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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국정432) 杞菊亭 기국정에 중회433)의 마음이 전해 왔는데 杞菊傳來仲晦心어찌 밖에서 재앙이 잇달을 줄 알았으랴 豈圖自外禍相尋홀로 정자에 남겨진 좋은 이름 있으니 獨留亭上嘉名在남겨 준 향기가 내 옷깃에 스며드네 遺與芬芳襲我衿 杞菊傳來仲晦心, 豈圖自外禍相尋?獨留亭上嘉名在, 遺與芬芳襲我衿. 기국정(杞菊亭) 대전광역시 동구 소제동에 있던 송시열의 별당이다. 1654년(효종5)에 송시열이 벼슬을 사양하고 내려와 있으면서 소제 방죽을 쌓고 그 연못가에 세웠던 건물로, 주변에 구기자와 국화가 무성하게 피어난다 하여 기국정(杞菊亭)이라 하였다. 일제강점기에 연못을 메우게 되자 1926년 남간정사 좌측으로 옮겨왔다. 중회(仲晦) 남송(南宋)의 대학자 주희(朱熹, 1130~1200)의 자(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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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에 족제 경능 이술 의 별장에서 말복일은 7월 16일이다. 末伏日族弟京能【利述】庄上【七月旣望】 찌는 더위가 조금 그치고 벌써 칠월461)이라 蒸炎少息已三陰뜨락 오동잎이 열 길 높이에서 떨어지네 一葉庭梧墜十尋길손 데리고 어찌 꼭 적벽에서 놀아야 하나 携客何須遊赤壁삶는 듯한 복날에도 청금을 마련할 수 있네 煮庚且可辦靑金공연히 세월이 노쇠함 더하는 것을 슬퍼하며 空悲歲月添衰老오로지 시편을 더욱 천착하는 데에 힘쓰네 專力詩篇轉鑿深아침에 가랑비 내린 것이 우연이 아닐 터 小雨朝來非偶爾응당 석별하는 두 사람의 마음을 알았겠지 應知惜別兩人心 蒸炎少息已三陰, 一葉庭梧墜十尋.携客何須遊赤壁, 煮庚且可辦靑金.空悲歲月添衰老, 專力詩篇轉鑿深.小雨朝來非偶爾, 應知惜別兩人心. 칠월(七月) 원문의 "삼음(三陰)"은 건상곤하(乾上坤下)로 이루어진 비괘(否卦)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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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462)가 있는 여관을 방문하다 訪子由旅館 남쪽으로 온 지 사흘 아직 돌아가지 못했는데 南來三日未能歸문득 속세의 인연 때문에 어수선하게 헤어지네 却被塵緣紛陸離돈에 권력이 있어 사람들 모두 취하는데 銅貝有權人盡醉산하는 주인 없어 일이 모두 그릇되는구나 河山無主事皆非초가을 지붕엔 오동나무 잎이 무성하고 蕭森梧葉新涼屋석양의 울타리엔 박꽃이 피어 선명하네 的歷匏花落日籬유독 강가 정자에 맑은 선비가 살고 있어 獨有江亭淸士在담론이 점점 오묘해져 기쁘게 들었다네 談論喜聽轉精微 南來三日未能歸, 却被塵緣紛陸離.銅貝有權人盡醉, 河山無主事皆非.蕭森梧葉新涼屋, 的歷匏花落日籬.獨有江亭淸士在, 談論喜聽轉精微. 자유(子由) 김인술(金仁述, 1903~?)의 자이다. 후창 김택술의 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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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눈이 내려 大雪 하룻밤에 많은 집들이 경궁555)으로 바뀌니 一夜瓊宮換萬家안개와 이내 낀 별천지인가 문득 의심했네 却疑仙境別煙霞평평히 살펴보니 대지엔 다른 경치가 없고 平看大陸無他色사방을 바라보니 일천 숲엔 다 꽃이 피었네 四望千林總是花물 긷고 나무하는 일 다 끊겨 길 찾기 어렵고 斷盡汲樵難覓路꿩과 토끼를 잡아 오니 삼대처럼 쌓였네 殺來雉兎積如麻석 자의 섣달 매화나무 몹시 사랑스러운데 偏憐三尺臘梅樹어느 날에 머리 들어 앙상한 그림자 비낄까 何日擡頭疎影斜 一夜瓊官換萬家, 却疑仙境別煙霞.平看大陸無他色, 四望千林總是花斷盡汲樵難覓路, 殺來雉兎積如麻偏憐三尺腦梅樹, 何日擡頭疏影斜? 경궁(瓊宮) 옥으로 만든 궁전으로, 극도로 사치스럽게 꾸민 궁전을 뜻한다. 여기서는 눈에 덮인 집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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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의 시에 차운하다 次瀛農韻 눈길 닿는 곳곳 풍조는 날마다 새로운데 觸目風潮日日新그늘진 벼랑엔 다시는 따뜻한 봄기운이 없네 陰崖無復見陽春그댄 자식에게 유학을 가르치니 훌륭하고 多君敎子從斯學나는 경서를 연구해 이웃이 있으니 기쁘네 喜我硏經幸有隣운수를 어기자 한 선비와 다투었다 들었는데 拗運曾聞爭一士자신이 곧으면 천 명이라도 대적할 수 있지564) 縮身自可往千人누구인가 곤륜산의 불길이 맹렬한 곳에서 誰歟火烈崑岡處타지 않아 참으로 옥을 보전할 수 있었던 이는565) 不燼方能保玉眞 觸目風潮日日新, 陰崖無復見陽春.多君敎子從斯學, 喜我硏經幸有隣.拗運曾聞爭一士, 縮身自可往千人.誰歟? 火烈崑岡處, 不燼方能保玉眞. 자신이……있지 《맹자》〈공손추 상(公孫丑上)〉에 "스스로 돌이켜서 정직하지 못하면 비록 미천한 사람이라도 내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스스로 돌이켜 보아서 정직하다면 비록 천만 명이 앞에 있더라도 나는 가서 대적할 수 있다.[自反而不縮, 雖褐寬博, 吾不悴焉? 自反而縮, 雖千萬人, 吾往矣.]"라고 하였다. 곤륜산(崑崙山)의……이는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 다 같이 재앙을 당함을 비유한 말로, 《서경》 〈윤정(胤征)〉에 "곤륜산에 불길이 맹렬하여 주옥이 모두 불탔도다.[火烈崑岡, 玉石俱焚.]"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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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심한 더위 苦熱 숲 바람이 미묘하게나마 한점도 일지 않으니 不動林風一點微더위 무릅쓰고 산속 집에 이른 사람 없구나 無人觸熱到山扉두로처럼 신대를 드리우는 것36)은 참으로 어렵지만 正難杜老垂紳帶선니처럼 갈포 옷 겉에 입는 것37)은 아주 좋네 端合宣尼表綌衣어떻게 하면 누각에 단비를 뿌릴 수 있을까 那得樓頭靈雨灑처마 가에 불 구름 날아 더욱 걱정이구나 更愁簷畔火雲飛가슴 서늘하게 할 묘책이 서책에 있으니 妙方涼膈書中在선현의 맑은 의표에 부쳐 의지할 수 있다오 前哲淸標可附依 不動林風一點微, 無人觸熱到山扉.正難杜老垂紳帶, 端合宣尼表綌衣.那得樓頭靈雨灑? 更愁簷畔火雲飛.妙方涼膈書中在, 前哲淸標可附依. 두로(杜老)처럼……것 두로는 두보(杜甫)를 가리키고, 신대(紳帶)는 고대 사대부들이 허리에 두르는 큰 띠로 벼슬아치들의 공복(公服)을 뜻한다. 두보의 일은 미상이다. 선니(宣尼)처럼……것 선니는 공자를 가리킨다. 공자의 평소 모습을 형용하여 "더위를 당해서는 가는 갈포와 굵은 갈포로 만든 홑옷을 반드시 겉에다 입으셨다.[當暑, 袗絺綌, 必表而出之.]"라고 하였다. 《論語 鄕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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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을 걱정하다 憫旱 구름을 바라보매 살짝 모였다가 흩어지니 望望天雲較密疏백성들 가뭄 걱정으로 눈썹을 펴지 못하네 齊民憂旱不眉舒대기근이든지 겨우 삼 년이 지난 뒤인데 大饑才經三年後옛 곡식은 모두 없고 《논어》만 남았다오 舊穀幷無半部餘골짝의 익모초는 바짝 말라38) 한창 급한데 蓷谷暵乾方且急상림의 큰비39)는 이 어찌 그리 더디 오는가 桑林滂霈此何徐상제의 노여움이 있어서 그런 줄은 알지만 縱然帝怒知有在어찌 차마 가난한 집에 먼저 죄를 주시는가 豈忍先加罪蔀廬 望望天雲較密疏, 齊民憂旱不眉舒.大饑才經三年後, 舊穀幷無半部餘.蓷谷暵乾方且急, 桑林滂霈此何徐?縱然帝怒知有在, 豈忍先加罪蔀廬? 골짝의……말라 가뭄으로 골짜기의 풀들이 말라 죽은 것을 형용한 말로, 흉년으로 인한 처참한 상황을 묘사한 표현이다. 《시경》 〈중곡유퇴(中谷有蓷)〉에 "골짜기 가운데 익모초가 있으니 바짝 말랐도다.[中谷有蓷, 暵其乾矣.]"라고 하였다. 상림(桑林)의 큰비 은(殷)나라에 여러 해 동안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탕왕(湯王)이 상림에서 기도하며 여섯 가지 일로 자책하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방 수천 리에 큰비가 내렸다고 한다. 《荀子 大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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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앉으니 생각이 일어 夜坐有思 밤이라 서실(書室)이 적적한데 芸窓夜寂寂홀로 앉으니 걱정에 시름겹구나 獨坐憂京京지난 잘못은 분분하여 후회만 생기고 往錯紛生悔새로 안 것도 모호하여 분명하지 않네 新知杳莫明비록 자강불식(自强不息)을 기약했으나 縱期强不息늙어 성취한 것 없으니 무슨 이익이랴 何益老無成차가운 달이 와서 날 비추니 寒月來相照아마도 내 마음 위로해 주겠지 倘應慰我情 芸窓夜寂寂, 獨坐憂京京.往錯紛生悔, 新知杳莫明.縱期强不息, 何益老無成?寒月來相照, 倘應慰我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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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을 보다 見新月 비바람이 며칠 밤 몰아치다 이제야 개니 風雨連宵始見晴곱디고운 초승달이 창을 밝게 비추누나 嬋姸初月照窓明은자는 이 모습 대하매 환희가 생기니 幽人對此生歡喜마음의 때 씻는 것 도와 배나 맑아지네 助洗心塵一倍淸 風雨連宵始見晴, 嬋姸初月照窓明.幽人對此生歡喜, 助洗心塵一倍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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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재에게 드리다 呈危齋 계산 누각에 먼지 하나 없으니 溪山樓閣絶纖塵맑은 복이 누가 주인과 같으랴 淸福誰能如主人만 권 경서는 공자의 학문이요 萬卷經書東魯學평생 의발은 옛 한국 백성이네 一生衣髮舊韓民백발 노년에 오래 못 만남을 탄식하고 白頭暮境嗟逢闊홍촉 심야에 진정 토로함을 기뻐했네 紅燭深更喜吐眞훈몽재에서의 모임은 진중하니 珍重訓蒙齋裏會내년 국화 단풍철에 만나자 했네 留期明歲菊楓辰 溪山樓閣絶纖塵, 淸福誰能如主人?萬卷經書東魯學, 一生衣髮舊韓民.白頭暮境嗟逢闊, 紅燭深更喜吐眞.珍重訓蒙齋裏會, 留期明歲菊楓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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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아142)를 훈계하다 戒觀兒 부형이 어진데다가 자손까지 훌륭한 것을 賢父兄幷好子孫세상에 누군들 다 가지길 바라지 않겠느냐 人間孰不願皆存내가 후세에 부끄러울까 항상 걱정하였고 常憂以我羞來世걸맞게 하여 한 가문 윤택하게 하려 했다 更欲稱而潤一門찬란한 우리 유학은 천년토록 확실하지만 赫赫斯文千載的분분한 이단의 설은 모든 길을 어둡게 한다 紛紛異說萬衢昏가학에서 서로 전한 선현의 일을 相傳家學前賢事기약할 수는 없지만 감히 힘쓰지 않으랴 縱不能期敢不勤 賢父兄幷好子孫, 人間孰不願皆存?常憂以我羞來世, 更欲稱而潤一門.赫赫斯文千載的, 紛紛異說萬衢昏.相傳家學前賢事, 縱不能期敢不勤? 관아(觀兒) 저자의 셋째 아들인 김형관(金炯觀)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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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아143)를 훈계하다 戒謙兒 너를 위한 일념에 근심을 어이 견디랴 爲渠一念可堪憂선비 사업도 농사일도 닦지를 못했구나 於士於農業未修서책을 멀리하면 응당 뉘우쳐 한탄하고 厭棄簡編應悔恨쟁기를 쥐고 싶다면 어찌 게을리 놀겠나 欲持耒耟柰怠遊즐거움이 오는 곳은 괴로운 데에서 얻고 甘從來處苦中得일을 끝내 이루는 때는 뜻에서 구하니라 事竟成時志上求갖가지로 안배해도 별다른 계책이 없고 百種安排無別策도리어 아동을 따라 그들과 짝하는구나 還從兒董與之儔 爲渠一念可堪憂? 於士於農業未修.厭棄簡編應悔恨, 欲持耒耟柰怠遊?甘從來處苦中得, 事竟成時志上求.百種安排無別策, 還從兒董與之儔. 겸아(謙兒) 저자의 넷째 아들인 김형겸(金炯謙)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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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자정과 얘기하다 秋夕, 話子貞 그대와 함께 추석 명절 보내니 共君秋夕節이 좋은 풍광을 사랑해서네 愛此好風煙청산은 참된 모습이 드러나고 眞面靑山露흰 달은 둥그렇게 걸려 있네 圓輪皓月懸높이 난 뒤에도 향을 피웠고204) 瓣香曾逝後무생 앞에서 억으로 경계했네205) 抑戒武生前흉금이 원래 이러하니 衿韻元如許바다의 초승달 필요 없네 不須海上絃 共君秋夕節, 愛此好風烟.眞面靑山露, 圓輪皓月懸.瓣香曾逝後, 抑戒武生前.衿韻元如許? 不須海上絃. 향을 피웠고 원문의 '판향(瓣香)'은 모양이 오이씨 같은 향(香)을 가리킨다. 선승(禪僧)이 남을 축복할 때에 이 향을 피우는데, 전의하여 남을 존경하고 사모함을 일컫는다. 억(抑)으로 경계했네 원문의 '억계(抑戒)'로, 위(衛)나라 무공(武公)이 나이 95세가 되었는데도 자신을 경계하는 시 〈억(抑)〉을 지어 조정에 있는 신하들로 하여금 날마다 곁에서 암송하게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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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루 硯 벼루를 밭으로 삼아 선비가 경작하니 硯以爲田士也耕문방에 일이 있는 것이 가장 영화롭네 文房有事最尊榮자색과 흑색 구분해 천연의 자태를 갖췄고 色分紫黑天姿具방형과 원형 드러내 뛰어난 장인이 만들었네 形著方圓巧匠成사용하거나 버림에 따라 신상에 진퇴하고 身上行藏隨用舍비고 참을 알아서 입에 토하거나 삼키네 口中吐納識虛盈지금은 너도 월나라의 장보관56) 신세니 今時爾亦章甫越궁한 집에서 성명을 숨긴 나와 똑같구나 同我窮廬隱姓名 硯以爲田士也耕, 文房有事最尊榮.色分紫黑天姿具, 形著方圓巧匠成.身上行藏隨用舍, 口中吐納識虛盈.今時爾亦章甫越, 同我窮廬隱姓名. 월(越)나라의 장보관(章甫冠) 아무 쓸모 없는 물건이라는 뜻이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송(宋)나라 사람 중에 장보관을 사 가지고 월나라로 팔러 간 사람이 있었는데, 월나라 사람들은 모두 단발(斷髮)을 하고 문신(文身)을 새겼으므로 소용이 없었다."라고 하였다. '장보관'은 선비가 쓰는 모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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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에 여러 벗과 높은 곳에 오르다 三月十日, 與諸益登高 높은 데 올라 마시는 오늘 술은 登高此日觥봄꽃을 감상하기 위함이 아니네 非爲賞春英천운이 갔다가 돌아오지 않으니 天運往無復심회가 갈수록 평안하지 못하네 心懷轉不平옛 친구는 학계에 남아 있으나 舊交餘學界고국은 서울에서 아득히 멀구나 故國渺王京아름다운 시구를 짓지 말게나 勿用成佳句공연히 세상 눈을 놀라게 하리 徒然世眼驚 登高此日觥, 非爲賞春英.天運往無復, 心懷轉不平.舊交餘學界, 故國渺王京.勿用成佳句, 徒然世眼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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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재 어른을 모시고 여중과 함께 정토사에서 놀다 陪悅丈, 同汝重, 遊淨土寺 청년과 노인들 청산 자락에 모이니 靑衿白髮碧山隅땅은 별천지요 사람들은 장부로다 地是別區人丈夫몇 곳에서 상심하며 서맥을 노래했나524) 幾處傷心歌黍麥한평생 실의에 차서 강호에서 늙었네 一生落魄老江湖물정은 흐르는 물처럼 깊다가 얕아지고 物情流水深還淺세상일은 뜬구름처럼 있다가 없어지네 世事浮雲有也無십 년 만에 이 절에서 다시 모였으니 重續十年玆寺會곤궁한 처지에 외롭지 않아 흡족하네 窮途差强不隣孤 靑衿白髮碧山隅, 地是別區人丈夫.幾處傷心歌黍麥? 一生落魄老江湖.物情流水深還淺, 世事浮雲有也無.重續十年玆寺會, 窮途差强不隣孤. 서맥(黍麥)을 노래했나 조국의 멸망을 통한하는 〈맥수가(麥秀歌)〉를 노래했다는 말이다. 〈맥수가〉는 기자(箕子)가 주나라에 조회하러 가는 길에 은나라의 궁궐터를 지나면서, 벼와 기장이 우거진 모습을 보고 고국의 멸망을 슬퍼하면서 지었다는 노래이다. 《史記 卷38 宋微子世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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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과암의 〈연소〉 시에 차운하다 再次果菴《蓮沼》韻 네모난 못을 연꽃 위해 파니 方沼爲蓮開맑은 바람이 땅에 가득 부네 淸風滿地回연 뿌리는 어찌 그리 곧을까 藕何如許直향기는 절로 이상하게 풍기네 香自異常來옥정 시구54)는 누가 지었나 玉井誰題句염계55)가 홀로 품었던 것이네 濂溪獨所懷사물과 사람이 서로 어울리니 物人相得地속된 생각들이 식은 재가 되네 塵念作寒灰 方沼爲蓮開, 淸風滿地回.藕何如許直? 香自異常來.玉井誰題句? 濂溪獨所懷.物人相得地, 塵念作寒灰. 옥정(玉井) 시구 옥정은 태화산(太華山) 꼭대기에 있다는 못 이름인데, 한유(韓愈)의 시 〈고의(古意)〉에 "태화봉 꼭대기 옥정의 연은, 꽃 피면 직경이 열 길 뿌리는 배 같다네.〔太華峯頭玉井蓮, 開花十丈藕如船.〕"라고 하였다. 《韓昌黎集 卷3》 염계(濂溪) 북송(北宋)의 학자 주돈이(周敦頤, 1017~1073)의 호이다. 그는 특히 연꽃을 좋아해서 〈애련설(愛蓮說)〉을 지어 연꽃을 찬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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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에서 현판의 시에 차운하다 華巖寺次板上韻 골짝에 있는 절문은 절로 웅장하고 깊은데 寺門洞壑自雄深행인들은 무슨 일로 고생스럽게 이곳을 찾는가 底事行人苦此尋푸른 절벽엔 태고의 빛이 오래도록 남아 있고 蒼壁長存太古色늙은이는 오히려 장쾌하게 유람할 마음이 있네 白頭猶有壯遊心벽사200)는 나라를 위해 기꺼이 돌에 새겼고 碧師爲國嘉銘石수제는 아이를 사랑해 웃으며 돈을 허비했네 隋帝憐兒笑費金두루 구경하니 도리어 감탄할 만한 곳 많은데 周覽還多堪歎處경치 좋은 지역 곳곳을 승려들이 얻었구나 勝區在在落緇林 寺門洞壑自雄深, 底事行人苦此尋?蒼壁長存太古色, 白頭猶有壯遊心.碧師爲國嘉銘石, 隋帝憐兒笑費金.周覽還多堪歎處, 勝區在在落緇林. 벽사(碧師) 1575~1660. 지금의 경상북도 김천시 출신의 스님이자 의병장이다. 자는 징원(澄圓), 호는 벽암(碧巖), 속성은 김씨(金氏), 속명은 각성(覺性)이다. 인조 14년(1636) 병자호란이 일어나 왕이 남한산성으로 천도하자 승려 수천 명을 모집하여, 호남의 군사들과 함께 적들을 섬멸하였다. 속리산 법주사를 중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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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재 어른의 〈견억〉에 차운하다 次悅丈《見憶》韻 재지는 어리석고 졸렬하며 바탕은 미세하니 才知昏拙質纖微나처럼 모든 것이 남보다 못한 이 드물리라 百不如人似我稀노어를 얼추 분별함94)은 의로운 가르침에 말미암고 粗辨魯魚由義敎문로에 어긋남이 없음은 의지한 스승에게 힘입었네 無差門路賴依歸한평생 마음과 뜻을 찾기를 원했을 뿐이니 一生但願求心志죽을지언정 어찌 음식과 옷 없음을 걱정했겠나 九死何憂闕食衣칭찬이 실정에 지나치는 건 바라는 바 아니어서 獎詡過情非所望학업을 온전한 베틀에서 베짜듯 이루길 권면한다네 勸成學業織全機 才知昏拙質纖微, 百不如人似我稀.粗辨魯魚由義敎, 無差門路賴依歸.一生但願求心志, 九死何憂闕食衣?獎詡過情非所望, 勸成學業織全機. 노어(魯魚)를 얼추 분별함 글자를 구분할 만큼은 무식을 면했음을 뜻한다. 노어는 본디 형태가 유사한 '노(魯)' 자와 '어(魚)' 자를 혼동한다는 말로 흔히 전사(轉寫) 또는 간각(刊刻) 과정에서 글자가 잘못된다는 뜻으로 쓰인다. 《포박자(抱朴子)》 〈내편(內篇) 하람(遐覽)〉에 "글을 세 차례 정도 옮겨 쓰다 보면, 어(魚) 자가 노(魯) 자로 변하고 허(虛) 자가 호(虎) 자로 바뀌곤 한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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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재 어른의 병환이 회복되었음을 축하하며 賀悅丈愼節平復 선생이 병석에서 일어나 기운이 청신해지고 先生病起氣淸新이렇게 늦가을의 아름다운 경치 만나게 되겠네 及此高秋美景辰잣나무 산에 구름이 깊으니 때때로 약초를 캐고 柏峀雲深時采藥영강의 물결이 고요하니 물고기를 보고자 하네 潁江波靜試觀鱗어찌 인현의 목숨을 늘리는 이치가 없겠는가 那無延壽仁賢理이제부터 세속을 초월해 사는 사람이 되리라 自是超居世俗人온갖 일의 흥망성쇠는 모두 운수가 있으니 萬事乘除皆有數어제와 오늘의 일로 달고 매운맛을 따지 말게 莫將今昨較甘辛 先生病起氣淸新, 及此高秋美景辰.柏峀雲深時采藥, 潁江波靜試觀鱗.那無延壽仁賢理? 自是超居世俗人.萬事乘除皆有數, 莫將今昨較甘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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