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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삼112)【자현】의 시에 화운하다 和尹亨三【滋鉉】 사물마다 모두 저마다의 이치가 있는 것을 보니 (看來物物揔鳶魚)가슴속에 원대한 포부가 충만하네 (充滿中間九萬虛)천지 문명은 아득히 삼대로부터 시작되었고 (天地文明三代遠)성현의 사업은 육경에 남아 있네 (聖賢事業六經餘)직분은 농부가 부지런히 농사짓는 날에 있고 (職在農夫勤稼日)도는 아이가 어버이 사랑하는 처음에 보존되었네 (道存穉子愛親初)망망하게 사방이 모두 어두우니 (茫茫四宇皆昏黑)산문을 굳게 닫고 고서를 읽네 (牢閉山關讀古書) 看來物物揔鳶魚。克滿中間九萬虛。天地文明三代遠。聖賢事業六經餘。職在農夫勤稼日。道存穉子愛親初。茫茫四宇皆昏黑。牢閉山關讀古書。 윤형삼(尹亨三) 윤자현(尹滋鉉, 1844~1909)이다. 본관은 파평(坡平), 자는 형삼, 호는 눌와(訥窩)이다. 연재(淵齋) 송병선(宋秉璿, 1836-1905)의 문인으로, 정의림과 교유하였다. 저서로는 『눌와유집(訥窩遺集)』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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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지157)【재홍】의 회갑 운에 화운하다 歩和鄭敬之【在洪】回甲韻 갑진년(1904, 고종41)에 다시 생일을 맞았으니 (生朝重到甲辰年)부모님의 은덕을 생각하자 배로 슬프리라 (追慕劬勞倍愴然)그대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를 위해 춤을 추고(樂舞任渠爲子地)나는 벗으로 와서 만수무강을 축원하네 (岡陵壽我作朋筵)정신은 화락함을 누리니 복이 끝이 없을 테고 (神釐愷弟無疆福)늙어서 강녕함을 누리니 신선이 부럽지 않으리라 (老享康寧不羨仙)진전158)을 함께 얻어 농사짓고 독서하기 좋으니 (兼得眞詮耕讀好)그대 만년의 사업 더욱 전일함이 대단하구려 (多君晚業益精專) 生朝重到曱辰年。追慕劬勞倍愴然。樂舞任渠爲子地。岡陵壽我作朋筵。神釐愷弟無疆福。老享康寧不羨仙。兼得眞詮耕讀好。多君晚業益精專。 정경지(鄭敬之) 정재홍(鄭在洪, 1844~?)이다. 본관은 하동(河東), 자는 경지, 호는 경독재(耕讀齋)이다. 진전(眞詮) 진제(眞諦)와 같은 뜻의 불교 용어이다. 진제는 세속의 법도인 속제(俗諦)와 상대되는 말로, 출세간(出世間)의 최상인 구경(究竟)의 진리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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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 김태윤【양원】에 대한 만사 挽金友泰允【揚源】 동년배로 오랜 날을 함께 보냈는데 (年輩晨星久)오늘 아침에 또 그대를 보내네 (今朝又送君)도량과 식견은 세상에 쓰일 만하였고 (器識可需世)재주와 능력은 분란을 해소할 수 있었네 (材能足解紛)나라의 위란에 함께 손잡고 괴로워하였고159) (北風携手苦)만년에 이웃에 살아 기뻤네 (晩歲接隣欣)어찌하여 불러도 일어나지 않고 (如何喚不作)주옥같은 구름에 한가로이 누웠는가 (高卧聯珠雲) 年輩晨星久。今朝又送君。器識可需世。材能足解紛。北風携手苦。晩歲接隣欣。如何喚不作。高卧聯珠雲。 나라의……괴로워하였고 『시경』「패풍(邶風) 북풍(北風)」에 국가에 위란(危亂)이 곧 이르게 되어 기상이 매우 참담해지므로, 좋아하는 사람끼리 서로 손을 잡고 급히 피란할 것을 노래한 구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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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정209) 회고 岳陽亭懷古 험난한 한 길이 하동에 이르니 (間關一路到河東)일두와 한훤당 함께 이곳에서 태어나셨네 (蠹老暄翁降此同)거주하는 사람에게 물어 고적을 찾고자 하니 (欲問居人尋古蹟)집집마다 글 읽는 소리 성대하게 들리네 (家家絃誦蔚然風) 間關一路到河東。蠹老暄翁降此同。欲問居人尋古蹟。家家絃誦蔚然風。 악양정(岳陽亭) 경상남도 하동군 회개면 덕은리에 있는 정자로, 일두(一蠹) 정여창(鄭汝昌)이 은거하면서 학문을 강론하던 곳이다. 후학들이 매년 춘추(春秋)의 회강(會講) 때에 주자를 주벽(主壁)으로 삼고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과 정여창을 배향하여 석채례(釋菜禮)를 행하였다. 『老栢軒文集 卷34 岳陽亭會遊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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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전의 황군을 방문하다 訪石田黃君 삼년 동안 그리워하다 한 번 만나게 되니 三載相思一會成맑은 한낮에 경치가 화창한 구양이로세 龜陽淑景午天晴가을바람에 편지 전하는 기러기를 얼마나 기다렸나 秋風幾待傳書鴈봄 나무는 친구 부르는 꾀꼬리를 헛되이 보냈다오 春樹虛過喚友鶯한 가닥 도학의 맥이 끊어짐을 슬퍼하거니와 道脈一絲悲墜絶어느 날에나 나라가 태평해짐을 볼 수 있을까 國家何日見昇平대단하여라 그대의 뜻 끝내 예사롭지 않으니 多君竟匪尋常志오직 경서를 책상 위에 놓고 힘써 읽을지어다 惟有經編案上橫 三載相思一會成, 龜陽淑景午天晴.秋風幾待傳書鴈? 春樹虛過喚友鶯.道脈一絲悲墜絶, 國家何日見昇平?多君竟匪尋常志, 惟有經編案上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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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 이문정공313)이 족조 취성당314) 수종의 초당에 쓴 시에 차운하다 次陶菴李文正公題族祖醉醒堂【守宗】草堂韻 취성당은 맑아서 세속과 떨어졌고 醉堂淸絶俗도암의 필적은 기운이 호방하고 크네 陶筆氣豪潮315)선현이 초당에 쓴 필적을 先哲之堂筆어찌 쓸쓸한 풀 속에 매몰시키랴 豈容沒草蕭 醉堂淸絶俗, 陶筆氣豪潮.先哲之堂筆, 豈容沒草蕭? 도암(陶菴) 이문정공(李文正公) 도암 이재(李縡, 1680∼1746)로, 문정은 그의 시호이다. 취성당(醉醒堂) 김수종(金守宗, 1671~1736)의 호로, 자는 주경(胄卿)이다. 1710년(숙종36)에 진사시에 합격하였다. 潮 문맥으로 볼 때 '湖'의 오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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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에 六月三十日 사람들은 모두 봄 보내는 걸 애석해하는데 人皆惜餞春여름이 다 지났지만 홀로 근심 없다오 夏盡獨恝然어찌 근심만 없을 뿐이겠는가 豈惟恝然已무더운 날 없어 더욱 기쁘다오 更喜無暑天나는 빨리 흘러가는 세월을 슬퍼하노니 我悲歲月流일 년 중에 반이 지났구나 中半分一年초목은 장차 시들고 마를테고 草木行憔瘁인생은 쉬이 노쇠하고 병드네 人生易衰瘨염제를 머물러 둘 수 있다면 炎帝如可留천금의 돈도 아끼지 않으리라 不惜千金錢여름 보내는 노래를 크게 부르니 高唱餞夏詞석양 속에 매미가 울며 화답하네 夕陽和鳴蟬 人皆惜餞春, 夏盡獨恝然.豈惟恝然已? 更喜無暑天.我悲歲月流, 中半分一年.草木行憔瘁, 人生易衰瘨.炎帝如可留, 不惜千金錢.高唱餞夏詞, 夕陽和鳴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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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우 석하를 애도하다 悼李汝禹【錫夏】 서쪽에서 와서 가업이 더욱 무너졌으니 西來家業轉傾頹상기(喪期)를 마치기도 전에 야대383)로 돌아갔네 堊室未終歸夜坮당시 늠름한 풍모는 어디에 있는가 當日風稜安在也백 년의 인사가 서글프구나 百年人事可哀哉옥전에는 밝은 달이 응당 길이 비추겠지만 玉田明月應長照가포에는 세찬 파도가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 佳浦奔波不復回두 대 걸쳐 평생 서로 우의가 좋았는데 兩世平生相好誼오늘 아침 비통하여 홀로 배회하노라 今朝悽悵獨徘徊 西來家業轉傾頹, 堊室未終歸夜坮.當日風稜安在也? 百年人事可哀哉.玉田明月應長照, 佳浦奔波不復回.兩世平生相好誼, 今朝悽悵獨徘徊. 아대(夜坮) 무덤을 가리키는 말로, 무덤 속이 캄캄하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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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일에게 답함 答文士一 지난 번 날 찾아주니 얼마나 감사하였는지 모르네. 이윽고 해가 바뀌어 봄도 반이 지났는데, 잘 모르겠네만 부모를 모시고 경전을 공부하면서 흐르는 세월에 건강이 좋은가? 멀리서 걱정하는 마음 놓을 길이 없네. 의림은 껍데기만 남은 채 간신히 세월을 보내는데 정신은 멀리 도망가 멍하니 흙 인형이나 목각 인형 같을 뿐이니, 어찌 아주 작은 일이나마 잘 아는 사람에게 말할 만한 것이 있겠는가. 매번 어진 그대의 자질이 아름답고 뜻이 두터운 것을 보면 더불어 함께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지기에 이따금 그대에게 향하는 마음이 실로 옅지 않네. 다만 바라건대, 더욱 더 힘써 노력하여 집안의 전통을 수립하게나. 頃荷枉顧。何等感感。旣而歲飜春半。未審侍傍經履。與時珍勝。遠溯無任。義林形殼。僅且捱過。而精亡神脫。頑然若土偶人木居士而已。有何一事半事。可以相告於親知間者哉。每覸賢者質美意厚。可與共學。種種馳情。實不淺尠。惟願益加勉力。以樹立家計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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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낙빈【중석】, 한원식【상렬】과 천태산을 유람하다 偕蔡洛斌【重錫】韓元植【相烈】遊天台山 제일가는 천태산을 지팡이 짚고 오르니 (扶上天台第一山)산남의 친구들 또한 서로 모였네 (山南諸友亦相還)기이한 바위 부처처럼 천년을 버텼고 (奇巖如佛千年立)향기로운 풀 사람을 맞아 사월에 한가롭네 (芳草邀人四月閒)형체는 높은 하늘가에서 구애됨이 없고 (形骸任放高虛上)천지는 주위 돌아보는 사이에 끝이 없네 (天地無窮顧眄間)은봉에 지팡이 짚고 어느 날에 오르랴 (隱峯杖履經何日)천 길 절벽 앞에서 옛 모습 생각해 보네 (壁立千尋想舊顏) 扶上天台第一山。山南諸友亦相還。奇巖如佛千年立。芳草邀人四月閒。形骸任放高虛上。天地無窮顧眄間。隱峯杖履經何日。壁立千尋想舊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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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숙에 대한 만사 挽金良叔 은거한 우산은 가장 청신하고 깨끗하니 (牛山薖軸最新鮮)무슨 일로 주인은 갑자기 선계로 올라갔나 (何事主翁遽上仙)아, 내 병들어 제수를 들고 가지 못하고 (嗟余病未綿鷄赴)다만 만사를 지어 궤연에 보내네 (只得緘辭達几筵) 牛山邁軸最新鮮。何事主翁遽上仙。嗟余病未綿難赴。只得緘辭達几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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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장【헌수】에게 주다 與李應章【憲洙】 여러 날 동안 서로 쫓아다닐 때는 넉넉한 인정을 헤아릴 수 있었고, 돌아온 후에 더듬어 생각하니, 뛰어난 영남의 산수와 고고한 여러 군자의 풍모가 여전히 눈앞에 있는 듯합니다. 이별한 후에는 소식을 전혀 들을 길이 없었는데, 부모 곁에서 모시며 지내는 정황이 기쁘고 경사스러우며, 체후도 더욱 평안하시겠지요? 멀리서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지없습니다. 저는 돌아온 후에 숙부의 죽음을 맞이했으니, 지극한 마음의 고통을 어찌 다 말하겠습니까? 다만 그대는 빼어나게 남다른 자질로 추로(鄒魯)의 고장에 있으니, 아마도 날마다 달마다 진보하기에 충분한 스승이 있으니, 바라건대 이 먼 고장에서 떨어져 홀로 지내는 저를 잊지 말고 이따금 즐거운 일이 제게도 미치길 바랍니다. 累日相從。厚意可量。歸來追想嶺中山水之勝。諸君子風儀之高。未嘗不依然在目也。分手以來。音聞掃如。未審侍旁歡慶。體節益福。溯仰不在遠情。義林歸來。遭叔父喪。至情之痛。何言何言。惟兄以挺異之姿。在鄒魯之鄕。其於日邁月征。的有餘師。幸不忘此遐隅離索之蹤時以所樂。推以波及之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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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립【홍섭】에게 답함 與安良立【弘燮】 듣자하니 그대가 장차 한양으로 길을 나선다고 하는데 과연 사실인가. 이번 여행길의 옳고 그름에 대해 내가 연전에 자세히 말해주었는데, 그대도 또한 나의 말을 그르다고 여기지 않고 반드시 믿었을 것이라 생각되네. 이미 믿었다가 이윽고 태도를 바꾸었으니, 이 무슨 행태인가. 뜻이 이미 섰다면 비록 천만의 사람이 말을 하더라도 나의 머리털 하나도 동요하지 않아야 바야흐로 성공할 수 있는데, 어찌 진퇴와 향배를 이처럼 일정함이 없이 행동하는가. 내가 이전에 말을 하면서 이미 자세히 설명하였는데도 그대가 그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나 또한 마땅히 다시는 말을 하지 않아야겠네. 그러나 다시 이렇게 말하는 것은 선대인이 살아 있을 때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네. 구천의 영혼이 만약 이런 사실을 안다면, 어찌 우리 벗을 책망하는 한 마디 말이 없지 않겠는가. 깊이 헤아려보게나. 聞君將有洛行之意。果然耶。此行當否。愚於年前言之詳矣。想君亦以愚言。不以爲非而必信之矣。旣信之而旋改之。此何模樣耶。志旣立矣。則雖千萬人之言。而不動吾一髮。方能有成。豈進退向背。若是無常耶。愚之前言。旣已詳悉。而君不之聽焉。則愚亦不當復有所言矣。然復此云云者。恐負先大人當日之意故也。九泉之靈。如或有知。豈不以無一言謂非吾友也耶。千萬諒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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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운숙【영렬】에게 답함 答孫雲叔【永烈】 뜻하지 않게 영종(令從 상대방의 사촌 형제)의 방문을 받았는데 편지를 아울러 가지고 왔습니다. 오랫동안 소식이 막혀 남아 있던 서글픔이 충분히 해소되었습니다. 감격스러움을 어떻게 표현하겠습니까. 서신을 통해서 형제분의 체후가 더욱 편안하심을 알았으니 간절히 축원하던 마음에 더욱 합치됩니다. 의림(義林)은 병세가 갈수록 심해져서 약이(藥餌)로 병을 다스려 효과를 보는 일은 반드시 세상을 떠난 뒤에야 끝날 것이니 그저 기다려야 할 뿐입니다. 존선(尊先)의 비갈명(碑碣銘)과 서문(序文) 2편을 삼가 지었기에 올립니다. 살펴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사람이 보잘것없고 문사(文辭)가 졸렬하여 감히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간절한 뜻을 어기기 어려워 이렇게 지었습니다. 송구합니다. 謂外令從枉過。兼有心畫。久阻餘悵。十分消釋。感感何喩。仍審棣體節宣。神相增謐。尤協企祝。義林病情轉深。藥餌稽效。必是乘化乃已。只當俟之耳。尊先碣銘及弁文二度。謹已泚筆。玆以仰呈。惟視至如何。人微文拙。固知其不敢承膺。而重違勤意。撰述如此。悚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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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약【연규】에게 주다 與鄭雲躍【淵圭】 지난 여름 돌아가는 인편에 바빠서 답장을 써서 부치지 못하였으니, 이것이 어찌 멀리서 서로 안부를 묻는 뜻이겠습니까. 해가 바뀌었는데 부모님을 모시는 일에 많은 복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선진(先進) 숙덕(宿德)으로 일세(一世)에 우러를 분으로 첫째도 종씨(從氏)이고 둘째도 종씨이니 밖을 나가지 않아도 도(道)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함양되고 훈화되어 덕기(德器)를 성취한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삼가 좌우를 위해 경하드립니다. 그렇다면 좌우가 비루한 나에게 마음을 쏟아주시니 부탁하는 바가 있더라도 혹 안 될 것은 없지 않겠습니까? 밝은 달을 버리고 쇠똥 구슬을 취할 리는 결코 없을 것입니다. 만약 세의(世誼)를 무겁게 여겨서 저를 버리지 않고 종종 경책(警責)해주신다면 이 역시 후덕한 일이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힘쓰셔서 먼저 자숙(自淑)한 다음 또 그 남은 공효를 남들에게 두루 미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去夏迴便。悤悤未修答書。此豈遠地相問之意乎。歲飜未審省節多福。先進宿德。一世所可宗仰。一則從氏二則從氏。不出戶而道存焉。其所以涵濡薰蒸。成就德器者。爲何如也。竊爲左右賀之。然則以左右而傾情於鄙陋。而有所見屬者。無或不可乎。舍明月而取蜣丸。決無是理。若以世契之重。爲之不棄。而種種警責。斯亦厚矣。如何如何。願晨夜勉力。旣以自淑。又以波及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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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에서 감흥이 있어 짓다 山齋有感 아, 나는 백발의 늙은 서생이니 (嗟余白髮老書生)구구하게 한 기예도 이름이 난 것이 없네 (未有區區一藝名)산재의 병상에서 신음하며 괴로우니 (山齋病榻呻吟苦)누가 무궁하여 미치지 못하는 마음을 알리오 (誰識無窮靡逮情) 嗟余白髮老書生。未有區區一藝名。山齋病榻呻吟苦。誰識無窮靡逮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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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범【계호】에 대한 만사 挽閔仲範【啓鎬】 향당에는 옛 친구들 점점 줄어드니 (鄕黨舊交漸覺稀)오늘 우리 공 저승으로 갈 줄 누가 알았으랴 (誰知今日我公歸)이른 나이에 경영하여 집이 윤기가 났고 (早年經紀屋生潤)만년에 높이 올라 이름이 더욱 빛났네 (晩際騰揚名益輝)양대에 걸친 끈끈한 정 잊을 수 없고 (兩世綢繆難可忘)함께 늙다 이별하니 다시 누구를 의지하랴 (同衰分散更誰依)오봉의 경치를 함께 유람하였으니 (五峯水石徑行處)보는 것마다 상심하여 눈물이 옷깃을 적시네 (觸目傷心淚滿衣) 鄕黨舊交漸覺稀。誰知今日我公歸。早年經紀屋生潤。晩際騰揚名益輝。兩世綢繆難可忘。同衰分散更誰依。五峯水石徑行處。觸目傷心淚滿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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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에 즉흥으로 읊다 初冬卽事 썰렁한 산재에 거처하기 어려우니 冷落山齋不可居절서가 삼여327)를 만난 것에 깜짝 놀라네 飜驚歲序値三餘나무숲이 모두 낙엽 지니 산 모습이 깨끗하고 樹林盡脫山容淨눈과 달이 서로 비추니 밤경치가 환하구나 雪月交輝夜色虛노년에 비단옷과 고기의 봉양을 어찌 바라랴328) 那望老年供帛肉외려 낡은 책을 가져다가 좀벌레를 제거한다오 猶將敗冊掃蟫魚새벽에 일어나 앉으매 맑고 한가로우니 曉頭起坐淸無事몸과 마음이 본성을 회복함을 거의 보겠노라 庶見身心復性初 冷落山齋不可居, 飜驚歲序値三餘.樹林盡脫山容淨, 雪月交輝夜色虛.那望老年供帛肉? 猶將敗冊掃蟫魚.曉頭起坐淸無事, 庶見身心復性初. 삼여(三餘) 학문하거나 독서하는 데 가장 좋은 세 가지 여가(餘暇)로, 본디 한 해의 여가인 겨울, 하루의 여가인 밤, 한 철의 여가인 장마철을 이르는데, 여기서는 겨울을 두고 말한 것이다. 노년에……바라랴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나이 오십에는 비단이 아니면 따뜻하지 않고, 나이 칠십에는 고기가 아니면 배부르지 않다. 따뜻하지 못하고 배부르지 못한 것을 소위 춥고 배고프다고 하는데, 옛날 문왕의 백성 중에는 춥고 배고픈 늙은이가 없었다.[五十非帛不煖, 七十非肉不飽. 不煖不飽, 謂之凍餒, 文王之民無凍餒之老者.]"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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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하중에게 보이다 示孫兒夏重 원기는 바로 태화이니 元氣是太和봄바람이 온갖 화기를 편다오 春風暢萬和마음의 화기와 기운의 화기 心和與氣和이것은 한 몸의 화기로세 是則一身和이를 미루어 집안과 나라의 화기를 이루니 推致家國和오만 상서가 한 화기에 달려 있다네 萬祥在一和 元氣是太和, 春風暢萬和.心和與氣和, 是則一身和.推致家國和, 萬祥在一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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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형 백언84)이 방문하다 族兄伯彥見訪 이별한 뒤에 아득히 세월이 흘러 (別後茫茫歲月深)오산으로 가는 길에 다시 왕림하였네 (鰲山歸路更光臨)맑은 바람 부는 탁자에 진면목이 열리고 (淸風一榻開眞面)찬 달빛 비치는 밤에 고인의 마음을 강론하네 (寒月中宵講古心)사업하는 것 예전처럼 하지 말고 (克將事業休依舊)용맹하게 공부하는 것 결단코 지금부터 하세 (勇下功夫斷自今)내일 아침 다시 강남의 약속 잡을 것이니 (明朝復有江南約)국화 피고 단풍 드는 팔월 숲에서 만나세 (黃菊丹楓八月林) 別後茫茫歲月深。鰲山歸路更光臨。清風一榻開眞面。寒月中宵講古心。克將事業休依舊。勇下功夫斷自今。明朝復有江南約。黃菊丹楓八月林。 백언(伯彥) 정시림(鄭時林)의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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