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년 안엽(安曅) 간찰(簡札) 고문서-서간통고류-서간 安曅 査頓 광주 민종기 (재)한국학호남진흥원 HIKS_Z999_99_A01016_001 무신년 7월 7일에 범농 안엽이 머슴이 없어 직접 농사짓고 있는 옥산의 상대방에게 경강의 말을 인용하여 고취시키고, 상대방의 조부 적취 공이 주자어록 중에서 직접 쓴 24자에 대한 견해 등을 전한 간찰 무신년 7월 7일에 범농(凡儂) 안엽이 머슴이 없어 직접 농사짓고 있는 옥산(玉山)의 상대방에게 경강(敬姜)의 말을 인용하여 고취시키고, 상대방의 조부 적취 공(滴翠公)이 주자어록 중에서 직접 쓴 24자에 대한 자신의 견해 등을 전한 간찰이다. 해가 소년처럼 길어졌으니 우리 유학자들이 공부할 때라는 내용, 근래 상대방과 그의 부모 안부를 묻는 내용, 머슴 자리가 비어서 상대방이 몸소 밤낮으로 부지런히 김을 매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생계를 꾸리는 것이라는 내용, 요임금은 수척해지고 우임금은 살에 굳은살이 박혔으며 주공은 안일하지 않았다. 이는 모두 성인이 하늘을 대신하여 만물을 다스려 지극한 정성이 쉼 없이 태화 원기(太和元氣)와 함께 유행하니 천리(天理)가 나에게 있으므로 내가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 노(魯)나라의 재상 공보 문백(公父文伯)의 어머니인 경강이 말한 '사람이 고되면 생각을 하게 되고 생각을 하면 선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요, 안일하면 음란해지고 음란해지면 선을 잊고 선을 잊으면 악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니 비옥한 땅에 사는 백성이 재주가 없는 것은 음란해서이고, 척박한 땅에 사는 백성이 의(義)를 좇지 않는 이가 없는 것은 고되기 때문'이라는 이 말은 참으로 영원토록 규방(閨房)의 으뜸이다. 상대방이 부지런히 일하고 수고로움을 익히는 것 또한 이 훈계에 감복함이 있어서라는 내용, 상대방의 조부 적취 공(滴翠公)이 손수 쓴 주자의 말 24자는 경계를 보인 것이 지극하니, 크게는 천하의 존망(存亡)과 작게는 한 개인의 득실(得失)이 어찌 마음을 다잡거나 방치하는 데에서 말미암지 않은 것이 없겠느냐며, 이 교훈을 시험 삼아 오늘날의 변괴를 살펴 보면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할 만하다는 내용, 자신은 지금 열사병으로 신음하느라 죽음의 문턱에 있으나 이 마음을 독실히 보존하며 목숨을 걸고 바른 도를 지켜 사대생성(四大生成)의 중임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니, 이것이 죽음을 앞둔 자의 절실한 마음이라는 내용 등을 담았다. 양숙(陽叔) 형이 당한 변고에 슬픈 마음 가눌 수 없으며, 중부(中阜)의 어른과 아이들은 모두 평안한 지 안부를 묻는 내용을 추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