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에게 보냄 寄炯泰 네가 요사이 당한 일은 필시 스스로 돌아보아 부끄러움이 없다고 할 수 없으니 오로지 횡역(橫逆)으로 지목하기에는 마땅하지 않다. 횡역의 재앙이 오면 맹자도 오히려 망령된 사람[妄人]으로 치부하고138) 따지지 않았는데 하물며 자기에게 화근이 있어서 그리된 것에는 어떠하겠느냐. 이번 기회로 인하여 분노를 징계하고 성질을 참으며 뜻을 분발하고 용기를 내어 자신의 덕을 높여서 저들로 하여금 경외하여 복종하게 하는 것이 참으로 좋을 것이다. 이것이 이른 바 "어려움을 겪으면 지혜가 밝아지고 근심으로 인해 몸이 편안해 지는 것"이니 하늘이 큰 임무를 내리는 것 또한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이에 계책이 여기에 미치지 못해 사소한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반드시 갚아주려는 서원(誓願)을 내면, 이[蝨]를 원망하여 이를 갈며 분노하고 모기를 보고서 검을 뽑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만약 이런 일단(一團)의 참되고 간절한 서원(誓願)이 있다면, 어찌하여 공분(公憤)할 데로 옮겨서 금수 같은 오랑캐를 쓸어내고 우리 강토를 회복할 방도를 생각지 않는 것이냐. 모든 것은 단지 이 사이에서 상량하여 모두 내려놓아라.너는 타고난 성품이 실로 자애롭고 착하고 유순한 사람이다. 다만 간간이 사납게 성질을 부려 아내와 아우에게 성을 내곤 하니, 속담에 이른 바 "순한 사람이 성질을 내면 무섭다."는 게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임을 알 수 있다. 아내와 아우에게 화를 낸 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냈다면 사람들이 받아들이려 하겠느냐? 무릇 남에게 화를 잘 내면, 부귀한 사람도 반드시 실패할 것인데 하물며 너 같이 지위나 권세도 없고 지혜와 힘도 없이 가장 아래 있는 사람은 어떻겠느냐. 아름답도다! 옛사람이 시에 이르기를,용이 변화에 능하지만 금시조(金翅鳥)139)를 근심하고 龍能變化愁金翅호랑이도 맹수의 영웅이나 화사(火獅)를 겁낸다네 虎亦猛雄㤼火獅꾀와 힘은 세상에서 다 꺾일 데가 있는 법 智力世間皆有屈낮추고 공손하면 결국 만인의 스승이 되리라140) 卑恭終作萬人師라고 하였으니, 이 시를 매일 세 번씩 외워야 한다. 이에 〈징분잠(懲忿箴)〉 한 편을 지었으니 적어서 보여주마.《주역》에서는 "분노를 경계하라."141)하고 易著懲忿공자는 "어려움을 생각하라."142)고 하였다 孔曰思難몸을 잊는 것이 미혹이니 忘身是惑마음에 치우치는 바가 있으면 有所心偏이에 대처하는 방법이 있다 處此有術오묘하도다, 정자의 말이여 妙哉程言"화가 나면 화를 잊고 當怒忘怒오직 이치로 살펴야 한다."고 하였다 惟理之觀자신이 진실로 스스로를 다했다면 我苟自盡저들은 망령된 사람이 될 것이다 彼爲妄人스스로 돌아보아 정직하지 못하면 自反不縮어찌 갈관박(褐寬博)이라도 두렵게 하겠느냐143) 盍惴褐寬대용(大勇)이 무엇이더냐 大勇維何호연지기(浩然之氣)가 있는 것이지 有氣浩然어떻게 기르는 것이더냐 何以養成부지런히 의(義)를 축적하여 集義之勤본체에 채워서 充得本體천하에 가득 차야 한다144) 塞乎乾坤저 잘못을 범하는 무리를 視彼群犯이[蝨]나 모기처럼 여겨라 有若蝨蚊너는 이 말을 공경하여 爾其欽此종신토록 부적으로 삼도록 하여라 作符終身 汝之近日所遭, 未必自反無愧, 則不宜專以橫逆目之.橫逆之來, 孟子尙以妄人置之不較, 而況由己有苗脈而致之乎? 正好因此機會, 懲忿忍性, 奮志賈勇, 用崇其德, 而使彼畏服.是則所謂"涉難智明, 因患身安.", 而天降大任, 亦非別人也.乃計不出此, 不勝區區之忿, 至發必報之誓, 是何異於怨蝨而切齒見蚊而拔劒也? 苟有此一團眞切誓願, 胡不移之於公憤, 思所以掃除夷獸, 而復我疆土乎? 總只是間商量, 一切放下也.汝之資性, 實慈善柔順人也.但間有暴發性, 施於妻與弟, 可見諺所謂 "柔人暴性可畏者.", 此耶! 以施於妻弟者, 施他人, 人肯受之乎? 夫尙氣加人, 雖富貴者必敗, 況如汝之無位勢, 無智力, 最出人下者乎! 旨哉! 古人詩曰:"龍能變化愁金翅, 虎亦猛雄㤼火獅.智力世間皆有屈, 卑恭終作萬人師.", 此當日三復也.玆作懲忿箴一篇寫示.《易》著"懲忿.", 孔曰"思難." 忘身是惑, 有所心偏, 處此有術, 妙哉, 程言! "當怒忘怒, 惟理之觀." 我苟自盡, 彼爲妄人.自反不縮, 盍惴褐寬.大勇維何? 有氣浩然.何以養成? 集義之勤, 充得本體, 塞乎乾坤.視彼群犯, 有若蝨蚊.爾其欽此, 作符終身. 망령된……치부하고 《맹자》 〈이루 하(離婁下)〉에 "어떤 사람이 횡역으로 대할 때 군자는 반드시 스스로 반성하여 '내가 어질지 못하였거나 예가 없었나보다. 일이 어찌하여 이렇게 되는가.' 한다. 스스로 반성하여 어질며 또 예가 있었는데도 그 횡역함이 전과 같으면 군자는 다시 반성하여 '내가 충실치 못하였나보다.' 한다. 또다시 반성하여 충실하였는데도 그 횡역함이 전과 같으면 군자는 '저 사람은 망녕된 사람일 뿐이다.' 한다. 그런 사람은 금수와 무엇이 다르랴. 금수와 무엇을 힐난하겠는가?[有人於此, 其待我以橫逆, 則君子必自反也, 我必不仁也, 必無禮也. 此物奚宜至哉? 其自反而仁矣, 自反而有禮矣, 其橫逆由(猶)是也, 君子必自反也, 我必不忠. 自反而忠矣, 其橫逆由是也, 君子曰 : 此亦妄人也已矣. 如此則與禽獸奚擇哉? 於禽獸, 又何難焉?]"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금시조(金翅鳥) 일명 '가루라(迦樓羅)'라고 하는 인도 전설상의 새인데 조류(鳥類)의 괴수로서 용을 잡아먹고는 다시 되새김질을 한다고 한다. 용이……되리라 김창흡(金昌翕), 《삼연집(三淵集)》권16 〈見寺樓樑上畵 金翅鳥劈海噉龍〉. "龍能變化愁金翅.虎亦雄獰怯火獅.天下易窮惟智力.卑謙終作萬人師."이다. 3, 4구의 몇몇 글자가 차이를 보인다. 주역에서는……하라 《주역(周易)》 손괘(損卦) 상(象)에 "산 아래 못이 있음이 손(損)이니, 군자는 이것을 보고 분노를 징계하고 욕망을 막는다."라고 하였고, 주자(朱子)는 이것을 풀이하기를, "산의 형상을 보고 분노를 징계하고 못의 형상을 보고 욕망을 막는다." 하고, 또 "분노를 징계하기를 산을 누르듯이 하고 욕망을 막기를 골짜기를 메우듯이 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어려움을 생각하라 《논어》 〈계씨(季氏)〉에 나오는 구사(九思) 가운데에, "분할 때에는 나중에 곤란하게 될 것을 생각하라.[忿思難]"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하겠느냐 증자(曾子)가 이르기를 "내가 일찍이 큰 용맹을 부자께 들었는데, 스스로 반성해 보아 정직하지 못했으면 아무리 천인이라도 내가 그를 두렵게 하지 않거니와 스스로 반성해 보아 정직했으면 아무리 천만인이 앞에 있더라도 내가 가서 대적할 수 있다.[吾嘗聞大勇於夫子矣, 自反而不縮, 雖褐寬博, 吾不惴焉, 自反而縮, 雖千萬人, 吾往矣.]"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公孫丑上》 부지런히……한다 맹자가 공손추(公孫丑)에게 호연지기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말하기를 "호연지기는 의를 축적해서 생겨나는 것이다. 의가 갑자기 엄습해서 취해지는 것은 아니다.[是集義所生者, 非義襲而取之也.]" 하였고, 또 맹자가 공손추와 부동심(不動心)을 논하는 대목에서 말하기를 "의지는 기운을 부리는 장수이고, 기운은 몸을 채우고 있는 것이니, 의지가 첫째요 기운이 그 다음이다. 그러므로 '그 의지를 확고히 세우고도 또 그 기를 거칠게 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夫志氣之帥也, 氣體之充也, 夫志至焉, 氣次焉.故曰 : "持其志, 無暴其氣."]" 하였다. 《孟子 公孫丑上》