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고 족형 익술에게 보냄 기미년(1919) 與松皐族兄 翊述 己未 근세 상례의 기강이 무너져 맛있는 음식, 비단 옷, 여인, 음악5)을 편안히 누리기를 평상시처럼 하니, 곧 이름하여 '망친(忘親)'이라고 합니다. 온 천하가 도도히 한 길로만 가고 있으니 누가 능히 막을 수 있겠습니까.이런 때 우리 족형께서 애통한 상을 당하여 슬픔에 겨운 상황에서도 전례(典禮)를 따르시니 어찌 닭 무리 속 한 마리 봉황이요, 수많은 잡초 속 외로운 방초(芳草)가 아니겠습니까. 다만 평소 술과 고기로 길들여진 위장이 갑자기 술을 끊고 소식(素食)6)만 하신 지 열 달이 되어, 위장이 상하고 몸에 윤기가 없어져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차마 권도(權道)를 따르지 않으니, 이것이 곧 이름하여 '망신(忘身)'이라는 겁니다. 망친은 진실로 말할 것도 없고 망신 또한 그 어버이에게 받은 몸을 상하게 하니 또한 효가 아닙니다. 두 가지는 비록 이ㆍ욕(理欲)이 하늘과 땅 차이지만 그 장(藏)과 곡(穀)이 둘 다 양을 잃은 경우와 매한가지니7)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그러므로 저는 무릇 오늘날 예를 지키는 것은 빈부와 귀천이 각각 그 분수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수를 어기면 위태롭고, 위태로우면 잘 마치지 못할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종신토록 명아주와 콩잎도 충분치 않는데 어찌 소식(素食)을 하여 병을 만들겠습니까. 이에 고깃국으로 입맛을 돋우는 것은 부자를 위해 만들어 놓은 것으로 압니다. 천한 사람은 평생 걸어 다니는 것도 달게 여기는데 어떻게 탈 것의 좋고 나쁨을 따지겠습니까. 이에 장식 없는 말과 베 안장8)은 귀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으로 압니다. 만약 부귀한 자가 베 안장으로 된 말과 고깃국으로 입맛을 돋게 하는 것마저 다 버리고, 빈천한 자의 거상(居喪)을 억지로 흉내 내려고 한다면 그 분수를 어기고 자기 몸을 병들게 하는 것입니다. 몸이 병들고 나면 예는 어떻게 하겠습니까.제가 비록 일찍이 형님이 어질고 효성스런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실로 이렇게까지 예를 고집할 줄 예상치 못했습니다. 어찌 말세의 보기 드문 일일뿐이겠습니까. 또한 가문의 광영입니다. 마음으로 사랑하고 공경하여 어느 날인들 잊었겠습니까. 오직 사랑과 공경이 깊었기 때문에 이전에는 감히 권도(權道)를 따르라는 말로 그 지키는 것을 어지럽히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후로 일의 기미가 한 번 변하고, 일의 조짐9)이 이미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또 원칙을 지키는 것만 지나치게 고집하고 변통할 도리를 생각하지 않으시니 진실로 어느 날 갑자기 병이 들어 상을 잘 마칠 방책이 없을까 두렵습니다.27개월의 상기(喪期) 중 삼분의 이가 남았습니다. 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갔지만 앞으로 다가올 날이 멀기에 길게 생각하고 이리저리 잘 살피는 것을 어찌 허투루 하겠습니까. 부디 생각을 확 바꾸어 때때로 약물과 포혜(脯醯 포와 젓갈)를 드시어 위태로운 몸을 부지할 계책으로 삼길 바랍니다. 형님의 밝은 견해로 비춰보면 어찌 몸소 몸을 상하게 했다10)는 비난을 받는 데까지 이르겠습니까. 다만 일을 직접 당한 사람의 미혹은 때로는 옆 사람의 맑은 의견만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누누이 부탁드립니다. 近世喪紀蕩然, 彼旨錦姬樂安享如常者, 是則命曰"忘親".滔滔一轍, 孰能遏之? 乃於此時, 吾兄丈斬然苫絰, 慽慽孜孜, 典禮之是遵, 豈不是群鷄一鳳, 衆蕪孤芳? 但素以酒豢腸胃, 絶飮行素迨此十朔以致土敗水枯, 懍惙以危, 而猶不忍從權, 是則命曰"忘身".忘親者, 固不足言, 忘身者, 傷其親遺, 亦非孝也.二者雖理欲之天淵, 其爲藏穀亡羊均也, 可不戒哉!故澤述以爲凡今守禮, 貧富貴賤, 各隨其分.違分則殆, 殆則鮮終矣.貧者終身藜藿不充, 安因食素成疾? 是知肉汁助味爲富人設.賤者一生徒步是甘, 奚論所乘美惡, 是知樸馬布鞍爲貴人設.如貴富者, 幷與樸馬助味而舍之, 欲效嚬於貧賤者之居憂, 則是違其分而病厥躬, 躬之旣病.如禮則何.澤述雖曾知兄丈是賢孝人, 實不圖執禮之若是也.豈徒叔世之希覯? 抑亦一門之光輝.心乎愛敬, 何日忘之? 惟其愛敬也深, 故前此未敢以從權之說, 亂其所守也.而今以後, 則事機一變, 履霜已著.然且守經太執, 不思變通, 則誠恐一朝疾作, 克終沒策.二十七月, 三分餘二.往者旣過, 來頭更遠, 長慮却顧, 豈其虛徐? 幸乞幡然改圖, 時進藥餌脯鹽, 用圖持危扶顚之計也.明見所照, 豈至身犯傷生之譏? 但當局之迷, 或不如旁淸.故爲此多囑. 맛있는……음악 《논어(論語)》 〈양화(陽貨)〉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상중(喪中)에 쌀밥을 먹고 비단옷을 입는 것이 네 마음에 편안하냐?' 재아(宰我)가 대답하였다. '편안합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네 마음이 편안하거든 그리 하라. 군자(君子)가 거상(居喪)할 때에는 맛있는 것을 먹어도 맛이 없으며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으며 거처하는 것도 편안하지 않다. 이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니, 네가 편안하거든 그리 하라.'[子曰 : "食夫稻, 衣夫錦, 於女, 安乎?" 曰 : "安." "女, 安則爲之.夫君子之居喪, 食旨不甘, 聞樂不樂, 居處不安.故不爲也, 今女安則爲之.]"라고 하였다. 소식(素食) 죽음을 애통해 하여 밥을 먹을 적에 고기반찬을 먹지 않고 채소만 먹는 것을 이른다. 장(臧)과……매한가지니 장곡망양(臧穀忘羊)을 가리키는 말이다. 《장자(莊子)》 〈변무(騈拇)〉에 나오는 고사로, 장(臧)과 곡(穀) 두 사람이 양을 치다가 두 사람 모두 양을 잃었다. 장은 책을 읽었고, 곡은 쌍륙(雙六)을 치며 놀았다. 두 사람이 한 일은 다르지만 양을 잃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장식……안장 상중(喪中)에 출입하게 되면 갖추어야 하는 차림새를 말한다. 《주자가례(朱子家禮)》 권4 〈상례(喪禮)〉에 "만약 상사(喪事)나 부득이한 일로 출입하게 되면, 장식 없는 말을 타고 베 안장을 하거나 소교(素轎)를 타고 베 주렴을 한다.[若以喪事及不得已而出入, 則乘樸馬布鞍, 素轎布簾.]"라고 하였다. 일의 조짐 미세한 조짐을 보고 앞으로 닥칠 일을 미리 안다는 뜻이다. 《주역(周易)》 곤괘(坤卦) 초육(初六)에 "서리를 밟게 되면 두꺼운 얼음이 곧 얼게 된다.[履霜堅氷至]"는 말이 나온다. 몸을……했다 《예기(禮記)》 〈상복사제(喪服四制)〉에 "상중(喪中)에 슬픔으로 몸을 손상할지라도 목숨을 잃는 데 이르지 않도록 하니, 이는 죽은 사람 때문에 산 사람을 해치지는 않기 위해서이다.[毁不滅性, 不以死傷生也.]"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