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聲 내 듣건대, 무극이태극은천지가 개벽하는 처음이로다20)천기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지뢰도 잠잠하니적막하고 고요하여 모두 텅 비었네형체가 교접하고 기가 감응하여 비로소 소리 생겨나흩어져 만 가지가 되니 얼마나 분분한가새는 봄에 울고 벌레는 가을에 울며우레는 뒤흔들고 바람은 불어오네대소장단을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만하나를 들으면 나머지를 알 수 있도다사람이 사물 중 가장 영특하니비유하자면 모래 속의 보석과 같아라오성이 내면에 갖추어졌으니 체가 고요한데21)칠정이 밖에서 감응하여 말을 통해 펼쳐지네소리의 청탁은 형체에 따라 같지 않고소리의 선악은 마음에 따라 달라지네성인은 먼저 천지의 조화로움을 자득하여삼재(三才)에 참여해 천지에 가장 먼저 나왔으니금석과 사죽에서 기물을 빌리고예악과 시서에 법을 담았네이것을 아름답게 여겨 대소사가 이를 따랐으니22)시에서 흥기하고 예에서 서고 악에서 완성하네23)사람이 천지와 조화되어 또한 서로 응하니절주 있게 우는 봉황이 뜰에서 춤추었네순후한 풍속 사라지자 〈대아〉가 없어지고주나라 쇠하고 정나라 음악 음탕하자 탄식했네하늘이 낸 목탁은 때를 만나지 못했으니위나라에서 경쇠 치길 그만두고 돌아가길 생각했어라24)《시》와 《악》을 산정하여 잔결을 바로잡으니쟁쟁한 〈관저〉 장을 비로소 다시 듣게 되었네25)안회의 거문고와 증점의 비파도 훌륭하게 소리냈으니26)여음이 끊기지 않아 맹자에게 전해졌네천년 세월을 내려오며 점차 희미해지고뭇사람들 떠들어대자 날로 우리 도와 함께 사라졌네27)아, 사람들이 스스로 성정의 바름을 잃고부터사물과 조화를 이루려 해도 참으로 거칠도다번쇄하고 촉급한 음악에 기상 근심스럽고사슴 여우가 우니 종묘사직이 황폐하네진유가 뒤늦게 태어났는데 송나라 해 저물었으니천 년 전 아름다운 음악 오직 주소에 남았네진실로 음악 소리는 정치와 통하나니세도에 관계된 바이니 어찌 소홀히 하랴제나라 왕이 음악 좋아하니 또한 잘 다스려지고28)자하가 시를 논하자 오히려 공자를 일으켰지29)더구나 우리 성군께선 말소리가 음률이 되고30)큰 도를 행하시며 넓은 집에 거처하시네31)쟁쟁 울리는 소리 끝에 가서 종고 끊기니32)성리는 본래 연비어약의 이치 구하는 법지극히 화한 기운 널리 퍼져 조야가 같아지니내가 선창하면 네가 화답해 즐겁도다바라건대, 여항의 노래 채집해 궐에 바치고문 앞에서 비파를 잡고 벼슬 그만두었으면 吾聞無極而太極是爲乾坤開闢初天機未動地籟沈寂然寥然都一虛形交氣感始有聲散爲萬殊何紛如鳥以陽春蟲以秋雷能震擊風能噓洪纖長短何足數可以聞一知其餘人生最是物之靈比如沙石中璠璵五性具內爲體靜七情應外因言舒淸濁隨形不同調善惡由心歸異閭聖神先自得天和參三首出于堪輿借器於金石絲竹寓法於禮樂詩書斯爲美矣小大由興於立於而成於人和天地亦相應噦噦鳴鳳儀庭除淳風死去大雅亡周衰鄭淫堪噫歔天生木鐸不遇時衛磬擊罷歸思歟刪詩定樂正殘缺洋洋始復聞關雎回琴點瑟亦善鳴餘音不絶傳子車歸來千載漸微茫衆咻日與吾道疎嗟人自失性情正欲和於物眞蘧篨繁音急管氣象愁鹿泣狐鳴宗社墟眞儒生晩宋日暮千載芳聲惟註疏信是聲音與政通世道所關寧忽諸齊王好樂亦庶幾子夏論詩猶起予況我聖君聲爲律行大道兮居廣居鏗鏘是末斷鍾鼓性理爲本求鳶魚至和旁流朝野同唱予和汝其樂且願采衢謠獻天門門前操瑟休曳裾 무극이태극은……처음이로다 송나라 주돈이(周敦頤)의 《태극도설(太極圖說)》에 "무극이면서 태극이니, 태극이 동하여 양을 낳고 동이 극에 달하면 정해지며 정하여 음을 낳고 정이 극에 달하면 다시 동한다.[無極而太極. 太極動而生陽, 動極而靜, 靜而生陰, 靜極復動.]"라고 하여, 우주 만물의 시초를 설명하였다. 오성이……고요한데 오성(五性)은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을 가리킨다. 송나라 정이(程頤)가 "그 근본이 진(眞)하고 정(靜)하며 미발(未發)했을 때에 오성이 갖추어져 있으니, 이것을 인‧의‧예‧지‧신이라 하고, 진은 무극(無極)의 진리이고 정은 사람이 태어나 고요한 것이니, 하늘의 성(性)을 그대로 간직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二程文集 卷9 伊川文集 顔子所好何學論》 이것을……따랐으니 예의 용(用)에 대해 말한 것이다. 《논어》 〈학이(學而)〉에 "예가 행해지는 것은 화기(和氣)가 중요하니, 선왕의 도도 이것을 아름답게 여겼다. 그러므로 작은 일과 큰 일 모두 이것을 따랐다.[禮之用, 和爲貴, 先王之道斯爲美, 小大由之.]"라고 하였다. 시에서……완성하네 《논어》 〈태백(太白)〉에 공자가 "시에서 흥기하고 예에서 서고 음악에서 완성한다.[興於詩, 立於禮, 成於樂.]"라고 한 것을 인용한 것이다. 하늘이……했어라 하늘이 낸 목탁은 공자를 가리키고, 위나라에서 경쇠를 친다는 것은 도를 행하려는 뜻이 있다는 의미이다. 공자가 위(衛)나라에서 경쇠를 쳤는데, 삼태기를 메고 문 앞을 지나던 은자가 그 소리를 듣고 "천하에 마음이 있구나, 경쇠소리여.[有心哉, 擊磬乎!]"라고 하였다. 《論語 憲問》 쟁쟁한……되었네 훌륭한 음악을 다시 듣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공자가 "악사(樂師)인 지(摯)가 처음 벼슬할 때에 연주하던 《시경》 〈관저(關雎)〉 장의 마지막 악장이 아직도 쟁쟁하게 귀에 가득하구나.[師摯之始, 關雎之亂, 洋洋乎盈耳哉.]"라고 하였다. 《論語 泰伯》 안회의……냈으니 공자가 안회(顔回)에게 벼슬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안회가 "저는 성곽 밖에 밭 50무(畝)가 있어 죽을 먹을 만하고, 성곽 안에 밭 10묘가 있어 명주와 삼베를 얻을 수 있으며, 거문고를 연주하여 스스로 즐길 만하고 배우는 선생님의 도로 스스로 즐길 만하니, 저는 벼슬하기를 원치 않습니다."라고 하였다. 《莊子 讓王》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있다가 각자의 뜻을 묻자, 증점(曾點)이 타던 비파를 놓고 일어서 "늦은 봄에 봄옷이 다 지어지면 대여섯 명의 어른과 예닐곱 명의 아이들과 함께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을 쐬고서 돌아오겠습니다."라고 하니, 공자가 감탄했다. 《論語 先進》 뭇사람들……사라졌네 바르지 못한 설이 시끄럽게 성행하여 올바른 음악이 점차 사라졌다는 의미이다. 《맹자》 〈등문공 하(滕文公下)〉에 "제나라 사람 한 명이 가르치고 많은 초나라 사람이 떠들어대면[衆楚人咻之], 매일 매를 때리면서 제나라 말을 습득하게 하더라도 그렇게 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제나라……다스려지고 제 선왕(齊宣王)이 자신은 선왕(先王)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세속의 음악을 좋아할 뿐이라고 하자, 맹자가 "왕께서 음악을 아주 좋아하시면, 제나라는 거의 다스려질 것입니다.[王之好樂甚, 則齊其庶幾乎!] 지금의 음악이 옛날의 음악과 같습니다."라고 하였다. 《孟子 梁惠王下》 자하가……일으켰지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가 《시경》에 나오는 시를 잘 해석하며 평하자, 공자가 "나를 흥기시키는 사람은 상이로구나.[起予者, 商也.] 이제 함께 시를 말할 만하구나."라고 칭찬하였다. 《論語 八佾》 말소리가……되고 임금의 행동거지가 법도에 맞음을 칭송한 말이다. 《사기》 〈하본기(夏本紀)〉에 "우 임금은 위인이 민첩하고 부지런하며, 덕은 정상을 벗어나지 않고 인은 친할 만하고 말은 믿음직하며, 소리는 율이 되고[聲爲律] 몸은 법도에 맞았다"라고 하였다. 큰……거처하시네 인(仁)과 의(義)를 행한다는 의미이다. 맹자가가 "천하의 넓은 집에 거하며, 천하의 바른 자리에 서며, 천하의 큰 도리를 행하여……이러한 사람을 대장부라 하는 것이오."[居天下之廣居, 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此之謂大丈夫.]"라고 하였는데, 송나라 주희(朱熹)의 주석에 "넓은 집은 인이요, 큰 도는 의이다."라고 하였다. 《孟子集註 滕文公下》 쟁쟁……끊기니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음악 소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음악을 행하는 사람이 인(仁)한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공자가 "사람으로서 어질지 못하면 음악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人而不仁, 如禮何, 人而不仁, 如樂何?]"라고 하였는데, 이에 대해 이씨(李氏)가 "예악은 사람을 기다린 뒤에 행해지니, 만일 적당한 사람이 아니면 비록 옥과 비단이 서로 섞이고 종과 북이 울리더라도[鍾鼓鏗鏘] 또한 장차 예악을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하였다. 《論語集註 八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