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계묘) 二十一日 癸卯 맑음. 책상 위에 미암선생이 노닐던 곳인 연계정(漣溪亭)94)의 시가 있는 것을 보고 삼가 차운하다.〈연계정 시〉(漣溪亭韻)정자가 방당95)과 마주해 작은 모래톱 끌어오니,(亭對方塘引小洲)상류는 활발하고 하류는 유장히 흐르네.(上流活動下長流)물고기 뛰고 솔개 나는 것96) 곳마다 볼 수 있으니,(魚躍鳶飛隨處見)하늘빛과 구름 그림자 이 가운데 떠있네.(天光雲影這中浮)선생께서 아셨던 당년의 즐거움을,(先生料得當年樂)후학은 정밀치 못해 이날에 근심하네.(後學未精是日愁)찾아온 사람 누가 알까 연원의 원대함을,(來人誰識淵源大)만고토록 우뚝하여 한 언덕에 푸르리.(萬古兀然靑一邱) 陽。見案上眉岩先生杖屨之所漣溪亭韻。 謹次。〈漣溪亭韻〉亭對方塘引小洲。上流活動下長流.魚躍鳶飛隨處見。天光雲影這中浮.先生料得當年樂。後學未精是日愁.來人誰識淵源大。萬古兀然靑一邱. 연계정(連溪亭) 전남 담양군 대덕면 장산리에 소재해 있는 정자로, 미암(眉巖) 유희춘(柳希春, 1513~1577)이 세웠다고 하지만 곧 없어졌던 것으로 보이며, 현재의 정자는 1910년대에 중건한 것이다. 기우만(奇宇萬 1846~1916)의 기문이 있다. 방당(方塘) 주자의 시 〈관서유감(觀書有感)〉에 "반묘의 네모난 연못 한 거울처럼 열렸는데,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가 함께 배회하네. 묻노니 저 어찌 이렇듯이 맑은가? 근원에 활수가 있기 때문이라네.[半畝方塘一鑑開, 天光雲影共徘徊. 問渠那得淸如許, 爲有源頭活水來.]"라는 내용이 있다. 물고기 …… 것 ≪시경≫ 〈대아(大雅)・한록(旱麓)〉에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다다르고, 고기는 연못에서 뛰어오르네.[鳶飛戾天, 魚躍于淵]"라는 말이 있는데 ≪중용장구≫ 제12장에서 이 시를 인용하여 군자의 도가 상하(上下)로 드러난 것으로 설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