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을묘) 四日 乙卯 맑음. 시목리(枾木里)13)에 사는 율포(栗圃) 나기홍(羅基弘)씨가 편지와 시를 부쳐 보내온 것에 대해 답하였다.동풍이 어젯밤 이곳에 불어오니,(東風昨夜入於斯)꽃은 새로 피고 나뭇가지는 비에 씻겼네.(啓發新花雨濯枝)맑은 창에 새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니,(啼鳥晴窓睡起曉)어린아이들 마침 공부하러 올 때이네.(稚兒方冊讀來時)몸과 마음 모두 잊고 혼연하게 앉았으니,(兩忘身勢渾全坐)만사가 모두 정해지지 않은 것이라 하네.(萬事云爲摠不期)이쯤에서 벗이 시를 지어 보내오니,(際此故人詠以賜)기쁘게 세 번 읽으며 마음에 새기기 마땅하네.(欣然三復服膺宜)율포의 시(栗圃詩)무단히 모이고 흩어짐이 정히 이와 같은가,(無端離合政如斯)잡을만한 매화꽃 있어 한 가지를 꺾었네.(堪把梅花折一枝)서울에서의 풍류는 어느 시절이었던가,(洛社風流何歲節)기수 물가의 관복(冠服) 입은 저문 봄이었다네14).(沂濱冠服暮春時)전날 밤은 비몽사몽이라 피곤하였는데,(前宵勞頓眛思夢)오늘은 다음 만날 기약을 헤아리네. (今日商量後會期)은근히 나를 방문해준 뜻에 감사드리니,(多謝殷勤訪吾意)재주 있는 사람 불러 필첩 만드는 것 마땅하리.(招要才子筆抽宜) 晴。酬枾木里栗圃羅基弘氏寄書兼贈詩。東風昨夜入於斯。啓發新花雨濯枝.啼鳥晴窓睡起曉。稚兒方冊讀來時.兩忘身勢渾全坐。萬事云爲摠不期.際此故人詠以賜.欣然三復服膺宜.栗圃詩無端離合政如斯。堪把梅花折一枝.洛社風流何歲節。沂濱冠服暮春時.前宵勞頓眛思夢。今日商量後會期.多謝殷勤訪吾意。招要才子筆抽宜. 시목리(枾木里) 담양군 고면 시목리로, 현재 담양군 금성면 덕성리 시목 마을에 해당한다. 기수 …… 봄이었다네 여기에서 관복(冠服)은 관례를 올린 젊은 시절을 말한다. 이는 ≪논어≫ 〈선진(先進)〉에서 비롯되었다. 공자의 제자 증점(曾點)이 "늦은 봄에 봄옷이 만들어지면 관을 쓴 벗 대여섯 명과 아이들 예닐곱 명을 데리고 기수에 가서 목욕을 하고 기우제 드리는 무우에서 바람을 쏘인 뒤에 노래하며 돌아오겠다.[暮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라고 자신의 뜻을 밝힌 내용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