니많은 사람의 추대를 받았네.이에 네 선비가 있어협심하여 서로 따랐네.모두 먼 변방 사람이나준걸의 자태 지녔어라.한 번 소리치니 호응하여드디어 의병의 기치 올렸네.원근이 메아리처럼 응하여감격하여 눈물을 흘렸어라.단에 올라 피를 마시고하늘을 가리켜 맹세하였네.먼저 역적 놈을 토벌하였는데외로운 군대가 위험에 처하였어라.기회를 엿보아 대응하고창졸간에 기이한 꾀를 내었네.괴수의 머리를 베니심복과 부하들이 패하여 달아났어라.군대의 명성이 마침내 떨쳐지니사기가 꺾이지 않았네.기세를 타 용맹을 떨쳐눈앞에 걸리적거리는 왜놈이 없어라.크게 무찔러 전승을 거두고서도또 싸우고 또 추격하였네.장평과 쌍포에적의 시체가 겹쳐 쌓였으니이때부터 관북을왜적이 다시는 넘보지 않았어라.우리 임금이 일어난 땅을 수복하고우리 변방을 온전히 지켰네.승첩을 행궁에 알리니한편 기쁘고 한편 슬프도다.공이 높으나 시기를 당하여관찰사에게 밉보였네.장계에 사실대로 기록하지 않으니임금이 이에 기만을 당하였어라.상이 공로에 걸맞지 않아지위가 오히려 낮았네.스스로 자랑하기를 부끄러워하여안색이나 말로 드러내지 않았어라.중도에 혼탁한 조정을 만났지만옥에 허물이 없었네.말년에 형벌에 걸려드니운명이로다, 시 때문이 아니어라.원통한 기운 사라지지 않았으니검을 파낼 것14)을 기약할 수 있었네.충혼이 울결한 채로세월이 얼마나 흘렀는가.사명을 받은 신하15)가채록한 것을 아뢰니그 공이 처음으로 드러나서내가 이에 알게 되었도다.그 충성을 매우 아름답게 여겨정려와 포상이 어찌 지체되겠는가.아! 위대한 업적이라도그 드러나고 감춰짐은 시대와 관계되네.세운 공적이 뛰어나니마땅히 보답을 받아야 하네.그 억울함을 풀어주어높은 벼슬로써 추증하노라.함께 거의한 이들에게도 미쳐서성대한 은전을 빠트리지 말라.의병을 일으킨 곳에영령을 모시는 사원이 있으니참여하여 도운 이들을 아울러 제향하며예를 어그러트리지 말라.한 당에 의인과 열사아름다운 이름을 함께 드리웠어라.희생과 단술을 올리고화려한 편액을 문미에 내걸었네.일이 먼 변방에 빛나리니백 대에 의식을 거행할 것이라.밝은 영령이 있다면부디 와서 흠향하기를. 惟靈竭忠悍賊臣節攸宜褒義象賢王化所基歷代相因可鑑可師邦運昔否瘼矣亂離卉服陸梁兵連北陲三嶺失險入若康逵凶鋒所觸土崩難支戰無對壘守無登陴叛民乘亂從逆滅彝縛執長吏據有城池結賊爲援勢成雄雌俘獲王子與賊爲貲有恇有餌民胥危疑環城十數無一男兒鳥竄偸生取熊者誰卿時佐幕志在死綏脫身行乞慷慨猷爲文武之略爲衆所推爰有四士協心相隨俱是遐荒俊髦之姿同聲一呼遂擧義旗遠近響應感奮涕洟登壇揷血指天爲辭先討逆竪孤軍冒危相機周旋倉卒出奇巨魁授首腹敗枝披軍聲遂振士氣不衰乘勢賈勇目無島夷大鏖全勝且戰且追長坪雙浦枕藉賊屍從玆關北賊不復窺復我邠岐全我藩維捷聞行宮載喜載悲功高見猜忤于臬司狀不以實天聽是欺賞不稱勞名位猶卑恥自矜伐不見色辭中遭昏濁玉絶瑕疵末罹栫棘命也非詩冤氛未銷掘釰可期忠魂鬱結歲月幾移原隰之臣奏厥詢諮厥功始彰予乃得知篤嘉其忠旌賞詎遲嗟哉偉績顯晦關時所樹卓異宜受報施伸其幽枉贈以崇資推及同事盛典靡遺倡義之地妥靈有祠參佐幷享禮秩無虧一堂義烈芳名共垂牲醴是奠華扁揭楣事光荒裔百世攸儀不昧者存庶幾格思 유제 국왕이 신하가 죽었을 때 사람을 보내 지내게 하는 제사이다. 오랑캐 '훼복(卉服)'은 풀옷을 입는다는 뜻으로, 미개인 특히 섬 오랑캐를 가리킨다. 《한서(漢書)》 지리지 상(地理志上)에 "도이훼복(島夷卉服)"이라 하였다. 의를 취한 자 《맹자》 〈고자 상(告子上)〉에 "어물도 내가 원하는 바요 곰 발바닥도 내가 원하는 바이지만 이 두 가지를 겸하여 얻을 수 없을진댄 어물을 버리고 곰 발바닥을 취하겠다. 삶도 내가 원하는 바요 의(義)도 내가 원하는 바이지만 이 두 가지를 겸하여 얻을 수 없을진댄 삶을 버리고 의를 취하겠다.[魚我所欲也, 熊掌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魚而取熊掌者也. 生亦我所欲也, 義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生而取義者也.]"라고 하였다. 곰발바닥은 의를 비유하였다. 검을 파낼 것 《진서(晉書)》 권36 〈장화열전(張華列傳)〉에 "천문(天文)의 오(吳)나라 지역에 해당하는 두성(斗星)과 우성(牛星) 사이에 자기(紫氣)가 항상 있었으므로 장화가 천문에 밝은 뇌환(雷煥)에게 그 까닭을 물으니, 뇌환이 말하기를, '보검의 정기가 하늘에 닿은 것입니다.' 하였다. 그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풍성(豐城)이라고 하였다. 이에 장화가 뇌환을 풍성 영(豐城令)으로 삼아서 비밀리에 그 보검을 찾게 하였다. 뇌환이 풍성에 도착하여 옥사(獄舍)의 바닥을 파니 그곳에 빛이 서린 상자 하나가 나왔고 그 상자 속에 쌍검(雙劍)이 들어 있었는데 하나는 용천(龍泉), 하나는 태아(太阿)라 쓰여 있었다. 그 뒤로 두성과 우성 사이에 비치는 자색 기운이 없어졌다."라고 하였다. 땅에 묻힌 검을 파낸 것처럼 후대에 그의 명성이 드러날 것이라는 말이다. 사명을 받은 신하 '원습(原隰)'은 사신을 가는 신하의 노정(路程)을 가리키는데, 《시경》 〈황황자화(皇皇者華)〉에 "반짝반짝 빛나는 꽃들이여, 저 언덕이랑 진펄에 피었네. 부지런히 달리는 사신 행차는, 행여 못 미칠까 염려하도다. 내가 탄 말은 망아지인데, 여섯 가닥 고삐가 매끈하도다. 이리저리 채찍질하여 달려서, 두루 찾아서 자문을 하도다.[皇皇者華, 于彼原隰. 駪駪征夫, 每懷靡及. 我馬維駒, 六轡如濡. 載馳載驅, 周爰咨諏.]"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