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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집이 선조의 문집을 간행하였는데32) 해가 가물어 흉년이 든 것을 근심하기에 시를 지어 달래주다 舜輯營刋先集 以歲旱無年爲憂 詩以寬之 선조의 문집 간행하려 애쓴 지 얼마나 오래였던가 營刋先集幾多年오늘 아침 훌쩍 완성한 것을 비로소 보았네 始見今朝成焂然옛 벽에 글 있어 빠진 부분 보충하였고 古壁有書充闕漏한 가문이 힘을 합해 서로 끌어주었네 一門協力互牽連성실과 전일로 결국 금석도 뚫을 수 있었으니 誠專竟得穿金石해 가물어 못과 시내 말랐다고 근심하지 말게 歲旱休愁竭澤川나는 언제나 성취할까만을 생각하니 而我所懷何日就그대 대하매 부끄러워 밤에도 잠 못 든다오 對君愧歎夜無眠 營刋先集幾多年? 始見今朝成焂然.古壁有書充闕漏, 一門協力互牽連.誠專竟得穿金石, 歲旱休愁竭澤川,而我所懷何日就? 對君愧歎夜無眠. 순집(舜輯)이……간행하였는데 순집은 황서구(黃瑞九, 1896~1966)의 자로, 9대조 이재(頤齋) 황윤석(黃胤錫)의 《이재속고(頤齋續藁)》와 8대조 만은(晩隱) 황전(黃㙻)의 《만은유고(晩隱遺稿)》를 간행한 일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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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에서 돌아오던 길에 여중을 찾아가다 益山歸路, 訪汝重 길손이 돌아가다 바쁜 틈 내어 형문236) 두드리니 旅歸撥忙叩衡門봄바람에 구경하러 왔던 사람이 아니네 不是春風翫賞人아침 비가 개지 않은 건 뜻이 있을 테고 朝雨未晴應有意밤 등불이 서로 비추니 신과 통한 듯하네 夜燈相照若通神말은 내면에서 우러나와 거짓되지 않고 言由中出非虛假예는 겉치레를 제거하여 진솔하게 되었네 禮去邊修作率眞이에 삼 일간 염려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誰識因成三日念앞길에 의건 떨치고 가는 걸 문득 잊었네 却忘前路拂衣巾 旅歸撥忙叩衡門, 不是春風翫賞人.朝雨未晴應有意, 夜燈相照若通神.言由中出非虛假, 禮去邊修作率眞.誰識因成三日念? 却忘前路拂衣巾. 형문(衡門) 나무를 가로질러 만든 보잘것없는 문으로, 안분자족(安分自足)하는 은자(隱者)의 거처를 뜻한다. 《시경》 〈형비(衡泌)〉의 "형문의 아래여, 한가히 지낼 만하도다. 샘물이 졸졸 흐름이여, 굶주림을 즐길 만하도다.〔衡門之下, 可以棲遲. 泌之洋洋, 可以樂飢.〕"라는 구절에서 유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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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을 위로하며 寬汝重 원래 근심과 즐거움은 나오는 문이 없나니 元來憂樂出無門그 말을 만드는 것은 절로 사람에게 달렸네 造厥樞機自在人뜻에 어긋났을 때에는 수심하는 귀신 되고 從拂意時愁作鬼이치 따르는 곳에선 기뻐하는 신이 생기네 因循理處喜生神얻고 잃음은 하늘이 정한 것임을 알 것이니 應知得失是天定담박하고 밝음이 참된 도임을 누가 알겠나 誰識澹明爲道眞경우마다 모두 이에 따라 말할 수 있나니 遇境皆能依此道끝내는 개운하여 시원한 두건을 쓴 듯하리 灑然終似戴凉巾 元來憂樂出無門, 造厥樞機自在人.從拂意時愁作鬼, 因循理處喜生神.應知得失是天定, 誰識澹明爲道眞?遇境皆能依此道, 灑然終似戴凉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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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을 유람하는 날에 백졸291)을 그리워하다 東遊日 懷百拙 동쪽 유람하는 근일에 지은 시가 호방하니 東遊近日作詩豪호탕한 기운이 되려 여행을 수고롭게 만드네 豪氣還成逆旅勞비록 친한 벗과 함께 짝하면 좋겠지만 縱有親朋同伴好형세가 막힌 것이 십층의 높이와 같구나 其如勢障十層高한평생의 신세는 아가위나무처럼 외롭고292) 百年身世孤如杕강산에는 더는 무릉도원 같은 곳이 없다네 無處江山更覓桃멀리 서쪽 하늘 바라봄은 무슨 뜻 있어서인가 遙望西天何意在그저 북쪽 마을에서 정담 나눈 밤 생각하네 只思北里穩談宵 東遊近日作詩豪, 豪氣還成逆旅勞.縱有親朋同伴好, 其如勢障十層高.百年身世孤如杕, 無處江山更覓桃.遙望西天何意在? 只思北里穩談宵. 백졸(百拙) 최태일(崔泰鎰, 1899~?)의 호이다.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여중(汝重)이다. 전라도 고부(古阜)에서 출생하였고 김택술과 전우(田愚)의 문인이다. 저서에 《백졸사고(百拙私稿)》가 있다. 한평생의……외롭고 쓸쓸하게 지내는 외로운 심정을 말한다. 《시경》 〈유체지두(有杕之杜)〉에 "홀로 우뚝 선 아가위나무, 그 잎새 무성하구나.[有杕之杜, 其葉湑湑.]"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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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지내며 우연히 짓다 山棲偶成 옛 나라는 삼천 리 땅이요 舊國三千里노쇠한 나이는 오십육 세네 殘齡五六春단심은 식지 않은 재 같으나 丹心灰不死맨손은 매우 가난함 이뤘네 赤手鐵成貧지금은 항상 의를 생각하여 目下常思義인간 세상에 이미 몸 잊었네 人間已忘身빈산에 와서 홀로 지내나니 空山來獨處날마다 사슴과 가까이 하네 日與鹿麋親 舊國三千里, 殘齡五六春.丹心灰不死, 赤手鐵成貧.目下常思義, 人間已忘身.空山來獨處, 日與鹿麋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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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에 여중을 찾아가다 2수 早秋, 訪汝重【二首】 반년 만에 처음 정토산 동쪽으로 나가니 半年始出淨山東시절 경물이 어느덧 예전과 달라졌네 時物於焉昔不同비 내린 뒤 콩꽃은 밭두둑에 피었고 經雨豆花開壟畔더위에 시든 오동잎은 뜰에 떨어졌네 病炎梧葉落庭中숲 속의 물에 머리를 감으려고 하다가 擬將濯髮林間水문득 버들 아래 바람이 서늘하여 기뻤네 却喜乘凉柳下風호기 발동한 그대 술잔을 만년에 받고 晩被君杯豪氣發다시금 백발노인의 몸인 줄 잊었네 更忘身是白頭翁창해 동쪽에 좁쌀 같은 미미한 몸이라 一粟微身滄海東다시는 세상에 마음이 같은 이 없었네 更無於世與心同백 년 세월은 근심 속에 지났고 百年日月經憂裏옛 나라의 문물제도는 꿈속에 드네 舊國車書入夢中낡은 책 가지고 얼마나 북학에서 수고했나 蠹簡幾曾勞北學매미 우는 숲에 홀연히 다시 서풍이 이네 蟬林忽復動西風옆 사람아 한가로이 방문했다고 말하지 말라 傍人莫道閒尋訪주인도 여윈 얼굴이요 손님은 노인이라네 主亦蒼顔客是翁 半年始出淨山東, 時物於焉昔不同.經雨豆花開壟畔, 病炎梧葉落庭中.擬將濯髮林間水, 却喜乘凉柳下風.晩被君杯豪氣發, 更忘身是白頭翁.一粟微身滄海東, 更無於世與心同.百年日月經憂裏, 舊國車書入夢中.蠹簡幾曾勞北學? 蟬林忽復動西風.傍人莫道閒尋訪, 主亦蒼顔客是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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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절183)에 中元節 아침에 창을 열고 역서를 살펴보는데 朝日推牕按曆書가을바람이 언뜻 성긴 벽오동에 이네 金風乍動碧梧疎전촌에 일이 한가하니 장정들이 쉬고 田村事暇休丁壯택국184)이 풍년이라 게와 고기 실컷 먹네 澤國年豊厭蟹魚늙어갈수록 세월의 빠름에 유독 놀라고 老去偏驚奔歲月여행이 되레 집 생활보다 나음을 알겠네 旅遊還覺勝家居술을 사서 좋은 명절 보낼 필요 없으니 不須沽酒酬佳節경물을 대하여 시를 짓는 것만 못하네 對景題詩此莫如 朝日推牕按曆書, 金風乍動碧梧疎.田村事暇休丁壯, 澤國年豊厭蟹魚.老去偏驚奔歲月, 旅遊還覺勝家居.不須沽酒酬佳節, 對景題詩此莫如. 중원절(中元節) 음력 7월 15일로, 백중절(百中節)이라고도 한다. 도가(道家)의 경전(經典)에 의하면, 1월 15일을 상원(上元)이라 하여 천관(天官)이 복을 내리는 때라고 하고, 7월 15일을 중원이라고 하여 지관(地官)이 죄를 구해 주는 날이라고 하며, 10월 15일을 하원(下元)이라고 하여 수관(水官)이 액운을 막아 주는 날이라고 한다. 《家禮儀節》 택국(澤國) 강이나 바다 같은 물이 있는 지역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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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의 임천정사245)에 제하다 題尹氏林泉精舍 임천정사에 임천이 좋은 것은 林泉精舍好林泉임천에 어진 윤씨가 있기 때문이네 爲有林泉尹氏賢왜놈의 비바람이 땅을 말아서 오니 風雨島奴來捲地부자의 곧은 충정이 하늘에 빛났네 貞忠父子上昭天초목에는 지금까지도 자줏빛 남았고 草木至今留紫彩건물은 후대에 전해져 가보 되었네 構堂傳後作靑氈세상 뒤바뀐 날에야 처음 올라보니 登臨始在滄桑日옛 중흥을 생각하매 더욱 서글프네 念昔中興轉悄然 林泉精舍好林泉, 爲有林泉尹氏賢.風雨島奴來捲地, 貞忠父子上昭天.草木至今留紫彩, 構堂傳後作靑氈.登臨始在滄桑日, 念昔中興轉悄然. 임천정사(林泉精舍) 윤예형(尹禮衡, 1522~1592)이 지냈던 곳으로, 전라남도 함평군 해보면 상곡리 모평 마을에 있다. 윤예형의 본관은 파평(坡平), 자는 경인(敬仁), 호는 임천(林泉)이다.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의 문인으로, 1582년 무과에 급제하였으며, 1589년 명천 부사(明川府使)가 되었다. 1592년 임진왜란 때에 경기 감사 심대(沈岱)의 종사관으로서 철원에서 순절다. 그의 아들 윤원(尹愿)도 혈서를 종에게 부치고 아버지를 따라 목숨을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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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춘리에서 증조고 천태 부군22)의 유허를 보고 長春里, 觀曾祖考天台府君遺墟 울창한 천태산의 동쪽에 鬱鬱天台東장춘이라는 마을 있는데 里有號長春천태산에 거사가 있어 天台有居士여기에 새로운 거처 정했네 此焉卜新隣한 방에 만 권의 책을 두어 一室萬卷書학업이 날로 새로워졌으나 富業日有新하늘이 나이 빌려주지 않아 天不假以年안연 같은 나이에 요절했네 早世壽同顔당시의 선비들 애석해하고 愛惜當世士남겨진 자손들 통탄했는데 痛恨後子孫지금 와서 옛터를 살펴보니 今來審故墟초목에도 정신이 남아 있네 草木留精神당시에 뜻을 다하지 못하여 當日未了志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지나 念之淚潸然소자가 만일 스스로 힘쓰면 小子如自勖선조를 위로할 수 있으리라 或可慰先人 鬱鬱天台東, 里有號長春.天台有居士, 此焉卜新隣.一室萬卷書, 富業日有新.天不假以年, 早世壽同顔.愛惜當世士, 痛恨後子孫.今來審故墟, 草木留精神.當日未了志, 念之淚潸然.小子如自勖, 或可慰先人? 천태 부군(天台府君) 김석규(金錫奎, 1804~1835)를 말한다. 본관은 부안, 자는 내삼(乃三), 호는 유죽헌(幽竹軒)ㆍ천태거사(天台居士)이다. 천태산 아래 장춘동(長春洞)에 별장을 짓고 은둔하여 학문에 전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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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로 가는 도중에 자정과 이별하며 2수 任實途中, 別子貞【二首】 아, 그대는 처음만 꾀하고 끝은 꾀하지 않았으니 嗟君謀始不謀終도중에 서로 헤어질 줄 어찌 알았겠는가 豈意相分在道中하지만 흐르는 물은 동반하여 갈 만하니 流水且堪同伴去끊어질 곳에서 다시 만나는 것도 무궁하네 逢生絶處也無窮앞에 있는 길에 끝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路在前頭未見終도에 정해진 본체 없는데 누가 중을 알겠나 道無定體孰知中헝클어 고치고 고집함은 학문에 방해되는데 紛更偏執皆妨學그대는 어찌 묘리를 먼저 궁구하지 않는가 君盍先將妙理窮 嗟君謀始不謀終, 豈意相分在道中?流水且堪同伴去, 逢生絶處也無窮.路在前頭未見終, 道無定體孰知中?紛更偏執皆妨學, 君盍先將妙理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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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마음 樂意 즐겁다 강학이 거문고 생황보다 나으니 樂哉講學勝琴笙서실72)에서 해가 바뀌는 줄도 몰랐네 不覺芸牕歲換星해상에 눈 녹으니 산이 여전히 푸르고 海上雪消山猶碧하늘에 구름 걷히니 달이 외로이 밝네 天中雲盡月孤明문을 닫고 이미 지금의 풍속을 끊었고 杜門已絶今時俗책을 펴서 옛날의 준걸과 서로 친하네 開卷相親古俊英입명안신73)이 다른 데에 있지 않으니 立命安身他不在천지에는 본래 변치 않는 법도가 있네 乾坤自是有常經 樂哉講學勝琴笙, 不覺芸牕歲換星.海上雪消山猶碧, 天中雲盡月孤明.杜門已絶今時俗, 開卷相親古俊英.立命安身他不在, 乾坤自是有常經. 서실(書室) 원문의 '운창(芸窓)'으로, 운(芸)은 다년생인 운향(芸香)이라는 풀인데 좀을 물리치는 향기를 지녔다. 서재나 장서실(藏書室)에 이것을 넣어 두기 때문에 장서실(藏書室)을 운각(芸閣), 또는 운창이라고 한다. 입명안신(立命安身) 몸을 닦고 성품을 길러 천명을 받들며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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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쓰다 自寫 마장경은 병이 많았고74) 多病馬長卿완 보병은 길이 막혔네75) 窮途阮步兵산하는 새로운 모습이요 山河新面目대대의 덕은 옛 문벌이네 世德舊簪纓도의는 천근처럼 무겁고 道義千斤重집안은 깃털처럼 가볍네 身家一羽輕모르겠구나 훗날에는 不知後來日어떻게 묘지명 새길 줄 何以揭阡銘 多病馬長卿, 窮途阮步兵.山河新面目, 世德舊簪纓.道義千斤重, 身家一羽輕.不知後來日, 何以揭阡銘? 마장경(馬長卿)은 병이 많았고 장경(長卿)은 전한(前漢)의 문인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자이다. 사마상여는 젊어서부터 소갈증(消渴症)을 앓아 평생을 고생하였다. 완 보병(阮步兵)은 길이 막혔네 완 보병은 진(晉)나라 때 죽림칠현의 한 사람으로 보병 교위(步兵校尉)를 지낸 완적(阮籍)을 가리킨다. 그는 사람됨이 활달하여 일반적인 격식에 구애받지 않았는데, 마음속에 답답한 일이 있으면 때때로 혼자서 수레를 타고 마음 내키는 대로 가다가 길이 막혀 갈 수 없는 곳에 이르러서는 한바탕 크게 통곡하고서 돌아왔다. 《晉書 阮籍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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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암을 만났다가 바로 이별하다 遇白省菴旋別 이별과 만남은 뜬구름 같다 하지 마소 莫言離合等雲浮이별과 만남은 본래 자신에게 달렸나니 離合從來在自由천 리에도 정신 통하면 한 자리와 같고 千里通神如一席이웃도 취향이 다르면 다른 고을과 같네 比隣異趣卽他州머리털은 예절에 관련되어 마음이 중국 높이고 髮關禮節心尊夏사특함과 무함을 물리친 붓은 가을처럼 깨끗하네 筆斥邪誣潔如秋당면한 시의를 서로 힘써야 할 형편이라 時義當頭相勉地되레 홀로 지내는 것이 싫어 걱정이 되네 飜嫌索處作憂愁 莫言離合等雲浮, 離合從來在自由.千里通神如一席, 比隣異趣卽他州.髮關禮節心尊夏, 筆斥邪誣潔如秋.時義當頭相勉地, 飜嫌索處作憂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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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님에게 화답하다 和二客 늘그막에 옛 안개며 노을을 홀로 맡았으니 白頭獨管舊煙霞행장301)이 갬과 흐려짐 같다 말하지 말게 休道行藏等霽蓑진동의 계곡물은 천 리 멀리 흘러가고 眞洞溪流千里遠오주의 가을달302)은 백년이나 떠 있네 吳洲秋月百年多선비의 모습은 정녕 궁한 시절에 드러나고 士標定自窮途見학문의 힘은 마땅히 늘그막에 더해야 하네 學力端宜暮境加누런 국화 맑은 술동이는 오늘 밤 이후로 黃菊淸樽今夕後날 추워진 뒤에 혹여 후창의 집을 기억하리 歲寒儻記後滄家 白頭獨管舊烟霞, 休道行藏等霽蓑.眞洞溪流千里遠, 吳洲秋月百年多.士標定自窮途見, 學力端宜暮境加.黃菊淸樽今夕後, 歲寒儻記後滄家. 행장(行藏) 용행사장(用行舍藏)의 준말로, 자신의 도를 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여 조정에 나아가기도 하고 은퇴하기도 하는 것을 말한다. 《논어》 〈술이(述而)〉에 "써주면 도를 행하고 버리면 은둔한다.[用之則行, 舍之則藏.]"라는 말이 나온다. 오주(吳洲)의 가을달 달을 보면서 보고 싶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이백(李白)의 〈송장사인지강동(送張舍人之江東)〉 시에 "오주에서 달을 보거든, 천리 밖에 서로 생각하기를 바라네.〔吳洲如見月 千里幸相憶〕"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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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를 지나며 감회가 일어 10세조 참봉공(參奉公)422)이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일으켰다가 청주에 이르러 이미 강화(講和)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통곡하며 돌아왔다. 過淸州有感【十世祖參奉公, 丙子亂倡義兵, 到淸州聞已講和, 痛哭而歸.】 내 선조의 병자 정묘년 군사를 아득히 생각하니 緬思吾祖丙丁師이 고을에 도착하여 통곡하고 돌아왔네 行到玆州痛哭歸성 아래에서 맹약 맺었던423) 당시의 일에 城下之盟當日事예나 지금 한스러워한 남아가 몇이던가 古今恨殺幾男兒 緬思吾祖丙丁師, 行到玆州痛哭歸.城下之盟當日事, 古今恨殺幾男兒? 참봉공(參奉公) 학행으로 추천되어 군기감 참봉(軍器監參奉)을 지낸 김정길(金鼎吉, 1576~1645)을 말한다. 성……맺었던 성 밑까지 쳐들어온 적군과 맺는 맹약이라는 뜻으로, 항복한 나라가 적국과 맺는 굴욕적인 맹약을 이른다. 여기서는 병자호란 때에 삼전도(三田渡)에서 청나라에게 항복한 것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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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그믐날에 仲春晦日 강마을에 봄옷 입을 철이 다가왔는데 江鄕節近服春衣누구와 동풍에 시 읊조리고 돌아올까 誰與東風風詠歸따스함 쬔 물고기는 용감히 뛰는 걸 과시하고 灑暖魚顋誇勇躍겨울 지낸 솔개는 높이 날기를 겁내네 經冬鷰翅㤼高飛새로 나온 경색은 좋은 날에 이르지만 生新物色佳辰至옛날 회상하는 내 삶은 좋은 정황 드무네 感舊吾生好況稀도잠이 한 말517)은 도리어 뒤바뀐 말이니 元亮有辭還倒說세상이 나를 어긴 게 아니고 내가 어겼네 世無違我我人違 江鄕節近服春衣, 誰與東風風詠歸?灑暖魚顋誇勇躍, 經冬鷰翅㤼高飛.生新物色佳辰至, 感舊吾生好況稀.元亮有辭還倒說, 世無違我我人違. 도잠(陶潛)이 한 말 동진(東晉)의 도잠이 팽택 영(彭澤令)을 그만두고 고향 율리(栗里)가 있는 심양(潯陽)으로 돌아가면서 지은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세상이 나와 서로 맞지 않으니, 다시 수레 타고 나가서 무엇을 구하리오.〔世與我而相違, 復駕言兮焉求?〕"라고 한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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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이 절사 광우 가 머리털 때문에 순절했다는 말을 듣고 聞晩翠李節士【廣雨】殉髮 바람과 조수가 온 세상311)을 요동치니 風潮震盪大瀛寰화이는 이 관계에서 볼 뿐이네 獨見華夷係此關화망건 선생은 천고의 벗이 되었고 畫網先生千古友대한의 남은 백성들은 옛 모습이네 韓邦遺庶舊時顔역사책에 빛나고 있음을 분명히 알겠으니 懸知炳炳史編上도랑에서 구구하게 죽었다고 말하지 말라 莫說區區溝瀆間만취당이란 이름을 끝내 저버리지 않아 晩翠名堂終不負당당한 눈 속 잣나무가 산에서 빼어나네 亭亭雪柏秀高山 風潮震盪大瀛寰, 獨見華夷係此關.畵綱先生千古友, 韓邦遺庶舊時顔.懸知炳炳史編上, 莫說區區溝瀆間.晩翠名堂終不負, 亭亭雪柏秀高山. 온 세상 원문의 '영환(瀛寰)'은 영해 환우(瀛海寰宇)의 준말로, 온 세상을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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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괴이하게 여기며 自怪 안개와 노을 낀 십주374)가 어디메뇨 煙霞何處是十洲찾아갈 인연도 없고 이미 늙어버렸네 去訪無緣已白頭깊이 숨어 누가 시냇가 사슴과 친했던가 深隱誰曾親澗鹿기심 잊으니 또한 물새들과 친할 수 있네 忘機亦可狎沙鷗세상을 경영해도 도무지 의지할 데 없고 經營世上都無賴하늘가의 세월은 항상 쉬이 흘러가네 歲月天邊每易流우리들은 멀리 떠나갈 사람375)이 아닌데 不是吾人長往者지금은 괴이하게도 초연한 유람을 원하네 如今自怪願超遊 煙霞何處是十洲? 去訪無緣已白頭.深隱誰曾親澗鹿? 忘機亦可狎沙鷗.經營世上都無賴, 歲月天邊每易流.不是吾人長往者, 如今自怪願超遊. 십주(十洲) 바닷속에 선인(仙人)이 산다는 섬으로, 곧 조주(祖洲)ㆍ영주(瀛洲)ㆍ현주(玄洲)ㆍ염주(炎洲)ㆍ장주(長洲)ㆍ원주(元洲)ㆍ유주(流洲)ㆍ생주(生洲)ㆍ봉린주(鳳麟洲)ㆍ취굴주(聚窟洲)를 말한다.《海內十洲記》 멀리 떠나갈 사람 세속을 피해 은거하는 자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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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광을 회상하며 憶玄狂 어찌하여 반년 동안 영주에 누워 있었나 胡然半歲臥瀛洲그대의 묵은 병 걱정에 내 머리 희어졌네 憂子沈疴白我頭돌아보면 모기도 와서 도와준 적 없었는데 回顧曾無來援蚊일생동안 걸핏하면 갈매기에게 의심받았네 一生動輒見疑鷗북쪽으로 돌아가 처자식의 봉양을 받겠지만 北歸縱有妻兒養말세의 풍속이라 의인 협객을 만나기 어렵네 末俗難逢義俠流세상 덮을 뛰어난 재주 도리어 빌미가 되니 蓋世高才還作祟음양의 기운으로 원래의 유람 힐난하려 하네 欲將二氣詰元遊 胡然半歲臥瀛洲? 憂子沈疴白我頭.回顧曾無來援蚊, 一生動輒見疑鷗.北歸縱有妻兒養, 末俗難逢義俠流.蓋世高才還作祟, 欲將二氣詰元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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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부

수차 水車 기발한 생각으로 누가 처음 제작하였을까 巧思誰能始製裁두레박이 판경대에 서로 즐비하네 桔橰相比判卿臺밖은 달 형체를 이루어 둥글둥글 걸었고 外成月體團團掛안은 벌집처럼 만들어 겹겹으로 펼쳤네 內作蜂房疊疊開사람이 중간 빈 데에서 판 밟으며 걸으면 人在中空踏板步물이 일순간에 기계를 돌아 흘러 나오네 水從頃刻轉機來어느 해에 제도를 반포한들 효과 없을까마는 何年頒制還無效지금에 쓰기 이로우니 한이 문득 배가 되네 利用如今恨却倍 巧思誰能始製裁? 桔橰相比判卿臺.外成月體團團掛, 內作蜂房疊疊開.人在中空踏板步, 水從頃刻轉機來.何年頒制還無效? 利用如今恨却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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