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려의 선대체11)로 쓴 시12)의 운을 사용하여 감회를 적다 用韓昌黎扇對軆書懷 지난해 봄 지독한 가뭄이 들었을 제백성들 얼굴빛은 청황으로 물들었지13)올해에는 보리에 싹이 나지 않으니이 백성들 쌀겨로 죽 끓여 먹는다네사람 마음 어찌 그리도 서글프단가하늘의 뜻은 끝내 아득하기만 하여라장저와 걸익은 비록 세상을 잊었으나14)가생은 눈물이 절로 주르륵 흘렀다네15)'묘'가 어떤 본에는 '穗'로 되어있다. 去年春苦旱民色采靑黃今歲麥無苗斯民饘有糠人心何慽慽天意竟茫茫沮溺雖忘世賈生涕自滂【苗一作穗】 선대체(扇對軆) 선대격(扇對格)을 말한다. 구체시(舊體詩)의 대우(對偶) 격식(格式) 가운데 하나로, 한 구를 격(隔)하여 대우하는 것인데, 1구와 3구가 대우가 되고, 2구와 4구가 대우가 되는 것이다. 격구대격(隔句對格)이라고도 한다. 한창려(韓昌黎)의……시 「송이원외원장분사동도(送李員外院長分司東都)」라는 시를 가리키는 듯하다. 그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난해 가을 이슬 내릴 때, 나그네로 동쪽 길 나섰는데, 올해 봄 풍광 일렁일 제, 말을 달려 서울을 이별하네. 술 마시며 서로 돌아볼 땐 기뻤건만, 전송하고 홀로 돌아오는 마음 쓸쓸하네. 두 곳 천 리만큼 멀어지진 않았으니, 부는 바람에 두어 마디 부쳐볼거나.[去年秋露下, 羇旅逐東征, 今嵗春光動, 驅馳别上京, 飲中相顧色, 送後獨歸情, 兩地無千里, 因風數寄聲.]" 《御定全唐詩 卷344 韓愈》 백성들……물들었지 지독한 흉년이 든 탓에, 백성들의 안색이 좋지 못한 것을 표현한 말인듯하다. 장저(長沮)와……잊었으나 은둔하여 직접 농사 지으며 세상일에 관심을 두지 않던 은자들이다. 이들은 공자가 난세(亂世)에 은거하지 않고 세상을 구제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을 비판하였다. 《論語 微子》 가생(家生)은……흘렀다네 한(漢)나라의 가의(賈誼)를 가리킨다. 한나라 문제(文帝) 때 나라가 선우족(單于族)에게 모욕을 당하고 제후왕(諸侯王)이 반역을 꾀하는 등 시국이 위태롭고 혼란하자, 가의가 시국을 바로잡는 치안책(治安策)을 써서 문제에게 올렸다. 그 내용에 "신이 삼가 사세를 살펴보건대, 통곡할 만한 것이 한 가지요, 눈물을 흘릴 만한 것이 두 가지요, 장탄식할 만한 것이 여섯 가지입니다.[臣竊惟事勢, 可爲痛哭者一, 可爲流涕者二, 可爲長太息者六.]"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漢書 卷48 賈誼傳》 《古文辭類纂 奏議類 陳政事疏》 여기에서는 김만영이 시국을 걱정하는 마음을 가의에 빗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