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8월에 영흥에 있으면서 앞 시에 차운하여 북청으로 가는 이덕재를 보내다 是歲八月 在永興 次前韻 送德哉之北靑 한나라 초나라의 홍구처럼 양분될 형세요94)장군이 와룡임은 세상이 알지 못하네외로운 성에서 저물녘에 천랑성95)을 보고먼 변방에서 가을에 진운96)을 바라보네노를 두드리며 맹세하는 마음은 조적과 같으니97)밧줄을 청할 길 없으나 종군98)과 같은 나이라99)어여쁘도다, 뉘라서 그대와 교분 맺었는가허리에 찬 칼 말고는 단지 그대만 있구나 漢楚鴻溝勢兩分將軍龍臥世無聞孤城落日看天狼絶塞高秋望陣雲擊楫誓心同祖逖請纓無路等從軍可憐末契誰相托除却腰刀只有君 한나라……형세요 이덕재와 헤어지는 상황을 홍구(鴻溝)의 형세에 비유한 것이다. 홍구는 중국 하남성(河南省) 형양현(滎陽縣)에 있는 운하로, 한(漢)나라와 초(楚)나라가 패권을 다툴 때 이곳을 서로의 경계로 삼았다. 《史記 高祖本紀》 천랑성 침략을 담당하는 별 이름으로, 적군이나 오랑캐의 침략을 상징힌다. 진운 층층으로 두껍게 쌓여서 마치 전진(戰陣)처럼 보이는 구름으로, 옛사람들은 이것을 전쟁의 조짐으로 여겼다. 노를……같으니 적을 물리치고 국토를 회복하겠다는 다짐을 진(晉)나라 조적(祖逖)에 빗댄 것이다. 조적이 군대를 통솔하여 북벌할 때, 장강(長江) 중류에서 노를 두드리며 "중원을 맑게 하지 못하고 다시 건너면 장강과 같아지리.[不能淸中原而復濟者, 齊如大江.]"라고 맹세하였다. 《晉書 祖逖列傳》 종군 대본에는 '從軍'으로 되어 있는데, 문맥에 의거하여 '從'을 '終'으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밧줄……나이라 한나라 종군(終軍)처럼 적을 물리치고 군공을 세우겠다는 의미이다. 종군이 한 무제(漢武帝)에게 긴 밧줄[長纓] 하나만 주면 남월(南越)의 왕을 묶어와서 바치겠다고 말한 고사가 있다. 《漢書 終軍傳》 훗날 당나라 왕발(王勃)이 〈등왕각서(滕王閣序)〉에서 이 고사를 인용하여 "나는 석 자 띠를 띠는 낮은 관원이고 한 서생일 뿐이다. 밧줄을 청할 길은 없지만, 나이는 종군과 같은 약관의 나이이다.〔勃三尺微命, 一介書生. 無路請纓, 等終軍之弱冠.]"라고 하였다. 이때 정문부의 나이가 23세였으므로, 〈등왕각서〉의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