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백자(程伯子)의 〈타괴음(打乖吟)〉9)의 운(韻)을 쓰고 이어서 그 체(體)를 본받다 用程伯子打乖吟韻。仍效其軆。 타괴(打乖)는 몸을 숨기고자 하는 것이 아니니농사일은 도리어 기꺼이 세속에 섞이는 것이라네몇 이랑의 전원에 스스로 만족할 줄 알고한 소쿠리의 거친 밥 있어 완전히 가난한 것은 아니네10)그림 속엔 완연한 안락와(安樂窩)의 즐거움11)이요시 위엔 예전과 변함없는 자리 위의 봄바람12)이네천년의 빼어난 인물은 만나기 어려우니흰 머리로 늙어가는 시골 사람 몹시도 부끄러워라 打乖非是欲潛身耕稼還甘渾俗塵數畝田園知自足一簞蔬食不全貧圖中宛爾窩中樂詩上依然座上春千載英豪難可接白頭深愧晩鄕人 정백자(程伯子)의 〈타괴음(打乖吟)〉 정호(程顥)의 〈화요부타괴음(和堯夫打乖吟)〉을 말한다. '타괴(打乖)'는 세상과 어그러지는 일을 한다는 뜻이다. 송(宋)나라 소옹(邵雍)이 〈안락와중호타괴음(安樂窩中好打乖吟)〉이라는 시를 지어 세상과 어긋나는 삶을 살면서 유유자적하는 뜻을 말하였는데, 이에 대해 정호가 〈화요부타괴음〉을 지어 소옹의 타괴는 화광동진(和光同塵)하여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사는 것임을 말하였다. 정호의 시는 다음과 같다. "타괴(打乖)는 몸을 편안히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니, 도(道)가 커서 세속과 함께 섞일 수 있다네. 누항(陋巷)에서의 일생은 안씨(顔氏)의 즐거움이요, 천고토록 맑은 풍모는 백이(伯夷)의 가난함이네. 객들은 절묘한 붓글씨 찾아 시권 들고 찾아오고, 하늘은 호방한 시 위해 봄날을 넉넉히 빌려주네. 한껏 담소 나누며 세속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니, 덕언(德言)은 오히려 시골 사람 두렵게 할 만하네.[打乖非是要安身 道大方能混世塵 陋巷一生顔氏樂 淸風千古伯夷貧 客求墨妙多攜卷 天爲詩豪剩借春 儘把笑談親俗子 德言猶足畏鄕人]" 한……아니네 시골에서의 소박한 삶을 즐긴다는 의미다. 《논어》 〈옹야(雍也)〉에, "어질다, 안회(顔回)여! 한 그릇 밥과 한 표주박 물을 마시며 누항에 사는 것을 사람들은 근심하며 견뎌 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도다, 안회여![賢哉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 不改其樂 賢哉回也]"라 한 대목과, 두보(杜甫)의 시 〈남린(南鄰)〉에 "까만 각건 쓰신 우리 금리 선생, 정원에서 밤만 주워도 완전히 가난하지만은 않겠구려.[錦里先生烏角巾 園收芋栗不全貧]"라 한 대목을 참고한 구절이다. 안락와(安樂窩)의 즐거움 원문은 '안중락(窩中樂)'이다. 송(宋)나라 소옹(邵雍)은 여러 차례 관직에 제수되었으나 모두 마다하고, 낙양의 소문산(蘇門山)에 들어가 안락와(安樂窩)를 짓고서 학문에 몰두하였다. 《宋史 卷427 道學列傳 邵雍》 자리……봄바람 원문의 '좌상춘(座上春)'이다. 곧 '좌상춘풍(座上春風)'으로, 봄바람처럼 온화한 스승의 풍모를 의미한다. 송(宋)나라 때 주광정(朱光庭)이 정호(程顥)를 찾아뵙고 돌아와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나는 봄바람 속에서 한 달을 앉아 있었다.[某在春風中坐了一箇月]"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 《伊洛淵源錄 卷4》 정호의 시에 차운하였기 때문에 이 전고(典故)를 사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