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무술) 二十一日 戊戌 -저옹엄무(著雍閹茂)-. 맑음. 이전에 신암재(新菴齋)에게 주었던 시를 보고 복부(覆瓿)15)를 위해 기록한다.옛것을 이어 새롭게 만든 정사 하나,(裁新因舊一精廬)진실로 인인(仁人)이 거처하는 넓은 집이네.16)(眞是仁人廣所居)거처는 언덕에서 머물 줄 아는 새의 집과 같고,(棲若邱隅知止鳥)성대함은 큰 골짝엔 이리저리 노니는 물고기 같네.(沛如大壑縱來魚)오헌은 절로 이뤄져 한가롭게 술 부르고,(梧軒得自閒招酒)죽창은 남향이라 책 보기에 합당하다네.(竹牖向陽合看書)진덕수업17) 여러 날에 내면을 완성하니,(進修多日行成內)화락한 기운 절로 생겨나 남은 복이 있다네.(和氣自生福有餘) 【著雍閹茂】。陽。見前所贈新菴齋韻。 爲覆瓿記之。裁新因舊一精廬。眞是仁人廣所居.棲若邱隅知止鳥。沛如大壑縱來魚.梧軒得自閒招酒。竹牖向陽合看書.進修多日行成內。和氣自生福有餘. 복부(覆瓿) 장독 뚜껑이라는 의미로, 《한서(漢書)》 〈양웅전(揚雄傳)〉에 "유흠(劉歆)이 양웅이 지은 법언(法言)을 보고 '왜 세상에서 알지도 못하는 글을 이토록 애써지었을까. 나중에는 장독 뚜껑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라고 했다."라고 하였다. 대개 자기의 저술을 겸칭(謙稱)한 말로 쓰인다. 인인(仁人)이 …… 집이네 《맹자》 〈등문공 하(滕文公下)〉에, "천하의 너른 집[仁]에 거처하고, 천하의 바른 자리[禮]에 서며, 천하의 대도[義]를 행한다.[居天下之廣居, 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라고 한 데에서 온 말이다. 진덕수업 도덕을 증진시키고 학업을 닦는 것을 말한다. 《주역(周易)》 〈건괘(乾卦)·문언(文言)〉의 "군자가 덕을 쌓고 학업을 닦다.[君子進德修業]"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