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암(李惺庵)327)【수인(壽仁)】에 대한 만사 挽李惺庵【壽仁】 정도(正道)가 전해지지 않은 지 이미 백 년이 지났는데선생의 심학(心學)이 선천(先天)을 일으켰네328)연하동(烟霞洞)에서 편안하고 고요히 지낸 것이 가련하니이로부터 누가 옛 책을 보겠는가 正道無傳已百年先生心學起先天可憐安靜烟霞洞從此何人閱古編 이성암(李惺庵) 이수인(李壽仁, 1601~1661)을 가리킨다. 성암(惺菴)은 그의 호. 본관은 연안(延安), 자는 유안(幼安)이다. 전라남도 강진 출신. 1633년 과거에 급제하여 전적, 병조 좌랑, 정언을 역임하였다. 1642년 재차 전적에 제수되었으나 사은한 뒤 바로 전리(田里)로 내려갔으며, 이후로도 여러 차례 벼슬에 제수되었으나 모두 나가지 않았다. 선생의……일으켰네 '선천(先天)'은 우주의 본체와 만물의 본원을 가리키는 말인데, 복희씨(伏羲氏)가 만든 역(易), 즉 선천역(先天易)을 뜻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이수인이 《주역(周易)》에 특히 조예가 깊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박세채(朴世采)는 〈홍문관전한성암이공행장(弘文館典翰惶菴李公行狀)〉에서 그에 대해, "《역경(易經)》에 가장 심력(心力)을 기울여 《계몽전의(啓蒙傳疑)》 따위에 대해서도 반드시 고증(考證)을 하여 막히는 데 없이 이해하였다.[最用力於易經 以及啓蒙傳疑之屬 亦必考證而融會焉]"라 하였으며, 이단상(李端相)은 〈이전한【수인】만(李典翰【壽仁】挽)〉에서, "주인은 학창의(鶴氅衣)를 입고 깨끗하게 앉아서 《주역》을 연구하였네. 자취가 세상과 더불어 이미 소원해졌고 마음은 경계와 더불어 모두 잠잠해졌네.[主人披鶴氅 淸坐點羲易 跡與世已疏 心隨境俱寂]"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