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래각(飛來閣) 주인에게 드리다【주인은 승지 임련(林堜)2)이다. 선생이 어렸을 때 지은 시로, 당시 나이 14세였다.】 呈飛來閣主人【主人卽林承旨堜。先生兒時作。時年十四。】 영공(令公)께서 병이 많아 벼슬을 그만두시고금강(錦江)3) 서쪽에 약 달이는 부엌4) 새로 열었네백년토록 변함없는 창해(滄海)에 기러기 멀리 날아가고천 길 뻗은 벽오동(碧梧桐)엔 봉황이 높이 깃들었네5)문 앞의 푸른 물은 마음을 통과하여 깨끗하고난간 밖 푸른 산은 기운과 함께 가지런하네무엇보다도 주인옹께서 참된 즐거움 누리시는 곳은달 밝은 낚시터에서 한 가닥 낚싯줄 드리운다네 令公多病投簪笏藥竈新開錦水西滄海百年鴻遠擧碧梧千仞鳳高棲門前綠水通心淨檻外靑山與氣齊最是主翁眞樂處月明磯畔一絲低 임련(林堜) 1589~1648. 본관은 나주(羅州), 자는 동야(東野), 호는 한호(閑好)다. 호조 정랑, 사헌부 장령 등을 지냈으며, 1643년 동부승지에, 1648년 우승지에 임명되었다. 금강(錦江) 오늘날의 영산강을 말한다. 나주(羅州)의 옛 이름이 금성(錦城)이므로 영산강을 금천(錦川) 또는 금강(錦江)이라고도 부른다. 약……부엌 원문은 '약조(藥竈)'다. 벼슬에서 물러나 한가한 곳에서 요양하고 있는 임련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두보(杜甫)의 시 〈기팽주고삼십오사군적괵주잠이십칠장사참삼십운(寄彭州高三十五使君適虢州岑二十七長史參三十韻)〉에, "대숲의 집에는 약 달이는 부엌이요, 꽃 핀 섬에는 책 읽는 책상이라.[竹齋燒藥竈 花嶼讀書床]"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 천……깃들었네 봉황은 오동나무에 둥지를 튼다고 전해진다. 《시경》 〈대아(大雅)‧권아(卷阿)〉에 "봉황이 우니 저 높은 언덕이요, 오동이 자라나니 아침 해 뜨는 동산이라.[鳳凰鳴矣 于彼高岡 梧桐生矣 于彼朝陽]"라 하였고, 두보(杜甫)의 〈추흥팔수(秋興八首)〉에, "향도의 남은 싸라기는 앵무가 쪼던 싸라기요, 벽오동의 늙은 가지는 봉황이 깃든 가지로다.[香稻啄餘鸚鵡粒 碧梧棲老鳳凰枝]"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