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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와38) 민 어른【삼현】에게 올림 上謙窩閔丈【三顯】 봄 초에 나아가 인사드린 것은 실로 수년 간 앙모하던 나머지에서 나온 것이었는데 일정이 너무 촉박하여 평온하게 가르침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물러나고서 섭섭한 마음이 지금까지 그치지 않습니다. 한가로이 수양하시며 덕을 닦는 체후는 시절 따라 강녕하시며, 자제분의 제절(諸節)은 두루 편안하십니까? 앙모하는 구구한 마음 가눌 수 없습니다. 소생은 객지에서 칩거하느라 다른 곳에는 또한 조금도 힘을 기울이는 곳이 없고 오직 떠도는 객지 신세는 사람으로 하여금 견디기 어렵게 합니다. 아, 덕망 있는 선배는 지금 모두 세상을 떠나고 오직 존장(尊丈)만 도를 가정에서 전수받아 연세와 덕망이 매우 높아 후생이 덕을 상고할 곳이 아직 있습니다. 소생은 세파에 시달려 비록 스스로 힘쓰기 어렵지만 마땅히 종전에 앙모하는 정성을 애써 펴서 이로부터 의지할 계책을 삼고자 하는데, 받아주시겠습니까. 다시 바라건대 도를 위해 더욱 건강하시어 구구한 이를 위로해 주십시오. 春初晉拜。實出數年慕仰之餘。而行期甚促。未得穩承薰陶。退而悵歎迄今亡已。未審燕養德體對時康寧子舍諸節均安溯仰區區不任生旅蟄他所。亦且未見其毫分進力處。而惟有離旅之懷。令人難遣。嗚呼。先輩宿德。今皆云亡。而惟尊丈道傳家庭。年德方高。後生考德。尙有所在。小生困於世故雖難自力。然當有以勉圖其從前慕仰之誠。以爲自此依賴之計。幸有以受之否。更乞爲道增康。以慰區區。 겸와(謙窩) 민삼현(閔三顯, 1815~?)으로, 본관은 여흥(驪興), 자는 중덕(仲德), 호는 겸와이다. 기정진의 문인이다. 민백우의 둘째 아들이며, 전라도 화순 사평에서 살았다. 학행으로 사헌부 지평에 증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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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에서 벗과 모여서 향음례를 행하다 松廣寺會諸友 行鄉飲禮 하늘가에서 헤어진 것 어느 때였나 (涯角分張問幾時)옛 벗을 만난 곳에서 또 새로 벗을 사귀네 (舊知逢處又新知)온 골짜기 단풍든 숲에 가을바람 소슬하게 불고 (一洞楓林秋瑟瑟)암자에 내리는 꽃비에 밤은 길기만 하네 (諸天花雨夜遲遲)호계에서 담소 나는 것78) 무슨 의미이랴 (虎溪談笑曾何意)흥국사에서 강론한 것79) 지금도 기이하네 (興國講磨今亦奇)갈림길에서 다음에 만날 약속을 하니 (臨歧爲說來頭約)쌍계사의 복사꽃 봄 되어 만발할 때라오 (雙寺碧桃春滿枝) 涯角分張問幾時。舊知逢處又新知。一洞楓林秋瑟瑟。諸天花雨夜遲遲。虎溪談笑曾何意。興國講磨今亦奇。臨歧爲說來頭約。雙寺碧桃春滿枝。 호계(虎溪)에서……것 호계는 중국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 앞에 있는 시내인데, 이 시내를 넘어가면 범이 울었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하였다. 진(晉)나라 고승 혜원 법사(慧遠法師)가 손님을 전송할 때에 이 시내를 넘지 않았다. 뒷날 도잠(陶潛), 육수정(陸修靜)과 뜻이 맞아 자신도 모르게 넘어가자 범이 갑자기 우니, 세 사람이 놀라 크게 웃고는 헤어졌다고 한다. 『山堂肆考 卷24 虎號』 흥국사(興國寺)에서 강론한 것 흥국사는 중국 호북성(湖北省) 한양현(漢陽縣) 북쪽에 있는 절인데, 본래 이름은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이다. 정호(程顥)가 장재(張載)와 함께 흥국사에서 종일 강론하고서 "옛날에도 어떤 사람이 이 자리에서 이런 강론을 한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不知舊日曾有甚人, 於此處講此事.]"라고 하였다 한다.『近思錄 卷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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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재풍】에게 보냄 與文武一【載豊】 붓을 움직이고 먹을 가는 것도 늘그막에는 힘든 일이건만 인편을 두고 그때마다 서찰을 보내 물으시는 일이 앞뒤로 끊이지 않고 갈수록 더욱 정성스러우십니다. 돌아보건대 누가 이런 일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아, 아우는 젊은 시절부터 사방(四方)의 사람들과 교유(交遊)한 것이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머리가 흰 노년이 되고 새벽 별처럼 쓸쓸한 처지가 되어서는 오직 노형(老兄)만이 저를 버리지 않고 늙어서도 더욱 친밀하게 대하시니 풍의(風儀)에 감격하는 마음이 어떠하겠습니까. 만년의 쇠잔한 처지라 모든 생각이 멈춰버렸지만, 사소한 구업(舊業)에 대해서 얼마간이라도 도움을 주고받고자 하는 바람은 지금껏 한 번도 덕문(德門)의 형제 사이에 있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가난과 질병에 시달려 두 발이 문을 나서지 못하고 안부를 묻는 편지조차도 때를 맞추지 못하였습니다. 노형께 연치(年齒)와 덕망(德望)을 무릅쓰고 문득 이렇게 먼저 은혜를 베푸시게 하였으니 감격스럽고 감격스러운 나머지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함께 합니다. 따뜻한 봄날이 한창인데 형의 체후(體候)도 계절과 더불어 편안하신지 모르겠습니다. 기침 증세는 본래 으레 나타나는 증상이고 공도(公道)이니 편작(扁鵲)이나 화타(華佗)도 손을 대지 못하고 인삼(人蔘)과 백출(白朮)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공자(孔子)가 말한 "늙은이가 편안하게 여긴다."라는 말이 가장 좋은 약방문(藥方文)입니다. 아우는 타고난 기운이 허약하여 미처 늙기도 전부터 쇠약해진 지 오래입니다. 하물며 공도(公道)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다만 당장 온 집안 식구의 생계를 꾸려 갈 수 없으니 청산(靑山)에 누운 뒤에야 가능할 것입니다. 우스운 일입니다. 運管行墨。亦老境勞事。而有便輒致書問。前後源源。愈益懇至。顧惟何人。可以當此。嗚乎。弟自少年以來。交遊四方。非不久矣。而白首頹齡。落落如晨星。惟老兄不棄不遺。老而愈密。感感風義。何以爲心。桑楡殘景。萬念休歇。而一分舊業。多少相資之望。未嘗不在於德門伯仲之間。然而貧病淟涊。脚不出門。至於書尺寒暄。亦不以時而至。使老兄降屈年德。輒此先施。感感之餘。愧悚倂之。春令方殷。未審只體候。與時偕適。喘證此固例證也。公道也。扁華所不能容手蔘朮所不能奏效。只有夫子所謂老者安之四字。是其第一方文。弟受氣偏薄。未老而衰久矣。況於公道乎。但目前百口之計。寄着不得。惟一臥靑山然後。可也。好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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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고39) 조 어른【성가】께 올림 上月皐趙丈【性家】 지난봄에 송사(松沙) 편에 한 통의 편지를 써서 올렸는데 잘 전달되었는지요? 적벽(赤壁)에서 어긋난 연유는 모두 이전 편지에 적어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전 편지를 보지 못하셨다면 어떻게 홀로 갔다가 만나지 못한 사정을 알겠습니까. 그러나 이미 지난 일이기에 굳이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습니다. 삼가 화창한 봄날 덕을 닦으시는 체후는 건강하고 편안하십니까? 멀리서 사모하는 마음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소생은 가난과 병든 몸으로 세상일에 골몰한데다 노쇠함까지 겹쳐 모든 정상이 날로 더욱 힘들어지고, 게다가 시상이 날로 그릇되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놀라우니, 구구한 이의 괴롭고 한스러운 마음은 하소연할 곳이 없기에 밤낮으로 향해 가는 마음은 동문 가운데 덕망이 높은 우리 월고(月皐) 선생과 같은 이에게 있지 않겠습니까. 부디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치지 마시고 인편을 통해 깨우쳐 주십시오. 去春松沙便。修上一書。不至喬沈否。赤壁相違之由。具在前書。而若不見前書。則何以知獨行不遇之狀乎。然已屬過境。不必更提也。伏未審春和德候康適。遠慕不任。生貧病汨沒。加以衰相侵尋。凡百見狀。日益頹落。加以時衆日非。滿目駭然。區區苦恨。無可告訴。而所以日夜懸往。其不在於同門宿德如我月皐先生乎。幸不以違慢見誅。因風有以提誨之也。 월고(月皐) 조성가(趙性家, 1824~1904)로, 본관은 함안(咸安), 자는 직교(直敎), 호는 월고이다. 어계(漁溪) 조려(趙旅)의 후손이다. 진주(晋州)에 거주하였으며 기정진의 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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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방【병해】에게 답함 答朴源方【炳海】 가을도 저물어 가는데 그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참으로 깊네. 뜻밖에 김아(金雅)가 나를 찾아왔는데 그대의 편지도 함께 이르렀네. 봉투를 열고 읽어보니 고마운 마음은 마치 구슬을 받든 것 같네. 더구나 조부모, 부모를 즐겁고 기쁘게 모시면서 건강이 매우 좋다고 하니, 더욱 내가 듣기 원하는 마음을 흡족하게 하네. 나는 가을에 서당을 그만 둔 뒤에 집으로 돌아와 병을 조리하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네. 그러나 병은 낫지를 않는데도 마을의 수재들이 줄을 서서 모여들어 또한 한바탕 어지러이 떠들썩한 장소가 되고 말았네. 이전 달에 한번 그대가 사는 지역에 찾아가 벽산(碧山)과 경립(景立)의 병에 대해 위문하고서 이윽고 그대 조부모와 부모에게 인사를 드리고서 오랫동안 격조했던 정을 풀어보려고 하였는데, 개인적인 일로 얽매어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였네. 항상 바람을 향해 그리워하는 마음만 내달릴 뿐이네. 가을도 깊고 밤도 기니 참으로 독서하는 사람이 휘장을 드리우고 등불을 가까이 할 때이네 .잘 모르겠네만 우리 벗은 과연 일념으로 긴요하게 힘을 써서 끊임없이 나아가 멈추지 않는가? 부형이 기대하는 것도 이 일이요, 붕우들이 서로 종유하는 것도 또한 이 일이네. 평범하지 않은 성취는 반드시 평범하지 않은 공을 필요로 하니 대단히 힘써 노력하게나. 秋令垂晩。懷想政勤。料襮金雅見訪。惠翰伴至。披玩感戢。如得拱璧。矧審重省歎慶。體節百福。尤愜區區願聞之情。義林秋間罷齋歸家。爲養病自遣計。然病未見蘇。而村秀坌聚。又成一場紛叢之區耳。前月間。擬爲一造貴中。問碧山景立之病。因拜候重庭。爲敍積久之情。私故牽引。迄未遂矣。每向風馳瞻而已。秋深夜長。正是讀書人下帷親燈之時。未知吾友果能一味喫緊。進進不住否。父兄所以期望者。此事也。朋友所以遊從者。亦此事也。非常之業。必待非常之功。千萬勉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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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행【경인】에게 답함 答白子行【景寅】 조아(趙雅)가 와서 인하여 보내준 편지를 받고 당상의 체후가 강녕하며 모든 절도가 마땅한 줄 알았으니, 몇 개월 동안 곁을 떠난 지 오랜 뒤라 기쁨과 다행함, 환희와 경사가 어떠하겠는가? 여로의 피곤함은 실로 염려가 되지만 조섭하여 화평해 지는 것은 생각건대 또한 멀지 않을 것이니, 다시 모름지기 정신을 수습하여 옛 학업에 더욱 힘쓰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스승을 곡할 때에 설위(設位)하는 것은 반드시 묘문(廟門) 밖에 할 것은 없고 자신이 머무는 곳에 따라 실(室)이나 당(堂)에 하는 것이 불가하지는 않네. 3년 복과 1년 복을 입는 경우는 응당 또한 연쇄(練殺)의 절도가 없지 않고, 만약 장례에 참석하지 못하였다면 하루 전부터 조석으로 망곡(望哭)105)해야 하고 설위는 탁자에 명수(明水)106)만 갖출 뿐, 포물(脯物)은 사용할 필요가 없네. 매달 초하루에 친우들과 함께 곡하는 것 또한 무방하네. 망건(綱巾)은 흰 베로 선을 두르고 흰 끈을 묶는 것 또한 가하네. 趙雅來。因承惠翰。以審堂候康寧。渾節均宜。數月離側之久。喜幸歡慶。爲何如哉。路憊餘苦。固爲關慮。而攝理見和。想亦不遠。更須收拾精神。益勉舊業如何。哭師設位。不必廟門之外。隨其身之所住。而於室於堂。未爲不可。若服三年。期年。則應亦不無練殺之節。若未會葬則。自前一日不可無朝夕望哭。而所設之位。則以卓子具明水而已。脯物不必用也。每月朔與親友同哭。亦無妨也。綱巾之素紕素繫。亦可。 망곡(望哭) 곡을 하는 장소에 직접 참석하지 못할 경우에 그곳을 향하여 곡하는 것을 말한다. 명수(明水) 현주(玄酒)라고도 한다. 옛날에 제사 지낼 때는 깨끗한 물을 항아리에 담아서 현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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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경【의동】에게 답함 答朴允敬【義東】 새봄이 되어 그리는 마음 전보다 곱절이나 애가 타네. 이런 때 편지를 받으니 더욱 고맙네. 인하여 부모를 모시면서 건강이 근래 더욱 좋아지고 책을 읽으며 학문도 크게 발전함을 알게 되니 매우 듣고 싶었던 바이네. 나에 대해 '지극한 가르침…'이라 하였는데, 나의 학문은 공소하고 지리멸렬하니 어찌 조금이나마 그대의 부지런한 뜻을 감당하겠는가. 더구나 그대 집에는 어진 부형이 있으니 인도하고 가르침에 그대에게 준 계책이 있지 않겠는가. 다만 나의 뜻을 세우고 나의 마음을 보존하여 가르침을 받을 터전으로 삼아야 하네. 그렇지 않는다면 채색할 흰 바탕이 없고 맛을 조화할 단맛이 없을 것이니,71) 장차 무엇을 베풀겠는가. 힘쓰고 또 힘써야 하네. 新春懷想。一倍憧憧。際玆惠音。尤切感沃。因審侍餘動止。近益靖適。居業佔畢。亦且長進。尤協願聞。至誨云云。空疎綻裂。安有一分可以稱塞勤意哉。況家有賢父兄。而所以誘掖指引。靡有遺策者乎。但立吾志存吾心。以爲受敎之地。不然。無自之采。無甘之和。將安所施乎。勉旃勉旃。 채색할……것이니 《예기(禮記)》 〈예기편(禮器篇)〉에 "감미는 모든 맛의 근본이라서 백미(百味)를 조화시키고, 흰색은 모든 색의 근본이라서 어떤 채색이나 받아들인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직 충실하고 신실한 사람이라야만이 예를 배울 수가 있는 것이다.[甘受和 白受采 忠信之人 可以學禮]"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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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립【준기】에게 보냄 與朴景立【準基】 나그네가 된 지 몇 개월이 되었는데 우리 벗의 소식을 듣지 못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동안 조부모와 부모님을 모시는 상황은 어떠하며, 형제간의 거처하는 정황은 어떠합니까? 어떤 글을 읽고 있으며 무슨 공부를 하고 있습니까? 어느 곳에 거처하며 어떤 사람들을 종유(從遊)하고 있습니까? 동재(洞齋)는 요란스러운 곳과 가깝고 산당(山堂)은 직분을 유기하기 쉬우니 오직 집안의 깨끗한 방이 가장 온당하고 편리할 뿐입니다. 반드시 일정한 과정을 세워서 몸과 마음, 그리고 사물에 대하여 날마다 쓰는 가장 긴절하고 가까운 곳에 나아가 한두 건씩 궁구하여 얻고 한두 건씩 정돈하되 날마다 이와 같이 하여 끊어지지 않게 한다면 오랜 뒤에 스스로 도달하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경립(景立)은 근래에 몸을 조리(調理)하느라 허비한 세월이 적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대의 건강과 집안에 아무 문제가 없으니 이런 날들을 아깝게 여겨야 합니다. 주자(朱子)께서 말씀하시기를, "천하의 일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일 하나를 돌아보면 여전히 자기에게 속하였으니, 만일 또다시 그럭저럭 지내면서 세월을 낭비한다면 참으로 아까울 것입니다. 오직 경립은 힘써주십시오. 의림(義林)은 다른 곳으로 이사하여 살고 있는데 마음이 울적하여 안정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한두 명의 사우(士友)가 아침저녁으로 따르고 있으니 큰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爲客數月。不聞我故人信息久矣。邇來重省何如。棣節何如。讀何文字。作何功夫。居處何所。從遊何人。洞齋近熱鬧。山堂曠職分。惟家間淨室。最爲穩便耳。切須立得一定課格。就身心事物日用切近處。窮索得一二件。整頓得一二件。逐日似此不容間斷。久自有所到矣。景立近來。緣於調理費了日月爲不少矣。今則身家無事。此日可惜。朱子曰。天下事。旣有所不得爲。顧此一事。尙屬自己。若又因循。放棄日月。眞可惜也。惟景立勉之。義林住接他所。懷屑莫定。但有一二士友。晨夕相從。頗以爲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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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이원【병희】에게 답함 答洪彛元【秉憙】 지척이나 애각(涯角)103)이라도 그리워하는 마음은 간절합니다. 편지가 오고서야 조부모와 어버이를 모시는 정황이 몹시 평안함을 알게 되었으니 실로 간절하게 바라던 바와 맞아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다만 발꿈치에 종기가 있다는 소식은 비록 작은 증세라고는 하지만 매우 염려됩니다. 빨리 잘 치료하여 빨리 낫기를 바랍니다. 보내주신 편지에서 절실하고 중요한 말에서 이 일에 마음을 두어 알려고 분발하고104) 고심하면서도 지적하여 말하지 못하는 뜻을 볼 수 있습니다. 오직 바라건대 그대는 한번 스스로 마음속으로 어떤 것이 절실하고 중요한 것인지 생각하여 이를 터득하면 또 지켜야 하고, 지키면 또 행해야 할 것이니 그제야 비로소 도움이 있을 것입니다. 남의 입이나 혀만 쳐다보아서는 일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어떠하겠습니까. 咫尺涯角。懷想政勤。書來仍審重省萬安。實協企顒。但跟瘇之報。此雖微症。爲慮則切。汲汲迎合。趁早見愈也。示中切要之語。可見留心此事。憤悱不指之意也。惟願彛元試自思省於心。何者是切要。得之又要守之。守之又要行之。方有益。仰人頰舌。不濟得事。如何如何。 애각(涯角) 천애지각(天涯地角)의 준말. 하늘가와 땅 모퉁이가 동떨어져 있다는 말이다. 알려고 분발하고 원문은 '분비(憤悱)'인데 공부하려는 열정이 표정과 말에 나타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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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유【기덕】에게 답함 答金泰輶【箕德】 새봄을 맞이한 지 오래되었으나, 내 생각은 끝내 신선해지지 않으니, 매우 쇠약해졌나 봅니다. 한 장의 편지는 참으로 귀중한 보배【百朋】와 같아서, 그것을 받아 여러 번 읊조리니,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도 마치 어느 정도 깨쳐주는 뜻이 있는 듯합니다. 감사한 마음을 어찌 말로 하겠습니까? 편지를 통해 몸 건강히 잘 계신 줄 알게 되었으니, 더욱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부합합니다. 집안일을 주관하는 여가에 어떤 책을 보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날마다 높고 깊은 경지에 나아갈 수 있도록 부지런히 힘써야 할 것입니다. 저는 어떤 병에 걸려 3달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노쇠한 지경의 일이 본래 이와 같으니 어찌 염려할 것이 되겠습니까? 오직 조만간에 저승의 명부가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지만, 뜻을 둔 학업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처럼 노쇠했으니, 이것이 미칠 수 없는 무궁한 한이 될 따름입니다. 바라건대 그대는 이를 거울삼아서 우리 당(黨)을 빛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見新春久矣。而自家意思。終不新鮮。甚矣衰也。一書眞百朋也。得之而諷詠數回。不覺怳然有多少喚醒之意。感感何言。因審體事珍謐。尤協懸祝。未知幹蠱之餘。所看閱在何書耶。計應慥慥日就崇深也。義林一疾三朔尙不見退。衰境事固如是。何足爲慮。惟俟早晏冥符之至而已。但志業未就。而枯落如此。此爲靡逮無窮之恨也。願吾友視爲車鑑。以光吾黨。如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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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술46)에게 보냄【각】 興閔子述【㙾】 노쇠한 나이에 왕래하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고 애써 찾아주시어 저를 위로하고 저를 살펴 줌이 전후로 계속 이어지니, 스스로 생각건대, 형편없는 사람이 어떻게 이러한 은혜를 입는단 말입니까. 감사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교차하여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봄이 찾아왔으니 편안히 지내시는 중에 신의 가호로 기체후는 편안하십니까. 문을 닫고 세상일을 물리쳐 안정되고 편안함은 입정(入定)한 승려와 같으니, 이는 노년의 훌륭한 계책입니다. 더구나 물이 정지하면 맑고 시초(蓍草)가 오래되면 신묘해지는 법이니, 만년의 진덕(進德)이 이로 말미암아 전보다 더 나아지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하겠습니까. 평상시 사모하는 마음 자못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화고(禍故)가 그치지 않아 남은 재앙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고, 몸이 병마에 시달린 지 지금 벌써 네 달이 되었습니다. 병세가 수시로 달라져 나았다 심해졌다 하니, 조물주가 나를 희롱하는 것이 한결같이 이러한 지경에 이른단 말입니까.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 외에는 더 이상 별다른 대책이 없습니다. 부탁하신 글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통스러워 아직 착수하지 못했으니, 다만 병이 조금 낫기를 기다릴 따름입니다. 인사의 쇠락함이 이와 같고 시상의 헤아리기 어려움이 또 이와 같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 앞으로 상종할 날이 또 얼마나 되겠습니까. 바람을 맞으며 그리워하니, 비록 슬퍼하지 않고자 하지만 그렇게 되겠습니까. 隆耋衰境。不吝杖屨之勞。艱關相尋。慰我存我。前後源源自惟無狀。何以得此。感與愧倂。不知爲喩。春令方申。未審燕晦有相。氣候萬適。杜門謝事。安靜妥帖。如入定之僧。此是老年勝算。況水止則淸。蓍久則神。安知晩年進德。不由此而爲勝似於前乎。尋常馳仰。殊不勝情。弟年歲以來。禍故震疊。而餘殃猶且未艾。身爲二竪所苦。今且四朔矣。進退非一。歇劇無常。造物之戲我。一至是乎。任他之外。更無別策。所托文字。見苦如右。尙未下手。第俟病情稍間耳。人事之衰落如此。時衆之叵測又如此。吾兩人前頭相從。爲復幾許也。臨風相望。雖欲不悲得乎。 민자술(閔子述) 민각(閔㙾, 1836-1914)으로, 자는 자술, 호는 토암(土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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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군 익삼【순흠】의 시에 화운하여 주다 和贈鄭君益三【舜欽】 나의 벗 도윤(道允)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병이 오래 낫지 않아 비록 달려가 조문하지 못하였지만 더욱 외로워진 탄식이 항상 마음에 간절하였다. 어느 날 그의 종제 정순흠이 내가 앓고 있는 가천(佳川)으로 찾아왔으니, 그 슬픈 마음이 어찌 아끼는 친구를 만난 것과 같을 뿐이겠는가.239) 인하여 그가 보내준 절구 두 수에 화운하여 만분의 일이나마 마음을 서술한다.고운 총각이었는데 벌써 관을 썼으니 (婉兮丱已弁)그대 형의 풍모를 생각나게 하네 (追想乃兄風)아, 지난날 서로 기약한 사업 (嗟昔相期業)그 공을 잇기를 그대에게 바라네 (期君續厥功)노인의 모자람이 어찌 소년의 모자람과 같으랴 (老空何似少年空)그 부끄러움 응당 나와 같지 않을 것이네 (其愧吾應不我同)더구나 일찍부터 부끄러워할 줄 아니 (況於早早能知愧)끝내 어찌 수립하는 공이 없으랴 (究竟那無樹立功) 余友道允甫。就幽已三年矣。一病彌留。雖違奔哭。而益孤之歎恒切于中一日其從父弟舜欽過我於佳川病廬其悲愴之心豈惟如見元賓而巳也因歩其所示二絶詩以敘萬一之意云爾婉兮丱已弁。追想乃兄風。嗟昔相期業。期君續厥功。老空何似少年空。其愧吾應不我同。況於早早能知愧。究竟那無樹立功。 아끼는……뿐이겠는가 한유(韓愈)가 제자인 이관(李觀)을 각별히 사랑하였는데, 이관이 죽은 뒤 한유는 "원빈이 그리워도 만나지 못하니, 원빈과 어울리던 사람을 만나면 마치 원빈을 보는 것 같다.[思元賓而不見, 見元賓之所與者, 則如元賓焉.]" 하였다. 『韓昌黎集 卷16 答李秀才书』원빈(元賓)은 이관의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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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덕유【인식】에게 답함 答宋德裕【演植】 봄철 내내 계획하여 겨우 반나절 간 작약산(芍藥山)에서 노닐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세상을 살면서 반나절의 유람을 누리는 자 또한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풍진(風塵)이 그득한 세상에서 말이 달리듯 바삐 지내자니 참으로 슬프기만 합니다. 천태산(天台山)과 작약산(芍藥山)은 남쪽 지방의 명승지입니다. 세상이 열린 이래 곧 이 산들이 있었고 오고 가는 천년만년의 시간 속에서 몇 사람이나 이곳을 지났는지 알지 못하고 연기가 사라지고 구름이 다하는 것도 아득하여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오늘 유람한 것 또한 어찌 이와 같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저 후세 사람으로 하여금 오늘 사람이 옛날 사람을 슬퍼하는 것과 같게 만들 뿐입니다.82) 생각에 빠지고 감회에 젖는 것 또한 하나의 전환점입니다. 하물며 인생에 뿌리도 없고 꼭지도 없으니 우리 두 사람이 내년 봄에 꽃을 구경하는 짝이 되어 또다시 올해처럼 꽃구경을 할 수 있을지 어찌 알겠습니까. 그저 한 조각 청산이 작년 사람을 보내고 올해 사람을 맞이할 뿐입니다. 형의 편지를 대하고 우연히 시 한 편을 지어 졸렬함을 잊고 추한 모습을 보입니다. 한차례 웃음거리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全春經營。乃得芍藥山上半日之遊。然居今之世而得半日之遊者。亦幾人哉。塵臼滔滔。如馳如驅良可悲矣。天台芍藥。南方勝區自開闢以來。便有此山。來來去去。千萬年不知幾人經過。而烟消雲空。漠然而不可知矣。吾輩今日之遊。亦安得不如此。徒使後人亦如今日之悲昔日也。撫念曠感。亦一副節拍處也。況人生無根蔕。安知吾兩人明春看花伴。亦復不失鳥今年人否耶。只有一片靑山。送迎去年人今年人而已。對兄書。偶成一首詩。忘拙露醜。幸以爲一笑之資也。 후세……뿐입니다 왕희지(王羲之)의 「난정기(蘭亨記)」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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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배운【계상】에게 답함 答魏拜雲【啓尙】 산과 물이 굽이도는 외진 땅에 있는 데다 세상의 많은 어려움까지 겹쳐 우리가 적막하게 지낸 것이 몇 해던가요. 남쪽으로 붉게 물든 산을 바라볼 때마다 서글픈 마음이 깊어집니다. 뜻하지 않게 영함(令咸 상대방의 조카)이 와서 보내신 편지를 받들었습니다. 어루만지며 읽어보니 완연히 10년 전 얼굴이 다시 떠오릅니다. 흡족한 위안을 주는 일로 말하자면 또 무엇이 이와 같겠습니까. 소식을 전한 뒤로 부모님을 모시고 지내는 안부는 계절에 잘 맞추어 더욱 편안하신지 다시 여쭙습니다. 양친이 다 계시고 형제들이 탈이 없는 것이 이 세상의 첫 번째 즐거움이니, 이치상 응당 신명이 위로하여 화락하게 지내실 것입니다. 매번 우러러 흠모할 때마다 부럽기가 그지없습니다. 의림(義林)은 변변하지 못하고 마음이 혼잡스러워 알려드릴 만한 좋은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식량과 의복이나 축내고 있는 버려진 물건일 뿐입니다. 게다가 세상일이 여러 갈래로 뒤얽히고 복잡하여 앞날을 형언하기 어려우니 장초(萇楚)의 시28)를 읽고 상침(尙寢)의 말29)을 생각하면 서글픈 마음을 견딜 수 없습니다. 어느 때라야 함께 두 손을 잡고 다소간의 쌓인 회포를 펼쳐볼까요. 盩厔厓角。兼以時象多難。致得吾儕離索。爲幾年矣。南望丹獄。每切消魂。謂外令咸來。得拜尊函。挲摩繙閱。完然復致十年前顔面。慰浣津津。何又如之。信後更請侍體事。對時增迪。俱存無故。天下一樂。神勞愷悌。理應如是。每念瞻際。不勝艶仰。義林陸陸憒憒。無一善狀可以奉提者。只是蝗栗蠹衣。一箇棄物而已。加以世故多端。前程難狀。讀萇楚之詩。念尙寢之語。不勝浥浥之懷。何時一握。以展多小積蘊耶。 장초(萇楚)의 시 《시경》 〈습유장초(隰有萇楚)〉에 "진펄에 보리수나무가 있으니, 야들야들한 그 가지로다. 어리고 곱고 반들거리니 너의 집 없음을 즐거워하노라. …… 너의 가정 없음을 즐거워하노라."라는 말이 나온다. 상침(尙寢)의 말 《시경》 〈왕풍(王風) 토원(兔爰)〉에 "온갖 근심 모여드니, 차라리 잠이 들어 깨어나지 말았으면.【逢此百罹, 尙寐無吪.】"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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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삼【기박】에게 보냄 與李華三【基璞】 지난번 답장을 받고 벌써 석 달이 지났습니다. 여행은 무사하고 건강하셨으며 월파(月波)는 근래 화목하게 잘 지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운 마음이 실로 괴로울 지경입니다. 아우는 일전에 4살짜리 손자 아이를 잃어 견디기 어려운 심정입니다. 근래 문아(文雅), 계원(啓元 문송규(文頌奎))과 인설(仁說)을 논하느라 꽤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당장은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습니다만, 대의(大意)를 들자면 문아(文雅)는 인(仁)하기 때문에 천지 만물이 일체(一體)가 된다고 하고, 아우는 천지 만물이 일체이기 때문에 인(仁)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둘의 논의가 최근에 자못 정도(正道)로 돌아왔습니다만, 형과 월파(月波)가 우리를 위해 일전어(一轉語)32)를 내려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주자어류(朱子語類)》는 근래 몇 편이나 보셨는지요. 새로운 지취(志趣)가 많아졌으리라고 생각되니 적어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頃承辱復。月已三弦。未審旅節淸適。月波近得團聚。溯仰實勞。弟日前失四歲孫兒。情私難支。近與文雅啓元論仁說。頗費往復。其詳姑不可枚。擧大意。則文雅以爲惟仁。故天地萬物爲一體。弟以爲天地萬物一體。故能爲仁。兩論近頗歸正。然兄與月波。爲下一轉語如何。語類近看得幾篇。想多新趣。幸爲錄示也。 일전어(一轉語) 원래는 불교에서 참선할 때 참선자가 미혹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하는 말을 이르는 것으로, 사람들을 대오각성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말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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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옥【기현】에게 보냄 與朴奇玉【琦鉉】 봄부터 가을까지 소식이 아득했던 것은 오랜 벗인 저의 인정이 평소에도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벗이 한 해가 지나도록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건만 소식이 없었으니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의원을 찾고 약방을 수소문하지는 못할지라도 계절에 따라 문후를 여쭙는 일까지 잊고 있었으니 이것이 무슨 인정이고 도리이겠습니까. 매양 부끄럽습니다. 뜻밖에 현종(賢從 상대방의 사촌 형제)이 찾아와 이로 인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지내는 분의 병환이 근래 천화(天和)를 입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명이 덕을 지닌 군자를 위로하는 것은 진실로 이와 같아야 합니다. 저에게 위안이 됩니다. 의림(義林)은 예전과 같이 보잘것없으니 번거롭게 말씀드릴 만한 것이 없습니다. 영랑(令郞)은 아침, 저녁 부모님을 모시는 여가에 날마다 과정(課程)을 따르고 있는지요? 이번 강회(講會)에 혹시 보낼 수 있다면, 완계(莞溪)도 역시 찾아오리라고 생각되니 모시고 오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인편이 있으니 서한을 보내지 않을 수도 없지만, 인편이 바빠 또 오래도록 붙잡지 못합니다. 自春迄秋。信徽漠然。此知舊之情。在平時猶然。況古人告病者。經年彌久乎。縱不能尋醫問藥。而至於時節問候。如付忘域。此何情理。每庸愧悵。謂外賢從來。因審侍旁愼節。近見天和。神勞愷弟。固應如是。慰仰區區。義林碌碌如昔。無足仰煩。令郞晨昏之餘。日趲課程否。今番講會。或可命送。莞溪想亦見顧。使之陪行如何。有便不可無書而便忙又不能托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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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함【재원】에게 답함 答梁子涵【在源】 얼마 전 몸소 찾아오시고 또 이렇게 서한을 보내셨습니다. 오랜 벗의 후의(厚意)가 줄곧 이 정도에 이르렀습니까. 서한을 통해서 요즈음 부모님을 모시고 다복하게 지내신다는 것을 알았으니 실로 듣고 싶었던 말입니다. 독서(讀書)와 궁리(窮理), 근신(謹身)과 칙행(勅行)은 사군자(士君子)가 평소에 먹고 마시는 차나 밥과 같습니다. 이를 도외시하고 달리 법문(法門)을 구한다면 이른바 나귀를 타고 나귀를 찾는 격82)입니다. 그러나 우리 벗께서는 자질이 신중하고 돈후함이 넉넉하지만 활달한 기상은 부족하십니다. 벗의 형편을 고려하여 이를 바로잡자면 독서와 궁리가 오늘의 급선무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부모님을 모시는 여가에 종종 책을 펼쳐보아 몸에 배어들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의림(義林)은 근래 몸이 병들어 오관(五官)이 망가졌으니 양기(陽氣)가 회복될 기약이 없습니다. 걱정입니다. 日者枉顧。又有此書。故人厚意。一至於是耶。因審比來省歡多福。實副願聞。讀書窮理。謹身勑行。是士若子平日茶飯。若外此而別求法門。則所謂騎驢覓驢也。然吾友姿質。優於謹厚。而欠於開暢。因其勢而矯捄之。則讀書窮理爲今日之急務也。晨昏餘力。種種披閱。俾有浹洽如何。義近患身故。五官失守。陽復無期悶事悶事。 나귀를……격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지공화상대승찬(志公和尙大乘贊)〉에 "마음이 바로 부처라는 것을 알지 못하면 진실로 나귀를 타고 나귀를 찾는 것과 같다.【不解卽心卽佛, 眞似騎驢覓驢.】"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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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흥서【재덕】에게 답함 答文興瑞【載德】 새봄이 광채를 발하니 맴도는 뭉게구름99)을 문득 상상하고 선견(先見)을 지닌 말씀이 그리워 아침저녁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건만 고맙게도 영랑(令郞)이 저를 찾아와 안부 인사를 겸하여,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니 적막함을 물리치고 나른함을 벗어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어떤 감격이 이와 같겠습니까. 다만 처지와 형편이 험난하여 여러 해 동안 발길이 묶여 고헌(高軒)에 한 번 나아가 후의(厚意)에 감사를 드리지 못하였습니다. 노형(老兄)께서 인자한 도량으로 혹시 용서하시더라도 아우 처지에서야 어찌 감히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하물며 세월은 견디기 어렵고 늘그막에 접어든 처지라서 세상의 기운과 시대의 상황이 매우 적절하지 못하여 두문불출하고 있음에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온갖 생각은 불 꺼진 재처럼 식어 버렸고 오직 오랜 벗들에 대한 그리움만 떨쳐내기 어려울 뿐입니다. 新春布輝。停雲動想。遐矯瞻言。日夕憧憧。非意令郞惠然垂訪。兼以存訊。傾倒開豁。足以破苦寂而起萎苶。何感如之。但身事險戱。積年絆縶。未得一晉高軒。以謝厚意。此在老兄含洪之量。雖或諒恕而在弟豈敢安心乎。況叵耐歲月。坐在夕陽景色。而世氛時象。甚不宜人。杜門淹伏。萬念灰冷。惟有知舊之思。爲難排遣耳。 맴도는 뭉게구름 도연명(陶淵明)이 친우를 생각하며 지은 〈정운(停雲)〉이라는 제목의 사언시에 "뭉게뭉게 제자리에 서 있는 구름, 부슬부슬 제때 내리는 비.【靄靄停雲, 濛濛時雨.】"라고 하였다. 《陶淵明集 卷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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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축년 안순(安橓) 서간(書簡) 고문서-서간통고류-서간 개인-생활-서간 乙丑九月卄一日 安橓 乙丑九月卄一日 安橓 서울 종로구 부안 서외 김채상 후손가 부안 서외리 김채상 후손가 을축년 9월 21일에 안순이 부안의 당북에 사는 지인에게 보낸 서간. 을축년(乙丑年) 9월 21일에 안순(安橓)이 부안(扶安)의 당북(棠北)에 사는 상중(喪中)의 지인에게 보낸 서간이다. 안순은 이 서간에서 먼저 상대방의 안부를 물은 다음에 자신이 근래 겪었던 불행한 가족사를 토로하면서 분하고 원통한 마음을 달랠 수 없다고 하였다. 자신의 어린아이와 종질(從姪) 일문(一門)이 혹독한 화를 당하였다고 하였는데, 그가 쓴 다른 서간으로 미루어 볼 때 아마도 당시 유행한 천연두로 인해 가족의 일부가 죽음을 당한 일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당사자밖에 알 수 없는 얘기를 서간에 적고 있다. 안순은 족인(族人)을 통해 편지를 보내려고 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는데, 내밀한 사정이 있는 듯 조만간 있을 관편(官便) 대신 인편을 통해 별도로 집에 서신을 보낸다고 하였다. 안순은 또 단실(丹室) 주변으로 기별을 보내 주선하는게 좋다면서 용기를 내어 일을 처리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리고 본 고을 수령이 이미 일을 잘 알고 있고, 본가(本家)에서도 전달한 게 있으니 일이 어렵지는 않을 거라고 하였다. 한편 상대방이 조만간 과거를 치르기 위해 한양에 올 예정이어서, 안순은 상대방이 합격한 뒤에 만나기를 기약하자고 하였다. 이렇게 볼 때 안순이 얘기하고 있는 내용이 혹시 과거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있으나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 끝으로 상대방이 과분한 선물을 보내준 것에 대하여 감사하다는 말도 덧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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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남 이공에게 답함【지호】 答芝南李公【贄鎬】 헤어진 지 며칠 되었는데 사모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합니다. 뜻밖에 편지를 보내주셨기에 받아서 서너 번 읽고서는 마치 보배로운 구슬을 얻은 것처럼 기뻤습니다. 아, 세상에 모종의 나약하고 십분 용렬한 것이 누가 저와 같은 자가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정성스럽게 돌보아 주고 버리지 않으신 것이 이와 같은 데 이르렀단 말입니까. 너무나 부끄럽고 송구합니다. 《정암집(靜庵集)》을 간행하는 일은 사방에서 뜻을 모아 차근차근 체제가 잡혀 간다고 하니, 듣고서 매우 위로되고 다행스러웠습니다. 이는 사문(斯文)의 큰일이니, 지남(芝南)이 담당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근년에 우리 고을에 현송(絃誦)하는 풍습이 차츰 진작되니, 계획하여 경영한 것도 지남의 힘이 아님이 없습니다. 천하가 요동치니 세도의 근심스러움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어찌 가난하고 힘이 없는 유자(儒者)가 만회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처하고 만나는 곳에 따라 이를테면 향당에서 교유하는 곳에서 후진을 이끌고 일깨워 악의 구렁에 빠져드는 지경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이 또한 하나의 일입니다. 부디 유념해 주십시오. 離違有日。懸仰彌切。謂外翰命。受言三復。如得拱璧。嗚呼。世間一種懦散。十分醜劣。孰有如義林者。而爲之眷眷不棄。至於如是耶。愧悚萬萬靜庵集刊役四方同聲次第就緒。聞極慰幸。此是斯文大事。非芝南爲之擔當。則何以到此。近年吾鄕絃誦之風。稍稍振起。其設始條畫。亦莫非芝南之力也。寰字滔滔。世道之憂。有不可勝言。然此豈窮儒殘力所可挽回者乎。只因其所居所接。如鄕黨遊從之地。而爲之提撕警覺。不至胥溺。亦是一事也。惟千萬在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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