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에 감회가 일어 早秋感懷 어젯밤 분 가을바람에 청신한 기운이 일고 金風昨夜動新淸사람이 한가하니 백발 나는 것을 재촉하네 催盡人閑白髮生만물은 점차 모두 결실 이루어짐을 볼 텐데 萬物漸看皆遂實이 몸의 덕과 사업은 어느 때나 이뤄질런고 此身德業幾時成누가 혼탁한 세상을 촌교273)로 맑게 할 수 있을까 誰將世濁寸膠淸벗겨지고 떨어져 시골집엔 더욱 궁색함이 생기네 剝落田廬更窘生극기하여 몸을 이룸은 오직 나에게 달렸거늘274) 克己成身惟在我어이해 유유범범275)하게 지금까지 이룬 것 없는가 胡然悠泛迄無成평상시에 기호와 욕심을 맑게 하지 못했으니 尋常嗜慾未能淸과실이 곳곳마다 생기는 것도 괴이할 게 없네 無怪過差逐處生설령 지식이 없다 해도 이제는 이미 늙어버려276) 借曰未知今已老자신을 돌아보니 절로 서글퍼 병이 되려 하네 撫躬自悼病將成청천백일처럼 마음을 맑게 하려고 靑天白日要心淸더욱 연빙277)으로 한평생을 보냈네 更向淵氷寄一生경과 성으로 화후278)를 삼지 않았으니 不用敬誠爲火侯노년에 금단279)은 끝내 이루지 못하리 金丹歲暮竟無成 金風昨夜動新淸, 催盡人閑白髮生.萬物漸看皆遂實, 此身德業幾時成?誰將世濁寸膠淸? 剝落田廬更窘生.克己成身惟在我, 胡然悠泛迄無成?尋常嗜慾未能淸, 無怪過差逐處生.借曰未知今己老, 撫躬自悼病將成.靑天白日要心淸, 更向淵氷寄一生.不用敬誠爲火侯, 金丹歲暮竟無成. 촌교(寸膠) 조그마한 아교라는 뜻이다. 아교는 물을 맑게 하는 갖풀이라고 한다. 《포박자(抱朴子)》〈가둔(家遯)〉에 조그마한 아교로는 탁한 황하를 맑게 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이것을 인용하여 주자가 〈수남헌(酬南軒)〉 시에서 "어찌 알랴 조그마한 아교가, 천 길의 혼탁함을 구할 줄을.〔豈知一寸膠, 救此千丈渾?〕"라고 하였다. 극기(克己)……달렸고 극기는 자기의 사욕을 이기는 것을 말한다. 안연(顔淵)이 인(仁)에 대해서 묻자,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자기의 사욕을 이겨 예에 돌아가는 것이 인을 하는 것이니, 하루라도 사욕을 이겨 예에 돌아가면 천하가 인을 허여할 것이다. 인을 하는 것은 자기에게 달려 있으니, 남에게 달려 있겠는가.[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爲仁由己, 而由人乎哉?]"라고 하였다. 《論語集註 顔淵》 유유범범(悠悠泛泛) 일을 다잡아 하지 않는 모양을 말한다. 설령……늙었으니 《시경》 〈억〉 제10장에 나오는 말이다. 연빙(淵氷)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매사를 신중히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시경》 〈소민(小旻)〉의 "전전긍긍하여 심연에 임하듯 얇은 얼음을 밟듯 한다.〔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화후(火侯) 도가(道家)의 용어로서 단약(丹藥)을 소련(燒煉)하는 일을 이른 것이다. 참동계의 주에, "옛날부터 《단서(丹書)》가 있어 화후(火侯)의 공용(功用)을 나타냈는데, 이것을 《화기(火記)》라 이른다." 하였다. 금단(金丹) 도가(道家)의 방사(方士)들이 금석(金石)을 정련하여 만든 단약(丹藥)으로, 이것을 복용하면 불로장생할 수 있다고 하는바, 《포박자(抱朴子)》 내편(内篇) 권1 〈금단(金丹)〉에 "금단의 본성은 오래 달굴수록 그 변화가 더욱더 신묘하다. 황금이 불 속에 들어가면 백 번을 정련해도 녹아 없어지지 않으며, 땅에 묻으면 이 세상이 다할 때까지 썩지 않는다.[金丹之為物, 燒之愈久, 變化愈妙. 黃金入火, 百鍊不消, 埋之畢天不朽.]"라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