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제 여안에게 답함 기미년(1919) 答季弟汝安 己未 요즘 학문 연구에 매진하고 문장 실력이 향상됨은 〈중용의난(中庸疑難)〉과 〈이아서(李雅書)〉에서 알 수 있었다. 비록 한 술 밥에 배부를 수 없겠지만 이를 확충해서 구하면 어찌 이루지 못함을 근심하겠느냐.옛날 사람이 이르기를 "중용은 마치 살아있는 용이나 호랑이 같아 용을 무찌르고 호랑이를 때려잡는 수단이 있어야만 읽을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그 두루 망라할 수 없음을 심하게 말한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큰 수단을 기다린 다음에 읽으려 한다면 큰 수단은 흔히 얻기가 쉽지 않으니 이 책은 거의 유명무실한 것에 가깝지 않겠는가!내 생각엔 일단 용을 물리치고 호랑이를 잡는 것을 바라지 말고 우선 누에를 제거하고 이[蝨]를 잡는 작은 수단을 써서 공부를 하면, 조리와 맥락이 눈앞에 확연하게 보여 실책을 하지 않을 게다. 모름지기 '중용' 두 글자를 간파하는 것이 이 책의 골자이니, 책 속의 수많은 항목과 개개의 정신이 두 글자에 담겨있다. 성(性)ㆍ중(中)ㆍ은(隱)은 중용의 본원(本原)이다. 도(道)ㆍ화(和)ㆍ비(費)는 중용의 조리(條理)이다. 삼덕(三德)59)은 중용에 들어가는 방법이다. 구경(九經)60)은 중용을 베푸는 바이다. 계구신독(戒懼愼獨)61)은 중용의 공부이다. 참찬화육(參贊化育)62)은 중용의 공효(功效)이다. 이를 총괄하여 하나의 '성(誠)'자를 중용의 핵심으로 삼았다. 참으로 이에 능통하여 하나하나 체인(體認)한다면 이 책을 읽는 데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느냐.하늘이 인(人)과 물(物)에 명(命)한 것을 '성(性)'이라고 한다. 인과 물이 마땅히 행해야 할 것을 도(道)'라고 한다. 도가 품절(品節)을 얻은 것을 '교(敎)'라고 한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인과 물에 나아가 자연의 도리를 설명한 것이다. 비록 "인과 물을 겸한 설"이라고 할지라도 그 실지는 사람을 주로 한 것이다. 그러므로 《중용장구(中庸章句)》에서 말하길 "사람이 자기의 성품을 안다."63)고 운운하였다. 대개 이 세 글자를 첫머리에 배열한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른바 성(性)ㆍ도(道)ㆍ교(敎)가 모두 자기가 원래 가지고 있는 것에 달려있고, 그 아래 문장의 계구신독(戒懼愼獨) 등 허다한 공부가 모두 이 세 가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소이를 구하는 것임을 알게 하려는 것이다. "도는 떨어질 수 없다."는 이 말은 도가 사람에게서 떨어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님을 밝힌 것이지 사람을 면려시켜 도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다. 近日硏索之勤, 措辭之進, 《中庸疑難》及《李雅書》可見.雖不能一飯告飽, 充此以求, 何患無成.古人云:"中庸如生龍活虎 有屠龍搏虎手段 乃可讀." 此甚言其包羅不周也. 然必待大手段而後讀之, 則大手段未易多得, 而此書不幾於虛器乎! 吾意且莫要屠龍搏虎, 且下掃蠶捉蝨底細手段工夫, 要見條理脈絡, 躍如於前, 未爲失算也.須看中庸二字, 爲此篇骨子, 篇中許多頭項箇箇精神, 注在二字上.曰性、曰中、曰隱, 中庸之本原也.曰道、曰和、曰費, 中庸之條理也.三德者, 中庸之所入也.九經者, 中庸之所施也.戒懼愼獨, 中庸之工夫也.參贊化育, 中庸之功效也.總之以一誠字爲中庸之樞紐也.果能於此, 一一體會, 則其於讀是書也, 亦何難之有?自天之命於人物而謂之性, 自人物之所當行者而謂之道, 自道之得品節者而謂之敎.此三者, 統就人物上, 說自然底道理.雖曰 "兼人物說", 其實則以人爲主.故《章句》曰:"蓋人知己性"云云.蓋以此三字, 排列於劈頭者, 使人知曰性、曰道、曰敎, 皆在我所固有者, 而下文戒懼愼獨許多工夫, 皆求所以不違乎此三者也.道不可離, 是明道之於人, 非可離之物, 非勉人以不離於道也. 삼덕(三德) 삼덕(三德)은 지(智), 인(仁), 용(勇)을 가리킨다. 《중용장구(中庸章句)》 제20장에 "천하의 달도가 다섯 가지인데 이를 행하는 것은 세 가지이다. 군신간, 부자간, 부부간, 형제간, 붕우간의 사귐 이 다섯 가지는 천하의 달도요, 지, 인, 용 이 세 가지는 천하의 달덕이니, 이를 행하는 것은 하나이다.[天下之達道五, 所以行之者三.曰 : "君臣也、父子也、夫婦也、昆弟也、朋友之敎也"五者, 天下之達道也, 智仁勇三者, 天下之達德也, 所以行之者一也.]"라고 하였다. 구경(九經) 나라를 다스리는 아홉 가지 큰 도리. 《중용(中庸)》에 "몸을 닦는 것[修身], 어진 이를 높이는 것[尊賢], 어버이를 사랑하는 것[親親], 대신을 공경하는 것[敬大臣], 여러 신하들을 알아주는 것[體群臣], 백성을 사랑하는 것[子庶民], 백공이 오게 하는 것[來百工], 먼 지방의 미개인을 어루만지는 것[柔遠人], 제후를 회유하는 것[懷諸侯]"이라 하였다. 계구신독(戒懼愼獨) 사려(思慮)가 아직 일어나지 않아 보고 들을 수 있는 사물이 없는 미발(未發)의 상태에서도 항상 계신(戒愼)과 공구(恐懼)에 마음을 두어, 홀로 있을 때만이 아니라 남이 모르고 나만이 알고 있는 마음속의 생각까지 삼가는 것을 말한다. 《中庸章句 首章》 참찬화육(參贊化育) 《중용장구》에 "중(中)과 화(和)를 지극히 하면 천지가 제자리를 편안히 하고 만물이 길러진다.[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焉.]" 하였으며, 또 "오직 천하에 지극히 성실한 사람이어야 본성을 다할 수 있으니, 본성을 다하면 사람의 본성을 다하게 할 수 있고 사람의 본성을 다하면 물건의 본성을 다하게 할 수 있고 물건의 본성을 다하면 천지의 화육(化育)을 도울 수 있고 천지의 화육을 도우면 천지에 참여할 수 있다.[惟天下至誠, 爲能盡其性, 能盡其性, 則能盡人之性, 能盡人之性, 則能盡物之性, 能盡物之性, 則可以贊天地之化育, 可以贊天地之化育, 則可以與天地參矣.]" 하였다. 사람이……안다 《중용》 수장(首章)에 대한 《중용장구(中庸章句)》에서 "대개 사람들이 자기 몸에 성이 있음은 알면서 그것이 하늘에서 나왔다는 것은 알지 못하고, 일에 도가 있음은 알면서 성에서 말미암았다는 것은 알지 못하고, 성인의 가르침이 있음은 알면서 나에게 본래부터 소유되어 있는 것을 말미암아 만들어졌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자사께서 여기에서 첫 번째로 이 점을 드러내 밝히셨으니, 동중서(董仲舒)의 이른바 '도의 큰 근원이 하늘에서 나왔다.'는 것 또한 이러한 뜻이다.[蓋人知己之有性而不知其出於天, 知事之有道而不知其由於性, 知聖人之有敎而不知其因吾之所固有者裁之也. 故子思於此, 首發明之, 而董子所謂道之大原出於天, 亦此意也.]"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