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누님183)께 올리는 제문 祭次姊文 유세차 신묘년(1951) 2월 28일, 작은 누이가 전주부(全州府) 검암리(儉巖里)의 살던 집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아우 김택술(金澤述)은 4월 2일 부고를 듣고 나흘 뒤에 상복을 갖춰 입었으나 중풍이 들어 곡하러 달려가지 못하였습니다. 임진년(1952) 2월 대상(大祥) 하루 전날, 멀리서 무덤을 바라보며 제문을 올립니다.아아, 우리 둘째 누님 嗚呼姊氏,어려서 집에 살 때에 幼而在家,추위와 굶주림 안 보았고, 不見寒飢,자라서 시집가서도 長而適人,먹고 살기 풍족했으며, 亦饒生資,자녀들 잘 자라나 子女善茁,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했지요. 人皆羡之.어쩌다가 중년의 나이에 夫何中身,가업이 쇠미해져 家業衰微,고향 초산(楚山)184)에서 楚山故土,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고 受人侮欺,완산(完山)에 흘러 와서 完山流寓,다시 또 처량해지셨습니다. 亦云凄其.나 또한 맨몸인지라 余亦赤立,곡식 한 톨도 돕지 못했고, 莫助絲糜,틈나면 자주 안부 물으며 間多探侯,그저 한숨 쉬고 탄식했지만, 徒爾歔欷,누님은 슬퍼하지 않고 姊不戚戚,너그러이 마음을 편히 가지셨으니, 以寬自怡,이런 큰 폭의 아량은 一副雅量,남자들도 드문 것이었습니다. 罕見巾帔.신사년(1941)에 이르러 于歲之辛,만주로 이주하시니 于滿之移,한 배에서 난 칠순의 혈육 七耋同胞,만리 먼 곳에 이별하며 萬里遠離,칼로 베인 듯 아파서 有傷若割,눈물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有淚如絲.서신 전하고 돈 보내어 致書投金,제수 준비 보태시고 俾助祭犧,길 끊어진 먼 이역에서도 窮途絶域,오직 효성을 생각하셨지요. 維孝之思.하늘이 효심을 도와준 듯 天佑孝思,얼마 안 지나 무사히 돌아와서 生還不遲,곧장 우리 집에 달려오시어 亟來我宅,누님과 남동생이 대화 나누는데 姊弟接辭,끝없이 이어지고 흐르는 이야기들 瀜瀜洩洩,너무나 화락하고 즐거웠습니다. 其樂可知.천운은 순환하고 天運循還,이치는 진실한 것이라 理固諶斯,옛 가업을 새로 일으키자 舊業重新,크게 일어나 번창하여 熾而昌而,잘 갖춘 아름다운 집과 방을 宅室完美,검암리(儉巖里)에 마련하시니 于儉之里,나란히 머리 흰 부부가 白首偕老,뜰에는 후손들이 가득하였고, 滿庭孫枝,늘그막에 누리는 복 너무 아름다워 晩福孔嘉,전날의 풍진은 안개처럼 사라졌습니다. 前塵烟飛.그런데 내가 길이 막혀 余因路梗,안부를 길게 빠뜨리고 있었는데 闕侯多時,누가 알았으랴 하루 저녁에 誰知一夕,갑자기 떠나가실 줄을. 遽爾騎箕.평생토록 병이 많았지만 平生多病,오래 사시다 돌아가셨으니 遐壽以歸,덕과 선을 행한 보답이 있어 德善之報,끝내 이치에는 어긋남이 없었습니다 理竟無差,죽은 사람에게 한 없으니 死者無憾,산 사람이 무엇을 슬퍼하리까. 生者何悲,내가 몇 해 전부터 余自往年,사지에 병이 감겨있습니다. 病纏四支,높으신 영령께서 들어 아신다면 尊靈有知,나의 이런 근심을 가엾이 여겨 憫我若玆,황천(皇天) 염라대왕께 말씀 올려 訴皇請閻,저승사자 명부(命符) 빨리 보내서 符令遄施,오래 고생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無久苦楚.나에게 그 은혜가 내리거든 我惠旣垂,얼른 일찍 황천에 들어가 早入泉坮,높으신 영령을 따르겠습니다. 尊靈相隨.아아, 누님이시여, 嗚呼姊氏,흠향하소서. 尙饗! 維辛卯二月二十八日, 我次姊氏卒于全州府之儉巖里寓舍。 弟澤述以四月二日聞訃, 越四日成服, 中風病重, 未由奔哭, 以壬辰二月大祥前一日, 文以望祭, 曰: 嗚呼姊氏, 幼而在家, 不見寒飢, 長而適人, 亦饒生資, 子女善茁, 人皆羡之, 夫何中身, 家業衰微, 楚山故土, 受人侮欺, 完山流寓, 亦云凄其, 余亦赤立, 莫助絲糜, 間多探侯, 徒爾歔欷, 姊不戚戚, 以寬自怡, 一副雅量, 罕見巾帔, 于歲之辛, 于滿之移, 七耋同胞, 萬里遠離, 有傷若割, 有淚如絲, 致書投金, 俾助祭犧, 窮途絶域, 維孝之思, 天佑孝思, 生還不遲, 亟來我宅, 姊弟接辭, 瀜瀜洩洩, 其樂可知, 天運循還, 理固諶斯, 舊業重新, 熾而昌而, 宅室完美, 于儉之里, 白首偕老, 滿庭孫枝, 晩福孔嘉, 前塵烟飛, 余因路梗, 闕侯多時, 誰知一夕, 遽爾騎箕, 平生多病, 遐壽以歸, 德善之報, 理竟無差, 死者無憾, 生者何悲, 余自往年, 病纏四支, 尊靈有知, 憫我若玆, 訴皇請閻, 符令遄施, 無久苦楚, 我惠旣垂, 早入泉坮, 尊靈相隨。 嗚呼姊氏, 尙饗! 둘째누님 둘째누님의 남편은 고흥류씨 류동기(柳東起)이고 시아버지는 류연호(柳然灝)이다. 초산(楚山) 전라북도 정읍시 시기동에 있는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