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숙261)에게 부치다 寄希叔 나는 옛사람을 생각했으나 我思古之人탁월함은 따라갈 수 없었네 卓絶不可及그 높이는 태산 꼭대기와 같고 其高泰山巓그 밝음은 중천에 뜬 해와 같네 其明中天日시종일관 원래 다르지 않았고 始終元無貳겉과 속이 또한 한결같았네 表裏亦如一성인을 지킴은 자식이 부모 지키듯 하고 閑聖子衛父간사함 물리침은 매가 참새 쫓듯했네 斥邪鷹逐雀이치를 강론함은 극치를 드러내고 講理見極致진실과 곧음으로 인을 배양했네 輔仁用諒直어찌하여 지금 세상에선 如何今之世이런 사람의 덕행을 볼 수 없는가 未見此人德세상이 똑같이 도도히 흐르는데 一般滔滔流다시 어찌 잘잘못을 논하겠는가 更何論得失시험 삼아 뛰어난 사람262)을 보니 試看翹楚者또 다시 월등하게 뛰어난 이 없네 亦復罕超特궁격263)은 철저히 하길 꺼리고 窮格憚徹底명백하게 분별함을 너무 각박하다 하네 明辨謂太刻의리에 정밀함을 얻기 어려운데 義理難得精사특함과 바름에 어찌 실상을 보겠는가 邪正豈見實스승을 존경함은 여전히 미진하고 尊師尙未盡고식적으로만 사람을 사랑하네 愛人以姑息중도 잡음을 스스로 알기에 自認爲執中거처할 때에 의혹되지 않았네 居之曾不惑그러나 나는 말세를 싫어하여 而余厭叔季가만히 옛사람의 학문을 탄식하네 竊歎古人學그 누가 이 마음과 똑같겠는가 誰歟同此心고개 들어 온 나라를 바라보네 擧頭望八域위대하다 봉산자264)여 偉哉蓬山子재능과 뜻이 지금의 습속 아니네 才志非今俗우리 도가 없어진 날이 되면 當此道喪日백 배는 더 노력해야 하겠지 百倍宜努力지극한 선이 있는 곳에 至善所在地함께 하나의 법도로 귀착되길 바라네 願與歸一轍 我思古之人, 卓絶不可及.其高泰山巓, 其明中天日.始終元無貳, 表裏亦如一.閑聖子衛父, 斥邪鷹逐雀.講理見極致, 輔仁用諒直如何今之世, 未見此人德?一般滔滔流, 更何論得失?試看翹楚者, 亦復罕超特.窮格憚徹底, 明辨謂太刻.義理難得精, 邪正豈見實?尊師尙未盡, 愛人以姑息.自認爲執中, 居之曾不惑.而余厭叔季, 竊歎古人學.誰歟同此心? 擧頭望八域.偉哉蓬山子! 才志非今俗.當此道喪日, 百倍宜努力.至善所在地, 願與歸一轍. 희숙(希叔) 김현술(金賢述, 1898~?)의 자이다. 본관은 부녕(扶寧)이며, 부안에서 있다. 底本에 "淑"은 《화도연원록(華島淵源錄)》에 근거하여 '叔'으로 수정하였다. 뛰어난 사람 원문의 '교초(翹楚)'는 뛰어난 인재라는 뜻으로 거벽(巨擘), 최고 등과 같은 말이다. 《시경》 〈한광(漢廣)〉에 "쑥쑥 뻗은 잡목 속에서 그 회초리나무를 베리라.[翹翹錯薪, 言刈其楚.]"라는 구절에서 유래했다. 궁격(窮格) 궁(窮)은 거경궁리(居敬窮理)를 뜻하고, 격(格)은 격물치지(格物致知)를 뜻하는데, 거경궁리는 잠시도 쉬지 않고 마음을 반성하여 원리를 규명한다는 뜻이고, 격물치지는 실제적인 사물을 통하여 이치를 궁구함으로써 온전한 지식에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 봉산자(蓬山子) 봉산은 김현술(金賢述) 호이다. 저서에 《봉산유고》 3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