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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장104) 【병규】에게 답함 答朴德璋【炳圭】 서늘해진 기운이 사람에게 마땅하니, 정히 서생이 휘장을 치고 독서하기 좋은 날인데, 덕장(德璋)은 집에서 근래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가? 덕장의 올해 공부는 여름부터 이래로 착실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으니, 질병으로 학업을 폐하는 것은 실로 어찌할 수 없네. 시속의 사무와 번잡한 일에 이르러서는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이고 끊을 수 있는 것은 끊어야 하는데, 더구나 집안에 시킬 사람이 절로 모자라지 않음에야 어떠하겠는가?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작은 이익을 도모하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라고 하였으니, 원컨대 덕장은 대소와 취사의 구분을 살펴서 우뚝이 뜻을 세워 단연히 공부하고, 눈앞의 허다하고 자잘한 속무에 얽매이지 말아야 할 것이네. 매번 보건대 덕장은 온후하고 개오(開悟)하여 학문하는 자질에 매우 합당하니, 항상 아끼고 바라서 기대하는 것이 적지 않은데, 덕장은 스스로 기대하는 것이 어떠한가? 세월은 빨리 흐르니, 인생의 호시절이 어찌 아깝지 않겠는가? 힘쓰고 힘쓰시게. 新涼宜人。正是書生下帷之日。未知德璋在家。近作何業耶。德璋今年之功。自夏以來。可謂不實矣。疾病廢業。固無奈何。至於俗務冗幹。可省者省之。可絶者絶之。況宅中使令自不乏人乎。孔子曰謀小利則大事不成。願德璋審其大小取舍之分。卓然立志。斷然下功。勿爲眼前俗冗許多瑣瑣所惹絆也。每覸德璋溫厚開悟。甚合學問上姿質。尋常愛仰。期望不細。未知德璋所以自期則何如耶。日月如流。人生好時節。豈不可惜勉之勉之。 박덕장(朴德璋) 박병규(朴炳圭, 1869~?)를 말한다. 자는 덕장, 본관은 밀양(密陽)이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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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성에게 답함. 答文子惺 그대가 기질지심(氣質之心)에 대해 논한 것은 말과 뜻이 참으로 온당하지 못한 부분이 있네.대저 성은 곧 리(理)이네. 그러므로 기질지성(氣質之性)이란 말이 있게 된 것이네. 대저 심(心)의 경우 그 본체는 참으로 기(氣)이지만, 또한 기질지심이라 이르겠는가. 심(心)이란 형(形)과 기(氣)와 신(神)과 리(理)를 포함하여 말한 것이네. 그러나 형은 기의 집이요, 기란 신의 집이며, 신이란 리의 집이네. 서로 필요로 하여 하나로 합치하였으니, 뒤섞이어 간극이 없네. 그런데 지금 심의 체단에 나아가 형과 기를 분리하여 기질지심이라고 하고, 신과 리를 나눠 본연지심이라고 한다면 옳겠는가? 옳지 않겠는가? 한편 인심(人心)과 도심(道心)은 마음이 발용하여 사물에 대응하는 것을 가리켜 말한 것이니, 어찌 이것이 심의 본체 상에서 리를 나누고 기를 나눈 것을 이르겠는가. 심은 성의 주재가 되고 성은 심의 주재가 된다는 말도 또한 온당하지 못하네. 만약 이 말과 같다면 원두에는 리가 주재가 되고 유행에는 심이 주재가 되어 두 개의 주재가 있는 것이네. 애산(艾山, 정재규)이 '이 리는 같지만 주재하여 항상 정하는 것은 심이며, 발출함에 같지 않은 것은 성이다.'라고 하였는데, 이 말이 거의 합당하니 다시 자세히 생각해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氣質之心云云。語意誠有未穩處。夫性卽理也。故有氣質之性之說。若夫心則其當體。固氣分也。而又謂氣質之心乎。心之爲物。包形氣神理而言之。然形者氣之宅。氣者神之宅。神者理之宅。相須爲一。混合無間。今乃就心之體段。析形氣爲氣質之心。分神理爲本然之心。可乎不可乎。且人心道心。是指發用應接上說。豈是心體上分理分氣之謂乎。心爲性宰性爲心宰之語。亦覺未穩。若如此說。則源頭也理爲主宰。流行也心爲主宰。而有兩主宰矣。艾山所謂同是理。而主宰常定者心也。發出不同者性也。此言庶幾近之。更加詳細如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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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학42) 양 어른【상정】께 올림 上心學梁丈【相鼎】 삼가 생각건대, 오장(吾丈)께서 80의 연세에 예사롭지 않은 참상(慘喪)을 만나 끝내 무슨 기력으로 부지하고 계십니까. 구구한 저의 사모하는 마음은 평소에도 그치지 않습니다. 지난번에 광장(光長)에서 돌아와 찾아뵙고 책상 아래에서 절하였습니다. 삼가 신관(神觀)이 담연하고 정력이 쇠하지 않아 종일 심신을 가다듬고 응접함에 게으르지 않은 것을 보고 실로 군자가 평소 수양하여 동요되지 않는 힘은 일반 사람이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 우리들의 기대에 위로됨이 어떠하겠습니까. 소생은 십수∨년 동안 온갖 재앙을 두루 겪은 탓에 순식간에 이미 지는 해와 같은 신세입니다. 병마가 고황(膏肓) 사이에 숨어서 여러 해 동안 틈을 노리다가 지금 모두 차례대로 드러나니, 스스로 생각건대 실낱같은 목숨 연약한 몸은 지탱하지 못할 듯합니다. 다만 구구한 이의 옛 학업이 따라서 퇴락하여 향당의 숙덕(宿德)과 평소 교유하는 곳에서 기대하고 면려한 뜻에 조금도 부응하지 못하였으니, 이것이 너무나 송구스럽습니다. 伏念吾丈以大耋之年。遭非常之慘。而未知其氣力扶持。竟作何狀。區區慕慮。尋常不置。向自光長還。歷拜床下。伏見神觀澹然。精力不衰。終日斂束。應接不倦。固知君子素養定力。有非尋常人所能測度。其所以慰塞吾黨之望爲何如。生十數年備經百罹。而轉眄之頃。已是夕陽景色。二竪子之隱伏於膏肓間而積年伺隙者。今皆次第發露自惟殘喘弱骨。恐不足以抵敵。惟是區區舊業。隨以頹以落。而於鄕黨宿德。平日遊從之地。未副一分期勉之意。是爲悚悚。 심학(心學) 양상정(梁相鼎)의 호이다. 전라남도 화순 능주(綾州) 출신으로 가선대부 부호군을 거쳐 1893년 호군을 역임하였다. 또 다른 호는 심학헌(心學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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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겸【익섭】에게 답함 答姜子謙【益變】 새 봄이 되었는데 벗을 보지 못하니, 그리는 마음이 잊히지 않네. 그런데 뜻밖에 존부장의 편지를 받아보았으며, 왼쪽으로 돌아보니 또한 한 통의 소중한 편지가 있었네. 차례대로 손에 들고 읽어보니 고마운 마음은 평범한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 게다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데 부모를 모시면서 모든 것이 더욱 좋으며, 그 남은 힘으로 책을 읽으면서 또한 전념하여 발전한다고 하니, 새해 기쁜 소식이 어찌 이보다 더한 것이 있겠는가. 보내준 편지의 길고 자세히 말한 내용에서 마음을 쓰는 자세가 조금도 허투루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네. 대개 이 일은 다만 치지(致知)와 거경(居敬) 두 가지에 달려 있을 뿐이네. 이른바 수레바퀴나 새의 양 날개는 참으로 좋은 비유라네. 그러나 보내준 편지에서 말한 것이 존양(存養)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님이 없으나, 사색하고 문변(問辯)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한두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네. 잘 모르겠네만 날마다 한 가지 이치를 궁리하는 것에 대해 과정을 세워 실천하지 못하고서 포기하여 버리는 것이 많이 있는가. 이는 안타까운 일이네. 또한 휴양하면서 정신을 한가롭게 펼치는 것은 반드시 동정(動靜)을 나눠서 말할 필요는 없으며, 욕심을 막고 천리를 보존하는 것은 반드시 이 마음이 평담한 뒤에 보이는 것은 아니네. 한번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매번 진실한 마음으로 진실한 공부를 하는 자네를 보면 그에 비할 자도 드무니 마음에 기대하는 바가 작지 않네. 그런데 최근 들어 독실하게 마음먹고 맹렬하게 나아가는 뜻을 볼 수가 없고 한가롭게 그저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구덩이에 빠진 것이 많으니, 이와 같이 하고서 어찌 집안 어른이 기대하는 지극한 마음과 벗들이 고대하는 중망에 부합하겠는가. 더욱 깊이 생각하여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힘쓰고 또 힘쓰시게. 이를 깊이 바라네. 見新春。不見友生。瞻想耿耿。謂外得尊院府文左顧。又有一角珍函。隨以入手。感豁之私。有非尋常可況。矧詢侍省凡百。俄迓加宜。餘力讀書。亦且一味向上。新年喜消息。曷以喩此。示喩縷縷。足以見用心之容。有不草草。大抵此事。只在致知居敬兩端而已。所謂車輪鳥翼。眞善喩也。然於來喩云云。無非存養邊說話。而於思索問辨之方。未有一二語示及焉。未知於日格一理者。或未能趁趲課程。而多有所廢墜者耶。此則可鬱耳。且休養發舒。不必分動靜說。遏欲存理。不必於此心平淡後見之。試思之如何。每見子謙實心實學。少有其比。而期望於心者。有不淺淺。比年以來。不見其有篤着猛進之意。而多涉於悠泛因循之科。如此而安能副家庭期望之至。朋友佇待之重哉.千萬加意。晨夜勉勉。是企是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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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윤【유흠】에게 답함 答鄭道允【瑜欽】 주경(主敬)은 실로 학문하는 큰 근본이네. 그러나 강구가 아니면 그 이치를 밝힐 수 없고, 성찰이 아니면 그 실제를 실천할 수 없네. 이것은 실로 하나라도 빠뜨릴 수 없는 것이니, 과연 보내온 편지에서 말한 것과 같네. 경(敬) 자에 대해 주자가 다음과 같이 말하지 않았던가? "다만 정의관(正衣冠), 존첨시(尊瞻視), 동용모(動容貌), 정사려(整思慮), 엄위(嚴威), 엄숙(儼肅) 등 이런 몇 단어를 익숙히 음미하여 실제로 공력(功力)을 들인다면, 이른바 '주일(主一)'과 '직내(直內)'는 자연히 심목(心目)의 사이에 분명해 진다."라고 하였으니,116) 생각건대 그대 또한 이미 보았을 것이네. 보내온 편지에서 이른바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그 계신(戒愼)과 공구(恐懼)의 뜻을 지극히 하지 않음이 없다."라고 한 것이 이런 뜻이 아닌가? 부디 힘써 노력하여 빈 말과 한가한 이야기에 이르지 않도록 하게. 主敬。固爲學之大本。然非講究。無以明其理。非省察。無以踐其實。此固不可闕一。果如來書之云也。敬字。朱夫子不云乎。但熟味正衣冠。尊瞻視。動容貌。整思慮。嚴威儼肅。此等數語。而實加功焉。則所謂主一。所謂直內。自暸然於心目之間。想吾友亦已見了。來喩所謂時無處。不致其戒愼恐懼之意者。非此義耶。千萬勉力。無至空言閒說。 경(敬)……하였으니 《주자대전》 권45 〈양자직에게 답함[答楊子直]〉에 나오는 데, 내용에 출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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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빈에게 답함 答李光彬 보여주신 내용은 삼가 잘 알겠습니다. "사물이 형형색색(形形色色)으로 다른 것은 본연(本然)의 분수(分殊)에서 나온다."라고 하고 또 "통함과 막힘, 치우침과 올바름12)은 본연이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셨는데, 이 말은 그렇지 않을 듯합니다. 사물이 형형색색으로 다른 것이 통함과 막힘, 치우침과 올바름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사람이 아래에서 위로 곧바로 자라고 금수가 옆으로 자라고 초목이 거꾸로 자라는 것, 이것은 모두 본연의 분수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장수하거나 요절하고 살이 찌거나 마르는 것, 금수가 날거나 달리고 태어나기 전에 죽는 것, 초목이 말라 죽거나 부러지는 것은 본연의 분수라고 말할 수 없을 듯합니다. 형이 말씀하신 "어찌 본연의 이치에 교정의 힘을 가할 것이 있겠는가?"라는 것은 참으로 그렇습니다. "명(命)에는 분수(分殊)가 있지만 성(性)에는 분수가 없다."라는 것은 더욱 온당하지 못합니다. 하늘에 있으면 명(命)이 되고 사람에게 있으면 성(性)이 되니, 어찌 명에는 분수가 있고 성에는 분수가 없겠습니까. 대체로 '이동기이(理同氣異이는 같지만 기는 다르다)' 4자는 노형(老兄)의 숙견(宿見)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러니 우선 그대로 두었다가 조만간 토론하여 확정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下示謹悉。旣曰形形色色。自本然分殊來。又曰通塞偏正。非本然所爲。此言恐不然。形形色色。非通塞偏正。而何人之正生。禽獸之橫生。草木之倒生。此皆本然分數也。若人之長短肥瘠。禽獸之獝狘殰殈。草木之菑翳嶊折。則恐不可謂本然分殊。兄所謂安有以本然之理而加矯揉之力者。誠然。命有分殊。性無分殊。此則尤爲未安。在天爲命。在人爲性。安有命有分殊而性無分殊者乎。大抵理同氣異四字。爲老兄宿見久矣。姑置之爲早晩商確。如何。 통함과…… 올바름 《대학혹문》 경 1장에 "그 이(理)를 가지고 말하면 만물은 하나의 근본이어서 진실로 인(人)과 물(物), 귀(貴)와 천(賤)의 차이가 없지만, 그 기(氣)를 가지고 말하면 그 바르고 통한 기를 얻은 것이 인이 되고, 치우치고 막힌 기를 얻은 것이 물이 되니, 이 때문에 귀하기도 하고 천하기도 하여 가지런하지 못한 것이다.【以其理而言之, 則萬物一原, 固無人物貴賤之殊, 以其氣而言之, 則得其正且通者爲人, 得其偏且塞者爲物. 是以或貴或賤而不能齊也.】"라고 한 내용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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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온【기휴】에게 주다 與李士溫【基休】 벽산(碧山)을 향해 돌아오면서 처음에는 찾아뵐까 생각했는데 계속해서 동행한 사람들에게 구애되어 그냥 지나치고 말았으니, 돌이켜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하지 못합니다. 뜻밖에 이경(而敬)이 방문하였는데, 인하여 부모님이 만복하시고 모든 일이 고루 좋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다만 합우(閤憂)105)가 아직까지 낫지 않으셨다고 하니 실로 간절히 염려가 됩니다. 처방에 따라 조리하면 효험을 볼 수 있을 터인데 어찌 이처럼 병세에 차도가 없단 말입니까. 부친께 가르침을 받고106) 집안일을 주관하는107) 여가에 의원을 찾고 약을 조제하는 일을 필시 다방면으로 할 터이니, 그대를 위해 대신 걱정합니다. 그러나 다시 마음을 편히 하고 생각을 안정시키고서 간간이 문자(文字)에 힘쓰고 계신지요. 이는 작은 일이 아니니 바라건대 더욱 십분 유념하여 주십시오. 저희 집안에는 우선 문제가 없고 어린 손자가 글자를 제법 읽는 것이 위로가 될 뿐입니다. 向自碧山還。初擬歷穩。繼爲同行人所牽連。未免戞過。追念未安。謂外而敬見訪。因聞雙闈百福。諸節均宜。而但閤憂尙爾彌留。實切爲慮。隨方調理。計有見效。而何其若是不退也。趨庭幹蠱之餘。尋醫合藥。想必多端。爲之代悶。然更須安心定慮。間間着力於文字否。此非小事。願加十分留念也。義林家中。姑無見頉。而稚孫頗能讀字爲慰耳。 합우(閤憂) 상대방 부인의 병환을 높여 일컫는 말이다. 부친께 가르침을 받고 원문은 '추정(趨庭)'인데, 《논어(論語)》 〈계씨(季氏)〉에 나오는 구절로, 공자의 아들 백어(伯魚)가 종종걸음으로 뜨락을 지날 때에 공자가 시를 배워야 한다고 가르쳐 주었던 고사에서 유래한다. 집안일을 주관하는 원문은 '간고(幹蠱)'인데 간부지고(幹父之蠱)의 준말로, 아들이 부친의 뜻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周易 蠱卦 初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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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한후251)【치조】를 모시고 향음례를 행하다 陪知州韓侯【致肇】行鄕飮禮 본연의 질서는 고금에 통하니 (本然敍秩古今通)예를 손익함에 어찌 같지 않음이 있었으랴 (損益何嘗有不同)선왕의 제도는 천하에 고루 미치고 (先王制作均天下)열성의 돈숭252)은 해동에서 도를 창도하였네 (列聖敦崇倡海東)삼년 동안 다스린 치적은 바야흐로 즐거움을 일으키고 (三年治蹟方興樂)하루 의를 행함은 크게 풍속을 변화시켰네 (一日行儀丕變風)법주는 풍악이 울리자마자 다 비웠으니 (法酒纔傾絲管歇)정자에 올라 들을 보며 다시 풍년을 점치네 (臨亭瞻野更占豐) 本然叙秩古今通。損益何嘗有不同。先王制作坸天下。列聖敦崇倡海東。三年治蹟方興樂。一日行儀丕變風。法酒纔傾絲管歇。臨亭瞻野更占豊。 한후(韓候) 한치조(韓致肇, 1808~1889)를 이른다. 본관은 청주(淸州), 자는 긍숙(肯叔), 호는 자애(紫崖)이다. 능주 목사(綾州牧使)로 있으면서 소실된 영벽정(映碧亭)을 1873년(고종10)에 중건하였다. 돈숭(敦崇) 『중용장구』 27장에 "군자는 덕성을 높이고 문학을 말미암으니, 광대함을 지극히 하고 정미함을 다하며, 고명함을 다하고 중용을 따르며, 옛것을 잊지 않고 새로운 것을 알며, 후함을 도타이 하고 예를 숭상한다.[君子尊德性而道問學, 致廣大而盡精微, 極高明而道中庸, 溫故而知新, 敦厚以崇禮.]"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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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윤홍에게 답함【계횡】 答魏允弘【啓宖】 멀지 않은 이웃에 고가의 유풍이 계속 세속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 노형보다 앞서는 자가 누가 있겠습니까. 스스로 생각건대 막다른 길에서 보잘것없는 자취가 매달린 박과 같아 여러 해 동안 스스로 단절을 초래하였는데, 오직 노형께서 격려해 주시는 수고로움을 꺼리지 않고 종종 외진 산속 적막한 가운데에 있는 제게 안부를 물어주셨습니다. 이 뜻은 몹시 우연이 아니니, 어찌 저처럼 형편없는 자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편지를 읽은 뒤에 남극성(南極星)이 상서로움을 바쳐47)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며 기쁘게 해드렸음을 알았습니다. 하늘은 화락한 사람을 돕는 법이니, 남은 복록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저는 뜻과 공업은 이룬 것이 없고 늙고 힘이 쇠하였으니, 구구한 이의 슬프고 한탄스러움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현랑(賢郞 상대방의 아들)이 부지런히 찾아온 뜻은 얼마나 진중합니까. 하지만 매양 답장 없이 헛되이 돌아가게 할 수밖에 없었으니, 너무나도 부끄럽습니다. 우리들이 각각 만년이 되었기에 평생 진 빚은 정히 결실을 거둘 때이니, 《주역(周易)》의 이른바 "평소의 행실 살펴보고 뒤의 복록 징험해 본다.[視履考祥]"라는 말이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오직 더욱더 힘써서 저의 바람에 부응해 주십시오. 在隣壤不遠之地。其古家風範。可以源源擩染。孰有先於老兄哉。自以窮途賤迹。如瓠有繫。曠歲曠年。自貽伊阻。而惟老兄不憚鞭策之勞。種種致問於窮山寂寞之中。此意極不偶然。豈無狀如弟者所可堪膺耶。承審南極呈祥。萊衣趨歡。天相愷悌。餘祿曷量。弟志業未就。年力告替。區區悲歎。有難爲狀。賢郞勤顧之意。何等珍重。而每不免使之虛歸。尤極愧愧。吾輩各是晩節。平生債業。正是結窠之日易所謂視履考祥者也。惟願益加勉力以資相望。 남극성(南極星)이 상서로움을 바쳐 남극성은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별이다 정재훈(鄭在勳)이 부모님을 위해 축수연을 열었으므로 이렇게 말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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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집에게 답함 答梁順集 《대학(大學)》의 뜻을 하문하셨는데 강론과 연마에 관한 벗의 의리로 볼 때 말이 없을 수 없습니다. 바로잡아 회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체로 물(物)과 사(事)는 본래 하나의 뜻입니다. 그러나 '물(物)' 자는 체단(體段 본체)의 측면에서 설명하는 것이고 '사(事)' 자는 시용(施用 작용)의 측면에서 설명하는 것입니다. 체단의 측면에서 설명하기 때문에 '본말(本末)'로 말하고 시용의 측면에서 설명하기 때문에 '종시(終始)'로 말합니다. 명덕(明德)과 신민(新民)은 남과 자신이 대립하는 것이니 '물(物)'로 말할 수 있고 지지(知止 지선(至善)에 도달하는 것을 앎)와 능득(能得)45)은 지(知)와 행(行)이 서로 의존하는 것이니 '사(事)'로 말할 수 있습니다. 어리석은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만 형의 의견은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 俯詢大學義。在朋友講磨之義。不容無言。幸加訂砭而回示也。夫物與事固一意。然物字是體段邊說。事字是施用邊說。體段邊說故以本末言。施用邊說故以終始言。明德新民。是人已對待。可以物言。知止能得。是知行相須。可以事言。愚意如此。未知兄意以爲如何。 능득(能得) 《대학장구》 경(經) 1장의 "그칠 데를 안 뒤에 정함이 있으니, 정한 뒤에 고요할 수 있고 고요한 뒤에 편안할 수 있고 편안한 뒤에 생각할 수 있고 생각한 뒤에 얻을 수 있다.【知止而后有定, 定而后能靜, 靜而后能安, 安而后能慮, 慮而后能得.】"라는 구절에서 유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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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공삼【규용】에게 보냄 與安公三【圭容】 한 해가 저물어 새해가 되고 계절에 따라 경물(景物)도 바뀌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효성이 천성에서 비롯되었으니 슬픔과 사모하는 마음을 어떻게 견디십니까. 멀리서 애타는 마음 견딜 수 없습니다. 삼가 보건대 세상의 형편은 재앙이 천하에 가득하여 아침에 저녁을 기다리지 못할 정도로 두렵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우리 동방에 복을 내려 황제의 조서가 반포되었으니 깊은 산 궁벽한 골짜기의 어리석은 백성들조차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여기에서 병이(秉彝)가 추락하지 않았음을 볼 수 있고 또 우리나라의 보록(寶籙)이 무궁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 한관(漢官)의 위엄32)을 오늘 다시 볼 수 있으니 우리는 과연 예전처럼 태평 세계를 뒤따르겠지요. 위안이 됩니다. 송사 선생(松沙先生 기우만(奇宇萬))의 봉함 상소는 역시 한 도의 바람을 채워주고 천하에 할 말이 있게 되었습니다. 세초(歲初)에 송사 등 여러 벗과 나아가 우리 벗을 조문하고 이로 인하여 중흥동(中興洞)으로 가서 한 번 서로 만날 계획이었지만, 곧 사사로운 일에 매여서 잠시 그만두었습니다. 몸을 잘 보중하시어 세상이 어려워졌을 때 서로에게 바라는 뜻에 부응하시기 바랍니다. 歲色飜改。時物變嬗。伏惟孝思根天。哀慕何堪。遠外區區不任。竊覵時象滔天。凜凜若不俟朝夕。天祚我東。溫綸渙發。雖深山窮峽。愚夫愚婦。無不感激流涕。此可見秉彛之不墜。又可見我國家寶籙爲無窮也。嗚乎。漢官威儀。今可復覩。而吾儕果爾追逐於昇平世界如前日耶。可慰可慰。松沙先生封章。亦可以塞一路之望。而有辭於天下矣。歲初與松下諸友。晉弔吾友。因往中興洞爲一番相觀計矣。旋爲私故所縻。姑且見停。更冀加愛。以副歲寒相望之意。 한관(漢官)의 위엄 지금은 없어진 옛날의 제도와 문물을 말한다. 신망(新莽) 말년에 유수(劉秀) 즉 광무제(光武帝)가 회양왕(淮陽王) 유현(劉玄)에 의해 사예교위(司隷校尉)에 발탁되었을 때, 그동안 왕망(王莽)에 의해 폐기된 한나라의 복식(服飾) 등 옛 제도를 모두 복구시키자, 늙은 관리들이 눈물을 흘리며 "오늘에 다시 한관의 위의를 보게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하였다.【不圖今日復見漢官威儀.】"라고 탄식한 고사가 전한다. 《後漢書 卷1上 光武帝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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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재24) 박 선생【영주】께 올림 上無邪齋朴先生【永柱】 삼가 심한 추위에 기체후가 손상되지는 않으셨습니까. 집안이 사람들이 흩어지고 상사가 매우 참혹하여 만년의 상황은 사람으로 하여금 목이 메게 합니다. 하늘이 화락한 군자를 수고롭게 함이 어찌 마땅히 이와 같단 말입니까. 삼가 바라건대 이치로 다스려 스스로 너그럽게 하여 부디 보중하소서. 문생(門生)은 이사한 나머지에 어수선하여 아직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어버이와 형제가 오래도록 떨어져 있다가 지금 백발이 된 나이에 단란하게 모였으니 자식의 정리에 너무나 위로되고 기쁩니다. 다만 소생의 나이가 장차 30세가 되려 하는데, 일찍이 부모님을 대신하여 열심히 일하여 하루의 봉양도 바친 적이 없습니다. 학문하는 것이 부모님의 바람이었는데 전례만을 답습한 채 세월만 보내며 또한 조금도 마음에 들게 한 곳이 없으니, 생각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등에 식은땀이 납니다. 삼가 바라건대, 한마디 가르침을 아끼지 말고 어리석은 이를 깨우쳐 주십시오. 伏未審寒沍氣體候。不有損節。室家分散。喪威孔慘。晩暮情境。令人哽塞。天勞愷悌。豈宜若是。伏乞坦理自寬。千萬保重。門生搬移餘撓。迄未妥帖。但家親兄弟分離之久。今見白首團聚。人子之情。慰悅多矣。第以賤年將至三十。未嘗代親執勞。以供一日之養。惟學問是親情所欲。而因循玩愒。亦未有一分可意處。念念不覺背汗。伏乞不吝一言之敎。以開蒙蔽。 무사재(無邪齋) 박영주(朴永柱, 1803~1874)의 호이다. 정의림이 어렸을 적에 그에게 사서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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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 화일182)【영만】의 총계정사에 적다 題趙友和一【泳萬】叢桂精舍 벗이 사는 곳에 한 초가집이 이루어지니 (故人棲息一茅成)날아가는 기러기가 구름 밖에서 우는 듯 아득하네 (邈若冥鴻雲外鳴)엉성하게 엮으니 넓은 안택임을 알겠고 (拙構認看安宅廣)새로 집 지으니 어버이 사모하는 정성 더욱 간절하네183) (肯堂彌切慕親誠)우뚝 솟은 통명산184)에 높은 바람이 불고 (通明山立高風動)맑은 순자강185)에는 밝은 달이 비치네 (鶉子江淸皓月生)세상 사람들 총계정사의 은자를 부르지 말라 (世莫相招叢桂隱)한겨울에도 지조를 지키기를 함께 맹세하였으니 (歲寒松柏是同盟) 故人棲息一茅成。邈若冥鴻雲外鳴。拙構認看安宅廣。肯堂彌切慕親誠。通明山立高風動。鶉子江清皓月生。世莫相招叢桂隱。歲寒松柏是同盟。 조우 화일(趙友和一) 조영만(趙泳萬, 1846~?)이다. 본관은 옥천(玉川), 자는 화일, 호는 소산(小山)이다. 집을……간절하네 『서경』「대고(大誥)」에 "만약 아버지가 집을 지으려 작정하여 이미 그 규모를 정했는데도 그 아들이 기꺼이 당의 터도 마련하지 않는데 하물며 기꺼이 집을 지으랴.[若考作室, 旣底法, 厥子乃弗肯堂, 矧肯構.]" 하였다. 자손이 선대의 유업을 잘 계승한다는 뜻이다. 통명산(通明山) 지금의 전라남도 곡성군 삼기면에 있다. 순자강(鶉子江) 현재 전라북도 남원시 대강면과 전라남도 곡성군 입면, 그리고 옥과면의 경계를 따라 흐르는 섬진강의 일부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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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부에게 올림 上伯父 백부님의 곁을 떠난 지 여러 날이 되었습니다. 깊어 가는 봄에 삼가 기체후는 편안하시며, 종제는 전일하게 독서하는지요? 그리워하는 저의 마음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 종자(從子)가 재숙에 온 뒤에 우연히 체증을 앓아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였기에 정신이 맑지 않으니, 책을 보는 데 매우 방해가 되는 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어영부영 시간만 허비할 수밖에 없었으니, 이것이 어찌 처음 온 뜻이겠습니까. 우리 가문이 쇠락한 지 오래인지라 백부님께서 매우 통한으로 여겨 구구한 바람을 소자에게 부친 것이 돌아보면 얼마나 진중하였습니까. 매양 노둔한 재주를 다하여 만분의 일이나마 부응하고자 하였지만 목전에 닥친 난관으로 뜻대로 되지 않는 점이 많으니, 어찌하겠습니까. 어제 우변인(右邊人)이 방문하여 사문(師門)이 근래 편안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다행입니다. 계부(季父)께서는 근래 석정(石亭)에서 돌아오셨습니까? 부모님을 뵙는 것은 다음 달 초쯤에 있을 듯합니다. 집안사람에게 말하여 미리 봄옷을 준비하게 해 주시기를 삼가 바랍니다. 離側有日。春序向深。伏未審氣體候康寧。從弟專一讀書否。伏慕不任下誠。從子就齋以後。偶患挾滯之證。飮啖不化精神不暢。其於看書。甚有所礙。是以多不免因循廢日之端。此豈始來之意哉。吾家之零替。久矣。伯父深加痛恨而爲寄區區之望於小子者。顧何等珍重。每欲勉竭駑力。以副其萬一。而目前撞着。多有不得自由處。奈何奈何。昨日得右邊人之過。知師門近節安寧爲幸。季父近自石亭返次否。趨庭似在開月初間。戒家中。使之預治春服伏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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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견에게 보냄 與李光見 서로 만나지 못한 것이 꽤 오래되었으니 서글픈 마음이 어찌 그치겠습니까. 경서를 공부하며 지내는 안부가 줄곧 편안하신지 모르겠습니다. 궁금한 마음이 더욱 지극합니다. 의림(義林)은 줄곧 병이 물러나지 않고 갈수록 더욱 심합니다. 형세를 어찌하겠습니까. 오늘 나아가 뵙기로 마음먹고 세수를 하고 두건을 썼지만, 조금 뒤 갑자기 두통이 생겨 도로 그만두었습니다. 일전에 경성(京城)의 태극교(太極敎)에서 강사(講師)를 보낸 일이 있었는데 이것이 무슨 곡절(曲折)인지 모르겠습니다. 괴이한 일입니다. 일의 체모로 볼 때 또 전혀 말이 없어서는 안 되겠기에 병 때문에 거행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편지를 갖추어 우체(郵遞)로 부쳤습니다. 어제 애산(艾山 정재규(鄭載圭))의 종형제가 보낸 서찰을 받았는데 자세하게 면려하고 신칙한 뜻이 사람을 감탄하게 하였습니다. 이 서찰을 형이 계신 곳으로 보내서 함께 살피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하였습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한 번 왕림하시고 겸해서 다소간 회포를 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노사집(蘆沙集)》은 수백 년 후의 위대한 문장입니다. 천만 갈래로 분열되어 어디로 향할지 모르던 제가(諸家)의 논의가 선사(先師)에 이르러 비로소 공정하고 합당하게 절충되어 귀일(歸一)할 수 있었으니, 이것은 학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책입니다. 모쪼록 서헌(瑞軒)과 서로 의논하여 책 한 질을 사 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不相見頗久矣。悵懷曷已。未審經體起居。連護貞謐。仰溯罙至。義林一疾不退。去益甚焉。勢也何爲。今日準爲造穩。而洗手着巾。已而頭痛旋作。還爲停止耳。日前自京城太極敎。有差送講師之擧。未知此何曲折耶。怪事怪事。揆以事體。又不可全然無語。故以病未擧行之意。修書而寄于郵遞耳。昨得艾山從昆季書。其縷縷勉飭之意。令人感歎。切欲送此書於兄所。與之相觀而未果焉。幸爲從近一枉。兼暢多少懷緖。切企切企。蘆沙集此是數百年後大文字也。諸家議論。千分萬裂。莫適所向者。至先師而始得稱停折衷而歸于一。此學者所不可無之書也。須與瑞軒相議。一帙書買以置之。如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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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사과【서진】에게 답함 答孫司果【瑞鎭】 뜻하지 않게 영랑(令郞)이 저를 찾아오고 화함(華函 상대방의 편지)이 함께 따라와서 펼쳐 놓고 거듭 읽으니 크게 위안이 됩니다. 서한을 통하여 체후(體候)가 평안하심을 알았으니 더욱 기원하던 마음이 흡족합니다. 둘째 자제에게 먼 곳으로 가서 공부하도록 분부하셨는데, 모든 것을 계획하고 운영하자면 매우 힘에 부칠 것입니다. 이것이 어찌 평범한 사람이 논의할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둘째 자제도 반드시 각고의 노력으로 학문을 이루어 집안에서 기대하는 뜻에 부응하리라 생각하니 매번 위안이 됩니다. 의림(義林)이 노쇠하고 뒤처진 것은 얘기할만한 것이 못 됩니다. 서 병사(徐兵使)의 〈결계시(結契詩)〉와 그동안의 문장을 받들어 읽으니 고상한 풍의(風義)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감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다만 한마디 말로 저의 보잘것없는 마음을 의탁하고자 합니다. 김두흡(金斗洽), 이 사람이 화약고(火藥庫)에서 절의를 위해 죽은 사람입니까? 매번 절절하게 탄식하며 흠모했지만 여지껏 그의 이름을 몰랐습니다. 이제 서한으로 알려주시는 은혜를 입었으니 매우 고맙고 다행스럽습니다. 謂外。令郞枉顧。華函隨之。披玩圭復。慰浣萬萬。仍審體節衛重。尤愜頂祝分付二郞百里讀書。其凡百經紀。備極勤勞。此豈常調人所可議到者哉。想二郞亦必刻苦成學。以副家庭責望之意也。慰仰每至。義林衰索頹塌無足云喩。徐兵使結契詩及前後文蹟。奉以讀之。有以見風義之高。感仰萬萬。第當有一言以寓區區之意也。金斗洽此是火藥庫死節人乎。每切歎慕。而未知其名。今荷書示。感幸多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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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증에게 답함 答洪士拯 전일에 들으니 그대가 간촌(澗村)에 거주한다고 하였는데 분명한 것인지 몰랐으나 그대의 편지를 받고 과연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 사이 객지에서의 상황은 어떠하신지요? 가솔(家率)이 많지 않다고 들었는데, 여력이 있으면 독서를 하면서 반드시 여유로움을 생각하십시오. 부디 이러한 상황을 계기로 십분 노력하신다면 어떠하겠습니까? 일상생활에서의 공부와 존양(存養)과 궁격(窮格)의 공부는 진실로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존양(存養)은 또한 궁격(窮格)의 근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니 모름지기 때와 장소에 따라 항상 신중히 검속(檢束)하고 조금도 게으르고 나태한 때가 없도록 한다면 어떠하겠습니까? 집에 거처하면 여러 가지 일이 많을 터이니 진실로 온 힘을 쏟아 가며 책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서재에서 거처하더라도 식솔이 많으면 또한 이와 같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가솔이 번거롭지 않다고 하였으니 매우 다행입니다. 만약 이러한데도 온 힘을 쏟지 않는다면 다시 어느 곳에서 책을 볼 수 있겠습니까? 부디 힘쓰십시오. 日前聞賢住澗村。未知的然。書來始認果爾也。日間旅節何如。聞蒙率無多云。餘力讀書。想必綽綽矣。幸因此際。十分加力如何。日用功夫。存養窮格。固當倂進。而存養又爲窮格之本。須隨時隨處。常令收斂檢束。勿使少有懈散時節如何居家多務。固難專力看書。居齋多率。亦且如此。而今蒙率不繁云。幸事幸事。若不於此而專力。則更於何處。可以看書耶。勉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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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직【영하】에게 답함 答閔子直【泳夏】 한 통의 편지가 어디에서 왔는가? 벗이 돌보아주는 두터움에 항상 감사 감사하네. 인하여 어버이를 모시는 근래의 절도가 또한 다시 어떠한지를 알았네. 밝은 창가 책상에서 조용히 연구하여 진보가 끝이 없는 점이 있는가? 이경(而敬)은 생각건대 또한 함께 책상을 나란히 하여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토론하고 있을 것이네. 체천(遞遷)96)할 때 묘소에 고한다는 설은 아마 그렇지 않은 듯하네. 비록 신주가 없더라도 기제(忌祭)나 절천(節薦)으로 인하여 체천의 뜻을 고해야 하네. 만일 기제나 절천의 때가 아니라면 별도로 지방을 갖추어 고하여 행하는 것이 가하니, 어찌 집을 놓아두고 묘소에 가는 일이 있겠는가? 일위(一位)를 실전(失傳)하여 일위만 제사 지낸다면 인정에 과연 편치 못하니, 함께 설위하는 것이 정과 예에 합할 듯하네. 그러나 반드시 먼저 고유를 하고 행하는 것이 가할 듯하네. 돌아가신 달을 알고 돌아가신 날짜를 모르면 고인이 날짜를 점쳤던 방법으로 통용하는 것이 가하네. 고인은 대상과 소상에 기일을 사용하지 않고 단지 이 달 안에 날짜를 점쳐 행하였으니, 후세에 기일을 사용하는 것은 간편한 것을 따른 것이네. 그렇다면 이것은 돌아가신 달 안에 하루를 점쳐서 사용하는 것이 어찌 불가하겠는가? 이미 날짜를 점쳤다면 반드시 해마다 정할 것은 없을 듯하네. 집에서 제사지내지 않고 묘소에서 제사지내는 것은 그렇지 않을 것이네.이것은 모두 견문이 적은 사람의 말이라 믿을 것이 못되니, 부디 더 상세히 살펴보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一書自何而來。故人傾眷之厚。尋常感惻。因審侍省近節。亦復何如。明窓棐几。從容硏究。有進進不已者否。而敬。想亦與之聯丌對討。昕夕孜孜也。遞遷吿墓之說。恐不然。雖無神主。因其忌祭。或節薦。而告以遞遷之意。如非忌祭節薦之時。則別具紙榜。告以行之可也。豈舍家適墓之有哉。一位失傳。但祭一位。則於人情果未安。倂設恐合情禮。然必先告由而行之。似可。知亡月而不知亡日。則以古人筮日之法。通用之爲可。古人於大小祥。不用忌日。只於此月內。筮日行之。後世之用忌日。從簡便也。然則此於亡月內。筮一日用之。豈不可乎旣筮日。則恐不必爲年年元定也。不祭於家而祭於墓。則不然矣。此皆寡聞謏見。不足取信。幸加詳之。如何。 체천(遞遷) 봉사손(奉祀孫)이 대수(代數)가 다한 신주(神主)를 최장방(最長房)으로 옮겨 제사를 받들게 하는 일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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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범【찬진】에게 답함 答黃允範【瓚鎭】 영랑(令郞)이 문으로 들어오면서 보내신 서신도 뒤따라왔으니 위안을 얻고 시름을 더는 것을 어찌 헤아리겠습니까. 서신을 받고서 내의(萊衣)90)를 입고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체후가 매우 복되다는 것을 알았으니 더욱 듣기를 바라던 바였습니다. 아우의 쇠약하고 정체됨은 번거롭게 얘기하기 부족하고 망령된 생각이나 잡다한 염려는 어찌 구구하게 나누겠습니까. 우리는 나이와 기력이 이미 늘그막에 접어들었습니다. 두루 섭렵하고 애써 기억하며 탐색에 힘을 쏟더라도 장차 모두 조금씩 사라지게 됩니다. 오직 조용히 심신을 조섭(調攝)하고 보양(保養)하는 것이 궁극의 계책입니다. 이것은 만년에 몸을 지키는 요체일 뿐만이 아니라, 망령된 생각이나 잡다한 염려라는 것도 또 이로 말미암아 물러나지 않을지 어찌 알겠습니까. 시험 삼아 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令郞入門。惠幅隨之。慰豁何量。仍審萊衣趨歡。體節百福。尤叶願聞。弟衰索淟滯。無足煩提。妄思雜慮。何用區區除爲也。吾輩年力。已屬遲暮。如博涉疆記。力探古索。且皆逐些裁減。惟靜攝身心。從容怡養。此是一副究竟計。此不惟爲晩年保嗇之要。而所謂妄思雜慮者。又安知不因此而退聽也。試而爲之如何。 내의(萊衣) 노래자(老萊子)의 옷이라는 말이다. 춘추 시대 초(楚)나라 사람인 노래자는 효성으로 어버이를 섬기어, 일흔 살의 나이에도 색동옷을 입고 어린아이의 놀이를 하며 어버이를 기쁘게 하였다고 한다. 《小學 稽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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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규【관식】에게 답함 答魏瑞圭【權植】 영랑(令郞)이 매번 이렇게 저를 찾아오고 또 존함(尊函)도 가끔 미치니, 스스로 생각건대 제가 어떤 사람이기에 존문(尊門)의 부자(父子)에게 이런 후대를 받는단 말입니까. 감사하고도 송구스러워 사사로운 마음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편지를 통하여 늦가을에 체후와 동정(動靜)이 시절에 맞추어 평안하시다는 것을 알았으니 실로 듣고 싶었던 소식입니다. 의림(義林)은 갯버들 같은 연약한 체질이라 나이에 앞서 노쇠하고 온갖 일이 잘못되어 궁벽한 골목에서 흙덩이처럼 칩거하면서 죽기만 기다릴 뿐입니다. 사문(師門)이 무함을 당한 것은 역시 세도(世道)의 변고이니 울분을 품는 마음은 서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상황과 저 무리의 정황을 설파하신 것 역시 제 마음을 먼저 알아채셨다고 이를 만합니다. 궁벽하고 먼 지역에 외로이 떨어져 있어 자리를 함께하고 책상을 마주하여 모르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길이 없으니 존덕(尊德)을 흠모하는 서글픈 마음만 절실할 뿐입니다. 이번 일의 궁극적인 결안(結案)은 미리 헤아릴 수 없으니 그저 저 하늘의 처분만 기다릴 뿐입니다. 令郞每此枉顧。又有尊函種種及之。自惟何人。而荷此眷遇之至於尊門父子間若是。且感且悚。情私難在。仍審秋暮德候動止。對時衛重。實叶願聞。義林蒲柳先衰。百事敗缺。塊蟄窮巷。只俟溘然而已。師門受誣。此亦世道之變。憤鬱之心。相應一般矣。而所以說破今日爻象。及彼輩情狀者。亦可謂先獲我心也。落落涯角。末由合席對床。以益聞其所未聞。向風只切於悒。此事之究竟結案。有不可預算。只待彼蒼處分而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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