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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십삼일 밤 달을 읊다 詠新春十三夜月 강 하늘 아득하여 바라봐도 끝없고 江天渺渺望無窮밝은 달은 높다랗게 하늘에 떳구나 皓月迢迢上碧空얼음으로 둥근 바퀴 만들었나 어찌 저리 맑은가 氷作圓輪何潔淨옥으로 전체를 이루었나 정말 영롱하구나 玉成全體正玲瓏달빛이 서재 촛불에 더해지니 서생은 깨이고 光添芸燭醒書客달그림자 매화 가지에 들어오니 화공이 고뇌하네 影入梅梢惱畵工십오일 밤에 풍년을 점치기엔 아직 이르니 尙早占豊三五夜시골 노인은 등한하여 함께 하지 않는다네 等閒野老不曾同 江天渺渺望無窮, 皓月迢迢上碧空.氷作圓輪何潔淨, 王成全體正玲瓏.光添芸燭醒書客, 影入梅梢惱畵工.尙早占豊三五夜, 等閒野老不曾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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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하에게 주다 贈趙澈夏 객을 맞아 서재에서 기쁘게 주렴 걷으니 迎客書樓喜捲簾푸른 강의 흰 돌들이 길에 촘촘하구나 滄江白石路纖纖정성스레 찾아온 그대의 뜻 알겠으니 慇懃相問知君意얼음 추위를 열흘이나 가하지 말게나226) 莫把氷寒十日添 迎客書樓喜捲簾, 滄江白石路纖纖.慇懃相問知君意, 莫把氷寒十日添. 얼음 …… 말게나 학문을 꾸준히 하라는 뜻이다. 《맹자》 〈고자 상(告子上)〉에 "비록 천하에 쉽게 자라는 물건이 있더라도 하루 동안 햇볕을 쬐어 주고 열흘 동안 춥게 한다면 제대로 자랄 수 있는 것이 없다.[雖有天下易生之物也, 一日暴之, 十日寒之, 未有能生者也.]"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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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아378)에게 주어 면려하다 贈勉觀兒 너를 가르친 지 여러 해 되어 기대가 큰데 敎汝多年期待深외부의 사사로움이 침범할까 항상 두렵구나 外私常恐或來侵가까이 네 아비를 스승 삼기에 부족하더라도 近師乃父雖無足위로 가문의 명성 이으면 마음 세울 수 있으리 上述家聲可立心세상에 자랑하는 조충379)의 기예 부끄러워하고 衒世堪羞雕蟲技사람을 놀래키는 노룡380)의 울음소리 내야하리 驚人應作老龍吟그 원천은 바로 성실과 근면에 있나니 源頭正在誠勤上콸콸 터지는 강하를 누가 또 막겠느냐 沛決江河孰復禁 敎汝多年期待深, 外私常恐或來侵.近師乃父雖無足, 上述家聲可立心.衒世堪羞雕蟲技, 驚人應作老龍吟.源頭正在誠勤上, 沛決江河孰復禁. 관아 김택술의 삼남인 형관(炯觀)을 말한다. 자는 극부(克孚), 호는 건암(健菴)ㆍ기산(麒山)이며, 기린정사(麒麟精舍)를 세우고 남고(南皐)서원ㆍ동죽(東竹)서원ㆍ고부문묘(古阜文廟)의 장의(掌議)를 하였다. 조충(雕蟲) 조충전각(雕蟲篆刻)의 준말이다. 벌레 모양이나 전서(篆書)를 새기는 것처럼, 미사여구(美辭麗句)로 문장을 꾸미기나 하는 작은 재주라는 뜻이다. 한(漢)나라 양웅(揚雄)의 《법언(法言)》 〈오자(吾子)〉에 "부라는 것은 동자 시절에나 했던 조충전각과 같은 일로서, 장부가 되어서는 하지 않았다.[賦者, 童子雕蟲篆刻, 壯夫不爲也.]"라는 말이 나온다. 노룡(老龍) 문단의 대가를 비유한 말이다. 송대(宋代) 용도각(龍圖閣)의 대제(待制)를 소룡(小龍), 직학사(直學士)를 대룡(大龍), 학사(學士)를 노룡(老龍)이라 했던 데에서 온 말이다. 《泊宅編 卷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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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 다시 짓다 是夜更賦 보리술 두 병에다 과자 안주를 놓고서 麥酒雙甁菓子肴달빛 난간에 둘러 앉아 모두 깊이 사귀네 月欄團坐總深交이슬이 젖어 풀 벌레 소리가 새로 더하고 露滋草蛩新添響밤이 깊어 숲 새들은 이미 둥지에 깃들었네 夜久林禽已定巢옛 학문은 도리어 젊은이에게 의지해야하니 舊學還宜資少輩처음 마음은 끝까지 버리지 말아야하네 初心莫使負終梢시를 줌은 성병495)이나 다투려는 게 아니니 贈詩不是爭聲病한수를 도교에게 묻는 게 무슨 상관이랴496) 寒瘦何關問島郊 麥酒雙甁菓子肴, 月欄團坐總深交.露滋草蛩新添響, 夜久林禽己定巢.舊學還宜資少輩, 初心莫使負終梢.贈詩不是爭聲病, 寒瘦何關問島郊. 성병(聲病) 시부(詩賦)를 지을 때 평자(平字)와 측자(仄字)를 규칙에 따라 골라 써서 성조(聲調)를 맞추는 병폐인데, 여기서는 시 짓는 솜씨의 의미로 쓰였다. 한수를 …… 상관이랴 시의 형식적인 면을 따지지 말고 내용을 잘 살피라는 뜻이다. 원문의 '한수(寒瘦)'는 시풍이 청한하고 파리함을 말한 것이고, '도교(島郊)'는 가도(賈島)와 맹교(孟郊)를 가리킨다. 소식(蘇軾)이 일찍이 당인(唐人)의 시풍(詩風)에 대하여 〈제유자옥문(祭柳子玉文)〉에서 평론하기를 "원진의 시는 경박하고, 백거이의 시는 비속하며, 맹교의 시는 청한하고, 가도의 시는 파리하다.[元輕白俗, 郊寒島瘦.]"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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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횡315) 田橫 적제316)가 어느덧 사해를 평정하니 赤帝居然四海平의사들로 하여금 앞길을 잃게 하였네 致令義士失前程삼천 리의 기역은 자취를 남길 만하고317) 三千箕域堪留跡오백 명318)의 영명은 명성을 세울 만하다오 五百英名可樹聲옥이 부서지고 난이 꺾였으니319) 어찌 그리 열렬하며 玉碎蘭摧寧烈烈노비처럼 아첨하고 굽실거리니320) 어찌 그리 구차한가 奴顔婢膝豈營營만일 이처럼 낙양에 가는 일이 없었더라면321) 洛陽一往如無此천추에 흠탄하는 마음이 더욱 통쾌했으리라 更快千秋仰歎情 赤帝居然四海平, 致令義士失前程.三千箕域堪留跡, 五百英名可樹聲.玉碎蘭摧寧烈烈? 奴顔婢膝豈營營?洛陽一往如無此, 更快千秋仰歎情. 전횡(田橫) 전국 시대 제(齊)나라의 왕족으로, 제왕(齊王) 전영(田榮)의 아우이다. 초(楚)와 한(漢)이 대치하던 당시 전영의 뒤를 이어 제왕이 되어 항우(項羽)를 섬겼는데, 항우가 패망하자 화를 당할 것을 두려워하여 500명의 의사(義士)를 거느리고 서해의 오호도(烏乎島)로 피신하였다. 그 뒤에 와서 항복하면 왕후(王侯)로 봉해 주겠다는 한 고조(漢高祖)의 부름을 받고서 낙양(洛陽)으로 가던 도중에, 끝내 굴복하는 것을 싫어하여 그만 자결하였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의사들도 모두 자결하여 충절을 지켰다. 《史記 卷94 田儋列傳》 적제(赤帝) 한 고조 유방(劉邦)을 가리킨다. 한 고조가 창업(創業)하기 전 미천했을 시절에 일찍이 술에 취해 길을 가다가 길을 막고 있는 흰 뱀을 칼로 쳐서 죽였다. 그날 밤 어떤 노파가 길에서 울고 있다가 말하기를 "흰 뱀은 나의 아들로 백제(白帝)인데, 뱀으로 화해 있다가 적제(赤帝)에 의해 죽임을 당하였다."라고 한 고사 있다. 《前漢書 卷1 上 高帝紀》 삼천……만하고 기역(箕域)은 기자(箕子)의 영역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를 가리킨다. 이는 우리나라 태안 근처의 서해에 속칭 오호도(嗚呼島), 또는 전횡도(田橫島)라는 섬이 있으므로 한 말이다. 지금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에 외연도가 있는데, 이 섬의 별칭이 전횡도와 오호도이며, 이 섬에는 현재도 전횡을 제사 지내는 사당이 남아 있어 매년 전횡 장군을 추모하며 풍어를 기원하는 제례를 지낸다. 오백 명 전횡(田橫)을 따라 죽은 500명의 의사(義士)를 가리킨다. 옥(玉)이……꺾였으니 차라리 의리를 취해서 죽을지언정 구차히 생명을 보전하기를 않는다는 굳은 절개를 비유한 말이다. 《북제서(北齊書)》 권41 〈원경안전(元景安傳)〉의 "대장부가 차라리 옥그릇처럼 부서질지언정 질그릇으로 온전할 수는 없다.[大丈夫寧可玉碎, 不能瓦全.]"라고 하고, 또 《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言語)〉에 "차라리 난초로 꺾이고 옥으로 부서질지언정, 쑥부쟁이처럼 더부룩하게 우거지지는 않겠다.[寧爲蘭摧玉折, 不作蕭敷艾榮.]"라고 하였다. 노비처럼 아첨하고 굽실거리니 《채근담(菜根譚)》에 "비단옷에 맛있는 음식만 먹는 자들은 남에게 비굴하게 굽실거리고 아첨하는 것을 달게 여긴다.[袞衣玉食者, 甘婢膝奴顔.]"라고 하였다. 만일……없었더라면 전횡이 왕후(王侯)로 봉해 주겠다는 한 고조(漢高祖)의 회유에 넘어가 낙양에 올라간 일을 두고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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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무리 孔氏徒 만겁 지나도 끝내 공자 무리로 귀의할 것이니 萬劫終歸孔氏徒이것 말고는 부질없는 생각이 추호도 없다오 外他浮念一毫無옛 나라인 해좌는 삼천 리 강토요 舊邦海左三千里누추한 마을309)인 창동은 제이구 지역일세 陋巷滄東第二區만년에 천리마의 엎드림310)을 편히 여기는 데 이미 익숙하고 已慣暮年安驥伏소싯적에 지녔던 붕새의 포부311)를 잃었어도 탄식하지 않네 不嗟少日失鵬圖때때로 글 물으러 오는 마을 수재가 있으니 有時問字來村秀어찌 유거하는 자의 한 즐거움이 아니겠는가312) 豈非幽居一樂乎 萬劫終歸孔氏徒, 外他浮念一毫無.舊邦海左三千里, 陋巷滄東第二區.已慣暮年安驥伏, 不嗟少日失鵬圖.有時問字來村秀, 豈非幽居一樂乎? 누추한 마을 공자의 무리 중 수제자인 안연(顔淵)이 살았던 곳이다. 공자가 일찍이 제자 안연을 칭찬하기를 "어질다, 안회(顔回)여. 한 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음료로 누추한 마을에서 사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그 근심을 견뎌 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을 고치지 않으니, 어질다, 안회여![賢哉, 回也. 一簞食一瓢飮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 回也!]"라고 하였다. 《論語 雍也》 천리마의 엎드림 삼국 시대 위(魏)나라 조조(曹操)의 〈보출하문행(步出夏門行)〉 시에 "늙은 천리마는 구유에 엎드려 있어도 천 리를 달릴 뜻이 있고, 열사는 노년에도 씩씩한 마음 그치지 않는다.[老驥伏櫪, 志在千里; 烈士暮年, 壯心不已.]"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世說新語 卷中之下 豪爽》 붕새의 포부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커다란 붕새가 남해(南海)로 가기를 도모하여 북해(北海)에서 남해로 멀리 날아가는 것을 묘사한 구절이 있는데, 이를 두고 '붕도(鵬圖)'라고 말한 것으로 전하여 사람의 웅대한 포부를 비유한다. 때때로……아니겠는가 맹자가 군자(君子)의 삼락(三樂)에 대해 말하면서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라고 하였는데, 여기서는 이 세 번째 즐거움에 비겨 이렇게 말한 것이다. 《孟子 盡心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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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 족숙 낙승 께 드리다 呈敬齋族叔【洛昇】 석옹328)의 묘갈문과 약재329)의 글은 石翁阡碣約齋文사자330)께서 노년에 손수 부지런히 새겼네 嗣子衰年手刻勤석 달 동안 초려에서 온돌도 없이 잠자고 三朔草廬無突寢항아리 하나 흙부엌에서 스스로 밥 지었지 一缸土竈自炊飧성의는 황천에 통해 하늘에 걸린 해가 증거하고 誠通泉下證懸日공적은 하늘에 이르니 구름처럼 보인다네 功迄天中觀似雲아 나는 하려는 일은 어느 날에 이룰까 嗟我經營何日就공을 보니 부끄럽고 한스러워 남몰래 애타네 見公愧恨暗銷魂 石翁阡碣約齋文, 嗣子衰年手刻勤.三朔草廬無突寢, 一缸土竈自炊飧.誠通泉下證懸日, 功迄天中觀似雲.嗟我經營何日就, 見公愧恨暗銷魂. 석옹(石翁) 석농(石農) 오진영(吳震泳, 1868∼1944)을 가리키는 듯하다. 조선 말기 유학자로 자는 이견(而見)이다. 약재(約齋) 송병화(宋炳華, 1852∼1916)를 가리키는 듯하다.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은진(恩津), 자는 회경(晦卿)ㆍ영중(英仲), 호는 난곡(蘭谷)ㆍ약재(約齋)이다. 사자 경재 족숙을 가리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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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전날 밤에 上元前夜 이 날 저녁에 무심히 다리를 밟는데75) 無心此夕踏橋頭자취 거둔 노년에 건강한 다리가 무슨 상관이랴 脚健何關晩跡收일 만 부엌에는 향긋한 찰밥 냄새 풍기고 萬竈飯粘香臭動일 천 마을에는 푸른 폭죽의 연기 떳구나 千村爆竹翠煙浮종래부터 명절은 헛되이 보내기 어려우니 從來名節難虛送어쩌랴 은거한 사람도 자유롭지 못하구나 其柰幽人不自由가장 예쁜 것은 창 밖에 뜬 달이로다 最可娟娟牕外月은근하게 나의 온갖 시름 위로해주네 殷勤慰我百般愁 無心此夕踏橋頭, 脚健何關晩跡收.萬竈飯粘香臭動, 千村爆竹翠煙浮.從來名節難虛送, 其柰幽人不自由.最可娟娟牕外月, 殷勤慰我百般愁. 다리를 밟는데 원문의 '답교(踏橋)'는 다리의 병을 없앤다 하여 정월 보름날 밤에 다리를 밟던 풍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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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 보름밤 九月望夜 단풍과 국화 엇갈린 가지에 달빛 새로워 楓菊交柯月色新한 해에 한 번 오는 가장 좋은 때라네 一年一度最佳辰시서 이외에는 다른 즐거움이 없고 詩書以外它無樂산수 사이에서 자유로운 몸이라네 山水之間自在身경물 대하며 말을 잊으니 도를 깨우친 듯 對境忘言如悟道인연 따르며 처지에 순응함이 참됨이리라 隨緣順處是爲眞초당에서 밤새도록 유연히 앉아있으니 草堂終夜悠然坐애써 시구 찾는 사람으로 잘못 알겠네 錯謂辛勤覓句人 楓菊交柯月色新, 一年一度最佳辰.詩書以外它無樂, 山水之間自在身.對境忘言如悟道, 隨緣順處是爲眞.草堂終夜悠然坐, 錯謂辛勤覓句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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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에 과암이 찾아오다 月夜 果菴來訪 발걸음223) 표연하여 배나 가벼운 듯 巾舃飄然一倍輕때마침 가을 하늘에 흰달이 개었구나 秋天素月適時晴덕스런 이웃 자주 와주니 후한 정 알겠고 德隣頻訪知情厚좋은 시구 때로 이루니 화평한 경계 얻네 佳句時成得境平남으로 온 기러기떼는 원래 신의가 있고 鴈陣南來元有信늙어가는 국화 가지는 처음 꽃을 피웠네 菊枝老去始開榮우리들은 늘그막에 다른 일이 없으나 吾儕晩暮無他事삿된 사심이 가슴에 생길까만 걱정이네 只恐私邪肚裏橫 巾舃飄然一倍輕, 秋天素月適時晴.德隣頻訪知情厚, 佳句時成得境平.鴈陣南來元有信, 菊枝老去始開榮.吾儕晩暮無他事, 只恐私邪肚裏橫. 발걸음 원문의 '건석(巾舃)'은 두건과 신발인데 찾아온 과암을 비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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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곡 시에 차운하다 次震谷詩韻 시대에 버림받은 걸 분수에 달게 여기는데 見棄于時分所甘그대가 산안개를 무릅쓰고 왕림해 주셨네 荷君枉顧觸霏嵐흰머리를 가지고 짙고 옅음을 비교하지 말고 無將鬢髮較深淺마음의 나침이 남북 방향을 어긋나게 하지 마소 莫遣心針錯朔南간략함에 처하면 상자의 우마로 귀결되기 쉽거니와350) 居簡易歸桑子馬공을 쌓더라도 어찌 회옹의 잠사351)를 얻을 수 있으랴 累功那得晦翁蠶오늘아침 대화에 시 논함을 끝내지 못했으니 論詩未了今朝話영리암에서 봄바람 불어오기를 기다리노라 留待春風嶺里菴 見棄于時分所甘, 荷君枉顧觸霏嵐.無將鬢髮較深淺, 莫遣心針錯朔南.居簡易歸桑子馬, 累功那得晦翁蠶?論詩未了今朝話, 留待春風嶺里菴. 간략함에……쉽거니와 상자(桑子)는 도가(道家)의 무리인 자상백자(子桑伯子)를 가리킨다. 《논어집주(論語集註)》 〈옹야(雍也)〉에 중궁(仲弓)이 자상백자에 대해 물으니, 공자가 그의 간략함도 괜찮다고 대답하자, 중궁이 "경에 처하면서 간략함을 행하여 인민을 대한다면 또한 가하지 않겠습니까. 간략함에 처하고 다시 간략함을 행한다면 너무 간략한 것이 아니겠습니까[居敬而行簡, 以臨其民, 不亦可乎? 居簡而行簡, 無乃大簡乎?]"라고 하였는데, 이 대목에 대한 주희(朱熹)의 집주에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자상백자가 의관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거처하자, 공자가 그는 사람의 도리를 소와 말과 같게 하려 한다고 비판하였다.'라고 하였으니, 그렇다면 자상백자는 아마도 너무 간략한 자일 것이다.[家語記伯子不衣冠而處, 夫子譏其欲同人道於牛馬. 然則伯子蓋太簡者, 而仲弓疑夫子之過許與!]"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이를 차용하여 이렇게 말한 것이다. 회옹(晦翁)의 잠사(蠶絲) 회옹은 남송 주희(朱熹)의 호이다. 잠사는 의리를 매우 정밀하게 분석함을 비유한 말로, 원(元)나라 학자 오징(吳澄)이 주희의 〈육선생화상찬(六先生畵像讚)〉을 본떠 주희의 화상을 그려 놓고 〈회암선생주문공화상찬(晦庵先生朱文公畵像讚)〉을 지어서, 주자의 학문을 기리면서 "현묘하고 은미한 의리는, 누에 실과 소털처럼 자세히 분석하였네.[義理玄微, 蠶絲牛毛.]"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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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情 리가 기를 타고 정으로 발현되나니 理乘於氣發爲情갑자기 그러한지라 헤아리기 어렵네 驀地而然不度營조목을 열거한 칠정355)은 전수를 말한 것이고 七箇列條全數說단독으로 가리킨 사단356)은 한쪽을 명명한 것일세 四端單指一邊名재질의 죄가 아님은 그 본성이 선하기 때문이니357) 非才罪處因其性외물이 올 때 그 형체를 범한다오 外物來時觸厥形모두 요약하자면 절도에 맞게 함에 있나니 總在約之中節度달도358)를 내 몸이 행하는지를 살펴볼 뿐이라오 卽看達道我身行 理乘於氣發爲情, 驀地而然不度營.七箇列條全數說, 四端單指一邊名.非才罪處因其性, 外物來時觸厥形.總在約之中節度, 卽看達道我身行. 칠정(七情) 희(喜)ㆍ로(怒)ㆍ애(哀)ㆍ구(懼)ㆍ애(愛)ㆍ오(惡)ㆍ욕(欲)의 일곱 가지 감정을 이른다. 사단(四端) 측은지심(惻隱之心)ㆍ수오지심(羞惡之心)ㆍ사양지심(辭讓之心)ㆍ시비지심(是非之心)의 네 가지 마음을 이른다. 재질(才質)의……때문이니 《맹자》 〈고자 상(告子上)〉에 공도자(公都子)가 성선(性善)에 대하여 맹자에게 묻자, 맹자가 "그 정으로 말하면 선하다고 할 수 있으니, 이것이 내가 말하는 선하다는 것이다. 불선을 하는 것으로 말하면 타고난 재질의 죄가 아니다.[乃若其情, 則可以爲善矣, 乃所謂善也. 若夫爲不善, 非才之罪也.]"라고 하였다. 달도(達道) 《중용장구》 제1장에 "희로애락이 미발한 것을 중(中)이라 하고, 발해서 다 절도에 맞는 것을 화(和)라 하니, 중은 천하의 대본이요, 화는 천하의 달도이다.[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 發而皆中節, 謂之和. 中也者, 天下之大本也, 和也者, 天下之達道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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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아쉬워하며 惜春 춘황이 머지않아 축융442)에게 전할 것인데 春皇不久祝融傳어찌해 산 늙은이는 아쉬운 뜻이 오롯한가 胡乃山翁惜意專가랑비 내리니 녹음방초 언덕에 근심이 일고 細雨愁生芳草岸거센 바람 부니 꽃 진 자리에 마음이 아프네 驚風心折落花筵온갖 세상 모습에 서로 감응함이 많으니 百般物態多相感하늘과 사람이 하나의 이치임은 절로 그러하네 一理天人是自然저물녘에 지저귀는 새가 찾아와 나를 부르니 向晩啼禽來喚我때맞추어 봄이 돌아가기 전에 즐겨 보세나 及時把玩未歸前 春皇不久祝融傳, 胡乃山翁惜意專?細雨愁生芳草岸, 驚風心折落花筵.百般物態多相感, 一理天人是自然.向晩啼禽來喚我, 及時把玩未歸前. 축융(祝融) 고대 화신(火神)의 이름이자, 남방(南方) 또는 남해(南海)를 관장하는 신의 이름이기도 하며, 여름철을 맡았다 한다. 《관자(管子)》 〈오행(五行)〉에, "사룡을 얻어 동방을 다스리고, 축융을 얻어 남방을 다스렸다.[得奢龍而辯於東方, 得祝融而辯於南方.]"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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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없어 無酒 술 없이 맘껏 놀 수 있다고 누가 말했나 誰言無酒以遨遊죽 마시며 머문 손님은 탈속한 부류일세 歠粥留賓超俗流뱃속에 《춘추》 있으나 그저 맨손뿐이고 肚裏春秋徒赤手산중에 꽃과 잎은 오직 우리나라 뿐이네 山中花葉獨靑邱뜻이 오활해 스스로 옛 삼대 따르는 걸 비웃고 志迂自笑追三古외진 곳에 사니 되레 십주443)에 앉은 듯하네 居僻還如坐十洲다시 요즈음 공부가 점점 정밀해짐을 느끼니 更覺邇來工轉密미간에 쓸데없는 시름이 이르지 않게 되누나 眉間不使到閑愁 誰言無酒以遨遊? 歠粥留賓超俗流.肚裏《春秋》徒赤手, 山中花葉獨靑邱.志迂自笑追三古, 居僻還如坐十洲.更覺邇來工轉密, 眉間不使到間愁. 십주(十洲) 바닷속에 신선이 산다는 열 곳의 명산 승경지라는 뜻으로, 선경(仙境)을 이른다. 동방삭(東方朔)의 저작으로 전해지는 〈십주기(十洲記)〉에 "십주는 조주(祖洲)ㆍ영주(瀛洲)ㆍ현주(玄洲)ㆍ염주(炎洲)ㆍ장주(長洲)ㆍ원주(元洲)ㆍ유주(流洲)ㆍ생주(生洲)ㆍ봉린주(鳳麟洲)ㆍ취굴주(聚窟洲)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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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숙261)에게 부치다 寄希叔 나는 옛사람을 생각했으나 我思古之人탁월함은 따라갈 수 없었네 卓絶不可及그 높이는 태산 꼭대기와 같고 其高泰山巓그 밝음은 중천에 뜬 해와 같네 其明中天日시종일관 원래 다르지 않았고 始終元無貳겉과 속이 또한 한결같았네 表裏亦如一성인을 지킴은 자식이 부모 지키듯 하고 閑聖子衛父간사함 물리침은 매가 참새 쫓듯했네 斥邪鷹逐雀이치를 강론함은 극치를 드러내고 講理見極致진실과 곧음으로 인을 배양했네 輔仁用諒直어찌하여 지금 세상에선 如何今之世이런 사람의 덕행을 볼 수 없는가 未見此人德세상이 똑같이 도도히 흐르는데 一般滔滔流다시 어찌 잘잘못을 논하겠는가 更何論得失시험 삼아 뛰어난 사람262)을 보니 試看翹楚者또 다시 월등하게 뛰어난 이 없네 亦復罕超特궁격263)은 철저히 하길 꺼리고 窮格憚徹底명백하게 분별함을 너무 각박하다 하네 明辨謂太刻의리에 정밀함을 얻기 어려운데 義理難得精사특함과 바름에 어찌 실상을 보겠는가 邪正豈見實스승을 존경함은 여전히 미진하고 尊師尙未盡고식적으로만 사람을 사랑하네 愛人以姑息중도 잡음을 스스로 알기에 自認爲執中거처할 때에 의혹되지 않았네 居之曾不惑그러나 나는 말세를 싫어하여 而余厭叔季가만히 옛사람의 학문을 탄식하네 竊歎古人學그 누가 이 마음과 똑같겠는가 誰歟同此心고개 들어 온 나라를 바라보네 擧頭望八域위대하다 봉산자264)여 偉哉蓬山子재능과 뜻이 지금의 습속 아니네 才志非今俗우리 도가 없어진 날이 되면 當此道喪日백 배는 더 노력해야 하겠지 百倍宜努力지극한 선이 있는 곳에 至善所在地함께 하나의 법도로 귀착되길 바라네 願與歸一轍 我思古之人, 卓絶不可及.其高泰山巓, 其明中天日.始終元無貳, 表裏亦如一.閑聖子衛父, 斥邪鷹逐雀.講理見極致, 輔仁用諒直如何今之世, 未見此人德?一般滔滔流, 更何論得失?試看翹楚者, 亦復罕超特.窮格憚徹底, 明辨謂太刻.義理難得精, 邪正豈見實?尊師尙未盡, 愛人以姑息.自認爲執中, 居之曾不惑.而余厭叔季, 竊歎古人學.誰歟同此心? 擧頭望八域.偉哉蓬山子! 才志非今俗.當此道喪日, 百倍宜努力.至善所在地, 願與歸一轍. 희숙(希叔) 김현술(金賢述, 1898~?)의 자이다. 본관은 부녕(扶寧)이며, 부안에서 있다. 底本에 "淑"은 《화도연원록(華島淵源錄)》에 근거하여 '叔'으로 수정하였다. 뛰어난 사람 원문의 '교초(翹楚)'는 뛰어난 인재라는 뜻으로 거벽(巨擘), 최고 등과 같은 말이다. 《시경》 〈한광(漢廣)〉에 "쑥쑥 뻗은 잡목 속에서 그 회초리나무를 베리라.[翹翹錯薪, 言刈其楚.]"라는 구절에서 유래했다. 궁격(窮格) 궁(窮)은 거경궁리(居敬窮理)를 뜻하고, 격(格)은 격물치지(格物致知)를 뜻하는데, 거경궁리는 잠시도 쉬지 않고 마음을 반성하여 원리를 규명한다는 뜻이고, 격물치지는 실제적인 사물을 통하여 이치를 궁구함으로써 온전한 지식에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 봉산자(蓬山子) 봉산은 김현술(金賢述) 호이다. 저서에 《봉산유고》 3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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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포가 있어 육언362) 有懷【六言】 맑은 강에 백사장이 십리나 펼쳐져 있는데 淸江十里明沙가랑비 실바람 속에 삿갓 도롱이 차림으로 낚시하누나 細雨絲風笠簑비록 엄릉의 기절363)에는 부끄러워도 縱愧嚴陵氣節어찌 장수의 연파364)를 잊으리오 豈忘張叟煙波서늘한 바람 쐬는 언덕 위엔 버들이 늘어져 있고 納凉岸上垂柳쓰러져 누워 있는 물가에는 푸른 잔디가 가득하네 頹臥磯邊綠莎이 역시 인간세상의 몹시 유쾌한 일이건만 此亦人間快適회포를 풀지 못한 채 많은 세월만 흘렀구나 有懷未遂年多 淸江十里明沙, 細雨絲風笠簑.縱愧嚴陵氣節, 豈忘張叟煙波?納凉岸上垂柳, 頹臥磯邊綠莎.此亦人間快適, 有懷未遂年多. 육언(六言) 구마다 6자로 이루어진 고체시(古體詩)로, 서한(西漢)의 경학자(經學者) 곡영(谷永)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엄릉(嚴陵)의 기절(氣節) 엄릉은 엄자릉(嚴子陵)을 줄여 쓴 말로,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때의 은사(隱士)인 엄광(嚴光)을 가리킨다. 엄광은 어렸을 때 광무제와 동문수학했던 인연으로 광무제가 즉위한 후 간의대부(諫議大夫)로 부름을 받았으나, 절개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응하지 않은 채 부춘산(富春山)에 은거하여 낚시질을 하면서 여생을 마쳤다. 《後漢書 卷113 嚴光列傳》 장수(張叟)의 연파(煙波) 장수는 당(唐)나라의 은자(隱者) 장지화(張志和)를 가리킨다. 연파는 안개가 낀 물결이라는 뜻으로, 세상을 피해 은거하는 강호(江湖)를 비유한다. 그는 잠시 벼슬살이를 하다가 물러나와 강호에 노닐며 연파조도(煙波釣徒)라 자호하고는 낚시로 소일을 하였는데, 그의 시 〈어가자(漁歌子)〉에 "푸른 부들 삿갓에 푸른 도롱이 걸쳤으니, 비낀 바람 가랑비에 돌아갈 필요 없네.[靑蒻笠綠蓑衣, 斜風細雨不須歸.]"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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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백 松柏 사방으로 에워싼 푸른 송백이 울창하니 四環松柏碧森森바람 불면 늘 웅장한 용 울음이 들리누나 風至常聞龍壯吟지금 세상도 나갈 만하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誰道今時猶可出이 땅이 더 깊숙한 곳이 아님을 외려 꺼린다오 飜嫌此地不加深삼천 가지의 예법359)은 모두 묵은 자취가 되고 三千禮法皆陳跡예닐곱 명의 관동360)은 예전 흥취가 그대로일세 六七冠童尙舊心산수의 고고한 가락361)이 나에게 있는 듯하니 山水高音如在我거문고를 간직만 하고 타지 않은들 어떠하리 何妨藏置勿彈琴 四環松柏碧森森, 風至常聞龍壯吟.誰道今時猶可出, 飜嫌此地不加深.三千禮法皆陳跡, 六七冠童尙舊心.山水高音如在我, 何妨藏置勿彈琴? 삼천 가지의 예법(禮法) 《중용장구》 제27장에 "예의는 삼백 가지요, 위의는 삼천 가지이다.[禮儀三百, 威儀三千.]"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예의는 경례(經禮) 즉 큰 예법을 말하고, 위의는 곡례(曲禮) 즉 작은 예법을 말한다. 예닐곱 명의 관동(冠童) 공자의 제자 증점(曾點)이 자신의 뜻을 말하기를 "늦은 봄날 봄옷이 이루어지거든 어른 대여섯 사람, 동자 예닐곱 사람과 함께 기수에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을 쐬고 시를 읊으면서 돌아오겠다.[莫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先進》 산수(山水)의 고고한 가락 춘추 시대 백아(伯牙)가 타고 그의 벗 종자기(鍾子期)가 들었다는 거문고 곡조인 고산유수곡(高山流水曲)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 곡조를 아양곡(峨洋曲), 산수곡(山水曲)이라고도 한다. 백아가 거문고를 타면서 고산(高山)에 뜻을 두면 종자기는 "높디높기가 마치 태산과 같도다.[峨峨兮若泰山]"라고 하였고, 또 유수(流水)에 뜻을 두면 종자기는 "넓디넓기가 마치 강하와 같도다.[洋洋兮若江河]"라고 한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列子 湯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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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년(1591) 봄날에 우연히 쓰다 辛卯春日偶書 우리 선조 문정공437)께서는 惟我文貞祖육십팔 세에 돌아가셨는데 六旬有八沒평생토록 수립한 바가 平生所樹立탁월하게 출중하셨으니 卓然衆類出문장은 나라를 빛내고 文章華邦國정견은 선불을 배척하였네438) 正見斥禪佛아아 나 불초한 후손은 嗟余不肖孫선조의 수와 나이가 꼭 같은데 祖壽洽相埒수많은 세월을 살아왔음에도 喫得許多年학업은 완전히 지리멸렬하네 學業全蔑裂옛사람의 벗을 조문한 뇌사에 昔人誄友詞안연의 짧은 수명에 광휘가 있다 하였네439) 顔壽有光烈하나의 병이 지금 고황에 들어 一病今膏盲거의 산 넘어가는 해와 같다오 殆同下山日한 번 죽은 것과 마찬가지이니 等是一番死다행히도 금년에 죽을 수 있다면 幸得今年滅이 역시 선조 자취를 계승함이니 是亦繼先跡아마도 들을 만한 이야기 되리라 庶足聽聞說 惟我文貞祖, 六旬有八沒.平生所樹立, 卓然衆類出.文章華邦國, 正見斥禪佛.嗟余不肖孫, 祖壽洽相埒.喫得許多年, 學業全蔑裂.昔人誄友詞, 顔壽有光烈.一病今膏盲, 殆同下山日.等是一番死, 幸得今年滅.是亦繼先跡, 庶足聽聞說. 문정공(文貞公) 후창의 23대조 김구(金坵, 1211~1278)로, 자는 차산(次山), 초명은 백일(百鎰), 호는 지포(止浦), 시호는 문정이다. 고려의 명현으로, 문장과 도덕이 당대에 으뜸이었다. 정견(正見)은 선불(禪佛)을 배척하였네 고려 고종(高宗) 때 권신 최항(崔沆)이 김구(金坵)에게 《원각경(圓覺經)》의 발문(跋文)을 써 달라고 청하자, 김구는 바른 도리를 지켜 굽히지 않고 시(詩)를 지어 최항을 꾸짖으니, 최항이 이에 앙심을 품고 김구를 제주 통판(濟州通判)에 좌천시킨 일이 있었는데, 이 고사를 근거하여 이렇게 말한 것이다. 《正祖實錄 14年 2月 13日》 안연(顔淵)의……하였네 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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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누이442)를 애도하다 悼二姊 두 아우443)가 병술년에 모두 죽으니 二弟俱亡丙戌歲지금도 두 어깨를 벤 것처럼 아픈데 至今痛若割雙肩작년 겨울과 올 봄에 두 누이의 죽음이 昨冬今春二姊逝병술년처럼 몇 달 사이에 잇달아 있었네 連在數月如丙年전후로 만난 것이 모두 이와 같으니 前後所遭皆如此거듭되는 재앙은 내가 하늘에 죄를 지어서라오 荐禍以我獲戾天큰 누이는 일흔세 살 작은 누이는 일흔한 살로 長位七三次七一수명이 길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壽命非不得長延전란을 만나 생사가 갈리는 때인지라 時適兵火死生中허둥지둥 북망산에 갈장444)하고 말았네 草草渴葬北邙阡병중에 전혀 모르다가 뒤늦게 부음을 들으니 病不能知訃追聞나는 또 앓아누워 숨이 끊어질 듯하였네 我又臥病奄奄然상생445) 앞에서 곡하는 걸 무슨 수로 할 수 있으랴 象生一哭那由得태산을 넘고 대천을 건너는 것처럼 어렵도다 艱若泰山與大川이 몸은 본디 여섯 남매 중 장남으로 此身本以六同胞늙도록 모두 살아 있어 드문 인연이었는데 到老俱存亦稀緣그 누가 알았으랴 다섯 해가 바뀌는 동안 誰知五換星霜間봉래 바닷가에 한 아우446)만 남아 있을 줄을 只有一弟蓬海邊애도하는 나머지 외로운 이내 신세 서글퍼하니 悼逝之餘悲身孤베개 위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먼저 떨어지누나 枕上不覺淚自先 二弟俱亡丙戌歲, 至今痛若割雙肩.昨冬今春二姊逝, 連在數月如丙年.前後所遭皆如此, 荐禍以我獲戾天.長位七三次七一, 壽命非不得長延.時適兵火死生中, 草草渴葬北邙阡.病不能知訃追聞, 我又臥病奄奄然.象生一哭那由得? 艱若泰山與大川.此身本以六同胞, 到老俱存亦稀緣.誰知五換星霜間, 只有一弟蓬海邊?悼逝之餘悲身孤, 枕上不覺淚自先. 두 누이 후창에게는 손위 누이 둘이 있었는데, 큰 누이는 광산(光山) 김재봉(金在鳳)에게 출가하였고, 작은 누이는 고흥(高興) 유동기(柳東起)에게 출가하였다. 두 아우 후창은 장남으로 세 아우를 두었는데, 그중에 병술년(1946)에 죽은 첫째 아우 김봉술(金鳳述), 둘째 아우 김만술(金萬述)을 가리킨다. 갈장(渴葬) 장사를 서둘러 급히 치르는 것으로, 사람이 죽어서부터 장사 지내기까지 일정한 기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기간을 당겨 장사 지내는 것을 이른다. 상생(象生) 궤연(几筵)을 이르는 말로, 망자가 살아생전에 사용했던 기물들을 진열하여 살아있을 때를 그대로 본뜬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 아우 후창의 셋째 아우인 김억술(金億述, 1899~1959)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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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과 이별하다 2수 別正錫【二首】 일 년 내내 한마음으로 서로 믿었으니 一心相信滿朞年평생에 우연한 일이 아니라 여겼다오 庶謂生平不偶緣너의 깊은 정을 사랑하기에 옥 같은 사람을 기대하였고 愛汝深情期玉穀나의 묘한 비결을 구하기에 천인의 이치를 강론하였지 求吾妙訣講人天예로부터 좋은 일에는 방해가 많았나니 從來好事多魔戱그 누가 사문을 회복하고 옛 현인을 배울까 誰復斯文學古賢천만뜻밖의 이별을 어찌 차마 말하리오 夢外別離那忍說일만 가지 시름이 오장육부를 휘감누나 萬端愁緖五臟纏뽕나무 활로 화살 쏘았던371) 해를 회상해보면 回憶桑弧射降年나쁜 인연이 바로 좋은 인연이라 하겠구나 惡因緣是好因緣오랑캐 나라라 해도 행해질 수 있으니372) 어찌 땅을 논하랴 可行蠻貊何論地몸과 마음을 잃지 않으면 또한 천리를 즐거워하는 것일세 不失身心亦樂天지혜는 곤란을 겪는 속에서 나오니 학문을 증진시키고 智出涉難加進學명성은 공업을 세우는 데서 떨쳐지니 현인을 바랄 수 있네 名揚建業庶希賢하나의 경을 가지고 상변을 통달할지니 惟將一敬通常變초탈하여 세상일에 얽매이지 말지어다 超脫無爲世累纏 一心相信滿朞年, 庶謂生平不偶緣.愛汝深情期玉穀, 求吾妙訣講人天.從來好事多魔戱, 誰復斯文學古賢?夢外別離那忍說? 萬端愁緖五臟纏.回憶桑弧5)射降年, 惡因緣是好因緣.可行蠻貊何論地? 不失身心亦樂天.智出涉難加進學, 名揚建業庶希賢.惟將一敬通常變, 超脫無爲世累纏. 뽕나무……쏘았던 원문의 상호(桑弧)는 저본에는 '상고(桑孤)'로 되어 있는데, 문맥을 살펴 고(孤)를 호(弧)로 수정하여 번역하였다. 《예기》 〈사의(射儀)〉에 "남자가 태어나면 뽕나무 활과 쑥대 화살 여섯 개로 천지와 사방을 쏘니, 천지와 사방은 남자가 일할 곳이기 때문이다.[男子生, 桑弧蓬矢六, 以射天地四方, 天地四方者, 男子之所有事也.]"라고 한 데서 온 말로, 남아가 태어나거나 득남한 것을 의미한다. 오랑캐……있으니 《논어》 〈위령공(衛靈公)〉에 "말이 충성스럽고 미더우며 행실이 돈독하고 공경스러우면 비록 오랑캐의 나라라 하더라도 행해질 수 있다.[言忠信, 行篤敬, 雖蠻貊之邦, 行矣.]"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弧:底本에는 "孤".문맥을 살펴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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