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형 최운로50)에 대한 만사 挽崔從兄雲路 이종사촌 간의 형과 아우는서로 무척 걱정하는 마음51) 돈독하다네자혜로운 심성을 하늘로부터 품부 받아서온화한 성품을 저절로 이루었네앞으로 장수52)를 누리리라 기대하였으니어찌 중성53)을 닫을 줄을 생각이나 했으리오남은 경사로 지란과 옥수를 남겼으니54)가업 잘 이어서 훗날 영예롭게 되겠지55) 兩姨兄及弟相篤孔懷情慈惠由天稟淳和任自成將期享大耋豈意掩重城餘慶留蘭玉克家擬後榮 최운로(崔雲路) 누구인지 미상(未詳)이다. 무척 걱정하는 마음 공회(孔懷)는 형제간에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을 가리킨다. 《시경》 「소아(小雅) 상체(常棣)」에 "사람이 죽어 초상을 치르는 두려움에 형제간에 무척 걱정하며, 언덕과 습지에 쌓인 시신을 형제가 찾아 나서네.[死喪之威, 兄弟孔懷. 原隰裒矣, 兄弟求矣.]"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장수 원문은 '大耋'인데, 해가 기울듯 인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년기로, 흔히 80세를 이른다. 《주역》 「이괘(離卦) 구삼(九三)」에 "서산에 해가 기우는 형상이니, 질장구 치고 노래 부르지 않는다면 이는 노년을 한탄함이니, 흉하도다.[日昃之離, 不鼓缶而歌, 則大耋之嗟, 凶.]"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중성(重城) 무덤을 가리키는 말인 듯하다. 남은……남겼으니 원문의 '餘慶'은 선(善)을 쌓은 음덕으로 훌륭한 자손이 많을 것임을 뜻하는 말이다. 《주역(周易)》 「곤괘(坤卦) 문언(文言)」에 "적선한 집안에는 반드시 남은 경사가 있다.[積善之家 必有餘慶]"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원문의 '난옥(蘭玉)'은 '지란옥수(芝蘭玉樹)'의 준말로, 훌륭한 자손을 뜻한다. 진(晉)나라 때 큰 문벌을 이루었던 사안(謝安)이 자질(子姪)들에게 "자제들이 또한 인사와 무슨 상관이 있기에 어찌하여 사람들은 자기 자제가 출중하기를 바라는가?[子弟亦何豫人事, 而正欲使其佳?]"하고 묻자, 조카 사현(謝玄)이 "비유하자면 마치 지란(芝蘭)과 옥수(玉樹)가 자기 집 뜰에 자라기를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譬如芝蘭玉樹, 欲使其生於庭階耳.]"라고 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晉書 卷79 謝安列傳》 가업……되겠지 극가자(克家子)라고도 하는데, 조상의 사업과 집안일을 잘 계승할 수 있는 훌륭한 자제를 지칭하는바, 《주역》 「몽괘(蒙卦) 구이(九二)」에 "구이는 몽매함을 포용해주면 길하고 부인의 말을 받아들이면 길할 것이니, 자식이 집안일을 잘하도다.[九二, 包蒙吉, 納婦吉, 子克家.]"라고 한 데에서 나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