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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에 감회가 일어 早秋感懷 어젯밤 분 가을바람에 청신한 기운이 일고 金風昨夜動新淸사람이 한가하니 백발 나는 것을 재촉하네 催盡人閑白髮生만물은 점차 모두 결실 이루어짐을 볼 텐데 萬物漸看皆遂實이 몸의 덕과 사업은 어느 때나 이뤄질런고 此身德業幾時成누가 혼탁한 세상을 촌교273)로 맑게 할 수 있을까 誰將世濁寸膠淸벗겨지고 떨어져 시골집엔 더욱 궁색함이 생기네 剝落田廬更窘生극기하여 몸을 이룸은 오직 나에게 달렸거늘274) 克己成身惟在我어이해 유유범범275)하게 지금까지 이룬 것 없는가 胡然悠泛迄無成평상시에 기호와 욕심을 맑게 하지 못했으니 尋常嗜慾未能淸과실이 곳곳마다 생기는 것도 괴이할 게 없네 無怪過差逐處生설령 지식이 없다 해도 이제는 이미 늙어버려276) 借曰未知今已老자신을 돌아보니 절로 서글퍼 병이 되려 하네 撫躬自悼病將成청천백일처럼 마음을 맑게 하려고 靑天白日要心淸더욱 연빙277)으로 한평생을 보냈네 更向淵氷寄一生경과 성으로 화후278)를 삼지 않았으니 不用敬誠爲火侯노년에 금단279)은 끝내 이루지 못하리 金丹歲暮竟無成 金風昨夜動新淸, 催盡人閑白髮生.萬物漸看皆遂實, 此身德業幾時成?誰將世濁寸膠淸? 剝落田廬更窘生.克己成身惟在我, 胡然悠泛迄無成?尋常嗜慾未能淸, 無怪過差逐處生.借曰未知今己老, 撫躬自悼病將成.靑天白日要心淸, 更向淵氷寄一生.不用敬誠爲火侯, 金丹歲暮竟無成. 촌교(寸膠) 조그마한 아교라는 뜻이다. 아교는 물을 맑게 하는 갖풀이라고 한다. 《포박자(抱朴子)》〈가둔(家遯)〉에 조그마한 아교로는 탁한 황하를 맑게 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이것을 인용하여 주자가 〈수남헌(酬南軒)〉 시에서 "어찌 알랴 조그마한 아교가, 천 길의 혼탁함을 구할 줄을.〔豈知一寸膠, 救此千丈渾?〕"라고 하였다. 극기(克己)……달렸고 극기는 자기의 사욕을 이기는 것을 말한다. 안연(顔淵)이 인(仁)에 대해서 묻자,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자기의 사욕을 이겨 예에 돌아가는 것이 인을 하는 것이니, 하루라도 사욕을 이겨 예에 돌아가면 천하가 인을 허여할 것이다. 인을 하는 것은 자기에게 달려 있으니, 남에게 달려 있겠는가.[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爲仁由己, 而由人乎哉?]"라고 하였다. 《論語集註 顔淵》 유유범범(悠悠泛泛) 일을 다잡아 하지 않는 모양을 말한다. 설령……늙었으니 《시경》 〈억〉 제10장에 나오는 말이다. 연빙(淵氷)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매사를 신중히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시경》 〈소민(小旻)〉의 "전전긍긍하여 심연에 임하듯 얇은 얼음을 밟듯 한다.〔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화후(火侯) 도가(道家)의 용어로서 단약(丹藥)을 소련(燒煉)하는 일을 이른 것이다. 참동계의 주에, "옛날부터 《단서(丹書)》가 있어 화후(火侯)의 공용(功用)을 나타냈는데, 이것을 《화기(火記)》라 이른다." 하였다. 금단(金丹) 도가(道家)의 방사(方士)들이 금석(金石)을 정련하여 만든 단약(丹藥)으로, 이것을 복용하면 불로장생할 수 있다고 하는바, 《포박자(抱朴子)》 내편(内篇) 권1 〈금단(金丹)〉에 "금단의 본성은 오래 달굴수록 그 변화가 더욱더 신묘하다. 황금이 불 속에 들어가면 백 번을 정련해도 녹아 없어지지 않으며, 땅에 묻으면 이 세상이 다할 때까지 썩지 않는다.[金丹之為物, 燒之愈久, 變化愈妙. 黃金入火, 百鍊不消, 埋之畢天不朽.]"라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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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전에 강극재에게 지어 준 나의 〈농아〉 시542)에 염재가 차운하여 보내주었기에 주필로 화답하다 念齋次余年前贈姜克齋啞聾詩寄送, 走筆和之 극재가 귀머거리 된 뒤에 후창이 벙어리 되니 克齋爲聾後滄啞두 사람이 서로 가엾게 여겨 농아 노래 불렀다오 兩人相憐歌啞聾모르겠어라 염재는 무슨 일로 不識念齋何事者화답하며 장난삼아 공손룡543)을 만드는가 和歌戱作公孫龍순박한 풍속이 사라진 지 몇 천 년이런가 淳風已死幾千載옛사람은 아득히 멀어 만날 수 없구나 古人遙遙不可逢그대는 세속을 진작시킬 드높은 뜻이 있으니 君有千丈聳俗志홀로 우뚝이 선 모습이 태산과 같아라 屹屹獨立若岱宗교묘한 변론은 예로부터 사람의 거짓으로 귀결되고 巧辯從古歸人僞전일한 정신은 그 유래가 하늘의 총명에서 나온다오 專精由來出天聰허승의 귀 어두운 건 원래 문제될 게 없었고544) 許丞重聽元無傷금인의 입을 봉한 건 무려 세 겹으로 하였네545) 金人緘口三爲重이것은 내 마음을 실제로 수양하는 곳이니 此在吾心實修地어찌 질병에 의탁하여 용모를 가장하겠는가 豈至托病假粧容나는 섭생하는 방법에 능하지 못하니 而余不善攝生術두문불출한 지 삼 년 만에 중풍에 걸렸다오 杜門三載病於風남을 흉내 내는 것은 도리어 허물이 되지 않으랴 效嚬無乃反作尤잘못을 고치려다가 오히려 나쁘게 됨은 따를 수 없도다 矯枉過直不可從나는야 마음속에 아무 것도 없고자 하니 我欲心中無一事공평한 저울과 텅 빈 거울이 필요할 뿐이네 但要衡平與鑑空세상 습속에서 신병이 말끔히 완쾌되는 날에 世習身痾掃盡日즐거운 마음으로 화락하게 금종을 연주하리라 樂意融融鼓琴鍾 克齋爲聾後滄啞, 兩人相憐歌啞聾.不識念齋何事者, 和歌戱作公孫龍?淳風己死幾千載? 古人遙遙不可逢.君有千丈聳俗志, 屹屹獨立若岱宗.巧辯從古歸人僞.專精由來出天聰.許丞重聽元無傷, 金人緘口三爲重.此在吾心實修地, 豈至托病假粧容?而余不善攝生術, 杜門三載病於風效嚬無乃反作尤? 矯枉過直不可從.我欲心中無一事, 但要衡平與鑑空.世習身痾掃盡日, 樂意融融鼓琴鍾. 농아(聾啞) 시 앞에 실린 〈농아의 노래. 극재 강우에게 주다[啞而聾歌 贈克齋姜友]〉라는 시를 가리킨다. 《後滄集 卷31》 공손룡(公孫龍) 전국 시대 조(趙)나라의 변설가로, 명가(名家)를 대표하는 학자이다. 백마비마론(白馬非馬論)과 견백동이(堅白同異)의 궤변으로 알려져 있다. 허승(許丞)의……없었고 허승은 허씨(許氏) 성을 가진 현승(縣丞)을 가리킨다. 한(漢)나라 때 순리(循吏)인 황패(黃霸)가 영천 태수(潁川太守)로 있을 때, 독우(督郵)가 허승이 늙고 병들어 귀가 어둡다는 이유로 쫓아내려 하자, 황패가 "허승은 청렴한 관리이다. 비록 늙었지만 아직도 절하고 일어나 손님을 맞이하고 보낼 수 있으니, 귀가 어두운 게 무슨 문제가 되었는가.[許丞廉吏, 雖老尙能拜起送迎, 正頗重聽何傷?]"라고 한 고사가 있는데, 이를 원용하였다. 금인(金人)의……하였네 금인은 쇠나 구리 등으로 만든 사람의 상(像)이다. 공자(孔子)가 주(周)나라에 갔다가 태조 후직(后稷)의 사당에 들어갔더니 오른쪽에 금인(金人)이 서 있는데, 입은 세 겹으로 봉해져 있고, 등에는 "옛날에 말을 삼가던 사람이다."라고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孔子家語 卷3 觀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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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 도명【위석】에게 답함 答宗人道明【暐錫】 6월 7일의 편지가 8월 보름 즈음에 도착하여 비로소 보게 되었다고 하니, 어느 곳에서 지체되었는지 잘 모르겠는데 답장이 늦은 허물에 마음이 매우 편치 않습니다. 가을도 저물어 가는데 부모를 모시면서 기쁘고 즐거우며 기거하는데 건강한지 그리움과 걱정이 항상 간절합니다. 보내준 편지 가득 자세하고 길게 썼는데 대단히 꼼꼼하고 치밀하니, 다만 문사 저술의 공이 근래 더욱 발전할 뿐만 아니라 마음을 곧추 세워 발전하려는 의지를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나는 마음이 놓이면서 기쁘니, 우리 가문을 위하여 축하를 합니다. 오호라! 우리 가문이 쇠락이 오래되었습니다. 사방을 둘러보면서 항상 깊은 탄식을 일으키는데, 잘 모르겠는데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씨 과일의 소식170)이 혹시 이에 있는 것입니까. 대단히 노력하여 가정의 기대에 부응하며 가문을 흥기시킬 계책을 세우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게으름[懶]'에 대해 말하였는데, 이는 참으로 일반 사람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걱정거리입니다. 그러나 이는 뜻이 서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뜻이란 장수이며 기(氣)란 병사입니다. 뜻이 가는 곳에 기가 어찌 따르지 않겠습니까. 뜻이 이미 섰다면 또한 경(敬)으로 유지하고 학문으로 밝혀서 날로 달로 매진하여 조금도 멈추지 않는다면 이른바 '게으름[懶]' 한 글자는 햇볕에 눈 녹듯 사라질 것입니다. 주자의 시에서 "어려운 과정을 한번 힘들게 지나치면, 문득 척추가 한번 더 견고해지네."171)라고 하였으니, 이 말을 마땅히 유념해야 합니다. 六月七日書。至八月望間。始得見之。未知何處沈滯。而稽謝之咎。極爲未安。秋令載暮。侍省歡慶。起居百福。瞻溯每摯。示喩滿幅覶縷。極其縝密。不惟文辭著述之功。近益長長。而立心向上之意。藹然可觀。區區慰悅。竊自以爲吾門賀也。嗚乎。吾門之落莫久矣。瞻顧四方。每切喟然未知至於今日。而碩果消息。其或在是歟。千萬勉力。以塞家庭之望。以立門戶之策如何。一懶字云云。此固衆人通患。然此是志不立之故也志者帥也氣者卒徒也志之所至氣安得不從乎。志旣立矣。則又且敬以持之。學以明之。日月征邁。無容間斷。則所謂懶一字者。不啻若見睍矣。朱子詩曰捱得一番難境界。便添脊骨一番堅。此言當留念也。 씨과일의 소식 앞의〈답칠송순강회(答七松旬講會)〉에 보인다. 어려운……견고해지네 주자의 〈임중(任重)〉이란 시에 보이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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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세철 형덕 에게 지어 주다 ○기축년(1949) 贈張君世澈【炯德○己丑】 군의 재주와 학업을 옥처럼 갈고 닦아 擬君器業玉磨成명성을 백세에 떨치게 하려 한다오 可使聲譽百世鳴종국에 공자와 안연의 즐거움282)을 알고자 한다면 究境欲知孔顔樂처음에 사마광과 유안세의 성실함을 먼저 써야 한다네283) 入頭先用馬劉誠일월을 우러러보니 단심이 밝게 비추고 仰瞻日月丹心照천지에 홀로 우뚝 서니 호연지기가 솟아나네 獨立乾坤浩氣生문 밖의 봉산284)은 온통 짙푸른 빛깔인데 門外蓬山蒼一色서로 바라보며 글로 쓰지 않는 맹세를 맺으리라285) 相看應結不書盟 擬君器業玉磨成, 可使聲譽百世鳴.究境欲知孔顔樂, 入頭先用馬劉誠.仰瞻日月丹心照, 獨立乾坤浩氣生.門外蓬山蒼一色, 相看應結不書盟. 공자(孔子)와 안연(顔淵)의 즐거움 가난한 생활을 편안하게 여기고 도를 추구하는 즐거움을 말한다. 공자가 일찍이 제자 안연을 칭찬하기를 "어질다, 안회(顔回)여. 한 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음료로 누추한 마을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그 근심을 견뎌 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을 고치지 않으니, 어질다, 안회여![賢哉, 回也. 一簞食一瓢飮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 回也!]"라고 하였다. 《論語 雍也》 사마광(司馬光)과 유안세(劉安世)의 성실함 송(宋)나라의 유안세가 일찍이 스승 사마광에게 마음을 다하고 몸을 행하는 요점 중에 종신토록 행할 만한 것을 묻자, 사마광은 "성실함일 것이다.[其誠乎.]"라고 대답하였다. 다시 유안세가 "이것을 행하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사마광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음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自不妄語始.]"라고 한 고사에서 온 말이다. 봉산(蓬山)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에 있는 봉래산(蓬萊山)을 가리킨다. 서로……맺으리라 봉래산과 맹세를 맺는다는 것은 장차 속세를 떠나 봉래산에 은거할 것을 맹세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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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을 근심하다 憂學 시청은 늘 외물과 사귀는 걸 근심해야 하고287) 視聽常憂物物交마음은 띠풀이 길을 막을까 두려워해야 한다오288) 心官却怕塞蹊茅치지는 밝게 비추는 등롱불과 같아야 하고 致知要似燈籠照처의는 거문고 기러기발에 아교를 칠하지 말아야 하네289) 處義休將瑟柱膠소로는 자기 분수에 편안함을 추구할 뿐이었고290) 邵老只求安己分자운은 남의 조롱을 해명하느라 일이 많았다네291) 子雲多事解人嘲가을 오자 금단292)을 바라는 마음이 점점 절실해지니 秋來轉切金丹望언제나 공이 이루어져 상제의 가르침에 감격할거나 何日功成感帝敎 視聽常憂物物交, 心官却怕塞蹊茅.致知要似燈籠照, 處義休將瑟柱膠.邵老只求安己分, 子雲多事解人嘲.秋來轉切金丹望, 何日功成感帝敎? 시청(視聽)은……하고 송(宋)나라 정이(程頤)의 사물잠(四勿箴) 가운데 〈시잠(視箴)〉에 "외물의 가림이 눈앞에서 사귀면, 마음은 그리로 옮겨간다.[蔽交於前, 其中則遷.]"라고 하고, 〈청잠(聽箴)〉에 "지각이 외물에 유혹되고 외물과 동화하여, 마침내 그 바름을 잃게 된다.[知誘物化, 遂亡其正.]"라고 하였는데, 이를 원용하여 이렇게 말한 것이다. 마음은……한다오 맹자(孟子)가 고자(高子)에게 "산속의 오솔길이 잠깐 사용하면 길을 이루고, 한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띠풀이 자라 길을 막나니, 지금 띠풀이 그대의 마음을 꽉 막고 있구나.[山徑之蹊間, 介然用之而成路, 爲間不用則茅塞之矣. 今茅塞子之心矣.]"라고 말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의리(義理)의 마음이 사욕에 의하여 꽉 막힌 것을 뜻한다. 《孟子 盡心下》 거문고……하네 조(趙)나라의 명신 인상여(藺相如)가 조괄(趙括)에 대해 "왕께서 명망이 있다는 이유로 조괄을 쓰는 것은 기러기발에 아교를 칠해 놓고 거문고를 연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조괄은 한갓 그의 아비가 지은 책만 읽어서 임기응변할 줄을 모릅니다.[王以名使括, 若膠柱而鼓瑟耳. 括徒能讀其父書傳, 不知合變也.]"라고 말한 고사를 가지고 이렇게 말한 것이다. 즉 고지식하여 융통성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史記 卷81 廉頗藺相如列傳》 소로(邵老)는……뿐이었고 소로는 송(宋)나라의 학자인 소옹(邵雍)으로, 그의 자는 요부(堯夫), 호는 안락와(安樂窩), 시호는 강절(康節)이다. 그의 〈어느 곳이 선향인가[何處是仙鄕]〉 시에 "만일 분수를 편안히 여길 수 있다면, 모두가 유별난 생각보다 나을 것일세.[若能安得分, 都勝別思量.]"라고 하였다. 《擊壤集 卷13》 자운(子雲)은……많았다네 자운은 전한(前漢) 말기의 학자 양웅(揚雄)의 자이다. 그는 젊어서부터 학문을 좋아하고 사부(辭賦)를 잘 지었으며, 빈천하면서도 부귀영달에 급급하지 않았다. 《주역》을 모방하여 《태현경(太玄經)》을 짓고 《논어》를 본떠 《법언(法言)》을 지었는데 글이 아주 심오하였다. 양웅이 애제(哀帝) 때 승진할 생각은 하지 않고 《태현경》을 지으면서 담박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는데, 혹자가 그에게 도가 아직 깊지 못해서 곤궁한 게 아니냐고 조롱하자, 그가 〈해조부(解嘲賦)〉를 지어 혹자의 조롱을 해명한 고사가 있다. 《漢書 卷87 揚雄傳》 금단(金丹) 고대에 방술사들이 연금(煉金)하여 만들었다는 단약(丹藥)으로, 이 약을 먹으면 장생불로(長生不老)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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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자의 설로 재차 장세철에게 지어 주다 欽字再贈張世澈 성문의 흠자는 당요로부터 비롯되었으니293) 聖門欽字自唐堯한 번 공부에 착수하면 만악이 사라진다오 一著工夫萬惡消여기에 학문을 힘쓰면 시종을 이룰 수 있고 勉學於斯成始末이로써 경전을 궁구하면 강목을 꿰뚫을 수 있네 窮經以是貫綱條맑은 마음은 네모난 연못의 물과 같고294) 澄心有若方塘水전일한 뜻은 외나무다리를 건널 때처럼 해야 하네295) 專意須如獨木橋추자의 우산장296)을 그대는 한번 읽어보게나 鄒子牛山君試讀허명한 기상이 새벽에 보존되어 있다오297) 虛明氣像在平朝 聖門欽字自唐堯, 一著工夫萬惡消.勉學於斯成始末, 窮經以是貫綱條.澄心有若方塘水, 專意須如獨木橋.鄒子牛山君試讀, 虛明氣像在平朝. 성문(聖門)의……비롯되었으니 《서경》 〈요전(堯典)〉에서 요(堯) 임금의 덕을 칭송하면서 "공경하고 밝고 문채 나고 생각함이 편안하고 편안하다.[欽明文思安安]"라고 하였는데, 이를 두고 이렇게 말한 것이다. 맑은……같고 원문의 방당(方塘)은 사람의 마음 곧 방촌(方寸)을 비유한 것이다. 남송(南宋) 주희(朱熹)의 〈관서유감이수(觀書有感二首)〉 시에 "반 이랑 네모난 연못에 한 거울이 열리어, 하늘 빛 구름 그림자가 함께 배회하누나. 묻노니 너는 어찌 이렇게 맑을 수가 있느뇨, 근원에서 흐르는 물이 내려오기 때문이겠지.[半畝方塘一鑑開, 天光雲影共徘徊. 問渠那得淸如許? 爲有源頭活水來.]"라고 하였다. 《晦庵集 卷2》 전일한……하네 외나무다리는 위태로운 상황을 비유하는 말로, 외나무다리를 건널 때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뜻을 전일하게 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9 복주(福州) 대안선사(大安禪師) 조에 "사람이 무거운 짐을 지고 독목교 위를 지날 때 또한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해야 한다.[如人負重擔, 從獨木橋上過, 亦不敎失脚.]"라고 하였다. 추자(鄒子)의 우산장(牛山章) 추자는 추(鄒) 땅 사람인 맹자(孟子)를 가리킨다. 우산장은 《맹자》 〈고자 상(告子上)〉의 장명이다. 이 우산장에는 사람의 양심(良心)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 말하였는데, 양심을 기르자면 우산(牛山)에서 자라고 있는 초목의 야기(夜氣)를 잘 보전시켜 주는 것과 같이해야 한다고 하였다. 허명(虛名)한……있다오 허명한 기상은 맹자(孟子)가 말한 야기(夜氣)로, 사람이 본래 가지고 태어나는 인의(仁義)의 선한 양심을 이른다. 《맹자》 〈고자 상(告子上)〉의 이른바 '우산장(牛山章)'에 "밤에 자라나는 바와 새벽의 맑은 기운에 그 좋아하고 미워함이 남들과 서로 가까운 것이 얼마 되지 않는데 낮에 하는 소행이 이것을 짓눌러 없애니, 짓눌러 없애기를 반복하면 야기가 족히 보존될 수 없고, 야기가 보존될 수 없으면 금수와 거리가 멀지 않게 된다.[其日夜之所息、平旦之氣, 其好惡與人相近也者幾希, 則其旦晝之所爲, 有梏亡之矣. 梏之反覆, 則其夜氣不足以存; 夜氣不足以存, 則其違禽獸不遠矣.]"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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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일에게 답함 答奇會一 종이 한 장의 조령(詔令)으로 억만 명의 백성이 다시 살아나는 날이 되었으니 옛날에 이르던 "광패한 장수와 억센 병졸들이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가 없는 일"을 오늘 다시 보았습니다. 노형(老兄)께서 먼 골짜기의 벗이 괴롭고 울적한 상황을 염려하여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기쁜 소식을 전해주시니 감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다만 팔도 각처에서 의(義)를 외치는 목소리가 드높건만 오직 이 호남만 공허합니다. 시세(時勢)와 역량이 같지 않기 때문일까요? 안위(安危)의 향배가 일찍이 이번 거조(擧措)에 달려 있으니, 이를 격려하고 징계하는 것이 중흥의 기본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어찌 알겠습니까? 노형께서 이러한 때 소장(疏章)을 올려 한 도의 여망에 부응할 수 있었으니 또한 천하에 할 말이 있게 되었습니다. 근래 사대부들이 안락함에 빠져서 구차스럽게 눈앞의 계책만 바라고 천년이 지나도록 전에 없던 변고에 길들여진 것은 모두 개화(開化) 때문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세워야 하는 계책은 두발(頭髮)과 의복이 옛 제도를 회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삭(正朔), 명호(名號), 관작(官爵), 격식(格式)이 하나하나 정상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부자(夫子)께 말씀하신 정명(正名)의 뜻입니다. 이에 밝게 조서(詔書)를 내려 하늘 아래 함께 살 수 없고 죽음만 있고 삶은 없다는 뜻을 유시(諭示)하고 팔도에 널리 고하여 만백성의 눈과 귀를 일깨워 순역(順逆), 사정(邪正), 취사(取舍), 향배(向背)의 분별을 알게 하고, 위망(威望)을 지니고 책략을 갖춘 충정(忠正)한 자를 택하여 각 도의 방백(方伯) 및 병사를 모집하는 임무를 맡기셨습니다. 또 열읍(列邑)에서도 각각 1인을 택하여 군비(軍備)를 크게 일으켜 날마다 훈련하고 연변(沿邊)의 지형을 잘 살펴서 모든 요해처(要害處)에 방수(防守)와 요격(邀擊)의 계책을 세우는 것은, 오늘날 결코 그만둘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노형의 상소가 이미 발단이 되었으니 또 이러한 뜻으로 두 번 상소하고 세 번 상소하는 것 또한 어찌하여 하지 못하겠습니까? 이미 올린 상소가 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하여 마음속으로 스스로 책망해서는 안 될 듯합니다. 스스로 생각건대 보잘것없는 제가 지위를 벗어나고 말에 분수가 없어 죄송스럽습니다. 그저 노형과 어울려 친하게 지낸다는 것만 믿고 감히 어리석은 생각을 늘어놓았습니다. 보시고 태워버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一紙溫綸。是億萬生靈再造之日。古所謂狂將悍卒。無不感泣者。又見於今日矣。老兄爲念遐峽友朋苦鬱之狀。不留晷刻。而示且喜報。感謝萬萬。但八路諸處。義聲崢嶸。而惟此湖南。及寥寥焉。是其時勢事力有不同者耶。安危向背。未嘗不在今番一擧措之間。激勵懲創。安知不爲中興基本也。老兄此時進章。可以塞一路之望。而亦足有辭於天下也。近來士大夫。狃於宴安。苟冀目前之計。而馴致一千年無前之變者。皆是開化之爲也。今者之計。不但頭髮衣服之復古。如正朔名號。官爵格式。一一反正。此夫子所謂正名之義也。於是明降詔旨。諭以不共戴天。有死無生之意。洞告八域。以醒萬民之耳目。俾知順逆邪正取舍向背之分。擇忠正有威望有謀畧者。以充諸路方伯及召募之任。又自列邑。各擇一人大作武備。日日練習。審察沿邊地形。凡於要害處。爲據守邀擊之計。此在今日而爲決不可已者也。然則老兄之疏。旣爲發端。又以此意再疏三疏。亦何不可之有哉。恐不可以已進之疏。爲過時而自咎於心也。自惟無狀。出位而言高。罪也罪也。只信和愛。敢布狂瞽。幸覽而火之。如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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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곡 배공【상섭】에게 보냄 與隱谷裴公【相涉】 천만뜻밖으로 덕문(德門)이 불행하여 갑자기 둘째 영랑(令郞)의 상사(喪事)를 당하였으니 이것이 무슨 말이고 이것이 무슨 일입니까. 난초가 불타고 보옥이 깨지는 일이 세상에 간혹 있기는 하지만, 어찌 우리 존장(尊丈)께서 만년에 이런 일을 겪으리라고 생각하였겠습니까. 삼가 생각건대 자애(慈愛)가 매우 지극하고 교회(敎誨)가 참으로 독실하여 우리의 기대가 일찍부터 훗날 존장께서 문호를 세우는 계책에 달려 있었건만, 갑자기 중간에 멈추게 되었으니 참혹한 슬픔을 어찌 견디고 어찌 억누르겠습니까. 사람을 저도 모르게 넋이 나가고 뼈가 으스러지게 만듭니다. 의림(義林)은 지난 몇 년 동안의 신세가 낚시에 걸린 물고기와 같아서 병이 들었을 때는 의원(醫員)을 찾고 약을 수소문하지도 못하였고 세상을 떠났을 때도 반함(飯含)60)하는 것을 보거나 상여를 끄는 예를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이것이 어찌 인정(人情)이겠습니까. 부끄럽게도 유명(幽明)을 저버렸으니 비통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오늘 계원(啓元)61)의 편지를 받았는데, 대체로 병중에 있으면서 작별을 고하는 글이었습니다. 글의 내용이 가슴 아프고 슬퍼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의 병이 매우 위태롭지는 않은 듯하였건만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입니까. 예전에 종유하던 이들을 생각하니 정일(正一)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계원이 또 이와 같습니다. 위를 우러러보고 아래를 굽어보아도 심사(心事)가 잊히지 않으니 마음을 둘 방도를 모르겠습니다. 그렇더라도 세상의 온갖 일이 모두 이렇습니다. 앞에 놓인 운명은 넘지 못하는 쇠 문턱이라 인력으로 바꿀 수가 없습니다. 백어(伯魚)62)도 일찍 죽었고 수지(受之)63)도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공자(孔子), 주자(朱子) 같은 성현(聖賢)조차도 일찍이 이런 일을 당하였으니 명(命)을 어찌하겠습니까? 운(運)을 어찌하겠습니까? 부디 이치에 따라 상황을 넘기며 자신을 위로하시기 바랍니다. 千萬料外。德門不幸。第二郞遽至大故。此何言此何事。蘭焚玉碎。世或有之。而豈謂吾丈晩年遭此耶。伏惟慈愛深至。敎誨誠篤。所以期望未嘗不在於他目門戶之計。而遽爾中閼。悲慘之酷。何以支抑。令人不覺銷魂而鑠骨。義林年來身世。如魚掛鉤。病未有尋醫問藥之節。死未有視含執紼之禮。此豈人情耶。愧負幽明。萬萬悲慘。今日得啓元書。蓋病中告訣文也。辭意悲愴。不覺出涕。其病若不十分危殆。豈至若是也。念昔從遊。正一已逝。啓元又如此。俯仰耿耿。不知所以置心。雖然人間萬事皆是。前程鐵限。非人力所可移易。伯魚早卒。受之先死。以孔朱聖賢。猶嘗遭此。命也奈何。運也奈何。伏乞遣理自寬。 반함(飯含) 습(襲)을 하기 전 시신을 목욕시킨 뒤 진주, 생쌀, 조개 등을 죽은 이의 입에 넣어 아름답게 장식하는 의절이다. 반(飯)은 신분에 따라 잘게 부순 옥(玉)을 쌀과 섞은 함옥(含玉), 수수, 기장 등으로 입 안을 가득 채우는 것이고, 함(含)은 옥, 조개 등으로 양쪽 어금니 부분과 입 중앙에 놓는 것이다. 반함은 죽은 이에게 음식을 봉양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비어 있는 입을 차마 볼 수가 없어 아름답게 장식함으로써 죽은 이를 존귀하게 대한다는 뜻에서 하는 것이다. 계원(啓元) 문송규(文頌奎, 1859~1888)의 자이다. 본관은 남평(南平), 호는 구암(龜巖)이다. 전라남도 화순 출신으로, 하락이수(河洛理數)와 천문(天文)의 물상을 확연하게 융회하였다.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의 문하에서 수학하여 학문의 요체를 깨닫고, 심성과 이기의 묘리를 세밀하게 분석하였다. 백어(伯魚) 공자(孔子)의 아들이다. 수지(受之) 수지는 주희(朱熹)의 장남 주숙(朱塾)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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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중64)【인진】에게 보냄 與朴學中【麟鎭】 이번 심부름꾼이 와서 형의 병환이 근래 현저하게 줄어든 효과가 있다고 들었으니 위로가 됩니다. 우리는 나이가 이미 한평생의 반을 넘겼으니 건강하고 평안하더라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또다시 이처럼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음에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아우도 일전에 감기로 2, 3일간 괴로웠으며 남은 증상이 아직도 시원스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경립(景立)의 인후통(咽喉痛)은 잘못한 일 없이 생긴 병이니 장차 오래지 않아 평상을 회복할 것입니다. 옛날에 회재 선생(晦齋先生)65)이 이 병에 걸려서 소리를 내어 책을 읽지 못하고 단지 눈으로 읽고 사색하셨지만 끝내 대유(大儒)가 되었습니다. 경립만 이렇게 할 수 없다고 누가 생각하겠습니까. 모름지기 금기(禁忌)를 통렬하게 끊고 간간이 약이 되는 음식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을 묘방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송규(宋圭)는 집을 그리워하는 얼굴빛을 하지 않는 때가 없지만, 이것은 그 또래 아이들의 상정(常情)입니다. 대체로 이 아이는 자질은 매우 순수하지만 용맹스러운 기개가 부족합니다. 몸가짐을 삼가고 스스로 조심하는 선비가 되는 것은 염려가 없겠으나 큰일을 하는 자리에 나아가자면 각별히 진작(振作)하고 확충한 다음에야 도달할 수 있겠습니다. 끝내 스스로 힘쓰는 방도를 갖출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此使之來。承聞兄愼節。比有顯減之效。爲慰爲慰。吾輩年紀。已過半生。雖康健無故。會合無幾。况疾病沈淹。又復如是乎。弟於日前。亦以感崇叫苦數三日。餘症尙不見快耳。景立喉痛。是無妄之疾。行當非久復常。昔晦齋先生有此病。不能出聲讀書。但看閱思索。而終成大儒。孰謂景立獨不能辨此乎。須痛絶禁忌。間以藥餌調和爲妙。宋圭每不無思家之色。此是兒曹常情。大抵此兒。姿質極其淳慈。而猛氣不足其爲謹勅之士。則無慮矣。而進就大有爲之地。別有振作開拓然後。可以到之。未知終當有以自勵耶。 박학중 학중(學中)은 박인진(朴麟鎭, 1846∼1895)의 자(字)이다. 박인진의 본관은 밀양(密陽)이고 호는 우인(愚忍), 즉이재(則以齋)이다. 회재 선생(晦齋先生) 이언적(李彦迪, 1491~1553)을 말한다. 이언적의 자는 복고(復古), 호는 회재, 시호는 문원(文元)이다. 우찬성 등을 지냈으며 옥산서원(玉山書院)에 모셔져 있다. 성리학에 조예가 깊었고 퇴계 이황에게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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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중에게 보냄 與朴學仲 두 차례 나아가 안부를 살폈으나 짧은 사이에 물러나서 온밤을 병고에 시달리는 회포를 위로해드리지 못하였습니다. 인정과 도리에 매우 온당치 않았더라도 형편에 구애를 받으니 어찌하겠습니까? 매우 부끄럽고 서글펐습니다. 다만 노형(老兄)의 병화(病禍)를 보건대 짧은 시간에 생긴 극질(劇疾)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하루 아침저녁 사이로 성급하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우선 모름지기 마음을 안정시키고 기운을 차분하게 가라앉힌 다음에야 마음의 화(火)가 가라앉고 울적한 기분이 풀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병을 다스리는 첫 번째 약방(藥方)입니다. 지난번에 형의 뜻을 보았더니 온통 빨리 치료하려고만 하면서 감내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지니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인정으로 볼 때 참으로 응당 이와 같겠지만 상처가 크면 시일이 오래 걸립니다. 어찌 이렇게 위중한 병증(病症)을 만나서 아주 짧은 시간에 나을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이치는 없습니다. 설령 있더라도 근본 원인을 다스리지 못하면 도리어 나중에 치료하기 어려운 증상으로 바뀝니다. 남조(南朝) 범운(范雲)의 일66)을 보지 못하였습니까. 서둘러 급하게 치료하고자 한다면 무익할 뿐만 아니라 또 해가 됩니다. 또 슬하에서 병시중을 드는 사람이 그 뜻을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바라건대 형께서는 생각을 편하게 갖고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혀 생사(生死)는 천옹(天翁)에게 맡기고 영췌(榮悴)는 조옹(造翁)에게 맡긴 채 이따금 입맛을 돋우는 초목(草木)의 반찬과 조제한 약물(藥物)로 기운을 보완하는 일을 빠트리지 마십시오. 며칠이나 몇 달을 기한으로 삼는다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하늘이 화락한 군자를 돕는 이치가 어긋나지 않으니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또 자제들의 정성과 효심으로 어찌 하늘이 감동하여 쇠약한 양기가 회복되는 날이 없겠습니까. 兩度進省。霎然告退。未得慰一夕病苦之懷。此於情理。雖極未穩。而其於勢有所拘何。深用歉悵第觀老兄病祟。非一時劇疾之比。恐難以一朝一夕。遽責其效。先須安定其心。平易其氣然後。心火得以降下。氣鬱得以舒散。此是治病第一藥也。向見兄意。切欲急速救治。而有不能堪耐鎭定之狀。此在人情。固應如此。然創巨則爲日久矣。豈有遭此重症而頃刻可愈者乎。此是所無之理。設或有之。根據未化。轉成他日難醫之症。獨不見南朝范雲之事。欲速副急。非徒無益。而又害之。且膝下侍病之人。何以當其意乎。願兄平心坦懷。付死生於天翁。委榮悴於造翁。時以草木之滋。刀圭之劑。珍補無闕。限以幾日幾月。可收其功也。况天佑愷悌。其理不忒。且諸郞誠孝。豈無感天回陽之日乎。 남조(南朝) 범운(范雲)의 일 옛날 남조(南朝)의 범운(范雲)이 진무제(陳武帝)의 속관(屬官)으로 있었는데 상한병에 걸려 왕이 주는 영예를 받지 못할까 염려하여 서문백(徐文伯)을 청하여 땀을 빨리 내줄 것을 간청하였다. 문백이 말하기를 "지금 당장 낫게 하기는 아주 쉽지만 다만 2년 후에 죽을 것이 염려스럽다."라고 하였다. 범운이 "아침에 좋은 말을 듣고 저녁에 죽어도 좋은데 어찌 2년 후의 일을 가지고 두려워하겠는가"고 말하자 문백은 곧 방을 덥힌 다음 복숭아잎을 펴고 범운을 그 위에 눕혔다. 얼마쯤 있다가 땀이 푹 난 다음 온분(溫粉)을 몸에 뿌려 주니 다음날 병이 나았다. 범운이 매우 기뻐하였다. 문백이 기뻐할 것이 아니라고 하더니 과연 2년 만에 범운이 죽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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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일【영만】에게 보냄 與趙和一【泳萬】 동문(同門)이 수십 년이 지난 뒤 흰머리의 늙은이가 되고서야 비로소 얼굴을 보았습니다. 사람의 일이 어긋나는 것이 온통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지난번 유람은 한 세상에서 덕이 융성한 분들과 동문의 옛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아 방장산(方丈山 지리산)의 명구 승지(名區勝地)에서 한가롭고 여유 있게 보낼 수 있었으니, 오직 이 일만이 이른바 "동우(東隅)에 잃고 상유(桑楡)에 수습하는"68) 것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감격스럽고 위로가 됩니다. 가을 기운이 점점 스산해지는데 부모님을 모시고 지내시는 안부는 더욱 건강하신지 모르겠습니다. 멀리서 그리워하는 마음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아우는 집으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나도록 남은 피로가 사람을 괴롭히지만, 노쇠한 지경의 허약한 몸이니 당연한 형세일 따름입니다. 근래 영남의 상황은 어떠한지요? 외진 곳이라 들리는 소식이 없으니 늘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 일의 실마리를 찾자면 당장은 미리 헤아리지 못하지만, 동문 가운데 노성(老成)하고 기력(氣力)을 지녀 의지할 만하기로 노형(老兄)을 능가하는 이가 없습니다. 바라건대 모름지기 자세히 살피고 꼼꼼하게 따져서 일의 체모를 잃지 않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총계 정사(叢桂精舍)의 속운(續韻)69)은 지난번 어지러운 여정(旅程) 중에 다급하게 엮은 것이라서 매우 말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윤색(潤色)을 했으나 역시 예전의 기량(伎倆)을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적어 올리니 지난번 것을 대체해 주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同門數十年。至於老白首。而乃始面焉。人事差池。一至於是耶。然曩日之遊。俱得一世長德。同門舊要。從容敘暢於方丈名勝之區。所謂失之東隅。收之桑楡者。惟此一事可以當之。感感慰慰。未審秋氣漸肅。侍傍節宣。體事增重。遠溯不任。弟歸巢有日餘憊惱人。衰境孱質。勢固然耳。嶺中爻象。近來云何。僻居無聞。每切悶鬱。此事究緖。故未豫料而同門老成。有氣力可倚仗。無過於老兄。幸須詳審周察。無失事體。如何。叢桂精舍續韻。向於旅撓中。悤悤構作太不成語。今加潤色。亦不免前日伎倆。玆以書上用以替舊。如何。 동우(東隅)에……수습하는 후한(後漢) 때의 장수인 풍이(馮異)가 적미(赤眉)의 난을 토벌하기 위해 나섰다가 처음 싸움에서 대패하고, 얼마 뒤에 다시 군사를 정비하여 적미의 군대를 격파하였는데, 황제가 친히 글을 내려 위로하기를 "처음에는 회계에서 깃을 접었으나 나중에는 민지에서 떨쳐 비상하니, '동우에 잃었다 상유에 수습하였다.'라고 할만하다.【始雖垂翅回谿 終能奮翼黽池 可謂失之東隅 收之桑榆】"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동우(東隅)'는 동쪽 모퉁이로 해가 뜨는 곳인데 젊은 시절을 가리키고, '상유(桑楡)'는 뽕나무와 느릅나무로 해가 지는 곳을 가리키며 만년을 비유한다. 《後漢書 卷47 馮異列傳》 총계 정사(叢桂精舍)의 속운(續韻) 《일신재집(日新齋集)》 권1에 실려 있는 〈제조우화일총계정사(題趙友和一叢桂精舍)〉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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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행오72)【달삼】에게 보냄 與安行五【達三】 강가의 이별이 매우 총망(悤忙)하였고 천 리 멀리 산과 바다로 헤어진 것이 한자리에 모였던 친분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은 역시 마음과 뜻이 자연스럽게 호응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다행스러움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날 강가에서 길을 떠나고부터 궁벽한 바닷가에 눈바람이 몰아쳤는데 한 조각 조그만 배로 조천(朝天 제주시 조천리(朝天里))까지 무사히 당도하셨습니까? 소식이 아득하니 잠시도 걱정을 떨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사는 곳이 서로 멀리 떨어져 학문과 덕행을 닦는 도리는 끊임없이 이어지지 못하더라도 물러나 스스로 학문을 닦아 헛된 명성으로 결말이 나지 않는다면 의지하고 서로를 보면서 감동하는 것이 어찌 적다고 하겠습니까? 좌하(座下)께서는 남쪽 지역의 시골 모퉁이에서 몸을 일으켜 천 리 멀리 북쪽으로 유학을 오셨으니 뜻이 장대하다고 이를 만하고 성의가 독실하다고 이를 만합니다. 어찌 언언(言偃)73)과 진량(陳良)74)만 옛 시대에서 미명(美名)을 독차지하겠습니까. 바라건대 힘써 노력하여 우리 선생께서 권애(眷愛)하신 뜻에 부응하고 이 영주(瀛州 제주도)의 시골 모퉁이가 문교(文敎)에 밝고 도리에 앞장서는 고을로 이름을 드날리게 하심이 어떻겠습니까? 이우(李友) 경운(慶雲)은 비록 평소 교분은 없지만 우러러 흠앙한 지 오래입니다. 그와 더불어 책상을 나란히 하고 마주 앉아 토론한다면 날로 서로에게 좋은 점을 본받는 유익함이 있을 것입니다. 영윤(令允)은 자질이 매우 아름다우니 세속인들이 자제를 가르치는 방도로 가르치지 마시고 한결같이 《소학(小學)》의 예에 따라 날로 북돋아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江上一別。非不悤劇。而山海千里。使不失一席雅分者。亦聲氣自然之應也。何幸如之。自江上那日啓程。而風雪窮海。一片孤帆。好抵朝天耶。信息杳然。是庸耿耿。吾儕所居落落。其於切磋之道。縱未源源。惟當退而自修。不爲虛聲所歸。則其所以依藉觀感。豈淺淺哉。惟座下崛起南隅。千里北學。其志可謂壯。而其誠可謂篤矣。言偃陳良。豈專美於古也。願克加勉旃。以副我先生眷愛之意。而使此瀛州一隅。擅爲文明倡道之鄕。如何。李友慶雲。雖無雅分。傾仰則久矣。與之連丌對討。日有相觀之益耶。令允才質甚佳勿以世俗所以敎其子弟者。敎之。而一依小學例。日加栽培。如何。 안행오(安行五) 행오는 안달삼(安達三, 1837~1886)의 자이다. 안달삼의 호는 소백(小柏)이며 제주도 조천(朝天) 출신으로 기정진의 문인이다. 언언(言偃) 공문십철(孔門十哲) 가운데 정사에 능했던 제자이다. 자(字)는 자유(子游)이고 오(吳)나라 사람이다. 노(魯)나라 무성(武城)의 원으로 있으면서, 담대멸명(澹臺滅明)이 어진 사람임을 알고 등용하였다. 진량(陳良) 전국 시대 비속(鄙俗)한 남초(南楚) 지역 사람이다. 《맹자》 〈등문공 상(滕文公上)〉에 "진량은 초(楚)나라 사람인데 주공(周公)과 공자의 도를 사모하여 북쪽으로 가서 중국에서 공부했다."라는 구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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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정164)에 올라 민단암165)의 시에 차운하다 上龍頭亭次閔丹巖韻 영락한 벼슬 못한 선비들이 용두정에 모여 布衣零落會龍頭급제166)하여 옛날 노닐었던 것 추억하며 말하네 追說龍頭昔日遊저물어가는 삼월이라 안개 낀 경치 애처로워라 煙景堪憐三月暮아름다운 온갖 인연은 상전벽해되었으니 어이하리 滄桑其柰萬緣休쌓인 회포는 정녕 교산167)과 함께 높아지고 積懷定與蛟山屹깊은 한은 요수168)에 띄워 보내기가 어렵네 深恨難將蓼水流만년에 친구 얻어 한 말 술을 마시자 晩得故人斟斗酒티끌 씻기니 옥경169)의 누대보다 훨씬 나은듯 滌塵勝似玉京樓 布衣零落會龍頭, 追說龍頭昔日遊.煙景堪憐三月暮, 滄桑其柰萬緣休?積懷定與蛟山屹, 深恨難將蓼水流.晩得故人斟斗酒, 滌塵勝似玉京樓. 용두정(龍頭亭) 전라북도 남원군(南原郡)에 있는 정자이다. 민단암(閔丹巖) 단암은 민진원(閔鎭遠, 1664~1736)의 호이다. 본관은 영흥(驪興), 자는 성유(聖猷), 다른 호는 세심(洗心)ㆍ민기(閔機),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숙종비 인현왕후(仁顯王后)의 오빠이자 우참찬 민진후(閔鎭厚)의 동생이며, 송시열의 문인이다. 저서에 《단암주의(丹巖奏議)》·《연행록(燕行錄)》·《단암만록(丹巖漫錄)》·《민문충공주의(閔文忠公奏議)》 등이 있다. 급제(及第) 원문의 '용두(龍頭)'는 용의 머리란 뜻으로, 과거에 장원급제하거나 장원급제한 사람에 대한 별칭으로 쓰인다. 교산(蛟山) 교룡산(蛟龍山)을 가리키는 것으로, 전북 남원시에 있는 산이다. 요수(蓼水) 전라북도 남원시 동충동과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 대성리 사이를 흐르는 하천을 말한다. 옥경(玉京) 백옥경(白玉京)의 준말로, 천제(天帝) 혹은 신선이 상주하는 곳이다. 하늘나라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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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산의 편액 뒤에 제하다 題晦山扁額後 회암 스승 뒤에 회산175)이 태어났으니 晦菴師後晦山生천년토록 존경하는 마음 아니 들랴 莫是千秋景仰情안씨176)는 순임금을 바람이 어쩌면 그리도 간절한가 顔氏希虞一何切장경도 인상여를 사모함이 일찍이 가볍지 않았네177) 長卿慕藺不曾輕무언가 하려면 굳이 표방을 싫어할 필요 없고 有爲未必嫌標榜의리 생각하며 오직 이름 지음을 돌아봐야 하네 思義惟當顧命名영서연설178)을 풀이해서 말하지 마오 休道郢書燕說解회산옹의 마음 본래 절로 고명한 것을 翁心本自向高明 晦菴師後晦山生, 莫是千秋景仰情?顔氏希虞一何切? 長卿慕藺不曾輕.有爲未必嫌標傍, 思義惟當顧命名.休道郢書燕說解, 翁心本自向高明. 회산(晦山) 이택환(李宅煥, 1854~1924)의 호이다. 안씨(顔氏) 공자의 제자인 안회(顔回)를 이른다. 장경(長卿)은……않았네 장경은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자인데, 전국 시대 조(趙)나라 인상여를 사모하여 스스로 '상여'라고 개명하였다. 장경은 경제(景帝) 때에 〈자허부(子虛賦)〉를 지어 명성을 떨쳤다. 그의 사부(辭賦)는 화려한 것으로 유명하며, 한(漢)ㆍ위(魏)ㆍ육조(六朝) 문인의 모범이 되었다. 인상여는 진(秦)나라가 조나라의 진귀한 구슬인 화씨벽(和氏璧)을 15개 성과 바꾸자는 거짓말로 빼앗으려 하였는데, 인상여가 구슬을 들고서 기둥을 흘겨보며 "억지로 빼앗으려 하면 기둥에 대고 구슬을 머리로 내리쳐 함께 부서지겠다."라고 하여 구슬을 온전히 되가져 올 수 있었다. 《史記 卷81 廉頗藺相如列傳》 영서연설(郢書燕說) 글의 본뜻을 곡해하고 천착하여 억지로 끌어다 붙인다는 뜻이다. 초나라 영 지방 사람이 연나라 정승에게 외교문서를 보내려고 하였다. 밤에 외교문서를 쓰는데 불이 어둡기에 촛불을 들고 있는 자에게 "촛불을 들라."라고 말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외교문서 안에 '거촉(擧燭)'이란 두 글자를 써넣고 말았다. 그런데 국서를 받은 연나라 정승은 이 외교문서를 읽으며 설명하기를 "거촉은 밝음을 숭상한 것이니, 밝음을 숭상하는 자는 어진 이를 천거하여 맡길 것입니다."라고 왕에게 아뢰었다고 한다. 《韓非子 外儲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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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해 노동 에게 지어 주다 2수 贈金杏海【魯東○二首】 금학산 속에 은거하는 모습을 보니 金鶴山中見隱淪퇴폐한 풍속 함께하여 광진을 뒤섞지 않는구나127) 不同頹俗混光塵비바람 겨우 가릴 담장이 둘러 있는 세 칸의 집이요 環堵風雨三間屋세상을 덮을 만한 재기가 넘쳐나는 칠 척의 몸일세 蓋世才豪七尺身훗날 냇물 건너는 노128)가 될 줄 정녕 알겠으니 定識他年川作楫지금 빈천한 분수로 철석같이 믿을 것 없다오 未須此日鐵成貧영달하면 겸선하고 궁하면 독선함은 추여의 법이니129) 達兼窮獨鄒輿法늘그막까지 집안에서 선조의 뜻을 잘 계승하였도다130) 至老家中善繼人원래 이 학문은 오직 공정함이 필요하니 元來此學只須公공 자가 행해질 때 온갖 길이 통하게 된다오131) 公字行時百途通중도를 잃은 한마디 말은 폐단을 일으키거니와 片語失中能起弊뒷날을 염려하는 많은 생각은 몽매하다고 하지 마소 多心慮後莫云蒙기미 따라 신묘하게 응함은 도를 따르는 것이요 隨機妙應惟從道대중과 함께 화로 돌아감은 공을 세우는 것일세 與衆歸和是立功감히 구구하게 사사로운 뜻을 쓴 것이 아니니 非敢區區容己意하늘의 해가 미미한 충심을 비추는 것과 같다오 有如天日照微衷 金鶴山中見隱淪, 不同頹俗混光塵.環堵風雨三間屋, 蓋世才豪七尺身.定識他年川作楫, 未須此日鐵成貧.達兼窮獨鄒輿法, 至老家中善繼人.元來此學只須公, 公字行時百途通.片語失中能起弊, 多心慮後莫云蒙.隨機妙應惟從道, 與衆歸和是立功.非敢區區容己意, 有如天日照微衷. 광진(光塵)을 뒤섞지 않는구나 원문의 혼광진(混光塵)은 화광동진(和光同塵)과 같은 말로, 《노자(老子)》 제4장 및 제56장에 "그 빛을 누그러뜨리고 티끌과 뒤섞인다.[和其光, 同其塵.]"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는데, 자신의 재주와 현명함을 감추고 세속에 따른다는 의미이다. 냇물 건너는 노 세상을 구제하는 재상과 대신을 비유한다. 상(商)나라 고종(高宗)이 현상(賢相) 부열(傅說)에게 이르기를 "내가 만일 큰 냇물을 건너려거든 그대를 사용하여 배와 노로 삼을 것이며, 만일 해가 큰 가뭄이 들거든 그대를 사용하여 장맛비로 삼을 것이다.[若濟巨川, 用汝, 作舟楫; 若歲大旱, 用汝, 作霖雨.]"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書經 商書 說命上》 영달하면……법이니 추여(鄒輿)는 추(鄒)나라 사람으로 자가 자여(子輿)인 맹자(孟子)를 가리킨다. 원문의 달겸궁독(達兼窮獨)은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곤궁하면 그 몸을 홀로 선하게 하고, 영달하면 천하를 겸하여 선하게 하는 것이다.[窮則獨善其身, 達則兼善天下.]"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선조의 뜻을 잘 계승하였도다 원문의 선계인(善繼人)은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9장에 "무릇 효란 선조의 뜻을 잘 계승하고, 선조의 일을 잘 전술하는 것이다.[夫孝者, 善繼人之志, 善述人之事者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공(公) 자가……된다오 《근사록(近思錄)》 권2 〈위학(爲學)〉에 "인의 도는 요컨대 단지 하나의 '공(公)' 자로 말할 수 있으니, 공은 단지 인의 이치일 뿐이다.[仁之道, 要之只消道一公字, 公只是仁之理.]"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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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여함49)【철환】에게 보냄 與安汝涵【澈煥】 지난번 수레가 돌아갈 적에 고생하지 않았습니까. 소식이 막혀 애가 탔습니다. 대저 우리 두 사람은 같은 세상 같은 고을에 살며 할아버지, 아버지 때부터 교분이 있었고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으니, 그 분의는 실로 남다릅니다. 더구나 나라에서 어진 이를 벗하는 의리로 볼 때 실로 달려가기에도 겨를이 없어야 하는데 그럭저럭 혼탁하게 사느라 한번 찾아가지 못한 지 여러 해 되었습니다. 지금 또 화고(禍故)를 겪은 남은 목숨은 외진 곳에서 칩거하고 있으니, 어찌 세간의 많은 일을 염려하겠습니까. 무너지고 찢어지는 마음은 죽음만 기다릴 따름입니다. 그런데 뜻밖에 은혜로이 돌보아 주시어 위로하고 아껴주심이 두루 지극하였습니다. 아, 평소 알아주신 정이 참으로 무궁함을 알겠으나 천한 이가 어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슬프고 부끄러운 마음 한량이 없습니다. 생각건대, 노형께서는 사문(斯文)의 구족(舊族)으로서 문학적 재능을 이른 나이에 발휘하여 양초(梁楚)50)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한 지 지금 여러 해 되었습니다. 선업(先業)을 실추하지 않기를 도모하고 숙망(宿望)이 적지 않은 것을 생각하여 조금씩 더 진보하여 끝내 크게 밝힌다면 교유하는 말석에서 영광스럽게 여길 뿐만 아니라, 덕문(德門)에서 대대로 계승하는 것이 또한 훌륭하지 않겠습니까. 頃者駕旋無撓。信息間阻。有庸耿耿。夫吾兩人。倂一世同一鄕。論交從父祖。見知自孩嬰。則其分固不在於入後矣。況居邦友仁之義。固當趨走之不暇。而因循淟涊。罔克一遂者。積有餘年矣。今又禍故餘喘。廢蟄窮荒。安有一念於世間多少事耶。崩霣摧裂。只竢溘然。謂外辱賜惠顧。慰愛周至。嗚呼。平素記知之情。儘覺無窮。而爲賤生者。堪可承當耶。悲愧亡量。惟老兄以斯文舊族。文學才華。早年發颺藉藉于梁楚之間者。今幾年矣。圖先業之不墜。念宿望之不細。加一簣進一步。而終至大闡。則不惟從遊之末。與有榮焉。德門之所以世世繼述者。不亦美矣乎。 안여함(安汝涵) 양재원(梁在源)으로 자는 자함(子涵)이다. 양초(梁楚) 《사기》〈계포열전(季布列傳)〉에 "조구(曹丘)가 와서 계포에게 읍하면서 말하기를 '초인(楚人)의 속담에 황금 100근을 얻는 것이 계포의 한 번 승낙을 얻는 것보다 못하다고 하였습니다. 족하(足下)께서 어찌 양초 사이에서 이 명성을 얻었습니까?' 하였다."라고 한 고사가 있다. 여기서는 안철환(安澈煥)의 고향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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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칙에게 보냄 與崔元則 지난겨울에 장아(蔣雅) 편에 보낸 편지는 받아 보셨습니까? 그럭저럭 세월이 흘러 또 이미 반년이 지났습니다. 덕성을 함양하는 체후는 만중하시며, 댁내 제절(諸節)은 만복하시며, 영남의 벗들은 험난한 세상에 모두 무사히 지내십니까? 눈앞에 보이는 형세가 사람으로 하여금 걱정이 앞서게 하니, 천리에서 서로 그리워함에 어찌 마음이 달려가지 않겠습니까. 우리들은 나이와 기력이 이미 노쇠하였으니 구구하게 강론하는 즐거움이 얼마나 남았겠습니까. 모름지기 연배가 비슷한 사람끼리 중간에 편안한 곳을 정해 해마다 한번 모일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는 대곡(大谷) 옹의 뜻이었는데 이루지 못한 것이니, 형께서 도모해 주십시오. 아, 얼음이 얼고 밤이 긴 때 온 세상이 혼란스러우니, 《비풍(匪風)》→〈비풍(匪風)〉의 시5)를 읊조리고 괄낭(括囊)의 경계6)를 생각하여 친한 벗과 강론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세상이 혼란하여 강론할 수 없다는 뜻인 듯합니다.) 노형(老兄)께서는 고요히 거처하며 홀로 생각하시는 중에 또한 어떤 감개를 일으키십니까. 《시경(詩經)》에 이른바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잠자서 널 낳으신 부모님을 욕되게 하지 말라."라고 한 이 한 구절의 말이 우리들이 귀결처입니다. 봄 사이 송사(松沙)의 편지를 받고 한 달에 두 번 강회를 열었는데 100여 인이 모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는 흉년에 가난한 유자(儒者)가 감당할 만한 일이 아닌데 이 형이 어떻게 이것을 마련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듣건대, 이달 10일에 선비들이 선생의 묘소에서 석존제(釋奠祭)를 지내고 향음주례를 묘소 아래에서 행한다고 하였습니다. 前冬蔣雅便書。趁入照徹否。荏苒光陰。又已半年。未審養德衛重。諸節百福。嶺中知舊。險世經過。一一無事否。滿目風色。令人作惡。千里相向。安得不馳情。吾輩年力已邁。區區講聚之樂。能有幾何。須與年輩若而人。取中間穩便處。爲逐年一聚之計。如何。此是大谷翁之意而未就者。願兄圖之也。嗚乎。堅氷長夜。渾區滔滔。咏匪風之詩。念括囊之戒思欲與親知講之而不可得也。未知老兄靜居獨念。亦作如何感慨。詩所謂夙興夜寐。母忝爾所生。此一語是吾人歸宿處也。春間得松沙書。知一月兩次會講爲百餘人。此非荒年窮儒可堪之事。而未知此兄何以辨此耶。且聞今十日。多士釋奠于先生墓。因行鄕飮酒禮于墓下云耳。 비풍(匪風)의 시 《시경》〈회풍(檜風)〉의 편명이다. 주(周)나라 왕실이 점점 쇠약해짐을 현인(賢人)이 개탄하는 내용이다. 여기서는 조선의 국력이 약해 일본에 유린당한 것을 안타까워한 것이다. 괄낭(括囊)의 경계 자신의 재지(才智)를 감추고 침묵을 지켜야 하는 암울한 시대의 경계를 말한다. 괄낭은 주머니의 끈을 졸라맨다는 뜻으로, 곧 말을 조심한다는 의미이다. 《주역》 〈곤괘(坤卦) 육사(六四)〉의 "주머니 끈을 묶듯이 하면 허물도 없고 칭찬도 없을 것이다.[括囊无咎无譽]"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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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경【종기】에게 답함 答金大敬【鍾基】 우리 대경을 보지 못한 지가 오래 되었으니, 오매불망 그리워하는 마음 날이 갈수록 깊어지네. 뜻밖에 편지 한 통을 받았는데 못내 잊지 못하는 깊은 마음을 담았으니, 대경도 또한 내가 대경에게 그러한 것처럼 나를 그리워함을 알게 되매 위로가 되어 마음이 매우 놓이네. 잘 모르겠네만, 편지를 보내 뒤에 달이 두 번 바뀌었는데 부모를 모시고 경전을 공부하면서 건강은 날로 좋아지며 전념으로 책을 읽으면서 과연 매우 어질게 발전하는가? 가끔씩 마음을 내달리는데 듣고픈 마음 놓을 수가 없네. 대저 대경은 부모의 명을 받아 나의 집에 와서 공부한 지가 몇 해가 되었네. 이러한 뜻은 얼마나 정중한가마는 못난 나는 그 만분의 일에도 부응하지 못하니, 평소에 뒤미쳐서 생각하면 실로 마음이 편치 않네. 잘 모르겠네만 대경의 생각으로도 또한 몇 해 나를 종유하면서 과연 다소 효과를 보아서 부모가 명하여 나에게 보낸 의도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여기는가. 이미 지나간 일은 말할 필요가 없거니와 비록 지금이라도 반듯한 규칙을 정하여 걸음마다 그것을 따라 조금도 멈추지 않는다면 이전에 빠트렸던 것을 벌충할 수 있을 것이니 부모의 기쁨이 어떠하겠는가. 보내준 편지에서 입지(立志)는 학자에게 제일 중요한 법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참으로 그렇다네. 한편 대경의 자질은 근후함에 뛰어나고 용감함에 뒤처지니, 이 때문에 진취에 기력이 부족하네. 그렇다면 입지는 비록 중인(衆人)에게 통하는 일반적인 법이지만 더욱 대경에게 현재 병통에 맞는 올바른 약이 될 것이네. 바라건대 모름지기 이에 맹렬하게 주의를 기울여 용감하게 곧바로 나아가기를 배를 침몰시키고 솥을 깨부수듯이105) 하게나. 不見吾大敬久矣。戀戀懷思。與日俱深。謂外一書。致意繾綣。可知大敬。亦如我之於大敬也。慰豁良深。未詢書後月已再弦。侍經節宣。日臻佳迪。佔畢一着。果能喫緊向上否。種種馳情。不任願聞。大抵大敬。受親命住敝室者。爲幾年矣此意爲何等鄭重。而區區無狀。未有以副其萬一之意。尋常追念。實爲未安。未知大敬之意。亦以爲數年從遊。果有多少見效。可不負親庭命送之意者耶。旣往勿說。雖在今日。辨得畵一規矩。步步遵循。無容間斷。則亦可以迫補前闕。而爲親庭供歡。爲何如耶。來喩所謂立志是學者第一法。此固然矣。且大敬資稟。優於謹厚。而遜於勇敢。此於進就所以小氣力也。然則。立志雖爲衆人通法。而尤爲大敬今日對證之直劑也。望須於此。猛着眼目。勇往直前。如沈船破釜之爲也。 배를……깨부수듯이 원래 살아 돌아올 기약을 하지 않고 결사의 각오로 싸우겠다는 결의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항우(項羽)가 진(秦)나라와 싸우러 가면서 하수(河水)를 건넌 뒤 배를 모두 가라앉히고, 솥과 시루를 깨뜨리고, 막사를 불태우고, 사흘 양식을 지니고서 사졸에게 반드시 죽을 것임을 보여 주었던 것[沈船破釜甑, 燒廬舍, 持三日糧, 以示士卒必死]에서 유래한다. 《史記 項羽本紀》 여기서는 죽을 각오로 공부에 매진하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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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로 종원 군이 찾아와서 林君貞老【鍾元】見訪 선비가 서로 만나 온 좌석이 차갑지만 韋布相逢一座寒마음이야 어찌 식은 재로 스러지겠는가 寸心豈與冷灰殘누가 알몸으로 인(仁) 속에 설 수 있으랴421) 孰能赤骨仁中立사람이 청모422)로 서(恕)에서 볼 수 있으리 人可靑眸恕上看쇠한 세상에선 깊은 걱정 땅에 묻으면 그만이나 衰世幽憂埋土已궁한 처지에선 멋진 모임 별 따기처럼 어렵다네 窮途勝會摘星難시를 지어 가져다주니 매우 고맙네만 覓詩持贈多珍重한담을 끌어와 비교하면 매우 편치 않으리 不把閑談較苦安 韋布相逢一座寒, 寸心豈與冷灰殘?孰能赤骨仁中立? 人可靑眸恕上看.衰世幽憂埋土已, 窮途勝會摘星難.覓詩持贈多珍重, 不把閑談較苦安. 알몸으로……있으랴 《주자어류(朱子語類)》 권29 〈논어 안연계로시장(顔淵季路侍章)〉에 "성인은 인에 편안하니 몸에 닿은 제일 안쪽의 한삼까지 모두 벗어 버린 채 맨몸으로 서 있는 것과 같다.[聖人則如那裏面貼肉底汗衫, 都脫得赤骨立了.]"라고 한 것에서 유래한 말로, 타고난 본성을 그대로 가졌음을 의미한다. 청모(靑眸) 푸른 눈동자라는 뜻으로, 반가운 눈빛을 의미한다. 진(晉)나라 완적(阮籍)이 고사(高士)를 만나면 청안(靑眼)으로 대하여 반가운 뜻을 드러냈고, 예속(禮俗)을 따지는 선비를 만나면 백안(白眼)으로 대하여 경멸하는 뜻을 보였던 데서 유래하였다. 《晉書 卷49 阮籍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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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식할 일이 있어 有歎 세상의 환란이 참으로 이루어져 어쩔 수 없으니 世禍眞成無可柰윤리와 강상이 실추되고 끊겨 의관이 뒤집혔네 倫綱墮絶倒冠裳몸을 빌린 오랑캐들이 사납게 굴게 되었고 假形夷虜能爲虐열을 나게 하는 돈은 점점 미치게 만드네 發熱金錢轉作狂매복이 오시에 숨은 일 너무 늦었고217) 已晩梅眞隱吳市굴원이 남쪽 고을로 추방당한 일 절로 마땅하네218) 自應屈醒放南鄕우레가 칠 일 늦었다219) 그대 한탄하지 말고 雷遲七日君休歎마음속에 양기를 잘 보존하게나 且就心中善保陽 世禍眞成無可柰, 倫綱墮絶倒冠裳.假形夷虜能爲虐, 發熱金錢轉作狂.已晩梅眞隱吳市, 自應屈醒放南鄕.雷遲七日君休歎, 且就心中善保陽. 매복(梅福)이……늦었고 매복은 전한(前漢)의 은사(隱士)이다. 오시는 오(吳) 지방의 시가(市街)로, 지금의 강소성(江蘇省) 소주(蘇州)에 있었던 시장의 거리이다. 매복은 경학(經學)에 뛰어나 군(郡)의 문학(文學)이 되고 남창 현위(南昌縣尉)를 지냈으나, 왕망(王莽)이 정권을 전횡하자 처자를 버리고 구강(九江)으로 가서 은둔하였다. 뒤에 이름을 바꾸고 오나라 시장의 문지기로 있었다고 하며,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고도 한다. 《漢書 梅福傳》 굴원(屈原)이……마땅하네 굴원의 〈어부사(漁父辭)〉에 "온 세상이 모두 탁한데 나 홀로 맑고, 사람들 모두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네.〔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라고 한 말을 가리킨다. 우레가……늦었다 5월에 양기(陽氣)가 처음 소멸되기 시작하는 구괘(姤卦)가 되었다가, 순음(純陰)인 10월을 지나 11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양기가 처음 회복되는 지뢰복(地雷復)의 괘(卦)가 이루어진다. 이렇게 보면 구괘로부터 복괘까지 걸리는 기간이 7개월이 되는 셈인데, 이것을 《주역》 복괘 단사(彖辭)에서는 "그 도를 반복해서 이레 만에 되돌아오니, 이것이 하늘의 운행이다.[反復其道, 七日來復, 天行也.]"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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