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재가 답한 편지 畏齋答書 북방에서 조정으로 돌아와서 상사(上舍) 첨윤(僉胤)의 내방을 받았는데, 이로 인해 그대의 소식을 알았습니다. 비록 몸씨 기쁘고 위로가 될지라도 영남은 멀고 막혀서 찾아가서 회포를 펴지 못하니 한이 됩니다. 뜻밖에 멀리서 외람되이 보낸 긴 편지를 받아 보니 사의(辭意)가 진중하여 받들어 반복해 읽어 보니 마치 의범(儀範)을 마주하여 간곡한 정을 펴는 것 같습니다. 구구한 기쁨을 마음에 다 담을 수 없습니다. 다만 고루한 저에 대해 칭송한 것을 감당하지 못하니 대단히 부끄럽습니다.선친께선 당론이 분분하던 시대에 태어나셨는데 공론을 채집하여 한 시대의 참된 시비를 결정하는 것은 평소 마음속에 생각한 것이니, 선 상국(先相國)의 공렬에 대해 힘써 기술한 것도 또한 이 때문입니다. 그 두어 종이에 기록한 문자는 화재를 당하여 유실되고 남은 것인데, 제가 북관에 가지고 들어간 것은 자못 하늘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그 뜻을 계승하여 세상에 드러내어 알리지 않았다면 이는 곧 사람의 도리가 아닙니다. 이것은 사람의 상정(常情)으로 그만두지 못할 것이지, 단하가 특별히 선한 것이 있어서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이제 들으니 교대할 때 여군(呂君)이 조정에 돌아와서 임금의 앞에서 아뢰어 또한 사당에 사액이 있었다고 하니, 사람들이 의열을 좋아함이 같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제가 전 달에 고향에 돌아온 뒤로 보내준 편지가 인편을 통해 이르렀으나 안타깝게도 돌아가는 인편이 없어 답서가 오랫동안 지연되었습니다. 이제 답서를 보내는데 마침 병으로 인하여 짧은 폭 어지러운 초서로 회포의 만분의 일도 다 펼 수 없습니다. 다만 바라건대, 그대는 존양에 힘쓰고 선열을 계승하여 멀리서 기대하는 저의 마음에 부응하여 주십시오. 삼가 바라건대 첨하(僉下)는 살펴주십시오. 自北還朝, 獲荷僉胤上舍來訪, 憑諳高居消息, 雖切欣慰, 而恨嶺嶠脩阻, 無因拜敍, 不圖遠辱長牋, 寄意珍重, 奉讀以還, 怳如奉接儀範, 款曲披展。區區欣浣, 不容于中, 第於淺陋所以稱道之者, 有不敢承當焉者, 深用愧怍。先人生於黨論之世, 採輯公議, 以定一代之眞是非者, 卽平生之所存, 其於先相國之功烈, 力加記述, 亦爲此也。其數紙文字, 見漏於回祿之餘, 而爲端夏携入北關者, 此殆天意有存, 端夏若不繼其志而有所表章, 卽非人也。此自人之常情, 有所不能已者, 非端夏特有善狀而然也。今聞交代, 呂君歸奏榻前, 又賜廟額云, 亦可見人心有同好於義烈也。僕前月下還松楸, 來書傳至, 而苦無歸便, 久稽奉謝。今始修敬, 而適因病困, 短幅胡草, 不能盡所懷之萬一。只祈僉尊, 遵養珍勉, 以紹先烈, 以副遐企。伏惟僉下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