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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좌【양현】에게 답함 答金舜佐【良鉉】 영랑(令郞)이 저를 찾아오고 혜서(惠書)가 함께 이르렀으니 위안되고 감사한 마음을 어찌 헤아리겠습니까. 게다가 부모님을 모시는 즐거움이 더욱 경사스럽고 안부가 평안하시다니 더욱 듣고 싶었던 말입니다. 편지에 가득한 자세한 내용과 별지(別紙)의 여러 조목은 모두가 공을 들인 체험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내 벗처럼 이러한 일을 마음에 담고 있는 자가 몇 사람이나 되겠습니까. 의림(義林)은 젊어서 의지가 단단하지 못하였고 늙어서는 더욱 거칠고 피폐하여 이와 같은 벗의 서한을 받고 저도 모르게 부끄러워 흐르는 땀에 옷이 젖었습니다. 영랑은 지금 《중용(中庸)》을 읽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략 뜻을 물었더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비상합니다. 이렇게 나아간다면 이른바 "후생을 두렵게 여겨야 한다."74)라는 말이 이 사람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어찌 알겠습니까. 《기의변(記疑辨)》75)은 다른 사람이 빌려 가서 보내드리지 못합니다. 훗날의 계획으로 남겨 놓겠습니다. 자사(子思)의 말은 근원에서 지류를 가리켜 한 말이고 주자(朱子)의 말은 지류에서 근원을 가리켜 한 말이니 간략하고 심오함과 상세하고 정밀함으로 나누어 보아서는 안 될 듯합니다. 또한 "성(性)이 곧 이(理)이다."라고 한다면 옳지만, "이가 곧 성이다."라고 한다면 온당치 못할 듯합니다. 이미 "만물을 화생(化生)한다."76)라고 하였다면 어찌 인(人)과 물(物)의 구분이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하늘이 만약 인과 물의 구분에 뜻이 없었다면 인과 물이 어디에서 올 수 있었겠습니까. 이는 최근에 기(氣)를 위주로 삼는 주장이니 나의 벗께서는 혼동하지 말기 바랍니다. "기로 형체를 이룬다."라고 할 때의 '기'는 모두가 음양과 오행이 흩어져 나뉜 기이지만, 이(理)가 갖추어져 있는 것은 과연 그릇에 물이 담겨 있는 것과 같습니다. 초목은 거꾸로 자라고 금수는 옆으로 자라지만, 사람은 머리가 위에 있고 발이 아래에 있으며 모나고 둥글고 평평하고 곧은 것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으니, 이것이 통하거나 막힌 형체의 구분이 아니겠습니까. 건순오상(健順五常)77)은 인(人)과 물(物)을 아울러 말한 것이니 이것은 이일(理一 이는 동일하다는 의미)에 해당하며, 이는 동일하지만 현상은 다르다는 것이 그 안에 있습니다. 만약 물(物)이 하늘이 명한 성(性)을 따랐다면 말은 발로 차지 않고 소는 뿔로 받지 않을 것이니, 어찌 사람의 오상(五常)을 저 물(物)에게 요구할 것이 있겠습니까. 다시 자세히 살펴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令郞垂訪。惠幅伴至。慰感曷量。矧審省歎增慶。體事晏重。尤叶願聞。滿幅覼縷及別紙諸條。無非自用功體驗中出來。在今日而實心於此事如吾友者。有幾人哉。義林少不厲志。老益荒廢。得朋友書如此處。不覺愧汗沾衣也。令郞今讀中庸云。故略問其義。無不曉解。奇事奇事。率是以往。所謂後生可畏者。安知不在於此也。記疑辨爲人借去。未得付呈。留俟後日計耳。子思之言目源指流之言。朱子之言。自流指源之言。恐不可以簡奧詳密分以觀之。且性卽理也云則可。理則性也云則恐未穩。旣曰化生萬物。則烏可謂無人物之分耶。天若無意於人物之分。則人物何處得來。此是近世主氣之說。願吾友物似之也。氣以成形之氣。莫非陰陽五行散殊之氣。而理無不具。果如器之貯水也。草木倒生。禽獸橫生。而人則頭上足下。方圓平直。此非通塞之形耶。健順五常。兼人物言之。此是理一處。理一而分殊在其中矣。使物而循天命之性。則馬不踶牛不觸。何嘗以人之五常去責那物耶。更詳之如何。 후생을……한다 《논어(論語)》 〈자한(子罕)〉에 "후생을 두렵게 여겨야 할 것이니, 앞으로 후생들이 지금의 나보다 못하리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40세나 50세가 되도록 세상에 알려짐이 없는 사람이라면, 또한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하겠다.【後生可畏, 焉知來者之不如今也? 四十五十而無聞焉, 斯亦不足畏也已.】"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기의변(記疑辨)》 정재규의 《납량사의기의변(納凉私議記疑辨)》을 가리킨다. 《납량사의》는 노사 기정진(奇正鎭)이 1843년에 작성한 성리학 저술이다. 우주의 구성에서부터 인간의 본질에 대한 해명, 사단칠정과 인심도심(人心道心) 등 심성의 문제, 인물성동이(人物性同異)의 문제, 선악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일분수(理一分殊)라는 이체이용(理體理用)의 논리로 설명하였다. 만물을 화생(化生)한다 《중용장구》 제1장에서 주희가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고 한다.【天命之謂性.】"라는 경문을 "하늘이 음양오행으로 만물을 화생하매 기로써 형체를 이루고 이를 또한 부여한다.【天以陰陽五行, 化生萬物, 氣以成形, 理亦賦焉.】"라고 해설한 것을 이른다. 건순오상(健順五常) 《중용장구》 제1장의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 한다.【天命之謂性.】"에 대한 주희의 주석에 "인과 물이 세상에 나올 적에 각기 부여받은 바의 이를 얻음으로 인하여 건순ㆍ오상의 덕을 삼게 되니, 이것이 이른바 성이라는 것이다.【人物之生, 因各得其所賦之理, 以爲健順五常之德, 所謂性也.】"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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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행【의형】에게 보냄 與姜正行【義馨】 상중에는 담제(禫祭)를 지내지 않는 것은 본래 관련된 글이 있지만, 자식의 상사(喪事)에 장례를 치른 뒤라면 담제를 지내지 않을 리가 없을 듯합니다. 자식【맏아들】을 위해 참최복을 하더라도 해관(解官 상기(喪期) 동안 벼슬에서 물러나는 것)을 하지 않으니78) 이것이 방증할 수 있는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거로 삼아 행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없어 마음이 편치 않다면 상이 있어 참여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글을 지어 고유(告由)하고 가벼운 복을 입는 이에게 담제를 섭행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것은 근거가 없는 억설(臆說)이니 다시 예를 아는 사람에게 질정하여 행해야 합니다. 서모(庶母)에 대해 이미 동찬(同爨 한솥밥을 먹는 것)을 근거로 시마복(緦麻服)을 하니 정성을 다해 부모를 봉양하고 정성을 다해 상을 치르는 것이 어찌 동찬의 의리보다 못하겠습니까. 예는 인정에 근본하고 후하게 하는 쪽을 따르는 것이 옳다는 것이 이 경우를 이릅니다.【문】 제사를 지낼 즈음 집안에 비복(婢僕)의 상이 있거나 산부(産婦)가 있다면 제사를 그만둬야 합니까? 우복(愚伏 정경세(鄭經世))이 "예(禮)에 따르면 같은 집에 살면 신첩(臣妾)이라도 매장을 한 뒤 제사를 지낸다."79)라고 하였습니다. 이로써 보면 제사를 그만두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답】 산부가 있다면 불결하므로 제사를 지내서는 안 됩니다. 구천(龜川)80)은 "비복의 상에는 매장을 한 뒤 제사를 지낸다."라고 하였습니다.【문】 산부가 있는 경우로 보자면, "처는 자식을 낳는 달이 되면 측실(側室)에 거처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남편은 사람을 시켜 날마다 두 번씩 묻게 한다. 남편이 재계(齋戒)하면 측실의 문에 들어가지 않는다."81)라고 하였으니, 산부가 있더라도 제사를 지내야 하는 것이 옳다고 하였습니다. 매장을 한 뒤에 제사를 지낸다면 월수를 계산하지 않고 정일(丁日)을 택해 제사를 지냅니까? 산부가 있더라도 제사를 지내야 한다면 측실이 없는 경우에는 할 수 없을 듯합니다.【답】 매장을 한 뒤에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연제(練祭 소상제)와 상제(祥祭 대상제)를 가리킵니다. 기제(忌祭), 시제(時祭), 담제 등은 시기가 지나면 제사를 지내지 않습니다. 喪中無禫。固有其文。而子喪葬。後似無不禫之理。雖爲子復斬。而不解官。則此可爲旁照之一證。然旣無的證可據而行之。於心若末安。則以有喪不參之意。措辭告由。而使服輕者。攝而行禫如何。此是無據之臆說也。更質於識禮處而行之也。庶母旣以同爨而緦。則其殫誠養親。執喪玖誠。豈下於同爨之義乎。禮本人情。從厚爲得者。此之謂也。將祭而家內有婢僕之喪或産婦。則當廢祭乎。愚伏曰。禮同宮則雖臣妾。葬而後祭。以此觀之。廢之似當。有産婦則不潔。不可祭也。龜川曰。婢僕之喪。葬後而祭。至産婦。則妻將生子之月。居側室。子生。夫使人日再問之。夫若齊。則不入側室之門。雖有産婦。當祭之可也云。若葬後而祭。則不計其月。擇丁日而祭乎。雖有産婦。當祭之。則無側室者。似不可。葬而祭。練祥之謂。若忌祭時祭禫祭之類。過時則不祭。 자식【맏아들】을……않으니 《주자대전》 권62 〈답이회숙 5〉에서 이휘(李煇)가 묻기를 "장자를 위해서는 삼년복을 입고, 백부ㆍ숙부ㆍ형제를 위해서는 모두 기년복을 입는데 관직에 있는 자는 벼슬에서 물러나지 않고, 선비는 과거 응시를 허락하니, 공무(公務)를 볼 때와 과거에 응시할 때 길복을 입어야 하는지 최복을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길복을 입어야 한다면 오복조(五服條)에 실려 있는 시기와 서로 어긋납니다.【爲長子三年及爲伯叔兄弟皆期服而不解官, 爲士者許赴擧, 不知當官與赴擧時, 還吉服耶? 衰服耶? 若須吉服, 則又與五服所載年月相戾矣.】"라고 하였다. 같은……지낸다 《예기》 〈잡기(雜記)〉에 보이며 원문은 다음과 같다. "부모의 상에 소상(小祥), 또는 대상(大祥) 제사를 지내려고 하는데 (떨어져 사는) 형제가 사망하면 빈(殯)이 끝나기를 기다린 뒤에 제사를 지낸다. 만일 같은 집에 사는 이가 사망하면 비록 사망한 이가 신첩(臣妾)과 같은 천한 신분이라고 해도 장례(葬禮)를 마친 뒤에 제사를 드린다.【父母之喪, 將祭, 而昆弟死, 旣殯而祭. 如同宮, 則雖臣妾, 葬而后祭.】" 구천(龜川) 이세필(李世弼, 1642∼1718)의 호이다. 이항복(李恒福)의 증손으로 송시열, 박세채의 문인이다. 해당 내용은 《구천선생유고(龜川先生遺稿)》 권32, 〈답권여유(答權汝柔)〉에 보인다. 처는……않는다 《예기(禮記)》 〈내칙(內則)〉에 내오는 말이다. "처는 자식을 낳으려고 할 때 해산달의 초하루가 되면 측실에 거처한다. 남편은 사람을 시켜서 매일 두 번씩 묻게 한다.……남편은 재계할 때라면 측실의 문을 들어가지 않는다.【妻將生子, 及月辰, 居側室, 夫使人日再問之.……夫齊則不入側室之門.】"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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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방문하다 訪子由 내가 옛날 몇 년이나 남산에 있었던가 我在南山昔幾秋빛나는 물결은 탈 없이 동으로 흐르네 映波無恙向東流옛 친구를 만나니 모두 청안234)인데 舊交邂逅皆靑眼반평생 부침하며 쉬이 백발 되었구나 半世浮沈易白頭풍진 세상에 초탈한 선비 얻기 어려워 難得風塵超出士봉필235)이 고루보다 나음을 뉘 알리오 誰知蓬蓽勝高樓집을 떠난 지 오래라 몹시 무료했는데 離家多日苦無賴여기 와서 비로소 진솔한 유람 한다네 到此始成眞率遊 我在南山昔幾秋, 映波無恙向東流.舊交邂逅皆靑眼, 半世浮沈易白頭.難得風塵超出士, 誰知蓬蓽勝高樓.離家多日苦無賴, 到此始成眞率遊. 청안(靑眼) 매우 반가워하는 눈길을 뜻한다. 진(晉)나라 때의 명사(名士)인 완적(阮籍)은 세속의 법도에 구애받지 않고 지내면서 속사(俗士)를 만나면 흰자위[白眼]를 드러내어 경멸하는 뜻을 보여 주고, 의기투합하는 사람을 만나면 푸른 눈[靑眼]으로 대하여 반가운 뜻을 드러냈다는 고사가 있다. 《晉書 卷49 阮籍列傳》 봉필(蓬蓽) '봉문필호(蓬門蓽戶)'의 줄인 말로 쑥대나 싸리로 만든 문이라는 뜻인데, 누추한 집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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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운을 거듭 써서 김수성 군에게 주다 疊前韻 贈金君秀聲 원래 노소나 동서도 없으니 元無老少復西東다만 친밀한 정이 있는지 없는지만 묻는다네 但問親情實與空깨끗한 마음은 맑은 밤의 달과 같아야 하고 心淨要同晴夜月화평한 기운은 늦봄의 바람처럼 불어야지 氣和應動晚春風방자한 논의로 어찌 견백582)을 다투려 하나 肆論豈欲爭堅白글 짓는 것은 녹색과 홍색을 품평하는 것과 상관 없네 題句非關品綠紅돌을 상으로 삼고 구름을 선물함은 모두 별난 취미인데 榻石贐雲皆別趣예로부터 고사는 산 가운데 있다네 從來故事在山中 元無老少復西東, 但問親情實與空.心淨要同晴夜月, 氣和應動晚春風.肆論豈欲爭堅白, 題句非關品綠紅.榻石贐雲皆別趣, 從來故事在山中. 견백(堅白) 괴변을 가리킨다. 전국 시대 조(趙)나라의 논변가 공손룡이 '견백동이(堅白同異)'라는 궤변을 하였다. 단단하고 흰 돌이 있을 경우, 단단함[堅]과 흰색[白]과 돌[石]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공손룡이 그것은 불가능하고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것은 가능하다고 하였다. 눈으로 보면 색이 '흰 돌'이라는 것만 알 수 있고, 손으로 만져보면 '단단한 돌'이라는 것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결국 단단한 돌과 흰 돌은 서로 다른 것이요 절대로 같은 것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 사실상 같은 것을 다른 것으로 만들고, 다른 것을 같은 것으로 만드는 괴상한 논리를 말한다. 《公孫龍子 堅白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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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심 어른이 보내온 시에 화답하다 和鍊心丈見贈 예로부터 화복에는 득실83)이 있는 법 從來禍福有乘除새옹지마의 기담84)을 옛책에서 보았지 塞馬奇談見古書감미는 신산의 고생 뒤에 있음을 알겠고 甘味方知辛苦後위기는 혹 쾌적한 안락 끝에 있다네 危機或在快安餘봉산의 눈 달은 속세 벗어난 곳에 맑고 蓬山雪月淸超俗영해의 바람 안개는 터 잡은 집에 엷네 瀛海風煙淡卜居옥성85)을 권면하며 위로하고 도왔으니 爲勉玉成相慰藉생애의 계책 모두 엉성하다 웃지 마소 生涯莫笑計全疏 從來禍福有乘除, 塞馬奇談見古書.甘味方知辛苦後, 危機或在快安餘.蓬山雪月淸超俗, 瀛海風煙淡卜居.爲勉玉成相慰藉, 生涯莫笑計全疏. 득실 원문의 '승제(乘除)'인데, 승은 곱셈이고 제는 나눗셈으로 득실과 성쇠를 비유한다. 새옹지마의 기담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에 나오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고사를 말한 것이다. 세상사가 변화무쌍하여 득실을 헤아릴 수 없으니, 이에 연연할 필요 없음을 비유한 것이다. 옥성(玉成) 사람을 옥처럼 훌륭히 완성시켜 준다는 뜻이다. 송(宋)나라 장재(張載)의 〈서명(西銘)〉에 "가난하고 천함과 근심 걱정은 그대를 옥으로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貧賤憂戚, 庸玉汝於成也.]"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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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헌규가 친영할 때의 초사 孫兒憲圭親迎時醮辭 "가서 너를 도울 부인을 맞이하여 우리 종묘의 일을 잇고, 힘써 공경으로 이끌어라. 그렇게 하면 떳떳함이 있을 것이다."56)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옛사람이 초자(醮子)57) 때에 하는 말이고, "힘써서 공경으로 이끌어라."라는 네 글자에 무한한 의리가 담겨있으니, 너는 알고 있느냐?공경은 일신의 바탕이며, 만 가지 선의 근본이니,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일상생활의 온갖 말과 행동이 이것을 말미암지 않고 행할 수 있는 자가 없는데, 하물며 천륜의 큰 벼리가 되는 부부(夫婦)에 있어서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느냐. 부부는 군자의 도가 시작되는 단서이고, 친영(親迎)은 부부의 도가 시작되는 단서인데, 전자에 태만하고 후자에 공경하는 것은 형세상 반드시 행하기 어렵고, 시작이 없이 끝이 있는 것은 이치상 있을 수 없으니, 네가 몸을 닦고 집안을 화목하게 하며, 앞으로 과정의 잘잘못이 여기에서 시작될 것이다.《주역ㆍ가인(家人)》의 〈단전(彖傳)〉에서 말하기를,  "남자와 여자의 바름이 천지의 대의(大義)이다."라고 하였고, 그 〈상구(上九)〉에서 이르기를, "믿음과 위엄이 있으니, 끝내 길하다."라고 하였으며, 〈상전(象傳)〉에서 이르기를, "위엄이 있으면 길하다는 것은 자신을 반성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하였다. 이른바 위엄이라는 것은 가혹하고 각박하며 분노하고 사나운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마음을 세우고 자신을 단속하여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고 행동을 망령되이 하지 않으며, 화순(和順)하고 경외(敬畏)하는 뜻을 보존하고, 태만하고 업신여기는 습관을 경계하여 평소의 행위에 한 터럭만큼도 남에게 비난을 받는 일이 없게 하는 것이 이것이다. 이른바 힘써 공경으로 이끈다는 것도 이러한 뜻이 아니겠는가. 너는 힘써야 할 것이다. 往迎爾相。承我宗事。勉率以敬。若則有常。此古人醮子之辭也。而勉率以敬四字。有無限義理。汝知之乎。敬者一身之基。萬善之本。人生日用凡百云爲。未有不由此而能行之者。況夫婦之爲天倫大綱乎。夫婦者君子之道所以造端也。親迎者。夫婦之道所以造端也。慢於前而敬於後。勢必難行。無其始而有其終。理所未有。汝之修身宜家。前程得失。權輿於此。易家人之彖曰。男女正。天地之大義也。其上九曰。有孚威如。終吉。象曰。威如之吉。反身之謂也。所謂威如。非苛刻忿厲之謂也。只是立心飭躬。言不忘發。行不忘作。存和順恭畏之意。戒惰慢褻狎之習。使平日所爲。無一毫見非於人是也。所謂勉率以敬。亦非此意也耶。汝其勉之。 가서……것이다 《가례》 〈혼례(昏禮)〉에 나오는 말이다. 초자(醮子) 관례(冠禮)나 혼례(婚禮)에서 부모나 어른이 당사자인 아들에게 술을 따라 주는 의식인 초자례(醮子禮)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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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심【승원】에게 답함 答洪允深【承源】 학문은 치지(致知)보다 앞서는 것이 없고, 치지(致知)는 독서(讀書)가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성현(聖賢)의 마음 씀과 행한 일과 선악(善惡)의 본받고 경계할 만한 것이 모두 책에 실려 있기 때문입니다. 한 편(篇)에서는 한 편(篇)의 뜻을 구하고, 한 장(章)에서는 한 장(章)의 뜻을 구하고, 한 구(句)에서는 한 구(句)의 뜻을 구합니다. 만약 《소학(小學)》을 읽는다면 마땅히 물뿌리고 비질하며 청소하는 것과 손님을 응대하는 일을【灑掃應對】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어버이를 친애하고 웃어른을 공경하는 것을【愛親敬長】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대학(大學)》을 읽는다면 마땅히 명덕(明德)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신민(新民)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여야 합니다. 또한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어째서 이겠습니까? 아무런 의심이 없이 마음에 보존시키고 몸에 체득하고서 하는 일에 베푼다면 이것이 궁리(窮理)가 귀한 것이고 학문(學問)에서 우선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장구(章句)의 말단에 뜻이 막히고 음독(音讀)의 사이에 마음이 빠져버려서 천착(穿鑿)하고 부회(傅會)하면 그 아는 바가 옛 글을 외우기만 하는 천박한 학문에 불과하게 될 뿐이니, 이러한데도 어찌 실제로 활용하는 데 도움이 있기를 바랄 수가 있겠습니까? 보내주신 별지(別紙)는 모두 간절히 묻고 가까운 데서 생각하여【切問近思】 의논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전혀 그러한 병통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혹 오랫동안 사색하지 못하고 갑작스레 입으로 말하는 병폐가 있다면 이 뜻을 몰라서는 안 될 것이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답(問答)에 대해 따로 말씀드린 내용은 급하게 붓을 휘둘렀기에 아마도 잘못된 것이 많은 듯합니다. 그 중에서 답해드렸던 자최(齊衰)65)에 대한 한 조목은 더욱 이치에 어긋나기에 생각하면 황송합니다. 부자(夫子)께서 특별히 자최(齊衰)를 거론한 것은 가벼운 것을 들어서 무거운 것을 보인 뜻입니다. 보내드렸던 답지(答紙)는 즉시 지워 없애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사덕설(四德說)」은 안배하고 보충한 것이 많은데 글자를 배치하는 것에 대한 병통을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대요(大要)는 혹 기(氣)를 리(理)로 인식하고 혹 정(情)을 성(性)으로 인식하는 것인데 제 생각에는 대략 점평(點評)을 가하며 살펴주셔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의 생각이 또한 잘못된 것이 없을 줄을 어찌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거듭 살펴주시기 바랍니다.사단칠정(四端七情)66)은 모두 생각할 겨를 없이 발현되는 것입니다. 다만 선(善)만 있는지, 선악(善惡)을 겸하는지의 다름이 있을 뿐이니, 혹 그 병통으로 인하여 공격을 하고 그 밝음으로 인하여 계도하는 것입니다. '하필 이(利)를 말씀하십니까?【何必曰利】'67)라고 한 것과 '재물을 좋아하고 색(色)을 좋아한다.【好貨好色】'68)는 것과 같은 말에서 볼 수가 있습니다. 學莫先於致知。致知以讀書爲先。以聖賢用心行事。及善惡之可效可戒者皆。在於書故也。一篇求一篇之義。一章求一章之義。一句求一句之義。如讀小學。則當思灑掃應對當如何。愛親敬長當如何。讀大學則當思明德當如何。新民當如何。又思所以當如此者。是何故。使之了了無疑。存之於心。體之於身。施之於事。此窮理之爲貴。而爲學問之先者也。若或滯意於章句之末。溺情於音讀之間。穿鑿傳會。則其所知者。不過爲記聞口耳之學而已。尙何望其有助於實用哉。所示別紙。皆切問近思合商量處。然其間不可謂全無此病。又或有不能耐久思索。而徑遽出口之獘。此意不可不知也。如何。問答別告。悤卒信筆。想多謬妄。其中答齊衰一條。尤爲悖理。追念惶悚。夫子之特擧齊衰者。是擧輕見重之意也。所去答紙。卽爲抹去如何。四德說多安排牽補。其下字之病。不可枚擧。大要或認氣爲理。或認情爲性。以鄙意略加點評。覽可知矣。然安知鄙意亦無差謬也。更詳之也。四端七情。皆是不暇思慮而發。但有善與兼善惡之不同。或因其病而攻之。或因其明而納之。如何必曰利及好貨好色之語。可見。 자최(齊衰) 오복(五服)의 하나이다. 조금 굵은 생 베로 만드는데 아래 가를 좁게 접어서 꿰맨 상복이다. 부모상에는 삼 년, 조부모 상에는 일 년, 증조부모 상에는 다섯 달, 고조부모 상에는 석 달을 입고, 처상(妻喪)에는 일 년을 입는다. 사단칠정(四端七情) 사단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성품에서 우러나오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이다. 칠정은 사람의 일곱 가지 감정인 희로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欲)을 가리킨다. 하필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맹자(孟子)》의 〈양혜왕(梁惠王)〉 상에 나오는 구절로, 사람이 이익추구를 목적으로 일을 행하면 얻을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가 따르게 마련이며, 오직 인의(仁義)에 입각해서 일을 하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재물을 좋아하고 색(色)을 좋아한다 《맹자(孟子)》의 〈양혜왕(梁惠王)〉 하에 나오는 구절로, 맹자가 제선왕에게 재물과 색을 좋아하는 마음을 백성들과 함께 누릴 것을 제안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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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오【재희】에게 답함 答文敬五【載熙】 서신을 받은 후에 며칠이 지났는데 한가로이 거처하는 체후가 계속해서 몹시 좋고 하부(下部)의 뜻밖에 생긴 질병도 속히 절로 낫기를 거듭 바랍니다. 그리워하는 마음을 금치 못합니다. 편지에서 '분을 내어 뛰어오르고, 떨쳐서 빨리 일어난다.【發憤勇躍, 奮迅興起】'라고 하셨는데, 이것은 학문(學問)의 본령(本領)이 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무릇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기름에 그림을 그리고 얼음을 새기는 것처럼 될 것이니 어찌 근거하여 지킬 만 한 바가 있겠습니까? 또 '위태위태하면79) 나아가 편안할 수가 없고, 무미건조하고 껄끄러우면 즐길만한 맛이 없다.【危殆捏扤, 無可卽之安, 枯燥生澁, 無可嗜之味】'라고 하셨는데 이는 함양(涵養)이 미숙(未熟)하여 밝지 않음을 끝까지 구하면서 이르게 된 것입니다. 무릇 독서(讀書)는 진실로 궁리(窮理)의 일단입니다. 그러나 종일토록 고달프게하면서 정신이 피폐해지면 또한 도움이 안될 것입니다. 모름지기 문장의 단과 마디를 따라서 끝까지 궁구해 파헤쳐보면 십분 분명해질 것입니다. 거듭 남은 힘이 있으면 단정하고 고요하게 앉아서 정신(精神)을 모으고 뜻을 오로지하면 이것이 근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주자(朱子)께서, '반나절은 독서하고 반나절은 정좌한다.【半日讀書, 半日靜坐】'라고 한 것이 바로 이 뜻입니다. 또한 날마다 생활하는 모든 사항에 의리(義理)를 다할 수 있도록 힘쓰고 조금도 구차하거나 스스로를 속이는 폐단이 없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렇게 세월이 쌓여서 이어지고 그치지 않는다면 선한 힘이 점점 확장되고 악한 힘은 점점 줄어들어 장자(張子; 장재(張載))가 이른바, '안과 밖, 손님과 주인의 구분【內外賓主之分】'80)이니 대처할 방도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일찍이 이 일에 대하여 한나라와 초나라의 전쟁과 같다고 여겼습니다. 한나라의 힘은 본래 초나라를 상대하기에 부족하였지만 고조(高祖)가 관중(關中)을 평정함으로써 먼저 근본을 보존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계책을 썼습니다. 또한 모신(謀臣)과 맹장(猛將)으로 하여 위(魏) 나라를 치고 조(趙) 나라를 공격하여 그 손과 발을 잘라버렸더니 항우(項羽)는 스스로 무너졌던 것입니다. 만약 고조가 자신의 힘을 헤아리지 않고서 갑작스럽게 항우를 공격하였다면, 항우를 반드시 이길 보장은 없고 단지 자신의 멸망만 자초하였을 것입니다. 무릇 오직 은미한 마음과 충분하지 못한 힘으로 그 습관을 제거하려고 한다면 오래된 폐단과 단단하게 굳은 삿된 것들이 사방에서 흘러나와 뻣뻣하여【倔强】 복종하지 않게 되리니 마치 살아 생동하는 용과 호랑이와 같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공자 문하의 여러 자제들은 오직 안자(顔子)의 학문이 건도(乾道)에 속하며 염자(冉子) 이하로는 모두 경서(敬恕)를 지양(持養)하는 사이를 종사함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여기에서 볼 수가 있습니다. 서로 깊이 그리워하고 있기에, 어리석은 견해를 망령되이 보내드립니다. 書後有日。更請齋居候節。連護茂謐。下部無妄。趁早勿藥。懸溯無任。所云發憤勇躍。奮迅興起云者。此是爲學問本領。不然凡所云爲。無非脂畵氷鏤。何足有所據守哉。又云危殆捏扤。無可卽之安。枯燥生澁。無可嗜之味。此是涵養未熟窮索未明之致也。夫讀書固是窮理之一端。然終日矻矻。疲獘精神。亦無益也。須逐段逐節。窮覈到底。截斷得十分分明。而更於餘力。端莊靜坐。使精神注泊。志慮精專。此是端本淸源太上法。朱子所謂半日讀書。半日靜坐者。正此意也。且於日用凡百。務盡義理。不要有一毫苟且自欺之獘。積以歲月。接續不綴。則善力漸長。惡力漸縮。而張子所謂內外賓主之分者。可以知所處矣。愚嘗謂此事如漢楚之交爭。漢之力。本不足以敵楚。而高祖定關中。先爲存本固根之計。又使謀臣猛將。擊魏攻趙。剪除其手足。而羽已自獘矣。若使高祖不量其力。而徑欲攻羽。則羽未必勝。而適以自速滅亡也。夫以惟微之心。未充之力。而欲祛其習。則久放蔽累膠固之私。滲漏四出。倔强不服。如生龍活虎也。是以孔門諸子惟顔子之學。爲屬乾道。而自冉子以下。皆不免從事於敬恕持養之間。此蓋可見也。相向之深。妄輸愚見。 위태위태하면 원문은 '올날(扤捏)'이다. 《서경》 〈주서(周書) 진서(秦誓)〉의 끝에 진나라 목공(穆公)이 건숙(蹇叔)의 말을 따르지 않고 다른 신하의 말을 듣고서 정(鄭)나라를 쳤다가 패배하고 난 뒤 뉘우치면서 한 말에서 유래하였다. 안과 밖, 손님과 주인의 구분 이 말은 《논어집주》 〈옹야〉 5장 장하주에서 장재(張載)가, "학문을 시작하는 요점은 '삼월불위(三月不違)'와 '일월지언(日月至焉)' 중에서 무엇이 안이고 밖인지와 무엇이 손님이고 주인인지의 차이를 알아야하는 것이다.【始學之要, 當知三月不違, 與日月至焉, 內外賓主之辨.】"라고 한데서 유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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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세원【제보】에게 주다 與文世元【濟普】 세초(歲初)에 춘부장(春府丈)께서 왕림하여주시니 감사함을 말로 형용할 수 없습니다. 다만 마침 몸에 병이 있고 아울러 손님으로 분주하여 조용히 말씀을 나눌 수가 없었습니다. 갑작스레 인사를 나눈 이후 지금까지 매우 서글픔이 맺혀 있습니다. 달이 이미 바뀌었는데 어버이를 모시고 지내는 정황은 편안하고 즐거우며, 체절(體節)100)도 더욱 다복하며, 여가에 닦은 학업은 해와 함께 모두 새로워져 재미가 진진하신지요? 경모하는 구구한 내 마음이 실로 애타고 그리워하고 있습니다.101) 저의 뜻은 세월과 함께 사그러들고 병세는 해와 함께 깊어만 가니 초라한 집에서 칩거하면서 그저 간절한 마음으로 끝없이 한탄하고 있습니다. 존당(尊堂)의 「겸와기(謙窩記)」는 서로 잘지내왔던 뜻을 저버리기 어려워서 붓을 적셔 써서 보내드리니 살펴보시고 육정(六丁)102)에 부치시면 어떻겠습니까? 다만 시봉하며 학문하는 것을 더욱 힘써서 원대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歲初。得春府丈枉駕。感不容喩。但身方有疾。兼以客撓未得穩承提喩。遽爾拜辭。悵耿迄今如結。月已改絃。未審侍奉歡婉。體節蔓吉。餘力居業。與歲俱新。趣味津津否。傾溯區區。實勞願言。義林意與歲去。病與年深。廢蟄窮廬。只切無窮之恨。尊堂謙窩記。難孤相厚之意。泚筆以呈。覽付六丁如何。只祈侍學加勉。以究遠大。 체절(體節) 남의 안부를 물을 때에 그 사람의 기거(起居)나 건강 상태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경모하는 구구한 내 마음이 실로 애타고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원문은 '실노원언(實勞願言)'인데, 이는 《시경》 〈연연(燕燕)〉에, "바라보아도 미칠 수 없어 내 마음 실로 괴롭네.【瞻望弗及, 實勞我心.】"라는 구절과 〈백혜(伯兮)〉에, "그이가 그리워서 머리 아픈 것도 좋아라.【愿言思伯, 甘心首疾.】"라는 구절에서 온 말이다. 육정(六丁) 육정은 도교(道敎)에서 말하는 정묘(丁卯), 정사(丁巳), 정미(丁未), 정유(丁酉), 정해(丁亥), 정축(丁丑)의 여섯 정신(丁神)을 가리키는데, 이들은 본래 천제(天帝)의 부림을 받는 신들이라 한다. 여기에서는 상량문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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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사 재욱 의 일을 듣고 시를 지어 그를 장하게 여기다 聞安義士【在旭】事, 詩以壯之 태산 아래의 안 의사는 泰山之下安義士곧은 기개로 상제에게 상달했네 直氣上達帝座筵한 소리 우레 같은 근래의 일을 一聲轟雷近日事내가 기쁘게 듣고 두 어깨 으쓱했네 我喜聞之聳雙肩어찌하여 운수가 백육471) 때를 만났나 夫何運値百六際금수의 자취472)가 온 나라에 두루했네 蹄跡交遍率土濱근래 머리 깎는 풍조가 곳곳에서 성하나 邇來削風在處競그야말로 선비가 변치 않아야 할 때이네 正是士子不變辰아, 그대가 당한 것은 실로 도리 없었으니 嗟君所遭眞無理경관의 협박이 화급하였네 警官脅迫火急然내 머리는 잘라도 머리털은 자를 수 없다고 我頭可斷髮不斷그들 꾸짖기를 상산의 안씨473)처럼 하였네 罵之有若常山顔한 몸으로 세 명의 장사를 대적해내니 一身敵過三健兒힘은 이미 지쳤으나 간담은 서늘했네 力旣疲兮心膽寒저들이 또 만 가지로 설득해 마지않았으나 彼又萬端說不已일이 끝내는 예사로운 사이에 있지 않았네 事竟不在尋常間공자는 인 이룸을 말하고 맹자는 의를 취했는데474) 孔曰成仁孟取義일찌감치 이를 갖추어 마음속에 새겨두었네 早已辦得銘心肝품속에 있던 칼로 두 번이나 목을 찔렀으니 懷中有刀再刺頸한 죽음에 어찌 다시 여생을 아까워했으랴 一死那復惜餘年좌중에는 일순간에 풍파가 일어났고 座中頃刻生風波흥건히 쏟아진 피는 색이 검고 누랬네 淋漓濺血色黃玄비록 저들의 위세가 폭염과 같았지만 雖以彼之威燄暴무심히 음식이 목에 넘어가듯 놀라고 겁 먹었네 驚㥘無心食下咽의약품을 써서 치료하여 완쾌되었지만 爲施醫藥療且完사례하노니 선생의 의는 얼마나 장한가 稱謝先生義何壯나는 알겠네 의사의 한 줌 피가 吾知義士一掬血사람들이 새 풍조에 흔들림을 그치게 할 줄 止得時人新潮盪문산의 독약과 동계의 칼날475)은 文山腦子桐溪刃일이 모두 천년토록 부끄러울 바가 아니네 事同千載非所恥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의사와 같았다면 全邦人皆如義士애초에 의사가 한번 죽으려 하지 않았으리 初無義士辦一死나는 알겠네 의사의 한 줌 피가 吾知義士一掬血훗날에 반드시 하늘을 되돌릴 조짐임을 兆得他日必返天이로부터 우리들이 영광을 함께하니 從此吾輩與有光의사를 위해 친히 말고삐를 잡고 싶네 願爲義士親執鞭아, 의사가 능히 이와 같이 하였는데 嗚呼義士能如此세유476)가 어찌 각자 마음을 돌아보지 않으랴 世儒盍各顧心田 泰山之下安義士, 直氣上達帝座筵.一聲轟雷近日事, 我喜聞之聳雙肩.夫何運値百六際? 蹄跡交遍率土濱.邇來削風在處競, 正是士子不變辰.嗟君所遭眞無理, 警官脅迫火急然.我頭可斷髮不斷, 罵之有若常山顔.一身敵過三健兒, 力旣疲兮心膽寒.彼又萬端說不已, 事竟不在尋常間.孔曰成仁孟取義, 早已辦得銘心肝.懷中有刀再刺頸, 一死那復惜餘年?座中頃刻生風波, 淋漓濺血色黃玄.雖以彼之威燄暴, 驚㥘無心食下咽.爲施醫藥療且完, 稱謝先生義何壯?吾知義士一掬血, 止得時人新潮盪.文山腦子桐溪刃, 事同千載非所恥.全邦人皆如義士, 初無義士辦一死.吾知義士一掬血, 兆得他日必返天.從此吾輩與有光, 願爲義士親執鞭.嗚呼義士能如此, 世儒盍各顧心田? 백육(百六) 액운(厄運)을 말한다. 4천 5백 년인 1원(元) 중에 다섯 번의 양액(陽厄)과 네 번의 음액(陰厄)이 찾아오는데, 양액이 1백 6년마다 있게 되므로 백륙회(百六會)라 한다. 《漢書 律歷志上》 금수(禽獸)의 자취 금수는 오랑캐, 즉 청나라나 일본 등의 외세를 뜻한다. 송(宋)나라 구규(丘葵, 1244~1333)의 시에 "거북 규범, 말 그림 같은 상서가 모두 안 보이니, 짐승과 새 발자국만 참으로 분분하네.〔龜範馬圖俱寂寂, 獸蹄鳥跡正紛紛.〕"라고 하였다. 《釣磯詩集》 상산(常山)의 안씨(顔氏) 당나라 때 사람으로 안녹산(安祿山)의 난리 때 상산군(常山郡)을 지키다가 순절한 안고경(顔杲卿)을 가리킨다. 당나라 현종(玄宗) 때 안녹산이 난을 일으키고는 사사명(史思明)으로 하여금 상산군을 공격하게 하였다. 그때 성을 지키고 있던 위위경(衛尉卿) 안고경이 군사가 적어서 성이 함락되어 사사명에게 포로로 잡혔는데, 동도(東都)로 끌려가서 안녹산을 크게 꾸짖다가 끝내 처형당했다. 《舊唐書 卷187 忠義列傳 顔杲卿》 공자(孔子)는……취했는데 《논어》 〈위령공(衛靈公)〉에 "지사와 인인은 삶을 구하여 인을 해치는 일은 없고, 목숨을 바쳐 인을 이루는 일은 있다.〔志士仁人, 無求生以害仁, 有殺身以成仁.〕"라고 한 것과 《맹자》 〈고자 상(告子上)〉에 "삶도 내가 하고자 하고 의도 내가 하고자 하는데, 두 가지를 겸할 수 없으면, 삶을 버리고 의를 취할 것이다.〔生亦我所欲也, 義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生而取義者也.〕"라고 한 것을 말한다. 문산(文山)의……칼날 지조를 지키려 죽으려다가 실패한 일을 말한다. 문산은 송(宋) 말엽의 충신 문천상(文天祥)의 호인데, 그는 원군(元軍)의 공격을 받아 도망치다가 왕유청(王惟淸)에게 사로잡히자 뇌자(腦子 독약)를 먹었으나 죽지 않았다. 동계(桐溪)는 정온(鄭蘊, 1569~1641)의 호인데, 그는 병자호란 때에 강화도가 함락되고 항복이 결정되자 오랑캐에게 항복하는 수치를 참을 수 없다고 하며 칼로 자결했으나 목숨은 끊어지지 않았다. 세유(世儒) 속된 유자(儒者)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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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이 보내준 시에 화답하여 그 운을 넓혀 절구 10수를 짓다 和敬山見贈廣其韻, 成十絶 원래 우리 도는 예나 지금이나 같아서 從來此道古猶今전수함에 애당초 두 가지 마음 없었네 傳受初無兩樣心어찌하여 끝내 서로 비슷한 곳 힐난해 爭柰終難相似處사람으로 하여금 도리어 침음하게 하나 令人却復費沈吟나중에 입문한 나는 지금까지 힘쓰나니 後乎滄叟勉而今외람되이 선사의 권장하는 마음 받았네 猥荷先師勸獎心들보 꺾이고483) 학문 황폐해 성취도 없어 樑折學荒無所就세 번 탄식하고 벗의 시 보기도 부끄럽네 三嘆羞見故人吟어제와 오늘 좋은 밤의 밝은 달이 皓月良宵昨復今백 리 떨어진 두 사람의 마음 비추네 照來百里兩人心그 가운데서 생각이 어떠냐고 묻노니 箇中問是如何想강한과 풍천484)을 읊은 것이 있으리라 江漢風泉有所吟천리가 지금처럼 어두운 적이 없으니 晦冥天理莫如今게다가 의관이 본래의 마음을 잃었네 亦復衣冠失本心괴담과 이단의 말을 어찌 차마 들으랴 怪說異言那忍聽흐느끼는 게 귀신이 울부짖는 것 같네 啾啾有似鬼號吟진경485)을 누가 지금은 볼 수 없다 하는가 秦鏡誰言不見今간사한 아첨을 비춰 마음을 피할 수 없네 照得奸佞莫逃心어떤 사람이 다시 영주의 홀기를 잡을까486) 何人更操寧州笏석로가 지은 명487)을 한 번 읊조려 보네 石老之銘爲一吟경산의 시는 지금 세상에 드무니 敬山詩律罕如今《시경》에서 이런 마음을 얻었네 三百篇中得此心벗을 그리워하는488) 진중한 뜻으로 伐木停雲珍重意때때로 나를 위로하는 시를 보내네 時時慰我寄高吟내 반백 남짓인 지금이 부끄러우니 愧吾半百有餘今일마다 이룬 것 없이 본심 저버렸네 事事無成負素心시도 힘을 다하지 않고 공연히 써서 詩亦謾題非致力목에 부딪는 불평한 시만 괜히 짓네 觸喉空作不平吟원컨대 함께 맹세하고 지금부터 결단해 願同立誓斷從今또 번잡함을 줄여 한 마음을 수렴하게 且省紛紜斂一心정미한 뜻은 찾기 어려워 실로 두렵고 精義難尋眞可懼어쩔 수 없는 성병489)에 또 시만 읊네 無聊聲病亦徒吟옛적엔 학문뿐이었으나 지금은 끊어졌으니 古惟是學絶當今어떻게 옆 사람 보내 마음을 깨닫게 할까 怎遣傍人識得心기린이 울었던 일을 당시에 공자가 기록했고 麟泣當年宣聖筆천 길을 날던 봉황이 노나라 광사 탄식했네490) 鳳翔千仞魯狂吟지금 이전을 보듯 훗날 지금을 보리니 今視于前後視今우러러 보며 옛사람의 마음을 알았네 仰觀同認古人心마음이 가을 강의 달처럼 깨끗하니 心如淨似秋江月백세토록 전하여 다투어 칭송하리 百世應傳爭誦吟 從來此道古猶今, 傳受初無兩樣心.爭柰終難相似處, 令人却復費沈吟?後乎滄叟勉而今, 猥荷先師勸獎心.樑折學荒無所就, 三嘆羞見故人吟.皓月良宵昨復今, 照來百里兩人心.箇中問是如何想, 江漢風泉有所吟.晦冥天理莫如今, 亦復衣冠失本心.怪說異言那忍聽? 啾啾有似鬼號吟.秦鏡誰言不見今? 照得奸佞莫逃心.何人更操寧州笏, 石老之銘爲一吟?敬山詩律罕如今, 《三百篇》中得此心.〈伐木〉〈停雲〉珍重意, 時時慰我寄高吟.愧吾半百有餘今, 事事無成負素心.詩亦謾題非致力, 觸喉空作不平吟.願同立誓斷從今, 且省紛紜斂一心.精義難尋眞可懼, 無聊聲病亦徒吟.古惟是學絶當今, 怎遣傍人識得心?麟泣當年宣聖筆, 鳳翔千仞魯狂吟.今視于前後視今, 仰觀同認古人心.心如淨似秋江月, 百世應傳爭誦吟. 들보 꺾이고 스승이나 철인(哲人)의 죽음을 의미한다. 공자(孔子)가 자신이 별세할 꿈을 꾸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뒷짐을 지고 지팡이를 짚고 문 앞에서 한가로이 거닐며 노래하기를 "태산이 무너지겠구나. 들보가 부러지겠구나. 철인이 죽게 되겠구나.〔泰山其頹乎! 樑木其壞乎! 哲人其萎乎!〕" 하였다. 《禮記 檀弓上》 강한(江漢)과 풍천(風泉) '강한'은 돌아간 스승의 크나큰 덕을 칭송하는 말인데, 여기서는 간재 전우를 가리킨다. 공자가 죽은 뒤에 제자들이 유약(有若)의 모습이 공자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공자를 섬기던 예로 그를 섬기려고 하자, 증자(曾子)가 스승의 도덕을 칭송하며 거부하기를 "안 된다. 공자께서는 강한(江漢)으로 씻는 것과 같으며, 가을볕으로 쪼이는 것과 같아서 깨끗하여 더할 나위가 없으시다.〔江漢以濯之, 秋陽以暴之, 皜皜乎不可尙已.〕"라고 하였다. 《孟子 滕文公上》 '풍천'은 《시경》 회풍(檜風)의 〈비풍(匪風)〉과 조풍(曹風)의 〈하천(下泉)〉을 병기한 것인데, 이 두시는 모두 제후국의 대부가 주나라 왕실이 쇠미해진 것을 탄식해 읊은 시이므로 멸망한 왕조를 그리워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진경(秦鏡) 남의 속마음이나 사정을 잘 감식하는 눈을 의미한다. 진 시황에게 신령한 거울이 있어 능히 사람들의 오장(五腸)을 비추어 보는데 여자가 사심이 있으면 곧 쓸개가 부풀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하였다. 《西京雜記》 어떤……잡을까 백성들의 미신을 타파해 줄 관원이 나오길 바란다는 말이다. 송(宋)나라 때 공도보(孔道輔)가 영주(寧州)의 좌막으로 있을 때 천경관(天慶觀)에 요사스러운 뱀이 나타났는데, 군(郡)의 자사(刺史)는 하루에 두 번 뱀을 찾아가 보았고, 온 고을 사람들은 용이라 생각하여 공손하게 뱀을 찾아가 보았다. 그러자 공도보가 요사스러운 뱀이 백성을 속이고 풍속을 어지럽힌다고 하면서 홀로 뱀을 때려 죽여 주민들의 미신을 확연히 타파했다. 《宋史 卷297 孔道輔列傳》 석로(石老)가 지은 명(銘) 《청음집(淸陰集)》권15에 실린 〈경갑명(鏡匣銘)〉을 말한다. 석로(石老)는 호가 석실산인(石室山人)인 김상헌(金尙憲, 1570∼1652)을 높여 이른 말이다. 그 명은 다음과 같다. "이미 맑은 데다 또한 이미 밝아서 아름답고 추한 모습 다 드러나네. 부지런히 갈고 또한 깨끗이 털어 티끌이나 때가 끼지 못하게 하라.〔旣淸旣明, 莫遁姸醜. 磨之拂之, 勿受塵垢.〕" 벗을 그리워하는 〈벌목(伐木)〉은 《시경》 소아(小雅)의 편명(篇名)으로 잔치를 베풀고 붕우를 초대하여 즐기는 것을 노래한 것이며, 〈정운(停雲)〉은 도연명(陶淵明)이 친우를 생각하며 지은 사언시인데, 자서(自序)에서 "정운은 친우를 그리워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陶淵明集 卷1》 성병(聲病) 시를 지을 때 평측(平仄)을 조합하여 구성하는데, 그 성조에 치우치는 병폐를 말한다. 그 구성이 일정한 규칙에 들어맞는 것을 성(聲)이라 하고 그렇지 못한 것을 병(病)이라 하기도 하는데, 흔히 성률(聲律)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천……탄식했네 공자가 진(陳)나라에 있으면서 노나라의 문인들이 뜻은 고원하지만 중도를 잃을 위험이 있는 광사(狂士)들이므로 노나라에 돌아가 이들을 바로잡아 이들을 통해 후세에 도(道)를 전하고자 한 일을 말한다. 《論語 公冶長》 원문의 '봉상천린(鳳翔千仞)'은 초야에 묻힌 인재가 세상을 관망한다는 말이다. 《史記 卷84 屈原賈生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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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오일 희숙과 문경이 방문했기에 함께 짓다 이 날은 선사의 제사 다음날이다. 七月五日 希淑文卿見訪 共賦【是日先師諱辰翼日】 열흘이나 병을 앓아 창동에 누었는데 浹旬吟病臥滄東은근히 늦더위에 꽃다운 걸음 해주었네 芳躅殷勤老熱中실지에 힘써 행하면 끝내 극처에 이르나 實地勉行終致極폭포 같은 문변은 모두 공으로 돌아가네 懸河文辯總歸空근심걱정으로 심화를 생기게 하지 말고 不將戚戚生心火유유한 세상사는 귓전의 바람에 부쳐야지 却把悠悠付耳風창망한 계화도가 멀리 눈에 들어오니 蒼茫華島遙入望자나깨나 그 때의 구산옹이 그립구나 寤寐當年臼山翁 浹旬吟病臥滄東, 芳躅殷勤老熟中.實地勉行終致極, 懸河文辯總歸空.不將戚戚生心火, 却把悠悠付耳風.蒼茫華島遙入望, 寤寐當年臼山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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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재45) 소씨 어른이 더위를 무릅쓰고 왕림하여 悅齋蘇丈冒暑枉臨 미친 물결이 도도하지 않은 곳 없으니 滔滔無處不狂濤한 손 높이 들어 둘러막을 자 누구인가 回障誰歟隻手高청성은 어느 해에 북해에서 살았던가46) 淸聖何年居北海원량은 당시에 동고에서 휘파람을 불었지47) 元亮當日嘯東臯더위 무릅쓰고 찾아오기 참으로 쉽지 않거늘 冒炎委訪誠非易상사48)의 풍모와 정취 늙을수록 호탕하네 上舍風情老益豪앞으로 대사에 서로 권면하고 꾸짖어준다면 大事前頭交勉責어찌 세상의 일로 나의 붓을 움직이겠는가 肯將世故動吾毛 滔滔無處不狂濤, 回障誰歟隻手高?淸聖何年居北海? 元亮當日嘯東臯.冒炎委訪誠非易, 上舍風情老益豪.大事前頭交勉責, 肯將世故動吾毛? 열재(悅齋) 소학규(蘇學奎 1859~1948)의 호인데, 열재(說齋)로 많이 쓴다. 본관은 진주(晉州), 자는 화지(化知)이다. 1891년(고종28) 진사시에 합격하였으며, 간재 문인이다. 청성(淸聖)은……살았던가 청성은 백이(伯夷)를 가리키는데, 절개를 지켜 은둔하였음을 말한다. 《맹자》 〈만장 하(萬章下)〉에 이윤(伊尹)과 백이(伯夷), 유하혜(柳下惠)와 공자(孔子)의 행적을 열거하면서, "이윤은 성인 중에 천하를 구제하기로 자임한 자이고, 백이는 성인 중에 깨끗한 자이고, 유하혜는 성인 중에 조화로운 자이고, 공자는 성인 중에 때에 알맞게 행한 자이다.[伯夷聖之淸者也, 伊尹聖之任者也, 柳下惠聖之和者也, 孔子聖之時者也.]" 하였다. 또 《맹자》 〈이루 상(離婁上)〉에 "백이가 주를 피해 북해의 물가에 거처하였는데,……[伯夷避紂, 居北海之濱,……]"라는 말이 나온다. 원량(元亮)은……불었지 원량은 진(晉)나라 도잠(陶潛)의 자(字)이다. 도잠이 팽택령(彭澤令)을 그만두고 돌아올 때에 지은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동쪽 언덕에 올라 휘파람을 분다.[登東皐以舒嘯]"라는 말이 나온다. 상사(上舍) 소과인 생원시(生員試)와 진사시(進士試)에 합격하여 성균관에 입학한 유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생원과 진사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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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연심 어른 희순 이 더위를 무릅쓰고 찾아왔기에 몹시 기뻐 함께 짓다 鍊心田丈【熙舜】冒暑來訪 喜甚 共賦 가뭄 걱정과 더위 병에 흰머리만 느는데 旱憂暑病白添頭적적한 숲 사이에는 한 방이 그윽하구나 寂寂林間一室幽반나절에 세속 벗어난 선비를 기쁘게 만나니 半日喜逢超俗士온갖 인연이 부질없는 시름임을 문득 깨닫네 萬緣方覺付閒愁오이 쪼개니 푸른 구슬 같은 맑은 서리 떨어지고 瓜分翠璧淸霜落술을 따르니 참 진주 같은 푸른 술개미497) 뜨네 酒滴眞珠綠蟻浮흥을 타면 곧바로 자주 들러 만나야지 乘興直須頻過訪지체하여 눈 속에 배 기다리지 마시라498) 差遲莫待雪天舟 旱憂暑病白添頭, 寂寂林間一室幽.半日喜逢超俗士, 萬緣方覺付閒愁.瓜分翠璧淸霜落, 酒滴眞珠綠蟻浮.乘興直須頻過訪, 差遲莫待雪天舟. 푸른 술개미 원문의 '녹의(綠蟻)'는 술 표면에 떠오른 개미 형상의 녹색의 거품으로, 술을 비유한 것이다. 흥을 …… 마시라 생각이 나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만나야 한다는 뜻이다. 진(晉)나라 왕휘지(王徽之)가 일찍이 산음(山陰)에 살 때, 폭설이 내렸다가 눈이 개어 달빛이 환한 밤에 홀로 술을 마시며 좌사(左思)의 〈초은(招隱)〉 시를 읽던 중 불현듯 섬계(剡溪)에 있는 벗 대규(戴逵)가 보고 싶어 밤새도록 배를 타고 그 집 앞에까지 갔었는데, 대규를 만나보지 않고 문 앞에서 그냥 돌아오자, 어떤 사람이 그 까닭을 물으니, "나는 애초 흥을 타고 갔다가 흥이 다해 돌아왔다. 대규를 만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吾本乘興而行, 興盡而返, 何必見戴?]"라고 한 고사를 원용한 것이다. 《晉書 卷80 王徽之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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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낙서【범환】에게 답함 答文洛瑞【範煥】 병이 쌓여 건강치 못한 몸으로 눈보라를 뚫고 먼 곳까지 이 몸을 찾아오셨으니, 그 뜻은 건강한 사람이 평소에 서로를 따르는 것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이렇게 한번 왕림하신 것만으로도 이미 몹시 마음이 편치 않았건만 올봄에 이르러서는 또 한 번 왕림하셨으나 뵙지를 못하였습니다. 또 서한을 받았건만 답장이 지체되었습니다. 모두 헛수고를 면치 못하셨는데 오늘 또 이렇게 서한으로 안부를 물으셨습니다. 대체로 좌우(左右 상대방)는 마음 씀씀이가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자취에 구애받지도 않고 신분을 따지지도 않고 애틋한 정을 버리지 않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지극하였습니다. 보잘것없는 저에게 이러한 정의를 베푼 것이 저를 잘못 보았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현자(賢者)를 좋아하고 의(義)를 즐기는 경지와 본령이 남들보다 한 등급만 높을 뿐만이 아닙니다. 고맙기 그지없어 무어라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현자께서 관산(冠山)의 객이 되었다는 소식은 애초에 들었습니다. 여행 중의 조양(調養)과 근래의 안부는 어떠하십니까? 자상하고 온화하며 총명하고 준수하여 함께 학문을 익히고 함께 도에 나아갈 만했건만 공연히 뜻하지 않은 일에 괴로움을 겪고 세월만 허비하면서 지금껏 지체하고 있습니다. 뜻과 운수가 서로 미치지 못하는 것이 어찌 이와 같단 말입니까. 그렇지만 아직 나이가 젊고 앞길도 여전히 머니 오늘은 약간 위축되더라도 나중에 크게 뜻을 펼치는 터전이 될 것입니다. 어찌 좌우처럼 현명하건만 오래도록 이수자(二豎子)90)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건강을 잘 살피는 일에 관해서라면 모든 방도를 다하고 힘을 쏟아 점차 조화를 이루고 완전히 회복하여 갑작스럽게 스스로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바랍니다. 以積瘁不健之身。訪人於風雪迂遠之地。其意與强健人平常時從逐。大故不同。只此一枉。已極不安。而至於今春又有一枉而見違焉。又有一書而見溯焉。皆不免虛費勤勞。而今日又有此書之存。大抵盛意所包。非夷所思。不拘形迹。不視皮毛。而眷眷不舍。愈久愈至。其旋之於無狀者。雖失照管。而好賢樂義田地本領。不啻加於人一等矣。感仰萬萬。不知爲謝。賢者之客於冠山。初聞消息也。於中調養。近節何狀。慈祥愷弟穎悟秀爽。可與共學。可與適道。而公然爲無妄所惱。曠歲曠年。彌留至此。志與數之不相及。豈若是耶。雖然年齡尙富。前程尙遠。安知今日小縮。不爲他日大伸之張本耶。其有賢如左右而久於二竪。子場中也。節宣攝理。隨方加力。以至浸和漸完。而勿遽自頹塌也。 이수자(二豎子) 병마(病魔)를 뜻한다. 춘추 시대 진 경공(晉景公)이 병들었을 때, 이수자가 고황(膏肓 심장과 격막 사이)으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는데, 그 후 의원을 데려왔으나 의원은 고황에 병이 들어 고칠 수 없다고 하였다. 《春秋左氏傳 成公 10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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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청일【재덕】에게 답함 答梁淸一【在德】 인편으로 매번 죽었는지 살았는지 안부를 물으시는데 거리가 멀수록 편지는 더욱 정성스럽고 교제가 오랠수록 정의(情誼)는 더욱 독실하였습니다. 다만 이렇게 어리석고 국량이 좁은 사람은 1전(錢)의 가치도 없는 처지이니 어떻게 고명(高明 상대방)에게 이와 같은 대우를 받겠습니까. 고마운 마음은 크지만 조금이라도 고명의 뜻에 부응할 방도가 없으니 죄송스럽습니다. 학문에 관해 하문하신 뜻이 간절하고 지극히 정성스러웠지만 이처럼 분별없는 사람이 어찌하겠습니까. 그러나 벗 사이에 강습(講習)하는 도리는 절대로 의심을 쌓아두고 단점을 비호하여 지극히 합당한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면 안 됩니다. 다시 회답해 주시기 바랍니다.대체로 마음은 한 몸의 주재(主宰)이고 만사(萬事)의 본령(本領)입니다. 마음이 존재하지 않으면 몸에 주재가 없고 만사에 근본이 없습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성현이 사람을 가르치는 법도는 풀어진 마음을 수습하는 것【收放心】을 우선하지 않은 적이 없고 풀어진 마음을 수습하는 도리는 반드시 경(敬)을 첫 번째로 삼았습니다. '경(敬)' 자의 뜻을 정자(程子)는 일찍이 정제 엄숙(整齊嚴肅)84)이라고 하였고 또 주일 무적(主一無適)85)이라고 하였습니다. 반드시 의관을 정제하고 시선을 존엄하게 하여 엄숙한 태도로 항상 상제(上帝)의 뜻을 받들어 섬기듯이 해야 합니다. 책을 읽을 때는 책을 읽기만 하고 옷을 입을 때는 옷을 입기만 하여 두 가지 일을 하지도 않고 세 가지 일을 하지도 않으며 동쪽으로 가지도 않고 서쪽으로 가지도 않는다면 정신은 자연스럽게 안정되고 도리는 자연스럽게 모여듭니다. 또 모름지기 오늘 하나의 이치를 바로잡고 내일 하나의 이치를 바로잡으며, 오늘 한 가지 일을 하고 내일 한 가지 일을 하여 과정(課程)을 엄정하게 세우고 목숨을 바쳐 앞으로 나아간다면 쌓인 것이 많아진 뒤에는 저절로 초탈하여 구속이 없게 될 것입니다. 가장 두려운 점은 입지(立志)가 단단하지 못하고 입심(立心)이 미덥지 못하여 꼼꼼하지 못하고 조심성이 없이 늑장을 부리다가 일정함이 없이 중간에 그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 해가 다 지나가도 어찌 성취하는 바가 있겠습니까. 의림(義林)은 일찍이 사우(師友)를 따랐기 때문에 대략 이와 같은 것을 알았지만 지금도 오하아몽(吳下阿蒙)86)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때를 놓치고 안타까워하는 탄식은 죽더라도 어찌하지 못할 것입니다. 좌하(座下)의 총명함과 독실함으로 반드시 이 점에 대해서 소릉(昭陵)을 보듯 했으리라고87) 생각되니 달빛 아래 촛불을 밝히고 시주(詩酒)를 즐기는 것이 어찌 제가 하고자 하는 바이겠습니까. 단지 고루한 견해를 바로잡지 않을 수 없고 또 저를 비루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합니다. 便頭每得死生之問。地愈遠而書愈勤。交愈久而誼愈篤。顧此愚劣褊淺。不直一錢漢。何以得於高明如此。爲感則厚。而無以副其萬一之意爲可罪也。下問爲學之意。非不懇惻。而奈此倥倥何。然朋友講習之道。切不可蓄疑護短。以昧至當之歸。幸復回敎也。夫心者一身之主宰。萬事之本領也。心有不存。則一身無主。萬事無本。是以從古聖賢敎人之法。無不以收放心爲先。收放心之道。必以敬爲第一義。敬字之義。程子嘗以整齊嚴肅言之。又以主一無適言之。必須整衣冠。尊瞻視。儼然肅然。常若對越上帝。而讀書時只讀書。着衣時只着衣。不二不三不東不西。則精神自然凝定。道里自然湊泊。又須今日格一理。明日格一理。今日行一事。明日行一事嚴立課程。舍死向前。則積累多後。自當有脫然處。最怕立志不牢。立心不實。而悠悠泛泛。間斷無常。則卒歲窮年。豈有所成就也。義林早從師友之後。粗知如此。而尙今吳下阿蒙者。亦爲是故也。無念失時之歎。有死莫追。以座下明睿篤實。想必於此有昭陵之見。則月下擧燭。愚豈所欲也。但固陋之見。不可不正。又以塞不鄙萬一之意。 정제 엄숙(整齊嚴肅) 《이정유서(二程遺書)》 권15 〈입관어록(入關語錄)〉에 "다만 외면을 정제하고 엄숙히 하면 마음이 곧 전일해지니, 전일해지면 저절로 사악함이 침범하는 일이 없게 된다.【只整齊嚴肅 則心便一, 一則自無非辟之干.】"라는 내용이 보인다. 주일 무적(主一無適) 《심경부주(心經附註)》 권1 〈경이직내장(敬以直內章)〉에 "주일을 경이라 이르니, 안을 곧게 한다는 것은 바로 주일의 뜻이다.【主一之謂敬, 直內乃是主一之義.】"라고 하고, 또 "마음은 지키면 보존되고 놓으면 잃어서 출입하는 것이 일정한 때가 없어 그 방향을 알 수 없으니, 다시 어떻게 마음을 붙여 둘 곳을 찾겠는가. 그저 마음을 지킬 뿐이니, 마음을 지키는 방도는 경을 하여 안을 곧게 하는 것이다.【操則存, 舍則亡, 出入無時, 莫知其鄕, 更怎生尋與寓? 只是操而已. 操之之道, 敬以直內也.】"라는 내용이 보인다. 오하아몽(吳下阿蒙) 학식이 없는 사람을 기롱하는 말이다. 오하아몽은 삼국(三國) 시대 오(吳)나라 장수 여몽(呂蒙)을 가리키는데, 손권(孫權)이 여몽과 장흠(蔣欽)에게 학문을 하여 깨우치라고 하자 여몽이 독실하게 공부를 하였다. 그 뒤 노숙(魯肅)이 주유(周瑜)를 대신하여 도독(都督)이 되어 여몽에게 들렀는데 그가 괄목상대할 만큼 학문의 진전을 이룬 것을 보고 여몽의 등을 치면서 말하기를, "그대가 무략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 박학하고 영준한 것을 보니 더이상 오하아몽이 아니다."라고 한 데서 유래된 말이다. 《三國志 卷54 吳書 呂蒙傳 注》 소릉(昭陵)을……했으리라고 수많은 학설을 모두 독파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소릉은 당 태종(唐太宗)의 황후인 문덕황후(文德皇后)의 능이다. 태종이 황후를 장사 지낸 뒤 후원(後苑)에 망대(望臺)를 만들어 놓고 늘 올라가 바라보다가 한번은 위징과 함께 올라갔었는데, 위징은 당 태종이 소릉을 가리키는데도 눈이 어두워 보이지 않는다고 시치미를 뗐다. 위징의 본의도 모르고 당 태종이 저것이 아니냐고 답답한 듯이 말하자 위징이 비로소 "신은 폐하께서 헌릉(獻陵)을 말씀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소릉은 신이 진작부터 보았습니다."라고 하였다. 헌릉은 태종 어머니의 능이니, 이것은 태종이 어머니는 생각하지 않고, 부인만 생각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이리하여 태종은 울면서 그 망대를 헐어 버린 고사가 전한다. 《唐書 魏徵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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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청일에게 답함 答梁淸一 뜻밖의 인편으로 또 이렇게 서신을 주고받아 잇달아 위로를 받으니 고마움을 말로 형용할 수 없습니다. 성성설(惺惺說)88)을 다시 이렇게 언급하시니 간절히 묻고 가까운 일부터 생각하며 날마다 나아가고 멈추지 않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경(敬)'은 윤익법(輪翼法)89)이니 본래 판연하게 앞뒤를 구분하여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소학(小學)》의 서문으로 말하자면 '경(敬)'이 우선이고 《대학(大學)》의 서문으로 말하자면 '지(知)'가 우선입니다. 대체로 초학자가 공부를 시작할 때는 정제엄숙(整齊嚴肅)에 의거하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또 정제엄숙만 할 뿐이고 격물치지(格物致知)의 단서를 구하지 않는다면 이른바 정제엄숙이라는 것은 단지 사람을 어리벙벙하게 헤매어 목석처럼 우매하게 만들뿐이니 어찌 천하의 으뜸가는 근본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주자(朱子)는 "각자 그 사람의 상황에 따라 경(敬)의 천심(淺深)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우리 청일(淸一)의 공부도 모름지기 존양(存養 존심양성(存心養性))과 사색(思索)에 번갈아 힘을 다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야 예전에 익힌 《소학》의 공을 뒤미쳐 보완할 수 있고 지금 《대학》을 공부하는 터전도 아울러 누실이 없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謂外便頭。又有此往復。續續披慰。感不容喩。惺惺說復此提起。其切問近思日就不己之意。可以領略。夫敬是輪翼法。固不可以判然先後言之。然以小學之序言。則敬爲先。以大學之序言。則知爲先。夫初學下手。莫若整齊嚴肅之爲可據。而又只整齊嚴肅而已。而不求其格物致知之端。則所謂整齊嚴肅者。只是黑窣窣地。如木石冥頑曷足爲天下之大本哉。然則朱子所言各隨其人之地分。而敬有淺深故也。惟吾淸一今日之功。正須存養思索。交致其力然後。可以追補前日小學之功。而爲今日大學之地。可以兼擧而無漏矣。如何。 성성설(惺惺說) 《심경부주(心經附註)》에 있는 상채 사씨(上蔡謝氏), 즉 사양좌(謝良佐)의 "경은 항상 마음이 깨어 있게 하는 법이다.【敬是常惺惺法.】"라는 말을 가리킨다. 윤익법(輪翼法) 《주자어류(朱子語類)》 권9에서 "모름지기 이치를 궁구하되 함양과 궁색 두 가지는 하나라도 폐할 수 없으니, 마치 수레의 두 바퀴나 새의 두 날개와 같은 것이다.【亦須窮理, 涵養窮索二者, 不可廢一, 如車兩輪, 如鳥兩翼.】"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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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으로 읊다 卽事 초겨울 객을 맞아 누대도 오르지 못하고 迎客初冬不上臺하늘에 가득 비바람 치니 또 근심하누나 也愁風雨滿天來고요한 밤에 타는 등불의 심지 돋우고236) 且挑靜夜燃藜燭중양절에 국화 띠웠던 술잔을 회상하네 回憶重陽泛菊杯살아선 세태에 어두워 빈 손만 가졌다가 生昧炎涼持赤手죽어선 구렁에 돌아가 푸른 이끼에 묻히리 死歸溝壑瘞蒼苔봉산에서의 학업은 얼마나 근실한가 蓬山學業何勤實수재들을 얻었으니 초옥에 빛이 나구나 草屋生光得秀才 迎客初冬不上臺, 也愁風雨滿天來.且挑靜夜燃藜燭, 回憶重陽泛菊杯.生昧炎涼持赤手, 死歸溝壑瘞蒼苔.蓬山學業何勤實, 草屋生光得秀才. 등불의 심지 돋우고 원문의 '여촉(藜燭)'은 본래 청려장(靑藜杖) 끝을 태운 등불인데, 불을 밝히고 독서하는 것을 비유한다. 한 성제(漢成帝) 때 유향(劉向)이 천록각(天祿閣)의 교서(校書)로 있으면서 매일 연구에 몰두하였는데, 어느 날 밤 태을지정(太乙之精)을 자처하는 황의 노인이 나타나 청려장(靑藜杖) 지팡이 끝에 불을 붙여 방 안을 환히 밝힌 다음 《홍범오행(洪範五行)》 등 고대의 글을 전수해 주고 사라졌다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拾遺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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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감회 회문체351)를 쓰다 感秋用回文體 푸르른 나무 보니 이른 가을이라 碧樹看秋早차가운 창에 나그네는 꿈을 깨네 寒牕客夢驚온갖 벌레는 이슬 젖은 풀에서 울고 百蟲吟草露외로운 새는 맑은 하늘에서 내려오네 孤鳥下天晴흰 해는 새로운 색을 더하고 白日新添色푸른 산은 옛 모습을 바꾸네 靑山變舊形시구 찾아 맑은 경치 대하며 覓詩淸景對일평생을 탄식한다네 感歎一平生 碧樹看秋早, 寒牕客夢驚.百蟲吟草露, 孤鳥下天晴.白日新添色, 靑山變舊形.覓詩淸景對, 感歎一平生. 회문체(回文體) 한시체(漢詩體)의 한 종류로, 거꾸로 읽어도 뜻이 통하게 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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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달을 보며 秋夕看月 어느 밤인들 이런 달 없으리오만 何宵無此月오늘 밤의 달을 가장 사랑한다네 最愛今宵月묻노니 너는 어찌 그리 교교한가 問渠何皎皎이는 중추의 달이기 때문이라네 爲是仲秋月공경히 생각하니 옛 성인 마음은 恭惟古聖心찬 물에 비친 가을 달이로다 寒水照秋月나의 마음은 어떠한고 如何我方寸침침한 구름 속의 달이네 沈沈雲裏月탄식하며 잠 못 이루니 歎息不能寐누대에 올라 공연히 달을 대하네 登樓空對月 何宵無此月, 最愛今宵月.問渠何皎皎, 爲是仲秋月.恭惟古聖心, 寒水照秋月.如何我方寸, 沈沈雲裏月.歎息不能寐, 登樓空對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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