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연에 바람이 불어 이슬 방울이 떨어지다 碧荷風動露珠傾 방당 물줄기 가늘게 대나무 아래로 흐르고샘솟는 물에 어제 내린 비 새로 더해졌네마름과 연 천 줄기 맑고 잔잔한 물결에 솟아 있는데새벽 기운 자욱해 향기로운 안개 스미네밤이슬 연잎 위에 구슬처럼 엉기어여룡43)이 토해낸 듯 동글동글 맺혔네푸른 일산 높이 펼친 듯 위태롭기 쉬운 형세인데저물녘 갑자기 맑은 바람 만났도다완전히 둥글어 정처없이 절로 흔들리니가자마자 도로 오고 흩어졌다 다시 모이네돛에 바람맞아 출렁이는 태을주44)요먼지 이는 버선으로 사뿐사뿐 가는 수선의 걸음이라45)처음에 처마 밑에 있을 적엔 천금처럼 아꼈는데46)끝에 누대에서 떨어질 적엔 깃털처럼 가볍게 여겼네47)구슬 던져 버리니 요 임금의 검소함 배우려 함이요48)옥을 부수니 범증의 노여움 만난 듯하여라49)낭랑한 낙숫물 곧 텅 비니토지신이 근심 머금고 감히 보호하지 못하네은자가 이것을 보고서 긴 생각에 잠기니멍하니 홀로 서 있자 호수에 날 저무네이에 조물주에게 깊은 뜻 있음을 알겠으니어리석은 자는 모르고 통달한 자는 깨닫지세상만사 이리저리 뒤집히나니가득찬 것이 본래 가장 두려운 법이라어찌하여 사람은 진실로 만족할 줄 몰라서끝내 명리 때문에 몸을 망치고 마는가집안에 가득한 금옥 지킬 수 없고득실은 연잎 위의 이슬과 같다네 方塘細通竹下流活水新添夜來雨芰荷千柄揷淸漣曉氣空濛襲香霧宿露凝成葉上珠團團宛出驪龍吐翠蓋高張勢易危向晩忽與淸風遇眞圓無定自搖搖纔去還來散復聚風帆蕩漾太乙舟塵襪輕盈水仙步垂堂初似惜千金墜樓終如輕一羽投珠欲學堯帝儉碎玉疑遭范增怒琅琅落水便成空富媼含愁不敢護幽人見之結長想蒼茫獨立湖光暮乃知造物有深意愚者所昧達者悟世間萬事有翻覆盈滿由來最可懼奈何人苦不知足畢竟身爲名利誤金玉滿堂不能守得失同歸荷上露 여룡 여룡은 검은색 용으로, 턱 밑에 진귀한 구슬을 감추고 있다고 한다. 《장자》 〈열어구(列禦寇)〉에 "천금의 구슬은 반드시 깊은 못 속에 숨어 있는 검은 용의 턱 밑에 있다.[夫千金之珠, 必在九重之淵, 而驪龍頷下.]"라고 하였다. 태일주 태일연주(太一蓮舟)로, 태을신(太乙神)에게 제사지낼 때 쓴 연꽃으로 만든 배이다. 수면 위에서 흔들리는 연잎을 태일연주에 비유한 것이다. 먼지……걸음이라 연의 자태를 신선에 비유한 것이다. 송나라 황정견(黃庭堅)의 〈수선화(水仙花)〉 시에 "능파선자가 버선에 먼지를 날리면서, 물 위를 사뿐사뿐 달빛 아래 걷네.[凌波仙子生塵襪, 水上盈盈步微月.]"라고 하였다. 처마에……아꼈는데 《사기》 〈원앙열전(袁盎列傳)〉에 "천금을 가진 부잣집 아이는 처마 밑에 앉지 않는다.[千金之子, 坐不垂堂.]"라고 하였다. 이는 위험한 곳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경계한 말인데, 여기서는 연잎 가장자리에 이슬이 아슬아슬하게 맺혀 있는 모양을 형용했다. 누대에서……여겼네 연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석숭(石崇)의 애첩 녹주(綠珠)에 비유한 것이다. 석숭의 반대 세력이었던 손수(孫秀)가 녹주를 탐하여 집요하게 요구하였으나, 석숭이 끝내 받아들이지 않자, 손수는 석숭을 제거할 계책을 꾸몄다. 이 때문에 석숭이 반악(潘岳) 등과 정변을 도모하였는데 손수가 계획을 미리 알고 석숭을 소환하였다. 이에 석숭이 녹주에게 "내가 지금 너로 인해 죄를 얻게 되었다."라고 하자, 녹주는 죽음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한 뒤 누대에서 몸을 던져 자살하였다. 《晉書 石崇列傳》 구슬……함이요 연잎의 이슬방울이 떨어진 것을 요 임금이 진주를 버린 일에 비유한 것이다. 요 임금과 순 임금이 벽옥(璧玉)을 산에 던지고 진주를 골짝에 던져서 진귀한 보물을 좋아하는 음탕하고 간사한 욕심을 막았다고 한다. 《資治通鑑 唐紀 太宗皇帝 貞觀10年》 옥을……듯하여라 연잎의 이슬방울이 떨어진 것을 범증(范增)이 옥술잔을 부순 일에 비유한 것이다. 범증은 항우(項羽)의 모신(謀臣)으로, 홍문(鴻門)의 연회에서 항우에게 유방(劉邦)을 죽이라고 간하였다. 항우가 이를 듣지 않자, 연회가 끝난 뒤 범증은 항우에게 받은 옥술잔을 부수었다. 훗날 한나라 유방이 형양(滎陽)에서 항우의 공격으로 위기에 빠졌을 때 진평(陳平)의 계략을 받아들여 항우가 범증을 의심하게 만들었는데, 항우의 의심을 받은 범증은 화가 난 나머지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史記 項羽本紀》 《史記 陳丞相世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