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공(李相公)104)【경여(敬輿)】의 시에 화운하다 和李相公【敬輿】韻 남쪽 고을의 안개와 비 나그네 옷깃 적시니가을 다한 장사(長沙)105)에 해가 처음 떨어지네상수(湘水)106)에 마음 있어 객의 배 이어지고초(楚)나라 구름107) 일 없어 은거의 삶 꿈꾸네동산(東山) 적막한데 헛되이 기녀를 감추고108)남쪽 바다 아득한데 부질없이 글을 올리네109)먼 변방에서 굳이 복조(鵩鳥)를 근심할 것 없으니110)성조(聖朝)의 어진 교화 돼지와 물고기에게도 믿음을 주네111) 蠻鄕烟雨濕征裾秋盡長沙日落初湘水有情連客帆楚雲無事夢幽居東山寂寂空藏妓南海悠悠謾上書天末不須憂鵩鳥聖朝仁化信豚魚 이 상공(李相公) 이경여(李敬輿, 1585~1657)를 가리킨다.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직부(直夫), 호는 백강(白江)·봉암(鳳巖)이다. 1609년 과거에 급제하여 청주 목사·좌승지·전라도 관찰사 등을 역임하고 우의정에 올랐다. 1646년 민회빈 강씨(愍懷嬪姜氏)의 사사(賜死)를 반대하다가 진도(珍島)에 유배되고, 다시 1648년 삼수(三水)에 위리안치되었다. 이듬해 효종이 즉위하자 풀려 나와 1650년에 다시 영중추부사가 되었다. 이어 영의정으로 다시 사은사가 되어 청나라에 다녀온 뒤 청나라의 압력으로 영중추부사로 옮겼다. 장사(長沙) 한(漢)나라 가의(賈誼)가 좌천된 곳이다. 그는 20세에 문제(文帝)의 신임을 받아 태중대부(太中大夫)로 발탁되어 복색(服色), 제도(制度), 관명(官名) 등의 대대적인 개혁을 주장하다가 당시 대신이었던 주발(周勃), 관영(灌嬰) 등으로부터 "낙양에서 온 나이 어린 초학이 오로지 권세를 독점하려 하고 정사를 문란하게 하고 있다."라는 참소를 입었다. 그리하여 문제의 신임을 잃고 장사왕(長沙王)의 태부(太傅)로 좌천되어 33세의 젊은 나이로 죽었다. 《漢書 卷48 賈誼傳》 당시 이경여가 진도에 유배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말을 사용한 듯하다. 상수(湘水) 초(楚)나라 굴원(屈原)이 무고를 당하여 쫓겨나 있던 곳으로, 흔히 유배지를 뜻하는 말로 사용된다. 당시 이경여가 진도에 유배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말을 사용한 듯하다. 초(楚)나라 구름 남쪽 땅의 구름을 뜻한다. 김만영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남쪽 지방의 은거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이러한 말을 사용한 듯하다. 동산(東山)……감추고 '동산(東山)'은 중국 회계(會稽)에 있는 산으로, 동진(東晉) 때의 인물 사안(謝安)이 은거하던 곳이다. 그는 동산에 은거하면서 계속되는 조정의 부름에도 응하지 않았는데, 20여 년 동안 한가로이 산수를 노닐면서 항상 가무에 능한 기녀(妓女)를 대동하였다고 한다. 《世說新語 排調》 남쪽……올리네 한 문제(漢文帝) 때 장사왕 태부(長沙王太傅)로 좌천된 가의(賈誼)가 흉노의 변경 침입 및 제후의 발호로 인한 국가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치안책(治安策)〉을 올린 일을 말한다. 이 글에서 가의는 시사의 문제점으로 통곡할 만한 일 하나, 눈물 흘릴 만한 일 둘, 장탄식할 만한 일 여섯 가지에 대한 대책을 진언하였다. 《漢書 卷48 賈誼傳》 먼……없으니 '복조(鵩鳥)'는 올빼미와 비슷하게 생긴 새인데, 요조(妖鳥)로 일컬어진다. 한(漢)나라 가의(賈誼)가 장사왕 태부(長沙王太傅)로 좌천되었을 때, 복조가 그의 집으로 날아든 것을 보고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며 〈복조부(鵩鳥賦)〉를 지었다는 고사가 전한다. 《史記 卷84 賈生列傳》 먼 변방에 유배되어 있지만 죽음을 근심할 일은 없다는 말이다. 성조(聖朝)의……주네 임금의 어진 교화가 널리 이루어져 돼지나 물고기와 같은 무지한 동물까지도 감동한다는 말이다. 《주역·중부괘(中孚卦)》에, "중부는, 돼지와 물고기에 미치면 길하니, 큰 시내를 건너면 이롭고 곧으면 이롭다.[中孚 豚魚 吉 利涉大川 利貞]"라 하였는데, 그 단사(彖辭)에 "돼지와 물고기에 미치면 길하다는 것은 신뢰가 돼지와 물고기에게까지 미친다는 뜻이다.[豚魚 吉 信及豚魚也]"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