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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질영노 형린에게 보냄 을축년(1925) 與族姪靈魯 炯麟 乙丑 돌의 정세(精細)한 것은 수영(琇瑩)이59) 되고, 거친 것은 성과 담장을 쌓는 곳으로 귀결됩니다. 곤룡포와 면류관의 화사함은 그 비단의 정세(精細)한 것이요, 갈락(褐絡)의 추함은 곧 포(布)의 거친 것입니다. 사물도 오히려 그러하거늘 가히 사람이 되어 정세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용모를 움직임에 정세하지 않으면 포악하고 태만한 기운을 멀리할 수 없고, 독서가 정세하지 않으면 어떤 일의 목적이나 의도의 귀결점을 알 수 없습니다. 궁리(窮理)가 정세하지 않으면 최고 경지의 도착점을 볼 수 없고, 마음을 다스림에 정세하지 않으면 은미한 사특함을 제거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매사에 정세하지 않으면 때에 맞는 도(道)를 얻을 수 없습니다. 무릇 대소(大小), 표리(表裏), 원근(遠近), 시종(始終)이 모두 그러하지 않음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마땅히 정세해야지 거칠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이와 같습니다. 아! 돌과 포백은 완성된 자질을 변화시킬 수 없지만 오직 사람만이 거친 것을 정미하게 변화시킬 수 있고, 성긴 것을 섬세하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오직 힘을 쓰는 것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으니 어찌 다행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石之精細者爲琇瑩, 而麤疎者, 歸城垣之築.袞冕之華, 其帛之精細, 而褐絡之惡, 乃布之麤踈者也.物猶然也, 可以人而不精細乎? 動容而不精細, 無以遼暴慢之氣, 讀書而不精細, 無以識旨趣之歸.窮理而不精細, 無以見極致之到, 治心而不精細, 無以去纖隱之慝.處事而不精細, 無以得時中之道.凡小大表裡遠近始終, 罔不皆然.人之宜精不可麤也, 有如是矣.噫! 石與布帛, 見成之質, 不可得而燮也, 唯人則可以燮麤爲精.燮踈爲細, 只在用力之如何爾, 豈非幸哉? 수영(琇瑩) 아름다운 돌이다.《시경(詩經)》 〈위풍(衛風) 기욱(淇奧)〉에 "문채 나는 군자여! 귀막이가 수영이며, 피변에 꿰맨 것이 별과 같도다.〔有匪君子 充耳琇瑩 會弁如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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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거 연풍에게 답함 무진년(1928) 答張文居 然豊 戊辰 침심(沈深)하고 진밀(縝密)한 것은 곧 학자의 아름다운 자질이지만, 광대(廣大)하고 고명(高明)한 것은 곧 군자의 아량입니다. 미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것은 진실로 공부하는데 있어서 급한 일이요. 우유자적(優游自適)60)은 실로 도를 얻는 진전(眞詮 참된 도리)입니다. 또 밤낮으로 우근척려(憂勤惕慮)61) 하는 것은 자신을 닦는 정법(定法)이며, "천하에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염려할까"62)하는 것 또한 사물에 대응하는 중요한 도입니다. 그러니 학문을 진전시키고 지혜를 더하는 것이 오로지 많이 읽고 고심하며 탐색하는데 달려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모름지기 마음을 맑게 하는 것은 원래 고요함을 익혀 마음을 밝히는데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또 몸과 행동을 삼가는 소성(小成)에 안주할 것을 말하지 말고, 모름지기 높은 견해와 고원한 식견에 귀결되는 요체를 알아야 합니다. 沈深縝密, 雖學者之美質, 廣大高明, 乃君子之雅量.如恐不及, 固下功之急務, 優遊自適, 實得道之眞詮.日夕憂勤惕慮, 是謂修己之定法.天下何思何慮, 亦爲應物之要道.勿謂進學益智專繫劇讀窮索.須知澄淸本源, 元在習靜明心.勿謂安小成於飾身謹行, 須知要其歸於高見遠識. 우유자적(優游自適) 편안하고 한가롭게 마음대로 즐김. 우근척려(憂勤惕慮) 근심하고 부지런하며 두려워하고 염려함. 천하에……염려할까 《주역》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천하만사에 대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염려하랴. 천하만사는 귀결은 같은데 길이 다를 뿐이다.[天下何思何慮? 天下同歸而殊塗.]"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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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복에게 보냄 기묘년(1939) 寄炯復 己卯 듣건대, 네가 근래 모모 유림의 연원도(淵源圖) 작업에 참여하였다던데 사실이냐? 역사를 기록하는 어려움은 옛날부터 그러하였다. 그 밝은 안목을 구비하기가 어렵기도하고 또 믿을 만한 자취를 고찰하기가 어렵다. 이에 허실(虛實)을 변별하지 못함에 이르기 쉬워 끝내 성취한 바가 세교(世敎)에 공로가 없고 그저 신령과 사람에게 죄를 얻게 된다. 이는 공정한 마음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도 말하자면 오히려 그러한데, 하물며 지금 세상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그 마음가짐이 어디에 있겠느냐. 애초 그 허와 실을 묻지 않고 그 공과 죄를 어떻게 논하겠느냐. 네가 비록 지식이 없다 해도 마땅히 혹 이 정도는 알 것인데 어찌하여 발을 싸매고132) 달려가서 남의 불미스런 일을 돕는 것이냐. 당장 그만 두어라. 聞汝近參某某儒林淵源圖之役, 果然否? 作史之難, 從古而然.以其旣難具得明眼, 又難考得信蹟.易致虛實莫辨, 究竟所就, 無爲功於世敎, 而徒得罪於神人也.此以持公心做事業者, 言之猶然, 而況今世之爲此等事者, 其設心何在? 初不問其虛實, 又何論其功罪? 汝雖無識, 宜或知此, 胡爲乎裹足奔走, 助成人不美事乎? 千萬已之. 발을 싸매고 '발을 싸맨다[裹足]'라는 것은 발이 부르트고 물집이 생기거나 군살이 박혔을 때에 옷을 찢어 발을 감싸고 달려간다는 뜻이다. 《회남자》에 "옛날에 초나라가 송나라를 공격하려 하자, 묵자가 듣고서 딱하게 여겨 노나라에서 달려갔다. 열흘 밤낮을 달려 발이 누에고치처럼 부르텄는데도 쉬지 않고, 옷을 찢어 발을 싸매고 달려갔다. 영에 이르러 초나라 왕에게 유세하였다.[昔者楚欲攻宋, 墨子聞而悼之, 自魯趨而十日十夜, 足重繭而不休息, 裂衣裳裹足. 至於郢, 見楚王.]"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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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명 【을사년(1905)】 勇銘 【乙巳】 사도(斯道)의 공부에 진취 얻자면, 斯學進就,그 기틀은 용기에 있으니 其機在勇,옛 사람을 보면 그 누구도 相古之人,이것을 중히 않은 이 없네. 疇敢不重.스스로 힘써 쉼 없이 가다듬은 自强不息,건괘의 상(象)에 게시된 말205) 乾象攸揭,의리를 보고도 실행하지 않음 見義不爲,공자님 말씀 이를 경계하였네. 魯論是戒.안연은 뜻을 크게 품어 顔氏志大,순임금과 내가 똑 같은 사람이었고 舜人予人,자로는 좋은 말을 따라 행하며 仲由行給,듣고도 실행이 못 따를까 걱정하였네. 惟恐有聞.선행을 보면 이내 감복하고 有善則服,잘못을 고치는데 아낌이 없어, 改過勿吝,내달리는 바람처럼 빨랐고 如風斯速,날으는 번개처럼 날쌔었네. 如雷斯迅.사나운 군졸이 죽음을 가벼이 여기며 悍卒輕死,적을 맞이하여 격전하듯 하고 -사욕을 이기고 예법을 회복하고- 遇敵鏖戰【克己復禮】튼튼한 말이 힘을 다 쏟으며 健馬致力,무거운 짐을 지고 내닫는 듯이 -인(仁)을 자신의 임무로 삼기를-任重前進【仁爲己任】진실로 능히 이렇게 한다면 苟能如玆,용기에 거의 어긋나지 않으리. 庶幾不畔. 斯學進就, 其機在勇, 相古之人, 疇敢不重。 自强不息, 乾象攸揭, 見義不爲, 魯論是戒。 顔氏志大, 舜人予人, 仲由行給, 惟恐有聞。 有善則服, 改過勿吝, 如風斯速, 如雷斯迅。 悍卒輕死, 遇敵鏖戰【克己復禮】, 健馬致力, 任重前進【仁爲己任】, 苟能如玆, 庶幾不畔。 건괘……말 《주역》〈건괘상(乾卦象)〉에 "하늘의 운행 굳세니 군자는 이를 보아 쉬지 않고 스스로 힘쓴다.[自彊不息]"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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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太極旗 만국의 국기마다 제각기 이름 있으니 萬國國旗各有號우리나라는 일찍이 태극기로 제정하였네 我邦曾建太極旗태극 위엔 더 이상 존귀한 것 없으니 太極之上更無尊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이름이로세 美號無以加於斯경술년에 한번 풍우가 몰아친 뒤로는8) 一自庚戌風雨後거의 태극기 이름까지 아울러 알지 못했네 幾與其名幷不知오직 주변이 평이한9) 일장기라 하는 것이 但見周夷日章號삼천리 땅에 두루 꽂혀 있음을 볼 뿐이었으니 三千里內遍揷籬눈으로 어찌 차마 똑바로 응시할 수 있으랴 有目何忍正面視손으로 찢어버리지 못함을 한스러워했다오 有手恨未破裂之그 뒤로 삼십육 년 세월 동안에 伊來三十六年間겨우 우리 집만 남들 따라 하지 않았네 僅不吾家隨衆爲더디게도 오늘 아침에야 옛 물건을 회복하니 遲遲今朝復舊物집집마다 대폭의 기가 긴 장대에 걸려 있구나 大幅高竿家家扉바람결에 펄럭이는 기세가 호쾌하니 風頭颺颺勢豪壯흰색 바탕의 현황10)이 광채를 더한다오 白質玄黃增光輝바라노니 나라의 존귀함이 태극과 같아 願言國尊同太極만세토록 천추토록 영원히 한결같기를 萬世千秋如一時 萬國國旗各有號, 我邦曾建太極旗.太極之上更無尊, 美號無以加於斯.一自庚戌風雨後, 幾與其名幷不知.但見周夷日章號, 三千里內遍揷籬.有目何忍正面視? 有手恨未破裂之.伊來三十六年間, 僅不吾家隨衆爲.遲遲今朝復舊物, 大幅高竿家家扉.風頭颺颺勢豪壯, 白質玄黃增光輝.願言國尊同太極, 萬世千秋如一時. 경술년에……뒤로는 경술년인 1910년에 일제의 침략으로 한일합병조약에 따라 국권을 상실한 경술국치(庚戌國恥)를 두고 말한 것이다. 경술국치는 한일합병, 국권 피탈, 일제 강점, 일제 병탄 따위로도 불린다. 주변이 평이한 일장기(日章旗)에서 정중앙에 그려 놓은 태양을 상징하는 붉은 원인 일장(日章) 주변에 아무 것도 없이 평이한 것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현황(玄黃) 본디 천지(天地)를 뜻하는 말로, 태극기에서 모서리에 그려진 건괘(乾卦)와 곤괘(坤卦)를 가리킨다. 태극기는 흰색 바탕에 가운데 태극 문양과 네 모서리의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四卦)로 구성되어 있는데, 태극 문양의 파랑색은 음(陰)을, 빨강색은 양(陽)을 상징하는 것으로 음양의 조화를 나타내고, 네 모서리의 건괘는 하늘을, 곤괘는 땅을, 감괘(坎卦)는 물을, 이괘(離卦)는 불을 상징하는 것으로 태극을 중심으로 한 통일의 조화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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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453)의 기일에 밤새도록 회포가 있어 先師諱辰達夜有懷 옛날의 성인과 현자를 보면 相古聖若賢예법을 제정하여 인문454)을 널리 폈으니 制禮宣人文크고 작은 예 및 상례와 변례에 大小與常變하나하나 정밀한 의리를 두었다오 一一精義存면례455)는 신중하게 거행할 일이니 緬襄愼重事어쩔 수 없이 뒷말을 해야겠네 不得己後言의절은 처음 장례와 같아야 하니 儀節同初葬터럭만큼도 어긋나서는 안 된다오 未可錯毫分어찌하여 묘소를 이장하는 일을 如何玄阡緬허술하여 보잘것없게 한단 말인가 草草不足觀천오백 명의 문도들 가운데 千五百門徒그 누가 선사의 가르침을 들었던가 誰歟得與聞다만 이 한 가지 일을 미루어보면 但推此一事예를 빠뜨림을 어찌 논할 것 있으랴 闕禮更何論비록 장례 제례의 절목이라 해도 縱云葬祭節그 책임은 본손에게 있다네 其責在本孫대종사456)에 관계되는 일이니 事係大宗師어찌 혹 이와 같이 하리오 豈容若是焉청컨대 그대는 나의 말을 듣고 請君聞我言시속에 구애된다고 하지 마소 莫謂時拘然저들의 학정이 날로 가혹해지니 彼虐日以酷오래지 않아 스스로 멸망하리라 匪久自亡殘어찌 잠깐 동안을 기다리지 않겠는가 盍俟少須臾예가 볼만하여 세인들을 용동시키리 禮觀動世人하물며 예전에 썼던 광중에는 矧聞舊壙內본디 흉해를 범함이 없다고 함에랴 自無凶害干진실로 부득이한 이유를 따져보면 苟究不得己어찌 후회하는 뜻이 넘치지 않겠는가 寧無悔意新밤새도록 나 홀로 잠 못 이루니 永夜獨不寐이내 회포를 누구와 함께 펴리오 我懷誰與宣 相古聖若賢, 制禮宣人文.大小與常變, 一一精義存.緬襄愼重事, 不得己後言.儀節同初葬, 未可錯毫分.如何玄阡緬, 草草不足觀.千五百門徒, 誰歟得與聞?但推此一事, 闕禮更何論?縱云葬祭節, 其責在本孫.事係大宗師, 豈容若是焉?請君聞我言, 莫謂時拘然.彼虐日以酷, 匪久自亡殘.盍俟少須臾? 禮觀動世人.矧聞舊壙內, 自無凶害干?苟究不得己, 寧無悔意新?永夜獨不寐, 我懷誰與宣. 선사(先師) 선사는 돌아가신 스승을 일컫는 말로, 여기서는 간재(艮齋) 전우(田愚)를 지칭한다. 간재는 1922년 7월 4일에 졸하였다. 인문(人文) 예악 교화(禮樂敎化)를 이른다. 《주역》 〈비괘(賁卦) 단(彖)〉에 "천문을 관찰하여 때의 변천을 살피고, 인문을 관찰하여 천하를 교화하여 이룬다.[觀乎天文, 以察時變; 觀乎人文, 以化成天下.]"라고 하였다. 면례(緬禮) 무덤을 옮겨 다시 장례(葬禮)를 지내는 일로, 곧 이장(移葬)을 말한다. 간재의 연보를 살펴보면, 1922년 9월 13일에 처음에는 익산(益山) 현동(玄洞)의 선영(先塋)에 장사 지냈다가 1945년 3월에 익산 장항리(獐項里)로 이장(移葬)하였다. 대종사(大宗師) 가장 높은 스승을 이르는 말로, 여기서는 유학의 대종장(大宗匠)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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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암 최장에게 올림 上勉庵崔丈 세월은 빨리 흘러 해가 바뀌었습니다. 삼가 애체(哀體)는 어떻게 견디며 지내십니까. 의림(義林)이 일찍 문하에서 배우고 싶은 바람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세월만 보내다 이루지 못한 지 30여 년이 되었으니, 오활한 뜻과 노년이 된 나이가 마침내 이러한 지경에 이르렀단 말입니까. 벽계(檗溪) 선생께서 만년에 걷잡을 수 없는 변고를 만났지만 미리 헤아리고 깊이 근심하며 사악함을 물리치고 정도를 지키려는 계책이 분명하고 확고하였으니, 노사(蘆沙) 선생과 더불어 조목이 같고 맥락이 같습니다. 돌아가신 뒤에 선생께서 지은 《아언(雅言)》 몇 편을 구해서 읽었습니다. 태극의 주재(主宰)와 명덕(明德)의 본연의 묘리를 밝혀 일종의 주기론(主氣論)을 물리친 것은 그 말이 또 노사 선생과 마치 한입에서 나온 듯하였으니, 참으로 천하의 도는 한 가지뿐임을 알겠습니다. 천지 사방에서 누가 표준으로 삼지 않겠습니까. 아, 천고의 종지(宗旨)를 밝히고 일세의 대방(大防)을 보존한 것은 두 선생님의 공이니, 어찌 보탬이 작다고 하겠습니까. 가령 두 선생님이 오늘날 살아 계셨더라면 어찌 백성들과 세도를 위한 계책이 될 만한 모종의 큰 의론(議論)을 세우지 않았겠습니까. 미련한 여생은 우러러 물어볼 곳이 아득히 없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저도 모르게 통탄스럽습니다. 문장(文丈)께서는 벽계 선생 문하의 적통으로서 후학을 인도하여 우뚝이 사방에서 추앙을 받으니, 두 선생님이 비록 돌아가셨지만 오늘날 시의(時義)를 조치한 것은 또한 비슷함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평소 배알하려는 마음은 구구하게 안부나 묻는 예를 펴기 위해서가 아니고, 일신과 집안의 큰 계책과 관련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다만 가난과 병이 날로 심해지고 농사가 거듭 흉년이 들어 예사롭게 움직이는 것도 자력으로 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조금 한가해져 편달해 주실 만한 틈이 있다면 마땅히 한번 문하에 나아가 간절한 마음을 다 펴겠습니다. 日月流駛。燧穀一改。伏惟哀體。何以堪居。羲林早有掃門之願。而因循未就。今三十有餘年矣。志意之迃緩。年力之遲暮。乃至於此耶。檗溪先生晩遭履霜之變。而其豫計深憂闢邪衛正之策。光明磊落。與蘆沙先生同條而共貰。及其沒。而得所著雅言數篇而讀之。所以明太極主宰明德本然之妙。斥夫一種主氣之論者。其言又與蘆沙先生若出一口。信知天下之道一而已。天上天下。南海北海。何所不準。嗚呼明千古之宗旨。存一世之大防者。兩先生之功。豈少補云哉。若使兩先生在於今日。則豈無一副大議論可以爲生民世道計者耶.蠢蠢餘生。漫無所仰。念之及此.不覺號痛。文丈以檗門嫡傳。指引後學。屹然爲四方之所宗仰。則兩先生雖不在世。而所以措置得今日之時義者。亦不可謂無似之者矣。平日拜謁之願。非爲區區寒暄之禮。而有關於身家大計者。非止一二。但貧病日甚。年事荐險。尋常運動。未由自力。將來若有小小暇隙。可給鞭策。則當一登龍門。畢暴情懇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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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범【기홍】에게 답함 答張禹範【基洪】 어느덧 이별 한 지 벌써 반년이 지났는데, 끊임없이 그리워하는 마음은 지날수록 더욱 깊어지네. 뜻밖에 편지를 받게 되니 기쁜 마음은 마치 차가운 골짜기에 햇빛이 비치는 것 같네. 부모님의 병환은 일반적인 증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면 반드시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니, 나는 우러러 축원하네. 나는 여름에 과연 참담한 일을 당하였네. 평생 운명이 구름과 우레의 강과 산 속에 앉아 있는 것과 같은데,134) 늙어 곧 죽을 때가 되어 오히려 더욱 심하게 되었네. 실낱 같은 거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이니 어찌하면 좋겠는가. '한밤중에 일어나 생각하면 땀이 나서 등을 적신다.'는 말에서 절실하게 뉘우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이와 같이 영특한 자질로 뉘우치고 반성함이 이와 같다면 어찌 발전하지 않을 이치가 있겠는가. 더구나 현재의 분란은 짐작하기 어려움이 날로 심해지니 이 어찌 우리들이 한가롭게 지내거나 게으름을 피울 때인가. 궁구하고 탐색하여 의리를 밝히고, 보존하고 함양하여 심지(心志)를 견고를 하여 앞날의 계책으로 삼는 것이 바로 지금 당장의 급한 일이네. 보내준 편지에서 문을 닫아걸고 책을 읽는 것으로 자정(自靖)의 의리를 삼는다고 한 것은 또한 이런 의도인가. 나이가 젊고 힘이 굳세니 부지런히 힘쓰시게나. 오미(五味)는 오행의 맛이니, 목(木)의 맛은 시고 화(火)의 맛은 쓰며 금(金)의 맛은 맵고 수(水)의 맛은 짜고 가색(稼穡)의 맛은 다네. 무릇 사물은 막 형질을 갖추기 시작하면 소리와 색과 맛과 냄새가 갖춰지네. 소리와 냄새는 양이고, 색과 맛은 음이네. 그 소이연의 까닭에 대해서는 모두 일일이 연구하는 것이 옳네. 於焉一別。己隔半載。憧憧懷想。與日俱積。謂外承惠訊。私情欣豁。若寒谷見陽。堂上所愼。認是例證。涼生想必復常。區區仰祝。義夏間果見慘色矣。平生命道。坐在雲雷水山之中。至於老將死。猶復甚焉。残縷餘喘。無以爲況。奈何奈何。中夜與思。汗發沾背之云。可見警省之切。以若穎悟之姿。警省如此。安有不進之理。況時紛叵測。日甚一日。是豈吾儕宴閒偷惰之日乎。窮索而明其義理。存養而堅其心志。以爲前頭之計。此是目不急事。來喩杜門讀書爲自靖之義者。亦非此意耶。年冨力強。勉之勉之。五味卽五行之味。木之味酸。火之味苦。金之味辛。水之味醎。稼穡之味甘。凡物纔有形質。則聲色臭味具焉。聲與臭陽也。色與味陰也。若其所以然之故。則皆當一一究覈可也。 구름과……같은데 《주역》 〈둔괘〉의 운뢰둔(雲雷屯)과 〈건괘〉의 수산건(水山蹇)에서 온 말로 어렵고 힘든 때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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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일에 臘日 천시가 또 납제 지낼 날556)이 되니 天時又見臘平來큰 눈이 막 개어 밝은 해가 떴다네 大雪初晴朗日開옛 풍속은 오히려 납제를 전해왔고 古俗猶傳通臘557)祭새봄 가까워지니 산초술558)을 마시네 新春將近泛椒杯글 속에서 찾은 금단559)은 늦어지고 書中望望金丹暮거울 속엔 성성한 백발을 재촉하네 鏡裏星星白髮催억지로 만류해 풍패560)의 객과 읊으니 强挽同吟豐沛客가려다 못가고 몇 번이나 돌아왔던가 欲行未得幾番回 天時又見臘平來, 大雪初晴朗日開.古俗猶傳通臘4)祭, 新春將近泛椒杯.書中望望金丹暮, 鏡裏星星白髮催.强挽同吟豐沛客, 欲行未得幾番回? 납제(臘祭) 지낼 날 원문의 '납평(臘平)'은 납향(臘享)하는 날로, 동지(冬至) 이후 세 번째 술일(戌日)인 납일(臘日)에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臘 底本에는 "蠟". 문맥을 살펴 수정. 산초술 산초로 빚은 술을 옛날 풍속에 신년 초하루가 되면 가장(家長)에게 헌수하였다. 금단(金丹) 도가(道家)에서 제조하는 장생불사약을 말한 것으로, 환단(還丹) 또는 구전환단(九轉還丹)이라고도 한다. 풍패(豐沛) 중국 패현(沛縣)의 풍읍(豐邑)이 한 고조(漢高祖)의 고향인데, 이후 왕조를 일으킨 제왕의 고향으로 통칭하게 되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李成桂)는 관향이 전주(全州)이고 그 선조가 함경도의 함흥(咸興) 등지에 살았으므로 함흥과 그 일대 및 전주 지방을 풍패지향(豐沛之鄕)이라고 칭하였다. 臘 底本에는 "蠟".문맥을 살펴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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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헌명 【고종주를 위해 지음. 경인년(1950)】 澹軒銘 【爲高琮柱作 庚寅】 사람의 덕은 밝으니 人之明德,높은 하늘이 내리었네. 受自上天,무엇엔가 걸리고 가려져서 夫何拘蔽,어쩌다 때로는 어두워지네. 有時而昏.얽매임 가리움 거둬벗기면 去拘撤蔽,본체 온전히 복원되리니, 本體復全,무엇으로 거두고 벗기는가 撤去以何,담박하면 뜻은 밝아지네. 明志澹泊.옛 적의 무후 제갈량198)이 在昔武侯,앞서 이 한 수를 두었으니 先此一著,기운이 맑고 의리가 밝아 氣淸義昭,공적은 높고 덕은 두터웠네. 功高德厚.담박한 나의 벗 담헌(澹軒) 吾友澹軒,천 년 뒤에 태어나서 生千載後,그날 무후가 남긴 가르침을 當日遺訣,오늘 친히 받은 듯이 하네. 視若親受.나의 명 문미에 걸어두어 我銘于楣,힘 보태고 떨쳐 나아가서 庸助奮發,담박함이 지극한 데 이른다면 澹如到極,어디를 가든 사무쳐 닿으리라. 何往不達?그 의리 기개와 공적 덕행은 義氣功德,그 쓰임에 다함이 없으리니, 厥用無竭,마음 융회되고 자질 변화하여 心融質化,하늘과 사람이 하나가 되리. 天人爲一. 人之明德, 受自上天, 夫何拘蔽, 有時而昏。 去拘撤蔽, 本體復全, 撤去以何, 明志澹泊。 在昔武侯, 先此一著, 氣淸義昭, 功高德厚。 吾友澹軒, 生千載後, 當日遺訣, 視若親受。 我銘于楣, 庸助奮發, 澹如到極, 何往不達? 義氣功德, 厥用無竭, 心融質化, 天人爲一。 무후 제갈량(武侯諸葛亮) 중국의 삼국시대 촉한(蜀漢)의 유비(劉備)를 도운 전략가이자 명승상이다. 그가 〈계자편(戒子篇)〉에서 아들을 훈계하며 "마음의 담박함으로 뜻을 밝히고, 고요함으로 심원한 데 이르라.[澹泊明志,寧靜致遠。]"고 한 말인데, 이는 다시 서한의 유안(劉安)이 편한 《회남자(淮南子)》의 것을 인용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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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홍 진선의 자사 【정해년(1947)】 羅子弘【鎭璇】字辭 【丁亥】 옛 군자들을 살펴보면 相古君子,덕을 옥에 견주었으니 比德於玉,선(璇)은 아름다운 옥이라고 璇爲美玉,자전에 적혀있네. 字書攸錄.나진선(羅鎭璇) 군은 羅君鎭璇,그 자가 자홍(子弘)이니 其字子弘,사람이 능히 도를 키워낸다던 人能弘道,성인의 가르침 밝게 징험하네. 聖訓明徵.도가 큰 연후에야 弘道然後,보배로운 옥이니 乃爲玉珍,선(璇)자에서 홍(弘)을 취하여 於璇取弘,이렇게 말한 것이네. 玆其可言.사람의 마음은 깨달음이 있고 人心有覺,도의 몸에는 작위가 없으니 道體無爲,그것을 키우는 방법은 뭘까 弘之如何,역행(力行)과 치지(致知)이네. 力行致知.극진에 이르도록 역행하고 行到于盡,명철에 닿도록 치지하여 知到于明,신묘한 변화에까지 밀고 나아가 推至神化,높고 큰 덕을 이루리니. 厥德崇成.나 이렇게 자사(字辭)를 지어 我庸作辭,빈객의 축문을 뒤미쳐 채우네. 追補賓祝,힘쓰라 자홍(子弘)이여 勖哉子弘,하루 세 번 반복하라. 宜日三復. 相古君子, 比德於玉, 璇爲美玉, 字書攸錄。 羅君鎭璇, 其字子弘, 人能弘道, 聖訓明徵。 弘道然後, 乃爲玉珍, 於璇取弘, 玆其可言。 人心有覺, 道體無爲, 弘之如何, 力行致知。 行到于盡, 知到于明, 推至神化, 厥德崇成。 我庸作辭, 追補賓祝, 勖哉子弘, 宜日三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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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순약 여환의 자사 【병인년(1926)】 許舜若【予煥】字辭 【丙寅】 순수한 성의 본심 純性本心,범부 성인 다 같고 聖凡皆若,몸의 오관과 온갖 기관 五官百體,모두 다 그러한데 幷無不若,천연은 어찌하여 天然維何,그 품덕이 처음부터 같지 않았나. 德不古若.마음을 보존하고 성품을 온전히 함 存心全性,성인이 곧 이와 같은데 聖卽是若,그 득실을 궁구해보면 究厥得失,공경과 태만이 전혀 다르네. 敬怠何若.순임금은 누구이고 나는 누구인가 舜何予何,큰 일 할 사람이면 곧 이러니, 有爲亦若,옛날의 안회(顔回)가 있어 在昔顔氏,부지런히 이것을 실행하였네. 拳拳奉若.여환에게 이제 관을 주면서 許予煥冠,순약(舜若)의 자로 계신하니, 余欽舜若,노친 모시기를 효도로 하며 事親惟孝,말은 더듬어 조심하고 言不出若,몸 가짐은 공경하며 持身惟敬,마음 가짐은 근엄하고 有思嚴若,선(善)을 미색처럼 좋아하며 好善色若,악(惡)을 악취처럼 싫어하라. 惡惡臭若.어려움 다음에 얻음 있으니 旣難有獲,인(仁)으로 가기를 내 집처럼을 하고 歸仁于若,가득 채우되 빈 듯이 하며 實而虛若,펼쳐 표현하되 어리석은 듯이 하라. 發而愚若.안연(顔淵)도 순(舜)임금처럼 하였는데 顔豈舜若,나 또한 순임금처럼 하지 못하랴? 予亦舜若,어찌 마음내어 애쓰지 않겠는가 曷敢不勉,아, 순약이여 순임금과 같으라. 於乎舜若. 純性本心, 聖凡皆若, 五官百體, 幷無不若。 天然維何, 德不古若, 存心全性, 聖卽是若。 究厥得失, 敬怠何若, 舜何予何, 有爲亦若。 在昔顔氏, 拳拳奉若, 許予煥冠, 余欽舜若。 事親惟孝, 言不出若, 持身惟敬, 有思嚴若。 好善色若, 惡惡臭若, 旣難有獲, 歸仁于若。 實而虛若, 發而愚若, 顔豈舜若, 予亦舜若。 曷敢不勉, 於乎舜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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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에 올라 登牛山 가파른 벼랑을 가벼운 신 신고 날 듯 빨리 가니 絶岡輕舃疾如飛흥이 봄바람에 일어나 산에 들어가 본다 興引東風入翠微이끼는 비석 끝을 침범해 옛사람 이미 사라지고 苔沒碑頭人已往풀은 강가에 자라나 나그네 돌아가길 생각하네 草生江上客思歸귀한 나무 잘려 나가 벌거벗은 게 참 슬프고214) 須憐濯濯戕嘉木지는 햇볕 보내니 푸른 빛이 또 안타깝구나 更惜蒼蒼送落暉안개와 놀 배불리 먹어 고상한 정취 충분하니 飽喫烟霞高致足애써 두보처럼 봄옷을 전당 잡히지215) 않으리 不勞工部典春衣 絶岡輕舃疾如飛,興引東風入翠微.苔沒碑頭人已往,草生江上客思歸.須憐濯濯戕嘉木,更惜蒼蒼送落暉.飽喫烟霞高致足,不勞工部典春衣. 귀한……슬프고 "우산(牛山)의 나무가 일찍이 아름다웠는데, 대국(大國)의 교외(郊外)이기 때문에 도끼와 자귀로 매일 나무를 베어 가니, 아름답게 될 수 있겠는가. 그 밤낮으로 자라나는 바와 우로(雨露)가 적셔 주는 바에 싹이 나오는 것이 없지 않건마는, 소와 양이 또 따라서 방목되므로 이 때문에 저와 같이 탁탁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 탁탁한 것만을 보고는 일찍이 훌륭한 재목이 있은 적이 없다고 여기니, 이것이 어찌 산의 본성이겠는가."라고 했다. 《孟子 告子上》 두보처럼……잡히지 공부(工部)는 공부시랑을 지닌 두보(杜甫)를 가리키며, 그의 시 〈곡강(曲江)〉에 "퇴근하면 봄옷을 전당 잡히고, 날마다 강변에서 곤드레만드레 취해 오네.〔朝回日日典春衣 每日江頭盡醉歸〕"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이를 전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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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약을 행할 때 문묘에 고하는 축문 行鄕約告文廟祝文 세도가 쇠미하니사설이 번갈아 일어나네생령들은 도탄에 빠지고고을은 오랑캐가 되었네하늘이 발끈 노하여우리 무를 드날리네운무가 걷히고 흩어지니회조가 청명하네172)성조가 징비173)하고현백이 순선174)하네규는 백록을 모방하고175)약은 남전을 따르네176)수령은 이어서 힘쓰고다사들은 달려가 듣네학사를 깨끗이 청소하고글방을 엄숙하고 맑게 하네길한 날을 정하여 엄숙히 재계하여장차 강론하는 의식 거행하려 하네선사께 공경히 배알하며감히 전말을 고하네 世衰道微。邪說交作。生靈塗炭。州里蠻貊。天怒斯爀。我武維揚。雲捲霧散。會朝淸明。聖朝懲毖。賢伯旬宣。規倣白鹿。約遵藍田。知州承勗。多士奔聽。灑掃庠宇。肅淸黌庭。吉蠲齊肅。將擧講儀。先師祗謁。敢告顚委。 회조(會朝)가 청명하네 회조는 회전(會戰)하는 날의 아침이라는 뜻으로 전투에서 이겨 밝은 세상을 되찾았다는 뜻이다. 《시경》 〈대아(大雅) 대명(大明)〉에 "이때 태사(太師) 상보가 마치 매가 날 듯하여, 저 무왕을 도와서 상나라를 정벌하니, 회전(會戰)한 그날 아침 청명해졌도다.[維師尙父, 時維鷹揚, 涼彼武王, 肆伐大商, 會朝淸明.]"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징비(懲毖) 징창(懲創)되어 삼간다는 뜻이다. 《시경》 〈주송(周頌) 소비(小毖)〉에 "내 그 징계하는지라, 후환을 삼갈 수 있을까.[予其懲, 而毖後患?]"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순선(旬宣) 《시경》 〈대아(大雅) 강한(江漢)〉에 "임금이 소호에게 명하시어 정사를 두루 펴라 하시다.[王命召虎, 來旬來宣.]"라고 한 데서 유래하여, 지방관이 되어 왕정(王政)을 펴는 것을 말한다. 규는 백록을 모방하고 주자가 제정한 백록동서원(白鹿洞書院) 학규를 따른다는 말이다. 주자가 지남강군(知南康軍)에 부임하였을 때 백록동서원을 중건하고 직접 강학하면서 학규를 제정하였는데, 그 내용은 오교(五敎)의 조목, 학문을 하는 차례, 수신(修身)의 요체, 처사(處事)의 요체, 접물(接物)의 요체로 이루어져 있다. 약은 남전을 따르네 송(宋)나라 때 남전(藍田)에 살던 여대충(呂大忠), 여대방(呂大防), 여대균(呂大鈞), 여대림(呂大臨) 형제가 그 고을 사람들과 서로 지키기로 약속한 자치 규범인 여씨향약(呂氏鄕約)을 따른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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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귀정164) 개기165) 축문 詠歸亭開墓祝文 능주 남쪽 명승지에칠송촌166)이 있네백 가구가 모여 살며천 년 동안 평안하게 지내왔네강산은 빼어나고신기는 밝고 신령하네까닭에 가만히 도와줌이 많아이에 길이 안녕함을 받았네호남의 선비들 강론하러 모이는 것봄가을로 일정함이 있네인륜에 보탬이 있기를 생각하고나라의 광영이 더해지를 원하네다만 의거할 곳이 부족하니또한 두루 행하기 어렵네한 구역 경영하기 시작하니진실로 여러 사람들의 마음에 흡족하네땅의 마땅함을 살펴보니이 언덕만한 곳이 없네시초점과 거북점이 모두 길하니아녀자도 함께 도모하네사림이 의로운 마음 내고향리에서 부역을 돕네가리고 준비하여 좋은 날 선택해서일찍 집 지을 터를 마련했네일이 매우 중대하니감히 공경히 고하지 않겠는가정성과 재계를 극진히 하여백복을 기원하네맑고 깨끗한 기 모였고문명한 운수 돌아왔네붕우들 강마하여날로 달로 매진하네언덕의 다북쑥이 무성하고167)현송168)이 양양하네음사가 햇살에 사라지고정교가 해처럼 밝아지네노나라가 되고 추나라가 되는 것은또한 땅의 영광이고보를 낳고 신을 낳음은169)나라의 상서였네신령께서는 이것을 보시고때로 위로하고 도와주소서감히 향기로운 제수 올리니흠향하시기를 바라네 綾南勝區。七松名村。百家生聚。千年奠安。江山秀拔。神氣明靈。故多陰祐。玆受永寧。湖士講聚。春秋有常。思補人紀。願添國光。但乏依據。亦難輪行。一區經始。允愜衆情。相厥宜土。莫如玆邱。蓍龜恊吉。婦孺同謀。士林出義。鄕里助役。涓蠲差穀。肇基開宅。事繫重大。敢不祗告。致誠致齊。以祈百福。氣鐘淸淑。運回文明。朋友講磨。日月邁征。陵莪菁菁。絃誦洋洋。陰邪睍消。正敎日彰。爲魯爲鄒。亦地之榮。生甫生申。爲國之禎。維神鑑玆。以時慰相。敢薦芬芳。庶幾尙饗。 영귀정(詠歸亭):정의림(鄭義林)이 강학을 위해 1893년 12월에 전라남도 화순군 춘양면 회송리(會松里)에 건립한 건물이다. 여기에 아홉 성인의 진영(眞影)을 봉안하였다. 개기(開基) 공사를 하기 위해 터를 닦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칠송촌(七松村) 전라남도 화순군 춘양면에 있는 마을이다. 언덕의 다북쑥이 무성하고 인재를 잘 육성하였다는 말이다. 《시경》 〈소아(小雅) 청청자아(菁菁者莪)〉에 "무성하고 무성한 다북쑥이여, 저 언덕 가운데 있도다. 군자를 만나고 나니, 나에게 백붕을 준 듯하여라.[菁菁者莪, 在彼中陵. 旣見君子, 錫我百朋.]"라고 한 데서 인용한 말이다. 현송(絃誦) 거문고를 타며 시를 읊는다는 뜻으로, 부지런히 학문을 닦고 교양을 쌓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보를 낳고 신을 낳음은 주(周)나라의 기둥인 중산보(仲山甫)와 신백(申伯)을 낳았던 것을 말한다. 《시경》 〈대아(大雅) 숭고(崧高)〉에 "산악이 신명을 내려 보후와 신백을 탄생시켰네.[維嶽降神, 生甫及申.]"라고 한 데선 인용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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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시에 첩운하여 근심을 풀다 疊前韻 寫隱憂【二首】 근심과 기쁨은 예로부터 앞뒤로 이어지나니 憂喜從來接尾頭구름처럼 일어난 의심이 다 사라지지 않는구나 疑雲近日未全收바로 서양 세력이 동양을 침탈하는 날을 당하였고 正當西勢東搶日하물며 우세국은 이기고 열세국은 패하는 때를 만남에랴 況値優勝劣敗秋실제 역량이 어찌 남을 의지함에서 생기겠는가 實力何能由賴仰앞선 소문도 허탄하게 여겨질까 염려된다오24) 先聲亦恐作虛浮온 나라 삼천리 방방곡곡을 두루 살펴보건대 環瞻全國三千里지와 용이 제일류로 꼽히는 인물은 누구인가 智勇誰歟第一流복사꽃 동산에서 지은 시편 뒤에 내가 화답하여 부르니 園桃篇後我賡歌외려 깊은 근심에 화창한 기운을 손상시킬까 염려된다오 還恐憂深損氣和힘을 합치면 무난히 일월을 회복할 수 있고 同力不難回日月사익을 다투면 쉽게 산하를 잃기 마련이라네 爭私容易失山河협소한 땅에 뛰어난 인재 적음이 한탄스럽고 堪歎褊壤雄才少강한 이웃이 호시탐탐 노림 많은 게 근심스럽구나 可慮强隣虎視多간절히 바라노니 하늘은 끝내 우리를 도와주어 血願皇天終助我백년토록 좌해25)에 큰 풍파가 일어나지 않기를 百年左海不揚波 憂喜從來接尾頭, 疑雲近日未全收.正當西勢東搶日, 況値優勝劣敗秋!實力何能由賴仰, 先聲亦恐作虛浮.環瞻全國三千里, 智勇誰歟第一流?園桃篇後我賡歌, 還恐憂深損氣和.同力不難回日月, 爭私容易失山河.堪歎褊壤雄才少, 可慮强隣虎視多.血願皇天終助我, 百年左海不揚波. 앞선……염려된다오 선성(先聲)은 병법(兵法) 가운데 앞서 소문을 내어 성세(聲勢)를 과장하고 뒤이어 실제의 병력을 보낸다는 선성후실(先聲後實)을 이른다. 《사기》 권92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병법에 진실로 앞서 소문을 내어 성세를 과장하고 뒤이어 실제의 병력을 보내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兵固有先聲而後實者 此之謂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좌해(左海) 해동(海東) 또는 동해(東海)와 같은 말로, 우리나라를 이른다. 중국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바다의 왼쪽인 동쪽에 있다 하여 이렇게 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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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제 문규 승술(承述) 을 방문하다 2수 訪族弟文奎【承述 ○二首】 지난해 봉래의 누각에서 화수회를 가졌더니41) 去歲蓬萊花樹樓오늘은 용산에서 외로운 시름을 푼다오 龍山此日破孤愁난리 중에 만나고 헤어지다가 또 시대가 평안해지니 亂中逢別時平又백발의 두 늙은이가 청안42)으로 서로 보는구나 靑眼相看兩白頭터가 있으면 곧 누대를 지을 수 있으니 有基卽可築臺樓지난날 성취 없음을 부질없이 시름하지 마소 往日無成莫謾愁덕업은 예로부터 만년을 살폈나니 德業從來觀晩節지금 바로 노력하여 단두43)를 찾으시게나 及今努力覓丹頭 去歲蓬萊花樹樓, 龍山此日破孤愁.亂中逢別時平又, 靑眼相看兩白頭.有基卽可築臺樓, 往日無成莫謾愁.德業從來觀晩節, 及今努力覓丹頭. 화수회(花樹會)를 가졌더니 원문의 화수(花樹)는 친족 사람들이 친목을 도모하기 위하여 만든 모임이나 잔치인 화수회를 이르고, 또한 그러한 화수회를 갖는 것을 뜻한다. 당(唐)나라 위장(韋莊)이 꽃나무 아래에 친족을 모아 놓고 술을 마신 일이 있는데, 이에 대해 잠삼(岑參)이 〈위원외화수가(韋員外花樹歌)〉라는 시를 지어 "그대의 집 형제를 당할 수 없으니, 열경과 어사와 상서랑이 즐비하구려. 조회에서 돌아와서는 늘 꽃나무 아래 모이니, 꽃이 옥 항아리에 떨어져 봄 술이 향기로워라.〔君家兄弟不可當, 列卿御使尙書郞. 朝回花底恒會客, 花撲玉缸春酒香.〕"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청안(靑眼) 반가워하는 눈길이라는 뜻이다. 진(晉)나라 때의 명사(名士)인 완적(阮籍)은 세속(世俗)의 법도에 구애받지 않고 지내면서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백안(白眼)을 드러내어 경멸하는 뜻을 보이고, 의기투합하는 사람을 만나면 청안으로 대하여 반가운 뜻을 드러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晉書 卷49 阮籍列傳》 단두(丹頭) 본래 도교(道敎)에서 정련(精煉)하여 만드는 단약(丹藥)을 가리키는 말인데, 전하여 사물의 변화를 초래하는 주요한 요인 또는 요체를 비유한다. 여기서는 덕업을 일신하여 성대하게 하는 요체 또는 방법을 뜻한다. 《朱子語類 卷52 孟子2 公孫丑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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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부【성규】에게 답함 答魏定夫【性奎】 한 해가 저물어가니 자네를 그리는 마음이 간절하네. 심부름꾼을 부려 안부를 물어 주니,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 너무나 고마워서 말로 표현할 수 없네. 인하여 조부께서 근래 건강을 잃으셨다고 하니, 듣고서 대단히 걱정하였네. 여든 노인의 노쇠한 모습은 쉬이 이런 지경에 이르지만 이처럼 오랫동안 병을 앓는단 말인가. 부친이 약을 올리면서 건강이 손상됨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니,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데, 멀리 궁벽진 곳에 거처하느라 한번도 달려가 살펴보지 못하였으니 다만 매우 부끄럽고 안타까울 뿐이네. 하늘이 덕 있는 이를 도와 반드시 장차 온화한 기운을 이끌어와 남극성이 빛을 드리우며135) 명령 나무에 다시 봄이 돌아오게 할 것이니,136) 나는 이를 위해 축원하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네. 그대의 학과(學課)는 크게 발전했으리라 여겨지는데, 여러 달을 약을 맛보면서 밤에 허리띠를 풀지 않고 평소 독서하는 것은 참으로 이러한 때에 쓰기 위해서이니, 이렇게 하는 것을 그만두고 어찌 다른 학문이 있겠는가. 사랑하고 공경하는 나의 마음을 지극히 하여 조금도 멈추거나 부족함이 없게 하는 것이 바로 가장 중요한 본령이니, 정자가 이른바 '성을 다하여 천명에 이르는 것은 반드시 효제에 근본하였다.'137)라 한 것이, 바로 이것이네. 노력하고 또 노력하게나. 歳暮懷人切矣。委伻致問。豈其意慮所及乎。感謝之至。無以容喩。仍審王庭。近欠安節。聞極貢慮。大耊衰相。昜至如此。而何其彌留若是耶。春庭侍湯之餘。氣候不至有損。區區向往之誠。不爲不至。而迃違僻左。未得一番趨省。只切愧悵。天相有德。必將感引和氣。使南極呈先。榠欞回春。爲之企祝。區區不任。盛課想長進。積月嘗藥。夜帶不解。平日讀書。正爲此時用。捨此。豈有別樣學問。致吾愛敬之心。無有間斷虧欠。此便是本領主䐉處。程子所謂盡性至命。必本於孝弟者。此也。勉之勉之。 남극성이 빛을 드리우며 노인의 장수를 상징하는 별로 노인성(老人星) 또는 수성(壽星)이라 하기도 한다. 명령(榠欞) 나무에……할 것이니 명령(冥靈)과 같은 뜻으로, 오래 산다는 남국(南國)의 나무 이름이다. 《열자》 〈탕문(湯問)〉에서 "초(楚)나라 남쪽에 명령이라는 나무가 있으니, 500년을 봄으로 삼고, 500년을 가을로 삼는다."라 하였다. 성을……근본하였다 이천(伊川) 정이(程頤)는 그의 형인 명도(明道)의 행장(行狀)을 지으면서 "성을 다하여 천명에 이르는 것이 반드시 효도하고 공경함에 근본하였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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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부【익주】에게 답함 答高經夫【翊柱】 세상에 대처하는 글을 보니 뜻이 매우 좋고 문사도 또한 아름답네. 옛날 사람이 사립문123)에서 한가히 소요한 것은 이런 뜻 아님이 없네. 공자는 말하기를 "은거하면서 자신의 뜻을 구한다."124)라고 하였고, 맹자는 "곤궁하면 홀로 자신의 몸을 선(善)하게 한다."125)라고 하였는데, 만약 뜻을 구하거나 홀로 선하게 하는 실지가 없다면 그 은거함은 은거함이 아니며 그 곤궁함은 곤궁함이 아니니, 저 산과 들판의 어리석은 노인도 또한 은거하였다고 할 수 있으며 또한 곤궁하다고 할 수 있는가. 요컨대 스스로 수신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으니, 부지런히 노력해야 하네. 그 글을 처음에는 보내려고 하였는데, 우연히 찾아도 보이지 않으니 다음 인편을 기다려야 하겠네. '의관을 바르게 하고, 보는 것을 정중하게 하며, 용모를 움직이며, 생각을 안정시키며, 외면을 정제하고 엄숙하게 하며, 엄격한 위의와 매우 조심함'은 지경(持敬) 공부에 대하여 말한 것이네. '마땅히 그러해야 할 것과 그렇게 된 바를 궁구하고, 날마다 알지 못한 것을 알며 달마다 그 능한 것을 잊지 않는다.'는 것은 치지(致知)에 대하여 말한 것이네. '바라는 것이 있으면서 하는 것은 이(利)요, 바라는 것이 없으면서 하는 것은 의(義)이다. 은미한 생각부터 드러난 일에 이르기까지 몸으로 깨달아 성찰하여 어김이 없다.'고 한 것은 실천에 대하여 말한 것이네. 處世文。志尙甚好。文辭亦佳。古之考槃衡門。未必非此意也。孔子曰。隱居而求其志。孟子曰。窮則獨善其身。苟無充志獨善之實。則其隱非隱。其窮非窮。彼山翁野叟蠢蠢之人。亦可謂之隱。亦可謂之窮乎。要在自修之如何而已。千萬勉旃其文初欲付去。偶尋未見。容竢後便。正衣冠。尊瞻視。動容貌。整思處。整齊嚴肅。儼威嚴恪。此持敬之說。窮其所當然與其所以然。日知其所未知。月無忘其所能。此致知之說。有所爲而爲者利也。無所爲而爲者義也。自念慮之微至事爲之著。體認省察。無所違越。此踐履之說。 사립문 형문(衡門)은 나무를 가로질러 만든 보잘것없는 문으로, 안분자족(安分自足)하는 은자(隱者)의 거처를 뜻한다. 《시경》 〈형문(衡門)〉에 "형문의 아래에서 한가히 지낼 만하다.〔衡門之下 可以棲遲〕"라는 내용이 보인다. 은거하면서……구한다 《논어》 〈계씨(季氏)〉에 보이는 말이다. 곤궁하면……한다 《맹자》〈진심 상(盡心上)〉에 보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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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백 병일 군을 애도하다 悼林君敬伯【秉一】 지금 뛰어난 후배로 當今後來秀먼저 그대를 손꼽아 셈하니 屈指先數君좋은 자질은 하늘에서 받았고 美質稟自天문장은 더욱 출중하였지 文翰更出群시비는 어찌 그리 분명한가 是非何昭晳한마음으로 사문을 호위하였고 一心衛師門이와 같은 좋은 재주와 뜻으로 以若好材志아군을 과시하리라561) 기대하였네 庶見張吾軍지난겨울에 와서 내게 말하기를 客冬來謂余돌아가면 더욱 노력하겠다 했으니 歸當加勉旃이 뜻이 자못 진실하여 此意頗眞實쇠하고 혼미한 나를 일으켜 세웠지 感君起頹昏이어서 또 봄철 강회에 달려가 繼又赴春講두승산 정상에서 바람을 쐬었고 風乎斗嶽顚책을 빌려 머물며 끊임없이 공부하니 借書留源源서로 도우며 바야흐로 이웃이 되었네 相長方有隣어디선가 나쁜 소식이 들려와 何來消息惡그 부음에 꿈인지 진짜인지 의심하니 對訃疑夢眞문하엔 아름다운 보배 나무가 꺾이고 門摧佳寶樹선비들은 진귀한 사람을 잃게 되었네 士失一席珍꽃은 폈으나 열매를 맺지 못했으니562) 旣秀不見實이러한 이치는 결국 무슨 까닭인가 此理竟何因눈물을 섞어 시를 지어서 부치고 和淚題寄此다시 한퇴지처럼 하늘에 물으려 하네563) 更欲賦問天 當今後來秀, 屈指先數君.美質稟自天, 文翰更出群.是非何昭晳? 一心衛師門.以若好材志, 庶見張吾軍.客冬來謂余, 歸當加勉旃.此意頗眞實, 感君起頹昏.繼又赴春講, 風乎斗嶽顚.借書留源源, 相長方有隣.何來消息惡, 對訃疑夢眞.門摧佳寶樹, 士失一席珍.旣秀不見實, 此理竟何因?和淚題寄此, 更欲賦問天. 아군을 과시하리라 자기편의 성세(聲勢)를 떨친다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임병일이 훌륭한 자질을 타고 났고 학문에 독실하므로 장차 우리 당의 성세를 크게 떨치리라고 기대하였다는 뜻으로 쓰였다. 원래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환공(桓公) 6년 기사에 보이는 말인데, 한유(韓愈)의 〈취증장비서(醉贈張祕書)〉에 "아매는 글자를 알지 못하지만 팔분서는 제법 쓸 줄을 알기에, 시 지어서 그에게 쓰도록 하면 아군을 과시하기에 넉넉하다네.〔阿買不識字, 頗知書八分, 詩成使之寫, 亦足張吾軍.〕"라는 말이 나온다. 꽃은……못했으니 뛰어난 재주를 지녔지만 그것을 이루지 못하고 일찍 죽은 경우를 뜻한다. 《논어》 〈자한(子罕)〉에 "싹만 트고 꽃 피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꽃은 폈지만 열매 맺지 못하는 경우도 있구나.[苗而不秀者有矣夫, 秀而不實者有矣夫.]"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한퇴지(韓退之)처럼……하네 동야(東野)는 당(唐) 나라 때의 시인인 맹교(孟郊)의 자인데, 그는 연달아 세 아들을 낳았으나 낳을 때마다 수일 만에 잃었으므로, 한유(韓愈)가 그를 위로하는 뜻에서 지은 《孟東野失子》에 "하늘에게 묻기를 인간을 주관하되 후박을 왜 안 고르게 하는가 하니 하늘이 이르되 하늘과 땅과 사람은 본래부터 상관이 없다 하였네.[問天主下人, 薄厚胡不均? 天曰天地人, 由來不相關.]"라고 하였다.《韓昌黎集 卷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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