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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로 가는 도중에 일두199)의 시에 차운하다 花開道中次一蠹韻 안개빛이 흥취를 도와 부드럽게 붓끝에 들고 煙光助興入毫柔푸른 나무는 녹음이 짙은데 보리는 익지 않았네 綠樹陰濃麥未秋섬진강 물 도도히 흐르고 방장산이 우뚝하니 蟾水滔滔方丈屹일두옹의 고상한 시가 그 풍류를 상상케 하네 蠹翁高詠想風流 煙光助興入毫柔, 綠樹陰濃麥未秋.蟾水滔滔方丈屹, 蠹翁高詠想風流. 일두(一蠹) 정여창(鄭汝昌, 1450~1504)의 호이다. 본관은 하동(河東), 자는 백욱(伯勗)이다. 김종직(金宗直)의 문인이다. 1498년(연산군4) 무오사화가 일어나 파직되어 종성(鍾城)에 유배되었고, 1504년에 사망한 뒤 갑자사화에 연루되어 부관참시(剖棺斬屍)되었다. 저서에 《일두유집(一蠹遺集)》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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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덕령을 넘으며 2수 踰淸德嶺【二首】 짚신 한 켤레로 만 겹 산을 넘으며 一雙芒屩萬重山들쭉날쭉한 돌 사이로 다니자니 참 고통스럽네 良苦行程亂石間도리어 부럽네 천 리 가까이 흐르는 시냇물이 却羡澗流千里近밤낮으로 쉬지 않고 잔잔하게 흘러가다니 晝宵不息逝潺潺내가 예전에 몇 번이나 이 산을 넘었던가 我曾幾度度玆山손꼽아 세어보니 스승을 따른 지 삼십 년 屈指從師卅載間가만히 땅 이름 외우다가 스스로 꾸짖지만 暗誦地名因自訟졸졸 흐르는 맑은 시냇물에게 정말 부끄럽네 定羞淸澗碧潺潺 一雙芒屩萬重山, 良苦行程亂石間.却羡澗流千里近, 晝宵不息逝潺潺.我曾幾度度玆山? 屈指從師卅載間.暗誦地名因自訟, 定羞淸澗碧潺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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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풍9)으로 가는 도중에 扶風道中 사흘 동안 개화10)의 성에서 허둥지둥했는데 三日棲棲皆火城서쪽으로 나섰다가 동으로 갈 줄 어찌 알았으랴 豈料西出却東行구름 깊은 봉래산은 인연이 어찌 그리 늦은가 雲深蓬嶽緣何晩땅은 김제와 접하여 길이 점점 평탄하구나 地接金堤路轉平보리가 큰 밭에서 죽은 건 하늘이 비를 끊어서이고 麥死大田天絶雨녹음이 많은 나무에서 생기니 새가 즐겁게 지저귀네 綠生萬樹鳥歡聲숲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낫겠으니 不如歸去林間屋남쪽 밭을 손수 경작하는 것이 급해서라네 急務南疇手自耕-개화(皆火)는 부안(扶安)의 옛 이름이다.- 三日棲棲皆火城, 豈料西出却東行?雲深蓬嶽緣何晩? 地接金堤路轉平.麥死大田天絶雨, 綠生萬樹鳥歡聲.不如歸去林間屋, 急務南疇手自耕.【皆火, 扶安古號.】 부풍(扶風) 전라북도 부안군(扶安郡)의 옛 이름이다. 개화(皆火) 백제 때 전라북도 부안의 지명이다. 신라 때 희안(喜安)으로 개칭되어 고부군(古阜郡)에 이속되었고, 고려 때 보안으로 고쳐졌으며 한때 낭주(浪州)라 불리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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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포11)에서 놀면서 遊鳥浦 큰 바닷가에서 속세의 번뇌를 씻으려는데 擬滌塵煩大海濆누가 막걸리 마시고 헤어지자 전해 줄까 誰傳白酒更相分중국의 천 년 자취를 아득히 바라보니 望迷中國千年跡선산의 만 겹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네 意入仙山萬疊雲세상 경계 아득해 오히려 시야가 좁아지는데 環界茫茫猶見窄한평생 외로운 신세 뉘와 함께 무리 이룰까 一生踽踽孰同群지저귀는 꾀꼬리 늦도록 녹음 속에 있어 流鶯晩在綠陰裏날 위로하는 좋은 소리 기쁘게 들을 수 있네 慰我好音堪喜聞 擬滌塵煩大海濆, 誰傳白酒更相分?望迷中國千年跡, 意入仙山萬疊雲.環界茫茫猶見窄, 一生踽踽孰同群?流鶯晩在綠陰裏, 慰我好音堪喜聞. 조포(鳥浦) 전라북도 부안군 계화면에 있는 포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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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과 연강 아우가 수창한 시에 화답하다 2수 和寒江、蓮弟唱酬韻【二首】 천 리의 찬 강물은 어쩌면 저렇듯 맑은지 寒江千里淸如許구불구불 동으로 가는 건 결국 무슨 마음일까 百折東歸竟底心강물이 모여 바다로 들어가길126) 기다리던 날 會待朝宗滄海日그 속에 깊은 근원이 있음을 분명히 보리라 上頭定見有源深염옹이 당시에 〈애련설〉을 지은 것은127) 濂翁當日著蓮說고결한 군자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네 爲有亭亭君子心연못에 비바람 부는 저녁보다 나은 게 없는데 莫過池塘風雨夕도리어 깊은 근심에 잠긴 나를 사랑하게 하네 却敎愛我見憂深 寒江千里淸如許? 百折東歸竟底心?會待朝宗滄海日, 上頭定見有源深.濂翁當日著《蓮說》, 爲有亭亭君子心.莫過池塘風雨夕, 却敎愛我見憂深. 바다로 들어가길 원문의 '조종(朝宗)'은 모든 물줄기가 바다로 흘러듦을 말한다. 《서경》 〈우공(禹貢)〉에 "강수와 한수가 바다에 조종한다.[江漢朝宗于海.]"라는 말이 나온다. 염옹(濂翁)이……것은 염옹은 송(宋)나라 주돈이(周敦頤)를 가리키는데, 그의 호가 염계(濂溪)이다. 연(蓮)을 매우 좋아하여 〈애련설(愛蓮說)〉을 지어 꽃 중의 군자에 비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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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산52)의 '새로운 거처' 시에 차운하다 次鄭敬山新居韻 갈동의 조용한 거처는 평소의 뜻 이룬 것이니 葛洞幽居素志成성명 보전하고 명예 구하지 않을 수 있네 可全性命不求名뛰어난 학술과 의약까지 널리 통달하였으니 旁通妙術兼醫藥전념하고 참된 공부는 정심 성의에 있었네 專力眞工在正誠춘포의 긴 바람은 상쾌하게 얼굴에 불고 春浦長風吹面爽봉산의 흰 달은 밝게 마음을 비추누나 鳳山皓月照心明천년 동안 주인 있어 신이 아낀 곳이니 千年有主神慳地길이 일신과 일가에 태평을 보전하게 하리라 永使身家保太平 葛洞幽居素志成, 可全性命不求名.旁通妙術兼醫藥, 專力眞工在正誠.春浦長風吹面爽, 鳳山皓月照心明.千年有主神慳地, 永使身家保太平. 정경산(鄭敬山) 정기성(鄭基聲, 1890~1968)으로, 경산은 그의 호이다. 또 다른 호는 담재(淡齋)이다. 전라북도 익산시 왕궁면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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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없어 無事 초당에 한 가지 일도 없고 草堂無一事석양녘에 가랑비가 내리네 小雨夕陽中묵묵히 앉아 마음 관조하니 黙坐觀心地깊은 가을 물처럼 담담하네 澹如秋水泓 草堂無一事, 小雨夕陽中.黙坐觀心地, 澹如秋水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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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을 먹으며 茹艾 밭 한 두둑에 심어 길렀다가 種養一畦中쑥을 쪄서 날마다 두 끼니 먹네 蒸之日再食비록 아무 일도 이루지 못했으나 縱無百事成가끔 나는 채소를 먹을 수 있네254) 罕我菜咬得 種養一畦中, 蒸之日再食.縱無百事成, 罕我菜咬得. 비록……있네 청빈한 생활을 할 수 있기에 앞으로 온갖 일을 이룰 수 있겠다는 말로, 송(宋)나라 왕혁(汪革)의 "사람이 항상 나물 뿌리를 먹고 살면 온갖 일을 이룰 수 있다.〔人常咬得菜根, 則百事可做.〕"라는 말을 변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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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에 높은 곳에 올라 홀로 읊다 五月二十一日 登高獨吟 더위 무릅쓰고 산에 오르니 또한 속세 벗어난 듯 冒熱登山亦出塵시 읊고 돌아가기에 좋지 않은 때라 말하지 말라 詠歸莫道此非辰세상이 내 자취 용납하기 어려워도 문제 없으니 不妨世界難容迹되려 천지 사이에서 자유로운 사람 되었다오 還作乾坤自在人저물녘 구름 안개에 근심으로 늙으려다가 落日雲烟愁欲老버들잎이 돋아나니 뜻이 새로워지누나 光風楊柳意生新홀로 왔다가 외로이 가니 날 아는 사람 없는데 獨來孤往無知者때때로 숲속의 새가 내 발걸음을 짝하누나 時有林禽伴舃巾 冒熱登山亦出塵, 詠歸莫道此非辰.不妨世界難容迹, 還作乾坤自在人.落日雲烟愁欲老, 光風楊柳意生新.獨來孤往無知者, 時有林禽伴舃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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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오 이공 치형 을 애도하다 ○2수 悼省吾李公【治衡○二首】 노성한 분 오늘날 새벽 별처럼 드문데 老成今日曉星稀하늘이 공을 남겨두지 않고 또 데려갔구나 天不遺公又駕箕후배들은 어디에서 본보기를 삼을까 後進於何來取法어두운 길 암흑 같아 내 마음 서글프네 昏衢窣窣我心悲누차 지팡이 짚고 내 집을 왕림해 주셨는데 累蒙杖屨枉弊廬한번 선장에 사례하매 예가 소홀해 부끄러웠네 一謝仙庄愧禮疏어찌 생각했으랴 지난가을 길에서 나눈 이야기가 豈料昨秋中路話대뜸 천고에 영결하는 글이 될 줄을 遽成千古訣離書 老成今日曉星稀, 天不遺公又駕箕.後進於何來取法? 昏衢窣窣我心悲.累蒙杖屨枉弊廬, 一謝仙庄愧禮疏.豈料昨秋中路話? 遽成千古訣離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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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에서 수세230)하며 농은의 시에 차운하다 星齋守歲, 次聾隱韻 세월은 훌쩍 지나 머문 적이 없나니 光陰忽忽不曾留문득 갈옷과 갖옷 바꿀 때가 되었네 遽見周朞易葛裘한 발짝도 세상길에 다니기 어렵지만 尺步難行今世路한 치 마음은 등불 아래 서로 비추네 寸心相照一燈篝다행히 화수 아래서 좋은 밤 즐기나 幸哉花樹良宵樂별 수 없이 만년에 만사가 그만이네 已矣桑楡萬事休재실에서 수세함에 감상이 많으니 守歲丙齋多感想조상의 풍치가 반천 년에 아득하네 祖先風韻半千悠 光陰忽忽不曾留, 遽見周朞易葛裘.尺步難行今世路, 寸心相照一燈篝.幸哉花樹良宵樂, 已矣桑楡萬事休.守歲丙齋多感想, 祖先風韻半千悠. 수세(守歲) 음력 섣달 그믐날 저녁에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돌아오는 새해를 맞이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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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군 형구에게 주다 贈吳君炯球 옛 습관을 조금도 남겨두지 말고 毋將舊習細毫留물 흐르듯 성현의 말씀을 따르라 從聖賢言若水流일월처럼 걸린 사문을 믿을지니 須信斯文懸日月누가 《춘추》 읽을 곳 없다 하랴 誰言無地讀春秋강물로 배 채우듯 견문을 얻으면 見聞如得河充腹백발에 누우치는 일은 없으리라 悔恨應無雪滿頭하늘이 남아 내린 건 우연 아니니 天降男兒非偶爾어찌 일반 속된 무리와 같겠는가 肯同俗子一般儔 毋將舊習細毫留, 從聖賢言若水流.須信斯文懸日月, 誰言無地讀春秋?見聞如得河充腹, 悔恨應無雪滿頭.天降男兒非偶爾, 肯同俗子一般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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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닭이 있어서 짓다 有爲而作 머리 들어 묵묵히 동서를 바라보니 擧頭悶默望西東오늘의 이런 말을 누구와 함께할까 此日此言誰與同천지에 가득한 것이 모두 거짓이니 盈地盈天都作僞언제 어디에서 공정함이 행해지랴 何時何處可行公감히 양심 밖에서 비리를 도모하여 敢圖非理良心外어찌 차마 욕망의 바다에 투신했나 胡忍投身慾海中고개 위의 눈 맞은 잣나무를 보게나 請看嶺頭經雪柏예전부터 절의는 빈궁에서 드러났네 從前節義見貧窮 擧頭悶默望西東, 此日此言誰與同?盈地盈天都作僞, 何時何處可行公?敢圖非理良心外, 胡忍投身慾海中?請看嶺頭經雪柏, 從前節義見貧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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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 족질 병주 의 원시에 차운하다 次怡齋【族姪炳柱】原韻 은자가 그윽한 곳에 은둔하니 幽人幽遯處이름이 실상과 서로 어울리네 名與實相隨옛 골짝을 운류라고 이름하니 古洞雲留號오래도록 구름이 옮기지 않네 長時雲不移봄 하늘에 짙고 옅음이 알맞고 春天濃淡適하침 해에 말고 펼침이 더디네 朝日卷舒遲무심한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莫謂無心者그대 위해 혼자 즐김을 돕나니 爲君助自怡 幽人幽遯處, 名與實相隨.古洞雲留號, 長時雲不移.春天濃淡適, 朝日卷舒遲.莫謂無心者, 爲君助自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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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 서규산 석환 에게 드리고 화답을 청하다 呈圭山徐友【錫煥】求和 같은 고을인데다 세의를 겸하니 一鄕兼世誼누군들 그대와 친밀함과 같으랴 孰似與君親스승 호위하던 날에 뜻이 같았고 同志衛師日옛것을 먹던 때에 서로 동정했지 相憐食舊辰이제부터 늘그막에 접어들었는데 迨玆臨境暮아직도 새로운 시를 주지 못했네 未始贈詩新너무 담박함은 원래 병이 아니니 太淡元非病영서169)가 신이 돕는 듯 비추네 靈犀照有神 一鄕兼世誼, 孰似與君親?同志衛師日, 相憐食舊辰.迨玆臨境暮, 未始贈詩新.太淡元非病, 靈犀照有神. 영서(靈犀) 영묘(靈妙)한 무소뿔을 말한다. 무소뿔은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어 양방이 서로 관통하므로, 두 사람의 뜻이 투합함의 비유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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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권면하는 뜻을 여중246)에게 보여주다 自勉示汝重 삼가 서에서 왔다 다시 동에서 넘어지지 말라 愼毋來西復倒東공연히 뜻과 사업을 마침내 헛되게 한다네 坐令志業竟成空마귀들은 반드시 밝은 날에 도망갈 터이니 群魔會見逃昭日억센 풀247)이 어찌 굳이 질풍을 숭상하겠는가 勁草何須尙疾風늘그막에 크게 관대하자 원래 약속했는데 老境太寬元是約혼탁할 때 지나친 결백이 되레 중도가 되네 濁時過潔反爲中속마음 말하는 두 나그네 똑같이 잠 못들고 話心二客同無寐깊고 깊은 오경 밤에 촛불 하나 붉게 타네 五夜深深一燭紅 愼毋來西復倒東, 坐令志業竟成空.群魔會見逃昭日, 勁草何須尙疾風?老境太寬元是約, 濁時過潔反爲中.話心二客同無寐, 五夜深深一燭紅. 여중(汝重) 최태일(崔泰鎰, 1899~?)의 자이다. 본관은 전주(全州), 만육(晩六)의 최양(崔瀁, 1351~1424)의 후손이다. 억센 풀 어려움 속에서도 절의가 변치 않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당(唐)나라 태종(太宗)이 소우(蕭瑀)를 칭찬하면서 하사한 시에 "질풍 속에서 굳게 버티는 초목을 알 수 있고, 난리 속에서 충성스러운 신하를 알 수 있다.〔疾風知勁草, 板蕩識誠臣.〕"라는 말이 나온다. 《舊唐書 卷63 蕭瑀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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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목 喬木 교목이 백 년을 지나니 喬木經百年우뚝하게 열 길 높이 솟았네 亭亭聳十尋산중에도 한 해가 저물어 가니 山中歲云暮쓸쓸하게 그늘도 이루지 못하네 蕭索不成陰어찌하여 곁에서 싹이 생겼는가 何來旁生孼때가 아니라서 가지 몇 개 뽑으니 匪時抽幾條비 온 뒤라 푸르름이 사랑스럽고 雨餘憐蔥蒨바람 앞에 요염하고 어여쁨 바치네 風前呈夭嬌이를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하고 謂是同根生곧은 줄기를 사랑하는 마음 절절한데 直幹心愛切어찌하여 도리어 업신여기며 胡爲反欺凌부여잡고 가지 꺾으려 하는가 攀援欲摧折근본 잊음은 참으로 상서롭지 못하거늘 忘本誠不祥어찌 자신이 나온 바를 생각지 않는가 盍念所自出제때를 만났다고 또한 기뻐하지 말라 時哉且莫喜북풍이 큰 눈보라를 몰아칠 것이니 朔風吹大雪 喬木經百年, 亭亭聳十尋.山中歲云暮, 蕭索不成陰.何來旁生孼? 匪時抽幾條.雨餘憐蔥蒨, 風前呈夭嬌.謂是同根生, 直幹心愛切.胡爲反欺凌, 攀援欲摧折?忘本誠不祥, 盍念所自出?時哉且莫喜, 朔風吹大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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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사에 제하다 題內藏寺 명승지를 내장산이라 앞다투어 말하니 勝區爭說內藏山바닷가의 금강산과 백중의 형세이네 海上金剛伯仲間비단 병풍같은 첩첩산중엔 단풍이 붉게 물들고 疊嶂錦屛楓紫染옥홀처럼 솟은 봉우리들 바위를 정밀히 깎은 듯 攢峯玉笏石精刪유람객은 도리어 공원의 땅으로 만들었고 遊人轉作公園地대웅전은 옛 모습을 더욱 새롭게 하였네 佛殿增新舊日顔애써 공부하러 어느 때에나 이곳에 올까 攻苦何年來寄此지금까지도 오지 못하고 귀밑머리만 희끗희끗 到今無得鬢毛斑 勝區爭說內藏山, 海上金剛伯仲間.疊嶂錦屛楓紫染, 攢峯玉笏石精刪.遊人轉作公園地, 佛殿增新舊日顔.攻苦何年來寄此? 到今無得鬢毛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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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落葉 된서리가 밤새도록 산문에 떨어지니 嚴霜連夜墮山門온갖 나무들은 옛날 흔적이 전혀 없네 萬木全非舊日痕개밋둑을 찾는 모기떼는 오솔길에서 헤매고 尋垤蚊群迷細路집으로 가는 나그네는 외딴 마을에서 헤매네 歸家客子失孤村늦가을 낙엽 진 동산엔 날씨가 쌀쌀하고 晩秋園落天容慘저물녘 연못엔 비 내리는 기세로 어둡네 薄暮池塘雨勢昏오래도록 버림받아 처량하나 그대 한탄 마오 積棄凄涼君莫恨좋은 시기에 봄나무 이전의 넋이 돌아오리니 好期春樹返前魂 嚴霜連夜墮山門, 萬木全非舊日痕.尋垤蚊群迷細路, 歸家客子失孤村.晩秋園落天容慘, 薄暮池塘雨勢昏.積棄凄涼君莫恨, 好期春樹返前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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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 영공 족숙 낙귀 이 여안에게 준 시에 차운하다 次河叟令公【族叔洛龜】贈汝安韻 마음으론 옛 삼고 시대의 풍속을 따르고 心追三古俗가슴속엔 다섯 수레의 서책이 쌓였다네128) 胸積五車書창가에 달은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을까 牕月幾來去처마에 구름은 때때로 걷혔다 끼었다 하네 簷雲時卷舒찬 소나무도 이미 노송이 되었으니 寒松亦已老따스한 기운을 내불 필요가 없으리라 暖律不須噓이제부터 나의 의리를 편안히 여겨 自是安吾義하늘에 맡기는데 하늘은 적막하기만 하네 聽天天寂如 心追三古俗, 胸積五車書.牕月幾來去? 簷雲時卷舒.寒松亦己老, 暖律不須噓.自是安吾義, 聽天天寂如. 가슴속엔……쌓였다네 독서를 많이 하여 지식이 엄청나게 축적되어 있다는 뜻이다. 《장자》 〈천하(天下)〉에 "혜시의 학술은 다방면에 걸쳐 있으며, 읽은 책이 다섯 수레나 된다.〔惠施多方, 其書五車.〕"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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