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께서 신축년(1901, 고종38) 동짓날에 봉서사에서 회옹의 운에 차운한 시117)에 삼가 차운하다 소서를 아울러 기록한다. 謹次先師辛丑南至鳳棲寺所次晦翁韻【幷小序】 이때 선사께서 시를 지어 제생에게 보이셨는데 모인 자가 70여 명이었다. 각자 차운시를 짓게 하고 직접 우열을 매기셨는데 나이가 어려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나에게 윤색하게 하셨으니 그 가르치는 뜻이 하나같이 어찌 그리 정성스러우셨던가. 이제 어느덧 42년이나 지났고 스승께서 돌아가신 지도 또 그중에 반이 지났다. 옛날과 지금을 돌아보매 성취한 것 없는 나를 생각하니 감개하는 마음 이기지 못하겠다.학문의 요체는 마음 밭에 있으니 學要心田中훈과 유118)를 잘 취사해야 하네 去取薰與蕕만약 이것을 분별하지 못하면 如不辨得此어디에 수오지심이 있겠는가 安所有惡羞아 내가 일찍 스승께 배웠는데 嗟余早從學백발에도 이 문제로 근심한다네 白首以是憂봉서사의 모임은 옛날 언제였나 鳳寺昔何日스승과 제자 유명을 달리하였네 師生隔明幽이제 또 동짓날이 되었는데 今又逢南至학업은 퇴보하고 세월만 흘러갔네 業退歲不留어떻게 하면 크게 분발하여 安能大奮發선철의 자취를 뒤따를거나 追及曩哲輈 是時, 先師作詩以示諸生, 會者七十餘人, 令各次作.親自考批, 其年少不嫺者, 命澤述修潤, 其敎意一何勤也? 今忽忽爲四十二年之久, 而山頹之年, 又居半其數矣.俯仰今昔, 念余無成, 不勝感慨之意.學要心田中, 去取薰與蕕.如不辨得此, 安所有惡羞?嗟余早從學, 白首以是憂.鳳寺昔何日? 師生隔明幽.今又逢南至, 業退歲不留,安能大奮發, 追及曩哲輈? 선사께서……시 이 시는 전우(田愚)의 《간재집(艮齋集))》에는 보이지 않고, 이와 같은 운을 쓴 것은 《간재집 후편》 권18에 〈병진년 동짓날에 회옹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丙辰南至 敬次晦翁韻]〉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훈(薰)과 유(蕕) 훈은 향기로운 풀을, 유는 악취 나는 풀을 가리킨다. 비유하여 선악(善惡), 현우(賢愚) 등을 의미하고, 또 군자와 소인을 구분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