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上舍) 나위(羅褘)19)의 강가 우소(寓所)에 답하다 酬羅上舍【褘】江上寓所 비가 가을 강 씻어내 강월(江月) 밝으니십 리 뻗은 맑은 물결 깊고도 고요하네산옹(山翁)의 조용한 경계 마음을 깨울 수 있고20)어부의 창랑(滄浪) 갓끈을 씻을 만하네21)누가 옥섬돌 향해 귀한 거문고22) 울리는가금계(金契)23) 다투어 쥐다가 큰 술잔 넘어뜨리네천성에 근본한 그대의 효성에 감동하니서리와 이슬24) 내릴 때면 지극한 정 모인다네【나위의 시에 세상을 떠난 부모를 그리워하는 뜻이 있었다. 그러므로 말구(末句)에서 언급하였다.】 雨洗秋江江月明澄波十里湛然平山翁靜界能惺意漁父滄浪可濯纓誰向玉階鳴寶軫爭携金契倒深觥感君誠孝根天性霜露仍時總至情【羅詩有離親思慕之意。故末句及之。】 나위(羅褘) 자세한 사항은 미상이나, 김만영의 모친이 나주 나씨(羅州羅氏)인 점으로 볼 때 김만영의 척족(戚族)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가 김만영에게 지어준 제문(祭文)을 보면 자신을 '금성척인나위(錦城戚人羅褘)'라 밝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南圃集 附錄 卷2 祭文》 마음을……있고 원문은 '성의(惺意)'다. 마음을 맑게 깨우는 것을 뜻한다. 《심경부주(心經附註)》 〈경이직내장(敬以直內章)〉에, 사양좌(謝良佐)가 "경은 항상 성성하는 법이다.[敬是常惺惺法]"라고 한 데 대해, 주희(朱熹)가 "서암의 중은 매일 항상 스스로 '주인옹은 성성한가?'라고 묻고는 '성성하다.'라고 스스로 대답하곤 했다.[瑞巖僧 每日間 常自問主人翁惺惺否 自答曰惺惺]"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 어부의……만하네 '갓끈을 씻는다'는 것은 진속(塵俗)을 초탈하여 자신의 고결한 신념을 지키는 것을 뜻하는 행위다. 굴원의 〈어부사(漁父辭)〉에,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我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我足]"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 귀한 거문고 원문은 '보진(寶軫)'이다. '진(軫)'은 거문고 줄을 받치는 기러기발로, 거문고를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금계(金契) 맹서를 새긴 계권(契券)을 말한다. 당나라 권덕여(權德輿)의 〈제강반구거(題江畔舊居)〉에, "평생에 걸쳐 맺은 깊고 두터운 교분, 여기에 이르러 두 줄기 눈물 흐르네.[平生斷金契 到此淚成雙]"라 한 대목이 보인다. 서리와 이슬 원문은 '상로(霜露)'다. 돌아가신 부모를 그리는 마음을 뜻한다. 《예기(禮記)》 〈제의(祭義)〉에 "가을에 서리와 이슬이 내리거든 군자가 그것을 밟아 보고 반드시 슬픈 마음이 생기나니, 이는 날이 추워져서 그런 것이 아니다. 또 봄에 비와 이슬이 내려 땅이 축축해지거든 군자가 그것을 밟아 보고 반드시 섬뜩하게 두려운 마음이 생겨 마치 죽은 부모를 곧 만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된다.[霜露旣降 君子履之 必有悽愴之心 非其寒之謂也 春雨露旣濡 君子履之 必有怵惕之心 如將見之]"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