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경현철에게 답함 答申士敬鉉徹 ○甲申 갑신년(1944) 효제충신(孝悌忠信)과 근검공서(動儉恭恕)를 제일의 의체(義諦)로 삼는다면 아마도 진선진미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 유자는 마땅히 《대학》의 격물치지(格物致知), 성의정심(誠意正心)51)과 《중용》의 신사(愼思), 명변(明辯), 독행(篤行)52)을 정법안장(定法眼藏)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옛사람이 효제충신을 했는데도 나라를 망하게 하고 집안을 망하게 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왕응(王凝)이 근검공서로 집안을 다스렸는데도 성인의 대도에 참여하여 들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 여덟 글자로 군자가 몸을 수양하고 덕을 쌓는 근본으로 삼는다면 가능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성학의 의리를 정밀히 하고 이치를 다하는 법칙으로 삼는다면 불가하다고 여깁니다. 왜냐하면 치지(致知)의 한 조목이 없기 때문이니, 이것이 어찌 다시 더 생각하여 헤아릴 곳이 아니겠습니까? 孝悌忠信, 勤儉恭恕, 爲第一義諦, 恐未盡善。 吾儒當以《大學》之格致誠正, 《中庸》之思辨篤行, 爲定法眼藏。 是以古人有孝悌忠信, 而亡國敗家之語。 王凝御家以勤儉恭恕, 而未聞其與聞乎聖人之大道也。 故鄙則以爲此八字, 爲君子修身積德之本, 則可, 欲以之爲聖學精義盡理之則, 則未可, 何也? 以其無致知一欵也, 此豈非更加思量處乎? 격물치지(格物致知), 성의정심(誠意正心) 《대학혹문(大學或問)》에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대개 이 마음이 이미 서서 이로 말미암아 격물하고 치지하여 사물의 이치를 극진히 하면 이른바 덕성을 높이고 학문으로 말미암는 것이고, 이로 말미암아 성의(誠意)하고 정심(正心)하여 수신하면 이른바 먼저 원대한 것을 세움에 작은 것이 빼앗을 수 없는 것이고, 이로 말미암아 제가하고 치국하여 평천하에 미치면 이른바 자기 몸을 닦아 백성을 편안히 하며 자신을 독실하게 공경함에 천하가 평정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모두 애초에 하루라도 경(敬)에서 떠날 수 없으니 그렇다면 경이라는 한 글자가 어찌 성학(聖學)의 시종의 요체가 아니겠는가.[蓋此心旣立, 由是格物致知, 以盡事物之理, 則所謂尊德性而道問學, 由是誠意正心, 以修其身, 則所謂先立其大者, 而小者不能奪, 由是齊家治國, 以及乎天下, 則所謂修已以安百姓, 篤恭而天下平. 是皆未始一日而離乎敬也, 然則敬之一字, 豈非聖學始終之要也哉?]" 신사(愼思), 명변(明辯), 독행(篤行) 《중용장구(中庸章句)》 제20장에 "참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사람의 도이다. 그것은 즉 선을 택해서 굳게 잡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신중히 생각하고, 분명하게 분변해야 하며, 그러고는 독실하게 실천해야 한다.〔誠之者人之道也 擇善而固執之者也 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辨之 篤行之〕"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