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中原)에 전란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聞中原多亂 사해(四海)에 전란이 일어난 지 20년남아의 머리 위로 푸른 하늘 바라보기 부끄럽네한밤중에 기운 토하여 무지개 피어나고밝은 해가 길게 신음하여 구름과 안개 이어지네주의(周顗)의 정자 가에서 누가 눈물을 닦아줄까203)공명(孔明)의 두둑 위에서 다만 밭을 갈 뿐이네204)어찌 알겠는가 위수(渭水) 북쪽에 낚싯줄 드리운 자가만고의 경륜(經綸)을 홀로 차지하고 있을 줄205) 四海干戈二十年男兒頭上愧蒼天中宵吐氣虹霓發白日長吟雲霧連周凱亭邊誰拭淚孔明隴上但耕田焉知渭北垂絲者萬古經綸獨自專 주의(周顗)의……닦아줄까 원문의 '주개(周凱)'는 '주의(周顗)'의 잘못이다. 서진(西晉) 말년에 중원이 전란에 휩싸이면서 진 나라 왕실이 남으로 옮겨가 동진(東晉)을 세웠다. 동진의 여러 명사(名士)들이 신정(新亭)에 모여 술을 마시면서 즐기는데, 주의가 탄식하며 "풍경은 다르지 않은데 눈을 들어 바라보니, 산하(山河)가 다르다." 하였다. 이에 왕도(王導)가 얼굴빛을 고치고 "함께 나랏일에 힘을 바쳐 신주(神州)를 회복해야 하는데, 어찌하여 초수(楚囚)처럼 맞대고 울기만 하는가?"라 하였다. 《晉書 卷65 王導列傳》 공명(孔明)의……뿐이네 '공명(孔明)'은 촉한(蜀漢)의 승상 제갈량(諸葛亮)으로, 그는 출사(出仕)하기 전 남양(南陽)에서 몸소 농사지으며 생활하였다. 어찌……줄 주 문왕(周文王)이 강태공(姜太公)을 얻은 고사를 말한다. 문왕이 사냥을 나가기 전에 점을 쳤는데, 그 점괘에 "잡을 것은 용도 아니요 이무기도 아니며, 호랑이도 아니요 말곰도 아니요, 범도 아니요, 비휴도 아니다. 얻을 것은 패왕의 보좌이다.[所獲 非龍非彲 非虎非羆 所獲 霸王之輔]"라 하였다. 사냥을 나간 뒤에 과연 위수(渭水) 가에서 강태공을 만나 후거(後車)에 싣고 돌아와 스승으로 삼았다고 한다. 《史記 卷32 齊太公世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