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거하는 거리가 백 리가 채 되지 않지만 소식이 막힌 지 여러 해가 되었으니, 와룡(臥龍)이 과연 천상에 있는 것인지요? 바람이 차갑고 기운이 싸늘한 이때 그리운 마음이 더욱 간절합니다. 삼가 세밑에 공부하는 체후는 두루 평안하고 아드님은 어버이를 편안히 모시며 학업에 열중하며 대소 식구들은 모두 평안합니까? 우러러 궁금하고 큰 복을 받으십시오.저는 지난달 보름간에 초산(楚山)에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피곤한 탓에 편안한 날이 없었고, 최근에 또 감기로 고생하였으니, 몹시 답답하고 답답합니다. 다만 봄 사이에 올린 매화시(梅花詩)는 부족한 솜씨로 어찌 감히 붕새가 날개를 박차는 것을 바라겠습니까. 그럭저럭 솜씨 좋은 문장가의 퇴고를 기다릴 뿐입니다. 이런 까닭에 대가(大家)의 높은 격조와 절묘한 격식을 우러러보지만 아무런 말이 없이 조용합니다. 모르겠습니다만 무엇 때문입니까. 도리어 몹시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바라건대, 원고를 다시 보내드려야 하겠지요?지난해 부탁한 누정에 대해 지은 지문은 이미 간행되었습니다. 다만 인사가 어긋나 지금껏 반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북쪽 소식을 들어보니, 좋은 방법으로 기분 좋게 타협하였다고 합니다. 다음 해 봄에는 결단코 반포하겠습니다. 양해해 주시고 책망하지 않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가만히 우러러 간절히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태어난 이래로 운명이 기박하여 가난과 원수가 되었는데, 곤궁한 형편은 이때보다 더 심합니다. 고명께서 들어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부디 바라건대, 비록 모양성금(某樣聖金) 10원이라도 기어이 이 편에 보내준다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이른바 단자 비용은 이미 있으니, 부탁은 굳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응당 몸소 나아가서 회포를 풀어야 하지만 병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감히 이렇게 편지로 아뢰니, 저를 탓하지 마시고 특별히 들어주기를 거듭 바랍니다. 나머지는 예식을 갖추지 않으니, 묵묵히 살펴주기를 모두 바랍니다.1934년 12월 22일 인제(姻弟) 정영균(丁榮勻) 절하고 올림. 居不舂粮 阻有年所 卧龍果在天上耶 風寒栗烈尤切瞻望 伏惟歲暮經體萬寗 令胤安侍勤課 大小閤節勻吉 仰溯區區 不任至禱 榮勻客月望間自禁山歸巢 而揄揶所使 殆無寧日 近又以寒感呌苦苦悶苦悶 第春間仰呈梅花詩彫蟲何敢望溟鵬搏翼 聊以望大手叩推 因觀諸大家高調妙格 而寂無 明敎 未知何故 還切愧悚 幸還投原稿否 頃年 俯囑做誌樓亭蚤已登榟 而但有人事之差池尙此未頒矣 近聞北息 則快有好方妥協云 明春則斷當頒布矣 下諒休責若何若何 窃有仰恳者 生來奇薄與貧爲仇 而陳困尤切於此旹 明者聞之如何 憐悶也 幸望雖某樣聖金十元期於此便惠施千萬千萬 所謂單費已在盛託不必云也 當躬晉面叙 而二竪子堅執不舍 故敢此替告 勿咎 特 惠申仰申仰 餘不備 統希黙炤 甲蜡月念二 姻弟丁榮勻拜拜[皮封](前面) 豆原卧龍何求亭朴 南坡 來德 德哉 經座下虎東寓丁生謹候(背面) 甲之二之月念三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