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한의 집에서 유인길과 서로 수창하다 朴子閒家 與柳寅吉相酬 외로운 밤 높은 누대에서 북두성을 바라보니시국을 근심하나 국난 구제할 방법 없구나벗들은 하늘에서 붕새처럼 날개를 펼치건만118)늙은 나는 명리의 장에서 이리처럼 제 턱을 밟네119)동해로 모여들어 흘러가는 물120) 어여쁘고남쪽 가지에 둥지 틀러 날아가는 새 부러워라121)누가 내 심사 알아줄 수 있을 거나오직 푸른 하늘과 외로운 조각달만 있네알겠어라, 그대가 훗날 요직을 맡아뒤엉킨 줄기와 휘감긴 뿌리에 우후처럼 할 줄122)을천리마는 재주를 품고 백락을 생각하고123)보검은 칼날을 갈며 풍호자를 기다리네124)범속하게 세상 살았으니 요동 돼지를 부끄러워한 격이요125)만사에 길 헤맸으니 위후가 까마귀 자웅을 혼동한 격이라126)세한에도 기약 저버리지 않으리라 맹세했으니곧고 굳센 송백이 어찌 저버린 적 있으랴127) 獨夜危樓望北樞憂時無術濟艱虞親朋雲路鵬搏翼老我名場狼跋胡東海朝宗憐逝水南枝棲息羨飛烏誰能解取余心事唯有靑天片月孤知君他日秉要樞錯節盤根識姓虞良驥抱才思伯樂寶刀磨刃待風胡凡踪涉世慚遼豕萬事迷方混衛烏盟到歲寒期不負貞松茂栢豈曾孤 하늘에서……펼치건만 큰 포부를 편다는 뜻이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붕새가 남쪽 바다로 날아갈 때는 물결을 3천 리나 박차고 회오리바람을 타고 9만 리나 날아 올라가 여섯 달을 가서야 쉰다.[鵬之徙於南冥也, 水擊三千里, 搏扶搖而上者九萬里, 去以六月息者也.]"라고 하였다. 이리처럼……밟네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했다는 뜻이다. 《시경(詩經)》 〈빈풍(豳風) 낭발(狼跋)〉에 "늙은 이리가 앞으로 가다간 제 턱 밟아 엎어지고, 곧 뒷걸음치다간 제 꼬리 밟아 넘어지네.[狼跋其胡, 載疐其尾.]"라고 하였다. 동해로……물 신하가 임금에게 조회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경(書經)》 〈우공(禹貢)〉에 "온갖 물줄기가 바다로 모여든다.[江漢朝宗于海]"라고 하였다. 남쪽……부러워라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는 의미이다. 남쪽 가지는 고향을 비유하는 말로,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 "호마는 북풍에 기대어 섰고, 월조는 남쪽 가지에 둥지 트네.[胡馬依北風, 越鳥巢南枝.]"라고 하였다. 뒤엉킨……줄 복잡다단한 어려운 상황을 잘 처리할 것이라는 뜻이다. 후한(後漢)의 안제(安帝)가 어린 나이로 즉위하자 외척인 등즐(鄧騭)이 병권을 장악했는데, 등즐은 우후(虞詡)를 미워하여 우후에게 조가현(朝歌縣)의 비적(匪賊)을 토벌하는 어려운 책무를 맡겼다. 이에 우후의 친구들이 모두 걱정하였으나, 우후는 웃으며 "뜻은 쉬운 것을 구하지 않고 일은 어려운 것을 피하지 않는 것이 신하의 직분이다. 서린 뿌리와 얼크러진 마디[槃根錯節]에 부딪쳐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칼날의 예리함을 알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後漢書 虞詡列傳》 천리마는……생각하고 재주 있는 사람이 그 재주를 알아봐 줄 이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백락(伯樂)은 춘추 시대 진 목공(秦穆公) 때 사람으로, 준마(駿馬)를 잘 감별했다. 한 늙은 천리마[騏驥]가 태항산(太行山)에서 소금 수레를 끌며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천리마임을 알아본 백락이 말에게 옷을 걸쳐주고 통곡하자, 천리마가 하늘을 향해 부르짖었다고 한다. 《戰國策 楚策4》 보검은……기다리네 재주 있는 사람이 그 재주를 알아봐 줄 이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풍호자(風胡子)는 춘추 시대 초나라 사람으로, 칼을 잘 감정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요동……격이요 자신의 식견이 보잘것없다는 뜻의 겸사이다. 자신의 공이 천하 으뜸이라고 과시하던 팽총(彭寵)에게 한나라 무장 주부(朱浮)가 편지를 보내 질책하면서 다음과 같은 요동의 돼지 고사를 언급했다. 요동의 돼지가 머리가 흰 새끼를 낳자, 주인이 기이하게 여겨 조정에 바치려고 길을 떠났다가, 하동(河東)에 와서 돼지가 모두 흰 것을 보고는 부끄럽게 여겨 돌아갔다고 한다. 《後漢書 朱浮列傳》 위후가……격이라 시비선악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전국 시대 위 무후(魏武侯)가 잘못된 계책을 말하면서도 스스로 옳다고 여기자, 자사(子思)가 위 무후에게 간언하면서 《시경》 〈소아(小雅) 정월(正月)〉 "모두들 자신이 성인이라 하니,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알까.[具曰予聖, 誰知烏雌雄?]"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資治通鑑綱目 卷1 乙亥年》 까마귀는 암수가 서로 닮아서 분별하기 어려우므로, 이로써 시비 선악을 분별하지 못함을 비유한 것이다. 세한에도……있으랴 처지가 곤궁해도 지조를 지키겠다는 뜻이다. 《논어》 〈자한(子罕)〉에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송백이 늦게 시드는 것을 알 수 있다.[歲寒, 然後 知松柏之後凋也.]"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