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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148) 선생의 묘소에 참배하고 拜礱巖先生墓 취봉은 우뚝 솟고 백산은 울창한데 鷲峯矗矗柏山蒼넉 자 높이 무덤에 만고토록 잠들었네 四尺之高萬古藏감과 밤나무는 당시에 손수 심은 거고 柿栗當年知手種임천의 고택에선 남은 향기를 보겠네 林泉故宅見遺芳도학으로 이처럼 높지 않았다면 不因道學高如許어찌 오래 잊지 못한 선비 마음 얻었으랴 那得衿紳久未忘바위에 진중하게 새긴 농암이란 글자는 珍重礱巖巖刻字화양동의 스승이 큰 글씨로 쓴 것이라네149) 師門大筆是華陽 鷲峯矗矗柏山蒼, 四尺之高萬古藏.柿栗當年知手種, 林泉故宅見遺芳.不因道學高如許, 那得衿紳久未忘?珍重礱巖巖刻字, 師門大筆是華陽. 농암(礱巖) 김택삼(金宅三, 1649~1703)의 호이다. 송시열(宋時烈)의 문인이며, 주부(主簿)를 지냈다. 부안에 있는 유천서원(柳川書院)에 배향되었다. 《농암유고》가 있다. 화양동(華陽洞)의……것이라네 화양동은 우암 송시열을 말한다. 우암의 글씨로 바위에 '마롱암관수당(磨礱巖觀水堂)'이라고 새겨져 있어 이렇게 언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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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으로 가는 길에 淳昌途中 미산150)의 봄은 그림과 같고 眉山春似畵옥천의 물은 거울과 같네 玉川水如鏡풍경이 정녕 이와 같은데 風景定如斯행인은 어찌 홀로 근심하나 行人何獨病 眉山春似畵, 玉川水如鏡.風景定如斯, 行人何獨病? 미산(眉山) 전북 순창에 있는 아미산(峨眉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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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에 벗을 만나 2수 早秋逢友人【二首】 뜰앞의 푸른 나무는 하늘과 가지런하고 庭前碧樹半天齊마침 서쪽에서 불어오는 갈바람을 만났네 正値秋風入自西회상해 보면 언제쯤 이곳에 머물렀던가 回想何時此地住그대로 꿈속의 일처럼 한바탕 혼미하네 依然如夢一場迷백년에 사람은 떠나도 은택은 아직 남았고 百年人去猶餘澤온 세상이 휩쓸리는데 누가 다시 막겠는가 擧世波頹孰復堤흰머리로 거듭 와서 옛 친구를 만나니 白首重來逢舊友새로운 시는 느낌이 많아 쓰지 못하겠네 新詩多感不堪題가을 되자 되레 높은 누대 오름이 두렵고 當秋却怕上高臺눈에 가득한 풍광은 병의 빌미가 되었네 溢目風光作病媒굶주림은 하늘 밖 봉황과 같다 누가 말했는가 誰謂飢同天外鳳파리함은 눈 속의 매화 같다 스스로 간주하네 自看瘦似雪中梅세상살이에 더러운 먼지 씻을 계책 없고 策無世路淸塵穢늙을수록 마음밭은 황무지 개척하듯 하네 老愈心田闢草萊이러한 뜻을 그대 만나 지금 다 토해 내니 此意逢君今吐盡두승산의 상쾌한 기운이 주렴 가득 들어오네 斗山爽氣滿簾來 庭前碧樹半天齊, 正値秋風入自西.回想何時此地住? 依然如夢一場迷.百年人去猶餘澤, 擧世波頹孰復堤?白首重來逢舊友, 新詩多感不堪題.當秋却怕上高臺, 溢目風光作病媒.誰謂飢同天外鳳? 自看瘦似雪中梅.策無世路淸塵穢, 老愈心田闢草萊.此意逢君今吐盡, 斗山爽氣滿簾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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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에 내린 소낙비 早秋驟雨 동남쪽에서 바람이 호우를 몰아오지만 風驅豪雨自東南장대한 형세 기이한 모습 말로 다하지 못하네 勢壯形奇未盡談병든 오동잎 세차게 때려 어지럽게 땅에 떨어지고 急打病梧紛墜地연약한 연잎 마구 꺾이어 연못에 거꾸로 드리웠네 亂摧弱藕倒垂潭뜻밖에 여행객이 시름겨운 마음을 끊어 버리고 不虞行旅魂愁斷곧장 밭농사를 보니 삼농272) 위로하기에 충분하네 卽見田農足慰三다시 잠깐 남은 좋은 경치 얻을 수 있었는데 更得須臾餘景好장쾌한 산의 경치에 맑은 이내가 걷혔네 崢嶸山色罷晴嵐 風驅豪雨自東南, 勢壯形奇未盡談.急打病梧紛墜地, 亂摧弱藕倒垂潭.不虞行旅魂愁斷, 卽見田農足慰三.更得須臾餘景好, 崢嶸山色罷晴嵐. 삼농(三農) 산농(山農)ㆍ야농(野農)ㆍ택농(澤農)으로, 농사짓는 것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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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취의 영전에 곡하다 哭李晩翠靈几 죽은 이를 모르면 곡하지 않건만 不哭不知死나는 어찌해 공에게 곡하는가 而余胡哭公마음으로 하지 얼굴로 하는 게 아니니 以心非以面다름 속에 같음이 있다는 걸 누가 알리오 誰識異中同 不哭不知死, 而余胡哭公?以心非以面, 誰識異中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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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에 벗들과 정토산22)에 오르다 임오년(1942) 三月十日 與諸益上淨土山【壬午】 흥에 겨워 높은 산 올라 꽃들을 감상하고 乘興登高賞綠紅푸른 산속에 문회를 특별히 열었다오 別開文會碧山中백 년의 인생은 고해라 온통 꿈만 같고 百年苦海渾如夢만사는 상전벽해라 모두 허사가 되었네 萬事滄桑總作空술 마신 뒤 마음 논하니 피차의 구분 없고 酒後論心無彼此자리에서 무릎 맞대니 동서가 뒤섞였네 座間促膝錯西東읊고 돌아오는 이날 마음이 초연했는데 詠歸此日超然意풍진세상 고개 돌리니 누구와 함께 할까 回首風塵孰與同 乘興登高賞綠紅, 別開文會碧山中.百年苦海渾如夢, 萬事滄桑總作空.酒後論心無彼此, 座間促膝錯西東.詠歸此日超然意, 回首風塵孰與同? 정토산(淨土山) 지금의 전라북도 정읍시 정우면 대사리와 산북리에 걸쳐 있는 산이다. 여기에 1229년(고려 충렬왕 25)에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사찰 정토사(淨土寺)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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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재사(釋在寺)75)에 오르다 上釋在 예전에는 석재사요 昔年釋在寺오늘은 북망산이라 今日北邙山위치는 일천 산 위이고 局作千峰上들판은 백 리 사이로 통하네 野通百里間사람들은 모두 풍수에 현혹되지만 人皆惑風水나는 본래 산봉우리를 사랑한다오 我自愛岡巒무엇보다 이곳이 별천지라 除是別天地하룻밤 놀기에 좋구나 好偸一夜間 昔年釋在寺, 今日北邙山.局作千峰上, 野通百里間.人皆惑風水, 我自愛岡巒.除是別天地, 好偸一夜間. 석재사(釋在寺) 전라북도 변산(邊山)의 옥순봉(玉筍峯) 동쪽에 있는 절로, 석재암(釋在菴)이라고 한다.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 〈부안군(扶安郡)〉의 석재암에 대한 주석에 "사면으로 석벽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위에는 평평하여 완연히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는데, 암자는 그 가운데 있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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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이 화답한 시에 '문하의 독서인이 되기를 원합니다.'라는 구절이 있어 차운하여 감당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드러내다 允一和詩 有願爲門下讀書人之句 次韻以表不敢當之意 어느덧 오십구 세가 되었으니 居然五十九年春뜻 있었으나 공연히 성취하지 못한 사람 되었네 有志空爲未就人성의 정심으로도 천성 온전히 지키기 어렵고 誠正難能全性賦학문 궁구한들 어떻게 공부가 새로워짐을 볼 수 있을까 硏窮那得見工新세한에 동학으로 그대를 만났는데 歲寒同學逢吾子먼 곳에서 찾아오니 세속을 벗어났구나 地遠相尋出俗塵지나친 칭찬의 시어는 바라는 바가 아니니 過重詩辭非所望변치 말고 서로 노력하여 정신으로 사귀세나 胥修毋替願交神 居然五十九年春, 有志空爲未就人.誠正難能全性賦, 硏窮那得見工新?歲寒同學逢吾子, 地遠相尋出俗塵.過重詩辭非所望, 胥修毋替願交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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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살다 幽居 늘 한쪽에 자리한 은거지에서 보내지만 長遣幽居在一方어디든 세상인심엔 다 염량세태535)가 있네 世情幾處總炎涼금전은 힘이 있어 두 눈동자가 붉어지고 金錢有力眸雙赤문자는 무료하여 머리털만 희끗희끗하네 文字無聊髮半蒼이 밤에 누대에서 밝은 달을 구경하며 此夜樓臺看月白누가 눈보라 속에서 매화꽃을 찾겠는가 何人風雪覓梅芳몹시도 예뻐라 노소가 푸른 등불 아래서 偏憐老少靑燈下영서의 한 점 빛을 서로 비추는 듯하네536) 照得靈犀一點光 長遣幽居在一方, 世情幾處總炎涼.金錢有力眸雙赤, 文字無聊髮半蒼.此夜樓臺看月白, 何人風雪覓梅芳?偏憐老少靑燈下, 照得靈犀一點光. 염량세태(炎涼世態) 권력이 성했을 때에는 아첨하면서 붙고 권력을 잃으면 푸대접하는 세속의 형태를 가리킨다. 영서(靈犀)의……듯하네 영서는 영묘(靈妙)한 무소뿔을 말하는 것으로, 무소뿔은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어 양방이 서로 관통하는 것에서 흔히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 통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이상은(李商隱)의 〈무제(無題)〉 시에 "몸에는 쌍으로 나는 채봉의 두 날개가 없고, 마음에는 서로 통하는 한 점 무소뿔이 있네.[身無彩鳳雙飛翼, 心有靈犀一點通.]"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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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암에게 부치다 寄白省庵 좋은 인연 근래에 어찌 그리도 소원하였나 好緣挽近一何疏다시 가서 직접 만나 회포 풀지 못해 한스럽네 再造堪歎未面舒응당 봄 여름 사이라 근심이 절실할테고 應切惟憂春夏際또한 가뭄이 든 뒤라 농사에 수고롭겠지 亦勞田事旱乾餘종래에 세상맛은 달고 쓴 것이 많으니 從來世味多甘苦그저 형통한 길 기다려 걸음을 조정하게 第待亨途有疾徐오주의 땅에서 아울러 달을 본다면 地是吳州兼見月물가 집에서 행복했던 만남을 생각해 주게29) 相思幸會水頭廬 好緣挽近一何疏, 再造堪歎未面舒.應切惟憂春夏際, 亦勞田事旱乾餘.從來世味多甘苦, 第待亨途有疾徐.地是吳州兼見月, 相思幸會水頭廬. 오주(吳州)의……주게 벗을 그리는 정을 표현한 것이다. 이백(李白)의 〈강동으로 가는 장 사인을 전송하다[送張舍人之江東]〉에 "오주에서 달을 보거든 천 리 밖의 나를 생각해 주게.[吳洲如見月, 千里幸相思.]"라고 하였다. 《古文眞寶前集 卷1》 여기에서 오주는 남쪽 지방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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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계서원285)에서 灆溪書院 남계는 천년토록 빼어난 곳이요 灆溪千年勝일두옹은 백세토록 남을 이름이라 蠹翁百世名그분의 정령이 오르내리는 곳이라 精靈陟降地첨앙하는 마음 금하지 못하겠네 瞻仰不禁情 灆溪千年勝, 蠹翁百世名.精靈陟降地, 瞻仰不禁情. 남계서원(灆溪書院) 경상남도 함양군 수동면 원평리에 위치한 서원으로, 1552년(명종7)에 일두(一蠹) 정여창(鄭汝昌, 1450∼1504)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남계는 서원 곁을 흐르는 시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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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사286)에서 淸溪祠 사람들 말하네 청계사는 云是淸溪祠탁영이 강학한 곳이었다고 濯纓講學地황마년의 일287) 어찌 차마 말하랴 忍言黃馬年후인들의 눈물 다하지 않았다네 不盡後人淚 云是淸溪祠, 濯纓講學地.忍言黃馬年? 不盡後人淚. 청계사(淸溪祠) 경상남도 함양에 위치한 청계서원(靑溪書院)으로, 1495년(연산군1)에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 1464~1498)이 이곳에서 강학을 하였는데, 터만 남아 1921년에 다시 건립되었다. 황마년(黃馬年)의 일 황마년은 무오년(戊午年)으로, 무오사화(戊午士禍)를 말한다. 김일손(金馹孫)은 1498년(연산군4)에 유자광(柳子光)과 이극돈(李克墩) 등 훈구파가 일으킨 무오사화에서 조의제문(弔義帝文)의 사초화(史草化) 및 소릉 복위 상소 등 일련의 사실 때문에 능지처참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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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재에서 율파와 함께 감회를 서술하다 南宗齋 同栗坡敍懷 정원 둘레로 송백이 푸르게 무성하니 繞園松柏翠扶疏가슴을 활짝 열고 한번 휘파람 부노라 暢豁胸懷一嘯舒대지는 찌는 듯이 더운 삼복의 때이고 大地蒸炎三伏際팔방은 혹심한 가뭄이 수십 여일이라 八方亢旱數旬餘하늘의 운수는 때가 있으니 치란이 공평하고 有時天運公治亂도처에 내 걸음은 빠름과 느림을 내맡겼네 到處吾行任疾徐저물녘 산뢰편 구절28)을 부르노라니 晩唱山雷篇上句맑은 바람이 정사에 가득함을 문득 깨닫네 淸風更覺滿精廬 繞園松柏翠扶疏, 暢豁胸懷一嘯舒.大地蒸炎三伏際, 八方亢旱數旬餘.有時天運公治亂, 到處吾行任疾徐.晩唱《山雷篇》上句, 淸風更覺滿精廬. 산뢰편(山雷篇) 구절 《주역》 〈산뢰이괘(山雷頤卦)〉를 말하는 것으로, 그 〈상전(象傳)〉에 "산 아래에 우레가 있는 것이 이(頤)이니, 군자는 이 괘를 보고서 언어를 삼가며 음식을 절제한다.[山下有雷頤. 君子以, 愼言語, 節飮食.]"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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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화옹 紙貨翁 예전에 한 번 멀리 강을 건너면서부터 一自曾年遠渡江작게는 가정이 크게는 나라가 망했네 小而家敗大而邦촉동237)의 재질 아닌데 어찌 보배로 삼으랴 蜀銅非質何爲寶계저238)로 만든 몸이라 창문 땜질할 만하네 稽楮成身可補牕세력은 당세에 비록 제일이지만 勢力當今雖第一재앙은 예로부터 또한 둘도 없었네 禍災從古亦無雙그대의 머리털을 보고 늙었음을 탄식하니 看君鬢髮嗟云老자취를 감춰 밤에 삽살개가 짖지 않게 하라 斂跡休令夜吠狵 一自曾年遠渡江, 小而家敗大而邦.蜀銅非質何爲寶? 稽楮成身可補牕.勢力當今雖第一, 禍災從古亦無雙.看君鬢髮嗟云老, 斂跡休令夜吠狵. 촉동(蜀銅) 촉 땅에서 나는 구리라는 말이다. 한 문제(漢文帝)가 총신(寵臣) 등통(鄧通)에게 촉군(蜀郡) 엄도(嚴道)의 동산(銅山)을 하사하여, 스스로 동전을 만들게 해서 거부(巨富)가 되도록 했다는 고사가 있다. 《史記 佞幸列傳》 계저(稽楮) 중국의 회계(會稽) 지방에서 생산되는 종이를 말한다. 옛날 회계 지방에서 종이를 공물로 바쳤으므로, 한유(韓愈)도 〈모영전(毛穎傳)〉에서 "회계의 저 선생과 친하게 벗으로 지냈다.〔與會稽楮先生友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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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석에 누워 臥病 일 년 내내 창강에서 병들어 문 닫으니 經歲滄江病掩門친한 벗들을 자주 만나 볼 수가 없었네 親朋無與見源源청하지 않아도 배우러 오는 아이들 막지 않았고 匪求莫拒蒙來學믿지 못해도 곤궁한 변명을 어찌 그치겠나 不信寧休困有言얼굴에 스치는 바람은 앞 틈새가 있는 듯하고 射面風如前隙在마음을 비추는 달은 옛정이 남아있는 것 같네 照懷月若故情存약물로는 내 병을 고치기 어려운 줄 알겠나니 從知藥石難醫我누가 〈칠발〉63)을 가져와 귀를 시원케 하랴 七發誰將爽耳根 經歲滄江病掩門, 親朋無與見源源.匪求莫拒蒙來學, 不信寧休困有言?射面風如前隙在, 照懷月若故情存.從知藥石難醫我, 《七發》誰將爽耳根? 칠발(七發) 한(漢)나라 때의 매승(枚乘)이 지은 글로, 일곱 가지의 우화를 들어 초(楚)의 태자(太子)를 깨우치고 양 효왕(梁孝王)을 풍간(諷諫)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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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비가 내렸던 다음날에 乍雨翼日 오늘 구름이 바다 하늘 서쪽에 걷혔으니 今朝雲掃海天西비를 바라며 눈이 흐리도록 애쓰지 말라 望雨休勞眼孔迷정자 위의 농부는 절로 한가로이 잠들고 亭上農人閒自睡바람 앞 수풀의 새는 다퉈 기쁘게 우네 風前林鳥喜爭啼누가 하늘이 만든 신기116)로 헤아리겠나 孰將天造神機測그저 시로 지은 눈앞의 일이나 써야겠네 且得詩成卽事題나에게 어찌 배불리 먹는 소원이 없으랴 飽喫那無滄叟願서생이 걱정하는 것도 산과 가지런하다네 書生憂亦與山齊 今朝雲掃海天西, 望雨休勞眼孔迷.亭上農人閒自睡, 風前林鳥喜爭啼.孰將天造神機測? 且得詩成卽事題.飽喫那無滄叟願? 書生憂亦與山齊. 신기(神機) 신묘하게 변하는 기틀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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띳집을 새로 짓다 바로 불망실(不忘室)이다. 茅堂新成【卽不忘室】 장소와 집 모두 좋은 경치 취하지 않은 건 境堂幷不取淸佳한가하고 적막한 곳에서 살기 위해서였네 爲住荒閒寂寞涯기둥은 담장에 의지하니 어찌 주춧돌 쓰랴 柱是因墻焉用礎터에 흙을 쌓지 않으니 또한 계단도 없네 基非累土更無階티끌 세속을 벗어나려 오히려 대를 심었고 欲超塵俗猶栽竹번창을 바라기 어려워 홰나무 심지 않았네 難望榮昌不植槐지금부터는 깊이 숨어서 글자나 볼 뿐이니 從此深藏惟看字인간만사 모든 것을 마음에서 잊으리라 都將萬事忘于懷 境堂幷不取淸佳, 爲住荒閒寂寞涯.柱是因墻焉用礎? 基非累土更無階.欲超塵俗猶栽竹, 難望榮昌不植槐.從此深藏惟看字, 都將萬事忘于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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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 밤에 立秋夜 푸른 나무엔 가을 소리 이르고 碧樹秋聲早푸른 하늘에는 달빛이 새롭네 靑天月色新초당이 물처럼 서늘하니 草堂凉如水그윽한 사람이 조용히 앉아있네 靜坐有幽人 碧樹秋聲早, 靑天月色新.草堂凉如水, 靜坐有幽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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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큰비가 내리다 仲冬大雨 하늘의 이치는 아득하여 찾을 수 없으니 天理茫茫不可尋분분한 뇌우가 깊은 겨울에 일어나네 紛紛雷雨作冬深냇물 불어나면 행인이 건너는 데 괴로울 뿐 漲川但苦行人渡만물 적신들 잎 떨어진 숲과 무슨 상관이랴 潤物何關落木林운수의 길흉을 점치는 건 경서 읽는 선비의 뜻이요 運卜否休經士志한해의 풍흉을 점치는 건 늙은 농부의 마음이네 歲占豊歉老農心상도를 바꾼 것이 조화옹의 뜻이 아니겠는가 變常莫是化翁意양이 생겨나 뭇 음을 없애는 절기가 가까워졌네 節近陽生消衆陰 天理茫茫不可尋, 紛紛雷雨作冬深.漲川但苦行人渡, 潤物何關落木林?運卜否休經士志, 歲占豊歉老農心.變常莫是化翁意? 節近陽生消衆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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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중의 집에서 늦은 봄에 계모임을 열고 崔汝重家暮春契會 동로에서 그해 늦은 봄에 시를 읊었고259) 東魯當年詠暮春정산에서 이 모임은 또 오늘 새로 모였네 淨山此會又今新석 달 동안 맑은 경치 만날 때는 정녕 적었고 九旬定少逢晴景삼십 년 동안 옛 친구 만남 어찌 이리 더딘가 卅載何遲見故人세상은 상전벽해되어 액운이 낀 운수를 겪었고 朝市滄桑經劫運의관을 차린 문주260)는 풍진세상을 벗어났네 衣冠文酒出風塵타락이 밝은 세상을 연다고 누가 말했는가 誰言淪落開明世본래 내 삶은 참으로 은자가 되기에 합당하네 本合吾生作隱眞 東魯當年詠暮春, 淨山此會又今新.九旬定少逢晴景, 卅載何遲見故人?朝市滄桑經劫運, 衣冠文酒出風塵.誰言淪落開明世? 本合吾生作隱眞. 동로(東魯)……읊었고 동로는 공자(孔子)가 출생한 노(魯)나라를 말한다. 공자가 제자 증점(曾點)에게 하고 싶은 뜻을 말하라고 하자 "늦은 봄에 봄옷이 이미 다 만들어지거든 관자(冠者) 대여섯 명, 동자(童子) 예닐곱 명과 함께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을 쐬고 읊조리면서 돌아오겠습니다.[暮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라는 말이 나온다. 《論語 先進》 문주(文酒) 문사(文士)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시를 짓고 술을 마시며 즐기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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