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정32) 곡의 〈봉천전33)에 아침 조회를 하다〉 시에 차운하다 次李稼亭穀早朝奉天殿韻 봄 그늘 아스라이 발을 뚫고 들어와 쌀쌀하니금압의 여향이 박산에 있구나34)전각에 구름 걷혀 어좌가 열리고대궐에서 바람에 이끌려 선관에 올랐네황하가 맑아지는 천재일우 기회 함께 만났으니35)하루에 용안을 세 번 뵈었어라36)조회하고 물러나 돌아올 제 꽃 밑에서 헤어지니37)성에 가득하던 패옥 소리 점차 사라지누나 春陰薄薄透簾寒金鴨餘香在博山鳳殿雲移開寶座龍墀風引步仙官淸河共際千年會晝日三承咫尺顏朝退歸來花底散滿城環佩響闌珊 이가정 이곡(李穀, 1298~1351)으로, 본관은 한산(韓山), 초명은 운백(芸白), 자는 중보(仲父), 호는 가정, 시호는 문효(文孝)이다. 봉천전 현재의 북경(北京) 자금성(紫禁城)의 태화전(太和殿)으로, 명나라 초기에 이름을 봉천전(奉天殿)이라 하고 이곳에서 황제가 조회를 받았다. 금압의……있구나 향로에 향이 남아 있음을 비유한 것이다. 금압(金鴨)과 박산(博山)은 모두 향로 이름으로, 오리처럼 생긴 향로 또는 화로를 '금압로(金鴨爐)'라고 하며, 전설 속 박산의 모습을 본떠 만든 향로를 '박산로(博山爐)'라고 한다. 황하가……만났으니 태평 시대를 만났다는 뜻이다. 삼국 시대 위(魏)나라 이강(李康)의 〈운명론(運命論)〉에 "황하가 맑아지면 성인이 출현한다.[夫黃河淸而聖人生.]"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주(註)에 "황하는 천 년에 한 번 맑아지는데, 맑아지면 성인이 이때에 나온다고 세상에서 전한다.[黃河千年一淸, 淸則聖人生於時也.]"라고 하였다. 《六臣註文選 卷53》 하루에……뵈었어라 임금의 깊은 은총과 예우를 받았다는 뜻이다. 《주역》 〈진괘(晉卦)〉에 "진괘는 강후에게 말을 많이 하사하고 낮에 세 번씩 접견하는 상이다.[晉, 康侯用錫馬蕃庶, 晝日三接.]"라고 하였다. 퇴궐하여……헤어지니 당나라 두보(杜甫)의 〈저녁에 좌액에서 나오다[晩出左掖]〉 시에 "조회하고 물러나올 제 꽃 밑에서 헤어지고, 관청으로 갈 때 버드나무 가에서 정신이 어질하다. [退朝花底散, 歸院柳邊迷.]"라고 한 것을 인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