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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하에게 답함 병인년(1926) 答趙 澈夏 丙寅 지난번 편지에는 월(月), 일(日), 성명(姓名)이 없었으니, 이것에 근거해보면 마음이 일단(一端)에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을 두지 않는 병통은 곧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맛을 모르는39) 지경까지 이르게 되니, 하물며 도리의 미묘함처럼 원래 보기 어렵고 알기 어려운 것이겠습니까? 모름지기 이 마음을 가지고 먼저 그 자리를 바르게 한 연후에 귀에 들어온 것을 마음에 보존하고, 눈에 이른 것을 마음에 귀결시키고, 입으로 외운 것을 마음에 체인하십시오. 그리하여 서(書)와 마음이 하나가 되고 마음과 이치(理)가 떨어지지 않아서, 눈을 떠도 다른 것을 보지 말고, 귀를 기울여도 다른 것을 듣지 말며, 입을 열어도 다른 것을 말하지 않으면, 아무리 은미한 것이라도 보이지 않고 알지 못하는 것이 없게 될 것입니다. 向書無月日姓名, 卽此可見心不在之一端.心不在之病, 乃至於視不見, 聽不聞, 食不知味, 而復道理微妙, 元自難見難知者乎? 須將此心, 先正其位然後, 入乎耳者存乎心, 到乎目者歸乎心, 誦之口者體之心.書與心爲一, 心與理不離, 開眼無他視, 側耳無他聽, 啓口無他言.將無微之不見不知矣. 보아도……모르는 《대학장구(大學章句)》 전7장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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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실에게 답함 정해년(1947) 答黃致實 丁亥 보낸 편지에서 내가 지은 오씨 가문의 문자에 대해 말과 뜻이 곡진하고 조금도 사사로움에 구애됨이 없어 군자의 법필(法筆)이라고 이를 만 하다고 하였는데, 내가 이를 어찌 감당하겠는가. 다만 평생 죽은 사람에게 아부하지 못하고 또한 감히 형식만 본떠서 일시적으로 수응(酬應:요구에 응함)할 꾀도 내지 못한다. 저가 정성으로 요구해서 내가 정성으로 부응하였을 뿐이다. 이 때문에 세상의 작가가 지극히 교묘한 생각으로 포장하고 선양하여 그 집안사람을 기쁘게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전혀 뜻을 쓰지 않고 의례적인 말만 습용(襲用)하여 단지 이를 바탕으로 글을 팔아 재물을 사는 것을 깊이 미워하는 것이다. 示喩以拙作吳氏家文字, 爲辭旨曲盡, 無一毫拘私, 可謂君子法筆, 此何敢當.但平生固不能諛墓中人, 亦不敢依樣畵葫, 爲一時酬應計.彼以誠求, 而吾以誠副而已.是以深厭夫世之作家, 不極其巧思, 鋪張揄揚以悅其人, 則又略不致意, 襲用例語, 只資賣文博貨者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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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선생 차운시 附 先生次韻 누가 봉공이 스님 불살랐다 말하는가 誰道鳳公燒上人육신은 사라져도 법신은 남아있으니 肉身可滅法身存땅속으로 물 흐르게 한 것이 선사의 술수라 한다면 伏流若謂禪師術선사가 도리어 귀진에 오른 것이 아니리 莫是禪師反乘眞 誰道鳳公燒上人,肉身可滅法身存.伏流若謂禪師術,莫是禪師反乘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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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정당526)의 시에 차운하다 次習靜堂韻 이 당을 경영한 지 몇 해나 되었는가 經始斯堂問幾春재교527)로 이미 외롭지 않게 이웃 있구나528) 梓橋已得不孤隣이름 지으니 비로소 취지를 참으로 알겠고 錫名肇自眞知趣집 지어 바야흐로 선인의 뜻 잘 계승하였네529) 肯構方能善繼人대낮에도 적막한 깊은 동산엔 꽃이 피고 晝寂深園花有色물결이 잔잔한 굽은 못엔 달이 막 떠오르네 波平曲沼月生新응당 가학으로 심법을 전해야만 하니 應將家學傳心法어찌 홀로 속진을 끊고 초연히 살겠는가 豈獨超居絶俗塵 經始斯堂問幾春? 梓橋已得不孤隣錫名肇自眞知趣, 肯構方能善繼人晝寂深園花有色, 波平曲沼月生新應將家學傳心法, 豈獨超居絶俗塵? 습정당(習靜堂) 전남 영광군 월평리(月坪里)에 있었던 정자로, 김석헌(金錫憲, 1864~1944)이 습정당이라고 하였다. 습정은 습정수졸(習靜守拙)의 준말로, 세상에 나서지 않고 마음을 편히 가진다는 의미이다. 재교(梓橋) 교목(橋木)과 재목(梓木)으로, 아버지와 아들, 부도(父道)와 자도(子道)를 의미한다. 주(周)나라 백금(伯禽)이 아버지인 주공(周公)을 찾아갈 때마다 회초리를 맞고 돌아왔으나 그 이유를 알지 못하다가, 현인(賢人)인 상자(商子)의 가르침을 듣고서, 남산의 양지에 의젓하게 있는 교목을 보고서 부도를 깨닫고, 음지에서 겸손하게 고개 숙인 재목을 보고서 자도를 깨달았다는 고사가 있다. 《說苑 建本》 외롭지……있구나 《논어》 〈이인(里仁)〉에 "덕이 있는 자는 외롭지 않아서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 必有隣.]"라는 말이 나온다. 선인(先人)의……계승하였네 《중용》에서 "효라고 하는 것은 선인의 뜻을 잘 계승하고 그 사업을 잘 발전시키는 것을 말한다.〔夫孝者, 善繼人之志, 善述人之事者也.〕"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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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음 卽事 바람 산들거리는 산 부엌엔 점심에 연기 그치고 風淡山廚午歇烟창가에는 쌍쌍이 지저귀는 새들 빙 둘러 있네 啼禽兩兩繞牕邊그 사이 오직 있는 것이라곤 묵은 책들이라 間來惟有陳編在조용히 만리를 바라보니 마음 끝이 없구나 默看萬理意悠然 風淡山廚午歇烟,啼禽兩兩繞牕邊.間來惟有陳編在,默看萬理意悠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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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지음 偶題 한 가닥 푸른 강물이 난간 밖을 감돌고 一帶滄江繞檻外아홉 봉우리 영주산이 창 사이에 들어온다 九峯瀛岳入牕間비록 인의예지를 터득하기가 어려워 부끄럽지만 縱慙仁智難爲得어리석은 본성은 오히려 산수를 즐길 줄 안다네 痴性猶能樂水山 一帶滄江繞檻外,九峯瀛岳入牕間.縱慙仁智難爲得,痴性猶能樂水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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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정함 自定 세상을 다스림은 반드시 독서를 통해서이고 經世須將黃卷讀여유를 즐기려면 푸른 산에 머물러야 한다네 耽間只可碧山棲이 몸의 출처는 두고두고 생각했으니 此身行住商量熟호랑이와 풍뇌에도 흔들리지 않으리라 虎狼風雷也不迷 經世須將黃卷讀,耽間只可碧山棲.此身行住商量熟,虎狼風雷也不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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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에게 줌 贈人 배움이란 아래로부터 높은 산에 오르는 것 같아 學如自下上高岑털끝만이라도 어긋나면 남북이 어긋나니 只錯毫釐繆朔南명예와 이익의 바다에선 풍파가 뒤집히고 飜覆風波聲利海부처의 절에선 물상이 적적하게 빈듯하네 寂空色相釋伽藍성인과 범인의 심성은 원래 둘이 아니고 聖凡心性元無二천지와 중간이 함께 삼재가 된다네 天地中間幷作三몸소 행하지 못하여 중임을 그대에게 맡기니 重任責君躬不逮얼굴 가득한 창피함은 역시나 감당하기 어려워라 滿顔羞愧亦難堪 學如自下上高岑,只錯毫釐繆朔南.飜覆風波聲利海,寂空色相釋伽藍.聖凡心性元無二,天地中間幷作三.重任責君躬不逮,滿顔羞愧亦難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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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에서 느낀 바 있어 書牕有感 창 때리며 차가운 비가 한 번 지나가니 拍牕寒雨一番過뜬구름 같은 인생에 만물 생각 또 어떠한가 感物浮生復若何자세히 옛 책 읽으니 다시 재미가 있어 細檢陳編還有味홀로 옛 음악 간직하다 마음대로 노래 부른다 獨藏古闋放爲歌서호에 있는 사우들에게 편지마저 끊겼고 西湖師友音書斷남국의 전쟁통에 요망한 기운 가득하니 南國干戈氛祲多가슴 속에는 만 섬의 끝없는 뜻이 있어 胸中萬斛無窮意어떻게 하면 은하에 쏟아부어 터트릴까 那將傾瀉決天河 拍牕寒雨一番過,感物浮生復若何?細檢陳編還有味,獨藏古闋放爲歌.西湖師友音書斷,南國干戈氛祲多.胸中萬斛無窮意,那將傾瀉決天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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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에서 어떤 이에게 보냄 山齋贈人 삼복더위205) 그대 괴로워하지 마소 庚炎君莫苦가을 기운 주렴을 걷어올릴테니 秋意動風簾세상의 맛 삼분 담박한데 世味三分淡귀밑머린 서리 몇 점 더 생기네 鬂霜數點添마음을 마치 깨끗하게 얻는 듯하니 心田如得淨신령 세계란 반드시 차지할 필요 없지 靈境不須占저녁 되니 매미 소리 경쾌하여 向晩蟬聲快숲 창에서 옛 점이나 쳐야겠다 林牕打古籤 庚炎君莫苦,秋意動風簾.世味三分淡,鬂霜數點添.心田如得淨,靈境不須占.向晩蟬聲快,林牕打古籤. 삼복더위 원문 '경염(庚炎)'은 불꽃 같은 삼복(三伏) 더위를 이른다. 삼복 중 초복과 중복은 각각 하지(夏至) 후 세 번째와 네 번째 경일(庚日)이고 말복은 입추(立秋) 후 첫 번째 경일이기 때문에 복날을 일컬을 때 '경(庚)' 자를 쓴다. 삼복을 해당 경일부터 이후 열흘까지의 기간으로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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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을 말함 言志 책상에는 일백 권 밭엔 일균 뿐이라 床上百篇田一囷가난한 가계 살림이지만 내 몸은 초연하네 冷然家計翛然身꿈은 끝없는 밤 풍월에 맑고 夢淸風月無邊夜마음은 희황206) 이상의 사람에 있네 心在羲皇以上人인의는 하늘에서 받기를 진실로 구할 수 있고 仁義受天良可責 자손은 배움을 통해 모두 가난을 벗어나네 兒孫有學未全貧평생토록 바라던 바는 단지 이러하니 平生所願只如此봄이고 가을이고 조용히 태산만 바라보네 黙對台山秋復春 床上百篇田一囷,冷然家計翛然身.夢淸風月無邊夜,心在羲皇以上人.仁義受天良可責,兒孫有學未全貧.平生所願只如此,黙對台山秋復春. 희황 중국 태고 시대의 임금인 복희씨(伏羲氏)를 가리키는데, 이때 천하가 지극히 태평하였다고 한다. 도연명이 여름이면 북창(北窓)의 서늘한 바람 밑에 누워 자신을 희황상인(羲皇上人)이라고 할 정도였으니, 마음과 시대가 태평한 때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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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재 여안에게 답함 기사년(1929) 答季弟汝安 己巳 옛사람이 이른 것은 내가 들은 것과 다르다. '의롭지 못한 일을 하고 살면 살아도 죽은 것이고, 의로운 일을 하다 죽으면 죽어서도 사는 것'이 옛 사람의 뜻이 아니겠느냐? 우리는 단지 의를 가슴에 안고 살다가 의를 가슴에 안고 죽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그러나 옛날 사람 중 인을 이루고, 의를 취하여 지금까지도 늠름히 생기가 있는 자가 어찌 세상과 자신이 합치되고 운이 하늘로부터 내려와서 가정과 국가의 일을 원만히 성취한 자이겠느냐. 참으로 이와 같이 실의에 빠져서, 죽은 후에야 그칠 원대한 도에 도달할 수 없을까 두렵구나. 경계하고 경계하여라. 古人所云 異乎吾所聞."不義而生, 生而死;義而死, 死而生." 非古人意乎? 吾人只求抱義而生, 抱義而死, 不愧乎心.而古人之成仁取義, 至今凜然有生氣者, 豈是世與吾合, 運自天來, 成就得家國事圓滿者乎? 誠恐若此隕穫, 無以到達得死而後已之遠道矣.戒之戒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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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벽봉 부군을 위한 《만뢰첩》 뒤에 삼가 쓰다 敬題先考碧峯府君挽誄帖後 부군께서는 지난날 만시(挽詩)와 뇌문(誄文)을 거의 백 편에 가깝게 쓰시었다. 그것을 책에 옮겨 적고, 선별하여 유고의 부록에 올렸는데, 나머지는 몇 년 지나자 좀 슬고 벌레 먹으며 조금씩 유실되었다. 이 일 역시 내 불효의 한 가지이다. 이번에 몇 차례 성첩한 것은 실은 종이가 온전하고 글씨가 해정(楷正)한 것을 취한 것이지, 특별히 가려 뽑지도 않았고 친분 관계로 뽑은 것도 아니다. 열람하는 자손은 알아두기 바란다. 신묘년(1951) 7월 그믐, 불초한 아들 김택술 삼가 쓰다. 府君襄日挽誄, 殆近百度到, 則卽書于冊, 選而登諸遺稿附錄, 餘皆幾年後蠧蝕毛生, 漸不保存, 是亦不孝之一端也。 今此成帖幾度者, 實取其紙完書楷爾, 非以特選也, 非以親切也。 子孫覽者詳之。 辛卯七月晦日, 不肖子澤述謹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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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선생의 시에 차운하여 스스로 경계삼다 敬次先生韻自警 네 마음 무슨 일로 냉철하지 아니한가 爾心何事不氷寒온갖 삿된 마음 생겨 오만 가지 섞이니 只爲羣私錯萬端마음의 때를 없애는 게 별다른 방법 없음을 알겠으니 知是滌除無別法응당 '경' 자를 새겨 더욱 힘써야 하리 宜將敬字著功看 爾心何事不氷寒?只爲羣私錯萬端.知是滌除無別法,宜將敬字著功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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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松 홀로 우뚝 치솟은 소나무 特立幷上松가지는 열 길이나 된다 枝幹十尺長너를 기르는 데 이십 년 걸렸으나 養汝二十年어찌 동량은 참으로 늦게 되었나 何遲作棟樑척박한 자갈이라 뿌리는 단단하기 어렵고 瘠确難固根그늘진 응달이라 양달 향하지 못했네 陰翳未向陽처하는 곳이 이미 이와 같으니 所處旣如此늦게 이뤄지고 또 어찌 상하리오 晩成亦何傷가을바람에 계곡 슬피 울고 秋風動哀壑온 나무 모두 꺾이고 잠기며 萬木皆摧藏눈과 서리가 가지와 잎을 눌러도 雪霜纏柯葉오히려 스스로 푸르름 보전하네 猶自保蒼蒼일편 바르고 곧은 마음을 一片貞固心위무에 어찌 바꾸겠는가 威武豈易常 特立幷上松,枝幹十尺長.養汝二十年,何遲作棟樑?瘠确難固根,陰翳未向陽.所處旣如此,晩成亦何傷?秋風動哀壑,萬木皆摧藏.雪霜纏柯葉,猶自保蒼蒼.一片貞固心,威武豈易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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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竹 작년에 한 뿌리 구하여 去年求一根작은 밭 주변에 심었네 樹之小圃邊집안사람들 밭을 가꾸려 하다가 家人欲治圃잘못 쳐버려 온전한 것 하나 없네 誤伐無餘全금년에 죽순 다시 뽑아다 今年笋復出몇 대를 의연히 세웠다네 數竿立依然아 대나무라는 것은 嗟呼竹爲物옛사람들이 이미 현인에 비유했지 昔人已喩賢초췌하고 불우한 시절에는 憔悴不遇時뜻 있는 선비 비통해 하였네 志士爲悲憐 去年求一根,樹之小圃邊.家人欲治圃,誤伐無餘全.今年笋復出,數竿立依然.嗟呼竹爲物,昔人已喩賢.憔悴不遇時,志士爲悲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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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현이 《중용》을 읽는 것을 보고 시를 지어 그를 권면함 見平鉉讀中庸 以詩勉之 한 책을 얻어 읽어도 쓰임 오리려 넉넉하니 一篇讀得用猶餘성과 교의 근원이 태허에서 나와서라네 性敎根源出太虛정치는 아홉 경전에 있어 지극한 다스림 완성하고 政在九經成至治배움은 세 가지 덕을 구하여 참을 볼 수 있으리 學求三德見眞腴기공은 도를 근심하였으니 마음은 얼마나 괴로웠으며77) 沂公憂道心何苦회옹께서 의심을 밝히셨으니 공이 적지 않다네 晦父闡疑功不疎관건은 다만 정성의 여부를 다툴 뿐이니 樞紐只爭誠與否이 경지에 이르러면 공부에 착실해야 함을 알리라 方知到此著工夫 一篇讀得用猶餘,性敎根源出太虛.政在九經成至治,學求三德見眞腴.沂公憂道心何苦?晦父闡疑功不疎.樞紐只爭誠與否,方知到此著工夫. 기공은……괴로웠으며 원문 '기공(沂公)'은 왕증(王曾, 978~1038)의 봉호이다. 송 인종(宋仁宗) 때 왕증이 예부의 정시(庭試)에서 장원을 하자 한림학사 유자의가 농담으로 "과거 삼장(三場)에서 장원을 하면 일생 동안 먹고 입는 것을 다 쓰지 못한다." 하니, 왕증이 "나는 일생의 뜻이 따뜻하게 입고 배불리 먹는 데 있지 않다."라고 하였다. 《事文類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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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당석기에게 답함 무진년(1928) 答金秋塘錫基 ○戊辰 별지(別紙)에서 말씀하신 것은 벗의 도에 관한 윤리이니, 이는 형편없는 저의 처치가 의리에 어긋나고 인(仁)하지 못함을 근심하신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의 깨우침을 내리시어 옛날의 관계를 회복하게 하시니, 어찌 어른의 뜻을 따르고 우러르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스승의 윤리와 관계된 것은 벗의 도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 일 없는 듯이 옛날의 관계를 회복할 수는 없습니다.김씨가 주장하는, 사우지간(師友之間)으로 간옹(간재)을 대한다는 의리에 대하여 우암(尤庵)과 동춘당(송준길)이 신독재(김집)를 대했던 것을 근거로 증명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설을 가지고 논해보면, 우암과 동춘당의 때에는 신독재 위에 사계(김장생)라는 순수한 스승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일컫는 것입니다. 지금 간옹 위의 순수한 스승은 어떤 사람입니까? 우암과 동춘당이 신독재를 사우로서 대한 것은 생전으로부터 이미 그러했으니, 어찌 지금처럼 생전에는 순수한 스승으로 섬기다가 죽은 뒤에 사우로 삼는 것과 같겠습니까? 또한 어찌 지금처럼 인가받았다는 그의 무함으로 인하여 사우가 된다는 것과 같겠습니까? 이렇게 살펴보고, 저렇게 살펴봐도 통하지 않으니 나란히 놓고 논할 수 없습니다.어른께서는 김 씨와 여러 해를 함께 지냈으면서도 그를 회개시켜 빨리 옛날로 돌아가도록 하지 못하고, 오히려 저더러 먼저 풀어서 옛날처럼 지내게 하려고 하시니, 어른께서 도우시려는 바를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옛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단지 김 씨가 생각을 돌려 바꾸는 데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잘 모르겠지만, 어른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別幅云云, 係是友道之一倫, 憫無似之處置乖義不仁也. 垂此心喻, 使之復舊, 豈不欲仰體尊意? 但以師倫之關重於友道, 有不容無端而復舊也.蓋金所主師友間處艮翁之義, 證於尢春處慎齊之據. 然就其說而論之, 尢春之時, 慎齊之上, 有沙翁之純師, 故以是稱之. 今艮翁之上純師者, 何人歟? 尢春之處慎齊以師友, 自生前而已然, 豈若今之生前純師之, 沒後師友之乎? 又豈若今之因認誣而師友之乎? 左右不通, 不可以比論也.丈與金同處累年, 不能使之悔改遄復, 顧乃先欲我之釋然如舊, 尊意之所左右, 不可知也. 盖今日復舊之道, 不在於他, 只在金一念之回而已. 未知尊意以爲如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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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일에게 답함 을유년(1945) 答吳允一 乙酉 화갑연은 본래 마땅히 행해야 할 예가 아니니, 정자가 '부모가 없는 사람은 자기 생일에 비통함이 응당 배가 된다.'99)라는 교훈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세간에 육순이 되어 어버이를 모시는 자가 몇 사람이나 될 수 있겠습니까? 부인의 몸으로 자신을 미망인이라고 하면서 차마 홀로 잔치를 마련하여 헌수(獻壽)를 감당하지 못하여 그 자손에게 금지한 경우는 더욱 천리와 인정에 부합하니, 정자의 교훈이 미처 말하지 못한 것을 말했다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 집안의 현명한 부인인지 알지는 못하겠지만 귀댁의 대부인의 가르침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아, 오늘날 세상에 독서하는 선비라 불리더라도 어버이가 돌아가셨다는 이유로 자신의 회갑연을 금지한 경우는 절대로 볼 수 없고, 심지어 과부가 된 며느리와 부친을 여읜 손자가 눈앞에 가득한데도 잔치하는 것을 꺼리지 않으니, 이 말을 본다면 부끄러움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효라는 것은 어버이의 뜻을 봉양하는 방법입니다. 모친의 뜻이 이미 이와 같았다면 진실로 감히 모친의 뜻을 어기면서까지 거행하지 못합니다. 타당하지 않은 회갑연은 헌수와 아울러 허락하지 않는 것도 역시 마땅히 모친의 뜻을 따라야 할 뿐입니다. 생일 날 아침에 밥상을 올린 이후에 단지 자손의 내외가 모친 앞에서 모여 함께 밥을 먹으면서 그 마음을 위로할 수만 있을 따름입니다. 回甲之宴, 本非當行之禮, 觀於程子, 人無父母, 生日當倍悲痛之訓, 可知.世間六旬侍親者, 能幾人? 至於以婦人之身, 謂未亡人, 不忍獨當設宴獻壽, 禁止其子孫者, 尢合天理人情, 而可謂發程訓之未及發也.未知爲此言者, 誰家之哲媛, 得非尊家大夫人所敎乎? 噫, 今之世, 雖號讀書士, 以親沒而禁甲宴, 絕不可見, 至於寡媳孤孫滿前, 而亦不憚爲, 視此言, 能無愧乎? 孝者所以養志也.親志既如此, 則固不敢違志而行, 不當之宴禮, 幷與獻壽而不聽, 亦當順志而已.是朝供進飯案之後, 只可子孫內外會食親前, 以慰其心焉爾. 부모가……된다 《이정유서(二程遺書)》 권6에 "부모가 살아 계시지 않는 사람은 생일에 슬픔이 배로 심한데 다시 어찌 차마 술자리를 베풀고 악기를 펼쳐 놓고 즐거워할 수 있겠는가. 만약 부모가 모두 살아 계신 경우라면 괜찮을 것이다.〔人無父母, 生日當倍悲痛, 更安忍置酒張樂, 以爲樂? 若具慶者, 可矣〕"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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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사영구에게 답함 을해년(1935) 答金主事榮九 ○乙亥 궁벽한 곳에 칩거해 있으면서 삼가 어르신은 도를 추구하고 옛 문화를 좋아하는 마음과 태도가 돈독하여 퇴폐한 풍속에 모범이 될 만한 분이라는 말을 들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나 곤궁한 처지의 인간사로 인하여 한 번도 안석 아래에서 덕스러운 모습을 바라볼 길이 없었으니, 덕을 좋아하는 마음이 지극하지 못함을 자책하고 있었습니다.그러던 차에 외람되게도 어른께서 일부러 손자를 보내어 고도(古道)의 편지를 내려주시고 증손의 관례를 치르는 날에 빈(賓)이 되라고 명하셨지만, 스스로 보잘 것 없는 저를 돌아보건대 어찌 따를 수 있겠습니까? 삼가 생각할 때 어른의 뜻이 혹시 후생을 이끌어 예학의 도를 가르치고자 한 것에서 나온 것이라면 불안감에 이어 감개가 이어집니다. 그러니 어찌 감히 지극한 뜻을 우러러 체득하여 받들어 부응할 방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다만 지금의 상태로는 권하(眷下)12)에게 경계할 일이 있어서 뜻을 이룰 수 없으니, 명을 받들 수 없는 것이 두려울 뿐만이 아니라, 성대한 예식을 볼 인연이 없는 것이 매우 한스럽습니다. 삼가 헤아려 용서하시고 죄를 주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蟄伏僻陋, 窃聞老丈向道好古之篤, 有足以範頹俗者, 爲日久矣. 而窮途人事, 未由一瞻德儀於几下, 自訟好德之未至.猥蒙尊慈專遣令孫, 賜以古道之書, 命以爲賓於令曾孫冠日, 自願顧淺眛, 何以得比? 窃念尊意, 或出於引進後生, 教以禮學之一道, 則不安之餘, 繼之以感, 豈敢不仰體至意, 思所以奉副也?但以現狀, 眷下有警, 未得遂意, 非惟惟命之不能是悚, 深恨觀光盛禮之無緣. 伏望恕究不罪. 권하(眷下) 존귀한 사람에게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일인칭 대명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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